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Society for Dance Documentation & History

pISSN: 2383-5214 /eISSN: 2733-4279

HOME E-SUBMISSION SITEMAP CONTACT US

Journal Detail

Journal Detail

Export Citation Download PDF PMC Previewer
A Study on the Choreography of After Beginning and Before The End+ 무용작품 「시작한 후, 끝나기 전에」에 관한 연구+ ×
  • EndNote
  • RefWorks
  • Scholar's Aid
  • BibTeX

Export Citation Cancel

Asian Dance Journal Vol.65 No. pp.101-121
DOI : https://doi.org/10.26861/sddh.2022.65.101

A Study on the Choreography of After Beginning and Before The End+

Lai, Xin*
*Ph.D. Completion, Dance Dept. Hanyang University
*

laixin0626@gmail.com




+ 이 논문은 연구자의 석사학위 논문 ‘한자의 필형(筆形)을 기초로 한 무용 창작작품 ˹시작한 후, 끝나기 전에˼ 에 관한 연구(이화여자대학교, 2020)’ 에서 제Ⅰ장~제Ⅴ장의 내용을 축약 하고 재구성한 것임.


Apr. 30, 2022 Jun. 06, 2022 Jun. 18, 2022

Abstract


This paper analyzes the author’s piece entitled “After Beginning and Before the End”, which explores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creation process of Chinese characters and dance, drawing upon the Tao-te-ching of Laozi. As per Laozi’s concept of ‘Tao’, all creation changes from a simple to a complex state, with a wide variety of possibilities in the process. We intended to make the rediscovery of all creation suggested in the Tao-te-ching of Laozi into a piece of a choreography by applying the minimum unit of Chinese characters and their shapes as the principle for generating dance movement. This research proposes the method of dance composition from the perspective of the redevelopment of all creation presented in Laozi’s Tao-te-ching.



무용작품 「시작한 후, 끝나기 전에」에 관한 연구+

라이신*
*한양대학교 무용학과 박사과정

초록


본 연구에서는 한자와 무용의 생성과정의 관계성을 다룬 본인의 작품 「시작한 후, 끝나기 전에」 을 노자의 도덕경에 근거하여 분석하고자 했다. 노자의 ‘도’ 사상에 따르면 만물은 간단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변화하고, 그 변화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다. 창작과정에서 한자의 최소단위인 필획과 이것의 형상인 필형을 무용움직임 생성의 원리 로 적용하여 노자 만물의 재발견을 무용예술로 구현하고자 했다. 본 연구를 통해 노자의 도덕경에서 제시한 만물의 재발전성의 관점에서 하나의 무용 구성 방법을 제안한 것에 의의를 두고자 한다.



    Ⅰ. 서 론

    무용은 인류가 창조한 문화 중 다양한 역할과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 역할 및 문화가치를 지닌 예술로서 인류와 밀접한 문화 행위로 자리 잡아 왔다. 특히 국제화 시대 에 자국 문화의 전통성과 특수성을 보존하면서 문화와 문화 간의 이질감이 생기지 않도록 융합할 수 있는 작업은 무용예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사료 된다.

    중국은 사대 문명의 발생지 중 하나로 일찍이 고유의 문자를 만들었다. 표기할 수 있는 한자의 수는 방대하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한자의 기본 필형은 ‘橫’(횡: 가로획), ‘竪’ (수: 세로획), ‘撇’(별: 왼쪽으로 삐침), ‘捺’(날: 우로 삐침), ‘點’(점: 점), ‘提’(제: 위로 끌어 올림) 여섯 가지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자는 먼저 기본 필형에 의해 기본한자를 만들고, 다음으로 기본한자에 의해 더 복잡한 한자가 만들어진다. 한자의 총수에 대하여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학자들의 견해와 기본한자를 바탕으로 다른 글자가 끊임없이 창조될 수 있 다는 가능성에 근거해 볼 때 여전히 정확한 한자의 총 개수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처럼 한자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글자를 탄생시키듯 무용에서도 기본동작을 바탕으로 다양한 동작들이 새롭게 창조되는데, 이와 같은 구성원리에 비추어 한자와 무용움직임은 모두 생성의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노자 사상을 바탕으로 한자와 무용움직임의 연관성을 찾아 그 과정에서 나타난 조형미를 중심으로 발 전시켜 무용창작작품으로 만들고, 구성한 동작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사물의 재발전성’ 을 밝히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노자가 언급한 만물의 재발전성을 중심개념으로 삼았다. 이는 “도(道)의 본체는 하나의 혼연일체(渾然一體)로서 도가 토출(吐出)한 기(氣)는 천지 안에 포함되고, 거기에서 만물의 생성이 행해진다는 그리고 도가 이르지 못하는 곳이 없으 니(無所不在), 곧 기도 또한 이르지 않는 곳이 없게 된다. 이렇게 움직이는 기가 결집되어 물(物)을 이루고, 물이 형(形)을 이룬 이후에 끝없이 변화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유 예상 1993, 11-12). 즉 노자가 말한 ‘만물의 재발전성’이란 ‘만물은 간단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변하고 그 변화를 통해 수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게 됨’을 의미한다.

    연구자는 우선 노자 사상 중 자연적인 우주만물(宇宙萬物)을 상징하고 있는 ‘만물’이라 는 개념으로부터 출발하여 이를 무용창작과정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창조의 가능성을 사물 로 확장하여 ‘사물의 재발견’이라는 개념을 실천적으로 밝히고자 했다. ‘점에서 선이 생겨 나고, 선에서 필획이 생겨나고, 필획으로부터 한자가 만들어졌다’는 필형에 기초한 한자의 생성원리와 안무의 방식에서 기본동작을 바탕으로 다양한 동작들이 새롭게 탄생될 수 있 는 무용움직임의 구성원리는 유사성을 지닌다. 연구자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원리가 내재 하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인식하고자 한자의 생성원리를 무용움직임으로 확장시켜 무용 창작작품 시작한 후, 끝나기 전에를 창작하였다.

