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인류의 역사는 질병에 대한 역사이자 질병에 대한 극복과 좌절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 다. 질병만큼 시공간을 초월하여 인류를 괴롭혀온 것도 없으며 또한 인간의 노력 가운데 질병으로 받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울였던 것만큼의 지속적인 활동도 찾아보기 어 렵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도시국가 아테네와 로마제국 멸망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는 역병(役病)과 중세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은 흑사병과 같은 인류 최악의 질병은 나라의 존 망을 좌우했고 인간의 사회적인 의식과 정치·경제적으로 역사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도 했다. 또한 질병의 양상과 대응은 한 사회의 수준과 성격을 반영하는 중요한 기표이기 도 하다(헨리 지거리스트 2008, 13-17).
질병이란 독감과 위장염처럼 구체적인 인간의 질병이다. 질병에 걸리는 조건에는 자연 적인 것도 있지만 기관지 천식과 같은 환경성 질병과 신경증 같은 문명병의 질환, 그리고 직업병 등 대부분 인간 자신이 만들어낸 것으로 곧 문명적이고 사회적인 조건이다(지거리 스트 2008, 15-16). 최근에 나타난 대유행병인 에이즈나 사스, 에볼라, 메르스 그리고 코 로나19(COVID-19) 바이러스 등(마크 호닉스바움 2020, 539)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으로 현대인들은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다행히도 이러한 문제를 치료할 수 있는 의학의 발달과 다양한 형태의 치료법이 개발되어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질병을 다스리며 예방하 고 있다.
현대사회의 정신건강 문제가 증가함에 따라 복잡한 정신과 육체를 치료하는데 심리치료 의 한 방법으로 최근 예술이 갖는 장점을 살려 미술치료(art therapy), 음악치료 등 예술치 료(expressive art therapy)(정광조, 이근매, 최애나, 원상화 2009, 3) 분야의 영역이 넓어지 고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무용/동작치료(dance/movement therapy)는 예술치료의 한 영 역이나 국내에서 아직까지 그 개념조차 생소한 실정이다. 춤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예술 활동이며 신체를 도구로 움직임을 통하여 개인의 감정과 사상을 표현하고 언어를 대변한 다(김미선 2005, 5-6). 춤에서 신체와 정서의 상호 연관성은 오랫동안 인식되어왔으며 치 유로서의 춤은 주로 신체를 통해 인간의 정서적 고통을 낫도록 하는 것이다(선미경 1990, 7-8). 즉 움직임을 통해 심신(心身)이 치유되는 것은 춤의 가치 중의 하나로서 춤은 활동 을 통한 심신 치유의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이혜경 2014, 131). 이를 전제로 정서적 고통 에서 벗어나기 위해 치료적 힘으로서 신체를 사용하는 춤은 동·서양의 역사 속에서도 발견 될 만큼 그 시작과 기원이 오래되었다.
국내 무용/동작치료와 관련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한국무용, 강강술래, 선무, 즉흥무 용, 신체접촉, 라반움직임분석(LMA: Laban Movement Analysis), 바르테니에프 기초원리 (BF: Bartenieff Fundamentals) 등 무용 동작을 적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정신분열증 환자, 유방암 환자, 심리장애인, 여성 및 치매노인, 홀보듬엄마, 다문화가정 이주민 여성, 장애 청소년, 자폐 및 지적장애 아동, 부상자 등 특정 대상에게 적용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신체, 사회심리, 정서표현, 의사소통, 행동, 일상생활 수행 능력, 자기존중감, 인지적 기억수행과 우울, 대사증후군 위험인자와 혈관탄성 반응, 산후 회복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검증하였다(김나영 2001;김명란, 박현옥 2009;김명숙 2000;김미선 2005;김은진 2007;김태훈, 정성림, 강설중 2007;권영균 2004;권영균, 이지항 2009;노진아 2007;민경은, 조미혜 2008;박경숙 1999;배혜영, 김기진, 곽이섭 2018;서현주 2009;신은희 2000;오진숙 2019;유영주 2020;이지항 2009;임의영 2002;장지 영 1996; 진양숙 2004; 황향희, 최윤정 2010). 그 외의 연구로는 크게 한국과 서양의 치료 적 효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먼저 한국 민속춤의 치유성에 관한 연구(백선희 2010)와 병굿의 무용치료적(선미경 1990)·정신치료학적(이부영, 서경란 1994) 효과를 파악한 연구 와 라반 움직임 분석의 치료적 활용방안을 탐색한 연구(정재임 2021)가 있다. 특히 치료적 효과가 있는 병굿에 대한 연구는 1990년대 무용 및 심리학 분야에서 살펴보았고 2000년대 이후에는 연극 분야에서 접근되었다. 그리고 병굿과 타란티즘 관련 비교연구로는 병굿과 서양 잔혹극의 미학적 비교연구(임형수 2006)와 타란티즘과 무도광의 차이를 비교분석한 연구(박영애 2006)가 있다. 최근에는 무용/동작치료에 대한 국내 학위 및 학술지 논문의 연구동향을 분석한 연구(여수진 2016; 연누리 2021; 이혜경 2014;정기복, 고경순 2023) 가 실시되었다.
지금까지 선행연구를 살펴본 결과, 연구의 시작이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으나 현 재까지 그 양이 현저히 적어 무용/동작치료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지 않음이 확인되었다. 또한 2000년대 이후 대부분의 연구가 질적연구방법 중 사례연구와 현상학적 연구로 진행 (정기복, 고경순 2023, 136)되었고 정해진 무용동작에 대한 특정 연령, 성별, 질병, 상황이 연구대상으로 제한된 연구가 진행되어 무용/동작치료에 대한 일반적인 효과와 의미를 규 명하는데 있어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춤의 치료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무용/동작치료의 중요성을 인식시킬 수 있는 연구가 추진되어야 할 것이며 역사적 관점에 서 실제 사례와 자료를 중심으로 확인하고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용 분야에서 무용/동작치료의 실제 사례 중 동·서양의 춤을 비교한 연구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으므 로 본 연구인 한국 병굿과 이탈리아 타란티즘에 대한 비교연구는 무용치료적 측면에서 의 미있는 연구가 되리라 본다.
