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본 연구의 목적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과 함께하는 무용 예술작업에 서 현장 작업자들이 마주하는 윤리적 상황에 관한 탐구로, 그중에서도 무용가의 ‘몸 소외’ 상황에 집중하여 고찰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무용 예술가와 무용 예술작품, 그리고 AI 기술이 건전하게 공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AI란 사람의 ‘지적 능력’과 연관된 능력을 이해하고, 이를 기계에 부여하려는 모든 시도 이다(조승호, 신인섭, 유주선 2019, 21). 오늘날에는 그 범위가 의료, 정치, 경제, 사회, 법, 교육, 예술 등 다방면으로 접목되며 빠르고 깊이 있게 발전 중이다. 특히나 이 중 예술 분야는 인간의 신체와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기에 기술 혹은 기계가 구현하지 못할 것이라 던 과거의 인식을 깨며 다양한 창의적 결과물들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놀라움을 주고 있는 분야이다. AI 예술은 인간의 개입 없이 또는 최소화한 상태에서 기계가 스스로 창의적 활 동을 수행하여 산출해 낸 결과물로, 인간이 느끼고 인지할 수 있는 범주 밖의 것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세계관을 반영한 새로운 미학을 창출하고 있다(한석진 2022, 168; 185).
하지만 AI와 인간의 상호작용이 빈번해지고 적용 영역이 넓어지며 AI 기술사용에서의 윤리적 요소에 대한 고려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사족보행 로봇을 개발자가 발로 차는 동영상, 지뢰 제거 로봇에게 감정 이입한 군인, 말동무용 로봇 에 대한 독거노인의 애착, 챗봇에 대한 성희롱과 인종차별,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초래한 주식 폭락 사례(목광수 외 2022, 96), 학생들의 과제 대필 사례(최미송, 최원영, 이문수 2023) 등이 그 예시이다.
무용 예술 분야에서는 아직 논란이 된 큰 이슈는 없지만, 본 연구자가 AI와 무용이 함께 한 공연을 관람한 경험에서 느꼈던 윤리적 위험성이 있었다. 작품을 감상하며 개별 무용수 의 기량이나 표현력보다 어디까지, 어떻게 AI가 안무한 것일까를 생각하며 보게 되었고, AI와 같은 움직임을 하거나 함께 보이는 장면에서는 무용수들이 AI의 예술을 보여주는 도 구로써 신체를 활용당한 전달 도구로 전락했다고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안무 에 관한 도용과 저작권, 창의성에 관한 윤리적 책임 문제와 기술이 접목되어 모든 시선과 관심이 기술로 쏠리는 가운데 정작 그 이전에 작품의 시작점이었던 인간의 사상과 감정, 신체가 외면받고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본 연구자는 위의 사례 및 경험들을 통해 AI 기술과 인간 삶, 예술작품이 건전한 상호작용을 통해 더 큰 번영과 지속적인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윤리적 요소들에 관하여 고민하고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하였다. 다만, AI를 활용한 창작물에 관한 창의성 및 저작권에 관한 논의는 무용 외 타 예술 분야에서도 많은 부분 중첩되는 논의로써, 본 연구에서는 무용 장르에 특화된 윤리적 요소로써 무용가의 ‘몸 소외’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소외’란 ‘인간이 자기의 본질을 상실하여 비인간적 상태에 놓이는 일’을 뜻한다(네이버 국어사전 홈페이지 2024). 본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몸 소외’는 AI와 무용 예술 이 함께하는 작업 환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권력과 소외를 포괄적으로 의미 한다. 구체적으로는 전통적인 안무와 공연 연습 과정에서와 달리 기술의 사용으로 인해 마주하게 되는 작업 환경과 안무가 및 무용수의 역할 등으로 인한 개인 프라이버시의 문 제, 노동력의 소외, 심리적 소외, 생물학적 소외, 초상권, 저작권, 지적 재산권 문제 등의 개별성이 무시되고 인격적 존중과 자기표현의 권한이 무시되거나 덜해지는 상황과 예술가 가 박탈감 및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인간의 신체를 바탕으로 몸을 움직여 소통과 표현을 하기에 각 개인의 몸으로부터 나오는 논의임 을 강조하기 위하여 ‘몸 소외’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선행연구로는 AI와 무용, 몸 소외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는데 아직 AI와 함께하는 무용작 품이 많지 않아서인지 관련 연구사례가 많지 않았으며 접목 가능한 기술에 대한 소개, 변 화 패러다임 예측, AI의 결과물을 창작물로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 등의 비슷한 동향의 연구물들이 많았다. 이들 중 비슷한 주제의 논문들을 제외한 후 비교적 잘 정리되 고 최신의 연구물을 중심으로 아래에 정리해 보았다.
AI와 무용 예술에 관한 선행연구로 박진아(2018)의 “4차 산업혁명 시대 융복합 무용 예술의 발전 가능성 탐구: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와 고경희(2021)의 “AI와 인간, 무용 패러다임의 변화 가능성”, 김경미(2023)의 “무용교육에서의 인공지능 활용방안 탐색”, 신 경아(2024)의 “무용 창작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역할과 가능성: CNN, RNN 및 GAN 기술의 적용”을 살펴보았다. 박진아는 AI 기술과 무용의 만남은 새로운 기술적 융합구조의 무용작품 창작으로 새로운 무용의 복합적 구조표현의 차원으로 발전될 것이며, 창작의 영 역을 침범한 AI가 아닌 무용수와 안무가의 창의적 영감을 일깨울 수 있는 협업으로서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예술가의 창의적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2018, 49). 고경희는 AI와 협업하는 안무가들에게 철학적 사유가 필요함과 동시에 AI에 의한 무 용작품이 ‘미적 기술’로서의 새로운 무용 영역과 인공지능무용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음과 AI 기술은 안무와 무용수라는 무용의 주체 부분까지 확장될 것이라는 예상을 제시하였다 (2021, 20). 김경미는 AI 기술의 발달을 통한 교육과 예술의 형식과 방법의 변화를 가져왔 으며 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무용교육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하여 ‘직접적으로 감각하 는 몸’이라는 무용교육의 고유성이며 특수성인 지점을 기반으로 확장, 이해, 성찰, 소통하 는 교육방식을 확장해 나가야 하며, 학습자-교수자-AI의 효율적이고 정교한 상호작용과 이를 위한 무용 데이터의 표준 마련, 양질의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고 하였다(2023, 233-234). 신경아는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 생성적 적대 신경망) 기반 생성형 AI가 안무, 무용수의 훈련 및 교육, 무용 기록 측면에서 혁신적 가능성을 열어주지 만, 무용 창작 도구로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채택과 활용은 안무가의 예술적 직관과 창의력 을 보완하며 자신의 예술적 목표를 더 풍부하게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2024, 21-22)이라고 하였다. 위의 선행연구들은 AI 기술과 무용 예술, 무용교육과의 관계 및 전망에 대하여 제시하였으나 구체적으로 그 수행에 있어서 필요한 덕목인 윤리적 요소에 관한 언급 혹은 제시가 없었기에 본 연구자의 연구주제는 차별점을 갖는다.