    Ⅱ. 작품의 이론적 배경

    1. 노자의 ‘도(道)’ 사상에 내재된 만물의 재발전성

    노자는 중국 고대의 위대한 철학가, 사상가, 그리고 도가 학파의 창시자이다. 그가 저술 한 도덕경은 초기 도가철학을 대표하는 책으로 5,000여 자 총 81장으로 구성되어 도가 의 우주관, 인간관, 정치관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경전으로서 고대부터 현재까지 많은 사람 들에게 읽혀지고 있다. 이 도덕경은 중국의 철학, 과학, 정치, 예술, 종교 등 여러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동양철학을 넘어 서양의 철학, 경제, 예술 등의 발전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노자 사상 중 ‘도(道)’의 개념은 어떠한 원인도 갖지 않은 궁극적인 원인 자체가 되며, 모든 상대적인 것을 포함하는 절대적 개념이다(유예상 1993, 11). 동시에 도는 노자 사상 의 핵심이며, 우주 만물의 동적 생성 변화의 섭리이다. 도는 만물을 생성하게 되는데, 물 (物)의 생성(生成)에 있어 도의 작용은 “도가 하나를 만들어내고, 하나에서 둘이 생겨나고 둘에서 셋이 생겨나고 셋이 만물을 만들어낸다(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라 는 도덕경 제42장의 문구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一)’는 ‘도’의 본체이며, 천지보다 먼저 존재하고, 우주 만물을 생육하는 객관적인 ‘물(物)’을 의미한다(웅아형 2017, 12). 단 ‘도가 물이라는 것’은 현실의 구체적인 만물과는 달리, ‘도’가 우주 만물을 생육하는 본원으 로서 ‘물(物)’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혼연일체(渾然一體)로 의미하고 있다. 여기서 혼 연일체의 존재란 ‘전체’의 존재이며 차별되고 분단되기 이전의 ‘스스로 그저 있는’ 존재를 도라고 하였다. 즉 무규정의 상태, 무차별화된 상태, 초언어적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도 가 만물을 살게 한다는 내용이 담긴 도덕경의 제25장의 도입부는 다음과 같다.

    혼돈하여 있는 그 어떤 것은 천지보다 먼저 생겼다. (有物混成)

    천지보다 앞서 살고 있네. (先天地生.)

    소리도 없고 형체도 없구나! (寂兮! 寥兮!)

    홀로 서서 변하지 않고, (獨立而不改)

    두루 나타나 잠시도 쉬지 않아 (周行而不殆)

    천하의 어머니가 될 수 있다. (可以爲天下母.)

    나는 그 이름을 알지 못해 (吾不知其名)

    글자를 붙여 이르기를 도(道)라 하고, (字之曰道,)

    억지로 그것을 이름하여 대(大)라 하고자 한다. (强爲之名曰大.)

    - 도덕경(道德经)의 제25장

    출처: 최진석.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Listen to the Tao Te Ching with the voice of Lao Tzu). 2001. 12. 31. 서울: 소나무.

    위와 같이 노자는 도를 천지 만물을 생성시킬 수 있는 근거로 지칭하고, 천지 만물이 도의 운동으로 생성되었다고 보았다(우버들 2017, 30). 세상의 만물은 하나의 도로부터 시 작되어 생성 운동을 지속해 나가는데, 이후 둘과 셋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 다. 펑유란(馮友蘭, 1895-1990년)과 같이 둘을 천(天)과 지(地)를 나타내고 있다는 학설이 있는가 하면, 하상공(河上公, 기원전 202년-기원후 8년), 여길보(吕吉甫, 1032-1111) 등 과 같이 음(陰), 양(陽)으로 해석하는 학설이 있기도 하다. 또 고강옥(高康玉, 1947- )에 의하면 둘은 유(有)와 무(無)를 가리키는 것이 된다. 셋에 대한 의견 역시 많은 다양성을 보이는데, 나광(羅光, 1911-2004)은 셋을 천(天), 지(地), 인(人) 또는 기(氣), 형(形), 질 (質)로 파악했으며 고강옥은 무형(無形)의 무, 무형의 유, 유형(有形)의 유로 파악하고 있 다. 이처럼 다양한 학설들은 나름대로의 타당성과 한계를 지니고 있다(유예상 1993, 11).

    또한 도덕경 제42장에 대해서도 해석하는 학자들마다 주장하는 학설에는 차이가 있지 만 실제 전달하고자 하는 중심 사상은 동일한데, 도가 만물을 생성화육하고 그 속에서 생 명력, 창조력으로 작용하며, 이어서 ‘道生一,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로 변하게 되었 다는 것이다. 이를 도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도판 1>과 같이 하나란 기(氣), 즉 아직 분화되지 않은 기를 말하는 것으로, 이것이 바로 ‘물(物)’을 성립하게 하는 시초로서의 가능태(可能態, Dynamis)라고 할 수 있다. 이때 도의 본체는 하나의 혼연일체로서 도가 토출(吐出)한 기는 천지 안에 포함되고, 거기에서 만물의 생성이 행해지게 된다. 그리고 도가 이르지 못하는 곳이 없으니(無所不在), 즉 기가 이르지 않는 곳이 없게 된다. 이렇게 움직이는 기가 결집되어 물을 이루고, 물이 형(形)을 이룬 이후에 끝없이 변화하게 된다는 것은 ‘도의 순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노자의 사유형 식은 도라는 생성 근원과 최초의 변화로부터 만물이 분화되어 나오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사유하는 것이다.

