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본 논문은 연구자가 안무하고 공연한 무용작품 「만개」의 모든 창작과정을 분석한 연구이 다. 「만개」는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만이 지닌 삶의 생명적 의지로 대변되는 ‘내면적 재생’을 통해,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내적 경험으로써 ‘존재적 정체성이 재탄생’되는 과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작품에 내재된 주제를 안무자가 어떻게 심층적으로 형상화시켜 예술적으로 표현하였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품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핵심개념 으로는 작품구상의 계기와 의미적 접점이 맞닿는 ‘산오구굿’을 차용하여 연구했다.
본 연구 대상인 「만개」의 구상적 계기는 본 연구자가 겪은 스승의 죽음을 대면하면서, 그 존재적 대상의 부재로 인한 ‘내적 폐허’를 통한 경험이 창작의 시점이 되었다. 이에 인간 은 예기치 못한 ‘내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생(生)의 의미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라는 궁극적인 물음이 안무적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작품 연구의 과정을 통해서 현존하는 인간의 특권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얻는 재생’이자 ‘다시 태어나는 삶’이란, 주체적 의지를 가진 ‘내면의 힘으로부터 변화되는’ 길임을 작품의 메시지로 표현하 고자 했다. 따라서 매일 새롭게 거듭나기를 희망하는 ‘내면적 생성의지와 자신의 존재성을 재확립하고자 하는 인간정체성’에 관한 주제를 작품 「만개」를 통해 도출하고자 한다.
이러한 안무 계기와 주제 도출을 위한 작품의 핵심개념인 산오구굿은 ‘생자(生者)’ 즉 ‘산자’가 자신이 죽은 뒤, 극락왕생을 바라는 목적으로 의례를 청하는 ‘산자의 천도굿’이다. 그러나 천도(薦度)란 ‘사자(死者)’를 위한 굿이기에, 산자와 사자가 같은 목적을 가진 굿을 지낸다는 점은 역설적일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도 작품의 핵심개념으로 이를 차용한 이유 는, ‘산자가 왜 사후를 목적으로 죽음을 바라보고자 했는가’라는 산오구굿에 대한 연구자의 물음에 연결된다. 즉 작품구상의 계기였던 스승의 죽음을 통해 현재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오히려 새로운 삶의 의미와 다시 태어나는 삶을 실현하고자 했던 연구자의 관점과 상반되 는 점에 집중되었다.
이러한 내적 관찰과 작품의 연구과정 속에서 산오구굿에게 있는 매력적인 특징을 발견 하였다. 산자가 죽음을 체험하고 사후 천도되기 위한 목적 실현을 위한 굿의 공간에 필수 조건으로써, 반드시 산자의 내면적 갈등을 응시하고 해소하는 굿거리 재차(第次)가 중요 한 의례절차로 진행됨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죽음 속에 현재를 다루는’ 역설적인 산오 구굿의 매력 속에, 연구자는 작품 「만개」의 안무적 계기였던 스승의 죽음을 대면한 내적 위기의 초점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이에 오히려 죽음을 보고, 삶의 현주소 를 찾고자 하는 본인의 생(生)적 의지와 서로 맞잡게 되는 공통분모의 주제를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찾게 되었다. 이에 산오구굿을 청한 ‘산자’의 내면적 초점과 의미적 교차점 을 가진 작품 「만개」의 주제인 ‘내면적 재생’과 관계성을 산오구굿을 통해 개념적 잣대로 살펴보고자 했다.
실제 한국적 소재인 ‘굿’은 수많은 무용작품들에서 창작되고 있다. 그러나 희소한 굿인 산오구굿 특성을 찾아 표현하고, 무용작품의 개념적 주제로 녹여내어 연구한 사례는 본 연구가 유일무이하다. 이에 작품소재의 특수성을 가진 무용작품 연구로써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또한 본 연구자는 안무자를 표출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표현의 기회가 무용작 품이라 생각한다. 이러한바 ‘내면을 시각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작품의 메시지로 형상화하 여 전달하고자 하는 새로운 움직임 창출과 안무법의 제시 또한 본 연구의 의미 있는 일이 라 사료된다. 더불어 대부분 무용작품들이 무대현장의 일회적인 기회를 통해 평가를 받는 점과 달리, 무용작품을 논문으로 연구를 한다는 것은 본 연구의 가장 큰 의의다. 때문에 이러한 작품연구가 후속 창작안무자들에게 또 다른 예술적 성장과 안무적 구축을 마련하 는 참고가 되길 바란다.
연구 방법으로는 문헌연구와 함께, 무용작품의 특수성을 결정짓는 움직임 분석에 있어 서 실기기반 연구법을 병행하였다. 또한 「만개」는 연구자의 창작안무 작품이기 때문에, 움 직임을 분석하는 언어적 표현은 실제 안무활동을 통해 체화된 경험을 가지고 서술하였다. 또한 연구의 특징은 움직임을 중심으로 의상, 오브제, 플로어 패턴 등의 예술구성요소들을 함께 분석하여, 주제가 어떻게 상징적으로 시각화되고 표현되는지를 분석한 것이다.
Ⅱ. 작품의 핵심 개념
1. 산오구굿의 개념 및 특징
산오구굿이란 ‘망자를 위한 사령제(死靈祭)로써 오구굿이 아닌, 산자를 위한 생령제(生 靈祭) 혹은 생축제(生祝祭)’로써 “살아있는 있는 사람들이 재수를 기원하고, 훗날 사후에 좋은 곳에 가게 해달라며 생전에 지내는(최길성 1999, 320)” 기원제(祈願祭)의 성격을 가 진 굿이다. 2021년 1월 17일의 한국민속신앙사전 웹사이트에 의하면, 산오구굿의 ‘산’은 살아있음을 ‘오구’는 굿을 할 때 부르는 망자를 가리킨다. 즉 망자천도굿인 오구굿 앞에 ‘산’을 붙여 부르는 산오구굿은 생(生)과 사(死)의 중간에 있는 산자가 미리 사후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천도굿을 지내는 굿이다.
어찌 보면 어색할 수 있지만, 산오구굿을 미리 지내는 명목과 타당성은 오구굿의 중요성 에서 비롯된다. 무속적 세계관에 의하면 오구굿 없이 망자는 불완전한 존재로써 오구굿을 통해서만 ‘극락’에 갈 수 있다. 때문에 산자인 후손들에게 망자들이 선한 영향을 줄 수 있 는 ‘조상’(윤동환 2007, 7)으로 존재적 전환을 시키는 것이 오구굿이다. 실상 망자가 조상 이 된다는 의미란, 현세의 평안을 얻고 감정적 결핍을 해소하는 ‘산자들의 몫’이 오구굿의 결과로 귀결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처럼 ‘이승과 저승의 세계가 밀접하게 연관된 무속의 생사관적’ 특징에서(김헌선 2006, 8) 기인한, 오구굿을 생전에 미리 지낼 수 있는 산오구굿 은 예방차원의 필수적인 굿 의례로써 중요하다.
실제 오구굿과 같은 성격의 굿으로 산오구굿은 분류되지만, 망자를 위한 굿이 아니기에 굿 재차의 몇몇에 변화를 주어 의례가 진행되는(홍태한 2016, 174) 차별점이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산자와 사자의 구분이 엄격한 무속적 논리 속에, 산자의 산오구굿과 망자의 오구굿의 목적인 ‘사후 극락왕생’은 같다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두 굿의 의례대상자 인 ‘산자와 망자라는 극명한 차’ 때문에 산오구굿은 차별된다.
산오구굿의 차별화된 특징은 다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 살아있는 굿 의례대상자로서 ‘주체성’이다. 살아생전에 오구굿을 앞당겨 치르는 것이지만 ‘산사람이 연행할 수 있는 타 굿들’과 비교를 통해서도 산오구굿은 살아있을 때 스스로 굿을 연행하는(최길성 1999, 320) 인간의 주체성에서 명확히 차별된다.
