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마루는 전통 음악과 춤의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었던 단락 명칭이다.1) 음악의 경우, 성악 곡의 하나인 민요는 선창과 후렴으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각각의 단락을 절(節)이라 고 한다. 그리고 산조를 비롯한 여러 기악곡에서 몇몇 장단이 모여 단락을 이룰 때, 장(章) 이라고 한다. 이러한 절과 장의 옛 이름이 마루이다(최태현 1987, 257). 음악 구성은 낱낱 의 음(音)이 아니라, 이들 단락을 중심으로 논의된다. 이 점에서 마루는 구성의 기본 단락 인 동시에 음악적 표현력을 확보하는 단락이라고 할 수 있다(최태현 2013).
한편, 춤에서 마루를 부각 시킨 최초의 인물은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보유자 한영 숙(1920-1990)이다. 그는 공연조건이나 환경에 따라 춤을 재구성할 때, 기본이 되는 것은 낱낱의 동작이 아니라, 마루임을 강조한다(최태현 1987, 259). 이후 춤 마루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애주(1947-2021)의 연구(1995)에서 확인되며, 장희전(1993)과 송성아 (2013, 2016, 2018, 2019a, 2019b)로 이어진다. 연구대상이 된 한영숙류 승무와 본살풀이 는 마루 구분이 명확하다. 반면 봉산탈춤 목중춤은 마루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이 에 상응하는 단락이 존재한다. 이들 연구를 통해 도출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음악 마루와 춤 마루는 다르다. 예컨대 승무 반주음악인 대풍류의 경우, 염불은 6장단, 타령은 12장단, 굿거리는 13장단을 단위로 마루가 일정하게 구분된다. 그런데 한영 숙류 승무는 음악과 같지 않다. 3장단 길이의 짧은 것도 있고, 39장단 길이의 긴 것도 있 다. 이 점에서 춤 마루는 음악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춤의 내용에 따라 형성된 단락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마루는 한 판 춤 구성의 기본 단락이다. 예를 들어, 38분가량 긴 승무 염불과장은 6-7개의 마루로 구성된다. 이것을 20분 길이로 축소할 때, 제일 원칙은 마루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것인데, 대체로 3-4개 마루가 선택된다.
셋째, 마루를 구성하는 요소는 언어의 단어 또는 구에 유비해 볼 수 있는 어휘춤사위이 다. 일정한 형식(signifier), 내용(signified), 의미(meaning)를 확보하며, 인간의 일상적인 몸 짓이 리듬화된 몸짓형과 각종 동식물이나 사물 따위를 묘사한 묘사형으로 양분할 수 있다. 그리고 반복되는 패턴의 존재 유무에 따라, 반복형과 비반복형으로 구분하여 구성 파악을 한다.
넷째, 마루 구성은 전개부, 종결부, 연결부로 구분해서 파악할 수 있다. 전개부는 의미를 전개하거나 일련의 정서를 절정으로 몰아가는 부분이다. 종결부는 전개부를 종결하고 다 음을 준비하는 부분이다. 연결부는 서두에서 도입의 역할을 하거나, 또는 전개부와 종결부 사이에서 양자를 연결하고 각각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전승현장에서 전개 부는 맺는 대목으로, 종결부는 푸는 대목으로, 연결부는 어르는 대목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다섯째, 마루 구성은 다양하지만, 전개부와 종결부가 존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점 에서 마루는 형식과 의미의 자립성(自立性)을 확보하는 춤 구성의 기본 단락이라고 할 수 있다.
마루가 중요한 까닭은 전통춤을 구성하는 부분단위를 ‘동작춤사위<어휘춤사위<마루<과 장(또는 개별단위 춤)<전체 춤’의 순으로 서열화하고, 이 각각의 체계적 규명을 가능케 하 는 요체로, 전통춤 일반을 포섭하는 형식론 수립의 토대가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 러나 이 같은 주장이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루가 한영숙류나 봉산탈춤의 지엽적인 현상이 아니라, 전통춤 일반에서 두루 존재하는 포괄적 단락 개념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의 목적은 예술화된 민속춤 계열인 승무, 전형화된 민속춤 계열 인 봉산탈춤 목중춤에 이어, 궁중무 계열에도 마루에 상응하는 단락이 존재하는가를 확인 하는 것에 있다.
궁중무는 봉산탈춤의 사례와 유사하게 마루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박(拍) 을 침으로서 구분되는 단락이 존재한다. 궁중무에서 박은 타악기의 일종으로, 악대의 우두 머리가 이것을 쳐서 음악의 시작과 끝, 악절(樂節)이나 무절(舞節)의 변화를 알리는 구실을 한다(김영운 2020, 119). 전통음악과 춤 연구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긴 장사훈(1916-1991) 은 이러한 박을 옛 법도에 따라 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장사훈 1977, 399).
궁중무를 대표하는 처용무와 춘앵전의 경우, 고종 계사년 『정재무도홀기』, 1950년대 김 기수의 「처용무보」(장사훈 1977, 400-409),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60호』(문화재관리국 1969), 『궁중무용무보제1집처용무』(국립국악원 1971), 『궁중무용무보제2집춘앵전』(국립국악원 1987) 에서 모두 박을 표기하고 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춤을 기술한다. 특히, 처용무는 이들 단락을 중심으로 춤을 길게 또는 짧게 재구성함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문 화재관리국60호, 527). 이상에 주안점을 두면, 박을 쳐서 구분되는 단락은 무절에 해당하 는 것으로, 마루와 유사하게 춤 구성의 기본단락 구실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연구방법 및 제한점을 밝히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표적인 향악정재인 처용무와 춘앵전을 연구대상으로 한다. 둘째, 박을 쳐서 구분되는 단락을 ‘박단락’이라고 총칭하고, 이를 마루에 상응하는 단락으로 간주한다. 셋째, 마루에 대한 이전 연구방법론(송성아 2016, 2018, 2019a, 2019b)을 활용하여 박단락을 분석한다. 넷째, 분석결과에 기초하여, 박단락이 마루에 상응하는 단락인지를 확인하고, 기존 마루와의 공통점과 차이를 도출한다. 다섯째, 분석의 주된 자료로 국립국악원에서 출간한 두 권의 무보(1971, 1987)를 활용한다.
Ⅱ. 연구 방법
1. 동작춤사위2)
기존 마루 연구는 동작춤사위 분석, 어휘춤사위 분석, 마루 분석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 중 동작춤사위는 어휘춤사위를 구성하는 요소로, 흔히 동작(an action)으로 명명하는 것이 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춤 작품에서 동작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점에서 동작춤사 위를 다음 2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가장 작은 낱낱의 동작을 ‘동작소’라고 명명한다. 둘째, 몇몇 동작소가 결합된 것으로, 특정 춤에서 하나의 동작으로 인식되는 것을 ‘춤동작’이라고 명명한다.
