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우리는 날마다 기호들의 세계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도로의 표지 판과 같이 인간의 약속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것이 기호이다. 우리는 기호를 배움으로 세 계를 이해하고, 기호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 이처럼 기호는 우리 일상 모든 것의 약속이며, 인간 스스로 현실의 세계를 창조하여 축조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기호의 능력이 다. 예술, 언어 등은 모두 기호를 이용해 인간이 일으킨 현실의 현상이다. 그러므로 무용은 작품을 만드는 안무가, 춤을 추는 무용수 그리고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의 무의식 속에 존 재하는 움직임의 표상, 즉 작품의 의도와 감정, 사상 등이 말이나 글로 표현되지 않아도 이미지에 의해 기억되기 때문에 기호라 할 수 있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정재만류 승무는 고(故) 한성준(1874-1941), 고(故) 한영숙 (1920-1989)에서부터 전해진 춤으로 현재까지 왕성하게 추어지고 있다. 고(故) 정재만 (1948-2014)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2014년 7월 안타깝게 세상을 타계하였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남성 무용수인 정재만은 잦은 발디딤과 독보적인 기교, 한국 남성 춤에 흐르는 우 아한 멋과 흥취, 그리고 풍류 정신으로 극장 미학을 세련되게 승화시킨 장본인이다(김정은 2014). 승무는 소매가 긴 장삼을 입고 추는 춤으로 전통춤의 백미라 불릴 만큼 아름답고 우아하다. 동작 각각의 내면적 의미가 깊고, 다양한 사상적 조화가 어우러져 있는 우리나 라의 대표적 전통춤이다. 이러한 승무의 의미 분석과 춤동작의 해석을 위한 그레마스 기호 학적 접근은 역사와 전통을 통한 가치 보존의 의미가 깊은 승무의 또 다른 해석적 연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용과 관련된 기호학의 선행 연구(2002-2020)를 종합하여 살펴보면 기호학을 활용한 무용 작품분석과 한국 춤 사유 구조를 그레마스 기호학, 또는 퍼스 기호학을 대입하여 연 구하였다(민성희 2002;김지원 2006;김지원 2016;이지희, 2020). 본 연구와 관련된 기호 학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민성희(2008)의 연구에서는, 소쉬르와 바르트 모델을 중심으로 전 통춤 승무(염불 과장)의 동작소에 대한 계열체적인 기호학적 접근의 연구이며, 춤동작 각 각의 동등한 요소들의 이항 대립을 토대로 춤의 상징적 의미를 도출하였다. 또한, 김지원 (2016)의 연구에서는 알기르다스 줄리앙 그레마스(Algirdas Julien Greimas)의 기호 사각 형을 통해 한국 춤의 심층적 의미를 찾고 예술 현상에서 드러나는 의소가 어떻게 다른 의 미의 단위에 놓이는지 연구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기호학적 접근을 통해 승무의 다양한 해석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 반면 승무의 춤동작을 통한 직접적인 분석이 미흡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그레마스 기호학의 의소를 도출하기 위하여 승무의 사상성을 연구 하고, 이를 통해 도출한 의소를 활용하여 승무의 춤동작을 분석하였다. 이러한 춤 동작분 석은 승무에 대해 조금 더 다각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 사료된다. 기호학의 그레 마스 춤 동작분석을 안무가와 무용수 차원으로 접근하여 입체적인 해석을 제시하였다. 연 구 방법은 문헌 연구와 그레마스의 의미생성모델을 통한 승무의 춤동작 분석이다.
연구설계 모형은 다음과 같다.
정재만류 승무는 염불 과장(염불과 잦은 염불), 타령 과장(타령과 잦은 타령), 굿거리 과장, 북과 당악 과장, 그리고 다시 느린 굿거리 과장의 총 다섯 과장으로 구성되어있다.
