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태평무는 명고수(名敲手)이자 명무(名舞)인 한성준이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한다는 내 용으로 안무한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춤 중 하나이다. 한성준은 그가 활약하던 시기인 일제 강점기에 억압된 민중의 정신과 말살된 조선의 전통을 되살리고자, 민족정신과 전통을 담 아 태평무를 창작하였다. 이후, 태평무는 한성준의 손녀 한영숙(1920-1989)과 그의 제자 강선영(1925-2016)에 의해 전수되어, 각기 다른 춤 양식으로 전승되고 있다.
한영숙(1920-1989)은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와 제40호 학무의 예능보유자로, 제 자로는 정재만, 이애주, 박재희 등이 있다. 강선영(1925-2016)은 15세부터 한성준의 문하 에서 춤을 배우기 시작하여 태평무와 한량무, 승무 등을 사사하였고, 이현자, 이명자, 양성 옥을 비롯한 많은 제자들에게 태평무를 전수하였다. 이후 1988년 태평무가 중요무형문화 재 제92호로 지정되어 1대 예능보유자 강선영을 중심으로 많은 전수자들이 태평무를 전승 하였다. 현재는 이현자, 이명자, 양성옥, 박재희를 2대 보유자로 지정하여, 각자의 전승 활 동을 이어 가고 있다. 강선영류 태평무와 한영숙류 태평무가 모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됨에 따라 태평무는 더욱 더 많은 무용가들이 선호하며 전승하고 있다.
그간 태평무에 대한 연구는 강선영류와 한영숙류에 대한 류파별 연구와 비교연구, 그리 고 장단에 따른 움직임 연구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선행연구 되었다. 1988년 강선영류 태 평무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대부분의 태평무의 관한 연구논문은 강선영류 태평 무에 관한 연구가 양적으로 우위를 차지하였다. 한영숙류 태평무에 관한 연구논문들도 활 발하게 이루어졌으나, 각 태평무의 인물연구와 비교연구인 류파별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그 외에 장단 분석과 LMA 분석법을 활용한 연구들로 다른 전통춤 연구논문들에 비해 연 구영역이 확장되었음을 보였다. 태평무는 과장별로 다양한 장단과 움직임으로 구성되어 있어, 본 연구에서는 움직임에 관한 선행연구들을 중심으로 참고하여 보다 세밀한 분석을 통해 전통춤 움직임 원리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태평무의 움직임을 분석하기 위하여 본 연구자는 소매틱 기본원리 ‘BRACED’를 활용하였다. 소매틱스(Somatics)는 1976년 토마스 한나(Thomas Hana)가 만들어낸 신조 어로 몸에 관한 학문분야이다(김경희 2019, 20).
소매틱(Somatic)의 어원인 소마(Soma)는 내적으로 인식된 몸의 개념이며 인간의 의식 과 환경이 조화를 이룬 상태에서의 체험적 신체를 말한다. 요컨대, 소매틱의 관점에서의 무용 연구에서는 외적 신체의 개념인 몸(Body)의 개념에서가 아닌 이 세계에 대한 내적 체험을 한 인간의 신체라는 개념으로 무용 자체를 규명할 수 있는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자는 1998년 강선영의 제자인 이명자 문하에 입문하여 현재까지 태평무의 미적 양식과 춤 철학을 수련하고 있다. 강선영류 태평무가 중요무형문화재로 먼저 지정됨에 따 라 전수하고자 하는 무용인들은 한영숙류 태평무에 비해 양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무용분야의 전승 현황을 보면 ‘태평무’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연수에 비해 다른 종목보다 가장 많은 이수자와 전수자를 배출하고 있다. 이는 여타의 춤에 비해 전수하고자 하는 무용인의 숫자가 월등히 많은 것으로 태평무가 후대로의 전승에 있어 활발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심미향 2010, 78). 이처럼 많은 무용인들에 의해 전승되는 만큼 태평무의 전승이 전승자에 따라 춤 해석이 달라지고, 그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춤 양식으 로 변화되기도 한다.