예로 같은 종류인 ‘산씻김굿’은 집안 어른이 나이가 많거나 건강이 좋지 않을 때, 돌아가 실 것을 염려하여 행하거나(홍태한 2016, 179), 굿을 주선하는 우선순위에서 가족들의 의 견에 밀려 연행된다. 즉 아직 산자인 의례대상자를 죽은 목숨으로 생각하는 경향으로 산씻 김굿을 미리 의뢰하기 때문에, 일종의 고려장과 같은 굿(한국민속신앙사전, 2020)의 성격 을 띤다. 그러나 이와 달리, 산오구굿은 건강한 사람이 자신의 사후를 위해 미리 굿을 행한 다(홍태한 2016, 179). 실제 산오구굿의 주무(主巫)인 김석출의 구술에 의하면, 산자가 생 전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천도굿을 주선하여 미리 받고 간다(이연주 2006, 32)라는 점에서 굿의 주인공인 ‘주체적 의지’(정지원 2014, 36)에서 극명하게 다른 특징이 산오구굿에 나 타난다. 이러한 비교를 보아도 산오구굿은 산사람의 ‘자발적 의지와 굿을 목적하는 현재적 시점이 일치되는 점’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살아있는 사람의 현존하는 ‘현재성’이다. 산오구굿은 오구굿과 같은 ‘굿거리 재 차’(강진옥 2009, 391)가 연행될 때도 차별된다.
굿거리 재차는 오랫동안 문화적 경험으로 형성된 신앙체계로 굿 자체를 대변하는 ‘무속 적 관념의 구체화와 전형성’을 대표한다. 때문에 같은 재차를 통한 차별화는 산오구굿에서 주목할 특징이다. 그 대표적 예가 ‘초망자굿 재차’로 오구굿과 마찬가지로 산오구굿에서도 핵심적인 재차다. 초망자굿이란 죽기 전에 이승에 남았던 감정의 찌꺼기와 설움을 위로하 기 위해 ‘망자가 가족을 부여잡고 대화’하는 방식의 재차이다(김형근 2006, 352). 이를 산 오구굿의 산자에게 똑같이 대입하여 굿 공간을 울음바다로 만드는 감정 분출의 ‘넋풀이’를 치른다. 즉 내적 정화의 과정을 통해서, 굿의 목적인 완전한 저승천도를 도와주는 핵심과 정이다. 망자의 ‘감정응어리’를 제거하여, 이승과 절연시키는(마소연 2017, 115) 중추적 역 할의 재차가 산오구굿에서도 효과적으로 발휘된다(이연주 2006, 34). 실제 초망자굿 재차 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울음을 터뜨렸다고 보고되고(최길성 1999, 350) 있다. 왜냐면 산사람의 ‘실재하는 문제적 감정과 갈등들’이 집결되어 의례대상자가 굿을 청한 사건의 전 말이 공개되면서 외부로 분출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산오구굿이 ‘인간 삶에 현존하는 내적 갈등을 타파할 대상’으로 놓고(정지원 2014, 6) 감정정화의 기능을 했다.
그러나 ‘산자의 굿’이 ‘망자의 굿’과 같은 기능을 하고, 그 효과를 발휘했다 하더라도 완 전히 차별화될 수는 없다. 바로 여기에서, 산오구굿의 핵심적 특징인 ‘현재성’이 발생한다. 즉 망자의 것인 ‘이승의 잔재’는 극락왕생을 위해 제거해야 하는 ‘과거의 것’이자, 망자의 넋이 해소되었다는 남은 가족들의 믿음일 뿐이다. 그런데 이에 반해 산오구굿이 소거해야 하는 ‘이승의 실체이자, 내적 갈등’은 바로 지금 당장에 해결해야 하는 산자의 몫 ‘현재의 것’이다. 따라서 사후극락이라는 같은 목적성취 아래 망자와는 다른, 인간 자신의 감정과 내면을 응시할 수 있는 기회로써 현재성이 발생된다. 마침내 산오구굿의 모든 연행과정에 는 삶의 현재에 집중하고 조명할 수 있는 시각, 즉 산자의 ‘현존하는 현재성’이 개입될 수 밖에 없는 핵심적 특징이 존재한다. 당장에 현재하는 문제와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 서 사후극락이란 무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무속적 관념일 순 있다. 그러나 산오구굿이 현세 중심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인간 삶에 대한 애착과 현재성을 중요한 특징임으로 지니 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지화(紙花)의 ‘시각화된 상징성’이다. 사후 극락왕생이 목적인 산오구굿의 공간 에는 망자만이 겪을 수 있는 저승을 현재에서 체험하도록 하는(이연주 2006, 20) 가정법적 인 시간과 공간을(빅터 터너 1996, 210) 제공한다. 이를 위해서 산오구굿은 핵심적 무구 (巫具)인 ‘지화’의 상징성을 가지고 시각적으로 눈앞에 저승을 실현시킨다.
지화는 산오구굿의 유일한 굿거리재차인 ‘마당밟이’에서(홍태한 2016, 181) 독보적으로 ‘시각화된 상징성’을 발현한다. 유독 이 마당밟이에서 무당들만이 아닌, 굿의 주인공인 의 례대상자가 직접 ‘양손에 지화를 들고’ 선봉에서 원(圓)을 돌면서 밖으로 이동하면, 모든 이들이 뒤따라 양손에 지화를 들고 원무(圓舞)와 같은 극락의 춤’을 춘다. “산오구굿은 오 구굿과는 달리 축제적 성격을 같이 한다.”(정지원 2014, 14)처럼, 마당밟이는 산자가 이미 ‘사후 극락왕생을 확정’ 받은 것을 다 같이 축하하는 행렬을 이루는 산오구굿의 하이라이 트이다. 극락왕생의 성취가 단지 ‘마음일 뿐’이지만 ‘지화를 들고 춤을 추는 행위와 결합’되 면서 굿의 목적이 완전히 실현되었다는 믿음이 지화와 원무의 결합으로 시각적으로 상징 된 것이다.
극락을 상징하는 지화 때문에 비록 가상이지만, 실제 ‘몸과 지화가 접촉하는’ 순간부터 굿의 공간은 극락이 완성된다. 또한 다른 재차들과 달리 마당밟이에서만이 아닌 ‘제장 밖’ 으로 이동을 한다. 바로 산자의 신체가 이동하는 과정 속에 양손에 든 지화는 현재하는 이승이 마치 ‘극락의 꽃밭’임을 상징한다. 이러한 굿의 목적성취로 인해, 인간의 보이지 않 는 내면이 굿의 이전과는 다른 ‘마음의 확신과 안정감’으로 변하는 굿의 결과가 남게 된다. 바로 이 초점에서 왜 산자가 죽음을 바라보고자 하고, 산오구굿을 생전에 미리 목적하였는 가에 대한 역설적인 의문에 답을 찾을 수 있다.
2. 무용작품 「만개(滿開)」의 주제
무용작품 「만개」는 새로운 삶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인간의 주체적인 의지로, 내적 변화를 거듭해 존재적 정체성을 재확립하고자 하는 인간의 ‘내면적 재생’을 주제로 표현했다.
본 작품의 주제적 발상과 안무적 모티브는 실제 갑작스럽게 닥친 안무자의 스승에 죽음이 었다. 생각지도 못한 스승의 죽음과 그 존재적 부재로 인한 경험은 본인 삶의 내적인 부재로 이어졌다. 이를 작품 속에 심리적 외상, 일상적 삶의 중심을 흔드는 ‘내적 사건’으로 대변했 다. 실제 본인은 한동안 ‘나는 지금 누구인가’ 또 ‘과연 다른 이들은 삶에서 일어나는 내적 사건들을 어떻게 치유하고 극복할까’라는 물음 속에 갇혀있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가보 지 않은 세계, 죽음이라는 것과 관련해 볼 때, 명쾌하게 드러난다(한국공연예술원 2013, 196).”라는 말은 정확하게 본인의 작품 구상의 시점에 담긴 내면적 물음을 명중시켰다. 누구 나의 삶 속에 재난은 발생할 수 있지만, 이것 또한 다른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에 본 안무자는 ‘현재하는 지금의 내면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의도적 관점을 가지고, 일상이 파열된 정서적 박탈감이 내적 안정감의 출구를 찾는 생(生)의 주체적 의지로 시선을 돌려 작품의 주제를 시작했다. 따라서 누구나 ‘죽음’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진정한 ‘살아있음’ 의 특권이란, 자신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내면에서 발현되는 창조의 힘’라는 판단아래 희망적 메시지를 작품의 주제의식으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내면적 재생’과 ‘존재적 정체성의 재탄생’을 작품의 주제적 핵심어로 명명하였다.