본 연구는 정재만류 승무의 여러 과장 중 대표적 과장이라 할 수 있는 염불 과장을 중심 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는 승무의 전 과장 중 염불 과장이 가장 큰 범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간 삶의 비애와 비장미를 한과 슬픔으로 표출하는 대표적 춤사위가 표현된 것이 염불 과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염불 과장 안에 내포하고 있는 춤의 사상성 가운데 음양 사상과 윤회사상에서 표현되는 춤의 특징을 찾아내어 그레마스 기호학의 의소로 대입하여 연구하고자 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담고 있는 정재만류 승무를 그레마스 기호학을 적용하여 연구하고 분석함으로써 승무에 내재 되어있는 의미를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하여 해석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Ⅱ. 정재만류 「승무」
1. 정재만류 「승무」의 유래와 특징
한국 전통춤의 대표적 상징이며 정수(精髓)라 일컬어지는 「승무」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경기 승무 한영숙류(1969년 지정), 호남승무 이매방류(1987년 지정)로 분류되어 전승되고 있다(홍경아 2010, 7). 본 연구에서 다루어진 정재만류 승무는 한성준을 시초로 한영숙 그리고 2000년 예능 보유자로 지정된 정재만으로 전승되었다.
춤의 전승 과정에서 1대인 남(男) 한성준 - 2대인 여(女) 한영숙 – 3대인 남(男) 정재만 으로 이어지며 더욱 발전하여 여성적인 우아함과 더불어 남성적인 역동적 에너지가 동시 에 존재한다(윤하영 2017, 75). 이는 스승의 장점에 제자의 장점이 더해져 형성된 경기류 승무의 독특한 춤의 모습이다. 이주연은 정재만류 승무의 특징에 대해, 1대 한성준에서 2 대 한영숙으로 이어진 춤은 남성성과 여성성의 춤의 형태적 특질이 정재만에 이르러 한층 더 넓어져 중부류의 산새와도 같이 단아하면서도 우아하고 담백하여 품위와 격을 지닌 절 제미의 극치를 이루어 냈다고 하였다(2000, 42).
민향숙의 『정재만처럼』에 의하면 “살풀이는 하늘에 대한 공경이고, 태평무는 땅에 대한 공경이고, 승무는 하늘과 땅에 대한 공경을 담았다”라고 하였다(2012, 22). 이는 정재만의 춤의 정신을 잘 표현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정재만류 승무의 춤 장단은 모두 5과장으로, 염불 과장, 타령 과장, 굿거리 과장, 북·당악 과장, 마지막은 다시 굿거리 과장으로 마무리되며 이는 삼현(三絃), 육각(六角) 장단에 영 향을 받아 진행되었다(윤하영 2017, 6). 승무의 첫 과장인 염불 과장은 솔직하고 대담하며 수축과 이완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과장이다(정용진 2002, 6). 정재만의 증 언에 따르면,
한성준께서 승무를 만드실 때 음양법과 중용법을 가미하여 1시간 넘게 정리하셨다고 한다. 이 승무가 너무 길고 힘이 들어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적어 한영숙 선생은 그 반으로 축소하 여 만들었고 제3대인 정재만에 의해 한성준 당시의 승무를 20분으로 축소한 작품으로 무형문 화재 지정을 받았다. 당시 기록으로 남긴 승무를 제자들에게 전수 하였는데 이를 정재만은 문화재 승무라 하고 그때그때 공연 성격에 따라 짧고 길게 추어지는 승무를 현 승무로 분류하 여 가르치고 있다(정용진 2002, 4).
이처럼 정형화되었던 승무가 시대의 흐름을 맞추어 공연 시간과 장단의 길이가 조금씩 변형되는 것을 알 수 있다.
2. 승무의 사상성
1) 승무의 음양 사상
2023년 4월 30일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따르면 “음양(陰陽) 사상은 어둠과 밝음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음은 구름(雲)과 언덕(丘)의 상형을 포함하고 있으며, 양은 모든 빛의 원천인 하늘을 상징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는 서로가 완전히 상반된 원리가 아니라 두 개의 상호보 완적인 힘이 상호작용하여 우주 삼라만상을 발생시키고 변화, 소멸하게 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성리학에서는 “태극이 움직여 양을 낳고, 움직임이 쌓여 최고에 달하면 오히려 고요 하게 되는데, 이러한 고요가 음을 낳는다”라는 내용이 있다(이종성 2015, 34). 이를 통하여 음과 양 중 누가 먼저냐의 문제에 있어, 음과 양은 교대로 잇달아 발생하는 흐름이라 간주하는 것으로 그 순서를 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양 사상은 동양의 사상과 삶을 지배하여 왔던 대표적인 사상 체계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에 전래되었다. 이렇듯 오랜 시간 우리의 종교와 삶에 밀접하게 닿아있는 음양 사상은, 단순히 종교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통춤의 근간을 형성하며 자연스럽게 춤 속에 녹아들게 되었다.