    도판 1

    본체생성론(The theory of existence)

    SDDH-65-101_F1.gif

    2. 한자의 필형(筆形)과 무용움직임 생성의 관계

    인류는 원시 공동사회 후기에 문자를 창조했고, 오랜 세월을 거쳐 언어를 보완해 나가면 서 완전한 문자 체계를 만들어내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문자는 문명의 지표뿐만 아니라 각 민족문화를 만들어낸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본다. 한자가 탄생한 구체적인 연대 와 과정이 아직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아 분명하지 않지만 출토된 문물들과 지금까지 전하 는 문헌들의 기록에 의해 추측한다면, 원시 한자의 출현은 대략 지금으로부터 4500년 전으 로, 한자가 현존하는 문자 체계로 완성된 것은 약 3700년 전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우리가 지금 기록이나 유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한자는 은상 시기의 갑골문으로 서 그 시기는 대략 3300년 전이 된다(裘錫圭 1988, 27).

    그리고 한자의 글자 수는 예전부터 정해질 수가 없어서 현존하는 글자 빈도와 자료에 근거하여 현대 한자의 총 수량에 대해서 추정한다면, 대략 10000개의 자종에 이르며 이것 이 바로 현대 한자의 총 수량이 될 것이다(蘇培成 2007, 81). 이렇게 방대한 개수가 가지고 있는 한자의 근원 연구는 ‘조자법(造字法)’ 연구라고 불리고, 현상 연구로서 외부구조에 관 한 연구는 ‘구형법(構形法)’, 내부구조에 관한 연구는 ‘구자법(構字法)’ 연구라고 한다(蘇培 成 2007, 109).

    ‘필획’이란 것은 한자를 구성하는 선으로 한자 구성의 최소단위가 된다. 글자를 쓸 때는 반드시 필기도구와 재료를 필요로 하는데, 글씨를 쓰는 도구와 재료가 서로 만났다가 떨어 질 때까지, 다시 말해 필기도구가 필기 재료 위에서 이동하여 남긴 흔적은 바로 필획이라 하며, 이것이 필획에 대한 광의의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자를 기록하는 필기 도구와 재료는 붓과 종이로, 붓이 종이 위에 남긴 흔적을 필획이라 하는데, 붓이 처음 종이 에 닿는 곳인 필획의 기점에서부터 붓을 들어 올리는 부분인 필획의 종점까지가 필획에 대한 협의의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좁은 의미에서 필획은 글꼴 중 예서와 해서의 선을 구성 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고문자에서 선은 선의 시작과 끝이 애매하고 선의 개수도 모호한 반면에 예서와 해서에서의 선은 시작과 끝이 분명하여 그 획수가 명료하기 때문에 이것이 바로 현대적 의미에서의 필획이라고 한다(蘇培成 2007, 110).

    필획의 형상은 필형이라고 하는데, 한자의 필형에 몇 가지 종류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관점을 달리하고 그 분류 역시 차이가 있으며, 그 관점의 차이는 주로 착안점이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어문 교육이나 어학 사전에서 출발하면 분류의 종류는 비교적 적게 되지만, 서예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 종류가 비교적 많게 된다. 본 연구 에서는 어문 교육의 가장 기초적인 글자교육의 관점에서 기본필형인 여섯 가지를 살펴보 았는데 다음과 같다.

    <표 1>과 같이 한자는 6가지의 기본필형에 의해 더 많은 필형으로 파생될 수 있으며 이에 기초하여 한자가 생성된다. 이것을 ‘필획의 조합’이라고 부르는데 필획의 조합에는 서로 떨어진 경우(相离), 서로 교차하는 경우(相交), 서로 연결된 경우(相接)라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표 1

    현대 한자의 6가지 기본필형(Six shapes of modern Chinese characters)

    SDDH-65-101_T1.gif

    분리(相离) 관계-(서로 떨어진 경우): 두 개 혹은 두 개 이상의 필획이 함께 한 정방형 글자에 있고, 서로 이어져 있지 않다.

    • 예: 二·三·六·八·小·川·刁

    교차(相交) 관계-(서로 교차되는 경우): 두 개 혹은 두 개 이상의 필획이 함께 한 정방형 글자 내에 있고, 서로 교차한다.

    • 예: 十·丈·力·七·九·車

    이어짐(相接) 관계-(서로 연결된 경우): 두 개 혹은 두 개 이상의 필획이 함께 한 정방형 글자 내에 있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두 종류로 분류된다.

    • 예: ① 匕·上·工·乍·丁·刀·乃

    (서로 연결된 접점 중 하나는 머리 부분에 있고, 하나는 머리 부분에 있지 않음)

    • 예: ② 厂·了·口·弓·已·凹·凸

    (서로 연결된 접점 모두가 머리 부분에 있음)

    이러한 필획의 조합을 통하여 한자는 단일필획에서 복합필획으로 변화하며, 단순한 글 자에서 복잡한 글자로 파생되었다. 일반적으로 복합필획 한자의 필획 조합 관계는 늘 한 가지가 아니고, 두 가지 혹은 세 가지 조합 관계가 종합되어 있다. 예를 들면, ‘笔’(펜)은 이어짐 관계와 교차 관계의 결합이고, ‘画’(그림)은 분리, 교차와 이어짐 세 가지 관계의 결합이다. 이렇게 기본필획으로부터 시작하여 지속적으로 합쳐, 세 가지 관계의 결합을 거 치면서 결국에는 수많은 한자가 만들어졌다.

    이상과 같이 한자를 포함하는 모든 사물들은 일련의 형식 혹은 발전의 진행단계를 통하 여 발전해 온다. 한자에 있어서 ‘필획의 조합’이라는 형식이 존재하듯이 무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기초 형식과 진행, 발전의 순환과정이 존재해 왔다. 이러한 형식과 그에 따른 연속적 진행 과정은 인간의 생활 속 여러 방면에서 적용되어 왔다(최청자 1988, 30). 언어 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때 이미 인류는 표현하지 못하던 것들을 몸으로 전달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나의 발걸음, 하나의 몸짓, 하나의 움직임, 그리고 하나의 자세로 구축된 ‘무용움직임’이란 ‘내적 경험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왔다. 때때로 언어보다는 몸짓이 더욱 효과적인 경우가 있듯이, 신체 움직임은 풍부한 의미를 담고 전달하는 또 하 나의 언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치 살아있는 인간을 마음과 몸으로 따로 나눌 수가 없듯이 감정과 몸짓 역시 따로 나눌 수 없는데, 인간은 본능적으로 작은 떨림에서 움직임을 시작 했고 자연과 환경에 순응하여 의지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몸짓으로부터 생활로서의 춤을 만들어냈다(박현수 2015, 14).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움직임은 인간의 본능이며, 원초적 인 신체의 기능이라고 볼 수 있고, 인간의 육체에 토대를 둔 신체의 움직임을 무용의 기초 로 간주할 수 있다.

