Ⅰ.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요즘 트로트의 열풍은 시대의 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한때 일본 엔카에서 파생된 음악으 로 왜색이라 치부되며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트로트는 전통판소리를 기반으 로 더욱더 호소력 있게 다가오면서 한국인의 감성을 자극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장르에 대 한 열풍과 복고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트로트와 함께 20세기 초반을 장식했던 대중적인 음악장르는 신민요이다. 신민요는 낯 선 이방인의 문화인 트로트에 익숙하지 않았던 대중들에게 전통적인 어법에서 출발하여 서양음악적인 반주편곡과 가창을 통해 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1970년대 트로트에게 그 주도권을 내어주기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신민요춤은 신민요에 맞추어 추는 춤이다. 일제 강점기에 창작된 ‘민요풍의 대중가요’, 즉, 신민요를 반주음악으로 사용한다. 신민요는 1920년대 중반 이후 유성기음반을 매개로 대중가요계에 진출했고 1934년 「꽃을 잡고」, 「처녀총각」, 「노들강변」 음반이 지속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대중음악으로 강하게 인식되었다(이소영 2020c, 6-8). 신민요춤의 선 두주자는 유성기 음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배구자와 최승희에게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배구자의 「아리랑」(1928)은 민요 아리랑을 향토적 색채가 짙은 움직임으로 표현 한 창작춤이다. 배구자는 전통적인 민족적 정서로 대표되는 민요 아리랑의 감성을 조선의 새로운 향토무용으로 거듭나게 하였으며, 최승희 역시 1936년 제3회 신작무용발표회에서 조선민요에 맞추어 「아리랑 스토리」, 「아리랑 선율」(김규도 2017, 26-27)을 창작함으로써 신민요춤을 선보였다. 한국 무용가들이 일제강점기 이후 음반사나 영화사의 후원 하에 무 용공연을 비롯한 여러 가지 활동으로 분주했던 당시 세태를 감안하면 신민요춤은 근대 대 중적 취향을 반영한 대중문화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다.
해방이후 신민요춤은 주목받는 공연물이 되었다. 즉, 남북분단의 정치적 상황에 한국문 화의 가치를 선전함으로써 자유민주진영의 이상을 드높이고자 하는 시대적 요청으로 무용 은 시청각으로 오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매개체였다. 이에 당대 유명세가 있는 한국무용 가들은 기록영화나 문화영화를 통해 전통적인 한국의 풍습이나 양식을 소개하거나 해외 홍보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한국의 문화운동을 보급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다.
신민요춤에 대한 선행연구는 관련 연구로서 첫째, 신민요연구, 둘째, 민요춤 혹은 신민 요춤에 대한 연구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신민요 관련 연구는 음악사적 입장에서 1930 년대 신민요에 대한 개괄적 이해와 우리나라 신민요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혼종적 성격에 초점을 둔 연구가 있다. 이진원(1997), 송방송(2002), 힐러리 핀첨-성(Hilary Finchum- Sung)(2012), 최헌(2015), 장유정(2003), 이영미(2006)는 신민요 등장의 배경과 음악적 내 용, 조선족 음악의 전승현황과 변용을 연구하면서 신민요를 고찰하는가 하면 1930년대 당 대 신민요에 대한 인식과 수용, 그리고 식민지시기부터 1970년대 초까지 한국 대중가요로 서 신민요를 탐구하였다. 이소영(2010, 2018, 2020), 최유준(2017)은 남북한 서로 다른 음 악 환경 속에서 전통적 음악요소와 서양음악적 요소가 접점을 이룬 제3의 혼종적 음악활 동이 일제강점기 신민요와 통속민요의 선양합주의 형태로 혼종적 성격을 띠고 있음을 고 찰하였고 조선민요의 근대적 재현 공간 내에서 신민요는 식민상황이라는 특수한 지점에서 대중가요의 하나로 민족과 국가를 초월하는 양식으로서 신민요의 혼종성에 주목하였다.