동작소를 학문적 용어로 사용한 인물은 정병호(1927-2011)이다. 그는 평(平), 사(斜), 합(合), 거(擧), 굴(屈), 확(擴), 원(圓), 파(波), 연(連), 회(回), 도(跳) 등 11개의 동작소를 제시한다(1985, 306-308). 본 논의는 여기에 토대를 둔 것으로, 크게 상체동작소와 하체동 작소로 양분한다. 그리고 상체는 14개, 하체는 10개 유형으로 세분화한다. 여기에 기초하 여 처용무와 춘앵전의 동작소를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현장에서 대부분의 전승주체들이 춤을 가르칠 때, 동작소를 중심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장단을 노래처럼 구음으로 읊조린다. 그리고 장단 리듬을 중심으로 동작을 설명한다. 예컨대 6박이 한 장단인 염불, 4박이 한 장단인 타령과 굿거리는 각각 2밖씩 묶어 동작을 설명하고, 한배가 빠른 4박 당악은 전체를 묶어 하나의 동작으로 설명한다. 본 연구는 여기 에 주목하여, 전승주체의 장단리듬 구분법에 따라, 하나의 동작으로 인식되는 것을 춤동작 으로 간주하고자 한다.3)
물론 모든 춤동작이 장단리듬 구분법에 따라 일정하게 분류되지는 않는다. 이 점에서 장단리듬 구분법에 따라 일정하게 분류되는 춤동작을 소리듬형으로 분류하고, 그렇지 않 은 것을 소리듬결합형으로 분류한다. <표 2>는 처용무 장단인 수제천・상령산・세령산・삼현 도드리・웃도드리, 춘앵무 장단인 상령산・중령산・세령산・염불도드리・빠른 염불도드리・타 령의 장단 리듬을 구분한 것이다.4) 이 중 수제천과 상령산은 원래 20박이 한 장단이지만, 춤 반주에서는 10박을 단위로 장단을 구분한다. 수제천의 경우, 3박, 4박, 3박을 단위로 리듬이 구분되는데, <표 2>에서는 ‘3박-4박-3박’으로 표기한다. 여타의 장단도 이 같은 방식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이상 <표 1>과 <표 2>에 의거하여 처용무와 춘앵전의 동작소와 춤동작을 분류하고자 하며, 어휘춤사위 분류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2. 어휘춤사위
어휘춤사위는 마루를 구성하는 요소로, 몇몇 춤동작이 모인 것이다. 언어의 단어 또는 구에 해당하는 것으로(이애주 2011), 크게 몸짓형과 묘사형으로 양분할 수 있다. 이것은 한 사람의 춤을 중심으로 분류 및 분석한다는 제한점이 있다. 따라서 여러 명이 등장하는 처용무에서 어휘춤사위는 무원상호간의 관계를 배제하고, 1인무를 중심으로 분류되고 분석된다.
1) 몸짓형
몸짓형은 인간의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몸짓이 율동화된 것으로, 앉기, 서기, 눕기, 서기, 돌기, 인사하기, 주변 살피기, 수염 쓸어내리기 따위가 리듬화된 것이다. 분류방식은 다음 과 같다.
첫째, 동작소를 ‘주동작소’와 ‘부수동작소’로 분류한다. 주동작소는 인간의 일상적인 몸 짓을 재현하는 것으로 의미와의 관련성이 직접적이다. 반면 부수동작소는 도입, 마무리, 연결, 미감 강화를 위한 것으로 의미와의 관련성이 적다.
둘째, 춤동작을 ‘주춤동작’과 ‘부수춤동작’으로 분류한다. 주춤동작은 주동작소를 중심으 로 구성된 춤동작이다. 반면 부수춤동작은 부수동작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춤동작이다.
분류방법을 구체적 사례 속에서 예시하면, <표 3>은 처용무의 첫 번째 어휘춤사위 <굴 신하며 크게 걷기>의 일부이다. 상체동작소는 <양손 허리대기> 1개이고, 하체동작소는 나 머지 5개이다. 이 중 <3박1보>와 <4박1보>는 주동작소로, 일상적 걸음을 재현한다고 할 수 있다. 나머지 <양손허리대기>, <굴신>, <발들기>, <발놓기>는 미감 강화, 마무리, 연결 따위를 위한 부수동작소라고 할 수 있다.
이어 전승주체의 장단리듬구분법에 따라 춤동작을 구분한다. <표 3>의 수제천 한 장단 은 3박, 4박, 3박을 단위로 구분되고, 각각이 춤동작1, 2, 3이다. 이 중 춤동작1, 2는 주동 작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주춤동작이다. 반면, 춤동작3은 부수동작소를 중심으 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부수춤동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 주동작소와 부수동작소, 주춤동작과 부수춤동작의 구분을 통해, <표 3>을 인간의 일상적 몸짓 중 하나인 걸음을 재현한 어휘춤사위(몸짓형)로 분류한다.
어휘춤사위는 단어나 구에 유비된다는 점에서 일정한 형식, 내용, 의미를 확보한다고 할 수 있다. 일반언어학과 구조주의 언어학의 출발점인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1913)에 따르면, 언어 형식은 소리음이다. 예컨대 ‘sky’라는 단어의 소리음 [skai]가 형식이라는 것이다. 내용은 형식을 통해 확보하는 심리적 이미지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 는 사람들이 [skai]라는 형식을 들었을 때, 심리적으로 확보하는 이미지가 곧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과 내용이 동전의 양면처럼 밀착되어 사물, 행동, 통념(sense) 따위를 지시하는데, 이것이 곧 단어의 의미이다(이익환 2003, 30).
<표 4>는 소쉬르 논의를 원용하여, 어휘춤사위의 형식, 내용, 의미를 정의한 것이다. 이 중 몸짓형의 형식은 움직임이다. 내용은 형식을 통해 확보한 심리적 대응물이다. 의미는 형식과 내용이 밀착되어 가리키는 인간의 일상적인 몸짓이라고 할 수 있다. <표 3>의 ‘굴 신하며 크게 걷기’의 경우, 형식은 움직임이다. 내용은 형식을 통해 확보된 심리적 이미지 이다. 의미는 형식과 내용의 결합을 통해 지시하는 일상적 몸짓, 즉 걸음인 것이다.
의미를 확보하는 어휘춤사위는 일정한 짜임새를 갖는다.5) 크게 ‘반복형’과 ‘비반복형’으로 양분할 수 있다. 반복형은 기본형이 반복되는 패턴을 갖는다. 반면, 비반복형은 기본형이 없어, 반복되는 패턴이 없는 것이다. 반복형은 반복의 양상에 따라, 단순반복형과 변형반복형 으로 세분화된다. 전자는 변화 없이 단순 반복되는 것이고, 후자는 변형해서 반복되는 것이다. <표 3>의 어휘춤사위 <굴신하며 크게 걷기>는 원래 3장단이다. <표 3>은 기본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수제천3각과 4각에서 변형되면서 반복된다. 즉 변형반복형인 것이다.
