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산조춤은 산조(散調) 가락, 즉 기악 독주곡에 맞추어 어떠한 형식이나 구조보다는 춤꾼 의 자율적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춤 형식이다. 특히 산조춤은 전통적 가치에 바탕을 둔 다른 춤과 비교하여 변별적 특징을 보이는데 춤꾼에 따라 개성적 면모를 보이고, 동시대적 감각도 나타난다는 점에서 전통의 수용과 변용을 드러낸 대표적 춤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산조가락 자체가 19-20세기에 정립되어 동시대적 요소가 강하게 나타나, 이러한 감각이 그대로 춤에 반영되어 나타나며 춤꾼마다 개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본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산조춤에 대한 선행 연구는 다양한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김경숙(2015)은 “산조춤의 전개 양상 연구”에서 강태홍 산조춤, 호남산조춤, 김진걸 산조 춤, 최현 산조춤을 통해 전통춤, 신전통춤, 창작춤의 영역에서 이 시대와 소통하며 발전할 수 있는 한국춤의 양식으로 대표할 수 있다고 보았고, 배민지(2022)는 영속적으로 산조춤 연구에 집중하다가, “한국 산조춤 연구 - 5대 유파를 중심으로”에서 김진걸, 황무봉, 송범, 한영숙, 김백봉 산조춤을 통해 산조춤의 형성, 발전 과정에서 전통의 맥이 어떻게 이어지 고, 한국 춤이 어떻게 무대 양식화가 이루어지는지 살펴보는 등 다양한 산조춤을 통해 그 특질을 살펴보려 노력하였다. 그 밖에 여러 연구자가 산조춤을 개별적이거나 거시적인 측 면에서 개괄적으로 다루면서 그 특질을 연구하였다.
이렇게 그동안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다양한 관점과 대상 속에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 다. 산조춤이 일정한 형식보다는 춤꾼마다 개성 속에서 형성되었기에 때문이다. 또한 심층 적 관점의 방법론보다는 개괄적으로 살핀 공통점을 지닌다. 그럼에도 이러한 선행연구는 산조춤이 가지는 다양한 가치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존재하였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산조춤을 대상으로 그 내용과 형식을 구조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춤사위를 통해 형성되는 의미 형성에 집중하여 산조춤이 가지는 특질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산조춤의 공통적 특색과 각 춤마다 개성적 성격을 통해 산조춤이 지니는 유파별 개성 적 의미 분석에 집중하고자 하는 사유에서 비롯된다.
연구방법론으로는 기호학, 특히 공간기호학적 관점을 차용하고 루돌프 라반(Rudolf von Laban)의 공간 방위 측정 방법을 바탕으로 움직임의 구성에 따른 공간 분석에 중점을 두 고자 한다. 특히 장단에 따른 공간 활용에 집중하여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장단은 단순 하게 무용수를 이끄는 리듬이지만 그 흐름에 따라 움직임이 변화하고 새로운 의미 창출을 위한 기본 바탕이기에 산조춤의 장단별 움직임과 이에 따른 의미 분석은 유의미할 것이다.
그동안 춤과 공간의 의미 관계성을 분석한 연구는 라바노테이션을 통해 한영숙류 「살풀이 춤」 움직임의 특성을 살핀 논문(유시현 2005), 한국춤의 공간상이 주는 형식과 추상적 의미들 의 기호학적 과정을 구조적으로 해명한 연구(김지원 2022)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그동안 연구는 도식적인 의미 분석에 치중하며 실제적 양상에 대한 해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한계가 존재하였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산조춤에 나타난 장단에 따른 무대 동선의 흐름을 살펴 여기서 구현된 상징적 표현의 의미를 분석할 것이다.
연구 대상은 명작무 산조춤으로 하였다. 현재 산조춤은 너무나 다양한 춤이 존립하고 있어 모든 산조춤을 연구의 자료로 활용하기에는 그 기준점이 명확하지 않다. 그러므로 이 연구에서는 대한무용협회가 선정한 명작무 1호 김진걸 「산조」, 19호 정재만 「산조(청풍 명월)」을 연구 대상으로 하였다. 명작무는 1992년 춤의 해 성과를 기리며 무용 발전에 지 대한 공헌을 하고 전승, 보존 가치가 충분한 작품을 지정한 것으로 무용계의 활성화와 다 양한 무용 작품을 통한 무용 저변 확대에 중점을 두어 지정하고 있다(사단법인 대한무용협 회 https://koreadanceassociation.org/)는 점에서 연구 대상으로 일정 부분 객관성을 확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연구는 명작무로 산조춤이 가지는 특질을 함께 살펴 산조춤 의 확산적 의미를 찾는 하나의 바탕으로도 의미가 있다.
연구는 문헌연구, 즉 김진걸, 정재만 산조 그리고 공간기호학과 관련된 한국학술연구정 보서비스(RISS)의 학술자료 총 49편 중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학위논문(4편), 학술지(6 편), 웹자료(2편), 단행본(7편), 기사(1편) 등을 분석하였다. 또한, 각 춤의 무대 공간을 통 한 의미 분석을 위해 1993년 4월 17일 – 22일 국립극장 대극장 「우리 춤 우리의 맥-원로 무용가와 함께하는 6일간의 춤잔치」 공연과 2021년 11월 1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제 42회 서울무용제 - 명작무극장 和, 산조춤을 담다...」의 공연 영상을 토대로 연구를 진행하 였다.
이에 따라 본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설정된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김진걸, 정재만 산조춤은 공간 활용이 장단에 따라 어떠한 의미를 창출하고 있는가?
둘째 두 산조춤은 장단별 동선의 활용에서 어떠한 유사점과 차이점을 드러내는가?