본 연구에서는 춤의 역사 속에서 실제 질병을 이기고 치유한 동·서양의 춤을 비교하여 무용의 치료적 기능과 효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에서 병자를 치료하는 목적의 병굿과 이탈리아에서 타란툴라 거미의 독을 해독하기 위해 춤을 추었던 타란티즘을 공시적·통시 적 관점으로 탐색하고자 한다. 먼저, 공시적 관점으로 각각의 질병의 원인과 배경, 춤의 특징과 치료적 기능에 대해 파악하고 그 다음 통시적 관점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과 정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두 춤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하여 과거부 터 현재까지 춤이 치료적인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규명하는데 주목 하고자 한다.
2. 연구방법
본 연구는 한국의 병굿과 이탈리아의 타란티즘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무용치료적 효과 를 고찰하기 위해 국내외 단행본과 학위논문, 학회지논문 등의 문헌연구와 인터넷 검색에 기초하여 관련 연구들을 수집하였다.
Ⅱ장과 Ⅲ장에서는 선정된 병굿과 타란티즘에서 나타난 무용치료적 요소를 각각 공시 적·통시적 관점으로 분석하였다. 공시성과 통시성의 구분은 스위스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1913년)가 자신의 언어학을 발전시키면서 사용했다 (앤드루 에드거, 피터 세즈윅 2012, 69). 공시적 접근은 어떠한 시기를 횡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현상에 대해 역사의 한 순간에서 접근하거나 또는 역사 외부에 존재하는 것으로서 접근한다. 통시적 접근은 어떠한 시기를 종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현상의 역사적, 시간적 측면과 관련이 있다(에드거, 세즈윅 2012, 69). 이러한 관점을 본 연구에 적용하여 병굿과 타란티즘을 먼저 공시적 관점에서 각각의 질병의 원인과 배경, 증상과 치료방법, 춤의 특 징과 치료적 기능, 참여대상, 행렬유형, 발생분포에 대해 살펴보고 통시적 관점에서는 질병 의 기원에서부터 질병과 춤에 관련된 최근 연구와 발전 형태까지 시대에 따라 어떠한 변화 과정을 보이고 있는지 국내외 연구와 저서, 그리고 문헌에 기록된 실례, 타란텔라의 노래 가사를 중심으로 폭넓게 살펴보았다.
Ⅳ장에서는 병굿과 타란티즘의 유사점과 차이점의 비교 및 분석하였다.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두 춤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각 특성에 따라 표를 통해 정리하고 해석하여 결과를 분석하였다.
Ⅱ. 병굿에 나타난 무용치료적 기능
1. 공시적 관점
춤과 종교는 오랫동안 혼합되어 인간들의 정신적 치유에 도움이 되어왔다. 춤의 치유적 요소는 특히 굿 중에서 병굿(祛病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백선희 2010, 251). 병굿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하는 굿으로 병의 원인은 망자의 원한에 의한 것으로 보며 해원을 하는데 역점을 두어 환자 몸에 실린 역귀를 퇴치하여 병을 치료하고자 한다(국립민속박물 관 2009, 339). 즉 병의 원인을 신체 내적보다 외적인 원인에 의한 것으로 보고 어떤 살 (煞)·잡귀(雜鬼)나 부정(不淨) 등이 인간에게 침투함으로써 병이 생기거나 혹은 인간의 잘 못으로 조상이나 신들이 진노해서 그 벌로서 인간에게 병을 준다고 본다. 따라서 병굿을 위한 무속제의는 병의 원인에 따라서 달리 행해지고 이에 대한 명칭도 지방에 따라서 약간 의 차이가 있다. 중부지방은 병굿과 우환굿, 영동지방은 환자굿, 호남지방은 병굿이라 한다 (백선희 2010, 232).
병굿의 방법은 망자가 저승에 잘 가도록 기원하는 천도굿(국립민속박물관 2009, 71)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을 보이는데 병의 원인이 망자의 원한과 관련된다고 생각하며 한을 풀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역이나 무당에 따라 방법의 차이가 있는데 해당 지역의 굿 기본 골격에다가 망자와 관련이 있는 굿거리가 추가된 형태 이다. 병굿의 종류는 특정한 병을 치료하는 굿 중에서 천연두 퇴치를 위한 병상굿, 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맹인굿, 미친 병을 치료하는 두린굿 등이 있다(국립민속박물관 2009, 339).
굿은 오락적인 성격을 동반하며 가무적 요소가 발달한 종교현상으로 대체로 일반굿을 할 때는 반드시 춤과 노래와 음악이 수반되며 서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선 미경 1990, 26). 굿의 구성은 첫째, 신령을 초대하고 둘째, 무당에게 신이 내려오고(접신) 공수를 주고(신탁) 셋째, 신령을 춤과 노래로 즐겁게 하며 넷째, 신령을 찬양, 축원하면서 돌려보내는 부분으로 되어 있다(류분순 2000, 95). 치유를 위한 춤은 굿에서 잘 나타나 있으며 종교적 의례로서 춤의 목적은 아름다운 신체의 자세나 동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신과 소통하는 무당이 엑스터시(ecstasy), 즉 황홀경에 이르기 위해 특수한 정신 경계에 도 달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병굿에서 춤은 엑스터시 상태에 이르기 위한 도구 의 절차로 사용되어왔다. 엑스터시로 몰입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춤을 통해(백선희 2010, 251) 환자나 그 주변 사람에게 심리적, 생리적으로 맺힌 응어리를 엑스터시를 이용 하여 카타르시스(catharsis)인 감정의 정화의 경지에 이르게 하며 이로써 의료적 조치를 경 험한 것 같은 효과를 내보인다(선미경 1990, 16).
대표적인 예로 병굿 중에서 정신병을 치유하는 제주도의 두린굿은 ‘미친굿’ 또는 ‘추는 굿’이라고도 하는데 환자를 춤추게 하는 것이 굿의 중심이다. 두린굿에서 춤을 추도록 환 자를 유도하여 직접 춤을 추고 엑스터시를 이끌어낸다. 환자가 엑스터시에 이르도록 주된 역할을 하는 음악은 북, 장구, 꽹과리 등 악기의 요란한 장단에 맞추어 무당은 노래를 부르 고 환자와 가족, 참가자들은 춤을 춘다. 악기의 장단이 점점 빨라지고 격렬해지며 무당은 춤을 추도록 격려하고 환자는 보통 4-5시간에서 오래는 며칠까지 장시간 무아지경이 되어 춤을 춘다. 환자는 억압된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춤을 추다가 지쳐 쓰러지게 되며 자신도 모르게 범접한 신령을 고백하고 잠들어버리며 드디어 병이 낫는다 고 한다(백선희 2010, 238; 선미경 1990, 46-47; 임형수 2006, 321-322). 현실의 생활 속에서 가슴에 맺힌 것들이 일순간에 풀리게 하는 것(백선희 2010, 230)인데 이 풀림이란 그 의미 자체가 치료적인 의미와 예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고 춤의 이러한 기능은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질병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백선희 2010, 251; 선미경 1990, 54).