그리고 꼭 AI가 아니더라도 기술의 접목과 몸 소외에 관한 선행연구로서 최은주, 심지원 (2024)의 “침입과 치료, 의사와 테크네, 객관적이고 데이터화된 몸들-의료현장서 ‘살리기’ 와 ‘바로잡기’의 맥락에서 소외되는 환자의 몸”과 이지원(2007)의 “타자적 몸의 소외와 소 통에 관한 연구-「삶의 대가 The Cost of Living」을 중심으로-”를 살펴보았다. 최은주, 심 지원은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몸에 관한 소외를 이야기하며 자료화되고 객관성이 강화된 표준에 맞춰지며 환자 개개인의 심리적 기질이나 성향, 가치관 등을 판단하기 힘들어진 것과 환자 스스로 그 과정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무력감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였다(2024, 129-130). 이지원은 소외된 몸을 소수의 몸, 소외된 타자의 몸으로 보았으며, 이들의 소외 는 열등하기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조건에서 차이를 규정한 개념적 이해라는 시각 이기에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며 공동체라는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 다(2007, 142-143). 위의 선행연구들은 몸 소외에 관하여 각각을 무엇으로 정의하고 논의 했는지 알 수 있었으나 AI와 함께하는 무용 예술작업현장에 관한 장르 특정적이고 구체적 예시, 정의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었기에 본 연구자의 연구주제는 차별점을 갖는다.
본 연구주제를 탐구하기 위하여 연구문제는 AI와 무용 예술작업현장에서 나타나는 혹은 예상 가능한 몸이 소외될 수 있는 상황은 어떠한 것이 있는가, 위의 상황이 나타나는 이유 는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연구방법으로는 문헌연구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문헌연구는 무용가의 몸 소외가 나타 날 수 있는 상황과 사건, 유사 사례에 관한 연구논문과 서적, 기사 등을 분석하는 것과 인터뷰 내용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참고하였다. 인터뷰를 연구방법으로 택한 이유는 AI와 함께하는 무용 예술작업에서 현장의 실무자들인 직접 관계자들의 의견에 관한 논의가 없 었으며 윤리적 요소는 더더욱 그들의 경험이 중심이 되어 연구되어야 의미 있는 논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일대일 전화인터뷰와 서면 인터뷰를 통하여 자료를 수집하 였으며, 대면이 아닌 전화와 서면으로 진행되었던 이유는 각 인터뷰 참여자와 본 연구자의 공연과 강연, 학회, 활동지역, 건강 등의 사유로 연구 기간 중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후 수집한 인터뷰 자료는 반복적 비교분석법(constant comparison method)을 사용하여 자료 특성과 내용의 키워드를 기준으로 개방 코딩과 범주화, 범주 확인의 과정을 통하여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 대상으로 하는 사례는 AI를 활용해 공연으로 결과물을 만들었던 예술작품 으로 제한하였다. AI를 어떻게 활용하는 작업이었는가에 따라 작업 과정이 달라질 수 있 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몸 소외의 현상은 달라질 수 있기에 어떠한 대상을 사례로 보았는 지 밝히는 바이다.
연구의 제한점으로는 첫째, 자료수집의 사례 수가 적었다는 점이다. 아직 AI와 무용이 함께한 작품의 수가 많지 않았기에 현장 경험이 있는 인터뷰 대상자가 공학 교수와 안무 가, 무용수 각 1명으로 한정되어 무용공연에서의 윤리적 고려사항에 관한 다양한 더 많은 경험적 사례를 수집하지 못하였다는 한계점을 가진다. 둘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용 예술작업현장에서 나타나고 고려해야 하는 다양한 윤리적 요소들 가운데 무용 장르의 특 정적인 상황으로써 ‘몸 소외’ 현상만을 집중하여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본 연구의 의의는 아직 AI와 무용에 관한 연구 중 예술작업현장에서 고려해야 하는 윤 리적 요소에 관한 접근은 없었기에 본 연구가 AI를 활용한 무용 예술의 작업현장에서 고려 해야 하는 윤리적 요소를 정리한 기초 연구물이 될 것이라는 점이 있다.
본 연구자는 무용이 예술 장르 중에서도 가장 신체를 기반으로 하기에 기술과 가장 멀 수도 있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또 반대로 그렇기에 기술이 접목될 때 더욱 예민하고 조심 스럽게 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본 연구에서의 논의를 통한 윤리적 고려사항에 관한 요소가 AI와 함께 작업하는 무용 예술가들에게 다양한 가치 판단과 책임에 대해 고민을 하는 상황에서 실질적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후 후속연구들을 통해 더욱 섬세한 배려와 건전한 실험이 있는 작업현장으로의 발전을 기대한다.
Ⅱ. AI와 ‘몸 소외’
1. 기술과 ‘몸 소외’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나타난 인간 삶의 변화는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해석 과 전망을 제시해주었다. 기술의 발전은 일부에게 막대한 부와 발전을 가져다주면서도 다 른 곳에서는 일자리를 없애버리고, 광대역 통신망이 미치지도 않는 등 뒤처지는 사람들을 만들어내기도 하며 지역사회를 양극화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권위주의 정권이 시민 들을 유례없이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기도 하였다(Brad Smith & Carol Ann Browne 2021, 452-453). 우리가 인지하고 적응하기도 전에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속 도’와 인간이 직접 몸을 움직여서 하던 다양한 노동들이 대체되어 사라지는 ‘기술의 능력’ 을 경험한 많은 이들이 인간의 소외, 나머지 인력으로의 전환, 인간의 도구화 등 비관적 예측을 하고 있다.