    1940년 이후, 움직임(Movement)에 대한 개념을 이론화시켜 소개한 교육자이자 철학자 이며 안무가인 루돌프 본 라반(Rudolf von Laban, 1879-1958)은 “인간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 움직임을 사용하고, 동시에 그 움직임은 자신의 마음에 영향을 줄 수 있 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움직임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인간의 조화 를 찾는 실존주의 철학적 인물이다. 라반에 의하면 원시인들은 그들이 생존할 때부터 자연 적으로 그리고 천부적으로 움직임을 중요시하고 생존을 위해 뛰고, 달리고, 던지고, 타고 하였으나 문명과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움직 임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이후 무용하는 사람들은 움직임을 하나의 언어 (Language)로 보는 시각을 갖게 되면서 문장이나 시, 혹은 노래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움 직임 또한 구(句, Phrase) 성구(成句, Sentence)의 연합으로 일어난다고 보았다(Rudolf von Laban 1947, 38).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은 이를 개념으로 정리하여 추상화하고, 나아가 이를 기초로 하여 원래 있는 조각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것으로 만들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있 는 모든 것에는 확실한 기초와 그에 따른 질서가 있다. 나아가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창조 역시 이러한 기본적인 질서로부터 출발하여 새로운 질서를 발견하고 정렬하는 것을 의미 한다. 인간은 형식 속에 잠재된 힘과 질서를 인식하고 예술창조에 있어서 기본적인 필수요 소로서 그것을 이용할 줄 안다(최청자 1988, 30).

    한자의 필형 역시 필획의 형상으로 존재하며, 이러한 형상의 조합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무용움직임의 구성에서도 이와 같은 구성원리를 찾을 수 있다. 한자의 시각에서 이것을 ‘필획의 조합’이라고 부르는데 안무의 시각에서 이것을 ‘동작구(動作句, phrase)’라 고 부른다. ‘동작구’란 무용에서 시간성을 가진 가장 작고 단순한 형식의 움직임 단위이다. 비록 짧지만 완전한 하나의 단위로서 그 안에 시작 부분, 중간 부분, 그리고 종결부가 있다 (Lynne Anne Blom 1994, 45). 마치 기본한자가 형성된 과정과 마찬가지로 비록 작지만, 필형을 하나의 완전한 단위로 삼아 한 정방형 공간 안에 시작 부분, 중간 부분, 그리고 종결부가 모두 있는 것과 같다. 또한, 동작구는 단순히 동작들을 한데 모아 묶어 놓은 것이 아니라 문장에서의 단어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닌 이치와 같다. 언어에서의 구와 무용에서의 동작구 둘 다 반드시 의미를 지녀야 한다. 특히 동작들은 의미에 있어서 어떠 한 공동 요소를 공유해야 한다는 특성도 존재한다(Lynne Anne Blom 1994, 45).

    위처럼 기본한자의 필형들도 단순한 나열이 아닌 이치와 같다. 한자들은 의미에 있어서 어떤 공동의 필형을 공유하는데 무용에서의 동작들은 의미에 있어 어떤 공통의 요소를 공 유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무용에서 무용 동작들은 모여져 우선 하나의 동작구가 되고, 이후에는 더욱 긴 연속동작이 되며, 결국 장을 형성하게 된다(Lynne Anne Blom 1994, 45-46). 마치 한자에서처럼 두 개 혹은 두 개 이상의 필형이 함께 한 정방형 공간 속에 있고, 서로 연결되거나 교차하면서 하나의 기본한자가 되고, 그 후 더욱 복잡한 한자 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과 유사성을 지닌다. 이러한 유사성을 표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표 2>와 같이 ‘단일필형에 의해 생겨난 복합필형, 복합필형에 의해 생겨난 기본한자, 기본한자에 의해 생겨난 복합한자’라는 한자의 생성원리와 ‘동작으로부터 생성된 동작구, 동작구에 의해 구성된 긴 연속동작, 긴 연속동작을 발전시켜 형성된 장’이라는 무용움직임 구성의 생성원리는 그 요소는 다르지만, 발전과정에 있어 유사성을 갖는다. 이러한 유사성 을 이용하여 무용창작작업에 적용하면, 창작된 하나의 무용움직임이 한자의 생성원리에서 와 마찬가지로 꾸준히 생성되면서, 최종 하나의 무용작품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표 2

    한자와 무용움직임 구성의 생성원리

    (The formation principle of Chinese characters and Dance Movement)

    SDDH-65-101_T2.gif

    Ⅲ. 작품의 안무 구조

    노자의 ‘본체생성론’에 따르면 세계의 만물들은 모두 간단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변하 고 그 변화를 통해 수많은 가능성을 유발시키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한자와 무용움 직임은 구성원리에 있어 공통점을 갖는다.

    표 3

    작품 개요(Outline of After Beginning And Before The End)

    SDDH-65-101_T3.gif

    무용작품 시작한 후, 끝나기 전에에서는 점에서 선이 생겨나고, 선에서 필획이 생겨나 고, 필획으로부터 한자가 만들어졌다는 생성원리를 적용한 기본동작을 바탕으로 다양한 동작들을 생성할 수 있으며, 나아가 무용움직임의 구성원리가 내재하고 있는 무한한 가능 성을 발견하고자 했다.