한편, 민요춤, 혹은 신민요춤에 대한 연구로 우선, 민요춤에 대한 기초적 이해와 지역별 민요춤에 대한 탐구가 있다. 이애현(2014), 강인숙(2021)은 민요춤의 특성, 범위, 기능 및 형식에 따른 분류를 통해 민요춤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촉구하면서 한국춤의 대중성 확보 를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서, 그리고 우리 전통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것을 촉구하면 서 연구의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이애주(1999), 이미영(2018, 2019, 2020)은 아리랑과 춤 의 연관성을 고대 씨족사회부터 이어져 온 삶의 몸짓임을 역설하는가 하면 농사 노동민요 춤인 용전들 노래와 부산지역의 수영농청놀이, 경기도 이천 거북놀이, 돈돌라리의 문화적 특성을 통해 향토민요춤 특성과 지역춤 활성화 방안을 연구하였다. 그 외 전혜미, 배귀영 (2020)은 탈북여성노인을 대상으로 한 생애사 연구를 통해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민 요춤체험을 통해 일어난 삶의 변화를 탐구하였다. 신민요춤에 대한 연구는 최근에 이루어 진 석지훈(2020)과 최해리(2020)의 연구가 있다. 석지훈은 20세기 전반기,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대중성이 높았던 유성기 음반과 영화자료를 토대로 한국무용의 변천상을 살 펴봄으로써 신민요춤에 대한 이해와 그 양상을 제시하였다. 최해리는 신무용과 한국무용 사이에 위치한 신민요춤의 기원과 확산, 신민요춤의 원천자료 등을 소개하여 신민요춤 연 구의 필요성을 촉진시켰다. 이와같이 신민요춤 연구는 음악사적 시각과 기록 영상물 속에 서 간접적으로 제시된 연구를 제외하면 본격적인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본고는 한국 근대무용사에서 그간 연구축적이 미진한 신민요춤의 가치를 재확인하 고자 연구대상으로 설정하였다. 신민요춤에 대한 연구는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해방 후 1960, 70년대까지 대중적 취향을 반영한 또 다른 춤의 형태로 한국근대춤의 문화적 자원 을 탐색하는데 중요한 척도가 되며, 향후 일상 속에서 춤이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데 그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2. 연구 방법
본 연구는 문헌연구와 영상분석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문헌연구는 신민요와 신민요춤 관련 연구논문, 단행본 서적, 평문, 인터뷰 자료 등을 바탕으로 신민요춤의 무용사적 위치 와 전개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영상분석은 무용역사기록학회에서 2020년 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사업으로 기획한 ‘근대 의 춤유산: 신민요춤의 재발견’ 영상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1시간 남짓 진행된 영상자료에 는 일제 강점기 신민요 원음 감상과 더불어 문화영화 「내 강산 좋을시고」(1957)와 「흘러간 옛 노래」(1960)에 수록된 세 편의 춤이 재현, 재구성되었다. 본 연구는 원전자료 「천안삼 거리」, 「닐리리아」, 「처녀총각」, 총 세 편의 기록 영상물을 참조로 새롭게 재구성된 공연을 중점적으로 분석하여 신민요춤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춤의 분석은 재닛 애드쉐드(Janet Adshead)가 개발한 무용분석기술과 개념을 적용한다. 애드쉐드는 무용분석을 4단계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무용분석 1단계는 무용구성요소, 즉, 움직임, 무용수, 시각적 환경, 청각적 요소, 그리고 각 요소 간의 일치도를 통해 전체적 구성을 기술한다. 무용분석 2단계는 구성요소 간의 관계를 통해 무용형식을 구분, 기술하는 것이며 3단계는 1, 2단계를 통해 나타난 무용의 성격을 인식하고 그 특질을 기술한다. 즉, 무용의 장르, 주제 등에 대한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다. 마지막 4단계는 무용이 담고 있는 사회문화적 가치, 무용스타일, 주제 등을 비롯하여 특정 무용의 가치를 감상과 판단을 통해 평가한다. 이처럼 무용분석기술과 개념은 무용의 전체적 구조를 통해 춤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해석할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하여 무용의 가치를 확장하는데 중요한 토대가 된다.
이에 본 연구는 신민요춤 분석을 통해 신민요춤의 복원과 재현양상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나타난 신민요춤의 가치를 제시하고자 한다.
Ⅱ. 신민요춤의 복원과 재현
신민요춤은 국가기록원에 소장된 두 편의 영상기록물, 문화영화 「내 강산 좋을시고」 (1957년, 이형표 감독)와 「흘러간 옛노래」(1960년, 양종해 감독)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21년 11월 8일 현재 문화영화로 보는 대한민국 홈페이지에 의하면 문화영화는 광복 후 1947년부터 주한 미군 사령부 공보원이 제작하였으며 미 공보원은 한국영화인력을 양 성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영화 인프라를 조성하였다. 이에 리버티 프로덕션을 비롯하여 국립영화제작소 영화인들이 1950년대 후반에 한국영화인 자체의 여력으로 제작 에 나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갔다. 한편, 한국전쟁을 계기로 군, 또는 지역 단위의 행정처나 경찰 등 관 조직이 영화 제작에 참여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의 영화를 많이 제작하였다. 그러나 1955년부터 관, 군의 영화 제작 지원이 중단됨에 따라 1956년부터는 공보실 영화과에서 문화영화 제작을 전담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1950년대 후반부터 영화 과는 문화영화의 메카로 부상하였고 문화영화 제작은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문화영화는 대체로 35mm 흑백으로 촬영되어 1-4권 정도의 길이로 완성되며, 1권은 대략 2,000피트, 20분 정도이다. 문화영화의 장르에는 다큐형식을 띠는 다큐멘터리, 연기와 극적 요소를 가 미한 다큐드라마, 그림 혹은 만화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그리고 음악적 요소를 담고 있는 음악영화 등이 있다.