한국 전통춤의 우수한 가치와 전통성에 대해서는 무용인들과 더 나아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일 것 이다. 그러나 보존과 함께 발전하기 보다는 발달과 발전으로, 춤 원형의 본질과 변형으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원형을 바탕 으로 전승과 보존이라는 의미를 지키며 근직(謹直)하게 본질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 사료된다. 이에, 본 연구의 필요성이 있음을 밝힌다.
한국 전통춤의 움직임 원리에 대한 분석과 연구는 학문적 이론화를 위한 목적뿐만 아니 라 춤을 전수하는 입장이거나 이를 받아들이는 무용수의 입장에서 올바른 춤동작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다. 춤동작(사위)의 기본원리를 이해하고 이론적 근거를 토대로 움직임을 정 확하게 이해하는 일로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강성범, 김현주 2007). 태평 무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다른 전통춤의 전승과 학문적 이론화를 위한 연구가 반드시 필요 할 것이다.
본 연구자는 김경희의 “국선도와 갓츠겐 운도에 내재된 소매틱 움직임 특질 비교 연구” 에서 한국의 심신 수련법 외에도, 한국 전통춤에 내재된 소매틱 움직임 원리와 특질에 대 한 탐구에 대한 제안함을 보고, 어쩌면 태평무의 움직임 원리에는 소매틱의 움직임 원리가 내재되어 있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본 연구를 시작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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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음양의 조화와 정신과 몸의 조화를 강조하는 한국의 춤 중 태평무의 움직임 원리 를 소매틱 움직임의 기본원리인 ‘BRACED’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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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소매틱 관점에서 바라본 태평무의 움직임 원리를 탐구하여 태평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한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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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태평무의 소매틱 원리가 한국의 또 다른 전통춤에 내재된 소매틱 움직임 원리를 연구하는데 기틀이 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소매틱(Somatic)관점에서의 태평무의 움직임 원리를 분석하고자 국가무 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예능보유자인 이명자의 움직임 영상을 바탕으로 분석하고자 한 다. 이는 김경희가 “소매틱 움직임 교육/치료를 위한 기본 원리 연구” 에서 제시한 소매틱 움직임의 기본원리인 ‘BRACED’를 바탕으로 분석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제한점을 갖는다.
첫째, 본 논문에서는 태평무의 여러 과장 중 터벌림 과장을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터벌림 과장은 한삼을 이용한 호흡의 표현과 춤의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몸의 각도 변화가 다양한 과장이다. 때문에 본 연구의 분석대상인 주요 춤사위는 상체 움직임과 상.하체의 움직임 그리고 공간 활용 움직임의 대표적인 3가지 움직임을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소매틱 움직임의 기본 원리인 ‘BRACED’를 분석 도구로 적용하지 만 태평무의 움직임 특질에 대한 해석은 연구대상과 연구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본 연구의 제한점이다.
Ⅱ. 본 론
1. 태평무의 전승현황 및 춤사위
1) 태평무의 전승현황
한성준에 의해 창작된 태평무는 1988년 12월 1일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로 지정되어, 오늘날 많은 무용가들에 의해 전승되며 국내외에서 칭송받는 전통춤 중 하나이다. 태평무 는 국가의 평안과 태평성대를 기리는 뜻을 춤으로 표현한 것으로 유래는 확실치 않으나 지금은 1900년대의 무용가이면 명고수(名敲手)였던 한성준이 경기 무속춤을 재구성하여 추었던 춤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한성준은 정치적으로 혼란했던 조선조 후기에 태어나 일제 강점기라는 역사적으로 불운 한 시기에 활동하였다. 당대 최고의 명고수(名敲手)이자 조선 고전무용의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았던 예인(藝人)인 한성준은 태평무를 비롯한 40여 가지에 달하는 전통춤을 창작하 였다(김연정 2017).