    작품은 총 3장면으로 구성되었다. 장면1, ‘시작’에서는 사물의 기초적인 발전과정에 대 해 다루었다. 노자의 도덕경 중 본체생성론에서 다룬 도는 하나를 생성하고, 하나는 둘 을 생성하고, 둘은 셋을 생성하며, 셋은 만물을 생성한다는 견해를 한자의 필형에 기초하 여 연출하였다. 즉 점에서 선이 생겨나고, 선에서 필획이 생겨나고, 필획으로부터 한자가 만들어졌다는 생성원리의 인식단계를 무용움직임으로 전달하려는 것이다.

    장면2, ‘발전’에서는 한자의 6가지 기본필형 丶(점)· 一(가로획)·丨(세로획)·丿(좌로 삐침)· ㇏(우로 삐침)·㇀(위로 끌어올림)이라는 필형의 형상을 움직임을 통해 표현하였다.

    장면3, ‘재발전’에서는 장면1, 2의 움직임을 확장시켜 ‘단일필형에 의해 생겨난 복합필형, 복합필형에 의해 생겨난 기본한자, 기본한자에 의해 생겨난 복합한자’라는 한자의 생성과 정과 같이 무용의 움직임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생성될 수 있음 을 표현하였으며, 이를 통해 한자와 무용의 발전과정 속에 내재되어 있는 ‘사물의 재발전 성’의 의미를 담아내었다.

    또한, 작품 총 소요 시간은 5분이며, 각 장면별 소요 시간은 장면1(0′00″~ 2′28″), 장면2(2′29″~ 3′59″), 장면3(4′00″~ 5′00″)으로 구성되었다. 작품의 주제와 내 용을 더욱 상징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게 두 가지의 오브제가 필형을 상징하도록 연출했다. 첫 번째로 필형을 상징하는 검은색 표시판은 작품의 시작부터 존재하였지만, 작품의 장면2 에서부터 조명과 함께 등장하게 된다. 이는 장면1에서 점으로부터 한자의 생성원리에 대한 인식이 시작된 이후 무용수의 움직임과 장면별 공간사용의 근거가 되는 필형을 가시화하 는 장치로 사용한 것으로, 이를 통하여 장면2와 장면3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사용하였다. 두 번째 오브제 나뭇가지는 작품의 장면1에서부터 등장하는데, 이는 필획의 상징으로서 무용수가 움직임을 하는 데에 소도구로 활용되며, 무대 전면에 배치된 필형을 상징한 고정된 오브제와 연결성을 갖으며 이동하면서 움직임과의 조화를 이끌면서 한자의 생성원리를 부각시키고자 사용하였다. 이 두 가지 오브제는 한자의 생성원리를 표현하면 서 사물의 재발전성을 제시하려는 안무자의 연출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했다.

    Ⅳ. 무용작품 ˹시작한 후, 끝나기 전에˼의 분석

    1. 장면1, 시작(0′ 00″ ~ 2′ 28″ )

    장면1에 있어서 무용수는 시작의 공간을 상징한 하수 중앙의 영역에서 앉고 있으며, 이 동 경로 없이 움직임만으로 점으로부터 생성되는 선의 형태가 뚜렷하게 드러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명한 형태가 나타났다.

    음악이 먼저 시작되면서 <도판 2>와 같이 무용수는 무대 하수 중앙 어두운 영역에서 앉아 있는 낮은 자세로 등장하고, 조명이 점차 밝아짐에 따라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손가락 부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는 점으로부터 생성이 시작되는 모습을 연출하는 장면 이다.

    도판 2

    장면1 움직임(Movements of Scene 1).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2.gif

    다음으로 <도판 3>의 왼쪽 사진처럼, 무용수는 오른손이 왼손과 분리되면서 천천히 내 려지는 움직임을 통해 선에서 또 다른 선으로 이행해 나아갈 때 생겨나는 ‘필획’을 나타낸 다. 이는 노자의 본체생성론에서 말하는 ‘하나는 둘을 생성했다’는 생성 관계의 의미를 담 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판 3>의 오른쪽 사진에서 보이듯이, 무용수는 왼손이 점차 내려져 시선은 사선 위로, 손끝은 반대편 사선 아래를 향한 움직임을 취하는 것으로 동작 들이 모여져 점차 동작구로 구성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도판 3

    장면1 움직임(Movements of Scene 1).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3.gif

    이어 <도판 4>와 같이 무용수는 한자의 ‘필형’을 상징하는 나뭇가지를 잡고 오브제로 사용하면서 상하좌우의 동작으로 필획의 형상을 순서대로 그려내고 있다. 이때부터 무용 수가 움직이는 범위는 점점 확장해 나가, 동작구에 의해 발전된 긴 연속동작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도판 4

    장면1 움직임(Movements of Scene 1).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4.gif

    그 후 무용수는 <도판 5>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나뭇가지들을 양손으로 모아들면서 서 서히 일어났다가 갑자기 주저앉으며 나뭇가지들을 바닥에 내려놓는 동작으로 필형에 기초 하여 조합을 통해 한자를 만들어가는 생성과정을 형상화하였다.

    도판 5

    장면1 움직임(Movements of Scene 1).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5.gif

    이어서 무용수는 나뭇가지들을 다시 양손으로 모아들면서 이전보다 더 높이 일어났다가 오브제를 다시 바닥에 내려놓는 행위를 반복하였다. 이는 필형에 기초하여 기본한자를 만 들고, 다시 기본한자에 의해 다른 복잡한 한자를 만들 수 있다는 한자의 생성과정에 대해 깨닫게 된다는 의식적 표현이다.

    2. 장면2, 발전(2′ 29″ ~ 3′ 59″ )

    장면2에서 만물 생성의 시작을 상징하던 하수 중앙의 ‘점’의 영역에서 나뭇가지를 들고 있던 무용수는 상수 중앙으로 이동한다. 이에 따라 한자의 생성원리에 기반하여 ‘점’으로부 터 파생된 다양한 ‘선’이라는 형태를 통해 공간을 확장시키고자 했다.