이 연구는 명작무 산조춤의 내용적 검토를 통해 산조춤의 보편적 가치와 특질을 살펴 산조춤의 확장성을 찾아보는 것에 연구의 의미를 둘 수 있다. 또한 두 산조춤 분석을 통해 한국 전통춤의 재생산적 형태와 새로운 문화원형의 창출을 위한 토대 연구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는 명작무로 지정된 황무봉 산조춤은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황 무봉 산조춤은 일정한 형식이 아닌 여러 형태의 산조춤이 존재하기에 하나를 선정하여 분 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Ⅱ. 연구방법
1. 기호학의 개념적 의미
기호학은 상징적 창조와 의미 작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김경용 1994, 12). 이는 기호체계에 담긴 구조주의적 관점의 분석방법론과 이 기호에 담긴 개념적 의미를 살피는 해석학적 방법론이 함께 어우러진 연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호학은 표 상 속에 담긴 인간이 다루는 모든 상징 구조와 그것에 함유한 사회적 사유를 밝히는 학문 이다.
이와 함께 기호학은 단순한 의미의 전언이 아니라 의사소통 과정에서 문화의 과정을 살 핀다. 이는 기호가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서 기표, 기의, 기호의 생성을 통해 이루어지는 의미의 재생산에 초점을 맞추는 관점에 기인한다. 여기서 기표(記標, Significant)와 기의 (記意, Signifie)는 언어학자 페리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가 개념화한 용어 로 기표는 글로 씌었건 말로 한 것이건 표시를 말하며 기의는 그 표시가 만들어질 때 ‘생 각’된 것, 즉 개념을 의미한다(라만 셀던 외 1998, 84). 이것은 수신자가 기호 표현과 기호 내용을 인지하고, 약속을 통한 소통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고, 또 다른 기호를 만드 는 구조를 말한다. 그래서 기호학은 기표와 기의를 통해 사회적 공공성을 가지고 약호 (Code)를 이루고 소통 구조를 구조화한 이론이다.
이에 대하여 기호학을 하나의 독립학문으로 일반화시킨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기호는 기표, 기의 그리고 기호 그 자체로 보고 기초 자체는 기표와 기의가 연합하여 만들 어낸 새로운 요소로 보았다(김경용 1994, 18). 여기서 기표는 표상으로 인식할 수 있고, 기의는 그것에 담긴 의미를 말하는 것이고, 이것이 또 하나의 기호를 만드는데. 이것은 일 방적 소통을 통해 기호가 생산되는 것이 아닌 규약과 약속을 통해 새로운 기호를 양산한 다. 결국 기표와 기의의 관계는 전달된 기표가 수신자에게 의미를 제공할 기호를 제공하고, 소통 과정을 통해 사회적 의미가 파생 그리고 재생산을 이루는 것이다.
또한 바르트는 이야기란 구술적이거나 기술적이거나 분절적인 언어로 유지될 수도 있 고, 고정되거나 움직이는 이미지로도 유지될 수도 있고, 제스처(Gesture)로도 유지될 수 있으며 이 모든 실체의 적당한 배합으로 유지될 수도 있다고 하였다(김치수 1980, 91). 이는 언술 속에 다양한 기호가 존재하며 이것이 다양한 결합을 통해 의미가 확대 재생산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그는 더 나아가 언어학적 층위를 넘어서며 외시적 언어에 초점을 맞추어 무한한 기호 그리고 이에 따른 기호 표현과 내용이 다시 또 다른 기호의 생성을 무한 반복적으로 생성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기호학은 단순하게 언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 현상까지 확장하여 살필 수 있다. 이는 코드가 전환됨으로써 1차 언어의 특징인 언어의 선조성(linarity)이 공 간성으로 바뀌며 텍스트 내의 통사론은 공간적 모델 형성의 언어(윤호병 1992, 132)로 조금 더 폭을 넓히게 된 것에 비롯된다. 이러한 인식은 기호학이 단순하게 텍스트를 넘어 서며 공간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여러 행위 속에 문화를 만들 수 있음을 의미 한다.
2. 공간 기호학적 방법을 통한 무용분석
기호는 전달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의미 생산에 집중하고 그 기호들의 의미까지 함의한 다. 이러한 양상은 텍스트를 넘어서며 행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런데 공연예술 특히 무용에 적용하여 살펴보면 무대와 행위자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유동적 흐름의 속에서 다양한 기호가 재생산됨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우주 질서 속 무용수의 몸짓이 ‘지금 이 순간’의 공연 시간과 미메시스의 재현을 통한 행위 속에서 다양한 기호가 인식되고, 관객 은 이에 따른 기호를 수용하고 다양한 기호 내용을 사유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먼저 무대를 통한 공간구조는 수직과 수평의 구조를 분리하여 논의할 수 있는데 크게 이 두 공간이 결합하여 총체적인 공간을 구성한다. 이는 움직임 속에서 시차성(時差性)을 통해 의미가 창출되고, 상하좌우의 이동과 다양한 표현 속에서 이미지가 생성된다.
이러한 무용에서 공간에 대한 구조화는 루돌프 라반(Rudolf von Laban)에 의해 이루어졌다. 라 반은 움직임의 순서는 각 동작이 신체 주위 공간 이 어느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의 변화가 조화 있고, 유동적이며 뚜렷한 패턴을 형성함으로써 표 현될 수 있고, 뚜렷한 공간 방향의 적응을 의미한 다고 보았다(Laban 1993, 54). 이는 고저, 전후, 좌우의 움직임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수많 은 행위의 조합 속에서 나타난다고 본 것이다.
이를 조금 단순화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도식으로 나타난다.