승무는 전통춤의 대표적 작품으로 음양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우주 순환의 원리를 춤에 적용하여 정립되고 추어지는 춤이다.
정용진은 음과 양에 대해, 긴장과 이완, 맺음과 풀림의 원리를 통해 승무의 춤사위와 음양 사상은 조화를 이룬다고 하였다(2009, 34). 승무의 춤사위에서 살펴보면, 하늘을 향 하여 뿌리는 동작이 진행되기 전에는 반드시 눌러서 에너지를 안으로 모아 응축시키는 동 작이 발생한다. 또한, 장삼을 바깥으로 확장 시키는 동작이 진행된 후에는 반드시 몸 안으 로 들어오는 동작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이는 음과 양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섭 리 안에 교대로 진행된다는 음양 사상과 너무도 닿아있다고 하겠다.
2) 승무의 윤회사상
윤회는 범어 Samsara의 번역으로 원래는 “유전(流轉)한다”라는 뜻이다. 또한, 생사(生 死)라고도 하고, 생사윤회, 윤회전생, 이라고도 한다. 수레바퀴가 끝없이 굴러가는 것과 같 이, 인간 세상의 번뇌와 업에 의해 생사의 세계를 반복하면서 그치지 않고 돌고 도는 것을 의미한다.1) 윤회사상의 시작은 인도의 전통 신앙이지만, 우리나라 성철스님의 사상을 정 리한 ‘백일법문’의 가르침 중 첫째가 ‘부처님의 윤회설은 방편이 아니고 정설이니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에 따라 생사를 되풀이한다는 ‘윤회’는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기 에 굳게 믿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아 윤회사상이 우리나라 불교의 가장 대표적 사상 임을 알 수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문무왕이 죽은 후 동해의 용으로 다시 태어나 나라를 지키겠다고 말하였는데, 그를 통해 고려 전에도 이미 우리나라에서 윤회사상이 널 리 퍼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불교에서 윤회사상을 논할 때, 인간의 삶은 시간의 흐름이 순환하여 시작과 끝이 없다는 의미의 무시(無始)와 무종(無終)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이는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생사의 순간이 순환되고 반복된다는 의미를 지니며, 인간의 육체는 죽음으로 소멸하지만 영혼은 죽음 후에도 불멸하여 다시 새로운 생명으로 재탄생한다는 것이다. 이를 일컬어 영혼이 이전에 살았던 삶을 전생이라 하고,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것을 환생이라고 한다.
다섯 과장으로 구성된 염불 과장과 타령 과장, 굿거리 과장, 그리고 북・당악 과장에서 다시 굿거리로 마무리되어 다시 반복되고 연속되는 장단이 되는 것으로 정재만류 승무의 음악과 춤동작에서도 윤회사상이 적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춤 움직임이 만들어지고, 변화하고, 사라지는 연속적인 시간의 과정 안에서, 장삼의 원의 형태를 통한 움직임 가운 데 윤회사상의 순환 과정이 잘 드러난다. 윤회사상 순환의 의미로, 승무의 구성단계의 마 지막 과장인 굿거리 과장에서는 모든 춤사위를 연풍대로 몰아 원을 그려 돌아가며, 완전한 끝이 아닌 재생하는 새로움으로 생성의 단계를 마무리한다(윤하영 2017, 53-54).
이러한 윤회사상의 순환론은 승무의 시작과 끝에서도 볼 수 있는데, 춤이 시작될 때 합 장으로 시작하여 마무리에 합장으로 끝인사를 하는 형태를 말할 수 있다.
Ⅲ. 그레마스 기호학
1. 그레마스 기호학의 개념과 구조
그레마스는 프랑스인 언어학자로, 파리의 기호학파로 활동하며 기호 생성 모델, 기호 사 각형의 개념 등을 창시한 기호학자이다. 기호학적 사변형은 그레마스 기호학에서 가장 중 요한 ‘의미작용’에서의 최소단위인 ‘의소(義素)’를 변별화하여, 대립 관계, 전제(함의) 관계, 모순관계가 성립되어야 하는 법칙을 가진다. 그레마스 의소 분석은 하나의 구조에 대해 논할 때 사용되는 이차원적 언어체계인 메타언어를 사용한다. ‘의미작용’의 기본적인 구조 성을 가지고 있으며 의미를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생성하는 구조적 기호이다. 즉, 하나의 동일한 의미 범주와 구조를 구성하는 관계에서 의미의 변화 또는 생성경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박재문 2022, 22).
