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본 연구는 박금슬 『춤동작』 움직임 원리의 바탕을 이루는 오장육부의 움직임을 오행(五 行) 중심으로 탐구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박금슬(朴琴瑟, 1922-1983)은 해방 이후 신무용이 주를 이루었던 1950-60년대에 창작 활동을 했던 선구적인 신무용가이다. 박금슬은 이시이바쿠 무용연구소에서 현대무용을 배 운 후 귀국하여 궁중무용과 불교 무용을 습득하고 입춤, 살풀이춤, 농악과 각종 민속춤 등 다양하게 산재한 우리나라의 춤사위들을 40여 년간 발굴하고 채록하였다. 그 결과로 박금 슬은 구전되는 전통 춤사위 용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한국 춤 기본동작과 원리를 담은 『춤동작』을 1982년에 출간하였다. 박금슬의 제자 김은희는 박금슬 춤동작 철학이 오장육 부를 기반으로 내 몸을 알고 상태를 인지하며 제3의 공간을 아는 것이라고 언급한다(김은 희 2014, 24:56).
본 연구자는 박금슬 춤동작 움직임 원리가 자각과 자기 성찰로 행해지는 소매틱 움직임 즉,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각(Self-awareness)하여 내적인 공간과 외적인 공간을 연결하는 소매틱스(somatics)와 맥을 같이 한다고 제시한다. 소매틱스는 서구에서 발생했 지만, 소매틱 움직임 수련법(somatic practices, 혹은 somatic discipline)은 인도의 요가, 중 국의 기공과 태극권(타이치), 그리고 일본의 아이키도 등 동양의 많은 전통적 심신수련법 의 영향을 받았다(김경희 2019, 19).
오랜 기간 발레를 전공한 연구자는 우리나라의 전통 춤사위가 오랜 역사와 문화적 전통 을 갖고 있음에도 하나의 춤사위가 동일한 용어로 정립되지 못한 채 다양한 용어로 학습되 는 것에 항상 의구심이 있었다. 그 의구심을 해결해준 것이 박금슬 춤동작 원리였다. 왜냐 하면, 『춤동작』에는 ‘원자세’를 비롯해서 상체 동작, 하체 동작, 전체 동작의 명칭과 내용을 정리하고 굿거리춤, 입춤, 살풀이춤 등의 한국춤 동작을 정립하여 기록되어 있으며 지금도 한국무용인들에게 ‘박금슬 기본’으로 학습되어지고 있다. 본 연구자는 이를 체험하면서 그 안에 내재된 소매틱 움직임 특질을 탐구하는 것에서 연구가 시작되었다.
박금슬 『춤동작』에 대한 국내 연구는 다음과 같다.
허순선(2008)은 박금슬 춤동작 중 입춤에 대해 탐구하고, 황지연, 김지안(2022)은 한국 춤 전문용어 표준화를 위해 박금슬 『춤동작』을 중심으로 춤사위 전문용어의 체계성과 일 관성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이정숙(2022)은 박금슬 『춤동작』 구성 배경 및 용어의 의미 파악과 동영상과 문헌 대조를 통하여 무용 치료의 가치를 탐색하였다. 유혜진(2021) 은 코로나 시대 비대면 무용교육의 수업모형 개발을 목적으로 하였으나, 새로운 수업모형 개발이 아닌 박금슬의 기본무를 중심으로 10주 차시별 주제에 나눠 춤사위 용어와 해설로 수업내용을 구성하였다는 아쉬움이 있다.
소매틱스와 동양적 움직임 원리의 연관성에 대한 국내 연구는 다음과 같다.
김경희(2019)는 한국 국선도와 일본 갓츠겐 운도의 수련 체험을 통해 한국 전통춤에 내 재된 소매틱 움직임 특질을 탐구하였다. 김윤선, 김경희(2022)는 동양의 심신 수련법 중 국선도의 기신법과 활인심방의 육자기결에 내재된 소매틱 움직임 원리를 탐색하기 위해, 소매틱 움직임 원리인 ‘BRACED’에 기초하여 소매틱 움직임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지금 까지 선행된 연구는 박금슬의 춤동작에 내재한 기본무를 주제로 하여 춤동작 용어의 분석 및 춤사위 위주의 연구와 동양의 움직임 원리에 내재된 소매틱 움직임 특질을 탐구한 연구 가 주를 이루었다. 이와 달리 본 연구는 박금슬의 『춤동작』 움직임 원리와 소매틱스의 관 계성, 그리고 움직임의 바탕이 되는 원리를 탐구한다는 것에 차별성이 있다.