무속적 치유는 말할 필요도 없지만 다분히 원시적이고 주술적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정 신치료적 요소 또한 적지 않으며 무속신앙을 갖고 있는 환자의 경우 뚜렷한 효과를 나타내 고 있다. 병을 치유하기 위해 행하는 굿은 신체질환의 치료보다는 환자와 가족들의 마음을 위안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의학적으로는 판단된다(백선희 2010, 232; 임형수 2006, 316). 특히 굿을 진행하는 중에 무당이 하는 공수, 즉 무당이 죽은 사람의 뜻이라고 하여 전하는 말은 심리치료의 치유적 대화와 유사하다. 병굿에서 공수는 왜 병이 생겼고 낫는 방법을 제시해주는데 이것은 진단과 치료에 해당하고 환자나 가족은 쌓인 설움과 울분을 터뜨리면서 눈물을 흘리고 흐느낀다. 무당은 그들과 괴로움을 함께 하고 이를 통해 환자와 가족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굿의 치료효과가 일반적으로 모두 긍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굿은 특히 히스테리·불안신경증·심인성 위장장애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환자에게서 생리적·심리적 카타르시스를 일으켜서 환자가 스스로 치유능력을 발휘하는 부 분은 주술적 치유 중에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치유근거가 되는 요소이다(김광일 1972, 86-87; 백선희 2010, 231).
2. 통시적 관점
무용/동작치료는 고대 사회의 종교의식에서 비롯된다. 고대부터 인간들은 생로병사(生 老病死)의 과정을 거치면서 내면적으로는 수많은 아픔과 고통을 겪으며 외면적으로는 천 재지변(天災地變)에 대응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면서 초자연적인 힘에 관한 종교적 심성이 싹트게 되었다. 인간들은 제재초복(除災招福:재앙을 억제하고 복을 가져옴)을 원하게 되었 고 샤먼(shaman)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전문가로 등장했다. 샤먼은 곧 무당으로 일 컫는 명칭이 다양하듯 담당하는 역할도 다양했고 근대사회로 변천하는 과정에서 샤먼의 기능 또한 사제자, 정신치료가, 예술가, 내과의사 등 여러 가지 전문직으로 분과했다(이부 영, 서경란 1994, 114; McNiff, S 1979, 155).
우리나라 무당의 경우에도 다양한 기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시사회에서 병을 다 스리는 치병(治病)의 역할이었다(박계홍 1971, 194; 이부영, 서경란 1994, 114). 샤머니즘 을 민간신앙으로 이해하면 굿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의 굿이란 무속의 종합적인 의례형 식을 지칭하는 순수한 우리말 표현이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까지 살아서 기능하고 있는 우리나라 옛 종교 심성으로서 민간신앙을 우리는 한국의 샤머니즘 또는 무속이라고 부르 는 것이다(백선희 2010, 229).
굿의 종류는 크게 마을굿, 개인굿, 무굿으로 나뉜다. 마을굿은 정기적으로 마을과 주민 의 평안을 빌기 위한 굿이며, 무굿은 신병을 앓고 내림굿을 받아 신이 실려 공수하는 무당 인 강신무(降神巫)들이 행하며 입무의례인 내림굿과 정기적으로 개인이 모시는 신을 대접 하는 신령굿(진적굿)이 있다. 개인굿은 집안의 복을 비는 재수굿, 사람이 죽으면 혼을 위로 하는 넋굿, 병자를 치료하는 목적의 병굿이 있다(이부영, 서경란 1994, 114).
병굿의 역사를 살펴보면, 두린굿과 같은 방식의 치병굿은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추정 되며 이는 처용설화에서 확인이 된다. 처용의 아내가 역신과 동침한 것은 곧 역신의 범접 으로 인해 병이 난 것이다. 처용이 이를 보고 춤을 추고 노래하며 물러난 것은 병굿을 행했 다는 것이다. 그 결과 역신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다짐을 하고 사라졌는데 이 부분은 두 린굿과 일치하는 바가 많다. 즉, 신라 49대 헌강왕(재위 875-886) 때를 배경으로 하는 처 용설화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 방식의 병굿이 오늘날까지 전승된 실제 사례라고 할 수 있 다.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었던 시절에는 무속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두린굿이 빈번하게 벌어졌으나 아쉽게도 오늘날 보기 어려운 굿이 되었다. 그 이유는 요즘 사람들은 현대의학을 통해 정신병을 치료하기 때문이다(국립민속박물관 2009, 243-244).
이부영, 서경란(1994)의 사례연구에 따르면, 병굿에 참여한 두 남성은 우울증을 겪고 있 었고 병굿을 통해 기분이 좋고 호전되고 있다고 관찰보고 하였다. 이처럼 실제 사례에서 중등도의 증상 개선 효과를 통해 임상적 효과가 있음을 밝히며 병굿은 현대적 정신치료와 공통적 측면도 갖고 있고 또한 하나의 종교적 제의로서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환자들과 그의 지인들은 병굿에 의존하고 극적인 효과를 원한다기보다는 병원에서 약 처방과 함께 치료를 받으며 병굿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과 병이 나을 수 있다는 의지를 다지게 하여 심리적 치료 효과를 나타내고 있었다고 밝혔다(129-130). 따라서 현재는 병 굿을 단순히 하나의 치료방법이 아니라 다양한 정신적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서양의 학과 더불어 하나의 치료방법으로서 접근하고 있다.