기호 사각형 이론은 4개<S1, S2, -S1, –S2>의 의소를 사용하여 사각형을 구성하며, 여 섯 개<대립 관계, 전제(함의) 관계, 모순관계>의 관계가 성립되어야 한다. 또한, 기본 범주 는 상반성 축을 기본으로 하여 하위 상반성의 축을 형성하고 각각의 관계를 분석하는 구조 주의적인 이론이다.
예술로써 가지는 춤의 의미, 즉 한국 전통춤에 나타나는 독창적 미적 현상을 기호학적 방법을 통해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러한 그레마스 기호학적 사각형을 통한 해석은 구조주의 의미론의 유용한 방법론으로 대립 관계, 전제(함의) 관계, 모순관계 를 가진다(김지원 2016, 39).
<도판 2>와 같이 기호학적 사변형에서 의소의 관계성에 중심을 두고 <S1>과 <S2>의 관계가 설정된다. 이를 통해 의미관계가 적용되는 기본구조<S1, S2, -S1, -S2>를 제시한 다. 대립 관계를 상반성과 하위 상반성의 축으로 보고 춤동작 분석에 적용함에 있어, 도출 된 4개의 의소에 대한 대립, 전제(함의), 모순의 관계적 해석에 의미의 논리적 구조를 도입 하여 중심이 되는 의소의 관계 구조성이 명료해지고, 모형에 나타나는 의미들의 해석적 이해가 정교해진다.
2. 승무의 기호학적 의소 분석
음양 사상과 윤회사상은 원인과 결과처럼 서로 따르는 형식을 가지고 있는데, 음과 양은 상호작용하여 서로를 보완하고, 윤회는 생과 사가 시작과 끝이 없이 계속하여 연결된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음양 사상과 윤회사상을 승무의 춤동작으로 분석할 때 응축, 표 출, 맺음, 풀림의 4개의 의소를 사용하였는데, 응축은 큰 동작을 위해 에너지를 모으는 동 작이며, 표출은 응축과 맺음에 연결되는 장삼 자락을 크게 뻗어 뿌리거나, 던지듯 뿌리는 동작을 의미한다. 또한 맺음은 장삼 자락을 어깨에 얹는 동작이나 궁체로 팔을 엎는 동작 처럼 동작의 매듭을 지어주는 것이다. 풀림은 응축과 맺음, 표출 뒤에 에너지를 풀어내는 동작의 의미로 분석하였다. 이렇듯, 4개의 의소를 움직임의 연관성을 보면, 표출을 위해서 는 응축이 필요하고 풀리기 위해서는 먼저 맺음이 있어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음양 사상과 윤회사상의 상호보완적이고 연결을 강조하는 특성이 승무의 춤동작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승무는 다른 전통춤과 달리 긴 장삼 자락을 사용하여 표현하므로 크고 시원한 움직임을 시각화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위해 춤에 나타난 응축은 작아지는 동작으로 보이지만 사실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몸 안에 담아 모으는 동작으로, 어쩌면 표출보다 더 큰 동작이 라고도 볼 수 있다. 몸의 중심 방향으로 응축시키고 중심에서 바깥으로 표출하는 원리로 장삼 자락을 이용해 맺고 푸는 승무의 기본원리와 함께 작용한다.
이를 통해 정재만류 승무 염불장단의 동작을 그레마스 기호학적 사변형에 대입하기 위 해서 ‘응축과 표출’, ‘맺음과 풀림’의 단어로 범주화하였다. ‘응축과 표출’, ‘맺음과 풀림’은 음양 사상과 윤회사상을 춤으로 기호화하는 데에 있어서 승무에서 중요한 기초원리가 되 는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도판 3>과 같이, 본 연구는 정재만류 승무의 음양 사상과 윤회사상을 통하여 ‘응축과 표출’, ‘맺음과 풀림’의 의소를 도출하고 이를 그레마스의 기호학적 사변형에 대입하여 <S1 응축>, <S2 표출>, <-S1 풀림>, <-S2 맺음>으로 구성하였다. 도출된 의소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S1 응축>과 <S2 표출>은 상반성 축으로 대립 관계를 이루고, <-S1 풀림>과 <-S2 맺음>은 하위 상반성 축으로 대립 관계를 이룬다. 또 <S1 응축>과 <-S2 맺음>, <S2 표출>과 <-S1 풀림>은 전제(함의) 관계를 이루며, <S1 응축>과 <-S1 풀림>, <S2 표출>과 <-S2 맺음>은 서로 모순관계를 형성한다.