라반은 공간의 방위 측정에 대한 간단한 방법을 세 가지 차원에서 나누어 상(high)하(down), 좌(left)우(rig ht), 전(front)후(back)가 형성되고, 이것을 통해 이루어지 는 꼭짓점이 입방체가 만들고, 차원과 대각선이 아닌 그 이상의 방향을 상상할 수 있다고 보았다(Laban 1993, 117-118). 이것은 서로 교차하는 움직임 범위와 순열 조합을 통해 공간의 형성이 무한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다. 이는 앞서 제시한 공간 방향으로 인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구조적 분석이고, 이 것이 행위자의 도식적 움직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행동에 초점을 맞춘 인식으로 공간 속 움 직임이라는 기호의 몸짓을 넘어 기호적 내용도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라반의 기호적 도식은 구조적 측면에 서는 의미가 있지만 행위자 중심의 공간분석이라는 한계가 존재하기에 공간과 행위자를 함께 바라보는 분석도 필요하다.
이는 상하좌우로 나누어 무대를 상정하고, 이에 따른 동선 분석을 통한다면 공간과 행위 자에 대한 설명과 비정형의 움직임에 따른 의미 분석에 유용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그 도 식은 다음과 같다.
이 연구에서는 라반의 공간 구조 도식을 활용하고, 이를 무대 공간에 따른 단순 구조로 네 공간을 나누어 춤 동선에 따른 의미 분석에 집중하여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이것은 상수(right)와 하수(left), 업 스테이지, 다운 스테이지, 이렇게 네 입체적 공간으로 나누어 살피고자 한다.
이에 따라 연구 대상인 김진걸과 정재만의 산조춤의 구성을 통한 움직임의 궤적을 살피 면서 이에 대한 의미 분석에 중점을 둘 것이다. 이러한 사유는 무용이 순간적 행위와 다양 한 움직임의 흐름을 통해 운동성이 만들어지고 동시에 이에 따른 다양한 기호의 내용, 즉 담론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에 가치를 둔 춤은 장단이 리듬이지만 의미 창출을 위한 또 다른 기호이므로 장단 변화에 따라 춤에서 어떠한 사유가 분출되는지도 살펴볼 것이다. 이에 따라 산조춤의 특성이 다양성과 개성이란 점에서 각각의 산조춤이 어떠한 기호와 의미를 만들어내는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산조춤의 정체성을 살피는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사료되었기에 수용하였다.
Ⅲ. 산조춤의 개념적 정립과 공간에 따른 의미 분석
1. 산조춤의 형성과 그 전개 양상
산조춤은 산조음악에 연원을 두어 발생한 춤으로 음악적 구조를 춤의 이름으로 사용한 대표적인 한국춤이다(봉정민, 최지원 2019, 8). 이러한 점은 전통춤이 대부분 장단에 중요 성이 있지만 산조춤은 제목에서 그대로 드러나듯 음악적 구조가 춤의 구성을 결정하는 중 요한 요소로서 춤과 음악의 관계는 매우 긴밀한 특질을 가진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산조춤은 그 연원을 명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근대 이후 자연발생적인 전통춤 형성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그럼에도 산조춤은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 등의 문화재로 지정된 전통춤과 같이 동시대에 창작되었음에도 바로 된 가치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 정이며 올바른 위상 정립이 요구된다(김은경 1993, 125). 이는 전통춤의 근원이 자연발생 적으로 형성되고 전승된 춤으로 역사성이 인정되었던 반면에 산조춤은 19세기의 산조음악 에 따라 형성되며 그 역사성이 비교적 짧다는 점에 기인한다.
그럼에도 산조춤은 전통춤과 산조음악에 근원을 두되 한 무용가의 개성을 형상화한 작 품으로 그의 상징적 춤사위와 춤 정신이 담겨있다. 그래서 초창기 산조춤의 형태는 감정에 제약 없이 맨손으로 자유롭게 표현되었는데, 현재는 꽃이나 난이 그려진 부채 등 다양한 소도구가 사용되는 등 틀에 박히지 않는 자율성이 특질인 춤이다. 또한 산조춤은 내용적, 형식적 구성으로 정서적, 신체적 요소를 결합시켜 광범위한 공간 활용이 이루어진다(배민 지 2019, 116). 이렇듯 산조춤은 기존에 추어졌던 전통춤과 구별되는 새로운 시도와 창작 이 첨가되면서 전형 속 원형을 창출하였다.
현시대의 문화와 춤 시장은 첨단기술과 장르 간의 융복합을 통해 개인의 창의성을 다양 하게 연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무용가의 개성과 창의성이 담겨있는 산조춤은 전통춤의 요소와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는 동시에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춤으로서 주목할 만하다(김경숙 2015, 138). 그래서 산조춤이 형성된 이래 독자적인 형태 로서 성행을 이루었는데 김진걸 산조춤, 송범 산조춤, 한영숙 산조춤, 황무봉 산조춤, 김백 봉 산조춤, 최현 산조춤 등이 자유롭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돋보이며 활발히 무대화되었다. 이에 따라 이후 이 춤들은 제자들에 의해 전승되었고, 다양한 춤 장르의 발달과 여러 스승 에게 학습한 춤을 통해 더욱 발전된 형태의 정재만 산조춤, 조흥동 산조춤, 배정혜 산조춤, 임이조 산조춤 등이 발표되었다(배민지, 김미숙 2020, 86). 현재까지도 많은 무용가에 의 해 추어지며 한 유파에서 파생되어 전승되어오기도 하지만 후세가 새롭게 자신만의 산조 춤을 창작하는 등 다양한 산조춤의 전개가 이어지고 있다.