오늘날의 연구에서는 치료적 관점에서 어떻게 굿이 치유의 효과를 산출하고 그 실용적 효과를 설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김동규 2018, 478). 심리학적 관점에서 굿의 치유가 작 동하는 과정과 원리를 심리학적 개념으로 논의하면, 망자에 접신하여 넋두리를 전하는 무 당의 공수는 무의식과 개성화과정(individuation)의 투사(projection), 몸의 움직임인 춤을 통한 카타르시스는 감정의 발산과 자기 암시 등의 개념으로 관련될 수 있으며(김동규 2018, 478-486) 또한 무당의 혼과의 대화는 융의 자기와의 만남으로 해석하기도 한다(김 동규 2018, 486).
이처럼 굿의 치유적 효과는 현대적인 심리학적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 정신의학적 개념 을 사용하여 물리적 효과를 산출하고 있다. 그러나 치유적 분석에 집중하여 종교적 신앙이 자 실천인 무속적 치유의례에서 표현하고 전달하는 특정 메시지를 간과해서는 안 되며 현 대적 의료체계를 구성하는 용어로 무속적 의례를 한정할 필요가 없음을 생각해볼 일이다 (김동규 2018, 505-507). 병굿의 정신치료학적 효과를 사례를 통해 연구한 이부영(2012) 은 샤먼은 “질환(illness)을 치유(healing)하고 의사는 병(disease)을 치료(treat)한다(505)”는 의견에 반박하였다(505). 어떤 특수한 사회에서 도출된 사실을 무조건 모든 사회에 일반화 할 수 없으며(이부영 2012, 505) “샤먼의 치병의식이 치료적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 는 사람은 없다(이부영 2012, 503)”라고 밝혔다.
Ⅲ. 타란티즘에 나타난 무용치료적 기능
1. 공시적 관점
타란티즘(tarantism)은 음악과 타란텔라(tarantella)라는 춤이 유일한 치료법인 특이한 질병 이다(지거리스트 2008, 349). 이 질병에 관한 구체적인 기록은 발병지역인 아풀리아(Apulia) 에 살았던 의사이자 의학 작가인 페르디난두스(Epiphanius Ferdinandus, 1569-1638 년)(Folgerpedia, 2023. 7. 14)와 의사 겸 과학자인 바글리비(Giorgio Baglivi, 1668-1707 년)(Wikipedia 2023. 7. 22)의 의학적 관찰을 바탕으로 한 저서와 논문과 그리고 신부이자 학자인 키르허(Athanasius Kircher, 1602-1680년)(Wikipedia 2023. 7. 23)의 저서에 출판된 음악 등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게 되었다(지거리스트 2008, 350-351; Gloyne 1950, 29-30). 이들의 기록을 참조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몇 세기 동안 많은 죽음을 초래했던 타란티즘의 정확한 역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질병의 원인은 일반적으로 늑대거미(wolf spider)의 일종인 리코사 타란툴라(lycosa tarantula) 독거미에 물리면 발병하기 때문에 타란티즘이라 불렸다. 이 증상은 14세기 중반 과 말 사이에 시작되어 15-17세기까지 유행했으며 약 4세기 동안 존재했다(Gloyne, H. F. 1950, 29-30; Lanska, D. J. 2018, 132). 이탈리아 남동부에 있는 지방인 아풀리아(박 영애 2006, 39; Gloyne 1950, 29) 라는 곳에서 처음 나타났고 중세시대 아풀리아 주의 주요 도시는 타란토(Taranto)이며 진화된 민속춤은 타란텔라, 그리고 이곳에서 발견된 거 미는 타란툴라이다. 타란티즘은 타란티스모(tarantismo)로 불렸고 이 질병에 걸린 사람은 타란타티(tarantati)라고 불렸다(지거리스트 2008, 351-353; Gloyne 1950, 30).
아풀리아 지방은 지도상의 장화 뒤꿈치에 해당하며 몹시 더운 지방이다. 여름에는 거의 비가 오지 않고 뜨거운 공기를 호흡하여 이런 기후는 주민들의 기질과도 잘 맞아 그들은 정열적이고 강인한 기질을 갖고 있으며 민첩하고 활동적인 특성이 있다. 그들은 무언가에 쉽게 빠져 흥분을 잘하며 광기, 우울증, 늑막염, 염증성 질환에도 잘 걸리는데 열기가 엄청나 므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황과 광기에 어쩔 수 없이 내몰리는 것이 목격된 바가 있다고 한다(지거리스트 2008, 352). 타란툴라 거미는 이탈리아 전역과 남유럽의 지역에서는 전혀 해가 없는 거미로 알려져 있으나 아풀리아에서만 독이 있다고 한다. 아풀리아의 지형학적인 특성이나 습도, 기후 등에 의해서 본래 독성분을 지니지 않은 거미가 독을 지니게 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박영애 2006, 39; 지거리스트 2008, 353; Gloyne 1950, 30).
이 질병은 한여름 무더위가 한창일 때인 7월과 8월에 발생했고 자거나 깨면 벌에 쏘인 것과 같은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일부는 거미를 보았고 다른 일부 는 보지 못했지만 타란툴라 거미일 것으로 확신했다. 그들은 집 밖으로 나와 길거리나 시 장에 모여 극도로 흥분하여 춤을 추었다. 곧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그들처럼 막 물린 사람들이거나 혹은 이전에 물린 사람들이었다. 이 병은 완치가 어려워 독이 체내에 남아 있다가 매년 여름 더위에 의해 재발된다고 믿었다(박영애 2006, 40; 지거리스트 2008, 354; Gloyne 1950, 30-31).
타란티즘 증상은 매우 불명확하며 실제로 물린 곳의 조직 반응은 다른 곤충과 크게 다르 지 않았다. 타란타티들은 광적인 혼란 상태에 빠져 히스테리 증상을 보였는데 일반적으로 두통, 호흡곤란, 흉통 및 심장 통증, 실신, 식욕부진, 갈증, 근육 경련 및 뼈 통증이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뼈가 부러진 것처럼 아프다고 호소했는데 이 증상은 거미 독성 반응에서 나타나는 전신적인 통증과 격렬한 춤에서부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박영애 2006, 40; 지 거리스트 2008, 363; Gloyne 1950, 31-32).