연구 방법은 2022년 7월 20일부터 2022년 9월 10일까지의 박금슬 춤동작 체험 기간과 박금슬에게 사사받은 김은희, 서희주와의 전화 면담 및 이에 관련된 학술 논문, 기사, 공연 팜플렛 그리고 박금슬 춤동작 움직임 원리를 해설한 영상 등을 토대로 수행된 사례연구이 다. 필자의 박금슬 춤동작 체험은 “김은희 박금슬 춤동작 기본 원리해설” 영상과 서희주가 제안해준 “박금슬 춤동작 강습회 영상” 총 3편을 학습하고, 한국무용 전공자인 J와 4회 2시간씩 상·하체 동작을 수행하였다. 김은희는 ‘김은희 우리 춤 움직임 원리 연구회’를 운 영하며 박금슬의 춤동작 기본을 영상으로 제작하여 우리 춤 움직임 원리를 쉽게 풀어서 해설해주는 작업을 통해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금슬무용단 대표 서희주는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워크샵을 통해 박금슬 춤동작 원리를 전파해왔으며, 현재는 박금슬 춤동작 기본 을 총 3편의 영상으로 제작하여 박금슬 춤동작의 움직임을 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 연구를 통해 박금슬 『춤동작』 움직임 원리를 바탕으로 한국 전통춤에 내재된 소매틱 움직임 원리를 탐구하고자 한다. 또한, 『춤동작』이 만들어진 움직임의 본질을 찾아 움직임 수행 시 지도자의 움직임을 모방하는 것이 아닌, 학습자 스스로가 신체 자각을 일깨워 움 직임을 수행하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 이 본 연구의 필요성이다.
Ⅱ. 『춤동작』 움직임 원리
박금슬은 1922년 경기도 이천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랐다. 본명은 김길 남(金吉男)이며, 예명인 박금슬은 시인이며 소설가인 공초 오상순이 지어준 것으로 거문고 와 비파를 연상케 하는 이름이다(이은주 2003, 20). 아버지는 별장을 백담사 부근에 지을 정도로 독실한 불교 집안이었다. 박금슬은 아버지의 권유로 스님 곽서순(태고종 계통)을 따라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김서인 2003, 29). 그녀는 일본여자전문학교 상과를 다니면서 이시이바쿠 무용연구소에 들어가 현대무용을 배운 후 1944년 귀국했다. 8.15해방이 되자 박금슬은 강원도 백담사 오세암에서 범패 제1인자로 이름을 알리던 천월(千月)스님에게 불교무용을 배우고 서울로 돌아와 와룡동에 무용연구소를 개설했다. 1946년에 학원을 개 소하고 6.25전쟁이 발발하자 남편은 납북되고 박금슬은 홀로 대구로 피난하여 그곳에서 권번 출신인 정소산 선생님을 만나 민속무용과 궁중무용을 배우게 되었다. 종전 후 박금슬 은 강릉 관음사 권수근 주지 스님께 불교무용인 나비춤과 바라춤을 배웠다. 권수근 스님은 한 말 때부터 전승되어 온 나비춤, 바라춤, 법고춤 등 작법춤(作法舞)의 명인이다(정병호 2003, 26). 서울에 돌아온 뒤 안암동, 용두동, 종암동 등지에서 무용연구소를 열어 본격적 으로 제자를 양성하였고, 1951년 부산문화극장을 시작으로, 1954년 서울 시공관에서 신작 무용 발표회를 가졌다. 이후, 전국을 돌며 오랫동안 구전(口傳)되어 흩어지고 사라져가던 한국 춤과 기방인들이 추어오던 입춤, 굿거리춤, 농악춤, 태고종 승려들에 의해 추어진 작 법무의 춤사위와 탈춤에서 볼 수 있는 춤사위 등을 발굴하고 이를 체계화하여 1983년 『춤 동작』을 발간하였다.