본 연구는 산오구굿을 작품 「만개」의 주제적 의미로 차용하였다. 홍태한에 의하면 한국 의 무속은 ‘재난을 삶 자체를 흔드는 비-일상적인 존재로 명명하여 구체화’한다고 말했다 (홍태한 2019, 57). 이에 따라 앞선 장에서 언급된바 산자가 사후를 미리 목적하고자 하는 산오구굿의 특이성에 초점을 두고, 내적 재난인 스승의 죽음을 대면한 본인의 입장과 산오 구굿의 굿 대상자와 서로 ‘의미적 교차점’이 있는지 산오구굿을 관찰하였다. 최길성은 산오 구굿을 죽음에 대해 의식하면서도 또 다른 측면으로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고 있는’ 굿 의식으로 언급했다(최길성 1999, 433). 이러한 점을 통해 안무자는 산오구굿이 인간의 죽음을 쉽게 수긍해 버리는 굿 의례가 아니라, 오히려 저승을 재현하는 굿의 공간에서 ‘살 아있는 생명의 순간, 현재에 집중하고자 했을 것’이라는 강한 추측을 했다. 이러한바 산오 구굿의 특징에 수반될 수 있는 내적 경험, 즉 사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면, 유한한 생명 앞에 현재를 돌아보고자 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작품의 주제적 의미와 잘 접합되는 개념이다. 이를 가지고 죽음을 힘없이 관조하기보다는, 죽음 앞의 과 거인 ‘바로, 지금 현재’를 바라보고 새로 태어나는 삶인 자신의 ‘내면적 재생’을 찾는 작품 「만개」에 산오구굿을 차용하여 표현하였다. 이에 작품 「만개」와 산오구굿의 의미적 관계 는 다음과 같다.
이러한 작품의 주제표현을 상징적으로 함축하기 위해 제목을 “만개(滿開)”로 하였다. 이 유는 인간이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의지적 존재이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자신을 재생시 키는 내면, 즉 진정한 살아있음을 의미하는 내적 생명력이 인간 정체성을 정의할 수 있는 속성이라 판단했다. 이와 같은 주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상징적 영감을 ‘꽃’에서 얻었고, 작 품제목을 ‘만개’로, 각 장의 내용을 ‘1장 낙화, 2장 지화, 3장 생화’의 상징성으로 압축하여 표현했다. 즉 ‘꽃의 상징성과 내적 성질을 교차시켜, 변화되는 내면의 초점’을 내용전개로 풀어내고자 했다. 따라서 작품의 핵심 주제인 ‘내면적 재생과 존재적 정체성의 재탄생’의 결과를 얻기 위한 내적 변화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산오구굿과의 관계성’을 통해서 내용 적 구성과 의미를 풀어내고자 했다.
1장 ‘낙화(落花)’의 상징성을 ‘나락되고 침잠된 내면의 상태’로 설정하였다. 생명이 다한 꽃의 상태를 작품구상시점의 ‘내적 재난과 위기’를 가진 안무자와 산오구굿의 굿 대상자를 1대 1로 대입하여 내면을 표현한다. 즉 실제 죽음은 아니나 마치 생명력을 잃고 침잠된 인간의 내면을 작품의 시작점에 두었다.
2장 ‘지화(紙花)’는 ‘분출되고 전복된 내면의 상태’를 상징하는 장으로, 산자인 인간이 새로운 내면의 공간을 생성하는 계기로써 ‘내적 변화’가 되는 전환의 과정을 표현했다. 또 한 소제목 선정을 산오구굿의 지화가 목적성취를 위한 매개적 수단으로써의 중요성과 인 간의 의도에 따라 ‘변화무쌍한 현재성’을 표현할 수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선택하였다. 즉 내적 분출을 통해 현재에서 변화를 이뤄내는 ‘인간 의지의 주체성을 담은 내면성과 지화의 상태성’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안무자는 산오구굿에서 ‘초망자굿’의례재차의 과 정을 내적 응어리와 갈등을 완전히 노출시키는 ‘내면적 재-체험’(이부영 2012, 461)과 같 은 감정 전복의 과정이라 보았다. 이러한 점이 ‘인간의 본질적 정체성을 회복하게 하는 치 유’(김은정 2014, 257)의 힘이자 변화된 삶을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창구라 생각하여 2장 의 내적 변화의 특징으로 간주하고 주제를 표현했다.
3장 ‘생화(生花)’의 상징을 새롭게 ‘재생된 내면 상태’의 주제로 표현했다. 매번 새롭게 피어나는 생화의 생명적 이미지를 부각하여 ‘새로움과 시작’이라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즉 ‘재생’이라는 생명적 특징을 강조하고, 전체 제목인 ‘만개’로 핵심적 의미를 작품주제로 연결하여 확장시키고자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연구자는 산오구굿의 ‘마당밟이’에 나타난 지화의 시각적 상징성과 ‘내면적 재생’ 을 연결하여 3장의 주제의식을 설명하고자 한다. 마당밟이에서는 의례대상자의 산자인 ‘손 에 지화를 들고’ 굿의 공간을 이동을 해야지만 극락왕생이 이뤄졌음이 상징된다. 그런데 굿에 목적성취의 확답이란 ‘굿 이전과 이후’가 달라지는 인간 마음의 안정과 평온이 굿의 결과로써 생산된다. 즉 이러한 목적성취의 과정 속에 안무자는 오히려 상징적인 ‘몸의 이 동이, 내면적 이동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해석의 가능성을 찾았다. 결국 산사람에게 실제 사후 극락이란, 굿 이후 자신 앞의 삶을 새롭게 증폭시킬 수 있는 내적 의지, 즉 보이지 않는 ‘내면의 이동’만 남는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작용’이지만 상징적 지화를 들고 있는 그곳이 극락이라는 확신으로 대체되는 효과에서, 내적 이동의 변화가 곧 내면적 재생으로 해석되었다. 이를 가지고 작품 「만개」만을 위한 독립적 주제로서 창조하여, 삶의 희망적 원동력을 생성시키는 의미와 주제적 발상을 산오구굿의 개념을 통해 재해석하였다.
마지막으로 「만개」의 주제는 ‘다시, 새로 태어나는 삶’이다. 즉 인간의 주체적 의지를 통해 ‘현재에서, 또 다른 현재를 창출하고, 다시 새로움을 지향하는 삶’이다. 인간이 다시 태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을 되새김질하며 ‘살아있음을 증 명’하는 것이야 말로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권으로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 를 작품을 통해 제시해보고자 한다. 이에 연구자는 현재에 멈추지 않고, 희망적 에너지로 변화를 거듭하는 내면적 이동이 곧 ‘삶의 새로운 시작이자 출발점’이라는 사유를 작품 안 에 담아내고자 한다.
Ⅲ. 무용작품 「만개」의 연구
1. 안무 의도
무용작품 「만개」는 정체성이 재탄생되고 확립되는 과정을 내용전개로 하여, 보이지 않 는 인간의 내면을 담아내는 추상적인 주제를 표현한다. 안무자는 작품주제를 눈앞에 효과 적으로 펼쳐내고자 예술적 형상화의 표현을 ‘상징적 시각화의 방식’에 초점을 두고, 작품주 제를 전달하는 방법을 과제로 삼았다. 이러한 안무 의도는 보편적으로 보이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갖는 인간의 ‘시-감각’에 집중하여, 작품을 형상화시키고자 한 것이다. 또한 작품의 주제와 관계성을 가진 산오구굿이 인간의 형체 없는 내면을 ‘대상화’하여, 갈등을 해소하는 인간미에 매력을 느껴 주제 전달의 표현방식에 이를 착안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작품 「만 개」는 ‘움직임과 예술구성요소들과의 관계’를 통해 안무의도가 형상화되고, 주제의 전체적 맥락을 ‘오브제’를 활용하여 시각적으로 통일하는 특징을 통해 표현한다.
본 작품 「만개」의 각 장마다 안무 의도는 다음과 같다.
1장은 생명이 다한 ‘낙화’처럼 침잠된 내면과 나락된 내적 위기를 강조하기 위해서 ‘높 이차에 따른 시선의 초점’을 사용하였다. 주로 ‘움직임과 플로어 패턴’의 관계를 통해서, 관객의 시선이 바닥에 내리 꽂히는 움직임을 특징적으로 구성하여 안무하였다. 1장 전반부 의 플로어 패턴은 내적 위기로 혼란스러운 내면을 표현코자, 떨어진 꽃잎이 바닥에 휩쓸리 는 느낌으로 주로 나선형과 회오리 모양을 반복하고, 후반부에는 날카로운 갈지(之) 자를 무용수들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갈등이 혼재하여 방향성을 잃은 내면적 위기의 상징성을 담아내고자 했다.