한성준은 나라를 잃은 설움과 비극을 달래려는 염원을 담아 태평성대를 주제로 태평무 를 창작하였고, 궁극적으로는 주권을 회복하고 조선왕조의 부활을 기원한 것일지도 모른 다. 초연 당시 일제강점기 하에서 태평무는 춤극의 형태였으며 왕, 왕비, 공주 등 다수의 인물이 출연하였는데,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하다가 2인무로 바뀐 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성준은 태평무를 제자들에게 가르치며 한영숙, 강선영에게 각각 왕과 왕비 옷을 입히고 춤을 추게 하였는데, 해방 후에는 왕비 1인무로 변화하였다. 1939년 11월 8일 조선일보 기사에서는 “조선 춤 이야기”를 기재하며 한성준의 태평무가 무속의 「왕의 춤」을 토대로 창안된 것이라 밝히고 있으며, 한성준의 유랑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왕꺼리의 장단과 형식 을 조선 춤에 맞도록 고치고 왕과 왕비가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뜻으로 추었다고 하였다(성 기숙 2001).
현재 태평무는 한성준의 손녀 한영숙과 그의 제자 강선영에 의해 전수되어, 각기 다른 춤 양식으로 전승되었다. 1988년 강선영이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예능보유자로 지정되며, 많은 전수자들이 태평무를 전승하였다. 2016년 1월 21일 강선영의 작고로 인해 장기간 보유자의 부재 속에 2대 보유자 지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국가무형문화재 무용 종목의 안정적인 전승을 위해 엄중한 심사를 거쳐, 이현자, 이명자, 양성옥, 박재희 4명의 2대 예능보유자를 지정하였다. 현재는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가 아닌, ‘국 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로 개정되어 이현자, 이명자, 양성옥은 강선영의 태평무를, 박 재희는 한영숙의 태평무를 전승하고 있다. 이후 이현자의 작고로 현재는 이명자, 양성옥, 박재희 3명의 예능보유자들이 각각의 전승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 터벌림 과장의 주요 춤사위 분석
터벌림 과장은 느린 터벌림 장단으로 한삼을 착용하고 추는 과장을 일컫는다. 터벌림은 ‘반설음’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10박이 3+2+3+2로 묶여 있는 장단의 형태이다. 터벌림 과장 은 느린 터벌림 장단 46장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터벌림 과장은 장단이 점차적으로 빨라지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그에 따른 춤사위도 경쾌하게 변화한다. 본 연구에서는 터벌림 과장의 주요 춤사위 특징과 변화를 관찰하고, 연구자의 시점에서 정리하고자 한다. 태평무의 움직임 분석에 참고한 태평무 연주 음원은 1990년도 연주자 김덕수의 음원을 기준으로 한다.
터벌림 과장의 주요 춤사위는 아래와 같다.
2. 태평무에 내재된 소매틱 움직임 원리
본 연구는 2017년 김경희가 제시한 소매틱 움직임 교육/치료를 위한 ‘BRACED’ 원리를 바탕으로 태평무의 움직임의 원리를 분석 연구하였다. ‘BRACED’는 사전적 의미로 “넘어 지지 않도록 대비된, 혹은 준비된”으로 해석되는데, 김경희는 “다치지 않도록 고안된”으로 의미를 확장하여 해석하였다(김경희 2021, 4). 즉 호흡을 잘 하여(Breathe),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Relax), 신체 배열을 맞추어(Align), 몸의 각 부분은 물론 마음까지 연결시켜 (Connect), 자신이 원하는 것을 기대하고 바라고(Expect), 춤을 춘다면(Dance), 몸과 마음 이 정화되어 몸이 다치지 않고 원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김경희 2017).
김경희는 이를 바탕으로 6가지 원리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 번째는 인체의 원리에 맞게 호흡하는 호흡(Breathe)의 원리이다.
두 번째는 최상의 움직임 수행 효과를 내기 위해 신체의 원리에 맞는 호흡으로 몸과 마음을 Relax시켜주는 이완(Relax)의 원리이다. 이완은 몸과 마음의 긴장 풀기를 말한다.
세 번째는 정렬(Align)의 원리이다. 정렬은 균형 잡힌 골격의 역동적 과정으로 몸의 정렬을 의미한다.
네 번째는 몸이 정렬되어 마음으로 연결되는 심신 통합적 움직임을 의미하는 연결 (Connect)의 원리이다.
다섯 번째는 기대(Expect)의 원리이다. 기대는 몸과 마음이 일치되어 원하는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기대하고 바라는 긍정적인 힘을 의미한다.
여섯 번째는 율동(Dance)의 원리이다. 율동은 춤을 추는 그 자체를 의미한다(김윤선 2021).