1) 산조춤 형성
산조 음악은 전통적 국악 연주의 변형을 통해 기악 독주곡으로 발전한 음악 형식으로 악기에 따라 거문고산조, 가야금산조, 대금산조 등으로 많은 연주자에 의해 전승, 발전되어 왔다(봉정민, 최지원 2019, 40). 이러한 산조 음악과 더불어 산초춤 또한 형성되었는데, 남도 무악계 굿판에서 생성되었던 것이 일부 초록되어 기방인들에 의해 추어지게 되었다. 이후 1920년 한성준의 ‘즉흥무’ 형식으로 추어진 것을 시초로 하여, 최승희의 ‘즉흥 산조’ 가 추어졌고, 1942년 조용자가 ‘산조춤’으로 명명하여 공연을 올렸다. 그러나 이 시기의 춤은 산조 음악의 일부인 조곡형식이었고 이후, 1954년 산조춤의 전 과정을 김진걸이 창작 하며 오늘날의 형태로 정립되어 이어지고 있다(이혜진 2010, 26).
이렇게 산조춤은 즉흥춤에서 시작되어 산조 음악이 기원에 있는 근대의 춤으로 무용수 의 개성과 고유한 춤사위를 자유롭게 담아낼 수 있으며 산조 음악의 장단에 따른 변화적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손누리 2016, 13). 이러한 기본적 특질은 이후에도 본질적 가치 를 함유하며 새롭게 구성되었고, 춤꾼들의 개성이 덧붙여져 정체성을 확립하였다.
2) 산조춤의 특질
(1) 김진걸 「산조」
김진걸(金振傑, 1926-2008)은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15세 무렵 춤에 입문하여 1940 년대 초반 일본 무용가 요시키 문하에서 현대무용을 배웠고, 조택원 장추화, 이채옥 등을 거쳤다(성기숙 2023). 김진걸은 본격적인 무용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산조를 택했다. 산 조는 그가 택한 음악이며, 그가 만들어온 춤이며 동시에 마음을 드러내 놓은 고백이고 작 품이다(이현주 2000, 6). 여기서 김진걸은 성금연의 가야금 산조 음악에서 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산조 음악에 춤사위를 입히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고자 하였다. 그래서 산조춤 엔 그의 철학이 담겨있으며, 산조춤은 그의 마음을 드러내 놓은 고해와도 같은 춤이다(이 송 2004, 35).
「내 것으로서의 춤이 나오기 시작한 시기」라는 작품은 1953년 최초로 그가 만든 춤으 로, 1955년 제1회 문하생 발표회 때부터 3번의 개인 발표회, 9번의 문하생 발표회, 그 외 많은 공연무대를 통해 그의 삶과 정조를 함께 해온 춤이다(이현주 2000, 6). 이어 김진걸 (1989)은 “산조는 나의 춤의 시작이 되었고, 과정이 되었고, 마감이 되었다(427).”라고 고 백하며 「내 마음의 흐름」이라는 제목을 붙인 그 만의 산조춤을 창작하였다.
김진걸의 「산조(내 마음의 흐름)」은 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굿거리, 자진모리 장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성금연의 가야금 산조의 장단과 같다. 장단의 변화 속에서 긴장과 이완의 흐름이 감정적 미학으로 표출되어, 정서의 변화에 따른 춤사위가 보는 이로 하여금 정서적 공감을 자아내게 한다. 성기숙(2023)은 김진걸의 산조춤에서 “음악의 무용화”를 염 두에 두고 삶의 희로애락을 춤사위에 담았다고 했다. 이렇게 산조 음악의 장단에 몸을 맡 기고 철저히 음악적 장단구성에 맞추어 산조춤을 완성하였다.
김진걸 산조춤의 춤사위는 스승 장추화의 영향과 20세기 초반에 유입된 신무용의 영향 을 많이 받았다. 전통춤의 원형적인 춤사위가 아닌 김진걸만의 표현력과 창의력이 담겨진 춤으로 상체의 움직임에선 사선 위로 뻗는 동작이 많이 사용되며 팔의 직선과 사선의 확장 을 강조하고, 팔꿈치를 꺾어 각을 만들어내는 썰매지침사위를 상징적 춤사위로 꼽을 수 있다. 또한, 부드러운 곡선의 움직임보다는 호흡을 이용해 한 번에 펼쳐내는 강한 춤사위 들이 담겨있어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남성적 움직임으로 구성되어 있다(배민지 2022, 80). 이와 같은 김진걸의 독특한 춤사위는 당당한 공간성을 갖고 있다. 많은 동선이 아니더라도 춤사위의 활용에 공간적 측면을 모두 담으려 했다(이현주 2000, 14)는 점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그의 춤은 다양하면서도 부드러움보다는 직선과 사선의 강조처럼 강한 표현력이 중심으로 이루어 호방한 기운을 전해준다 할 수 있다. 게다가 긴장과 이완 의 호흡 속에서 유려한 춤사위가 펼쳐지면서 움직임의 변화가 크게 일어나지 않지만 멈춤 과 움직임의 변용을 통해 내면의 심리가 표상으로 그려진다는 특질도 지닌다.
이렇게 김진걸 산조춤의 춤사위는 장단에서 주는 독특함과 다양함이 즉흥적으로 표출되는 자유로움이 가장 큰 특징이며, 특정한 동작으로 나타내거나 형태에 구애됨 없이 종합적인 춤사위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움직임과 표현에서 공간의 구성을 의식하고 구현하는 창의적이면서 미학적으로 정립된 형식이 춤의 특질로 이해할 수 있다.