『춤동작』 발간 과정에 대해 박금슬의 제자 서희주는 전국의 현장에서 직접 발굴한 자료라 는 점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선생님은 소니(SONY) 릴로 된 녹음기를 직접 가지 고 지방으로 가서 현장에서 추어지는 춤사위들을 발굴, 채록하여 탄생한 것이 『춤동작』이 다”(서희주, 전화 면담, 2022년 7월 28일)라고 하였다. 그 당시 한국 춤은 전통적으로 민간에 서 구전된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체계화된 기록이 부재했으며, 같은 춤사위 라 하더라도 지역과 사람에 따라 조금씩 용어가 달라지기도 하였다(김서인 2003, 29).
박금슬은 『춤동작』 책 머리에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타인의 손을 거치지 않고 직접적인 수집을 한 결과이며, 우리 고유의 맛을 손상시키지 않으려는 노력 속에서 이루어진 결실임을 밝힌다. 또한, 아끼는 후배들을 위하여 나의 예술, 나의 작품만이 아닌, 우리의 예술, 우리의 작품을 위한 하나의 길을 제시한다(박금슬 1982, 1).
한국의 전통춤을 계승하고자 하는 박금슬의 고뇌와 후학을 진정으로 아끼는 마음을 읽 을 수 있다.
박금슬이 정립한 한국 춤 기본동작에 대해 정병호(2003)는 춤동작의 움직임 원리의 탄 생 배경을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춤동작 용어는 불교계에서 쓰는 한자표기와 기방 예인들의 구전 용어, 탈춤과 농악의 동작 용어, 그리고 궁중정재의 춤사위 용어를 활용 또는 응용하고 있고, 춤동작을 표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것은 호흡법으로 박금슬 춤의 표현원리는 기(氣)에서 머리 위로 뽑아 올리고 그것을 밑으로 내려뜨리는 것이 특징이다(정병호 2003, 28).
박금슬이 강조하는 우리 춤의 호흡법은 숨을 들이마시면서 단전(丹田)에서부터 땅의 기 를 끌어 올린다. 그 기는 단전을 지나 머리 위로 전달되고 숨을 내쉴 때 단전을 통과하여 발바닥 아래까지 전달된다. 이는 내 몸을 알고 땅과의 관계를 느끼면서 수행하는 것의 중 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단전은 하늘과 땅의 기운이 만나는 곳(서희주 2003, 8)으로 우리 몸의 위치에 따라 상단전, 중단전, 하단전으로 구분된다. 하단전은 배꼽에서 약 9cm 정도 아랫부분에서 천골 쪽으로 약 2/3정도 뒤로 향한 지점이다. 이곳이 우리 몸의 중심이자 마음의 중심으로 우리 신체의 무게 중심(Center of Gravity)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김경 희 2022, 21). 이러한 원리를 토대로 디딤세와 도음세(돋음세)를 천천히 수행해 보았다. 발바닥으로 땅을 느끼며 천천히 들숨과 날숨의 복식호흡을 통해 오장육부가 자극이 되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기 때문에 오장육부의 춤이라 하는가’ 사료된다.
박금슬은 우리 춤의 기본으로 ‘힝’, ‘흥’, ‘한’을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춤에는 반드시 ‘힝’이 있어야 한다. 즉, 자기 나름대로 독특한 멋을 풍겨야 한다.
춤에는 ‘흥’이 있어야만 동작의 율동이 박자에 잘 맞추어질 수 있다.
춤에는 ‘한’이 있어야 한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게 하여 그것을 몸으로 나타내려 면 많은 수련과 고난을 쌓아야만 된다(박금슬 1982, 10).
박금슬은 ‘힝’을 ‘멋’이라고 말한다. 멋은 사전적 의미로 ‘됨됨이 따위가 세련되고 아름다움’이 다. ‘힝’의 정확한 한자 표기가 없기 때문에, ‘힝’의 출처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박금슬의 제자 서희주는 “저도 그 부분이 궁금해서 여쭤본 적이 있었습니다. 사전에는 없지만 옛날에 춤을 배우시면서 구전으로 내려온 말”이라고 전했다(서희주, 전화 면담, 2022년 9월 29일).