타란티즘의 특성은 모든 연령대와 인종, 남녀 모두 걸렸지만 대부분 젊은 사람이었고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아 특히 거미에 물린 여성을 타란타타(tarantata)라고 불렀다. 각양 각색의 괴상한 옷차림새를 한 타란타티 무리가 거리에 모여 난폭하게 춤을 추었다. 때때로 일시적인 기분 때문에 값비싼 의복과 장신구를 착용하였고 화사한 색깔의 옷을 주로 입는 데 반면에 검은색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누군가 검은색을 입으면 때려 쫓아냈다고 한다, 도덕심을 완전히 상실하여 옷을 찢거나 벌거벗었고 빨간 천 조각을 들고 다니며 흔들고 그 광경을 보며 기뻐했다. 그 외에도 포도덩굴이나 갈대의 초록 가지를 공중에 흔들거나 물에 담그거나 얼굴과 목에 감았고 칼을 가지고 와서 검객처럼 행동하고 채찍으로 서로 때리고 거울을 쳐다보며 한숨과 탄식, 악을 쓰며 울부짖고 예의 없는 행동을 했다. 괴상한 기호를 가진 사람들은 공중에 던져지거나 구멍을 파는 것을 좋아하고 돼지같이 진흙탕에 구르기도 했다. 그런 동안에도 많은 양의 포도주를 마시며 음악에 맞춰 광기 어린 춤을 계속해서 추었다(지거리스트 2008, 354-356; Gloyne 1950, 31).
타란티즘의 치료는 춤과 음악이 유일하게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부항이나 절개, 해독제, 발한제 등 다양한 치료 절차가 시도되었지만 보조적인 수단이었고 결과도 고무적이지 않 았다. 심리치료 방법을 꺼리는 의사들도 춤과 음악이 유일한 치료법임을 인정했고 특히 음악 중에서도 타란티즘을 치료하기 위해 수세기동안 아풀리아에서 연주된 음악에만 효과 가 있었다. 음악이 없다면 한 시간 내 또는 며칠 내에 죽었다는 기록도 발견되었다. 여러 지방자치 단체에서 치료를 위한 음악가들을 고용했고 악단을 이루어 여름 내내 온 지역을 돌아다니며 여러 종류의 피리, 탬버린, 작은북, 바이올린, 하프 등을 갖고 다니며 연주했다. 음악가들은 빠른 멜로디를 끝없이 반복하면서 빠른 곡조인 타란텔라를 연주하고 불렀고 여름 한 계절 동안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음악에는 기악 연주와 이탈리아 방언으로 쓰여 진 노래(박영애 2006, 42; 지거리스트 2008, 356-357; Gloyne 1950, 33)가 있었고 “타란 툴라가 당신 어디를 물었나요? 치마 술 장식 아래를 물었지”라는 가사를 끝없이 반복했다 (지거리스트 2008, 358; Gloyne 1950, 34)고 전해진다.
타란타티들은 의례적인 패턴을 반복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음악에 맞추어 평균적 으로 4일에서 때로는 6일 동안 쉼 없이 춤을 추고 거칠게 행동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해가 뜰 때쯤에 춤추기를 시작하여 정오가 되면 멈춘다. 그리고 침대에서 이불을 덮어쓰고 땀을 쏟고 이 과정이 끝나면 땀을 닦고 가벼운 음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약 1-2시에 다시 춤추기를 계속하고 저녁까지 춤을 춘 다음 다시 땀을 쏟고 잠자리에 든다. 이렇게 여러 날 춤춘 뒤 완전히 녹초가 되었고 그래서 당분간 치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박영애 2006, 41; 지거리스트 2008, 358-361; Gloyne 1950, 34).
치료원리는 타란타티들이 한여름 절정기에 춤을 출 때 엄청난 양의 땀을 쏟아내는데 의 사들은 이 다량의 발한과정에서 독을 배출시킴으로써 일단은 치료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 래서 춤추는 대신 발한약물을 처방했으나 효과가 전혀 없어 결국 의사들은 춤과 음악이 유일한 치료법임을 받아드리게 되었다. 타란툴라의 독은 치명적인 성분으로 인체의 체액 을 응고시키는데 연주되는 음악에 맞추어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힘으로 응고의 과정 을 해체시킨다. 이러한 용해 과정은 음악이 고조되며 더욱 증강되어 환자가 원래 상태로 회복될 때까지 사지를 움직이며 격렬히 뛰면서 땀을 내고 독의 뿌리가 완전히 제거될 때까 지 계속하는 것이다(지거리스트 2008, 363-365; Gloyne 1950, 34).
의사들은 이 괴이한 질병에 관심을 가졌고 타란툴라 거미가 물어서 생긴다는 이론은 옳 은 것으로 받아드렸으나 뭔가 설명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거미는 유독 아풀리아에서만 독성을 지녔으며 다른 지역과 달리 말벌이나 수탉이 거미에 물린 후 춤추는 것이 흔히 목 격되었고 거미 자체도 음악을 들을 때마다 춤추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거미의 독이 한여름 짧은 기간을 제외하면 아무 증상이 없이 환자의 체내에 때로는 몇십 년 동안 잔존하고 주기적으로 고온의 열기나 음악 때문에 다시 활성화된다고 여기게 되었다(지거 리스트 2008, 361-363). 마침내 타란티즘은 18세기를 거치며 그 발생이 줄어들었다(지거 리스트 2008, 365, Gloyne 1950, 35).
2. 통시적 관점
타란티즘이 종식되고 한동안 전설로 버려졌다가 추후 이 집단 히스테리 반응이 타란툴 라 독 때문이 아닌 병인학(병의 원인을 연구하는 기초의학)에 기초하여 다른 역사적 이론 이 열거되었다(Gloyne 1950, 35). 후기 학자들은 타란티즘에 대한 기원과 유형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어 몇 가지 의견과 연구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타란티즘은 무도광(dancing mania, dancing plaque, choreomania, St. Vitus dance)의 변종 중 하나이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리를 지어 지쳐 쓰러질 때 까지 춤을 추는 무도광은 14세기에 흑사병의 여파로 춤추는 열풍이 분출했으며 중부 유럽 중 특히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에서 수세기동안 반복되다가 마침내 17세기 초에 누그러졌 다. 무도광의 변종으로서 타란티즘은 15세기에서 17세기까지 이탈리아 남부에서 유행했으 며 이때쯤 무도광은 이미 라인강 계곡에서 누그러지고 있었다(Lanska 2018, 132). 그러나 반대로 무도광과 타란티즘은 여러 가지 면에서 유사하지만 무용의 목적과 의미, 행렬유형, 구성요소, 발생분포 등에 따라 명백한 차이가 있음을 밝힌 연구도 발견되어(박영애 2006, 32)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타란텔라와 무도광이 자주 혼용되고 있 어 추후 학자들의 정확한 의학적 및 학술적 명명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둘째, 타란티즘의 원인은 단일한 것이다. 타란티즘이 종식된 이후 여러 저자들은 하나의 원인으로 집단 심인성 질환(MPI: a mass psychogenic illness), 집단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 병, 문화적 형태의 의례화된 행동(ritualized behaviors), 종교적 황홀경의 표현, 맥각균 (ergot fungus)의 독성 및 향정신성 화학제품으로 인한 식중독의 결과(Lanska 2018, 132), 고대 관습의 부활(지거리스트 2008, 368-369)이라고 주장했다.