2장 ‘지화’는 응어리진 감정이 분출되고 전복되는 내면, 즉 변화를 시도하는 인간이 자 신의 ‘내면응시’를 통해 보이지 않는 내면을 손에 잡히는 ‘대상(對象)’처럼, 외부로 표출하 는 감정 전복의 과정을 움직임으로 형상화를 하였다. 과거 맺혔던 내면을 비우고, 새로움 의 출구를 찾아 ‘내적 변화가 시작됨’을 상징적으로 시각화하는 안무과정으로 표현의 어려 움이 가장 컸던 장이다. 무엇보다 2장 초반은 ‘굿 의례적 공간’으로, 중·후반은 ‘현존하는 갈등 표출’과 ‘내면이 전복되는 변화’의 공간으로 내면을 3가지 과정으로 변화하는 장면을 설정해 안무했다.
이러한 과정에 추상적일 수 있는 내적 변화의 단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전달하고자 안무 자는 ‘움직임과 플로어 패턴, 오브제, 조명들이 복합적으로 관계하여’ 표현되는 방식을 의 도하는 안무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2장 움직임은 작품 전체 중에서 ‘가장 강렬하게 강약의 변화와 최고와 최저 및 응축과 확장을 과장되게’ 사용한다. 이러한 움직임에 예술구성요소 들이 접목하여 내면을 표현하는 주제를 시각화하기 위한 예로, 조명을 작품 전체에 단 한 번 ‘암전’을 사용하여 ‘무대 속에 또 다른 굿의 공간’을 설정하여 1, 2장을 ‘가시적으로 분 리하여’ 내적 변화가 감지되는 연출을 했다. 우선적으로 안무자는 ‘변화’의 초점을 중점으 로, 초반은 제의적 진중함을 위해 사각형의 조명을, 중후반은 내적 갈등이 증폭되는 긴장 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쨍한 빨강과 파랑을 현란하게 교차’시켰고, 바닥에는 ‘파도무늬 고 보를 무대 뒤에서 앞으로’ 흘려보내면서 배가 뒤집히기를 기다리는 성난 파도의 형상을 조명으로 표현했다. 타 장과 달리 2장의 오브제는 ‘움직임과 관계성, 무대에 설정되는 위 치’에 따라 공간의 변모와 내면 상징의 의미를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매개적 수단으로 사용 된다.
2장 플로어 패턴은 크게 3가지로 나눠서 ‘초반은 일자(一字) 대형’으로, 중반은 원형(圓 形), 후반은 오방대형’을 선명하게 보이도록 구성했다. 무엇보다 2장의 특이점은 처음 시작 과 끝이 같은 일자대형으로 마무리되는 점이다. 이를 통해 안무자는 ‘3장 시작과 2장 끝의 똑같은 대형’을 가지고 ‘현재성’을 강조했다. 즉 현존하는 인간의 변화는 바로 ‘이곳, 지금 여기’에서 이뤄내는 점을 무용수들의 대형으로 의미화했다.
마지막으로 3장은 살아있는 ‘생화’이자, 다시 태어나는 생명력을 상징하는 표현을 위해 서 ‘오브제와 움직임을 결합하여’ 생명상승의 느낌을 가시화하는 것에 안무를 집중했다. 특히 3장은 살아있는 신체, 즉 무용수들이 실질적으로 무대에서 직접 오브제를 변형하고, 만들어내는 현장성과 즉흥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예로 본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중앙에 위치한 모든 무용수들이 무대에서 만들어낸 작품 「만개」만의 ‘새로운 꽃’ 오브제를 신체에 접촉하여 바람개비처럼 천천히 돌려가며 살아있는 꽃 ‘생화’를 탄생시킨다. 실제 ‘만개’하 는 형상을 연출하기 위해서, 무대가 완전히 끝이 나는 페이드아웃 순간에도 무용수들에게 오브제를 돌리는 움직임이 계속되도록 요청하였다. 마치 내면의 재생이 ‘멈추지 않는 생명 의미’로 상징되어 작품의 여운이 지속되는 장면연출을 의도했다.
2. 작품 분석
1) 작품 개요
무용작품 「만개」는 다시 태어남과 같이 새로운 삶으로 변하고자 하는 주체적 의지와 존 재적 정체성을 재탄생시키는 인간의 내면적 재생을 총 3장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러한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상징적 시각화의 방식이 어떻게 예술적으로 형상화되어 표현되는지 를 움직임과 결합되는 예술구성요소들을 통해 분석하고 살펴보고자 한다.
무용작품 「만개」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2) 「만개」의 구성 및 예술적 형상화
안무자는 작품의 구체적인 주제 전달의 주된 방식을 ‘상징적 시각화’라는 표현을 중심으 로 풀어가고자 했다. 그 이유는 인간의 내면이 전환되는 추상적 과정을 통해서 추출된 결 과가 작품의 주제로 맺어지기 때문이다. 안무자는 비-가시적인 것에 대해 확신을 갖게 하 는 효과적인 방법에 무엇이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였고, 이에 따라 ‘시(視) 감각적 자극’이 라는 표현방식을 위주로 주제 의식을 전달하고자 했다. 따라서 안무자는 작품의 상징적 시각화라는 표현방식을 실현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설정을 했다.
작품 「만개」의 오브제, 의상, 조명을 ‘대상화, 표면화, 자극화’라는 가시성을 본 작품의 특성적인 표현방법으로 사용하였다. 이에 더해 주제의 상징성을 담아내는 복합적인 예술 구성요소들의 ‘형태와 색의 변화’를 공통분모로 사용했다. 또한 본 작품에서 사용하는 색은 ‘무속적 특징’을 기반으로 하여 작품주제와 연결된다.
(1) 오브제
작품 「만개」의 주제 전달을 위한 방법인 오브제는 ‘대상화’라는 시각적 상징성을 사용했 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작은 것에서 4배로 크게 확대하고, 평면에서 입체적으로, 노랑 에서 빨강으로’ 외부적으로 가시화하였다. <도판 1>의 오브제는 작품에서 다층적 의미의 상징성을 가지는데 ‘매개적 수단의 지화 혹은 생화, 내면적 상태, 장면 전환과 공간의 변모, 움직임과 관계’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무엇보다 오브제는 움직임과 긴밀히 관계하며 주제적 의미를 발현하는 핵심적 기능을 한다. 안무자는 무대에서 진행되는 장면전환마다 주제표현을 위한 수단으로써 ‘유연하게 형태가 변형되는 오브제’가 필요했기 때문에, 안무자가 직접 제작하고 디자인했다. 이를 위한 형태는 ‘동서남북 종이접기 놀이와 오방의 방위, 굿 의례의 고깔’ 등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도록 의도했다. 또한 ‘내면적 상태와 꽃의 상징성’이 결합되는 주제적 시각에 통일성 을 제시하기 위해서 오브제를 마치 ‘꽃의 줄기처럼’ 총 3장에 모두 활용하였다. 오브제의 노란색은 무속에서 파랑이 시들어서 된 결과물의 의미로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닌 ‘다시 살 아날 수 있는’ 가능성의 색(최길성 1994, 187)이다. 또한 빨강색은 인간의 피를 상징하는 ‘생명을 지켜내는’ 정신력을 의미한다.
(2) 의상
작품 「만개」의 의상은 ‘주체적 의지를 가진 인간’을 상징하며, 파랑과 하얀색을 결합하 여 ‘표면화’하였다. 산오구굿의 무복(巫服) 색을 참고하였으나 디자인은 전혀 다르다. 하얀 색의 기본의상과 어깨에 걸친 파란색의 포인트 의상은 ‘펼치면 긴 직사각형, 반으로 접으 면 정사각형’으로 오브제와 동일한 모양으로 제작했다. 사각형의 의미는 ‘오방 방위에서 정확한 중심’이 생기는 특징과 관계된다. 즉 ‘현재하는 내면의 중심’에서부터 변화를 시작 하는 인간 의지의 의미를 중첩하여 작품주제와 연계하였다. 안무자가 ‘색’을 통해 주제를 전달하고자 한 의도는 색이란 ‘의식이 물체를 변별하게 하는 가시화된 의미체계’(한국공연 예술원 2013, 141) 이기 때문이다. 무속에서 파랑은 신생이 약동하는 의미로 양기(陽氣)와 복(福)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스스로 살아있음을 실현할 수 있는 ‘인간의 역동적 의지’ 를 표면화하는 의미다. 무속에 근거한 흰색은 신성하고 깨끗함, 희망적인 ‘빛’의 의미로 빨 강색과 함께(한국공연예술원 2013, 159) 행운의 색이다. 마치 매일 떠오르는 태양의 빛과 같이 ‘재생’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했다.