사전에 실리지 않은 개념 ‘힝’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자가 박금슬 춤동작을 체현한 결과, 처음에는 춤동작의 외형적인 움직임을 모방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래서 먼저 연결된 동작을 숙지한 후 내 몸에 집중해 보았다.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드는 생각은 박금슬이 말한 ‘힝’은 억지로 꾸미거나 다듬은 것이 아닌, 본디 그 대상이 가지고 있는 마음에서 우 러나오는 것을 몸으로 나타내는 멋, 즉 박금슬이 강조한 ‘참 멋’을 말하는 듯하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나라 춤에 내재하여 있는 한국 고유한 멋을 말한 것으로 사료된다.
박금슬은 ‘흥’을 ‘신난다’라고 언급한다. ‘흥’은 누구나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으로 신나는 음악을 듣거나 흥이 나면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을 흥이라 한다(박금슬 1982, 10). 또한, 재미나 즐거움을 일어나게 하는 역동적 감정으로 신명, 감흥, 재미, 즐거 움, 흥미를 내포하고 있고, ‘흥이 난다’, ‘흥겹다’, ‘신이 난다’, ‘신바람’, ‘흥청망청’, ‘흥 부 자’, ‘흥얼 흥얼’등으로 표현되고 있다(신은경, 김학성 1994). 흥은 춤을 통해 표출되는데, 춤은 인간의 언어 이전부터 본능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원초적 행위 이다(김경희 2022, 68).
박금슬의 춤사위를 체현하면 온몸에 혈액순환이 되는 느낌과 함께 기분이 좋아짐을 느 끼게 되는데 이는 장동선(2018)이 춤동작은 내면의 상태를 밖으로 표출하는 것이며 춤을 통해 우리의 모든 감각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장동선 2018, 166). 마지막으로 박금슬은 ‘한’을 ‘감정’이라고 이야기한다. 박금슬은 ‘한’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야 나타낼 수 있다고 제시한다(박금슬 1982, 10). 본 연구자가 박금 슬 춤사위들을 체현하면서 느껴졌던 감정은 슬프고 서글픈 마음에만 국한되기보다는 희로 애락(喜怒哀樂)을 다 담고 있는 듯했다.
감정(感情)은 어떤 현상이나 사건에 대하여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기분으로, 인간 이 느끼는 감정은 분노(Anger), 즐거움(Joy), 생각(Thought), 근심(Worry), 공포(Fear)로 축약될 수 있다. 이러한 감정들은 우리 몸의 장기(臟器: organ)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김경희(2019)는 『마음으로 하는 발레 공부』에서 인간의 장기와 감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고대 히브리 사람들은 “인간의 장기(臟器) 속에 그 사람의 인격과 감정이 들어있다”고 하였고, Body-Mind Centering®을 개발한 코헨은(Bonnie B. Cohen)은 “감정표현의 근원 (Origins of Expression)”으로서 인체의 내장기관을 설명하고 있으면, 각각의 장기와 감정을 연관 지어 이에 움직임 또는 자세를 분석, 탐구하였다(58-59).
“춤”은 “인간 감정의 본능적 표출”로 ‘기술’이 아닌 ‘감정 표현’으로 감동시켜야 함을 강 조한다.
한국무용가이면서 인간문화재인 공옥진은 “오장육부를 흔들고 춤을 춰야 멋이 우러나는 것”이라 말한다(안서현 2012). 남성 1세대 한국무용가 조흥동 역시 춤이란 마음을 움직이 는 ‘신명’으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춤추는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의 희로애락이 손끝, 발끝으로 퍼져 나오는 겁니다”라고 언급한다(정영주 2002). 또한, 감정은 오장(五臟) 에서 나오지만, 지나친 감정표출 역시 오장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심귀득 2013, 172). 예를 들어, 간(肝)은 ‘분노’의 감정을 주관한다. 간이 건강해야 분노의 감정도 적절히 표출 할 수 있다. 간이 건강하지 않으면 화를 잘 내게 되고, 지나친 화는 간을 상하게 만든다. 조절되지 않는 분노의 감정은 장기를 상하게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미친 다. 우리의 몸은 곧 우리의 마음이기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인들은 반드시 내장기관 과 감정의 연관성에 대해 인지해야 한다.
다음 장에서는 박금슬 춤동작의 바탕을 이루는 ‘힝’, ‘흥’, ‘한’ 중에서 감정을 내포하는 ‘한’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 오행을 중심으로 오장육부와 감정에 대해 고찰하였다.