신민요춤 「천안삼거리」는 음악영화 「내 강산 좋을시고」에 수록된 원전자료를, 그리고 「닐리리야」와 「처녀총각」은 「흘러간 옛노래」에 수록된 자료를 바탕으로 복원과 재현이 이 루어졌다.
1. 기본요소에 대한 분석
무용의 기본요소로는 움직임, 무용수, 시각적 환경, 청각적 요소, 네 가지로 구분된다.
1) 움직임
움직임은 무용을 특징짓는 핵심적 요소이면서 가장 기본적 요소이다. 신체 일부 혹은 전체를 활용한 움직임, 그리고 그 움직임이 공간을 통해 확장되면서 역동성을 발휘하는데 먼저, 움직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신체 움직임은 신체 부위, 즉, 발, 팔, 몸통의 움직임을 통해 나타난다.
「천안삼거리」에서 사용된 발동작을 살펴보면 걷기와 돌기가 주를 이룬다. 즉, 한발씩 이 동하면서 이루어지는 걸음사위, 무릎을 굽힌 채 앉아서 낮은 자세를 취하는 앉음사위, 작 은 디딤으로 나누어 동작의 역동성을 가한 잦은 디딤사위, 그리고 제자리에서 주위를 맴돌 거나 뒤꿈치를 이용하여 한발로 다른 발을 꼬아 도는 맴사위가 주를 이룬다. 팔동작은 꽃 을 든 손을 어깨 메고 펴기, 손바닥을 땅으로 향하여 엎고 하늘로 향하여 재끼는 엎음 사위 와 젖힘사위가 있으며 양팔을 옆으로 벌리고 체중을 좌우로 옮기면서 팔을 흔드는 으름(어 름)사위, 그리고 중간 높이, 혹은 머리 위에서 손목을 회전하며 이루어지는 춤사위가 있다. 그 외에 바구니를 머리 위로 양팔로 들거나 한 손으로 댕기를 잡고 가슴 앞에서 좌우로 어르는, 소품과 의상을 이용한 움직임이 있다.
「닐리리아」 발동작 역시 걷기와 돌기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천천히 걸어가는 걸음사위 와 음악의 흐름에 따라 디딤이 세분화되는 잦은디딤사위, 한발 들고 뛰며 도는 맴돌기, 그 리고 한발을 들어서 찍으며 회전하는 돋음맴사위가 있다. 팔 동작은 양팔, 혹은 한쪽 팔로 허리감기, 팔 어깨 메고 펴기, 무게중심을 좌우로 이동하며 어르는 어름사위, 그리고 손목 돌리기가 있다.
「처녀총각」은 발뒤꿈치를 들고 앞꿈치로 이동하는 돋음사위가 특징적이고 한발 딛고 반 대 발로 들고 뛰며 도는 디딤뜀맴사위, 같은 발을 한 번 더 딛고 이동하는 겹디딤사위로 걷기와 돌기가 주를 이룬다. 팔 동작은 펴기와 접기, 회전하기로 한쪽 팔은 머리 위, 반대 팔은 사선 앞으로 펴는 동작이 주된 움직임이다.
몸통의 사용을 보면 「천안삼거리」는 머리, 어깨, 몸통이 주로 한 단위체로 신체축을 유 지하거나 상하체의 트위스트로 어깨와 발의 수직적인 사선을 강조하면서 포즈위주의 동작 을 취하고 있다. 즉, 왼발은 앞 사선을 향하고 오른손은 왼쪽 가슴 앞에, 반대 손은 허리에 대고 몸통은 약간 뒤로 기울이면서 신체 전체가 사선을 이루고 있으며 상하 트위스트는 약간의 좌우 어름사위에서 보이는 정도이다. 이는 춤의 마지막 포즈에서도 앉음사위로 머 리, 허리와 다리가 사선의 형태를 이루는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닐리리아」에서 몸통의 움직임은 수직선-사선을 강조하는 형태가 더욱더 나타난다. 사진을 찍는 듯한 45도 각도 로 몸통을 비틀거나 상하체가 사선으로 연결되는 포즈위주의 동작을 많이 볼 수 있다. 춤 시작 첫 장면에서 4명의 무용수는 뒷모습을 취하고 있다. 오른쪽 어깨와 왼쪽 발이 몸통의 기울기를 통해 한 단위체로 사선을 이루고 있으며 이때 시선은 왼쪽 발아래로 향하거나 사선으로 높이 든 손끝을 바로 보며 이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는 한쪽 팔은 사선 뒤로 높이 들고 발은 사선 앞으로 들어 올려 몸통의 트위스트를 통해 팔, 몸통, 다리 가 한 단위체로 대각선을 이루는 움직임을 통해 더욱더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4인이 추는 개별 동작뿐 아니라 상수에서 하수에 이르기까지 대각선을 이루는 사선 구도 의 춤 대형에서도 잘 나타난다. 「처녀총각」에서 몸통의 움직임은 남녀가 짝을 지어 행해지 는 춤에서 남녀가 무릎의 굴신과 함께 좌우로 크게 혹은 작게 기울기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몸통의 트위스트는 여성은 남성과 짝을 지어 시선을 마주하는 움직임에서 허 리의 트위스트가 일어난다. 한편 남성은 다리 하나를 뒤로 길게 뻗고 상체는 사선 앞으로 기울이며 뛰는 움직임에서 머리, 몸통, 다리가 한 단위체로 사선을 향하는 특징적인 움직 임을 볼 수 있다.