    <도판 6>과 같이 무용수는 ‘횡’의 필형을 상징하는 형태인 양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양팔 을 벌린 상태를 유지하면서 하수에서 상수로 걷다가 시선을 바꾸어 다시 되돌아 걷는다. 여기서 횡을 상징하는 공간에서 무용수의 이동 경로와 움직임이 갖는 조형미를 일치시켜 선으로부터 나타난 필획의 생성을 표현했다. 이때 무대 하수 앞에 한자의 기본필형 중 ‘횡’ 을 상징하는 오브제를 위치시켜 높은 조도의 조명을 통해 무용수의 움직임과 이동 경로를 다시 강조했다.

    도판 6

    장면2(Scene 2).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6.gif

    <도판 7>처럼 횡을 상징하는 공간에서 수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전환될 때, 모든 필형은 점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표현하고자 무용수는 바닥에 흩어져 있는 나뭇가지들을 오른발 로 세게 밟았다가 오른쪽 다리의 무릎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동작을 취한다. 이를 통해 ‘점’ 은 모든 선과 필형을 그려내는 행위의 시작임을 부각한다. 그리고 이 동작은 장면2에서 공간 변화가 시키는 상징적 동작으로서 무용수가 이동 경로를 전환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동작구에 존재하는 공통 요소임을 밝혀지는 효과를 의도했다.

    도판 7

    장면2 움직임(Movements of Scene 2).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7.gif

    다음으로 <도판 8>과 같이 무대 전면 앞에 설치된 필형 ‘수’(丨, 세로획)의 상징에 조명 을 비추면서 ‘횡’(一, 가로획)의 공간에서 ‘수’라는 공간으로 변하게 된다. 이때, ‘수’의 필형 이 갖는 수직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하수 앞에서 하수 뒤까지 이르는 직사각형의 조명에 세로로 길게 뻗은 파란색 고보 조명을 함께 이용한다. 무용수는 ‘수’의 필형이 갖는 수직성 을 부각시킬 수 있는 동작들을 높낮이를 달리하여 전개하게 되는데, ‘수’가 갖는 운동감과 깊이감을 전달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표현했다.

    도판 8

    장면2(Scene 2).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8.gif

    이어서 <도판 9>의 왼쪽 사진에서 보이듯이, 무대 전면 설치된 표시판 중 한자의 ‘별’ (丿, 좌로 삐침)이라는 필형을 상징하는 오브제에 조명이 비춰지면, 필형인 ‘별’을 무대 공 간에서 표출하고자 공간의 범위를 확대시켜 상수 뒤에서 하수 앞까지 이르는 사선의 길 조명을 이용하여 ‘별’이라는 공간으로 발전시켜 구성하였다. 이와 같이 ‘별’의 필형과 상대 적으로 생겨난 ‘날’(㇏, 우로 삐침)이라는 필형의 상징을 비추며 무대 공간에서 ‘날’을 표출 하기 위하여 <도판 9>의 오른쪽 사진처럼 상수 앞에서 하수 뒤까지 연결된 사선의 길 조명 을 이용하여 ‘날’의 공간을 드러낸다.

    도판 9

    장면2(Scene 2).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9.gif

    장면2의 끝에, <도판 10>과 같이 무대 상수 앞을 비추는 원형 조명을 사용하여 한자의 6가지 기본필형 중 ‘제’(㇀, 위로 끌어올림)의 필형에 대하여 나타내면서 작품 도입부의 ‘점’공간과 상응하는 공간에 배치하여 순환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의미했다.

    도판 10

    장면2(Scene 2).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10.gif

    3. 장면3, 재발전(4′ 00″ ~ 5′ 00″ )

    장면3에서는 필형을 상징하던 상수 앞의 ‘제’의 영역에서 나뭇가지를 들고 있던 무용수 는 무대 중앙으로 이동한다. 이에 따라 장면은 발전의 공간에서 재발전의 공간으로 전환 되는데, 장면2에서 표현하던 단일필획에 의해 생겨난 복합필획을 나타내는 장면으로 조명 을 사용하여 앞에 설치되어 있는 ‘횡·수·별·날·제’ 5가지 필형의 상징을 동시에 비추도록 하면서 ‘필획의 조합’에 대해 표현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무대 중앙의 원형 조명을 사용하 여 한자와 무용움직임의 생성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필획으로부터 한자가 만들어졌다 는 생성원리와 동작구에서 긴 연속동작으로 발전시키는 구성원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도판 11>과 같이 양손으로 오브제를 들고 있는 무용수는 장면2에서의 一(가로획) ·丨 (세로획) ·丿(좌로 삐침) ·㇏(우로 삐침)이라는 단일필획을 형상화하는 움직임을 다시 한번 반복하여, 기본필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도판 11

    장면3 움직임(Movements of Scene 3).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11.gif

    그리고 <도판 12>에서 보이듯이 무용수는 양손에 들고 있는 오브제를 겹치게 하여 각각 양쪽 사선의 위에서 아래로 웨이브를 하는 움직임으로 ‘별’과 ‘날’의 형상을 표현하는 동시 에 기본한자의 ‘八’을 그려낸다. 이는 ‘필획의 조합’ 중에 존재하는 ‘분리(相离) 관계(서로 떨어진 경우)’, 즉 두 개 혹은 두 개 이상의 필획이 함께 한 정방형 글자에 있고, 서로 이어 져 있지 않다는 것을 표현한 장면이다. 동시 이것도 동작들이 모여져 동작구로 구성되는 대표적 움직임 표현이기도 하다.

    도판 12

    장면3 움직임(Movements of Scene 3).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12.gif

    이어 ‘필획의 조합’ 중에 존재하는 ‘이어짐(相接) 관계(서로 연결된 경우)’, 즉 두 개 혹은 두 개 이상의 필획이 함께 한 정방형 글자 내에 있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도하면 서 <도판 13>에서처럼 무용수는 우선 횡·수를 그리듯이 오른팔을 옆으로 펼쳤다가 왼쪽으 로 반 바퀴 돌아 두 손을 모아 위로 뻗는 동작을 취하고 다음으로 왼손으로 바닥에 짚었다 가 다시 오른손으로 끌어 올리는 움직임으로 수의 파생필획인 수구(亅,세로획에서 갈고 리)를 그려낸다. 이는 이어짐(相接) 관계에서의 예시인 ‘了’의 재현이다.