이상의 분석 내용을 ‘어휘춤사위명칭-배역-유형-의미’의 순으로 정리한다. <표 3>의 경 우, ‘굴신하며 크게 걷기-처용신-몸짓형-걷기’라고 기술할 수 있다.
2) 묘사형
이애주는 승무를 비롯한 우리 춤의 많은 부분이 인간의 일상적인 몸짓에 기초함을 강조 한다(1976, 258; 2022, 23). 그런데 전승현장에서 학, 나비, 꾀꼬리, 전설 속의 새인 난새, 황소, 개구리, 개화나 낙화, 상하로 움직이는 가위질 따위에 비유하여 춤사위를 설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각종 동식물이나 사물 따위를 비유적으로 묘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에서 비유법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다른 대상에 비유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 다. 이때,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나 생각은 원관념(tenor), 원관념을 표현하기 위해 빌려 온 대상이나 생각은 보조관념(vehicle)이라고 한다.
본 연구는 원관념과 보조관념 개념을 원용하고자 한다. 하여 각종 동식물의 행위나 사물 의 기능 따위를 비유적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전승주체의 증언이나 기록에 기초하여 원관 념과 보조관념을 명시할 수 있는 어휘춤사위를 묘사형으로 분류하고자 한다. 분류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승주체의 증언과 기록(정재무도홀기, 문화재조사보고서, 궁중무용무보)을 통해 원관념을 파악한다.
둘째, 보조관념을 파악하기 위해 주동작소와 부수동작소를 분류한다. 묘사형의 주동작 소는 원개념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빌려온 핵심적 동작소이다. 반면, 부수동작소는 의미와의 관련성이 적은 것으로, 도입, 연결, 마무리, 미감 강화 따위의 기능을 갖는다.
셋째, 묘사형도 몸짓형과 동일하게, 주동작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춤동작을 주춤동작으 로 분류한다. 그리고 부수동작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춤동작을 부수춤동작으로 분류한다.
분류방법을 구체적 사례 속에서 예시하면, <표 5>는 춘앵전 어휘춤사위 <좌우 크게 돌 기>의 일부이다. 『홀기』와『궁중무용무보』는 이 단락을 “회란(回鸞)”, 즉 난새의 돌기라고 기록한다. 따라서 어휘춤사위의 원개념은 새 돌기와 관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양손 펴기>와 4회 반복되는 <디뎌 돌기>는 원개념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빌려온 핵심적 동작소(주동작소)로, 양손을 펴서 천천히 도는 행위가 보조관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원개념과 보조개념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을 묘사형으로 분류하고자 한다.
묘사형 형식과 내용의 정의는 몸짓형과 동일하다(<표 4> 참조). 단, 의미에서 차이가 있 는데, 원관념이 의미이다. 즉 원래 표현하고자 하는 각종 동식물의 행위나 사물의 기능 따 위가 묘사형의 의미라는 것이다. 예시된 <좌우 크게 돌기>의 경우, 의미는 원개념인 새의 돌기이다.
한편, 묘사형 짜임새는 몸짓형과 동일한 방식으로 분석한다. 즉 반복형과 비반복형으로 구분하고, 반복형은 반복의 양상에 따라 단순반복형과 변형반복형으로 세분하여 분석한다. 이상 분석 내용을 ‘어휘춤사위 명칭-배역-유형-의미’의 순으로 정리한다. <표 5>의 경우, ‘좌우 크게 돌기-춘앵-묘사형-새의 돌기’라고 기술할 수 있다.
3. 마루와 박단락
춤 구성의 기본 단락인 마루는 형식과 의미의 자립성을 확보하는 단락으로, 일정한 의미 나 정서적 내용을 표현한다. 구성요소는 어휘춤사위이다. 그리고 단어로 구성된 문장 짜임 새를 주부와 술부로 나눠 살피는 것과 유사하게 전개부, 종결부, 연결부로 구분하여 그 짜 임새를 파악한다. 각 마루의 의미는 전개부를 구성하는 어휘춤사위를 중심으로 파악하고, 이외 무원 상호 간의 관계성, 공연환경이나 조건, 전승주체의 증언이나 기록 등을 고려하 기도 한다.
본 연구는 궁중무에도 마루에 상응하는 단락이 존재하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박단락을 마루로 간주하고, 다음과 같은 방법론에 의거하여 분석한다. 첫째, 구성요소인 어휘춤사위 를 앞서 제시한 것과 같이 몸짓형과 묘사형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의미와 구성을 분석한다.
둘째, 박 단락을 전개부, 종결부, 연결부로 구분하여 그 구성을 파악한다. 전개부는 의미 를 전개하거나 일련의 정서를 절정으로 몰아가는 부분이다. 종결부는 전개부를 종결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부분이다. 연결부는 도입 또는 전개부와 종결부 사이에서 양자를 연결하 고 각각을 강화시키는 기능을 갖는 부분이다.
셋째, 전개부를 구성하는 어휘춤사위를 중심으로 박단락 의미를 파악한다. 그리고 기록 (고종 계사년 정재무도홀기,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 궁중무용무보)과 무원 상호간의 관계 성(군무인 처용무의 경우)을 고려하고자 한다.
Ⅲ. 연구 결과 및 논의
1. 어휘춤사위
처용무와 춘앵전의 어휘춤사위 총수, 유형별 총수를 정리하면 <표 6>과 같다. 처용무는 총 48개이다. 이 중 반복되는 것을 제외하면 21개이며, 모두 몸짓형이다. 한편 춘앵전은 총 41개이고, 반복되는 것을 제외하면 36개이다. 몸짓형은 24개이고, 묘사형은 12개이다. 두 춤의 총89개 어휘춤사위 분석내용을 의미와 구성을 중심으로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1) 의미
처용무 몸짓형의 명칭, 반복횟수, 의미, 현행무보 춤사위 명칭 등을 정리하면 <표 7>과 같다. 먼저 현행무보 춤사위 명칭에 주목하면, 지시범위가 제각각 다름을 알 수 있다. 그 양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평진>, <삼진>, <사방작대무>, <좌선회무>, <일렬작 대무>, <우선회무>는 박단락 전체를 지시하는 명칭이다. 둘째, <동서상대무>, <동서상배 무>, <수양수오방무1>, <수양수오방무2>, <낙화유수1>, <낙화유수2>는 2개 이상의 박단락 이 결합한 것을 지시하는 명칭이다. 셋째, <전배>, <상배(相拜)>, <전향>, <상배(相背)>는 박단락 내부의 부분단위를 지시하는 명칭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 기존 춤사위의 지시 범위는 제각각 차이를 갖는다. 이 점에서 기존 용어를 일괄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어휘춤 사위를 <표 7>과 같이 명명하고자 한다.