(3) 조명
작품 「만개」의 조명 <도판 2>는 각 장마다 표현되는 내면적 상태를 시-감각으로 ‘자극 화’하는 방식으로 연출했다. 안무자는 마치 무대 바닥을 내면적 공간이라 상정하고, 무대를 조명으로 채웠다.
주제 표현을 시각적 조명의 상징성으로 담아내기 위해서 ‘고보 모양의 변화’와 ‘강렬한 원색대비’를 사용하여 무대바닥에 조명을 도장처럼 찍어내는 방식으로 장면전환을 극대화 시키는 시도를 했다. 안무자는 우선적으로 조명을 움직임의 의미를 효율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방법으로, 무용수들의 플로어 패턴과 거의 동일하게 이동되도록 위의 <도판 2>와 같 이 사용하였다. 무대현장의 1, 2, 3장의 장면이 진행됨에 따라 인간의 내면이 변화되고 있 음을 무대바닥에 비치는 ‘조명의 강렬한 색감과 선명한 고보 모양의 전환과 이동’을 통해 서 감상자들의 시선을 자극하는 시각에 중점을 두었다. 예로 2장에서 내적 변화의 하나의 과정인 내면이 갈등하고 대립하는 상징적 움직임을 조명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안무자는 충돌하여 빛을 발하는 ‘오로라(Aurora)’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원색대비의 파랑 과 빨강이 부딪치는 색의 결합을 통해서 ‘내면이 전복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3. 작품의 움직임 분석
1) 1장 ‘낙화’ ( 0′00″- 9′30″ )
1장 ‘낙화’는 내적 위기로 생명력을 잃은 ‘나락되고 침잠된 내면의 상태’를 표현한다. 이 를 표현하는 움직임의 특징은 ‘극명한 높낮이 차’를 주된 기법으로 사용하여 감상자들의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꽂는 초점을 유도하는 시각적인 자극을 끌어내는 것에 있다. 이를 위해 안무자는 무용수들의 ‘시선처리와 팔의 사용’에 있어, 최고조의 높이에서 갑작스럽게 떨어뜨리는 방식을 주로 강조했다. 또한 ‘호흡’을 바닥으로 급하게 풀고 눌러내는 방식으 로, 급작스럽게 낙하(落下)되는 에너지에서 연상되는 가라앉고 떨어짐의 이미지를 강조했 다. 척추사용에 있어서도 휘어지고 비틀어내어 방향성을 잃은 인간의 내적 위기를 형상화 했다.
1장의 주요 움직임은 다음과 같다.
1장 전반부 동작은 <도판 3>의 첫 장면에서, 서로 등을 맞댄 무용수들이 양팔에 무거운 물체를 든 형상으로 허공에 ‘숫자 8’을 그리며, 서로의 신체를 휘감고 오르락내리락 높이차 를 주어 천천히 돌고 도는 장면이다. 마치 상대방을 울타리처럼 감아 나선형으로 비틀어내 도록 움직임을 의도했다. 이는 중심을 잃고 내적 응어리가 엉킨 인간의 내면을 팔의 사용 과 척추 방향으로 이미지화되도록 무용수들에게 제시한 것이다. 즉 산오구굿을 목적한 의 례대상자와 스승을 잃은 본 안무자와의 공통점인 한 인간의 내면을 표현했다. 이어 <도판 3>의 두 번째는, 앞선 움직임에 점증적으로 속도감을 주어서 오른쪽 맨 뒤 무대에 4명의 무용수들이 응집하여 ‘떨어짐과 가라앉음’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동작이다. 이때 특징은 바 닥과 신체의 대퇴부가 평행선이 될 수 있도록 무겁고 급하게 상·하체를 급격히 눌러 낼 수 있는 호흡을 사용하여, 순간적으로 ‘급격히 떨어뜨리는 시각’을 무용수와 감상자에게 모두 끌어내는 점이다. 이러한 결과 <도판 3>의 두 번째와 같이, 무용수는 정면을 깊이 응시하고 ‘바닥에 고인 내면’을 들여다보듯 설정하여 내면의 나락과 중압감을 시선에 함께 담는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위와 같은 1장의 주제적 움직임을 강조하고자 안무자는 세 번째로 이어지는 동작수행에 있어 시선의 꼭짓점을 천장에 두고 ‘자신 내부에 집중되는 호흡의 에너지를 느껴서 이를 내적 정서로 실어내는’(김영희 1997, 36) 호흡을 가슴방향과 일치시켜 이동하도록 무용수 들에게 주문하였다. 이유는 앞선 동작의 나락된 시선과 대응시켜서 ‘극과 극의 시각적 상 징’을 가지고 상반된 효과를 의도하여 낙화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이후 3장 주제 인 ‘내면적 재생’의 복선을 의도하여 ‘출구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를 감정으로 담아내 는 표현을 삽입하였다.
다음으로 <도판 4>에서 첫째와 두 번째는, 쇼트트랙 선수들이 마치 빙판을 밀어내듯 4 명의 무용수들이 강한 하체의 힘으로 바닥을 밀면서 이동하는 동작이다. 단전과 명치를 연결하는 호흡을 사용해 팔꿈치를 최대한 날카롭게 끌어올려 ‘새의 날개’처럼 형상화하였 다. 즉 확대된 ‘상체와 팔의 각도’에서 발생되는 최대치의 높이를 가지고 무용수들이 ‘오른 팔-왼팔-양팔’의 서로 교차하는 움직임이 반복하는 과정에서 가장 높은 팔의 각도가 형성 되는 찰나에, 아주 강한 호흡으로 팔을 한 번에 떨어뜨리는 동작이다. 이 지점에서 날개처 럼 보이는 팔의 형상이 내리 꽂힐 때, 꽃잎이 떨어지는 낙화의 이미지와 내면이 나락하는 상징성을 움직임으로 강조했다.
<도판 4>의 1장 마지막은, 무대 정중앙에 한 몸처럼 수직일렬 대형으로 서 있던 무용수 들이 순차적으로 한 명씩 바닥에 급격히 떨어지는 장면이다. 이때 움직임은 ‘발바닥부터 손끝까지 호흡의 정점이 생길 때까지’(김영희 1997, 37) 끌어올려진 신체가 실에 매달린 인형처럼 보이는 순간, 맨 앞부터 차례대로 ‘호흡을 끊어내듯’ 무대바닥으로 급격히 쓰러지 는 연출을 한 것이다. 마치 완전히 생명을 잃고 땅에 박혀 흡수되는 ‘낙화’처럼 상징을 압 축하여 이미지화했다. 빠르게 떨어지는 극과 극의 시점을 사용하여 수직적 ‘낙하’의 움직임 을 가지고 나락된 내적 위기를 심상(心象)으로 유발하고자 했다.
2) 2장 ‘지화’ ( 9′40″- 20′00″ )
2장 ‘지화’는 ‘분출되고 전복된 내면의 상태’를 표현한다. 1, 3장과 달리 2장의 소제목은 인간의 목적과 의도에 따라 의미가 달리 부여되는 지화로 설정했다. 이에 유추되듯이 2장 움직임에 목적은 인간의 보이지 않는 ‘내적 변화가 이뤄지는 과정’을 전달하는 것에 있다. 앞서 언급된바 내적 변화란 과거 잔존해 있던 내면에서 벗어나 새롭게 변화하는 주체적 의지를 발현하는 과정이다. 즉 내적 갈등과 응어리를 분출하고, 내면을 전복시켜 모든 것 을 비워내는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안무자는 이러한 내적 변화의 관점을 새로 운 삶으로 태어나는 출구로 명명하고, 작품 「만개」의 주제적 핵심을 여는 매개적 역할로서 2장의 움직임과 기법을 의도하여 안무했다. 따라서 2장 움직임의 주된 특징은 ‘내면이 변 화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나누고 발전시켜 가도록 표현하는 것에 있다.