Ⅲ. 『춤동작』 움직임 원리체계에 내재된 오장육부
박금슬은 “우리 춤은 오장육부 춤이다”라고 주장한다(김은희 2014, 6:43). 한국 무용가 임관규는 2017년 11월 20일 서울문화투데이 앱사이트에 의하면 “춤은 오장육부와 단전에 의해서 추어야 하며 이는 마음속, 몸속으로 춤을 추어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있다고 제시한 다.” 또한 임관규는 춤은 누구나 팔과 다리로 춘다고 생각하는데 박금슬 선생은 단전의 호흡을 끌어올려 춤을 추게 한 것이며 이것은 매우 과학적이고 몸의 움직임을 자연의 이치 로 풀어냈다고 강조한다(정영신 2017).
우리 몸은 자연과 닮아있으므로 하늘의 다섯 가지 기운을 인체의 다섯 가지 장기(五臟) 와 연결해 이해하였다. 다섯 개의 기운을 오행(五行)이라 하며 우리나라 전통춤은 자연 사 상을 바탕으로 한 동양철학을 기본으로 하여 음양오행(陰陽五行)사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 (김진 2023). 오행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로, 목과 화는 양이고, 금과 수는 음이며 토는 중앙으로 본다.
목(木: Wood)은 봄의 새싹이 굳은 땅을 뚫고 나오는 것처럼 강인한 기운으로 간(肝臟: Liver)의 활기찬 기운과 연관된다. 간은 ‘막히지 않고 트이게 하며 밖으로 펼친다’는 특성 이 있으며 운송과 소통, 배출함으로써 막힘없이 트이게 된다. 현대인이 걸리기 쉬운 질환 중의 하나인 우울증은 간의 기운이 소통하지 못해서 생기는 심리적인 질병이다. 간이 주관 하는 감정은 분노(怒: Anger)로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은 ‘분노’로 표출된다(장치 청 2009, 117).
이러한 성질을 기반으로 목(木)의 춤사위는 뿌리를 땅에 두고 위로 곧게 자라는 성질과 옆으로 퍼지면서 덮는 기운을 가졌으며, 위로 오름, 뚫고 나감, 넓게 퍼짐 등의 특성이 있 다(김성태 2010, 88). 신체가 봄에 꽃이 피어오르듯이 춤사위도 조용하고 곧게 혹은 휘면 서 다리, 팔, 몸통이 점차 위로 향하는 성질이 있다(김진 2023).
화(火: Fire)는 언 땅을 녹여 만물이 태어나게 하며 심장에서 기(氣)와 혈(血)을 전신으 로 산포한다(김경희 2021, 56). 심장(心臟: Heart)은 태워버리는 성질, 따스한 온기, 증발 의 특성이 있다(김성태 2010, 90). 『황제내경』에서 ‘지나치게’ 기뻐하면 심장의 기가 흩어 져 웃음이 끊이지 않고 심각할 경우 정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장치청 2009, 116) 심장이 주관하는 감정은 즐거움(喜: Joy)이다. 또한, 심장의 소리, 심장의 리듬은 삶과 살 아있음에 느낄 수 있는 기쁨으로 춤출 때 기쁨을 느끼는 것은 바로 심장이 가지고 있는 기쁨의 기운일 것이라 사료된다. 이러한 성질을 기반으로 화(火)의 춤사위는 여름에 뜨거 운 햇살처럼 뜨겁고 열정적인 것으로 동작으로는 전진의 의미로서 신체가 펼쳐지고 팔이 뻗어져 나가며 다리는 도약하는 형태다(김진 2023).
목(木)과 화(火)는 박금슬 춤동작 중 ‘상체의 동작’과 유사하며, 박금슬이 기술하는 상체 의 동작은 허리 위에서부터 머리까지로 팔과 머리, 어깨 등이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동작 이다(박금슬 1982, 44). 이에 해당하는 춤사위는 좌수선거, 우수선거, 수제하, 좌우수 선거, 사수 등 24가지가 있다. 사위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춤동작을 뜻하는데, 박금슬 기본 원리 에서는 주로 팔을 움직이는 동작에만 사위라는 명칭을 쓰고 몸과 발이 다 같이 움직일 때 는 사위라는 명칭을 붙이지 않는다(박금슬 1982, 24).