몸짓형은 처용신이란 캐릭터를 인간의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몸짓을 통해 의인화하여 표 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굴신하며 크게 걷기>, <삼진>, <상대>, <상배>, <양손 뿌리며 디뎌 돌기>, <수염 쓸어내리기>, <전배>, <상배>, <상배배(相背拜)>, <서서 양손 허리대기>의 의미는 처용신의 걷기, 돌기, 수염 쓸기, 인사하기, 서기이다. 반면 나머지는 뿌리기와 걷기, 던지기와 뿌리기와 걷기, 몸통 숙이기와 펴기의 복합이다. 전자의 10개는 의미구성이 단일하다는 점에서 단어에, 나머지 후자는 의미구성이 복합적이라는 점에서 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표 7> 몸짓형은 크게, 걷기, 돌기, 수염 쓸기, 몸통 숙이기와 펴기, 인사하기, 서기와 관련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4가지이다. 첫째, 몸짓형 중에서 가 장 높은 빈도수를 보이는 것은 걷기와 돌기이다. 이것은 처용무가 일렬, 사방, 오방, 좌선, 우선 따위의 대형 짓기와 정확한 방위 표현에 주안점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절정은 오방대형에서 대무하는 부분(수양수오방무1,2)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좌우 찌르며 전진하기>와 <뿌리며 전진하기>는 좌우를 힘차게 찌르 며 전진하기와 한삼을 역동적으로 뿌리며 전진하기라는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역신을 물리치는 처용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악학궤범』 소재 처용가는 처용 모습과 위용을 자세히 묘사한다.7) 사방대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수염 쓸어내기>와 <몸통 숙였다 세우기>는 처용신의 모습과 위용을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춤의 도입에서 북향하여 <전배>하고, 서로 마주보며 <상배>하고, 등을 돌려 <상배 배>한다. 이들은 모두 인사하기란 의미를 갖는데, 주로 음양오행론에 기초하여 해석한다. 그러나 마주 보는 것은 물론이고, 마주 보지 않는 반대편에게도 인사하는 행위에 초점을 둘 때, 역신을 물리치는 동시에 감화시키는 처용의 너그러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춘앵전 몸짓형의 분류, 명칭, 등장 횟수, 의미, 현행무보 춤사위 명칭 등을 정리하면 <표 8>과 같다. 국립국악원의 『궁중무용무보』는 계사년 『정재무도홀기』에 기초한 것으로, 박단락 마다 매우 시적이고 상징적인 설명이 있다. <표 8> 현행무보 춤사위 명칭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개개 동작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박단락 전체를 지시하는 용어이다.
오늘날 전해지는 춘앵전 박단락 대부분이 어휘춤사위 1개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기존 용 어를 어휘춤사위 명칭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표 8>과 같이, 몸짓형 명칭을 달리 명명하고 있다. 그 까닭은 현행 춘앵전이 축소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성경린 (1911-2008)은 춘앵전 반주음악이 평조회상이라고 하였다. 영산회상의 또 다른 변조 형태 인 이것은 상령산, 중령산, 세령산, 삼현도드리, 염불도드리, 타령, 군악과 같은 여러 악곡 이 모인 모음곡형식으로 소요시간이 40분가량이다. 따라서 춘앵전 원래 길이는 적어도 30 분가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대폭 축약하여 10분 이내로 춘다고 밝히고 있다 (국립국악원 1987, 12). 여기에 주안점을 둘 때, 박단락 하부에는 보다 많은 어휘춤사위로 구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박단락 전체를 지시하는 춤사위와 어휘춤사 위를 동일시하지 않고, <표 8>과 같이 따로 명명한 것이다.
<표 8> 춘앵전 몸짓형은 봄날 꾀꼬리(春鶯)를 인간의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몸짓을 통해 의인화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완보이진>, <좌우 옆으로 걷기>, <무진삼 보>, <뒤로 물러나기>, <양손 펴기>, <양손 천천히 펴기>, <양손 모우기>, <좌우 얹기>, <인사하기>, <좌우 작게 돌기>, <좌우 측면보기>, <미소짓기>의 의미는 걷기, 펴기, 양손 모우기, 얹기, 인사하기, 돌기, 주변보기, 미소 짓기이다. 이들은 단일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단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나머지는 올리기와 내리기와 걷기, 펴기와 내리기, 펴기와 뿌리기와 내리기, 모우 기와 서기, 올리기와 내리기, 올리기와 뿌리기와 내리기, 올리기와 얹기, 올리기와 뿌리기 와 얹기, 숙이기와 제치기와 굴신하기 등등과 같이 의미 구성이 복합적이라는 점에서 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표 8> 몸짓형은 크게 걷기, 양팔 펴기, 양손 모우기, 손 올리고 내리기, 얹기, 굴신, 인 사하기, 돌기, 주변살피기, 표정 짓기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서 나타나는 주된 특징을 정리 하면 다음 2가지이다.
첫째, 걷기, 펴기, 손 모우기, 손 올리고 내리기, 양손 또는 한손을 어깨에 얹기, 굴신, 돌기와 같이 인간의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몸짓에 기초한다. 이 중 다수를 차지하는 걷기는 처용무와 달리, 대형과 무관하다. 대신 나막신 소리가 울리듯 발바닥이 보이지 않게 걷기, 옷자락을 끌며 좌우로 걷기, 높은 곳에 올라가듯 걷기, 뒤로 물러나기, 소매를 작게 번득이 며 뒤로 물러나기, 바람에 흔들리듯 걷기와 같이 다양한 걸음새를 강조한다.
둘째, 처용무는 춤의 서두에서만 인사한다. 반면 춘앵전은 앞과 뒤에 인사하기가 있다. 그리고 궁중무에서 좀처럼 찾기 어려운 미소 짓기가 있으며, 고개를 돌려 좌우 측면을 보 는 것이 있다. 특히 후자는 <좌우 측면보기>로, 봉산탈춤 목중춤의 <근경>, 한영숙류 승무 의 <엎드려 좌우치기>와 유사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9)
춘앵전 묘사형의 명칭, 반복횟수, 의미, 현행무보 춤사위 명칭 등을 정리하면, <표 9>와 같다. 제시된 12개 묘사형은 봄날 꾀꼬리가 각종 동식물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크 게 새, 꽃, 나무, 물결, 모래, 신을 묘사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다음 2가지이다.
첫째, 인간이 아닌 춘앵이란 캐릭터가 다시 각종 새나 꽃, 나무, 물결, 금빛모래, 신 따위 를 비유적으로 묘사한다. 그런데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원개념)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 는다. 대신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양손 펴고 돌기, 양손 펼치며 딛기, 양손 펴고 뒤로 물러 나기, 양손 모아서 서기, 위로 뛰듯이 솟구치기, 손 뿌리며 돌기, 양손 뿌려 한손 얹기, 몸 통 숙이고 제치며 굴신하기, 양손 펴고 돌기, 뒷짐 지고 뒤로 물러나거나 전진하기, 양손 펴고 크게 돌기 따위와 같이 특징적인 양상을 추려내 이미지화한다. 이와 관련해서 채희완 (1992)은 “모방적인 동작에서 설명적인 것 또는 비본질적인 것이 제거되고, 일상성을 기반 으로 재편됨으로써 사실적인 수법은 표현적인 수법으로 변화하였다”(98)고 설명한다.