2장의 초반은 과거 내적 위기와 재난에서 벗어나 변화하고자하는 의지로 산오구굿의 의례 적 공간에 자신을 몰아넣고 ‘내면 응시를 하는 수단으로써 종교적 행위가 연상되는’ 움직임을 주되게 구성했다. 중반부에서는 인간의 내적 갈등을 상징하는 ‘급격한 변화를 용이하게 하는 강도 높은 하체굴신을’ 통한 이동의 움직임을 강조했다. 또한 내면을 토해내는 가시화를 위해서 몸의 ‘전면을 최고조로 확장시켜, 엎어내고 뒤집어 내는 척추의 반동을’ 이용하는 움직임을 수행하였다. 이에 더해 ‘안과 밖의 방향성을 역행하는 시작점을 시도하는’ 움직임을 가지고, 감정의 해체와 내적 분열의 이미지를 조형적으로 구성하였다. 2장 후반부는 완전한 내적 변화를 이루기 위한 발산 과정 즉, 내면이 전복되는 긴장감을 드러내고자 ‘호흡의 강약, 확장과 응축의 대비를 극과 극으로’ 사용하였고, 감정이 증폭되는 입체감을 주기 위해서 ‘빠른 회전력을 통해서 다양하게 이동하는’ 움직임을 의도하여 안무하고자 했다.
2장의 주요 움직임은 다음과 같다.
다음 <도판 5>의 처음은, 사각조명 안에 4명의 무용수들이 자신의 ‘의식상자 속에’ 갇혀 있듯, 가부좌(跏趺坐) 상태에서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모습을 연출하여, 마치 한 인간이 ‘현존하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듯 표현했다. 안무자는 2장의 첫 시작을 내적 변화를 일으키는 매개적 공간으로써, 일상성을 소거시킨 굿처럼 의식의 공간으로 연출했다. 이에 무용수들에게 평상시와 다른 갑작스런 ‘숨의 멈춤’을 동작을 행할 때 마다 반복적으로 짧 게 끊어서 쓰는 방식을 사용하도록 하였다.
이어서 <도판 5>의 둘째와 세 번째 장면은, 무대 맨 앞에서 뒤끝까지 이동을 하며 바닥 에 있던 ‘오브제’를 발끝부터 온몸을 휘감으면서, 머리끝까지 옮겨서 합장으로 강조하여 완성시킨 동작이다. 이러한 의미는 ‘사람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변한다.’라는 말처럼 ‘이전 과는 달리 변화된 내적공간에 들어서게 됐음’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즉 ‘오브제와 움직임의 관계’를 통해서 내적 변화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하였다. 또한 합장의 손과 오브제를 사용해 ‘고깔’처럼 상징 한 것은, 굿의 주술적 행위와 축복을 비는 종교적 의식에서 착안하여 일상 적이지 않은 행위의 ‘변화’라는 의미에 가시화다.
사실상 인간 이면에 있는 ‘내면적 갈등과 응축된 감정’이라는 현상들을 움직임의 언어로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안무자는 2장 중반부에서 ‘내면 표출의 과정’을 표현하는 움직임을 ‘원(圓)의 형태를 응용한 대형과 회전’을 이용하여 이동하는 움직임을 최대한 다양하게 활용하였다.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 형체 없는 인간의 내면과 감정을 여러 구간으로 나누어 ‘변주하는 방식으로’ 내면성 을 상징적으로 다양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이러한 특징이 나타나는 움직임은 다음과 같다.
다음 면의 <도판 6>의 처음 동작은, 순간적으로 강하게 흡입한 호흡을 가지고 무용수들 이 신체전면을 최대치로 확장하고 드러내어, 마치 ‘몸속에 담긴 내면을 밖으로 뱉어낼’ 시 도를 하는 시작점이 되는 동작이다. 이어지는 장면은 앞선 동작에서 축적된 에너지로 상체 와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엎어질 듯 허리를 숙여서 ‘내적 갈등과 울음을 토해내는’ 형상 으로 표현했다. 이러할 때 빨라지는 호흡의 탄력으로 반동이 생기는 순간, 무대 앞으로 뛰 쳐나가 ‘왼쪽-오른쪽-왼쪽’으로 틀어내는 척추의 방향과 급격히 누르는 하체의 기법으로 ‘내면을 찌르고 해쳐내는’ 표현을 시각화한 결과가 <도판 6>의 세 번째 장면이다. 즉 산오 구굿의 초망자굿에서 산자가 자신의 울분과 응어리를 토출 시키는 혼돈의 과정을 방향성 과 연관지어 안무했다.
다음에 보이는 <도판 7>은, 앞선 <도판 6>의 동작들이 점증적으로 누적되고 자극되면서 생긴 에너지가 순간적인 점프로 연결되어 솟구쳐 올라오는 팔사위로 ‘내적 갈등의 증폭’을 형상화한 움직임이다. 바닥부터 올라오는 하체의 강한 지지력을 가지고 ‘내면이 분화구를 뛰쳐나오는 듯한’ 형상을 표현했다. 이 같은 동작들이 공간으로 퍼져나가 무대에 그려질 때,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안무자는 무용수들에게 ‘맺고 풀고 어르는 호흡으로 응축했던 에너지가 발생되면 그에 따른 감정을 조절하는’(김영희 1997, 36) 방식으로 이어지는 움직 임의 특징을 설명하였다. 이어지는 <도판 7>의 두 번째 장면은, 최대한 큰 원을 그린 양팔 을 명치 안으로 깊이 끌어와 가슴을 비비고 호흡을 얼러내는 동작의 형상이다. 마치 자신 의 ‘내적 응어리를 만져내는 상징성과 자기 응시를 하는 인간의 모습을’ 연출하였다. 이때 하단전의 강한 누름과 신체중심인 척추를 흔들어 내는 호흡을 강조하여, 산오구굿의 의례 대상자 혹은 본 안무자가 자신을 응시하는 내적 경험과 같은 것으로 ‘내면의 중심’을 찾고 자 하는 인간의 모습이 연상되도록 했다. 이어서 <도판 7>의 세 번째는, 무대 중앙에 모인 무용수들에게 감상자들의 시선이 주목될 때 ‘꽃이 피고 지고, 다시 피는’ 모양을 의식하여 ‘무대중심에 응축되고, 주변으로 확장되는’ 원의 대형을 의도하여 안무한 장면이다. 즉 방 향을 잃은 내면이 ‘수축과 이완’이라는 순환 속에서 중심을 찾아가는 내면적 상태를 움직 임과 대형으로 상징했다. 이러한 반복되는 구성을 가지고, 인간이 내적 아픔을 반복하는 과정 속에 ‘새롭게 변화되는 힘’이 축적되고 있음을 암시해보고자 했다.
작품 「만개」의 특성 중 하나로, 총 3장의 각 장마다 다른 구성 속에 공통적으로 본 안무 자의 독무를 한 장면씩 삽입하였다. 이유 인즉, 본 작품 연구가 안무자가 겪은 내적 경험을 모티브로 하여 실현하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각 장마다 ‘주제 전달의 복선을’ 심어 두고자 했다. 따라서 2장의 독무인 <도판 8> 2장 중반부-3의 장면들은, 안무자 본인의 내적 변화 를 핵심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겠다. 따라서 작품의 첫 도입부에 안무자가 서 있던 똑같은 위치에서 <도판 8>의 움직임을 시작하여 이전과 달라진 자신의 ‘내면을 응시 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도판 8>의 두 번째는 ‘길조명의 수직적 공간’ 안에서만 이동하였 고, 양팔과 척추의 방향을 함께 ‘무한대(∞)와 숫자 8’과 유사한 모양으로 의도하여 끊임없 는 인간의 주체적 의지를 형태로 표현하였다. 또한 수직적 이동의 의미는 ‘앞 무대의 공간 이 과거라면, 현재와 미래는 뒤의 무대가 되는 점’을 시각적으로 상징하기 위함이다. 한편 으론 무대를 내면의 공간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내적 변화에 하나의 ‘수직적 중심이 생성 됐음’을 감상자들에게 제시해보고자 했다. 이어 세 번째 장면은, 양팔을 크게 벌려서 자신 의 내면의 벽을 치고 두들기는 느낌으로 형상화하여 ‘한 인간의 독백처럼’ 시각화했다.
아래 <도판 9>의 2장의 중반부-4의 주요 동작은, 작품에서 유일하게 두 명 무용수의 대결구도를 그린 장면으로 항시 내면을 상징하는 오브제를 직접적으로 움직임 사이에 두 고 표현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산오구굿에서 보이지 않는 ‘내적 응어리’를 타파할 대상 으로, 굿의 공간에 객체화하여 소환하는 의미와 같은 이유로 내적 변화가 이뤄지는 과정을 오브제와 결합하여 그 상징성을 의도했다.