(2) 정재만 「산조(청풍명월)」
정재만(鄭在晩, 1948-2014)은 2000년 국가무형문화재 승무 예능보유자로 올곧이 전통 춤 전승에 힘씀과 동시에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친 전통춤의 대표적 명인으로 손꼽힌다. 그를 인식할 때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는 그를 상징하는 전통춤이지만, 정재만의 고유한 감성과 춤사위가 담겨 창작성이 돋보이는 산조춤 ‘청풍명월’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재만의 「산조(청풍명월)」은 그가 스승들을 통해 배워온 춤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창 적인 스타일로 안무한 작품이다. 이 춤은 정재만의 첫 스승이자 무용예술의 무대화를 통해 한국무용극을 발전시킨 송범 그리고 전통춤 명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가르침을 준 한국 전통춤의 대표 예인 한영숙의 기법들이 자연스럽게 담겨 정재만이 지닌 독특한 춤의 기법 으로 발전되었다(차수정 2021, 209). 이 춤의 시작은 1990년 후반 맨손 산조춤으로 숙명여 자대학교와 벽사춤 아카데미에서 교육되면서였고, 2001년 11월 22일 국립극장 해오름에 서 문화재예능보유자 지정공연 ‘정재만 전통춤 공연’ 중에서 무대화되어 선보였다. 이후 2007년 9월 30일 ‘고금상사’ 공연에서 현재의 형태인 한 손에 부채를 들고 추는 산조춤 「청풍명월」이라는 작품명으로 명명되어 발표되었다(배민지 2022, 40).
「산조(청풍명월)」의 제목은 한자어 맑을 청(淸), 바람 풍(風), 밝을 명(明), 달 월(月), 즉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의 아름다운 자연을 의미한다. 이는 정재만이 춤을 교육할 때 강조한 자연과의 조화를 꿈꾸는 춤 세계의 이상, 천지합일(天地人合一)의 사상이 담겨있으며 그가 상상하고 그렸던 인생의 관념을 안무적 이미지로 그려낸 대표적 춤이라 할 수 있다(함선 호, 차수정 2022, 63). 또한, 「산조(청풍명월)」은 그가 여성의 춤을 안무한 작품으로 섬세 한 여인의 감성을 남성의 에너지와 무게감으로 그려낸 중성적 춤이란 특질도 지닌다.
이 춤에서 감성적인 전개와 시원한 춤사위는 스승 송범의 영향을 받았으나 철가야금 반 주음악을 사용한 송범의 산조춤과는 달리 거문고 선율의 산조음악을 사용한 변별성을 가 진다. 거문고는 조선시대 선비의 지조와 성품이 담긴 소리가 특징인 악기로 남성적 에너지 와 절도 있는 리듬을 갖고 있다. 이러한 남성적 기개를 담고 있는 거문고 선율에 섬세한 여성미가 부각 된 산조춤이 조화를 이루는 이중적 독특함이 이 춤의 특징인 것이다. 작품 초기에는 신쾌동류의 거문고 산조를 반주음악으로 사용하였으나 이후 음악적 구성에 변화 를 주면서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로 변경하여 구성하였다(차수정 2021, 219).
정재만 「산조(청풍명월)」은 약 9분 정도 시간 속에 진양(도입)-중모리(전개)-중중모리 (발전)-자진모리(절정)-진양(종결)으로 다섯 개 장단과 구성으로 나타난다(차수정, 권리안 2021, 123). 장단은 먼저 진양(도입)에서는 무용수의 정서가 잘 전달되는 부분으로 우아하 고 여유로운 여인의 사색과 이상을 담고 있으며, 중모리(전개)는 원형과 사선 등 무대의 동선이 돋보이는 장단으로 단아하고 절제된 춤사위가 특징적이다. 중중모리(발전)에서는 밝은 리듬에 맞추어 부채를 활용한 다양한 춤동작을 발견할 수 있는데, 공간을 활용한 에 너지의 증폭과 리듬의 강‧약 표현을 통한 움직임의 대조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 자진모리 (절정)는 전체적 구성에서 부채와 무용수가 연결된 춤선의 특질에서 벗어나 부채와 무용수 의 분리가 일어나는데 감정의 변화를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구성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진양(종결)은 다시 처음으로 회귀하여 감정을 가다듬고 자연의 순환처럼 제자리도 되돌아 가는 담백함을 표현하여 마무리하는 구성을 이룬다.
이 춤은 스승의 춤의 창조적 변용과 정재만의 개성이 통합과 분리를 통해 나타난다. 먼 저 작품의 도입과 종결의 구성에서 송범 산조와 유사한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자진모리 (절정)장단은 부채가 무용수에게 분리되어 맨손으로 춤추기 시작하며 감정적 발전을 이루 는데 이는 한영숙류 살풀이춤의 자진모리장단과 형식이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정재 만 「산조(청풍명월)」은 스승들에게 학습한 춤의 기초를 바탕으로 본인만의 독창성을 담아 낸 전통적 가치와 동시대적 의미가 포괄된 춤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무용계에서 긴 시간 동안 쌓아 온 증험과 성별이 다른 두 명의 스승에게 학습된 춤사위를 통해 중성적이면서도 무대의 공간과 동선을 활용한 기품있는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2. 장단에 따른 공간 활용의 의미 분석
1) 김진걸 「산조」
본 연구는 1993년 4월 17일부터 22일까지 펼쳐진 「우리 춤 우리의 맥-원로 무용가와 함께하는 6일간의 춤잔치」 공연에서 김진걸이 국립극장 대극장 무대에 직접 출연한 영상 을 토대로 산조춤의 공간 형성을 연구하였다. 김진걸의 산조춤 가운데 「내 마음의 흐름」은 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단마다 공간 구성을 연구하고 이를 공간 기호학적 의미 해석을 통해 김진걸 산조춤의 특질을 해석해 보고자 한다.