둘째, <양손 뿌려 한손 얹기>는 꽃발(花簾)에서 꽃 떨어지기를 묘사한 것이다. 그런데 몸짓형 <양손 올려 한손 얹기>와 동작구성이 동일하다(표 8 참조). 이 같은 사례는 묘사형 <숙이고 제치며 굴신하기>에도 나타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풍유지)를 묘사하는 것인데, 몸짓형 <숙이고 제치며 굴신하기>과 동작구성이 동일하다(표 8 참조). 이처럼 동일한 어휘춤사위가 묘사형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몸짓형으로 인식되기도 하는 양상을 통해, 인간 과 자연이 주체와 객체로 분리되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드는 한국적 사유를 엿볼 수 있다.
2) 구성
처용무와 춘앵전 어휘춤사위 89개 중에서 반복형이 70개(78%)이고, 비반복형이 19(21%) 개이다. 반복형 중에서 단순반복형은 21개이고, 변형반복형은 49개이다. 반복형 기본형과 전체 장단 길이를 정리하면, <표 10>과 같다. 기본형 중에서 가장 높은 빈도수를 보이는 것은 1장단 길이이다. 예외적인 것은 다음 2가지이다.
첫째, 기본형이 1장단 반(세령산1-15박)인 경우이다. 처용무의 <양손 뿌리며 걷기>로, 좌선하는 박단락13, 일렬 대형을 만드는 박단락14, 오방 대형을 만드는 박단락15에서 반 복적으로 나타난다(표 12 참조).
둘째, 기본형이 반장단(타령1-3박)인 경우이다. 춘앵전에서만 나타나며, <뒷짐 지고 물 러나기> 2회, <뒷짐 지고 전진하기> 2회, <양손 펴고 크게 돌기>, <양손 펴고 물러나기>, <좌우 얹기>, <무진삼보>가 여기에 해당한다(표 13 참조).이처럼 반장단 길이의 짧은 기본 형은 한배가 빠른 타령에서 주로 나타난다.10)
<표 10> 반복형은 기본형 한 장단이 2∼4장단에 걸쳐 반복되는 것이 가장 많다. 그러나 전체 길이가 1장단인 짧은 것도 있고, 6장단에 이르는 긴 것도 있다. 또한 공연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도 한다. 4장단에 걸쳐 반복되던 것을 2장단으로 축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처용무 말미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거듭 던져 뿌리며 전진하기>가 여기에 해당한다(국립국악원 1971, 112).
보다 구체적으로 반복형의 하나인 단순반복형은, 일체의 변형 없이, 기본형이 단순하게 반복되는 구성이다. 분석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단순반복형 중 상당수는 부수 춤동작으로 끝난다. 말미에 위치한 부수춤동작은 각 장단은 물론이고, 어휘춤사위 전체를 안정적으로 마무리 짓는 동시에 다음을 준비하는 기능을 가짐으로써, 형식과 의미의 자립 성을 강화시킨다. 처용무의 사방, 좌선, 일렬, 오방 대형을 만들 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굴신하며 크게 걷기>, <양손 뿌리며 걷기>, 춘앵전의 <완보이진> 따위가 여기에 해당한 다(표 12, 13참조).
둘째, 단순반복형의 나머지는 주춤동작으로 끝난다. 비록 마무리와 다음을 준비하는 부 수춤동작으로 끝나지 않지만, 좌우나 전후로 쌍을 이룬 춤동작1,2가 반복되는 형태이기 때 문에 형식과 의미의 자립성을 온전히 확보한다. 처용무 대미를 장식하는 <던져 뿌리며 전 진하기>, <던져 뿌리며 물러나기>, <거듭 던져 뿌리며 전진하기>, <거듭 던져 뿌리며 물러 나기>, 춘앵전의 <뒤로 물러나기>, <양손 올리고 접어내리며 물러나기>, <양손 올리고 접 어내리며 전진하기>, <뒷짐 지고 물러나기>, <뒷짐 지고 전진하기>, <양손 펴고 크게 돌 기>, <양손 펴고 물러나기>가 여기에 해당한다(표 12, 13참조).
반복형의 또 다른 형태인 변형반복형은 변형 양상 파악에 주안점이 있다. 장단을 밀고 당기며 다채롭게 변형되는 민속춤에 비해, 그 양상이 복잡하지는 않다. <표 11> 처용무의 사례와 더불어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 2가지이다. 첫째, 처용무의 <굴신하며 크게 걷기>, <삼진>, <수염 쓸어내리기>, <숙이고 세우기>, <뿌리며 전진하기>는 동작소 일부가 변형 된다. 예를 들어, <굴신하며 크게 걷기> 기본형 구성은 ‘주춤동작(3박1보)-주춤동작(4박1 보)-부수춤동작(마무리와 연결)’이다. 이러한 패턴은 세 장단에 걸쳐 그대로 반복된다. 변 형은 ‘한손 올리기’, ‘한손 뿌리기’, ‘한손 내리기’와 같은 동작소의 부분적인 첨가, 변용, 삭제를 통해 일어날 뿐이다. 매우 부분적인 변형으로, 춘앵전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둘째, 처용무의 <좌우 찌르며 전진하기>, <디뎌 돌아 들어오기>, <뿌리며 물러나기>는 춤동작 일부가 변형된다. 예를 들어, <좌우 찌르며 전진하기> 기본형은 오른발 전진과 왼 발 전진이 쌍을 이루는 것으로, ‘주춤동작-주춤동작’ 구성이다. 이것이 다음 장단에서 ‘주 춤동작-부수춤동작’으로 변형된다. 말미에 새롭게 등장한 부수춤동작은 전체를 마무리하 고, 다음을 예비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어휘춤사위 형식과 의미의 자립성을 강화시킨 다. 매우 온건한 변형으로, 춘앵전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이상 부분적이고 온건한 방식으로 변형되는 변형반복형의 대부분은 부수춤동작으로 마 무리된다. <표 11>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말미에 위치한 부수춤동작은 어휘춤사위 전체 를 안정적으로 마무리 짓는 동시에 다음을 예비함으로써 형식과 의미의 자립성을 확보한 다. <뿌리며 전진하기>는 예외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좌우 쌍을 이룬 춤동작1, 2가 반복됨 으로써 형식과 의미의 자립성을 확보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적은 빈도수를 보이는 비반복형의 대부분은 몸짓형이다. 즉 인사하기, 방향틀기, 펴고 내리기, 펴기, 모우기, 양손 뿌려 얹기 따위를 리듬화한 것이다. 주된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반복형 길이는 1장단으로 일정하다. 그리고 인사하기와 방향 틀기를 제외한 대부분은 박단락의 도입과 마무리에서 나타난다.