위 <도판 9>의 처음은, 무대 밖의 한 무용수가 이전보다 ‘2배로 커진 오브제’를 들고 중앙을 가로질러 무대 앞 정면으로 도장을 찍듯이 ‘변화된 내면의 오브제’를 밀어내는 동 작이다. 이어 두 무용수는 서로를 향해 오브제를 맞잡고 마치 소싸움이 연상되는 형상으로 무대 중심을 돈다. 안무자는 이렇게 맞잡은 오브제를 사이에 두고, 주제표현의 매개적 역 할인 ‘내적 변화’를 강조하는 두 무용수의 대립을 가지고 현재 ‘자신의 내면과 만남’이 실 체로 드러났음을 고(告)하듯 움직임을 강조했다. 이전의 독무가 내면과 소통하는 ‘독백의 대화’였다면, <도판 9>는 자신의 ‘내면적 소통을 한 단계 더 확대시키는’ 주제로 움직임이 발전된 것이다. 즉 보이지 않던 내적 응어리가 ‘객체화’되어 무대 공간에 실체로써 드러났 음을 형상화했다. <도판 9>의 마지막 동작은 안무자의 안면이 감상자들과 눈이 마주칠 정 도로 허리를 꺾으면서, 상대방에게 오브제를 건네받아 가슴에 수평으로 얹어놓는 장면이 다. 이처럼 신체의 허리를 뒤집는 행위와 오브제의 결합은 지금 여기, 현재에서 이뤄내는 내적 변화로 ‘전복된 내면’을 상징한다. 또한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이겨냈음’을 이중 적으로 표현하였다. 이어서 오브제를 무대 바닥에 ‘역으로 엎어내는’ 움직임을 첨가하여 ‘나에게서 새롭게 나로 전이되는’ 즉 정체성이 전환되는 과정을 시각화했다.
다음으로 <도판 10>의 처음은 내면이 전복되어 ‘내적 변화가 극에 달하는’ 2장의 하이라 이트로써 독무를 추던 무용수가 무대 정중앙에, 나머지 무용수들이 그 주변을 돌면서 무대 를 완전히 채워 ‘오방대형’으로 완성시킨 장면이다. 작품 「만개」에서는 인간이 새로 태어나 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내면의 탈바꿈, 즉 갈등과 응어리를 비워내는 정화의 과정이 필수 적이다. 따라서 추상적인 내적 변화의 과정을 시각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안무자는 ‘갈등이 증폭되어 극에 달하는’ 내면의 포화상태를 형상화하고자 오방대형을 사용했다. 왜냐하면 오방대형의 균형과 안정감의 상징성을 통해서 내적응어리를 완전하게 해소할 수 있는 상 태, 즉 내면을 뒤엎고 전복시키는 완전한 변화가 준비된 내면의 상태를 상징하고자 함이다. 이처럼 ‘전복된 내면의 상태’를 표현코자 하는 움직임이 <도판 10>의 두 번째에 나타난다. 이때 안무자는 ‘내적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 한 번에 호흡을 쏟아내도록’(김영희 1999, 126) 무용수들에게 요구했다. 또한 하단전의 깊고 강한 지지력을 바탕으로 끌어올린 척추 를 사선방향으로 뒤틀어내어 양팔을 알파벳 ‘X’자로 날카롭게 내지르는 움직임으로 장면 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도록 구성하였다. 이어 <도판 10> 세 번째 장면은, 무용수 전원이 이전까지 형성되었던 모든 움직임의 에너지로 바닥에 있던 오브제를 각자 머리 위에서 ‘8’ 자로 돌려가며 빠르게 이동하여 무대 맨 앞에 ‘만세’와 유사한 동작으로 일(一)자 대형으로 멈춰 선 장면이다. 이때 오브제의 형태는 처음과 달리 작품 속에서 가장 큰 4 배의 크기로 변형되어 완성된다. 비로소 변화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내면으로 확대되었음’을 오브제와 움직임을 관계하여 시각화했다. 안무자는 이 같은 행위 속에 ‘과거 자신과 완전한 이별, 이전의 자신이 완전히 비워진 상태를’ 형상화했다. 따라서 이는 ‘삶의 새로운 출발점’에 선 인간이자 본 안무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3) 3장 ‘생화’ ( 20′01″- 26′20″ )
3장 ‘생화’는 1, 2장이 누적된 결과로 ‘새롭게 재생된 내면의 상태’를 표현하는 장이다. 생화에서 비춰진바 3장의 움직임은 생명상징의 생생함과 아름다움을 주제와 부합하여 표 현했다. 이처럼 새로운 내면이 태어나는 생명상징의 생화를 주제로 녹여내기 위해서 안무 자는 인간의 ‘걸음’을 극대화하여, 변화를 이뤄내는 인간 의지와 내적 이동의 과정으로 표 현하고 ‘내면의 객체화 또는 대상화로써 핵심적 매개가 되는 오브제와 움직임의 유기적 관계’를 통해서 주제를 상징한다.
3장 움직임의 주된 특징은 다음과 같다.
3장의 시작은 다음의 <도판 11>과 같이, 2장 마지막 위치와 똑같다. 하지만 2장의 끝과 3장의 시작에, 조명의 방향과 오브제의 색을 완전히 반대로 연출하여 ‘현재에서 변화된 내 면’의 내적 이동을 표현했다. 이어 <도판 11> 두 번째는, 오브제를 몸에 밀착시켜서 마치 ‘옷을 입는’ 행위처럼 의도하여 이전 1, 2장과 차별화된 3장의 오브제와 신체의 결합으로 ‘변화된 내면과 하나가 되었음’을 상징했다. 이는 보이지 않던 인간의 ‘정체성이 새 옷을 입었다’라는 시각화를 가지고 ‘정체성의 재탄생’을 표현한 것이다.
<도판 11>의 마지막 장면은, 몸에서 떼어낸 오브제를 ‘새롭게 변화된 자신의 내면’처럼 바라보며 중력을 배제한 느낌으로 이동하는 장면이다. 이때 오브제를 마치 ‘배를 뒤집어 놓은 ∩자’ 모양으로 변형하였고, 안무자는 이를 작품의 주제적 표현의 복선으로 의도하기 위한 <도판 12>의 움직임에 필수적인 ‘징검다리’로 연출하였다. 그 이유에는 3장의 주제가 2장의 내적 변화인 전복된 내면이 그 계기로 작용하여, 다시 태어난 내면적 재생으로 이뤄 지기 때문에 전복된 배와 징검다리의 형상으로 함축하여 시각화했다.
다음 면의 <도판 12>의 첫 장면은 무용수가 ‘가슴에 맺은 호흡을 정수리 끝과 발끝까지 전달되도록 하여 정서적인 에너지를 극대화’(김영희 1997, 37) 하여 징검다리 오브제를 주 체적 의지로 건너가는 걸음을 표현했다. 이렇게 ‘인간의 걸음을 극대화’하여 강조한 의도는 평범한 걸음을 가지고 현존하는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빛이 나는 생명의 순간, 지금 을 증명하는 것과 ‘새로운 삶으로 다시 나아감’의 특권을 실현하는 미래적 인간의 모습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이 같은 표현을 감상자들에게 피력하기 위해서 안무자는 무대의 가 장 긴 사선대형을 사용하여 ‘옆 측면의 모습’을 강조하였다. 즉 걸음에서 포착될 수 있는 ‘가장 큰 높낮이와 호흡의 오름·내림의 선의 유동’이 가장 잘 인지되는 각도를 통해서 ‘숨 쉬는 생명력의 생동감’을 가시화하고자 의도했다.
다음으로 <도판 12>의 둘째와 세 번째는, 전원 무용수가 ‘만개하는 꽃의 형상을 점차 발전시키는’ 장면이다. 여기서 특이점은 오브제의 색이 빨강색으로 변한 것으로, 이전의 노란색이 생명력이 완전치 않은 ‘비워진 내면’을 의미했다면 ‘색의 전환’으로 변모된 빨간 오브제는 ‘내면이 재생되어 새롭게 채워진 내면’으로 상징된다. 더불어 조명 또한 붉은색 물감을 무대바닥에 퍼부어놓은 효과를 주었다. 이처럼 빨강색을 3장에 주목시킨 이유는 무속에서 빨강이 가진 ‘생명상징’의 의미를 움직임에 덧입혀, 시-감각을 자극하는 방식으 로 ‘내적 재생’의 주제적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코자 ‘오브제와 움직임의 결합’을 감상자의 시선과 수평적으로 대응하도록 오브제를 무용수의 신체정면으 로 내세우는 움직임을 계획했다. 시각적 생동감과 생명이 만발하는 과정이 입체감 있게 발생되도록, 움직임의 동선을 ‘응축과 확장, 안과 밖으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나열하는 방 식을 가지고 ‘심장박동의 두근거림과 꽃이 피고 지는 생명의 반복’을 의도적으로 상징하고 자 했다. <도판 12>의 마지막은, 모든 움직임을 ‘무대 정중앙’으로 옮겨와 반복하여 ‘나팔 꽃의 형상 혹은 V자’로 기지개를 켜듯 오브제를 몸 위로 밀착시켜 쓸어 올리는 동작이다. 즉 무용수들의 신체의 방향과 오브제와의 관계를 통해서 ‘흔들리며 피는 꽃처럼’ 생명을 힘겹게 발화하는 내적 생명력을 표현했다.