셋째, 타란티즘의 원인은 단일한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다. 타란티즘은 무도광의 변종 중 하나로 무도광의 원인은 복합적이며 심인성 질환, 의례화된 행동, 원하는 목적을 위해 의 식적으로 질병 또는 상해의 증상을 과장하거나 거짓으로 말하는 꾀병(malingering) 등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이우주 2005, 572; Lanska 2018, 132)고 하였다. 하나의 원인이라 고 밝힌 위와 반대의 의견도 나타났다.
추가적으로 타란티즘의 다양한 원인 중 대표적이면서도 의논이 필요한 2가지를 집중적 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집단 심인성 질환(MPI)이다. 흔히 집단 히스테리라고 불리는 MPI는 응집력 이 있는 집단 내에서 흥분이나 변화와 관련된 신경계 장애로 인해 발생되는 질병이다 (Siamisang et al 2022, 1). 아풀리아 지방에서 20년 넘게 의사로 활동한 페르디난두스 (Gloyne 1950, 29; Folgerpedia, 2023. 7. 14)는 토박이 주민들이 정신질환의 발생률이 높 았고 타란타티들은 대부분 신경증 환자였다고 밝혔다. 그는 타란티즘은 질병이지만 타란 툴라 거미가 원인이 아니며 일종의 정신질환이고 매우 기이한 신경증이라는 견해를 보였 다(지거리스트 2008, 366-369; Gloyne 1950, 29).
반대의 견해로 Bartholomew(1994)는 타란티즘과 무도광 등이 단일한 서양 정신질환 진 단기준으로 정신장애(mental disorder), 즉 MPI로서 분류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281). 그 이유는 서구의 정상 문화 기준에 의해 이상하고 기괴한 것으로 분류된 타란티즘에 대한 조사는 서양에서 훈련받은 유럽 중심의 사회과학자들이 그들의 지역적 배경과 의미로 판 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역적 맥락과 의미의 중요성을 평가 절하하는 보편적인 진단 기준을 품고 있어서 이국적인 것은 이상하게 되고, 창의성은 기이함으로, 독실함은 광신주 의로 오인되고 재정의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문화 또는 시대의 행동을 판단하기 위해 현대 유럽 중심적 정신병 개념과 정상성을 부과하는 것은 잠재적으로 심각한 오해의 위험이 있다. 특정 관점의 심신학적 결과를 장애나 질병의 심리적 또는 정신적 범주로 축 소하고 체계화하는 것은 MPI에 대한 진단기준에서 나타난 모호성을 감안하였을 때 확실 하게 확립되지 않았으므로 주제 넘는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타란티즘이 MPI로서 명명된 기준과 범주가 모호하고 불안정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의논의 여지가 있다고 보여진다 (298-300).
두 번째는 기독교 사회에서 나타난 아풀리아 지역의 고대 신앙과 관습의 부활이다. 페르 디난두스가 제공한 단서에 따라 의사학자인 지거리스트는 아풀리아 지방에 그리스 전통이 매우 많이 남아 있고 이 지역에서 여러 고대신이 숭배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선정 적인 분위기에서 술 마시고 음악에 맞춰 미친 듯이 춤을 추었던 디오니소스 의식과 타란티 즘의 증상의 유사함을 연결시킬 수 있었다. 그 배경에는 고대의 신앙과 관습이 뿌리내렸던 보수적인 아풀리아 지방에 기독교가 뒤늦게 들어오며 전파를 위해 고대의 의식요소는 그 대로 남고 외형만 기독교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나 선정적인 숭배의식을 동화할 수 없었고 주민들에게는 본능이었던 의식은 비밀리에 계속되었다. 춤 자체를 억압했던 중세 시대를 지나 춤의 의미가 바뀌며 고대의식이 질병의 증상으로 나타나게 되었고 격렬한 행 동이 질병을 통해 정당화되며 타란툴라의 불쌍한 희생자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지거리스 트 2008, 367-369; Gloyne 1950, 36).
그러나 타란티즘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다양한 견해 중 공통점은 타란티즘의 유일한 치 료수단이 타란텔라 춤과 음악이었다는 부분이다.
타란티즘 질병이 종식된 후, 타란텔라는 이탈리아 나폴리 지방의 민속무곡과 그 춤으로 현재 무용과 음악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빠른 속도의 무곡으로 6/8박자나 3/8박자와 같이 3박자나 6박자계의 빠른 템포로 구성되어 있고 장조와 단조가 교대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19세기 중엽에 예술음악으로 작곡되었고 특히 쇼팽, 베버, 리스트 등이 남긴 작 품이 널리 알려졌다. 타란텔라 춤은 여자 1-2명과 남자 1명이 추는 것이 통례이며 고전발 레의 대표작품인 <백조의 호수> 3막과 덴마크 안무가 오귀스트 브루농빌(August Bournonville)의 <나폴리>에 춤이 인용되었다. 최근 연구에서 타란텔라 춤이 원래 이탈리 아와 스페인에서 일종의 검무(劍舞)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하였다(두산백과 2023. 7. 19;위키백과 2023. 7. 19). 거미의 치명적인 독을 치료하기 위해 추었던 타란텔라에는 춤의 힘에 대한 믿음이 담겨 있으며 시대에 따라 변모하며 그 형태와 의미에 변화를 보이 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Ⅳ. 병굿과 타란티즘의 무용치료적 기능 비교 및 분석
지금까지 본 연구는 병굿과 타란티즘을 공시적 관점과 통시적 관점으로 탐색하였다. 이 를 바탕으로 두 질병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각 특징에 따라 정리하여 무용치료적 측면에서 비교 및 분석하고자 한다.