신은화는 앞으로 인간이 기계의 부속품이 되어 인공지능이 처리하지 못하는 일에 인간 이 배치되기도 하고, 인공지능의 월등한 계산 능력과 비교하여 인간의 능력을 축소하거나 무의미하게 여김으로써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 하였다 (2021, 31; 34). 김휘택은 기술의 발전을 통하여 유전자 기술, 강화 인간, 사이보그 등의 형태로 조작된 몸들이 가상, 거짓, 그림 등의 뜻을 가진 시뮬라크르로서의 몸만을 이상화 하며 생물학적 몸의 소외가 심화되고 인간이 몸을 통해 가지는 정체성을 부정하는 학설도 등장하고 있다고 하였다(2023a, 234). 또한, 그 과정에서 인간의 신체 강화나 노화의 정복, 가상 세계 속의 삶 등에 관한 욕망과 그리고 그것을 위한 자본의 뒷바탕 등을 통한 괴리감 과 소외감 등의 불안은 끝이 없이 존재할 것이라 하였다(김휘택 2023b, 199-204).
이지용, 최일규는 돈 아이디(Don Ihde)의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3가지 유형의 지향적 상관관계들로 체현적, 해석학적, 배경적 관계를 구분하여 정의하는 이론을 통하여 인간이 기계화될 때 나타나는 소외와 기계가 인간화되며 나타나는 소외를 살펴보았다(2020, 70-71). 그리고 소외의 일차적인 원인은 본질적으로 노동 안에 있지만, 마르크스가 기술했 던 노동력에 관한 소외는 단지 소외의 양상 중 하나일 뿐이고, 기술시대의 소외 양상은 심리적이고 생리학적인 의미들도 갖는다는 예측을 내어놓았다(이지용, 최일규 2020, 80).
이처럼 기술이 인간의 삶 속에 스며들며 기존의 생리와 다른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과 그 과정에서 인간이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반드시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 기술이 주는 편리함과 효과성이 분명하게 있기에 우리는 기술 개발에 힘쓰고 다양하게 활용하며 생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리하여 현재에는 다 양한 기계와 기술이 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고 본다.
이지용, 최일규는 소외의 근본에는 인간중심주의의 휴머니즘이 근간이 되어있기 때문이 며, 소외 없는 몸 이론의 가능성을 위하여 기계와 인간은 상호의존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 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였다(2020, 94). 김휘택은 기술이 발전하며 인간도 진화하게 되는 데, 지각만을 강조하며 신체를 더는 필요 없는 것으로 보지 말고 확대될 대상으로 보며, 과학과 공학, 인문학의 상호 협조를 통하여 우리 인간의 몸과 의식에 대한 논의 또한 지속 해 나가야 한다고 하였다(2022, 209). 즉, 단순히 기술과 인간을 이원화하여 대립시켜 해석 하는 것으로 논의를 이어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엔 이미 기술과 몸이 결합한 다양한 형태들이 우리 사회에서 익숙한 것이 되었고,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기술과 몸의 상호연관성이나 변모된 몸의 양상들 역시 다양하게 분화되고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이 지용, 최일규 2020, 67).
본 연구자 또한, 인간이 모든 것을 주관하던 상황에서 점차 기술의 발전으로 자신의 몸 과 생활이 기계에 대체되고 의존하게 되며 겪는 다양한 소외는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시대의 변화와 또 다른 인간의 필요와 요구로 인간과 기계 는 상호 의존성을 가지며 함께 생활하며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소외가 없는 혹은 덜 하는 공존을 위하여 우리 몸과 의식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매우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2. AI 윤리
AI 기술의 높아진 편의성과 더불어 불특정 다수의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그 과정을 알 수 없는 새로운 결과물을 무한히 만들어내는 AI를 바라보며 인간들은 그 과정과 결과에 관한 다양한 윤리적 문제점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 사용 과정에서 학습 데이터에 관한 정보 활용의 문제와 영향에 관한 문제를 중심으로 초상권과 지적 재산권, 저작권, 개별 프 라이버시 문제 등이 발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2018년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발표한 ‘지능정보사회 윤리 가이드라인’은 공공성(Publicness), 책무성(Accountability), 통제성(Controllability), 투명성(Transparency) 으로 구성된, 줄여서 ‘PACT 원칙’이라고 부르는 4가지 대원칙을 제시하고 있다(이향연 2021, 147).
이향연은 위와 같은 윤리 가이드들을 해석하며 AI 기술의 혜택이 인류 모두에게 주어져 야 하며, 책임에 대한 분배가 정확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적절히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고 하였다(2021, 147). 또한, AI의 오작동에 대한 위험성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하고, 잘못된 개발과 오사용이 뒤따르는 등 위급 시, 개발자는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적극적이어야 하고, 은닉기능을 개발하지 않아야 하고 이를 공급자에게도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하였다 (이향연 2021, 147). 하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강제성을 띤 법률체제나 구체적 사 례 및 분야별 권장 사항 및 의무사항이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이향연은 위와 같은 윤리 가이드들이 좋은 행위에 대한 추상적 진술에 불과하며 규제를 강화하는 원리나 체제가 약 하기 때문에 개발자 스스로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과 배려, 그리고 자신이 내리는 도 덕적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 하였다(2021, 157-158).
목광수는 AI 과학기술이 사물로 간주하는 단계로부터 약한 AI 단계와 강한 AI 단계에 이르기까지 발전 단계에 따라 구분되면서도 상호 연결된 체계성을 갖춘 AI 윤리를 갖추어 야 함을 이야기하였다(2022, 96-98). 그리고 그 토대를 위하여 ‘윤리의 층위와 도덕의 구 조’, ‘인격 논의’, ‘내재적 속성 보유 모델과 관계성 모델을 통한 도덕적 인격 모델의 검토’, ‘인정에 근거한 인격 논의’를 살펴보았고 사회 구성원들과 AI 개발자들의 인식조사와 같은 경험 연구와의 협업을 통해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어야 함을 이야기하였다(2022, 98-123).