목(木)과 화(火)의 움직임 특성을 본 연구자가 위로 곧게 자라는 성질과 옆으로 퍼지면 서 덮는 특성을 생각하며 수행해보았다. 내 주변의 보이지 않는 큰 원을 상상하고, 땅에서 끌어 올린 에너지를 하늘로 올라갔다가 내 몸을 감싼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안으 로는 힘이 모아지고 밖으로 그 기운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음양의 태극 이미지가 연상되 었다. 이것이 음양에서 말하는 상생상극이다.
토(土: Earth)는 계절과 계절 사이의 환절기처럼 중앙으로 중재하는 기운(김진 2023)으 로 만물이 시작되고 다시 돌아오는 뜻으로 목화(木化)의 양기와 금수(金水)의 음기 사이에 서 중재자 역할을 한다. 토는 우리 몸의 중앙에서 순환계 및 면역체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비장(脾臟: Spleen)과 연관된다. ‘생각이 많으면 비위(脾胃)가 상한다’라 는 말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비(脾)를 위(胃)와 함께 생각하는데(이철완 2010) 비장이 주관 하는 감정은 생각(思: Thought)으로, 근심과 걱정이 많아지면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는 비 위도 활동하지 않아 소화기가 약하게 된다. 이렇듯 토(土)는 모든 기운을 품고 있어서 중앙 에서 균형을 잘 조절하고 배열해야 하므로 생각이 많을 것이라 유추된다.
이러한 성질을 기반으로 토(土) 춤사위는 춤사위와 춤사위를 연결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기도 하고 춤사위를 마무리할 때나 다음 춤사위로 진입하기 전의 준비자세로 본다. 그러 나 토의 기본적인 성질은 ‘멈춤’의 의미로서 잠시 멈추어 한 차원 높은 성장을 위한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다(김성태 2010, 91).
토(土)는 박금슬 춤동작 중 ‘중체의 동작’과 유사하며, 박금슬이 기술하는 중체 동작은 허리와 무릎 등에 중심을 두는 동작이고 지슴(짓음), 발바치, 황새체 등 13가지 춤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금(金: Metal)은 온몸의 기를 주관하는 기운으로 숙강(肅降)작용을 하는 폐(肺臟: Lung) 와 연관된다. 숙강작용은 기를 거둬들여 아래로 내리는 것으로 폐는 상승한 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다시 거둬들여 아래로 내려주는 기능을 한다.
『황제내경』에서 ‘슬퍼하면 기가 흩어져 소실된다’라고 한다(장치청 2009, 118). 일어나 지도 않는 일에 대한 걱정과 근심은 일상의 슬픔으로 전이된다. 폐가 주관하는 감정은 근 심(憂: Worry)과 슬픔(悲: Grief)으로 근심과 슬픔이 지나치면 체내의 기가 흩어지고 소모 되어 폐기운이 약하게 된다.
이러한 성질을 기반으로 금(金)의 춤사위는 움츠러들어 통일, 수렴하는 기운이다. 또한 머금는 호흡으로 하단전에 기가 모인다(김진 2023). 이것은 동작을 맺고 감는 것으로 펼치 고 풀어졌던 움직임이 응축되는 것이다.
수(水: Water)는 겨울에 얼어붙은 물속에서 새봄을 준비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겉은 차 갑지만, 속에는 따스한 온기를 지닌 기운이다(김성태 2010, 93). 인체의 깊숙한 내면에서 흐르는 눈물, 골수, 정액, 오줌 등 물을 주관하는 신장(腎臟: Kidney)의 기능을 닮아있다 (김경희 2021, 57). 너무 놀라거나 두려운 상황이 될 때 ‘오줌 쌀 뻔했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은 사람이 놀라면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 신장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신장이 주관 하는 감정은 놀람(驚: Shock), 공포(恐: Fear)이다.