공간적 요소는 세 개의 춤이 모두 원형을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다. 「천안 삼거리」는 맴 돌기, 혹은 잦은 디딤으로 원형을 그리거나 주로 중앙에서 무대 앞뒤를 이동하면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고 있다. 「닐니리아」와 「처녀총각」은 원형, 대각선, 일렬종대 및 횡대로 공간 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동적 요소는 반주 음악에 따라 다채롭게 펼쳐지는 동작의 흐름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신민요 「천안삼거리」는 배구자의 「천안흥타령」을 바탕으로 편곡된 음악이다. 굿거리장단 을 기본으로 ‘흥’을 돋우며 이루어지는 이 춤은 문화영화 「내 고향 좋을시고」에 수록된 솔 로 여성 무용수가 바구니를 들고 꽃을 따는 처녀의 즐거움을 재구성한 춤이다. 신민요 가 창으로 가사가 명확히 전달되면서 시종일관 보통 빠르기의 굿거리장단을 따라 평온하게 진행되는데 제자리 맴돌기 혹은 잦은 디딤이 원을 그리며 진행되면서 춤의 가속성과 역동 성을 보여준다. 「닐리리아」는 서울의 무악 「창부타령」에서 발전된 것으로 3/4박자의 굿거 리장단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인 리듬으로 진행되나 신민요 가창이 수반되 면서 춤의 흥의 더해지고 후렴구의 흥청거림은 손뼉치기로 반응하고 반복되면서 경쾌한 리듬감을 살려주고 있다. 한편, 재구성된 「처녀총각」은 문화영화 「흘러간 옛노래」에 수록 된 권려성무용단의 민요창작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양산도」를 반주 음악으로 노래 없 이 양악 관현악 반주에 맞추어 구성된 이 춤은 간헐적으로 선율을 가르며 들어오는 꽹과리 의 쇳소리 음악에 다리 들고 뛰는 춤사위, 혹은 잦은 디딤이나 돋음 사위로 빠르게 화답하 면서 가락의 흥겨움을 더하고 있다.
2) 무용수
「천안삼거리」는 원작과 같이 재현, 재구성공연 모두 솔로 형식으로 이루어진 여성 독무 이다. 「흘러간 옛노래」에 수록된 권려성무용단의 춤은 6명의 소녀와 부채를 든 권려성이 등장하였으나 재현, 재구성된 「닐리리아」에서는 4인의 소녀로 구성된 춤으로 각색되었다. 「처녀총각」은 원전자료와 마찬가지로 2쌍의 남녀가 짝을 이루며 4명의 무용수로 구성되어 다양한 대형의 변화를 이루면서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었다.
3) 시각적 환경
의상과 소품은 대개 원전자료와 동일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단 원전자료는 흑백필름으 로 그 색상의 진위를 파악할 수 없으나 재구성공연에서는 원전 필름의 의상의 형태와 채도 를 예측하여 새롭게 구성되었다.