(1) 진양
도입의 진양장단에서는 상수 업스테이지에서 시작하여 하수 다운스테이지로 이동하는 사선 구도를 주로 사용하였다. 이 부분에서 특질은 무대의 중앙에 멈춰서 시선을 통해 좌 우 대칭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대각선의 사선 구도는 내 마음의 흐름이 가고자 하는 이상향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2) 중모리
중모리에서는 무대 중앙에서 좀 더 하수 다운스테이지로 향하는 위치로 전진하며 다시 무대 중앙으로 돌아와 시선과 동작의 방향성으로 좌우 대칭을 유지한다. 이는 마음의 흐름 에 갈등과 번뇌를 담고 있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공간적 해석으로 인식할 수 있다. 또한 제자리에서 좌우 시선을 사용하여 심리적 고뇌와 갈등의 대립을 상징적으로 표현하 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3) 중중모리
중중모리의 동선은 무대 중앙의 센터에서 무대 다운스테이지 방향으로 정면을 향하는 동선으로 자신감 있는 공간 이동을 드러낸다. 좌우 대각선의 반복된 대칭의 동선 이후 앞 을 향하는 동선은 장단의 빠르기에 맞추어 마음의 정서도 함께 상승작용을 하는 구성으로 해석된다.
(4) 자진모리
자진모리는 안무자의 이상향의 방향으로 해석되는 대각선 하수 다운스테이지로 공간을 이동한 뒤 무대를 크게 원으로 돌며 다시 가운데 자리로 돌아와 말아서 들어가는 구성이 다. 이는 주로 무대 중심에서 동서남북 좌우로 갈등하던 자신의 심리 상태를 벗어나 넓은 공간으로 확장과 직선이 아닌 곡선이라는 라인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풀어가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 마무리는 다시 대각선 하수 다운스테이지의 앞 무대 방향으로 동 선과 시선을 모두 모아 안무자가 그리는 이상향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담아 끝을 맺는다.
2) 정재만 「산조(청풍명월)」
본 연구에서는 2021년 11월 1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제42회 서울무용제 - 명작무 극장 和, 산조춤을 담다...」에서 차수정이 출연한 공연 영상을 토대로 정재만 「산조(청풍명 월)」의 춤의 구성과 공간구성을 분석하였다. 정재만 산조춤은 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자 진모리, 진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장단마다 공간구성을 연구하고 이를 공간 기호학적 해 석을 통해 정재만 산조춤의 특질을 해석해 보고자 한다.
(1) 진양
진양장단의 공간구성은 무대 중앙에 집중되어 있다. 작품의 도입에서 무용수는 무대 중 앙에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하수 위쪽 멀리 시선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의 모습으로 시 작된다. 사색에 잠겨 여유롭고 우아한 자태를 표현하며 앉은 동작에서 나오는 상체의 사선 사위가 드러난다. 이 부분 장단은 작품제목 ‘청풍명월’ 중 ‘맑을 청(淸)’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인의 곧은 이상과 더 나아가고자 하는 동경을 표현하는 공간적 해석으로 인식된다.
(2) 중모리
중모리장단의 공간구성은 무대를 가로지르는 사선구조가 주를 이룬다. 앞에서 앉아서 움직이던 동작들이 점차 고조되어 무대의 뒤쪽으로 이동하여 상향을 향해가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는 작품의 전개 부분으로 상수 업스테이지에서 하수 다운스테이지의 사선, 또 그 역방향으로 무대를 가로지르는 사선구조 속에서 구현된다. 이는 ‘바람 풍(風)’에 대한 의미 작용으로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며 직선, 사선, 역방향 등의 동선을 자연의 바람 을 일으키는 자진걸음으로 동선을 확장시킨 양상이다. 특징적인 춤동작으로는 회전하여 등 뒤로 부채를 펼쳐 앉는 동작, 좌·우치기, 부채를 사용해서 하늘 멀리 떠 있는 달을 바라 보다 내려놓는 동작 등으로 절제된 여성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앞으로 펼쳐질 인생을 바람 과 같이 풀어나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3) 중중모리
중중모리장단의 공간구성은 곡선 형태의 구조로 원형을 그리는 부드러운 느낌의 동선이 주를 이룬다. 여기서는 ‘밝을 명(明)’을 의미하여 자유롭고 경쾌한 리듬 속에 에너지를 활 용한 공간적 구조를 담아 동선을 활용한 하체의 빠른 동작과 대비되는 여유로운 상체를 통해 곡선의 형태가 이뤄진다. 춤동작에서도 소품으로 사용하는 부채를 다양하게 활용하 는데 부채를 밀고 당기는 동작, 감고 모아 뿌리고 제치는 동작 등에서 연결되는 손목의 움직임이 작은 원의 형태에서 점차 큰 원의 형태로 확장된다.
(4) 자진모리
자진모리장단의 공간구성은 무대 상수 다운스테이지 쪽에 사선 방향으로 부채를 분리해 내려놓으면서 시작이 된다. 움직임은 내려놓은 부채를 중심으로 연풍대를 돌거나 대칭을 이루는 하수 업스테이지 사선 방향의 공간으로 이동하며 제2의 구조를 보여준다. 여기서는 무용수와 부채와 분리가 됨에도 시선으로 연결되어 끊임없이 연결되는 이중구조를 드러낸 다. 마무리 부분은 부채를 다시 들어 올려 회전하며 감정이 극대화된다. 이 부분은 ‘달 월 (月)’을 의미하여 인생의 여러 과정을 극복하고 넘어서는 발전과 승화를 표현하고자 한 것 이다.