태평무의 주요 과장인 터벌림 과장은 무용수가 무대에 등장하는 낙궁 과장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춤이 시작되는 단계의 과장이다. 터벌림 장단은 1장단이 10박으로 이루어지며, 총 64장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느리게 추다가 점차 속도가 빨라지며, 터벌림 과 장 마지막 부분에서는 무용수가 입고 있던 활옷과 한삼을 벗으며, 다음 과장으로 전환된다.
터벌림 과장에서는 화려한 한삼 사위와 더불어 태평무만의 발놀음을 볼 수 있다. 특히 발을 들어 올리는 과정 중 복사뼈를 스치면서 원을 그리며 돌려주는 발 놀음 형태는 여느 전통춤에서는 볼 수 없는 태평무만의 독특한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김형신, 윤수미 2017). 터벌림 과장은 한삼을 끼고 한삼 자락을 이용한 춤사위를 보여주는데, 한삼 자락을 뿌리는 사위는 무용수의 내적인 호흡이 중요시된다. 한삼을 끼고 추는 상체 움직임에는 ‘양팔 드 는 사위,’ ‘겨드랑 사위,’ ‘감는 사위,’ ‘끼고 드는 사위’ 등이 있으며, 한삼 자락 끝까지 호흡 이 연결되어 더욱 웅장한 왕과 왕비의 모습을 보여준다.
위 내용을 바탕으로 김경희가 제시한 6가지의 원리를 바탕으로 태평무의 움직임의 원리 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다른 전통춤과 달리 태평무는 다양한 장단의 변화로 인한 여러 단계의 과장으로 구성된 춤으로, 웅장하며 느리게 시작하여 점차 속도가 가속화된다. 그에 따라 움직임 또한 매우 다양하며 몸의 방향전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짐으로 ‘BRACED’ 원리 중 특히 호흡(Breathe) 과 몸의 정렬(Align)이 각별히 중요하게 요구되어지는 과장이다.
<표 1>의 ‘양팔 들어, 엎어 뿌리는 사위’는 본격적인 춤의 첫 호흡임으로 긴장감과 집중 력을 매우 요한다. 더욱이 왕비의 웅장함과 중후함을 표현하기 위해 다소 무거운 의상인 활옷과 큰 머리를 착용하고 한삼을 이용한 춤사위로 무용수의 움직임 표현은 노련하지 않 을 수 있다. 그러므로 숙련된 무용수의 호흡(Breathe)은 매우 중요하다. 가장 느린 움직임 의 <표 1>의 동작은 한 팔과 무용수의 몸 방향 전환만으로 한 장단을 구성하고 있다. 느린 속도에서의 다소 단순한 움직임인 <표 1>의 동작은 장단 안에서의 절제적인 호흡을 사용 해야 하며, 무겁고 안정적인 호흡의 지지(Breath Support)가 매우 중요시된다. 터벌림 과장 에서의 무용수의 움직임은 한삼을 이용하는 팔의 움직임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을 할 때 호흡의 지지(Breath Support)와 몸통의 지지(Core Support)가 사용되고 있다(강 성범, 김현주 2007).