「천안삼거리」는 전통적인 여인의 평상 복장으로 치마저고리를 입고 허리끈을 매어 활동 이 자유로운 서민의 모습이다. 재현, 재구성작품에서는 흰색 저고리에 붉은 치마, 그리고 붉은 댕기로 땋은 머리를 하고 있으며 원전자료와 동일하게 바구니와 꽃을 들고 등장한다. 다만 재구성공연에서는 수건이 소품으로 등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원전자료에서 솔로 무 용수가 귀걸이를 착용하였다. 「닐리리아」 역시 4인의 소녀들이 전통적인 평상복 차림으로 치마저고리 의상을 걸치고 있다. 원전자료에서는 흑백필름으로 인하여 정확한 색깔을 구 분하기 어려우나 옅은 색 저고리에 반짝이는 듯한 무늬가 있는 치마, 그리고 길게 땋아 내린 댕기 머리를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재현, 재구성된 공연물에서는 왼쪽 어깨에 꽃무 늬가 있고 보라색 옷고름을 단 흰색 저고리와 청색 치마를 입고 있다. 재현공연에서는 허 리끈 없이 긴치마를 늘어뜨리고 있으며 재구성공연에서는 허리끈을 착용하고 있다. 「처녀 총각」은 원전자료와 같이 바지저고리와 치마저고리를 동일하게 걸치고 있다. 즉, 남자는 바지저고리와 금색문양이 장식된 청색 조끼, 그리고 흰색두건으로 올린 머리를 감싸고 있 으며, 여자는 깃과 고름이 빨간색으로 이루어진 금박장식의 흰색 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입고 있다. 치마에는 저고리와 동일하게 밑단을 금박으로 장식하여 화사함을 더하고 있다.
무대장치는 영상기록물의 공연을 살펴볼 때 「천안삼거리」에서는 산, 논, 장승 그림을 배 경으로 하여 농촌의 정취를 자아내고 있으며 「닐리리아」에서는 무대 중앙 위, 그리고 좌우 에 복을 주고 기쁨을 주는 신을 의미하는 ‘쌍희(囍)’자 문양의 엽전을 세워놓음으로써 기복 에 대한 염원을 표현하고 있다. 「처녀총각」에서는 나무,산 등 농촌의 풍경을 배경으로 하 고 있다. 재현, 재구성 공연물에는 세 편의 춤이 모두 특별한 무대장치 없이 춤 움직임에 집중하여 진행되었다.
4) 청각적 환경
권려성의 「천안삼거리」의 반주 음악은 신민요 「천안삼거리」이다. 굿거리장단을 기본으 로 하여 일명 ‘흥타령’으로도 명명되는데 장유정의 연구(2018)에 의하면 「흥타령」은 남도 민요 「흥타령」과 경기민요 「경흥타령」으로 구별된다. 「경흥타령」은 가사가 “천안삼거리” 로 시작하여 「천안삼거리」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 ‘흥타령 축제’가 천안의 대표적인 축제가 되어 충청도의 민요라고 인식되지만, 그 곡조는 굿거리장단에 종지음이 ‘도’인 5음 구성으 로 이루어져 경기민요에 가깝다(장유정 2018, 219). 흥타령은 유성기 음반이 나온 초창기 부터 1940년대 초반까지 지속적으로 음반화되어 73곡이 한국유성기음반 아카이브로 수록 되었다. 「경흥타령」이면서 「천안삼거리」라는 명칭으로 발매된 노래는 총 6곡으로 밝혀졌 다. 배구자, 김옥진, 석금성, 콜롬비아관현악단, 김갑자(가야금 병창), 그리고 콜럼비아 앙 상블에 의해 취입된 음반이 모두 1934년부터 1937년 사이에 발매되었다. 이중 무용가 배 구자는 대중민요 「천안삼거리」를 불렀으며 이 시기 무용가 최승희도 「이태리 정원」 등을 취입했다. 재구성 안무자 강주미에 의하면 재현, 재구성된 「천안삼거리」는 1936년 7월 포 리돌음반회사에서 배구자악극단과 소녀합창단이 함께 부근 민요를 기반으로 하여 편곡한 곡을 사용했다고 한다. 편곡된 「천안삼거리」는 장구, 색소폰, 바이올린, 그리고 가창으로 이루어진 음악으로 양악적 선율이 구성진 국악기의 음색과 조화를 이루었고 ‘제멋에 겨워’ 자신의 흥을 자유자재로 발산하는 처녀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권려성무용단의 「닐리리야」의 반주곡 「닐니리야」 역시 굿거리장단의 가창을 수반한 신 민요이다. 경기민요의 하나로 후렴구 “닐리리야1)”가 반복되어 이름 지어진 이 노래는 2021년 11월 8일 현재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홈페이지에 의하면 그 유래가 서울 무악인 「창 부타령」이 전문가창 집단에 의해 세속화된 것, 혹은 일제 강점기 민중의 비애와 분노를 담은 신민요라는 두 가지 가설이 있다. 작곡가나 작사가는 뚜렷하지 않으나 님을 그리는 내용으로 약간 빠른 굿거리장단으로 가창을 수반한다. 재구성 안무자 김선정의 「닐리리야」 반주 음악은 처음에는 색소폰, 장고, 아코디언의 반주로 선율 위주의 음악이 진행되다가 고음의 가창이 들어오고 후렴구가 반복되면서 곡의 흥청거림을 더하고 있다. 노래 사설이 민중의 고충이나 애환, 세월의 덧없음을 표방하고 있으나 선율이 화려하고 경쾌하여 자유 롭게 뛰노는 소녀들의 풍경을 연상하게 한다.