먼저, 병굿과 타란티즘의 유사점은 총 4개이며 다음과 같다.
첫째, 병의 원인이 신체 외적요인이다. 병굿의 경우, 병의 원인이 잡귀 또는 집안에 원한 이 많은 조상 등 망자의 원한에 의한 것으로 신체 내적보다 외적인 원인에 의한 것으로 본다. 타란티즘의 경우, 병의 원인은 무더운 날씨에 타란툴라 독거미에 물리면 발병하며 아풀리아의 지형학적인 특성이나 기후에 의해서 주민들이 정열적이고 강인한 기질을 지니 며 본래 독성분이 없는 거미가 독을 지니게 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둘째, 병의 증상으로 환자는 신경증과 정신병 등 정신장애가 있다. 병굿은 특히 히스테 리, 정신신경증, 정신분열 등 심인성 질환을 치유하는데 효능이 뛰어나며(임형수 2006, 316) 앞선 이부영·서경란(1994)의 사례연구에서 병굿에 참여한 두 남성은 우울증을 겪었 다. 타란티즘의 환자들은 광적인 혼란 상태에 빠져 히스테리 증상을 보였고 대부분 신경증 환자였다.
셋째, 치료방법으로 춤과 음악, 노래가 상호보완적으로 사용되었다. 병굿의 경우, 음악은 환자가 엑스터시에 이르도록 주된 역할을 했는데 장구, 꽹과리 등 타악기를 주류로 사용하 였고 무당은 노래를 부르고 환자는 악기의 요란한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타란티즘의 경우, 아풀리아에서 연주된 음악에만 치료적 효과가 있었는데 여러 종류의 피리, 탬버린 등을 사용하여 음악가들이 빠른 멜로디를 끝없이 반복하여 연주했고 노래와 함께 타란타 티들은 음악에 맞추어 더욱 활발하게 춤을 추었다.
넷째, 치료의 주요수단은 춤이다. 두 질병 모두 환자는 장시간 격렬하고 빠르게 춤을 추고 난 후 치료적 효과를 경험했다. 병굿의 경우, 환자는 보통 4-5시간 정도 춤을 추며 엑스터시로 이끌어지고 환자가 지닌 억압된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어 카타르시스를 느낌으 로써 치료된다. 타란텔라의 경우, 타란타티는 보통 4일 정도 난폭하게 춤을 추고 엄청난 양의 땀을 배출하면서 이 다량의 발한과정에서 거미 독을 배출시킴으로써 해독제의 역할 을 하며 치료가 되었다. 병굿과 타란티즘 환자들은 춤을 추었고 무당이나 악단들이 음악을 연주하였는데 이 부분에서 음악은 춤의 반주와 보조적 기능으로서 춤의 치료적 효과를 높 이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이어서 병굿과 타란티즘의 차이점은 총 4개이며 다음과 같다.
첫째, 발생분포가 병굿은 전국적이며 타란티즘은 특정 지역에만 나타난다는 차이가 있 다. 병굿의 경우, 우리나라에 각 지역에 전국적으로 존재하며 지방마다 특징이 있고 명칭 에 차이가 있다. 병의 치료를 위한 굿은 서울, 경기, 충청도, 강원도, 함경도, 평안도, 황해 도, 호남지방, 경상도, 제주도 등에 존재한다(백선희 2010, 232). 반면 타란티즘의 경우, 타란툴라 거미가 이탈리아 전역과 남유럽의 지역에서도 발견되었지만 오직 이탈리아 남동 부에 있는 아풀리아 지방에서만 나타났다.
둘째, 참여대상이 병굿은 소수 인원으로 개인적이고 타란티즘은 무리를 지어 단체를 이 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병굿은 환자와 환자 가족을 중심으로 무당과 참가자 등 소수 가 참여하며 굿 안에서 환자가 개인적으로 격렬하게 춤을 춘다. 타란티즘의 경우, 처음에 는 개인적으로 발병하지만 길거리나 시장에 많은 타란타티들이 모여 격렬하고 광적으로 춤을 추며 무리를 지어 악단들과 함께 행렬을 이루었다.
셋째, 치료 대상이 병굿은 환자와 환자 가족이며 타란티즘은 오직 환자라는 점에서 차이 가 있다. 병굿의 경우, 그 대상이 환자와 환자 가족, 여타의 사람들이 함께 굿판에 참여하 고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와 관련 있는 타인의 심리적 울분을 함께 치료한다. 타란티즘의 경우, 치료 대상이 독거미에 물린 타란타티뿐이며 대부분 젊고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다는 특성이 있다.
넷째, 환자의 태도가 병굿은 수동적이며 타란티즘은 능동적이다. 병굿의 경우 환자가 직 접 춤을 추어 치료하는 형태이지만 환자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하는 것은 무당의 유도에 의 해서이다(백선희 2010, 238-239). 무당은 굿의 절차를 총괄하여 환자를 굿판에 끌어들이 고 놀이판을 주도하면서 환자가 춤으로 무아경에 이르도록 한 후, 엑스터시 상태로 이끌어 감정을 분출시킴으로서 정신병의 상태가 안도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임형수 2006, 326-328). 타란티즘에서 타란타티들은 스스로 집 밖으로 나와서 함께 춤을 추었고 연주악 기의 음정이 맞지 않으면 춤을 중단하였고 음정이 맞으면 다시 춤추기를 시작하였다고 한 다(지거리스트 2008, 358). 질병을 치료하는 춤추는 과정에서 병굿의 환자는 무당의 주도 하에 의존적이었으나 타란타티들은 적극적으로 해결하였다고 보여진다.
병굿과 타란티즘의 비교·분석을 통해 병의 원인, 병의 증상, 치료방법, 치료 주요수단에 는 유사점이 있지만 발생분포, 참여대상, 치료 대상, 환자의 태도에서는 뚜렷하게 그 차이 점을 살펴볼 수 있었다. 유사점은 <표 1>에 차이점은 <표 2>에 정리하였다.