수(水)의 춤사위는 겨울의 저장과 휴식을 나타내듯 동작으로는 후퇴의 의미로서 신체의 높이에서 가장 낮은 특징을 나타낸다. 즉 팔, 다리, 몸통이 아래로 향하면서 응축되는 사위 로 얼어붙은 물속에서 새로운 탄생의 기운으로 새봄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
금(金)과 수(水)에 해당하는 박금슬 춤사위는 박금슬 춤동작 중 ‘하체의 동작’과 유사하 며, 박금슬이 기술하는 하체의 동작은 발의 모양과 내리고 드는 것, 걷는 동작을 말한다. 하체의 동작은 원자세, 디딤세(딛음세), 도음세(돋음세), 퇴세전 등 12가지 춤동작이 포함 된다. 여기에서 용어들은 구전으로 전해 내려온 것이 주를 이루며 발을 들 때는 반드시 발끝을 떨어뜨리고 발을 내릴 때는 뒤축을 밀면서 발가락을 위로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박금슬 1982, 44). 이러한 특성을 생각하며 체현해보니 발바닥이 땅의 지면을 지지하 고 있는 안정성이 느껴짐과 더불어 호흡이 편안해졌다.
감정은 우리 ‘마음’의 표출이며 우리 몸의 장기와 깊은 연관성이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 여 잘 알아차려야 한다.
위의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Ⅳ. 결론
본 연구는 박금슬 『춤동작』 움직임 원리와 소매틱스의 관계성을 탐색하고, 박금슬 『춤 동작』 움직임 원리의 바탕을 이루는 오장육부의 움직임을 오행(五行)을 중심으로 고찰하 여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하였다.
첫째, 박금슬 춤동작 움직임 원리는 내 몸을 인지하여 내 몸을 탐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이는 내 몸에 주의를 기울이는 소매틱스(Somatics)와 일맥상통한다. 이는 ‘자신’을 찾 고, ‘자신’의 몸에 맞도록, ‘자신의 몸’이 허락한 만큼 ‘제어’하고 ‘조절’하면서 학습해야 한 다는 김경희의 주장과 일치한다(김경희 2022, 120).
둘째, 박금슬 춤동작 움직임 원리체계는 하늘의 다섯 가지 기운, 오행(五行)을 인체의 다섯 가지 장기(五臟)와 연결해 이해할 수 있다.
목(木: Wood)은 간(肝臟: Liver)의 기운과 연관되며, 간이 주관하는 감정은 분노(怒: Anger)이다. 화(火: Fire)는 심장(心臟: Heart)의 기운과 연관되며, 심장이 주관하는 감정 은 즐거움(喜: Joy)이다.
목(木)과 화(火)에 해당하는 박금슬 춤사위는 박금슬 춤동작 중 ‘상체의 동작’과 유사하 며, 박금슬이 기술하는 ‘상체의 동작’은 허리 위에서부터 머리까지로 팔과 머리, 어깨 등이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동작이다(박금슬 1982, 44).
토(土: Earth)는 비장(脾臟: Spleen)의 기운과 연관되며, 비장이 주관하는 감정은 생각 (思: Thought)이다. 토(土)에 해당하는 박금슬 춤사위는 박금슬 춤동작 중 ‘중체의 동작’과 유사하며, 박금슬이 기술하는 ‘중체 동작’은 허리와 무릎 등에 중심을 두는 동작이다.
금(金: Metal)은 폐(肺臟: Lung)의 기운과 연관되며, 폐가 주관하는 감정은 근심(憂: Worry)과 슬픔(悲: Grief)이다. 수(水: Water)는 신장(腎臟: Kidney)의 기운과 연관되며, 신장이 주관하는 감정은 놀람(驚: Shock)과 공포(恐: Fear)이다.
금(金)과 수(水)에 해당하는 박금슬 춤사위는 박금슬 춤동작 중 ‘하체의 동작’과 유사하 며, 박금슬이 기술하는 ‘하체의 동작’은 발의 모양과 내리고 드는 것, 걷는 동작을 말한다. 이렇듯 오장육부는 감정을 표현하는 무용인들이, 몸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인지해야 하 는 인식의 대상이다(김경희 2021, 59).
본 연구의 의의는 박금슬의 춤동작 움직임 원리에 내재된 고유한 특징을 체현화 과정을 통해 탐구하고,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감정’을 구체화했다는 점이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신호는 감정을 통해 자각하므로 내적인 감정을 알아차리고 외부 로 표출시켜 건강하고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기 바란다. 또한 폭넓고 깊이 있는 소매틱 연 구가 다각적으로 지속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