권려성의 「처녀총각」 반주 음악은 「양산도」이며 노래가 수반되지 않은 양악 관현악곡이 다. 재구성 안무자 남수정의 「처녀총각」 역시 경기민요 「양산도」를 기본으로 한다. 특징적 인 것은 장구, 꽹과리, 색소폰, 바이올린 반주가 곡의 흥겨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가창 없이 전주에서는 장고와 꽹과리가 연주되고 본격적으로 색소폰이 음악의 리드악기로 들어 오면서 절도 있고 경쾌한 음색으로 확장되는가 하면 후렴구에 반복되는 꽹과리 반주는 남 녀무용수의 도약적인 움직임을 더욱더 활력 있게 하여 봄날 농촌 처녀총각의 설레는 이미 지를 연출하고 있다.
2. 무용의 성격
1) 장르 및 스타일
무용장르 및 스타일은 사회문화적 산물로서 특정 공동체가 지니고 있는 지식이나 가치, 신념, 관습에 따라 춤이 분류되고 특징지어지는 것을 말한다.
재구성으로 이루어진 세 편의 공연물은 무용의 기본구성요소와 그 요소 간의 관계 속에 서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난다.
첫째, 팔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한 상체 위주의 춤이 주된 움직임의 형태이다. 팔을 접고 펴기, 어깨높이로 들기, 허리감기, 손목 혹은 팔꿈치를 중심으로 내전과 외전 등을 반복하 면서 다양한 움직임을 연출하고 있다. 이러한 팔 동작은 몸통과 연결되면서 허리의 비틀기 를 통해 머리, 어깨, 팔, 다리가 한 단위체로 사선, 혹은 대각선으로 연결되어 자세 위주의 입체적인 조형미를 드러내고 있다.
둘째, 자전과 공전으로 회전하는 움직임을 많이 볼 수 있다. 한 동작에서 다음 동작으 로 넘어갈 때, 음악의 소절이 바뀔 때, 혹은 춤의 대형을 변화시킬 때 회전으로 마무리하거 나 시작하는 움직임을 많이 볼 수 있다. 「천안삼거리」의 독무를 보면 본격적으로 춤을 시 작하기 전에 무대 중앙에서 회전으로 동작을 마무리하여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는가 하면,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원을 그리면서 꼬아 맴돌기로 공간을 이동하는데 이때 머리 위로 수건 을 휘감으며 몸 전체가 함께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닐리리아」와 「처녀총각」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타난다. 4명의 군무로 이루어진 이 춤에서는 포즈위주 의 동작으로 잠시 멈추었다가 다음 동작으로 넘어갈 때, 동작의 방향을 바꿀 때, 두 명씩 짝을 지어 마주 보고 혹은 등지고 돌 때, 그리고 상대편 주위를 맴돌 때 등 여러 가지 방식 으로 자전과 공전을 반복하고 있다.
셋째, 간단하고 반복적인 동작이 많다. 하체의 동작은 대부분이 걷기와 돌기이다. 느린 걸음으로 걷기, 잦은걸음으로 걷기, 맴돌기 등이 공간을 옮기는 이동움직임의 주요형태이 며 이러한 움직임은 춤의 시작부터 끝까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넷째, 가창이 있는 신민요를 반주 음악으로 대중적 정서를 더 잘 표현한다. 「천안삼거리 」와 「닐리리야」는 장구, 색소폰, 아코디언, 바이올린의 연주와 더불어 사설이 있는 노래가 수반된다. 굿거리장단의 흥타령이 사설에서는 남녀의 정과 인생의 허무함을 드러내고 있 으나 탄식조의 흥타령이라기보다 나름의 멋과 흥을 표현하는 고유의 전통적인 정서를 환 기하고 있다. 「닐리리야」 역시 임에 대한 그리움, 애환, 세월의 무상함보다는 후렴구의 가 창에서 손뼉치기와 잦은걸음으로 공간을 가르며 춤의 가속성을 높임으로써 흥청거림을 더 하고 있다. 이는 서양풍의 멜로디와 전통적인 멜로디, 그리고 그 정서를 춤으로 함께 공감 하여 신민요 특유의 감성을 더 잘 전달하고 있다.