표 1
유사점 | 병굿 | 신체 외적요인: 거미 독, 더위 |
---|---|---|
1. 병의 원인 | 신체 외적요인: 망자의 원한 | 신체 외적요인: 거미 독, 더위 |
2. 병의 증상 | 정신장애: 정신병, 우울증 등 | 정신장애: 신경증, 히스테리 등 |
3. 치료방법 | 춤+음악+노래: 타악기 사용, 무당의 노래 | 춤+음악+노래: 악단의 빠르고 반복적인 기악연주와 노래 |
4. 치료 주요수단 | 장시간 격렬하고 빠른 춤: 4-5시간, 엑스터시 상태에서 춤을 추고 감정을 발산하면서 감정이 정화되는 경험을 통해 치료 | 장시간 격렬하고 빠른 춤: 4일, 춤을 출 때 엄청난 양의 땀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거미 독을 배출시킴으로써 치료 |
표 2
차이점 | 병굿 | 타란티즘 |
---|---|---|
1. 발생분포 | 지방마다 특징이 있으나 | 이탈리아 남동부 |
우리나라 전국에 존재함 | 아풀리아 지방에 한정됨 | |
2. 참여대상 | 환자, 환자 가족, 참가자, 무당 등 | 환자들이 무리를 지어 춤을 추고 |
소수 인원이 개인적으로 참여함 | 악단과 함께 단체가 참여함 | |
3. 치료 대상 | 환자와 환자 가족 | 오직 환자들, 특히 젊고 남성보다 여성이 많음 |
4. 환자의 태도 | 굿 안에서 무당의 유도로 춤을 추며 | 스스로 춤을 시작하고 중단하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를 보임 |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태도를 보임 |
Ⅴ. 결론
본 연구에서는 실제 질병을 이기고 치유한 동·서양의 대표적인 춤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확인하고 검증하여 이를 통해 춤의 치료적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하였다. 연구대상 으로는 한국의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의 민간신앙인 무속에서 의례형식인 굿 중에서 병 자를 치료하기 위한 ‘병굿’과 서양의 대표적인 예로 14세기에 처음 발생된 이탈리아의 타 란툴라라는 거미에 물린 독을 치유하기 위해 춤을 추었던 ‘타란티즘’을 선정하였다.
선정된 병굿과 타란티즘을 먼저 공시적 관점으로 각각의 질병의 원인과 배경, 춤의 특징 과 치료적 기능에 대해 살펴본 후, 통시적 관점으로 기원에서부터 최근 연구와 발전 형태 까지 시대에 따라 어떠한 변화과정을 보이는지 국내외 단행본과 학위논문 및 학회지논문, 문헌에 기록된 실례 및 노래 가사 등 문헌연구와 인터넷 검색에 기초하여 포괄적으로 탐색 하였다. 본 자료수집을 바탕으로 병굿과 타란티즘의 비교·분석을 통해 각각 4개씩의 유사 점과 차이점을 도출하였고 그 결과를 해석하였다.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병굿과 타란티즘의 유사점은 총 4개로 첫째, 병의 원인이 신체 외적요인이며 둘째, 병의 증상으로 환자는 신경증과 정신병 등 정신장애가 있고 셋째, 치 료방법으로 춤과 음악, 노래가 상호보완적으로 사용되며 넷째, 치료의 주요수단은 춤이라 는 유사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어서 병굿과 타란티즘의 차이점은 총 4개로 첫째, 발생분포 가 병굿은 전국적이고 타란티즘은 특정 지역에만 나타나며 둘째, 참여대상이 병굿은 소수 인원으로 개인적이고 타란티즘은 무리를 지어 단체를 이룬다. 셋째, 치료 대상이 병굿은 환자와 환자 가족이며 타란티즘은 오직 환자라는 점이며 넷째, 환자의 태도가 병굿은 수동 적이고 타란티즘은 능동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즉, 병굿과 타란티즘의 비교·분 석을 통해 병의 원인, 병의 증상, 치료방법, 치료 주요수단에는 유사점이 있지만 발생분포, 참여대상, 치료 대상, 환자의 태도에서는 뚜렷하게 그 차이점을 살펴볼 수 있었다.
본 연구방법을 통해 동·서양의 역사적·문화적·사회적 배경은 다르지만 춤이라는 비언어 적 의사소통을 통한 신체적·감정적 표현으로 질병의 치료가 가능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춤 의 치료적 의미와 학문적 가치를 뒷받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살펴본 춤의 치료적 기능은 원시시대나 전통사회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유의미하며 심리치료의 한 방 법으로 활용되고 있으므로 무용/동작치료가 보편화된다면 이를 통해 무용이 사회를 건강 하게 하는데 일정부분 중요한 역할을 할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쉽게도 타란티즘 조사에서 대부분의 연구는 치료방법으로 춤보다 음악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몇몇 자료는 유일한 치료법이 음악뿐이라고 밝혔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노래 가사와 악보 등 음악 관련 자료는 상당히 많았으나 춤의 형태나 묘사에 관한 자료는 사실 상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과연 타란타티들이 춤을 추지 않고 음악과 노래만 들었 다면 타란티즘이 치료가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무용/동작치료는 1992년 국 내에 유입되며 관련 학술연구도 함께 시작되었는데 국내 무용/동작치료 관련 학술지 논문 은 최초의 논문부터 2022년까지 총 109편이 검색되었다(정기복, 고경순 2023, 133-134). 약 30년 동안 평균적으로 매년 3.63개의 논문이 작성된 것으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 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무용/동작치료가 무용학의 한 분야를 충분하게 담당하고 학문영역 으로서 역할이 증가되고 요구될 수 있도록(이혜경 2014, 131) 적극적인 학문적 성과가 필 요하다. 그리고 본 연구결과에서 질병의 치료 주요수단이 춤이라는 점을 무용사적 연구를 통해 밝혔다는 부분에서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선행연구에서 적용했던 한국의 전통춤뿐만 아니라 케이팝 댄스 등 대중춤까 지 그 영역을 넓힌다면 무용/동작치료의 접근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일상의 큰 변화로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2022 년 2분기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울위 험군이 2022년 16.9%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3.2%에 비해 약 5배가 넘는 수치 로 위험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보건복지부 2022. 9. 8).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극복하 기 위한 효과적 치료요법으로서 무용/동작치료가 상당히 적합하다고 사료된다. 무용의 경 험을 통한 치료적 효과는 뛰어나므로 무용의 접근성을 더욱 높여 무용/동작치료가 효과적 인 심리치료로서 보편화되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무용/동작치료로 건강하 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