    도판 13

    장면3 움직임(Movements of Scene 3).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13.gif

    다음으로 ‘필획의 조합’ 중 존재하는 ‘교차(相交) 관계(서로 교차되는 경우)’인 두 개 혹 은 두 개 이상의 필획이 함께 한 정방형 글자 내에 있고, 서로 교차한다는 것을 움직임으로 표현하고자 무용수는 우선 기본한자의 ‘刀’를 예시로 제시하여 <도판 14>의 첫 번째 사진 과 같이 빠른 속도로 양팔을 벌이는 동작으로 횡을 표현하고, 이어 <도판 14>의 두, 세 번째 사진처럼 양팔을 신속히 위로 뻗었다가 직선적으로 내리고 다시 오른팔을 위로 뻗는 동작으로 수구를 그려내며, 그리고 <도판 14>의 네 번째 사진에서 보이듯이 왼팔을 사선 위로 올리면서 오른쪽 다리를 사선 아래로 뻗는 동작으로 취하면서 ‘刀’를 형상화한다. 이 와 더불어 동작구에 의해 긴 연속동작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의미도 함께 전달하게 된다.

    도판 14

    장면3 움직임(Movements of Scene 3).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14.gif

    그 후, 무용수는 양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양팔을 벌린 상태를 유지하면서 무대 중앙에서 하수 중앙에 오브제가 있는 곳으로 걷다가 나뭇가지의 끝을 바닥에 붙인 채 상체를 좌우로 움직이면서 한자를 그리는 모습을 나타낸다. 또한 무용수는 갑자기 일어나서 나뭇가지의 끝을 잡고 있는 오른손으로 공중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다시 기본필형인 횡·수·별·날·제를 그리는 모습을 나타낸다.

    이때 <도판 15>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무대 앞에 설치된 一(가로획) ·丨(세로획) ·丿(좌 로 삐침) ·㇏(우로 삐침)·㇀(위로 끌어올림)이라는 필형을 상징하는 오브제들은 순서대로 조명을 통해 하나씩 보여주면서 만물은 간단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변하고 그 변화를 통해 수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게 된다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도판 15

    장면3(Scene 3).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15.gif

    작품의 마지막에서 무용수는 <도판 16>과 같이 똑바로 서 있는 상태에서 천천히 나뭇가 지를 수직으로 들어 올리며 시선은 바닥에 흩여져 있는 오브제를 바라보는 동작을 취하면 서 작품을 마무리한다. 이를 통해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시 시작될 것에 대한 암시를 담아낸다.

    도판 16

    장면3 움직임(Movements of Scene 3).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16.gif

    Ⅴ. 요약 및 결론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한자는 개수가 방대하지만, 그의 구성원리에 대해 살펴보면, 한자 는 먼저 기본 필형에 의해 기본한자를 만들고, 다음으로 기본한자에 의해 더 복잡한 한자 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한자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글자를 탄생시키듯 안무의 방식에서도 기본동작을 바탕으로 다양한 동작들이 새롭게 개발될 수 있으며, 한자와 무용은 모두 지속 적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유발시킬 수 있는 표현 수단으로서 서로 다르지만, 유사성과 연관 성이 있다고 본다.

    본 연구는 한자의 필형을 적용한 작품 시작한 후, 끝나기 전에(2019)를 통해 노자의 ‘본체생성론’에서 언급했던 도가 하나를 만들어내고, 하나에서 둘이 생겨나고 둘에서 셋이 생겨나고 셋이 만물을 만들어낸다는 사상을 바탕으로 한자와 무용움직임의 생성원리와 같 이 공존하는 사물의 재발전성을 깨닫는 과정을 전개하였다.

    작품의 장면1에 있어서 노자의 본체생성론과 점에서 선이 생겨나고 선에서 필획이 생겨 나고 필획으로부터 한자가 만들어졌다는 한자의 생성원리에 대하여 인식하고, 그리고 그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안무자는 무대 하수 중앙의 어두운 영역을 구성하여 만물의 시작이자 한자 필형인 ‘점’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설정하였다. 이에 무용수는 조명이 점점 밝아지면서 손에 오브제인 나뭇가지를 들고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동작을 ‘점’으로부 터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다른 단일필획들이 파생된다는 의미를 전달하였다.

    작품의 장면2에서는 ‘점’으로부터 한자의 5가지 기본필형으로 파생되는 과정에 대해 표 현하였다. 무대 정면 앞에 하수부터 상수까지 한자의 一(가로획) ·丨(세로획) ·丿(좌로 삐 침) ·㇏(우로 삐침)·㇀(위로 끌어올림)이라는 필형을 나타내기 위해 각각 설치되어 있는 오 브제인 검은색 표시판은 ‘필형의 상징’으로 존재하며, 이에 따라 무대의 공간을 각각 ‘횡· 수·별·날·제’라는 발전의 공간으로 나누어 설정하였다. 또한, 무용수는 반복적으로 바닥에 흩어져 있는 나뭇가지들을 오른발로 세게 밟고 신속히 왼쪽 다리의 무릎을 끌어올리며 붙 이는 동작을 취하면서, 이를 통해 ‘점에서 선이 생겨나고, 선에서 필획이 생겨났다’는 필형 의 생성과정과 이치가 같은 무용움직임의 구성원리를 같이 보여주었다.