2) 주제
「천안삼거리」, 「닐리리야」, 「처녀총각」 세 편의 재구성작은 밝고 희망찬 미래, 새봄을 알리는 문화영화의 취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
문화영화는 그 취지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띠며 제작되었다. 1950년대 문화영화는 ‘민 족’과 ‘반공’을 주요 테마로 삼았다. 민족의 정통성을 계승한 국가로, 그리고 공산국과 싸워 대결한 자유진영의 대표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민족과 반공을 강조 하여 여러 가지 영화가 만들어졌다. 문화영화 「내고장 좋을시고」는 민족문화의 올바른 계 승을 표방하고 있는 음악영화이다. 제작 취지를 살펴보면 “한국 고유의 창, 그리고 고전무 용, 만담 등을 명미한 풍경미와 동양의 이태리라고 불리우고 잇는 한국 고전음악을 배경으 로 다채로운 푸로로 촬영 제작하여 부흥 도상에 정진하고 있는 국민들로 하여 명랑하고 유쾌히 새봄을 맞이할 수 있는 음악영화를 제작하고자”(국가기록원, 1232)하였다. 고전무 용, 경복궁타령, 만담, 천안삼거리, 밀양아리랑, 정선아리랑, 농악, 장고 돌리기 등을 프로 그램 내용으로 하여 한국민족의 고유한 문화를 부각시킴으로써 희망찬 앞날에 대한 소망 을 표현하였다.
한편, 「흘러간 옛노래」는 농촌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11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권려성무용연구소가 출연한 양산도(무용), 풍년가(고복수, 황금심- 꽹과리, 장구 연주), 황 성옛터(남인수 노래), 알뜰한 당신(황금심 노래), 타향사리(고복수 노래), 군밤타령(무용- 권려성), 목포의 눈물(이난영 노래), 마상일기(진방남 노래), 아리랑낭랑(백난아 노래), 신 라의 달밤(현인 노래), 릴리리야(무용-권려성외 6명의 군무)로 생활에 즐거움을 주는 흘러 간 노래를 영화화하였다. 박시춘외 14명의 곡 연주와 더불어 늴리리아 춤을 마지막으로 진행하면서 이루어진 사회자의 해설은 민족문화와 반공에 대한 국가의 모토를 표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릴리리야 릴리리야 노래 부르며 춤을 추자. 정겨운 노래 속에 기쁨 이 온다, 흥겨운 노래 속에 기쁨이 온다, 즐거운 노래 속에 행복이 온다. 흐르는 세월 속에 새봄이 다시 왔습니다. 새봄과 더부러 즐거운 노래 속에 새 나라 건설하고 너도, 나도 다 같이 합심하여 남북통일 이룩합시다”(국가기록원, 463-474)라는 해설은 새봄에 대한 소망 이 새 국가 새 나라 건설의 희망찬 다짐으로 그리고 남북통일에 대한 염원으로까지 확장되 어 민족문화의 정체성과 자유국가건설이라는 당시의 시대적 메시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3) 특질
「천안삼거리」, 「닐리리아」, 「처녀총각」은 밝고 경쾌한 신민요의 특성을 잘 표현하고 있 다 . 노래의 사설은 그리움, 애환 등의 부정적인 정서를 담고 있으나 신민요 특유의 희화화 된 정서를 곡선적이고 부드러운 연속적인 움직임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즉, 마디 마디 끊어진 분절적인 움직임이 아닌 가볍고 때로는 가속적인 움직임으로 춤의 변화를 주 면서 물이 흐르는 듯한 자유로운 에너지의 흐름이 춤 전체에 일관되게 나타난다. 또한, 농 촌의 풍경,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무대 배경으로 하여 힘들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한탄하 기보다는 이를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천안삼거리」가 ‘일상’과 ‘즐거움’, 「닐리 리아」가 밝고 명쾌한 놀이, 그리고 「처녀총각」이 재기발랄한 젊은 남녀의 모습을 재현 콘 셉트로 삼아 희망적 정서를 전달하고자 하는 원작의 이미지구현에 충실히 하고자 하는 의 지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신민요춤 움직임의 분석결과는 다음 <표 1>과 같다.