우라옥에 따르면 현행법상 빅데이터의 경우 형태에 따라 기존 법적 보호의 틀에서 영업 비밀, 데이터베이스 또는 부정경쟁방지법상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으로서 보호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며,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의 홍수 속에 침해당하는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한다(2021, 333). 윤직숙은 아직 전통적인 인간 중심의 권리관 때문에 AI의 새로운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과 지적 재산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AI와의 소통 내용에서의 법적 권리 인정 여부는 크게 대두되고 있지 않다고 하였다(2022, 498). 아직 AI에 사용된 초상권 및 저작권, 지적 재산권 등과 관련한 뚜렷한 법정 제재가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마크 코켈버그(Mark Coeckelbergh)는 위와 같이 하향식 선제적 윤리 비전의 제시나 철 학적 논의, 법적 제고뿐만 아니라, 실제로 AI를 사용하는 연구자와 전문가, 그리고 AI로 인해 잠재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귀를 기울인다는 의미에서 실천지향과 상향식 AI 윤리 비전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2023, 198). 더불어 AI를 윤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당사자가 자기 데이터에 무슨 일 이 일어나는지 알 권리, 자기 데이터에 접근할 권리, 자기 데이터의 수집 또는 처리에 이의 를 제기할 권리, 자기 데이터가 수집되어 처리되고 있으며 그런 다음 (응용 가능할 경우) AI가 내리는 결정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 권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데이터가 수집되고, 처리되고, 공유되어야 한다고 하였다(Mark Coeckelbergh 2023, 118). 본 연구자는 이것이 인간의 소외를 줄이고 존엄을 지키는 데 필요한, AI 윤리에서 가장 기초적인 기준일 것으 로 생각한다. 앞으로 더 현장에 관한 연구와 고찰, 작업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마주하는 상 황들의 중요성과 다양한 윤리적 문제의 가능성을 살펴봄으로써 점차 더 구체적이고 실질 적인 윤리적 요소들에 관한 연구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Ⅲ. AI와 함께한 무용 예술작업 과정에서의 ‘몸 소외’
본 연구에서 ‘몸 소외’는 전통적인 안무와 공연 연습 과정에서와 달리 AI 기술의 사용으 로 인해 달라지거나 새롭게 마주하게 되는 작업 환경과 안무가 및 무용수의 역할 등으로 인해 예술가가 박탈감 및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으로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개인 프라이버시의 문제, 노동력 소외, 심리적 소외, 생물학적 소외, 초상권, 저작권, 지적 재산권 문제 등의 문제를 포함하여 개별성이 무시되고 인격적 존중과 자기표현의 권한이 무시되거나 덜해지는 상황을 일컫는다.
1. 연구방법
본 연구를 위해 관련 AI와 무용 예술작업을 경험한 공학 교수, 안무가, 무용수의 현장 경험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며, 이후 앞서 선행연구 분석과 2장의 ‘AI와 몸 소외’에서 언급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터뷰 내용을 해석하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인물들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익명성 보장을 위하여 각 인물 은 공학 교수는 A, 안무가는 B, 무용수는 C로 표기하였다.
공학 교수 A는 오픈된 춤 데이터(AI 학습을 위한 안무와 춤 데이터 세트가 누구나 자유 롭게 열람하고 수정, 배포할 수 있는 자료)들을 이용하여 생성형 AI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새로운 음악에 맞는 새로운 안무를 만들고 그것을 로봇과 연계하여 구현, 표현하는 작업을 했으며 무용가와 AI를 활용한 예술작품 공연을 기획 중인 국내 소재 과학기술대학교 공학 교수이다. 본 연구자는 지인의 소개를 통해 공학 교수 A를 알게 되었으며, 본 연구의 목적 과 내용, 인터뷰 방식 등을 메신저를 통해 미리 전달한 후 인터뷰 참여 동의를 받아 진행하 였다. 인터뷰는 반 구조화된 일대일 전화인터뷰로 2024년 5월 22일에 1회, 약 70분 동안 진행하였다.
안무가 B는 AI 기술자와 함께 머신러닝을 통하여 학습된 춤 데이터를 재배열하는 AI를 개발하고 무용수 움직임의 에너지와 속도를 XY 축으로 나누어 크로마키 촬영을 하고, 이를 독특한 방식으로 재배열하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AI가 생성한 안무 중 일부를 취사 선택해 보완 후 무용수에게 재현시켜 공연을 만든 경험이 있는 국내 소재 무용과 교수이다. 안무가 B 또한 본 연구자의 지인 소개를 통해 알게 되었으며, 본 연구의 목적과 내용, 인터뷰 방식 등을 지인을 통해 전달한 후 인터뷰 참여 동의를 받아 진행하였다. 인터뷰는 구조화된 일대일 서면 인터뷰로 2024년 6월 10일에 1회, 이메일을 주고받음으로써 진행하였다.
무용수 C는 안무가 B의 작업에 참여했던 무용수로, AI를 활용한 무용 예술작품에 출연 하여 크로마키 촬영을 통해 자신의 움직임을 AI에 학습시키고, 안무가가 선택한 AI에 의해 재안무 된 안무를 다시 본인이 학습하여 공연한 경험이 있는 국내 소재 대학교 무용과 출 신 프리랜서 무용수이다. 무용수 C 또한 본 연구자의 지인 소개를 통해 알게 되었으며, 본 연구의 목적과 내용, 인터뷰 방식 등을 메신저를 통해 미리 전달 후 인터뷰 참여 동의를 받고 진행하였다. 인터뷰는 반 구조화된 일대일 전화인터뷰로 2024년 5월 28일에 1회, 약 60분 동안 진행하였다.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내용은 해석할 수 있는 단위로 분리하고 자료 안에 숨어 있는 패턴을 찾는 반복적 비교분석법(constant comparison method)을 사용하여 항목화하여 본 문을 구성하였다. 그 과정은 개방 코딩(연구문제와 관련된 자료에 표시 및 이름 부여), 범 주화(코딩된 자료를 범주 및 하위 속성으로 분류), 범주 확인(구성된 범주를 코딩 전 원자 료와 비교하면서 범주 확인 및 수정)으로 이루어진다(유기웅, 정종원, 김영석, 김한별 2018, 328). 이런 범주화 과정을 거친 결과 무용 창작에서 몸 소외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 및 유형을 분석하였을 때 ‘AI 학습을 위해 도구화된 인간의 몸’과 ‘인간과 AI의 수행 능력 차이로 인한 몸 소외’, ‘자본 및 권력에 의한 몸 소외’의 세 가지 핵심 주제가 도출되었다.