의소의 상관관계는 응축이 있으면 꼭 표출이 오는 대립만으로 춤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 라, 응축 후에 풀림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응축 후에 맺음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의소의 상관관계를 통해 춤의 다양한 의미형성과 관계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Ⅳ. 정재만류 승무의 그레마스 기호학적 의미와 동작분석
승무의 ‘응축과 표출’, ‘맺음과 풀림’의 의미를 가장 잘 함의하고 있는 동작을 선별하여 분석하기 위해, 응축은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장삼이나 손을 모으는 동작, 표출은 모은 에 너지를 던지듯 장삼을 강하게 뿌리는 동작으로 해석하였다. 맺음은 동작 흐름의 진행 가운 데 몸쪽으로 장삼이나 손을 감는 동작 또는, 굴신하여 호흡과 에너지를 누르는 동작, 마무 리 동작 등이다. 풀림은 응축이나 맺음을 풀어내는 동작이다.
정재만류 승무의 주요 춤사위 특성은 정재만(1983)의 『한국 전통무용의 용어 및 춤사위 연구』를 참조한 연구로 윤하영(2017)의 연구 중 “정재만류 승무 춤사위 용어 및 내용”과 서성원(2005)의 연구 중 “정재만류 승무 춤사위 분석”을 참작하였다. 정재만류 승무의 ‘응 축과 표출’, ‘맺음과 풀림’의 동작분석은 신체 동선의 크기와 동작 이미지, 장삼의 다양한 모양새를 표층 영역으로 보고, 에너지의 크기와 흐름의 행위 과정을 심층 영역으로 분석하 였다. 이는 한국 전통춤 승무의 움직임 특성상 사람의 시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표층 영역 과 인간의 감각으로 식별할 수 없는 심층 영역의 에너지 작용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이 야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재만류 승무의 대표적 춤사위 특성으로 학의 형상을 춤동작으로 표현한 ‘학체’, 춤사위를 둥근 모양의 형태로 만드는 ‘궁체’, 붓글씨를 쓰는 동작을 형상화한 ‘필체’ 가 있는데 이는 음과 양의 상호보완적인 힘이 자연스레 녹아 있는 음양 사상과 시작도 끝 도 없는 윤회사상이 승무의 춤동작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의 예이다. 즉, 표출의 동 작을 하기 위해서는 응축이 이루어져야 하고 맺음 동작 후에는 반드시 풀림이 연결된다. 따라서 승무의 동작을 심층적 영역으로 볼 때, 몸을 작게 움츠리는 동작만이 응축이 아니 며, 큰 에너지를 몸의 중심으로 모으는 동작은 표출보다 더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긴 장삼 자락을 사용하는 승무 춤사위는 표출을 위해서 강한 에너지의 응 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승무의 심층 영역을 ‘응축과 표출’, ‘맺음과 풀림’의 의소의 대립 관계, 전제(함의) 관계, 모순관계로 나누어 분석하면 다음 <표 2>, <표 4>, <표 6>, <표 8>, <표 10>, <표 12>와 같고 이를 통한 춤동작 분석은 <표 3>, <표 5>, <표 7>, <표 9>, <표 11>, <표 13>과 같다.
응축과 표출은 대립 관계로 음양의 상반된 에너지를 표현한다. 응축을 위해 팔을 모아 에너지를 응축한 후 표출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러한 동작은 해결하고 풀어버리는 의미가 있다.
맺음과 풀림은 대립 관계로 윤회사상이 포함되어 끝나지 않는 반복을 표현한다.
응축과 맺음은 전제(함의) 관계로 서로 비슷한 의미를 내포한다. 응축하여 모은 에너지 를 다음 동작을 위해 몸 안쪽으로 감거나 메는 동작인데 이러한 동작은 주로 다음 동작에 표출이 오는 경우가 많다.