<표 2>의 ‘한삼 겹쳐 뒤로 딛는 사위’는 빨라진 속도의 터벌림 과장의 움직임으로, 29번 째 장단의 후반부의 5박 안에서 4번의 몸 방향이 전환된다. 한삼을 겹쳐 어깨에 올린 상태 에서 몸과 움직임 방향의 빠른 전환을 위해서는 정확한 타이밍에서의 호흡전환이 필수적 이다. 호흡전환이 수반되지 않은 무용수의 몸은 경직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몸의 방향전 환이 쉽지 않게 된다. 그로 인해 안정적인 동선을 확보하지 못하며, 정확한 장단 안에서의 동작 수행이 어렵게 된다. 이것은 터벌림 과장에서 가장 빠른 장단의 동작이라 할 수 있는 <표 3>의 ‘양팔 벌려 좌우 치기’동작에도 해당된다. <표 3>의 동작은 한 장단 안에 여섯 개의 움직임과 4번의 방향전환을 해야 하므로 무용수의 빠른 호흡전환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태평무에 소매틱 움직임 원리 중 호흡(Breathe)의 원리가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호흡을 잘하게 되면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 우리는 운동선수가 시합을 하기 전에 호흡을 가다듬는 것을 보게 된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기(Relax) 위함이다. 이렇게 최상의 움직 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Relax’를 해야 하는 것이다(김경희 2017). 본격적으로 춤 이 시작되는 터벌림 과장은 춤의 첫 호흡을 시작하기 전 집중력을 요하게 된다. 그러므로 무용수의 심신(心身)의 이완(Relax)은 필수라 할 수 있다. <표 1>의 움직임은 터벌림 과장 의 첫 번째 움직임으로 왕비가 만백성을 살피는 것과 같은 모습을 양팔을 크게 펼치는 동 작에서 표현한다. 이는 태평무의 대표적인 움직임이다. 무용수는 긴장감으로 인해 움직임 의 표현이 편안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자기 몸의 성찰을 통해 긴장을 풀고 내면의 호흡을 잘 유지하여야 한다.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안정하고, 마음이 안정되면 몸이 안정된다 (김경희 2021). <표 2> 와 <표 3>의 움직임은 터벌림 과장의 후반부의 움직임으로, 빠른 속도의 움직임들이다. 한 장단 안에서의 여러 번의 방향전환과 움직임은 무용수에게 부담 감을 줄 수 있다. 이 때 무용수는 긴장(Relax)을 풀고 안정적인 호흡을 유지해야만 한삼으 로의 호흡의 연결이 가능하다. 특히, 여섯 번의 움직임 중 다섯 번의 움직임이 한삼의 표현 이고, 한삼은 무용수의 온몸과 여러 각도의 공간에서 입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용수는 안정적인 호흡(Breathe)과 함께 신체의 이완(Relax)을 해야 한다. 이는 태평무에 소매틱 움직임 원리 중 이완(Relax)의 원리가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신체의 정렬이란, 곧 올바른 자세(correct posture)를 뜻한다. 이는 신체의 바른 정렬이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게 하여 바른 동작을 수행하게 한다는 뜻이다. 태평무의 터벌림 과장 은 전체 춤에서 앞부분에 해당하는데 느리게 추다가 차츰 빨라지는 발전적 단계를 지닌다 (마소정 2020). 태평무는 다양하게 변주되는 장단과 과장의 변화 속에서 화려하고 역동적 인 춤사위와 몸의 방향 전환이 매우 많은 춤이다. 더욱이 왕비의 춤을 표현하기 위한 활옷 과 한삼의 착용은 숙련되지 않은 무용수는 움직임이 다소 제한적일 수 있으며, 빠르게 가 속되는 박자 안에서의 태평무의 미적 표현은 어려울 것이다. <표 2>의 움직임은 태평무의 주된 움직임 중의 하나인 발 디딤 동작과 ‘한삼 겹쳐 뒤로 딛는 사위’이다. 이 움직임은 몸통을 중심으로(골반) 상체와 하체를 바르게 정렬해야 움직임의 방향 전환 시 흐트러지지 않고 수행할 수 있으며, 몸의 바른 정렬을 해야만 무용수의 온몸에서 한삼으로의 호흡 연 결이 가능하다. <표 3>의 ‘양팔 벌려 좌우 치기’ 움직임은 섭채 과장으로 전환되기 전 마지 막 부분에 해당하는 동작으로, 터벌림 과장 중 가장 빠른 속도의 움직임이다. 한 장단 안에 서 여러 움직임을 빠른 속도로 수행해야 하므로, 정렬(Align)된 신체의 움직임은 매우 중요 하다. 이완(Relax)된 심신을 유지하며, 빠른 속도의 여러 움직임의 연결을 위해서는 호흡 (Breathe)의 정리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무용수의 몸은 비틀어지기 쉽고, 비틀 어진 몸으로 움직임을 할 경우 과도하게 힘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호흡의 연결과 전환 은 매우 어렵게 된다. 심신의 이완(Relax)과, 안정된 호흡의 유지는 항상 연결(Connect)되 어 있으며, 정렬(Align)된 신체의 움직임 수행을 위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러한 호흡의 지지를 받아, 움직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생겨나 정신과 신체, 즉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연결하여 움직이는 ‘나’ 자신과 움직임과의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된다(김경 희 2021). 몸의 바른 정렬을 위한 몸의 이완(Relax)은 필수적이며, 이완(Relax)을 위한 호 흡(Breathe)의 정리 또한 필수적이다. 이는 태평무에 소매틱 움직임 원리 중 정렬(Align)과 연결(Connect)의 원리가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Expect”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예상하다, 기대하다, 바라다”인데, 자신이 원하 는 그 무엇을 항상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예상하고, 기대하고, 끊임없이 바란다면 원 하는 그 무엇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결국에는 이루어진다는 것이다(김경희 2017).