2. 몸 소외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 및 유형
1) AI 학습을 위해 도구화된 인간의 몸
AI와 함께하는 무용 예술작업에서 예술가의 ‘몸 소외’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 첫 번째는 AI 학습을 위한 목표로 안무와 움직임이 수행되며 인간의 몸이 도구화되었다고 볼 수도 있는 순간이다. 본 연구자는 인터뷰 내용을 분석하며 AI를 학습시키기 위한 목표로 춤이 수행되는 ‘움직임 데이터의 수집 과정’에서 자칫 인간의 몸이 소외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공학 교수 A의 관점에서 바라본 움직임 데이터 수집, AI 학습 과정에서의 ‘몸 소외’ 현 상에 관한 첫 번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공학자 관점에서 춤 데이터를 사람으로부터 얻고자 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인간의 캐릭터 가 중요해지지 않아지는 현상은 분명히 있습니다. 현재는 무용에 관련한 춤, 안무 데이터 세트(data set)가 많이 형성이 안 되어있다 보니 정확한 데이터 수집을 위하여 숫자를 딱딱 맞춰 움직임을 요구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리듬 멜로디에 어긋나는 추가표현, 감정 표현이나 시선 처리는 중요하지 않고 관절의 움직임 큐가 분명한 것들을 위주로 움직여주길 바랍니다. 그 사람의 무용적인 스팩이나 테크닉이 아무리 뛰어나도 할 때마다 움직임의 순서나 길이가 달라지면 좋은 데이터로 쓸 수가 없기 때문이죠. (공학 교수 A, 개인 전화인터뷰, 2024년 5월 22일)
공학자들은 보통 성능을 숫자로 얘기한다. 빨라지고 느려지는 그 변곡점에서 생기는 그 시각적 리듬, 음향적 리듬하고 얼마나 매치가 잘 되냐를 가지고 스코어링하고, 스코어가 높을수록 더 좋은 춤 데이터로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기에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호흡과 박자, 움직이는 범위의 유동성 및 즉흥성을 기계가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노이 즈 및 에러로 보고 이러한 데이터 수집을 지양한다. 이를 위해 무용수는 춤을 추며 자신의 기량을 뽐내거나 안무가의 의도를 재해석하여 표현하는 무용수의 개성을 의도적으로 감춰 야 할 것이다. 안무가도 무용수에게 개별적 개성이나 연기력보다는 명확하게 움직일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관하여 인간의 감정과 같이 예술가의 그 주관적인 생 각이 없이 완벽한 것, 정확한 것을 위주로 움직이는 것은 예술의 범주 안에 못 들 수도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본다면 이러한 지점이 예술가로서의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소외의 상황이 아닐까 싶다. 또한, 예술, 미학에서 아름다움이란 ‘나다움’을 뜻하 며,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나’와의 관계성인 것이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무용수 들이 AI, 카메라와 어떠한 관계성을 느낄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의 나다움을 발견하고 느끼고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하는 지점이 분명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신체와 역량이 데이터 추출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느끼는 노동력과 심리적 소외의 ‘몸 소외’를 느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공학 교수의 A의 관점에서 바라본 움직임 데이터 수집, AI 학습 과정에서의 ‘몸 소외’ 현상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수집하는 데이터양은 당연히 많을수록 좋죠. 그 말은 무용수가 춤을 추는 노동 시간이 길수록 좋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데이터 추출의 환경적인 것을 보면 옛날에는 사진에 서 사람 포즈를 잡는 기술이 발전하지 않아서 검은 쫄 타이츠를 입고 하얀색 마커를 이제 온몸에 붙여서 그 마커가 반사하는 빛을 음 감지를 해서 그 마커의 위치를 추적함으로써 포즈를 잡았었어요. 요즘에는 카메라를 360도 둘러싸게 RGB 카메라를 사방에 8개, 12개 이렇게 많이 둡니다. 사람의 자세 추정하는 알고리즘이 잘 동작해서 굳이 마커를 붙이지 않아 도 쫄쫄이 안 입어도 가능은 하지만 아직 정확도가 마커만큼 높진 않습니다. (공학 교수 A, 개인 전화인터뷰, 2024년 5월 22일)
이 과정에서의 춤은 결과물이 아닌 과정으로서, 타인과 소통을 위한 춤이 아닌 카메라를 대상으로 AI를 학습시키기 위한 목표로 춤이 수행되는 순간이다. 안무가는 베타버전으로 볼 수 있는 일차적 안무를 만든다는 점과 무용수들은 이러한 춤을 촬영을 위한 노동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점, 그 수행 과정에서 무용 연습실 혹은 공연장과 다른 낯선 환경에서 때론 기기를 몸에 부착한 체 기계적, 반복적 움직임을 요구받는다는 점 등이 전통적인 무 용 예술작품 창작과정과 다른 지점으로 보았다. 또한, 이때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동의를 얻었는가에 따라 움직임 데이터 제공자인 안무가와 무용수에 대한 심리적, 생물학 적 소외를 논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실제 「비욘드 블랙」 작품을 진행한 국립현대무용단의 한 관계자도 “처음엔 (AI의 안무 가) 부자연스러웠지만, 학습량이 많아질수록 움직임이 정교해져 완성도 높은 안무들이 많 이 나왔다”라고 말한 바 있다(서정원 2020). AI의 학습량을 높이기 위하여 무용수들은 더 다양한 춤을 더 많은 시간 동안 카메라 앞에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데이터 추출 의 정확성을 위해서는 편하고 익숙한 자신의 연습복이나 의상이 아닌 크로마키 배경의 천 앞에서 검은 타이츠를 입고 온몸에 흰색 반사 마커를 달고 춤을 추어야 한다. 춤을 추는 동안에도 한정된 동선과 가동범위 내에서 사방에 달린 카메라를 치지 않도록 신경 쓰며 움직여야 한다.
현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AI를 학습시키기 위한 춤 데이터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완 충작용이 뛰어난 댄스 플로어가 아닌 바닥 위에서 춤을 춰야 하는 것, 개개인별 오래 춤을 추어야 하는 부담감과 피로도, 사방에 있는 카메라와 익숙하지 않은 기술자와의 만남 등 낯선 환경, 낯선 복장 등이 무용수에게 불안과 경직, 실수나 부상을 유발할 수 있지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들이 있다. AI라는 기술이 함께하기에 생기는 환경적 요건들로 인한 스트레 스 또한 심리적, 생리학적 소외로써 ‘몸 소외’의 가능성이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터뷰에 참여한 무용수와 안무가의 경우 같은 상황을 다르게 인지하였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 작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그 절차와 목표, 환경기반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고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을 겪으며 같은 상황도 예측하고 스스로 예행연 습을 해보며 큰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작업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무용수 C의 관점에서 경험한 움직임 데이터 수집, AI 학습 과정에서의 첫 번째 이야기 는 다음과 같다.
처음부터 AI라는 것을 중점을 두고 작업을 시작했어요. AI에 관련한 질문을 주고받으며 공통의 이해 정도를 먼저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뒤로도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항상 설명이 잘 제시됐던 것 같아요.