둘째, 비반복형의 대다수는 마무리와 연결 기능을 갖는 부수춤동작으로 마무리된다. 이 로써 형식과 의미의 자립성을 확보한다. 처용무의 <전향>, <전배>, <상대>, <상배>, <양손 뿌리며 디뎌 돌기>, <서서 양손허리대기>, 춘앵전의 <인사하기>, <양손 펴고 내리기>, <양 손 펴고 뿌려 내리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 비반복형 중에서 부수춤동작으로 끝나지 않는 것은 2가지이다. 먼저 ‘부수춤동작-주춤동작’으로 구성된 경우이다. 서두에 위치한 부수춤동작은 도입에 해당하는 것으로, 주춤동작의 행위를 안정적이고 명확하게 부각시킨 다. 춘앵전에서만 발견되며, <양손모아서기>2회, <양손 펴기>2회, <양손 뿌려 얹기>, <양 손 모우기>가 여기에 해당된다. 남은 하나는 ‘주춤동작-주춤동작-주춤동작’으로 구성된 경우이다. 연거푸 이어지는 주춤동작은 마주보거나 등을 돌려 인사하는 행위의 시작과 끝 을 명시적으로 보여준다. 처용무에서만 발견되며, <상배>와 <상배배>가 여기에 해당한다.
2. 박단락과 마루
처용무는 한국음악의 정수인 수제천, 삼현영산회상, 웃도드리 음악을 사용한다. 정읍이라 고도 불리는 수제천은 춤의 서두인 등장부분에서 사용된다. 영산회상의 한 갈래인 삼현영산 회상은 상령산, 중령산, 세령산, 가락덜이, 삼현도드리, 염불도드리, 타령, 군악 등 8개의 악곡이 모인 모듬곡이다. 이 중 처용무 반주음악으로 활용되는 것은 상령산, 세령산, 삼현도 드리이다. 그리고 말미에서 도드리 변주곡인 웃도드리를 사용한다. 즉 처용무에서 사용되는 악곡은 수제천, 상령산, 중령산, 세령산, 삼현도드리, 웃도드리 등 6개인 것이다.11)
한편, 춘앵전은 영산회상을 변조한 평조회상을 사용한다. 삼현영산회상과 같이, 상령산, 중령산, 세령산, 가락덜이, 삼현도드리, 염불도드리, 타령, 군악 등 8개의 악곡이 모인 모듬 곡으로, 총 연주시간은 40분가량 소요된다. 원래 춘앵전은 평조회상 전곡을 사용하였으나, 오늘날은 10분 남짓의 축소된 형태로 상령산, 중령산, 세령산, 삼현도드리, 빠른 삼현도드 리, 타령 등을 사용한다.
처용무와 춘앵전 구성을 논의할 때, 가장 큰 단락은 이러한 악곡을 중심으로 구분되는 단락이다(이하 악곡단락으로 총칭). 처용무의 경우, 수제천, 상령산, 세령산, 삼현도드리, 웃도드리로 연주되는 부분을 의미한다. 춘앵전의 경우는 상령산, 중령산, 세령산, 삼현도드 리, 빠른 삼현도드리, 타령으로 연주되는 부분이다. 이들 악곡단락을 구성하는 부분단위가 박을 쳐서 구분되는 단락, 즉 박단락이다.
처용무와 춘앵전은 각각 37회와 35회 박을 친다. 이로써 37개와 35개의 박단락이 존재 하는 셈이다. 이 중 악곡의 시작과 끝(樂止), 창사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박단락이 처용무 7개, 춘앵전 3개이다. 따라서 춤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무절은 각각 30개라고 할 수 있다. <표 12>와 <표 13>은 두 춤의 박단락 의미와 구성 분석결과를 정리한 것으로, 구성 요소인 어휘춤사위의 명칭과 의미를 함께 밝히고 있다.
1) 의미
박단락의 의미는 전개부를 구성하는 어휘춤사위를 중심으로 도출한다. 그리고 군무인 처용무는 무원 상호간의 관계를, 박단락 마다 춤사위 명칭이 전해지는 춘앵전은 기록 내용 을 각각 고려해서 최종적으로 도출한다. <표 12>는 처용무의 의미와 구성 분석 결과이다. 구성은 뒤에서 논의하고자 하며, 의미 분석 결과의 요지를 밝히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수제천을 구성하는 무절은 박단락1,2이다. 다섯 처용신의 등장, 임금이 있는 북쪽 을 향해 서기라는 의미를 각각 갖는다. 창사 다음 악곡은 삼현영산회상 상령산이다. 박단 락6,7,8,9로 구성되며, 신인 다섯 처용의 인사하기, 삼보전진하기, 힘차게 걸어 사방대형 만들기, 사방을 만든 상태에서 동편(홍・청 처용)과 서편(흑・백 처용)이 마주서기라는 의미 를 각각 갖는다.
둘째, 수제천과 상령산은 춤의 도입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춤이 전개되는 것은 세령산이다. 박단락 10,11,12,13,14,15로 구성되며, 동편과 서편이 마주 선 상태에서 처용형상 강조하기, 동편과 서편이 뒤돌아 서기, 동편과 서편이 뒤돌아 선 상태에서 처용 형상 강조하기, 좌선하기, 일렬대형 만들기, 오방대형 만들기라는 의미를 각각 갖는다.
셋째, 춤의 절정은 오방대형에서 둘씩 대무를 하는 삼현도드리라고 할 수 있다. 한배가 빠른 6박 장단으로, 12개의 무절(박단락16-27)로 구성된다. 오방에서 황처용을 향해 내향 하기, 신인 황흑・황청・황홍・황백 처용이 찌르며 전진하고 원래자리로 되돌아오기, 신인 황 흑・황청・황홍・황백 처용이 강하게 뿌리며 전진하고 원래자리로 되돌아오기, 신인 다섯 처 용이 강하게 뿌리며 우선하기, 신인 다섯 처용이 강하게 뿌리며 일렬대형 만들기, 신인 다 섯 처용이 강하게 뿌리며 무퇴하기라는 의미를 각각 갖는다.
넷째, 창사 다음 웃도드리는 결말에 해당한다. 6박 장단으로 앞 삼현도드리보다 한배가 보다 빠르며, 6개의 무절(박단락31-36)로 구성된다. 신인 다섯 처용이 일렬로 전진하기, 일렬로 후퇴하기, 일렬로 전진하기, 일렬로 후퇴하기, 원형으로 걷기, 나선형 경로로 퇴장 하기라는 의미를 각각 갖는다.
<표 13> 춘앵전 박단락 의미와 구성 분석결과이다. 이 중 의미와 관련된 요지를 밝히면 다음과 같다. 첫째, 느린 10박 장단으로 진행되는 상령산, 중령산, 세령산은 춤의 도입이라 고 할 수 있다. 이 중 상령산은 박단락1,2로 구성된다. 봄날 꾀꼬리인 춘앵의 인사하기, 완보이진하기란 의미를 각각 갖는다. 중령산을 구성하는 4개의 무절(박단락5,6,7,8)은 춘 앵의 양손 펴고 뿌려 내리기, 좌우로 작게 돌기, 좌우로 한손 올리고 뿌려 내리기, 좌우로 한손씩 얹기라는 의미를 각각 갖는다. 같은 10박 장단이지만, 한배가 다소간 빨라지고, 장 단리듬에서도 변형이 나타나는 세령산은 박단락9,10으로 구성된다. 춘앵의 좌우 옆으로 걷 기, 난새 돌기 묘사하기라는 의미를 각각 갖는다.