태평무의 창작배경은 일제강점기에 활약한 한성준이 나라를 잃은 설움과 비극을 달래려 는 염원을 담아 태평성대를 주제로 창작한 작품이다. 한성준은 그가 활약하던 시기인 일제 강점기의 억압된 민중의 정신과 말살된 조선의 전통을 되살리고자, 민족정신과 전통을 담 아 태평무를 창작하였다. <표 1>의 ‘양팔 드는 사위’는 왕비가 백성을 살피고 품어주는 것 을 표현한 춤사위이다. 이러한 춤사위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태평무는 국가의 평안과 태평 성대를 바라는 뜻을 춤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태평무에 소매틱 움직임 원리 중 기대 (Expect) 원리가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태평무에 내재된 율동(Dance)의 원리이다. ‘춤(Dance)’의 어원은 “육체적, 혹은 정신적 갈망”을 뜻한다. 춤에 대한 공통된 대부분의 생각과 개념은 “인간의 감정의 본능적 표출”이다(김경희 2021). 태평무는 ‘한성준’이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한다는 내용 을 담아 안무한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춤 중 하나이다. <표 1>의 ‘양팔 드는 사위’는 ‘해와 달’을 표현하는 움직임으로 이는 곧 ‘하늘과 땅’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백 성을 살피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염원을 담아 왕과 왕비가 직접 춤을 추는 태평무는 군주(君主)의 근엄함과 백성을 향한 애민(愛民)정신을 표현한 춤이다. 왕과 왕비의 복색을 하고 장중하면서도, 기교적인 발 놀음의 멋을 보여주는 춤(dance)을 추기 위해 무용수는 숙련된 호흡(Breathe)과 바른 신체의 정렬(Align)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심신(心身)의 안정(Relax)이 수반되어야 하며, 그렇게 되면 ‘태평성대’를 기대(Expect)하는 마음과 연결(Connect)된 태평무를 출 수 있게 된다. 이는 태평무에 소매틱 움직임 원리 중 율동(Dance)원리가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Ⅲ. 결론 및 요약
본 연구는 태평무의 움직임 분석과 원리의 이해를 위해 소매틱 관점에서 연구하였다. 본 연구자는 1998년 이명자 문하에 입문하여 현재까지 태평무의 미적 양식과 춤 철학을 수련하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자의 체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소매틱’관점에서 바라본 태평 무의 움직임 원리를 탐구하여 태평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하였다.
아래는 김경희가 제시한 소매틱 움직임 교육/치료를 위한 ‘BRACED’ 원리를 바탕으로 태평무 움직임을 분석한 내용이다.