제가 경험했던 작업은 스켈레톤이라는 걸로 학습을 시키는 거였는데 그게 입력이 되려면 속도나 질감 이런 것들을 유의하면서 계속 즉흥을 해야 했어요. AI를 학습시킨 안무는 각 무용수의 즉흥 움직임이 중심이 되었었는데, AI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움직임 질감을 찾다 보니 오히려 그게 영감이 되기도 하면서 움직임의 범위가 좁아지고 하나의 인공지능 AI의 움직임을 마치 따라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임이 나왔던 거 같아요. 시선이나 움직임의 가동범위가 너무 넓지 않게 최대한 조금 제한을 걸고. 가장 가볍게 또는 가장 빠르게 가장 무겁게 가장 느리게 등 이런 속도 같은 거를 이제 조절을 하면서 저희가 계속 스스로 몸에 입력하고 그런 비슷한 움직임을 계속 반복을 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AI 같은 시선이 나오고 시선이 나오다 보니까 몸짓이 따라 나오고 그랬던 거 같아요. (무용수 C, 개인 전화인터뷰, 2024년 5월 28일)
위의 무용수가 말하는 스켈레톤이라는 것은 카메라 촬영을 통해 AI가 인간 신체의 주요 관절 부위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X축과 Y축으로 4개의 구역을 나누면서 강하고 느리게 / 강하고 빠르게 / 유연하고 느리게 / 유연하고 빠르게 와 같이 구분하면서 각 특색에 맞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연상하게 하는 점과 선으로 표현된 스켈레톤 구성의 영상을 활용한 것이다(안무가 B 인터뷰 2024.06.10). 무용수 C의 말을 살펴보면 움직임 표현의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지점들이 오히려 즉흥 움직임의 영감으로서도 작용하기도 했다고 하였다. 즉흥 움직임을 경험한 이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즉흥 춤을 춰보라는 것에서 오는 당혹감과 막연함에 관한 공포심 말이다. 무용수 C만의 개인적 경험 일 수 있으나 이처럼 모두가 위의 상황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도, 혹은 소외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동시에 이에 도움을 받아 춤을 펼칠 안내서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안무가 B 또한 AI를 학습시키기 위한 안무는 작품의 내용과 환경에 맞는 움직임을 무용 수들에게 요구하여 그들의 움직임이 제시된 것이며, 이 과정은 모두 각자의 주관적인 해석 과 선택으로 결정되는 것이기에 무용수와 본인이 소외됐다는 생각은 없다고 하였다(안무 가 B, 개인 서면 인터뷰, 2024년 6월 10일).
무용수 C의 관점에서 경험한 움직임 데이터 수집, AI 학습 과정에서의 또 다른 이야기 는 다음과 같다.
크로마키 촬영을 하러 갔을 때 그곳은 아예 새로운 생소한 공간이긴 했지만 이미 어느 정도 환경에 대한 설명을 들은 상태였고, 상황에 맞는 움직임을 훈련하고 촬영에 임했던 것이 기에 크게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었어요. 촬영도 무용수별로 길게 하긴 했지만, 이전에 연습 실에서의 훈련을 정말 많이 했어서 바로바로 필요한 만큼만 하고 딱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아 요. 옷은 각자 개인의 검은색 옷을 입었어요. 다만 그 촬영하는 곳 바닥이 댄스 플로어는 아니었죠. 카메라가 많은 스튜디오였습니다. (무용수 C, 개인 전화인터뷰, 2024년 5월 28일)
위의 의견들을 통해 움직임 데이터 수집을 위한 과정에서 안무와 표현에 요구되는 여러 제한이 ‘몸 소외’의 윤리적 문제 상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의 소외를 줄이고 존엄을 지키는 방식으로써 각 개인의 이해를 구하고 정보와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것이 매우 유의미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2) 인간과 AI의 수행 능력 차이로 인한 몸 소외
AI와 함께하는 무용 예술작업에서 예술가의 ‘몸 소외’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 두 번째는 AI가 재배열 및 재창작하여 제시한 안무를 안무자와 무용수가 보고, 안무자가 사용할 움직 임 프레이즈를 선택하여 무용수에게 전달하고, 무용수들이 연습하여 자신의 몸으로 재현 및 표현하는 순간이다. 본 연구자는 인터뷰 내용을 분석하며 AI의 결과물을 바라보고 다시 인간이 움직임을 받아서 수행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AI의 수행 능력 차이로 인해 인간의 몸이 소외될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본 연구의 인터뷰 대상자들이 경험한 작업에서 AI의 안무는 인간의 일부 주요 관절과 근육을 점과 선으로 표현해 움직임을 형상화한 스켈레톤으로 구성된 영상을 통해 제시되 었다. 또한, 결과물은 실제 학습시킨 분량의 수배 이상 많은 분량의 움직임 가능성을 중복 되지 않게 제시되었다.
먼저, 안무가 B의 경험을 통해 살펴본 AI 안무 제시 방식에서의 ‘몸 소외’의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그는 “처음 데이터로 받은 1000개의 움직임이 그중 단 하나도 중복되는 동작 이 없다는 말을 듣고 인간 안무가로서 우울하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안무가 B, 개인 서 면 인터뷰, 2024년 6월 10일)”라고 말했다. AI와의 능력 비교를 통해 자신의 능력과 존재 감에 대한 혼란을 겪는 심리적 소외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잠시 그런 생각은 했었지만, “AI가 아무리 많은 결과물을 빨리 제시하더라도 인간의 도움 없이는 작품이 완성되지 않 음을 알기에 이 과정을 소외라고 보지 않는다(안무가 B, 개인 서면 인터뷰, 2024년 6월 10일)”라고 이야기하였다. 본 연구자는 이 양가감정이야말로 현재 AI를 마주한 예술가들 이 많이 공감할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AI의 딥 러닝을 통한 학습의 속도와 결과물 의 양은 인간이 따라잡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인간으로서 그리고 안무가로서 기술력에 대한 경외감을 경험할 수도 있고, 동시에 자신의 능력에 대한 허탈함과 공허함, 회의감, 박탈감 등의 감정적, 심리적 소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예술가로서 내가 해 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를 통해 존재감과 안도감, 또 다른 미적 경험과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다.