둘째, 염불도드리는 본격적으로 춤이 전개되는 대목이며, 9개 박단락(11-19)으로 구성 된다(11-19). 춘앵의 양손 올리고 접어 내리기, 몸통 숙이고 제치며 굴신하기, 새 걸음 묘 사하기, 양손 올려 한손 얹기, 좌우로 주변보기, 천천히 거수하기, 높은 곳에 올라가듯 걷 기, 양손 뿌려 내리고 굴신하기, 양손 올리고 접어 내리기라는 의미를 각각 갖는다.
셋째, 한배가 가장 빠른 자진염불도드리는 춤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박단락20,21,22 로 구성되며, 봄날 꾀꼬리가 꽃 앞에서 미소 짓기, 꽃잎이 빙그르 돌며 떨어지는 모습 묘사 하기, 뒤로 물러서기란 의미를 각각 갖는다.
넷째, 마지막 타령은 결말이다. 앞 처용무 말미를 구성하는 박단락 대부분은 앞으로 전 진 하거나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춘앵전도 이와 유사하게, 춘앵의 양손 펴고 전진하기(박 단락23), 바람에 취한 듯 앞뒤 걷기(박단락26), 바람에 날리는 금빛 모래를 묘사하며 앞뒤 로 걷기(박단락29), 제비가 집으로 되돌아가기 묘사하며 뒤로 물러나기(박단락34) 등이 주 가 된다. 나머지는 이들 사이사이에 위치하며, 경로의 변화 없이 제자리에서 진행된다. 그 리고 낙화유수 묘사하기(박단락24), 양손 올리고 접어 내리기(박단락25), 양손 뿌려 어깨 에 얹기(박단락27),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묘사하기(박단락28), 꽃발에서 꽃잎이 떨어 지는 모습 묘사하기(박단락30), 신이 다리 건너는 모습 묘사하기(박단락32)라는 의미를 각 각 갖는다.
2) 구성
<표 14>는 박단락 중 무절에 해당하는 60개의 구성 분석결과이다. 가장 큰 특징은 전개 부로만 구성된 것이 47개로 압도적으로 많고, 상당수가 1개의 어휘춤사위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민속춤 마루는 둘 또는 셋 이상의 어휘춤사위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전개 부를 마무리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종결부가 대부분 존재한다는 점(송성아 2019, 62)에서 특이한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원인을 다음 2가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첫째, 승무나 목중춤과 같은 민속무 공연공간은 원래 방안이나 마당이고, 관객은 춤판을 중심으로 주변에 빙 둘러 앉는다. 때문에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도입부가 필요 하고, 의미 전개 후에는 마무리와 다음을 예비하는 종결부가 필요하다. 또한 전개부와 종 결부 사이에서 양자를 연결시키는 동시에 각각의 의미를 명확하게 부각시키는 연결부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반해, 궁중무인 처용무와 춘앵전은 왕이 앉은 북쪽을 기준 점으로 춤이 진행되고, 매 단락 마다 박을 쳐서 단락의 전환을 무원과 관객에게 알린다. 때문에 도입과 연결의 역할을 하는 연결부, 마무리와 다음을 준비하는 역할을 하는 종결부 가 생략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처용무와 춘앵전 어휘춤사위는 기본형이 반복되는 반복형이 많고, 기본형길이도 1장단으로 일정하며, 변형 패턴도 일정하다. 또한 적은 빈도수의 비반복형의 길이도 1장단 으로 일정하다. 뿐만 아니라, 대다수는 마무리와 다음을 준비하는 기능을 갖는 부수춤동작 으로 끝남으로써 형식과 의미의 자립성을 강화시킨다. 그리고 부수춤동작으로 끝나지 않 는 것도 춤동작이 좌우로 쌍을 이루고 있어 형식과 의미의 자립성을 확보한다. 이처럼 어 휘춤사위가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패턴 속에서 형식과 의미의 자립성을 확보하기 때문에, 전개부를 구성하는 어휘춤사위, 즉 의미 전개를 위한 어휘춤사위가 다수일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표 14>에서 적은 빈도수를 보이는 것은 ‘전개부-종결부’와 ‘연결부-전개부’ 구성이다.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민속무인 승무, 본살풀이, 목중춤은 전진하거나 후퇴 하는 경로를 중심으로 전개부와 종결부를 구분할 수 있다(송성아2019, 49;이애주 1995, 288;장희전 1993, 36). 일례로 앞으로 전진 하는 것이 전개부이면, 뒤로 물러나 원래 자리 로 되돌아오는 것이 종결부라는 것이다. 처용무의 황흑, 황청, 황홍, 황백이 대무하는 8개 의 박단락(17-24)은 민속무의 사례와 유사하게, 전개부와 종결부로 구성되며, 전진 후퇴하 는 경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12)
둘째, 춘앵전의 ‘전개부-종결부’ 구성은 처용무와 다르다. 종결부는 1개의 어휘춤사위로 구성되고, 1장단 길이의 비반복형이다. <양손 펴기>2회, <양손 펴고 내리기>, <양손모아서 기>로,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매우 간단한 춤동작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어휘춤사위 말미에 서 발견되는 부수춤동작, 즉 마무리와 다음을 준비하는 기능을 갖는 것이 한 장단 길이로 확대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춘앵전의 전개부-종결부 구성은 일인무에서 매우 안 정적으로 단락을 마무리하는 형태로, 상령산, 빠른 염불도드리, 타령의 말미에서 발견된다.
셋째, 아주 작은 빈도수(총2회)를 보이는 ‘연결부-종결부’ 구성에서 연결부는 도입의 역 할을 한다. 연결부를 구성하는 어휘춤사위는 모두 1장단 길이의 비반복형으로, <양손허리 대기>와 <양손 펴기>가 그것이다. 이들은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매우 간단한 춤동작으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연결부-종결부 구성은 도입의 기능을 갖는 간단한 연결부가 안정적 으로 전개부를 이끄는 형태로, 결말에 해당하는 웃도드리와 타령 서두에서만 나타난다.
이상 어휘춤사위 의미와 구성, 박단락 의미와 구성 분석결과를 마루와 비교해서 정리하 면 <표 15>와 같다. 도출된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민속춤 마루와 궁중무 박단락을 구성하는 요소는 어휘춤사위이다. 이들 모두는 의 미, 유형, 구성에서 유사성을 보인다. 단, 궁중무 계열은 보다 안정적이고 단순한 패턴 속에 서 형식과 의미의 자립성을 강화시킨다.