다음으로 아래 <도판 13> 처음은, 오브제를 반으로 접어 무용수들 전체가 또다시 ‘오방 대형’을 만드는 과정이다. 여기의 특이점은 2장과 같은 대형이지만, 2장에서 내적 변화의 표현을 ‘무대 밖에서 안으로’ 무대를 채운 것과 반대로, 3장은 역으로 ‘안에서 밖으로’ 행하 여 상반되는 구성을 가지고 주제를 도출하고자 했다. 즉 내적 공간을 ‘비움과 채움의 순환 과정’을 통해서 존재적 정체성을 스스로 증명해내는 인간의 의지를 표현코자 했다.
위의 <도판 13>의 두 번째 장면은, 작품에서 유일하게 ‘꽃의 형상’을 본 딴 것처럼 ‘손끝 에 맺힌 물방울처럼’ 매달고 오브제를 변형하여 오직 ‘작품 「만개」만의 꽃’으로 상징하여 형상화했다. 안무자는 마치 ‘현재하는’ 무용수가 자신의 내면과 움직임으로 손수 만들어낸 ‘생명의 꽃’을 무대의 현장에 직접 피워내도록 의도한 것이다. 무엇보다 안무자는 ‘무대 위에서 실재(實在)하는 무용수가 실제의 손으로’ 오브제를 변형하게 하는 시각적 자극을 시도하였고, 창조된 오브제는 ‘생화’ 그 자체이자 ‘새롭게 재생된 내면’이라는 3장의 핵심 적 주제로 귀결된다. 이는 보이지 않는 인간의 내면을 ‘실현하는 실체화’를 이루고자 한 안무의도로써 ‘존재적 정체성의 재탄생’을 몸소 이뤄내는 현장을 의도하여 감상자들에게 호소하고자 했다.
작품의 완전한 마지막인 앞면의 <도판 13>의 세 번째는, 무용수 전원이 무대 중앙에 도달한 장면이다. 안무자는 이때 ‘아주 가늘고 길면서도 끈질긴 호흡으로’ 이동하면서, 무 용수들에게 오브제를 ‘지금 여기’에서 존재하는 ‘내적 이상향’으로 바라보길 제시했다. 이 때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는 감정 몰입의 움직임을 가지고, 감상자들에게 ‘내면의 꽃’을 창 조하는 주체자로 무용수들이 실현되기를 바라였다. 또한 오브제의 빨강 면만을 보여주는 움직임으로 ‘척추와 전신을 과도하게 비틀어내면서’ 이동하여 마치 5명의 무용수들이 지속 적으로 ‘공기 중에 떠다니는 꽃잎처럼’ 보이기를 희망하였다. 왜냐하면 본 작품의 움직임은 추상적 주제인 ‘내면성을 꽃의 상태성에 대입하여’ 내용적 전개를 해나가는 표현이기 때문 에, 안무자는 무용수의 신체가 때론 ‘꽃의 줄기’처럼 의미가 합일되어 나타나길 의도했다. <도판 13> 마지막에 나타난 결과는 마침 다섯 명 무용수들이 오브제 뒤로 완전히 일체 되어 ‘생명력이 극에 달해 탄생된 생화가 만개하는 형상’으로 완성하여 주제를 상징하였다.
Ⅳ. 결 론
본 논문은 무용작품 「만개」를 실기기반에 중점을 두고 분석하였고, 문헌연구를 병행하 였다. 또한 작품 구상시점부터 공연으로 완성되기까지 창작의 전체과정을 다루었다. 이어 연구대상인 작품 「만개」의 안무의도 및 주제가 움직임을 통해서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살 펴보았고, 작품에서 나타난 표현방식이 어떻게 예술적으로 형상화되고 창출되었는지를 분 석하였다. 안무자는 무용작품을 감상자들과 가장 진정성 있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자 대화라고 생각한다. 또한 본인에게 창작물은 자신을 솔직하게 응시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따라서 안무 작품을 통한 주제의식을 실현시키는 표현방식이 작품 「만개」의 안무의 시작이었고, 당시 본인에게 가장 시급했던 내면의 울림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즉 앞서 언급했던 그것이 스승의 죽음이다. 이에 따라 누구나 죽음 앞에 있는 존재라는 공평 한 진실을 실감하면서 안무할 당시, 내적 위기를 작품을 통해 치유하고자 한 것이 작품의 계기가 되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작품 「만개」의 주제에 따른 결론은 다음과 같다. 본 안무자는 지금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의 근원적 의미는 자신의 내적 의지에서 시작되는 변화의 발길 속에 생성된 희망이자 ‘현재하는 생명’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시각을 작품 속에 투영시켜 표현된 결과가 ‘인간의 진정한 존재적 정체성’이라 하겠다. 따라서 내면이 재탄생되는 과정을 거쳐 ‘다시, 또, 새로 태어나는 삶’이라는 작품의 주제적 핵심어인 ‘내면 적 재생’이라는 정의를 작품 속에 명명하고 상징하였다. 이러한바 안무자가 작품의 전 창 작과정에서 추출된 「만개」의 주제의식을 발현하였고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가 나타났다.
첫째, 작품 「만개」는 안무자가 실제 겪은 경험과 핵심개념인 산오구굿이 교차되는 접점 을 통해서 이론과 실기가 결합된 연구를 통해 작품의 주제의식을 추출하였다. 또한 추상적 인 내면을 주제적 움직임으로 시각화하기 위한 안무의도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서 작품 내용을 3장으로 구성하여, 각 장이 담고 있는 상징성과 주제의식으로 발현하였다. 더불어 개념적 뒷받침을 통해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는 내용전개 및 구조형식을 명확히 설정하였 다. 이에 자칫 이해하기 힘든 무용작품을 공감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작품연구의 한 방법으로써 제시할 수 있다.
둘째, 작품 「만개」만의 독창성과 효과적인 주제 전달을 위해서 안무자는 본인만의 개성 을 가진 움직임 기법을 연구하고 창출하였다. 각 장에서 나타나는 상징적 내용을 표출하기 위해서 겹치거나 반복되는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피하였다. 본 작품만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해서 특히 시-감각을 자극하는 시각화의 기법에 집중하여 움직임의 가능성을 발전시켰 다. 실상 연구자가 이뤄내고자 했던 움직임의 표현기법은 사람의 시선을 가장 자극적으로 몰입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상징성’을 가지고 보이지 않는 내면을 ‘하나의 대상으 로’ 인식하게 하여 주제적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무대 위에 끌어내기 위한 안무의도였다. 이는 작품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형상화시킨 움직임을 감상자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가 시적인 소통을 ‘내면의 언어로 변환하는’ 새로운 움직임을 창출하는 유의미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셋째, 작품 「만개」에서 사용된 예술구성요소로써 오브제, 의상, 조명 등은 각각이 지닌 특징적 상징성을 가지고, 시각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합의지점을 통해서 작품의 주제적 맥 락을 연결하는 통일성을 갖출 수 있었다. 즉 주제의식을 좀 더 명확히 표출하고자 했던 안무의도에 부합된 연출기법을 통해서, 작품연구의 분석적인 시각을 제시하여 본 연구자 의 독창성을 가진 작품 스타일을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작품 「만개」의 오브 제, 의상, 조명 등은 작품에서 지속적으로 모양의 변형 및 색의 상징성을 가지고 전환하는 공통점을 지닌다. 안무자는 이를 가지고 찰나적인 움직임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표현방법 으로 사용하였다. 또한 주제적 시각을 담아내기 위한 본 작품만의 움직임의 특질을 좀 더 발전시키는 매개적 표현수단으로 상징적인 시각화의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표현적 시도는 보이지 않는 인간의 내면을 다루는 무용작품에서 발생될 수 있는 추상성과 감상자 와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이해적 거리감’을 해소할 수 있는 표현에 효과적인 방법으로써 의미 있는 작품연구의 하나로 제시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