다음으로, 무용수 C의 AI 안무를 바라보고 학습하는 과정에서의 경험 첫 번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제가 참여했던 작업의 경우 안무가분이 AI의 학습결과를 보고 무용수들이 각자 연습할 부분을 영상으로 나눠주셨어요. 사람의 몸으로 움직이는 움직임과 AI가 움직이는 움직임의 질감 에너지, 빠르기 등 그게 사용하는 게 좀 달랐기 때문에 저희가 그것을 다시 저희 몸에 입히려고 하니까 조금 이질감이 있었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저희가 다듬으려고 하니 거기서 조금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내 춤을 보고 배웠는데 내 춤 같지 않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고요. 인간이 인간한테 주는 움직임은 상상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 것 같거든요. 느껴 지고. 근데 이제 AI의 움직임을 저희가 따라 하려고 하다 보니 약간의 상상도 필요했고 그 AI 움직임은 얼굴이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어디를 보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신체가 어디 로 움직이는지조차 다 저희가 파악을 해야 하고, 보이는 것 자체로 외우려고 해도 힘든 부분 이 많았어요. 각자 가지고 있는 근육의 형태나 그리고 근육을 쓸 수 있는 그런 질감조차가 다 다른데 그냥 딱 이대로 해야 한다는 본보기가 너무 있었기 때문에 그거를 따라가기에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그냥 비디오 보고 따라 하는 것과 달라요. 훨씬 어려워요.(무용수 C, 개인 전화인터뷰, 2024년 5월 28일)
같은 맥락에서 안무가 B 또한, AI의 안무가 ‘인간의 관점으로는 전혀 움직임으로 해석되 지 않는 에러로 보이기도 하고 기호처럼 복잡한 패턴으로 보이기도 하는 동작’이 있었으 며, 이를 각각의 무용수들이 주관적 해석과 변형을 통해 비슷한 구조의 움직임으로 다듬었 다(안무가 B, 개인 서면 인터뷰, 2024년 6월 10일)는 말을 하였다. 인간의 뼈와 근육의 마디를 다 본떠서 만들지 않았기에 동작의 섬세한 부분들이 표현되지 않으며 세부사항에 대해 소통할 수 없어 무용수가 스스로 상상하고 설정하고 선택해야 하는 과정이 새롭게 생기게 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춤을 학습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재배열되며 낯설게 느낄 만큼 무용수의 개별적 특성과 어떠한 동작이 어느 정도 반영되거나 변형되었는지 그 정도를 알 수 없다는 점도 발견할 수 있다. AI의 알고리즘에 는 많은 사람이 연루된 오랜 내력이 있기 마련이기에 특정 결과를 초래한 인과적 이력에 연루된 모든 사람을 추적하기란 어려울 수 있으며(Mark Coeckelbergh 2023, 135), 이는 학습시키는 데이터의 양이 많아질수록 더욱 심화 될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이었던 무용수 C의 경험 두 번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연습할 때 저희가 뒤에 스크린을 틀어두고 AI랑 움직임이 똑같아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어 요. 그때 안무가님이 저희한테 주셨던 요구사항이 AI와 똑같은 속도로 움직여 달라는 거였어 요. 그게 정말 어려웠던 것 같아요. 말도 안 되게 빨리 움직이는 영상도 있었거든요. 예를 들면 원 투 쓰리 포 정박이 아니라. 정말 갑자기 느리게 갔다가 엄청 빠르게 움직였다가 다시 멈췄다가 약간 정말 자기 멋대로 움직인다고 보이더라고요. 또, 되게 뭉툭한 부분도 있어서 그 부분을 세분화시키기도 해야 했고. 되게 친절한 영상은 아니었어요. 외우는 것도 영상의 양이 짧은데도 인간이 주는 움직임보다 굉장히 더 길게 느껴졌어요. 잘 안 외워지는 스타일이라서 굉장히 고도의 집중을 해야 해서. 동작들도 막 두서없어 보이는데 그걸 외워서 픽스를 시키고 그 AI와 똑같이 듀엣을 해야 했던 부분이 좀 되게 어렵긴 했었죠.(무용수 C, 개인 전화인터뷰, 2024년 5월 28일)
스켈레톤 구성을 통해 움직임을 학습하고 표현한 AI는 각 무용수의 근력, 유연성 등의 움직임 특성까지의 섬세한 부분에 대한 설정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실현 가능한 신체의 표현 범위와 움직임에서 힘의 작용에 대하여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AI는 무용수 의 신체 조건과 능력, 중력의 영향, 움직임의 관성, 움직임을 통한 힘의 작용과 반작용 등 의 인간의 생리적, 생물학적 특성과 차이점 등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거나 배려하지는 못하였다. 무용수 C는 일반적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안무를 받았을 때의 당혹감과는 달리 인간의 몸이기에 AI가 제시하는 급변하는 빠르기의 움직임은 수행하기 어려웠던 지점이 있었음을 이야기하였다. 제시된 안무 중 일부가 수년간 무용수로서 훈련하고 다양한 작품 에 참여해 보았던 무용수도 그 내용과 움직임의 연결 부분에서 맥락을 찾지 못하고 두서없 게 느껴질 만큼 단절되고 실험적으로 제시된 것이다. 무용수는 그 과정에서 AI의 안무를 소화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신체적, 물리적 한계 사이에서 고뇌하며 정신적, 신체적 스 트레스를 받을 수 있었다. 이것이 단순히 새로운 안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스트 레스와 다른, 인간으로서 재현하기 힘든 안무를 바라보고 재해석하며 노동력과 생물학적, 심리적 부담을 겪는 ‘몸 소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으로 보는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안무가 B는 AI와 무용 예술이 함께하는 작업에서 자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를 물음에 대한 그의 답이 흥미로웠다. 그는 AI를 활용하여 작품을 만들 때 필요한 안무가 의 능력 혹은 역할에 “안무가의 역할보다는 안무를 연출하는 인물”이라고 대답하였다(안 무가 B, 개인 서면 인터뷰, 2024년 6월 11일). 이는 전통적인 안무에 대한 관점에서 ‘춤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안무가에 대한 정의와 달리 AI와 작업할 때의 안무가는 AI가 만든 안 무 중 어떠한 안무를 어떻게 각색하여 무용수 개개인에게 전달할지, 그리고 전체 무대에서 어느 순간 어느 위치에서 재현하여 표현할 것인지를 연출하는 능력이 필요함을 이야기하 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AI를 활용한 작업 내에서 안무가의 역할에 관해 아직 AI와의 직접 작업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AI가 안무한다고 하면 안무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정확히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안무가라고 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 작업 경험을 가진 예술가가 많지 않고 새로운 기술, 변화하는 기술에 대한 이해가 대중적으로 자리 잡지 않았기에 다수의 전통적 관점에서의 무용과 안무에 관한 역 할과 정의에 익숙한 이들은 안무가의 역할 약화, 퇴행을 이야기하며 이 지점에서 안무가의 ‘몸 소외’가 발생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무가 B의 시각은 오늘날 확장 된 안무에 대한 개념이 적용된 안무가의 확장된 역할 및 능력과 정의로 볼 수 있다. 그는 당시의 안무 데이터를 “AI와의 공동 결과물”이라고 하였으며 AI를 자신과 “공진화한 협업 안무가”라고 이야기하였다(안무가 B 인터뷰 2024.06.11.). 즉, 전통적 관점에서의 안무와 안무가의 개념으로 바라본다면 안무가의 몸 소외를 이야기할 수 있겠으나 기술과 인간의 뗄 수 없는 깊은 관계를 인정하며 AI를 하나의 협업의 존재자로 바라보는 포스트휴먼의 관점으로 해석해 본다면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본 저자는 앞서 2장에서 언급 했던 바와 같이 상호 의존성을 인정하고 상호 협조를 통한 AI와의 공존을 시도하는 안무가 B의 도전이 새로운 형식의 변화를 겪고 있는 현재에만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 예상되 며, 이와 같은 시도가 계속되고 사례가 다양해지고 많은 이들이 경험하게 된다면 변화된 안무가의 역할 대한 소외 이슈는 길게 가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3) 자본 및 권력에 의한 몸 소외