    장면3에서는 한자의 구성원리 중에 존재하는 ‘필형의 조합’이라는 현상, 그리고 기본한 자의 기초에서 복잡한 한자로 파생되는 과정에 대해 표현하였다. 또한, 무대 중앙에 비추 는 원형 조명과 무대 뒷막에 비추는 ‘ㅅ’ 빗살무늬의 고보 조명을 같이 사용함으로써 에너 지가 승화된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면서 재발전 공간으로 설정하여 이에 의해 동작에 서 연속동작으로 변화시키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안무자는 작품의 도입 부분에 사용했던 ‘점’의 공간과 호응하여 재발전성이 갖는 순환적 의미를 나타내며 마무리하고자 다시 무대 하수 중앙의 어두운 영역을 재시작이라는 공간으로 제시하였다. 이에 무용수는 천천히 나 뭇가지를 수직으로 들어 올리며 시선은 바닥에 흩여져 있는 오브제를 바라보는 동작을 통 해 이는 끝이 아니라 또 다시 시작됨을 암시하는 모습을 담아 표현하였다.

    위와 같이 한자와 무용의 생성 배경 속에 내재되어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사물 의 재발전성을 무용작품 ˹시작한 후, 끝나기 전에˼(2019)를 통하여 조명하였다. 서로 다른 매체에 존재하는 ‘공통성’을 밝히고, 앞으로 무용작품을 창작하려는 안무자에게 참고할 만 한 기초자료로서 의의가 있다.

    Figure

    SDDH-65-101_F1.gif

    본체생성론(The theory of existence)

    SDDH-65-101_F2.gif

    장면1 움직임(Movements of Scene 1).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3.gif

    장면1 움직임(Movements of Scene 1).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4.gif

    장면1 움직임(Movements of Scene 1).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5.gif

    장면1 움직임(Movements of Scene 1).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6.gif

    장면2(Scene 2).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7.gif

    장면2 움직임(Movements of Scene 2).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8.gif

    장면2(Scene 2).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9.gif

    장면2(Scene 2).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10.gif

    장면2(Scene 2).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11.gif

    장면3 움직임(Movements of Scene 3).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12.gif

    장면3 움직임(Movements of Scene 3).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13.gif

    장면3 움직임(Movements of Scene 3).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14.gif

    장면3 움직임(Movements of Scene 3).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15.gif

    장면3(Scene 3).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SDDH-65-101_F16.gif

    장면3 움직임(Movements of Scene 3). Hanfilm. 2019. 6. 7.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홀 I, 서울.

    Table

    현대 한자의 6가지 기본필형(Six shapes of modern Chinese characters)

    한자와 무용움직임 구성의 생성원리

    (The formation principle of Chinese characters and Dance Movement)

    작품 개요(Outline of After Beginning And Before The End)

    Reference

    1. 박현수 Park, Hyunsoo. 2015, 『생활과 춤문화 Saenghwalgwa chummunhwa』[Life and Dance Culture]. 서울: 교우사 [Seoul: Gyousa].
    2. 우버들 Ooh Burdei. 2017. “노자 사상적 관점에서의 공간해석과 실험적 적용에 관한 연구 dodokkkyongeul tonghae bon insonggyoyuk gochal” [A Study on Personality Education through Ethics]. 고려대학교 석사학위논 문 [Master’s Thesis, Korea University].
    3. 웅아형 Ung, Ahyong, 2017. “노자의 ‘도법자연(道法自然)’ 사상에 기반한 무용창작작품『설렘, 어떤 승화』 를 중심으로 Nojaui dobeopjayeon sasang-e gibanhan muyongchangjakjakpum 『seolrem eotteon seunghwa』 reul jungsimeuro” [Dance Choreography Based on Lao-Tzu’s Principle, ‘Conforms to Naturalness’: Focused on『A Thrill of Joy, Certain Sublimation』]. 국민대학교 석사학위논문 [Master’s Thesis, Kookmin University].
    4. 유예상 Yu, Yesang, 1993. “노자 사상적 관점에서의 공간해석과 실험적 적용에 관한 연구 Noja sasangjeok gwanjeomeseoui gongganhaeseokgwa silheomjeok jeokyong-e gwanhan yeongu” [A Study on the Spatial Analysis and Experimental Application from Laozi Thought Perspective].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Master’s Thesis, Ewha Womans University].
    5. 최진석 Choi, Jinseok. 2001.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Nojae moksoriro deunneun dodeokgyeong』[Listen to the Tao Te Ching with the Voice of Lao Tzu]. 서울: 소나무 [Seoul: Sonamu].
    6. 최청자 Choi, Cheongja. 1988. 『안무와 움직임 Anmuwa umjigim』[Choreography and Movement]. 서울: 금광출판사 [Seoul: Geumgwangchulpansa].
    7. 소배성 So, Baesung. 2007. 『현대한자학 Hyeondaehanjahak』[The Modern Studies on Chinese Characters]. 서울: 학고방 [Seoul: Hakgobang].
    8. 裘錫圭 Ju, Seokgyu. 1988. 『文字學概要 Wun Zih Syueh Gai Yao』[The Synopsis of Philology]. 北京: 商務印書館 [Beijing: Business Press].
    9. Barbara Mettler. 1985. 『무용예술 Muyong-yesul』[The Nature of Dance as a Creative Art Activity]. 1956. 육완순 역 [Translated by Yuk wansun]. 서울: 금광출판사 [Seoul: Geumgwangchulpansa].
    10. Laban, Rudolf von. 1947. Effort: Economy Movement. Boston: plays Inc.
    11. Lynne Anne Blom. 1994. 『안무의 실제 Anmuui silje』[The Intimate act of choreography]. 1982. 조은미 역 [Translated by Jo Eunmi]. 서울: 정담출판사 [Seoul: Jeongdamchulpansa].
    12. 라이신 LAI XIN, dance video. 2019. “무용작품 ˹시작한 후, 끝나기 전에˼ ” [After Beginning And Before The End]. 2019. 6. 7.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무용학과 홀I [Seoul: Ewha Womans University Physical Education Building A].

    저자소개

    라이신(LAI XIN)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무용(실기)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한양대학교 무용학 박사과정 중에 있다. 연구의 관심 분야는 창의적 안무 및 무용작품에 대한 분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Footnote

      LIST
      Export cit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