(5) 진양
마무리 진양장단에서 공간 활용은 다시 무대 중앙으로 돌아와 작품의 마무리 정리한다. 처음 도입부로 회귀하여 앉아 부채를 내려놓고, 무용수의 감정을 가다듬는다. 옷고름을 정 리하며 하늘의 달을 바라보듯 시선의 방향이 하수 위 사선으로 향하고 마지막에는 고개를 오른쪽 뒤로 돌리며 작품이 끝난다. 이 장단에서는 ‘맑을 청(淸)’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연 의 순환과 같이 도입부로 회귀와 회상하는 여인의 정서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차수정 2021, 226).
3. 장단별 구성에 따른 두 산조춤의 비교 분석
1) 진양
김진걸 산조춤과 정재만 산조춤의 진양장단의 공간 구성을 비교해 보면 김진걸 산조춤 에서는 첫 도입이 상수 업스테이지에서 시작하여 하수 다운스테이지로 이동하는 사선 구 도가 나타나고, 무대 중앙에 멈추어 선 공간을 활용하였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재 만 산조춤의 진양장단은 도입과 종결에서 나오는데 처음 시작을 무대 중앙에서 시작하여 종결에서도 다시 회귀하여 무대 중앙으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양장단으로 시작하는 작품의 도입 부분에서 김진걸 산조춤은 마음의 흐름을 담는 이 상향을 사선 방향의 공간으로 동선을 이용하였다. 반면 정재만 산조춤은 무대 중앙에서 시작하여 맑은 정신을 하나로 모아 공간의 가장 중심점에서 작품을 시작하는 변별적 특질 이 있었다.
2) 중모리
김진걸 산조춤과 정재만 산조춤의 중모리장단의 공간 구성을 비교해 보면 김진걸 산조 춤에서는 무대 중앙에서 하수 다운스테이지로 향하는 위치로 전진하며 다시 무대 중앙으 로 돌아와 상수로 이동하여 좌우 대칭의 공간을 사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재만 산 조춤의 중모리장단은 무대를 가로지르는 사선구조가 주를 이뤘다. 상수 업스테이지에서 하수 다운스테이지의 사선, 또 그 역방향으로 무대를 가로지르는 사선구조 속에서 동작을 구현하여 두 춤의 공간구조가 사선을 사용하며 하수 다운스테이지 이동 동선이 동일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양장단에 비해 조금 빨라진 음악에서의 공간적 구성은 사선의 직선을 주로 사용하였 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보인다. 김진걸 산조춤은 직선의 활용을 대칭으로 두며 갈등의 심리 를 동선에 담았다고 해석할 수 있으며, 정재만 산조춤은 바람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동선으로 사선의 방향을 대각선으로 활용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3) 중중모리
김진걸 산조춤과 정재만 산조춤의 중중모리장단의 공간 구성의 차이를 비교해 보면 김 진걸 산조춤 중중모리의 동선은 무대 중앙의 센터에서 무대 다운스테이지 방향으로 정면 을 향하는 동선으로 좌우 대각선의 반복된 대칭의 동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재만 산조 춤은 곡선 형태의 구조로 원형을 그리는 부드러운 느낌의 동선이 주를 이루며 작은 원의 형태에서 점차 큰 원의 형태로 확장되었음을 인지할 수 있다. 김진걸 산조춤은 갈등의 심 리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감이 내재된 다운 스테이지로의 전면적 공간 이동이 나타나는데 중중모리장단과 함께 확신에 찬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공간 구성으로 해석된다. 정재만 산조춤 역시 밝고 경쾌한 심리 상태의 표출을 위한 공간으로 중중모리장단에서 동선을 구 성한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중중모리 부분은 두 춤의 공간구조가 사선과 원형으로 구별 되는 장단이다.
4) 자진모리
김진걸 산조춤과 정재만 산조춤의 자진모리장단의 공간 구성을 비교 분석해 보면 김진 걸 산조춤의 동선은 대각선 하수 다운스테이지로 공간을 이동한 뒤 무대를 크게 원으로 돌며 다시 가운데 자리로 돌아와 말아서 들어가는 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재만 산조 춤은 무대 상수 다운스테이지 쪽에 사선 방향으로 부채를 분리해 내려놓으면서 시작이 되 며, 내려놓은 부채를 중심으로 연풍대를 돌고 대칭을 이루는 하수 업스테이지 사선 방향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장단에서는 김진걸 산조춤이 무대중앙에 집중 되어있다면 정재만 산조춤은 제2의 공간구조를 발견할 수 있는 변별성이 있다.
이렇게 1953년 처음 만들어진 김진걸 산조춤과 1990년 후반에 정립된 정재만 산조춤은 그 창작 시기에 따라서도 무대 공간적 활용의 특질에 구분되는 차이점이 있다. 무대의 동 선과 구도가 50년대와 90년대의 한국춤의 발전과 변화도 다름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0년대 김진걸 산조춤은 사선 구도와 한 번의 큰 원형의 구도로 비교적 단순한 동선으 로 이루어진 반면, 90년대 정재만 산조춤은 무대 중앙을 중심으로 더욱 확장된 동선과 구 도가 다양하게 확대되었다. 이것은 무대 공연 예술로 한국춤이 발전하면서 다양하게 무대 의 동선과 구도를 접목한 변화였다. 이와 함께 산조춤이 탄생한 그 시작은 산조 장단의 변화에 춤을 완성하였다는 공통점이 있고, 장단의 변화에 따라서 작품의 흐름과 정신이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추출된다. 특히 무대 공간의 구도에서 주는 방향성 은 작품의 의도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부분에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본 연구를 통해 공간 기호학이 갖는 해석 능력을 무대 공간에서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해석하는 방법으로 활용하여 두 산조춤의 공통점과 차이점의 특질을 인식하게 되었다.