표출과 풀림은 전제(함의) 관계로 서로 비슷한 뜻을 내포한다. 강하게 표출되었던 에너 지가 다음 동작을 위해 천천히 에너지를 호흡과 함께 내려놓음으로 전통춤의 깊이를 느끼 게 하는 동작이다.
맺음과 표출은 모순관계이다. 이는 대립과는 다르게 다양한 의미적 해석이 가능하며 승 무에서의 모순관계는 상이하여 양립하지는 않는 관계로 해석한다. 이는 맺음이 표출을 위 해 필요하나 응축처럼 꼭 에너지를 모아 표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시원하고 정확한 움직임을 보여주거나 끝과 시작을 의미하는 동작에서 많이 사용되며 이 러한 동작은 반복되는 윤회사상과 닿아있다.
응축과 풀림은 모순관계이다. 손이나 장삼을 안으로 모으며 에너지를 응축하였다가 밖 으로 표출하지 않고 풀어버리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는 승무의 사상과 닿아있으며 세상의 허무함과 욕심내지 않는 예술가의 마음가짐이 드러난다.
Ⅴ. 결 론
본 연구에서는 그레마스 기호학적 접근을 통해 정재만류 승무의 여러 과장 중 대표적 과장이라 할 수 있는 염불 과장을 해석하였다. 이를 위해 승무의 사상성 가운데 음양 사상 과 윤회사상을 연구하여 기호학의 의소인 ‘응축과 표출’, ‘맺음과 풀림’을 도출하여 그레마 스 기호학적 사변형에 대입하여 춤을 분석하였다. 이러한 기호학적 분석을 통해 승무의 내면적 심층 영역이 잘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기호학을 통해 정재만류 승무의 염불 과장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응축과 표출은 대립 관계로 음양의 상반된 에너지를 표현하고, 맺음과 풀림은 대 립 관계로 윤회사상이 포함되어 끝나지 않는 반복을 표현한다.
표출과 풀림, 응축과 맺음은 전제(함의) 관계로 서로 비슷한 뜻을 내포한다. 표출과 풀림 은 강하게 표출되었던 에너지가 다음 동작을 위해 천천히 에너지를 호흡과 함께 내려놓음 으로 전통춤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동작이고, 응축과 맺음은 응축하여 모은 에너지를 다음 동작을 위해 몸 안쪽으로 감거나 메는 동작인데 이러한 동작은 주로 다음 동작에 표출이 오는 경우가 많다.
맺음과 표출, 응축과 풀림은 모순관계로 다양한 의미적 해석이 가능하며 승무에서의 모 순관계는 상이하여 양립하지는 않는 관계로 해석한다.
둘째, 승무의 진행에 있어 S1 ↔ S2, -S1 ↔ -S2의 이항 대립으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의소의 상관관계는 응축이 있으면 꼭 표출이 오는 대립만으로 춤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응축 후에 풀림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응축 후에 맺음으로 진 행될 수도 있다. 이는 대립 관계뿐만 아니라 전제(함의) 관계와 모순관계가 형성되기 때문 이다. 이러한 의소의 상관관계를 통하여 춤의 다양한 의미 형성과 관계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셋째, 춤동작 설명이 가지는 표층 영역은 시각적으로 그려지는 동작을 의미한다. 즉, 움 직임의 높낮이, 손을 모으고 뿌리는 동작과 같은 장삼의 움직임, 이동하는 동선의 위치, 무용수의 시선 등의 기호만으로 서술된다. 반면, 의소 분석을 통한 심층 영역은 춤의 내면 적 사상과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다. 즉, 움직임의 높낮이가 가지는 의미를 찾고, 장삼의 움직임을 보고 연습량을 알 수 있고, 이동하는 동선의 위치에 따라 시원함과 답답함 등의 감정을 가진다. 이러한 심층 영역은 무용수의 작품에 대한 이해와 연습량에 따라 그 에너 지의 크기와 흐름이 달라진다. 이러한 심층 영역의 확장성은 표층 영역의 시각적인 결과에 도 영향을 미친다.
본 연구를 통해, ‘응축과 표출’, ‘맺음과 풀림’ 외에 승무의 다양한 의소를 찾아 연구한다 면 전통춤 승무에 대한 이해의 영역이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표층 영역 즉, 시각적 부분인 춤 동작의 발전을 위해서는 심층 영역, 즉 춤사위나 작품에 대한 이해, 호흡과 연습 량 등을 통한 에너지의 발전이 상호 보완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