첫 번째, 호흡(Breathe)의 원리이다. 터벌림 과장에서의 무용수의 움직임은 한삼을 이용 하는 팔의 움직임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할 때 호흡의 지지(Breath Support) 와 몸통의 지지(Core Support)가 사용되고 있다(강성범, 김현주 2007). 왕비의 웅장함과 중후함을 표현하기 위해 다소 무거운 의상인 활옷과 큰 머리를 착용하여, 무용수의 움직임 표현은 노련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숙련된 무용수의 호흡(Breathe)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태평무에 소매틱 움직임 원리 중 호흡(Breathe)의 원리가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두 번째, 이완(Relax) 원리이다. 터벌림 과장은 춤의 첫 호흡과 함께 집중력을 매우 요하 게 된다. 그러므로 무용수의 심신(心身)의 이완(Relax) 은 필수라 할 수 있다. 최상의 움직 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Relax’를 해야 하는 것이다(김경희 2017). 무용수는 자기 몸의 성찰을 통해 긴장을 풀고 내면의 호흡을 잘 유지하여야 한다.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 을 안정하고, 마음이 안정되면 몸이 안정된다(김경희 2021). 이는 태평무에 소매틱 움직임 원리 중 이완(Relax)의 원리가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세 번째, 정렬(Align)과 연결(Connect) 원리이다. 태평무는 다양하게 변주되는 장단과 과장의 변화 속에서 화려하고 역동적인 춤사위와 몸의 방향 전환이 매우 많은 춤이다. 몸 통을 중심으로 (골반)상체와 하체를 바르게 정렬해야 움직임의 방향 전환 시 흐트러지지 않으며 수행할 수 있으며, 몸의 바른 정렬을 해야만 무용수의 온몸에서 한삼으로의 호흡 연결이 가능하다. 정렬(Align)된 신체의 움직임을 위해서는 심신의 이완(Relax)을 유지하 고 호흡(Breathe)의 정리가 필수적이다. 호흡의 지지를 받아, 움직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생겨나 정신과 신체, 즉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연결하여 움직이는 ‘나’ 자신과 움직임 과의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된다(김경희 2021). 이는 태평무에 소매틱 움직임 원리 중 정렬 (Align)과 연결(Connect)의 원리가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네 번째, 기대(Expect) 원리이다. 태평무는 한성준이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잃은 설움과 비극을 달래려는 염원을 담아 태평성대를 주제로 창작하였다. “기대하다, 바라다”라는 사 전적인 뜻의 ‘Expect’는 원하는 그 무엇을 항상 주의를 기울여 예상하고, 기대하고, 끊임없 이 바라며 춤을 춘다는 것이다. 조선인의 정신과 전통이 담겨져 있는 태평무는 국가의 평 안과 태평성대를 기리는 뜻을 춤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태평무에 소매틱 움직임 원리 중 기대(Expect) 원리가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다섯 번째, 율동(Dance)의 원리이다. 태평무는 하늘과 땅 그리고 백성을 살피는 ‘국태민 안(國泰民安)’의 염원을 담아, 왕과 왕비가 직접 춤을 춘다는 것으로, 왕과 왕비의 복색을 하고 장중하면서도, 기교적인 발 놀음의 멋을 보여주는 춤(Dance)이다. 이를 위해 앞서 살 펴본 호흡(Breathe), 이완(Relax), 정렬(Align), 연결(Connect), 그리고 기대(Expect)의 원 리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는 태평무에 소매틱 움직임 원리 중 율동 (Dance)원리가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태평무는 다양한 장단의 변화로 인해 여러 단계의 과장으로 구성된 춤이다. 웅장하며 장엄한 멋을 지닌 태평무는 느리게 시작하여 점차 속도가 가속화된다. 그에 따라 움직임 또한 매우 다양하며 몸의 방향전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짐으로 호흡(Breathe)과 몸의 정렬 (Align)이 매우 중요하게 요구된다. 이를 위해 심신의 이완(Relax)으로 내면과 외면을 잘 연결(Connect)해야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Expect)하며, 왕비의 춤(Dance)을 춘다.
이와 같이, 태평무의 움직임 원리에는 소매틱 움직임의 6가지 원리인 호흡(Breathe), 이 완(Relax), 정렬(Align), 연결(Connect), 기대(Expect) 그리고 율동(Dance)이 모두 내재되 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매틱 관점에서 살펴 본 태평무의움직임 분석과 원리의 이해를 통해 외형적인 춤 양식만이 아닌 내면과의 소통으로 확장된 움직임으로 발현되도록 수련 해야 할 것이다. 테크닉과 기술연마에 집중된 기능만능주의 시대(김경희 2021)에 태평무와 같은 한국 전통춤의 움직임 원리를 더욱 깊이 탐구하고, 기본과 근본에 충실하여 춤을 이 해하며 전승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본 연구를 통해 한국의 또 다른 전통춤에 내재된 소매틱 움직임 원리를 연구하는데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