또한 명작무로 지정된 두 산조춤의 창작 시기에 따라 다음과 같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을 수 있다. 먼저 공통점은 산조춤의 음악적 기준이 산조 가락의 장단에 있으므로 해서 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확산되는 가락의 흐름이 춤의 흐름에 있어 상당 부분 공통적인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차이점은 공간 기호학적 관점에서 50년대 시작된 산조춤과 90년대 시작된 산조춤의 공간 활용의 해석이 훨씬 다양하게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무대 공간의 활용에 있어서 한국 전통춤이 무대화 되어가는 발전 과정과 확산이 춤의 동선과 구도적 이동에 다양한 영향이 있었음을 비교할 수 있다.
Ⅳ. 결 론
본 연구는 무용수의 개성적 면모와 동시대적 감각이 수용되어 나타나 전통의 수용과 변 용을 보이는 대표적인 춤 ‘산조춤’ 가운데 김진걸 류 산조춤과 정재만 류 산조춤을 공간기 호학적 관점을 통해 장단 별 각 춤의 구조적 분석과 특질, 담론적 의미를 분석하는데 목적 을 두어 진행하였다. 이를 위해 김진걸 산조춤은 1993년 4월 17일 – 22일 국립극장 대극 장 「우리 춤 우리의 맥-원로 무용가와 함께하는 6일간의 춤잔치」공연에서 김진걸이 직접 출연한 영상을 토대로 공간구성을 분석하였으며, 정재만 산조춤은 2021년 11월 17일 아르 코예술극장 대극장 「제42회 서울무용제 - 명작무극장 和, 산조춤을 담다...」에서 차수정이 출연한 공연 영상을 토대로 공간구성을 연구하였다.
장단별 구성에 따른 두 산조춤의 비교 분석 결과는 먼저 도입의 진양장단에서 김진걸 산조춤은 마음의 흐름을 담는 이상향을 사선방향의 공간으로 동선을 이용하였다. 반면 정 재만 산조춤은 무대 중앙에서 시작하여 맑은 정신을 하나로 모아 공간의 가장 중심점에서 작품을 시작하였으며 종결의 진양장단에서도 같은 위치로 회귀하여 무대 중앙에 위치하는 변별적 특질이 있었다. 둘째, 중모리장단의 공간적 구성은 사선의 직선을 주로 사용하였다 는 점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김진걸 산조춤은 직선의 활용을 대칭으로 두며 갈 등의 심리를 동선에 담았다고 해석할 수 있으며, 정재만 산조춤은 바람의 이미지를 표현하 기 위한 동선으로 사선의 방향을 대각선으로 활용한 것으로 살필 수 있다. 셋째, 중중모리 장단은 두 춤의 공간구조가 사선과 원형으로 구별되어 나타났다. 김진걸 산조춤의 전면적 공간 이동은 확신에 찬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공간 구성이었으며 정재만 산조춤 역시 밝고 경쾌한 심리 상태의 표출을 위한 공간으로 무대를 원형으로 감싸는 동선을 구성하였다고 분석된다. 넷째, 자진모리장단에서는 김진걸 산조춤은 무대중앙에 집중되어있다면 정재만 산조춤은 부채와 분리, 대칭을 이루는 제2의 공간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두 산조춤은 각각 명작무 1호, 19호로 사단법인 대한무용협회로부터 지정되었다. 명작 무는 1992년 춤의 해 성과를 기리며 무용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전승, 보존가치가 충분한 작품을 지정한 것으로 무용계의 활성화와 다양한 무용 작품을 통한 무용 저변 확대 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명작무로서 산조춤이 가지는 가치를 살펴보고 산조 춤의 확산적 의미를 찾는 하나의 바탕으로도 의미를 찾아보았다.
1953년 처음 만들어진 김진걸 「산조」와 1990년 후반 시작된 정재만 「산조(청풍명월)」 은 그 창작 시기에 따라서도 무대 공간적 활용의 특질에 구분되는 차이점이 있다. 이는 무대의 동선과 구도에 있어서 50년대와 90년대의 한국춤의 발전과 변화도 차이점에 영향 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0년대 김진걸 산조춤에 비해 90년대 정재만 산조춤의 무대 동선과 구도는 더욱 다양하게 확대되었고 소도구로 부채를 활용한 움직임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은 한국춤이 무대 공연예술로 발전하면서 무대의 동선과 구도를 다양하게 접 목한 변화라 하겠다. 그럼에도 산조춤이 탄생한 그 시작이 산조 장단의 변화에 춤을 완성 하였다는 공통점은 장단의 변화에 따라서 작품의 흐름과 정신이 비슷한 형식으로 이루어 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무대 공간의 구도에서 주는 방향성은 작품의 의도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부분에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본 연구를 통 해 공간 기호학이 갖는 해석 능력을 무대 공간에서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해석하는 방법으 로 활용하여 두 산조춤의 공통점과 차이점의 특질을 발견하게 되었다.
본 연구는 명작무로 지정된 산조춤의 내용적 의미 분석을 통해 산조춤의 보편적 가치와 특질을 살펴 산조춤의 개성적 의미를 찾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명작무로 지정된 산조춤 중 16호 황무봉 「산조」는 동일한 형식이 아닌 여러 형태의 산조춤이 존재하여 작품 하나를 선정하여 분석하기에는 타당성에 무리가 따랐다. 명작무로 황무봉 「산조」의 가치 를 밝히기 위한 여러 황무봉류 산조춤에 대한 연구는 후속 과제로 남기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