둘째, 마루와 박단락 모두는 일정한 의미를 확보한다. 그런데 마루는 ‘전개부-연결부- 종결부’ 또는 ‘연결부-전개부-연결부-종결부’ 구성인 경우가 많고, 어휘춤사위 개수도 2 개 이상이다(송성아 2016, 221; 2019, 111). 반면, 박단락은 ‘전개부’ 구성이 다수이고, 어 휘춤사위의 개수도 1개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셋째, 음악에서 마루는 궁중음악의 장(章), 풍류방 기악곡의 장(章), 가곡의 절(節), 민요 에서 선창이나 후렴으로 구분되는 절(節) 따위를 모두 총칭하는 포괄적 단락명칭이다.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박단락과 마루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양자의 다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예법을 강조하는 궁중무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궁중무 특 수성을 담지하고 있는 박단락은 포괄적 의미의 마루, 즉 마루에 상응하는 단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Ⅳ. 결 론
본 연구의 목적은 민속춤뿐만 아니라, 궁중무에도 마루에 상응하는 단락이 존재하는가 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 절차를 거쳤다. 첫째, 대표적인 향악정재 인 처용무와 춘앵전을 연구대상으로 한다. 둘째, 박을 쳐서 구분되는 단락을 박단락이라고 총칭하고, 이를 마루에 상응하는 단락으로 간주한다. 셋째, 마루에 대한 이전 연구방법론 을 활용하여 박단락을 분석한다. 넷째, 분석결과에 기초하여, 박단락이 마루에 상응하는 단락인지를 확인하고, 기존 마루와의 공통점과 차이를 도출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도 출된 결과는 다음 3가지이다.
첫째, 박단락과 마루를 구성하는 요소는 어휘춤사위이다. 양자는 의미, 유형, 구성에서 유사성을 보인다. 단, 궁중무계열은 보다 단순하고 안정적인 패턴 속에서 형식과 의미의 자립성을 확보한다.
둘째, 박단락과 마루는 일정한 의미를 확보한다. 그런데 마루는 ‘전개부-연결부-종결부’ 또는 ‘연결부-전개부-연결부-종결부’ 구성인 경우가 많고, 어휘춤사위 개수도 2개 이상이 다. 반면, 박단락은 ‘전개부’ 구성이 다수이고, 어휘춤사위의 개수도 1개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셋째, 음악에서 마루는 궁중음악의 장, 풍류방 기악곡의 장, 가곡의 절, 민요에서 선창이 나 후렴으로 구분되는 절 따위를 모두 총칭하는 포괄적 단락명칭이다. 이 점을 고려할 때, 박단락과 마루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양자의 다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예법을 강 조하는 궁중무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특수성을 담지하고 있는 박 단락은 포괄적 의미의 마루, 즉 마루에 상응하는 단락이라고 할 수 있다.
마루 연구의 첫 출발점은 한영숙류 승무이다. 이후 봉산탈춤 목중춤 분석을 통해, 마루 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탈춤에도 마루에 상응하는 단락이 존재함을 밝혔다. 본 연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궁중무에도 마루에 상응하는 단락개념이 존재함을 확인 했다. 이처럼 춤 구성의 기본 단락 마루에 집중하는 까닭은, 전통춤 구성의 체계적 규명을 가능케 하는 요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즉 마루를 중심으로 할 때, 전통춤을 구성하는 부분단위를 ‘동작소<춤동작<어휘춤사위<마루<과장(악곡, 개별단위 춤)<전체 춤’으로 분류 하고 서열화할 수 있으며, 각각의 구성과 의미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구를 통해 제시되는 어휘춤사위 및 마루(박단락)의 의미는 일차적인 것이다. 이 들은 사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단어 의미, 그것에 기초한 문장 의미에 각각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보다 진전된 의미는 화자와 청자의 상황과 맥락, 심리・문화・역사적 배경 속에 서 해석되어야 하는 것과 같이, 어휘춤사위와 마루 의미는 기초자료일 뿐, 해석된 의미가 아니다. 즉 의미해석학을 위한 기본 자료인 것이다.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마루 연구의 남은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처용무와 춘앵전은 향악정재의 일부이다. 아박무를 비롯한 다른 정재의 박단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예술화된 민속무에는 한영숙류 승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매방류 승무에서도 마루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 공통점과 차이를 살필 필요가 있다. 셋째, 민중적 정서를 직접적으로 담고 있으며, 전형성이 강한 봉산탈춤에서 춤이 주가 되는 것은 목중춤과 노장춤이다. 마 임(mime)이 주가 되는 노장춤 마루에 대한 연구가 보완되어야 하며, 두 춤의 공통점과 차 이를 살필 필요가 있다. 넷째, 민속춤 계열 중에는 즉흥성이 강조되는 것이 있다. 동래학춤 을 비롯한 영남 덧배기춤의 경우로, 즉흥성은 무작위로 춤을 춘다는 의미가 아니다. 배김 새를 중심으로 한 유형적 틀이 존재한다. 이것과 마루의 상관관계를 살필 필요가 있다.
이상 전통춤의 여러 갈래에서 마루에 상응하는 단락의 존재 유무와 그들 상호간의 공통 점과 차이점을 확인하는 작업과 더불어, 연구방법론에 대한 비판적 점검과 지속적인 보완 이 또한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특히 동작소와 어휘춤사위 명명 방식, 묘사형의 원관념과 보조관념 분석 방식, 논의에서 제외된 마루 유형(홀마루, 겹마루) 분석 방법 등은 시급한 보완이 필요하다.
지난한 마루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전통춤 형식론 수립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 제(諸) 장르에서 형식론은 구성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아직 춤에서는 찾아보 기 어렵지만, 음악에는 형식론(Musical Form)이 있다. 음악구성요소(motive, phrase, period) 설정에서 출발하여 성악곡과 기악곡의 구성을 분석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중심으 로 다양한 음악 형식을 규명하고, 가요형식, 겹세도막형식, 론도형식, 변주곡형식, 소나타 형식, 푸가형식, 다악장형식, 기타기악곡형식, 성악곡 등등으로 유형화한다.
좀 더 가까운 예로, 전통음악에도 형식론이 있다. 여러 논쟁적인 부분들이 남아있지만, 구성요소(장단, 장 또는 절, 조, 장단으로 구분되는 단락)를 설정하여 성악곡과 기악곡의 구성을 분석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기초하여 음악형식을 규명하며, 메기고 받는 형식, 환 두환입(換頭還入)형식, 모음곡형식, 한배에 따른 형식, 연음형식, 확대형식 등등으로 유형 화한다.
앞서 살핀 음악의 사례와 달리, 전통춤에는 형식론이 부재한다. 이는 곧 전통춤 구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중심으로 여러 다양한 형식을 규명하는 형식론을 수립하 지 못한 채, 요원한 난제로 남기고 있음을 의미한다. 민속춤뿐만 아니라 궁중무인 처용무 와 춘앵전에도 마루에 상응하는 단락이 존재함을 밝힌 본 연구는, 전통춤 구성을 체계적으 로 규명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동시에 형식론 수립을 위한 토대 작업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