Ⅲ. 신민요춤의 특성과 가치
신민요춤은 근대춤의 문화표현적 특성을 담고 있는 춤이라 할 수 있다. 즉, 신민요가 전통 가요적 요소를 차용하면서 외래 음악적 요소가 혼합된 한국의 대중가요로 자리매김 한 바와 같이, 신민요춤 역시 신무용적 표현특성과 대중성을 확보한 문화표현양식이라 할 수 있다. 신무용은 근대춤의 대표적인 형태로 20세기 전반을 관통하는 양식화된 춤문화이 다. 신무용가들은 문화의 정체성 모색을 위해 전통춤의 표현을 차용하면서 근대의 춤문화 를 형성해 왔으며 신무용가들에 의해 이루어진 신민요춤 역시 이러한 특성을 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양팔을 펴고 감는 허리감기 사위, 무대 이동에 있어서 앞뒤로 전진과 후퇴 를 반복하는 움직임, 그리고 재빠르게 회전으로 마무리되는 춤사위 등은 전통춤에서 보이 는 반복적인 순환구조를 드러내고 있다. 한편, 몸통의 비틀기, 혹은 머리, 어깨, 팔, 다리에 이르기까지 몸 전체가 한 단위체로 수직적인 사선 구조를 강조하는 움직임은 단전의 호흡 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연속적인 움직임을 연출하는 전통적인 표현과는 차이가 있는, 무대 화된 표현양식으로서의 신무용적 특성을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신민요춤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대중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체험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
첫째, 신민요 반주에 맞추어 가창이 수반되고 양악과 국악이 병행되어 서양음악과 전통 음악을 경험할 수 있다. 유성기나 라디오와 같은 근대 대중매체를 통해 전파되는 신민요는 서양적 선율과 조선적 선율이 함께 연주되어 전통적 리듬을 새롭게 체험할 수 있으며, 또 한 생활 주변의 일상적 정서를 노래로 담아 일반 대중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둘째, 단순하고 반복된 움직임으로 대중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신민요춤의 주된 움직임은 걷기와 돌기이다. 팔을 중심으로 한 상체 움직임에 춤이 집중되어 있으며 하체의 움직임은 걷기를 기본으로 속도감의 변화를 주고 있다. 천천히, 혹은 잦은걸음으로 빠르게 공간을 이동하거나 팔을 접고, 펴고, 회전하는 움직임이 반복되는, 기본 움직임의 프레임이 비교적 간단하고 익히기 쉽다.
셋째, 다양한 대형변화로 춤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신민요춤은 4명의 여성무용수, 혹은 남녀 짝을 지어 이루어진다. 「닐리리아」의 여성무용수는 춤의 리더와 군무진이 서로 화답하는 형식으로 무리를 지어 추거나 일렬, 사선, 원형으로 대형을 바꾸어 가며 춤을 추 고 있다. 「처녀총각」의 짝을 지어 추는 춤은 서양의 포크댄스와 같이 남녀가 함께 시계방 향이나 그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거나 상대방의 주위를 맴돌기도 하고, 대각선 사선 구도에 서 남녀가 디딤뜀맴사위로 힘차게 뛰어오르면서 회전하여 자리를 바꾸는 등 박진감 넘치 는 움직임을 연출하고 있다. 이러한 춤의 대형변화는 공간의 구도를 자유롭게 느끼고 경험 함으로써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한층 더 가증시킬 수 있다.
넷째, 신무용적 표현의 특성을 통해 근대춤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배구자와 최승희의 춤으로 대표되는 신무용적 표현, 즉, 밝고 화사한 표정과 분위기로 희망적 정서를 표출하 는가 하면 빙글빙글 도는 동작, 순간 정지와 더불어 가속화된 춤사위, 잦은걸음으로 무대 공간을 이동하면서 팔을 휘저으며 이루어지는 생기발랄한 동작은 신무용적 역동성의 표출 (유미희 2002, 173)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재구성된 신민요춤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 으로 근대춤 자산으로서의 신민요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다.
Ⅳ. 결론 및 제언
신민요는 민요라는 전통성에 창작성이 가미된 노래이다. 민요풍의 대중가요로서 유성기 음반 취입으로 그 대중성이 확보되었던 신민요, 그리고 신민요춤은 근대 한국사회의 대중을 위한 노래춤이다. 민속춤 강강술래가 전통사회 여성들의 삶과 애환을 사설로 담아내고, 그 사설에 화답하는 형식의 춤이었다고 한다면, 신민요춤 역시 서양의 신문물에 힘입어 전통사 회의 삶과 애환을 해학적이고 서정적인 몸짓으로 풀어낸 한국 근대의 또 다른 문화표상이다. 신민요춤은 독자적인 춤의 형태가 아닌 춤, 음악, 노래가 하나로 융합된, 전통문화와 신문물 이 넘나드는 문화의 월경(越境 borderless)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다양한 분야의 융합과 통합을 강조하는 21세기 문화교육콘텐츠 개발에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신민요춤 관련 후속연구로 다음과 같은 점을 제안한다.
첫째, 신민요춤 구성에 필요한 기본 동작프레이즈 설정이 필요하다. 레퍼토리마다 다양 한 주제와 춤사위로 동작을 연출하고 있으나 신민요춤이 담고 있는 신무용적 특성을 바탕 으로 합의된 기본 동작 구성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는 신민요춤 보급에 필수적이다.
둘째, 노래와 춤으로 이루어진 신민요춤 레퍼토리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초등학교 음악교과서를 살펴보면 초등 5-6학년 검인정 음악 교과서 8종 에서 민요가 76%로, 국악 제재곡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박주만 2020, 805-806). 음악교과서에 가장 많이 수록된 민요는 경기민요 「닐리리야」인데 민요 가창과 함께 수반되는 움직임 표현활동은 매우 단편적이고 부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좀 더 다양한 민요춤 개발을 통해 국악교육에서의 움직임 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