AI와 함께하는 무용 예술작업에서 예술가의 ‘몸 소외’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 세 번째는 자본 및 권력에 의해 몸이 소외될 수 있는 순간이다. 이 부분은 인터뷰가 아닌 타 분야에서 의 사례를 바탕으로 분석하였다. AI의 학습을 위해 사용된 안무와 춤의 데이터 세트가 누 구나 자유롭게 열람하고 수정, 배포할 수 있는 자료로서 공개되거나 유출되었을 때에 나타 날 수 있는 ‘몸 소외’의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아직 무용 분야에서의 관련 사건이 일어나거 나 인터뷰 중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초상권 및 저작권, 지적 재산권 등과 연계될 수 있는 부분뿐만 아니라 ‘몸 소외’와 맞닿는 부분이 많이 존재한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공학자 A와 안무가 B에 따르면 AI를 통한 결과물은 일반적으로 저작권과 공연권을 따 지지 않고 오픈 소스로 본다고 하였다(공학자 A, 개인 전화인터뷰, 2024년 5월 22일, 안무 가 B, 개인 서면 인터뷰, 2024월 6월 10일). 그리고 만약 상업적인 목표로 AI를 사용하고 자 하면 학습시키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대상에게 미리 적용 및 응용 분야에 대하여 알리고 동의를 얻어 진행할 것이라 하였다(공학자 A, 개인 전화인터뷰, 2024년 5월 22일). 하지만 AI를 활용하는 모든 이들이 미리 공지하고 적절히 윤리적인 방향으로 데이터를 사용하지 는 않았다. 2023년 1월 시각 예술가 10명이 자신의 저작물을 허가 없이 AI 학습에 사용했 다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디비언트아트(DeviantArt), 미드저니(Midjourney), 스테이블 리티 AI(Stability AI), 런웨이 AI(Runway AI)에 대한 집단 소송이 이루어졌으며, 최근 뉴 욕타임스는 자사가 발행한 수백만 건에 이르는 기사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원천으로 서 챗GPT 학습에 무단으로 사용됐다는 이유로 챗GPT를 만든 오픈 AI와 마이크로소프트 (MS)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하였다(최영호 2024). AI와 디지털 교육의 민영화에 관하여 연구한 케네스 J. 솔트먼(Saltman, Kenneth J.)도 AI를 활용한 교육과정에서 적응형 학습 기술이 학생의 활동을 데이터로 수집하고 이 수집된 데이터가 학생의 발전 여부와 관계없 이 투자 증권으로 사고팔고 금융화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짐(2022, 31)을 이야기 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사건들은 구축되어있는 데이터들을 오픈 소스라고 함부로 조작하고 가져 다 써도 된다고 착각하거나 각 데이터를 제공한 예술가와 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일부의 사람들이 자신의 사업과 경제적 이익만을 생각하였기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AI 학습을 위한 안무와 춤 데이터 세트가 오픈 소스로 구축되고 동의를 구하지 않는 유출이 가능하다면 무용에서도 얼마든지 유사한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나’의 의도와 다르게, 내 가 모르는 사이에,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업(무용 관련뿐만 아니라 게임, 만화, 영화, 성인물 등과 같은)을 위하여 나의 안무와 춤이 활용됨을 알게 된다면 매우 당혹스럽고 자 신의 인격적 존중과 권한이 크게 무시되는 ‘몸 소외’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 예상되었다. 특히나 조작 및 착취에 취약한 사용자가 대상이 된 경우는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 선생님과 제자 혹은 안무가와 무용수, 후원 사와 예술가 등과 같은 권력 관계나 무지, 신체 적, 정신적 약자의 경우 여러 과정에 대하여 거부하지 못하거나 무보수로 디지털 노동을 조작, 착취당할 가능성이 높다(Mark Coeckelbergh 2023, 119-123). 그러므로 작업의 결 과물로서 구축되는 안무와 춤의 데이터들에 대한 안전과 보안을 신경 씀으로써 예술가들 의 순수했던 첫 의도가 변질되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참여 예술가들의 동의 과정이 섬세하 게 제시되고 언제든 그 과정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작과정과 결과물의 공유과정 이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자본 그리고 권력과 깊게 연관되며 자칫 2장에서 언급했던 ‘지능 정보사회 윤리 가이드라인’의 공공성, 책무성, 통제성, 투명성에 모두 어긋나는 행위가 나 타날 가능성이 있음을 참여 예술가와 제작자들은 인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개인의 프라 이버시뿐만 아닌 노동력과 심리적 소외를 유발하고 초상권과 지적 재산권, 저작권 등을 무시하는 다양한 ‘몸 소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위험성에 대하여 우리는 모두 경각심을 가 져야 할 것이다.
Ⅳ. 결 론
무용은 춤과 음악, 의상, 조명, 무대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하는 복합적인 예술 장르로 써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고 그 표현과 전달의 도구로서 사람의 몸이 매우 중요한 예 술 장르이다. 이러한 무용에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고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그중에서도 최근 급격히 발전하며 우리 생활 곳곳에 깊숙이 접목되고 있는 기 술인 AI와의 만남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본 연구자는 AI와 함께하는 무용 예술작업에서 나타나는 현장 작업자들이 마주할 수 있 는 윤리적 상황에 관한 탐구로, 그중에서도 ‘몸 소외’의 윤리적 문제 상황에 집중하여 고찰 해 봄으로써 무용 예술가와 무용 예술작품, 그리고 AI 기술이 건전하게 공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탐색해 보고자 하였다.
연구는 AI와 몸 소외에 관련한 문헌연구와 AI와 무용 예술이 함께한 작업을 경험한 공 학자와 안무가, 무용수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그 결과 몸 소외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 및 유형으로 ‘AI 학습을 위해 도구화된 인간의 몸’과 ‘인간과 AI의 수행 능력 차이로 인한 몸 소외’, ‘자본 및 권력에 의한 몸 소외’를 제시 하였다. 먼저, ‘AI 학습을 위해 도구화된 인간의 몸’에서는 정확하고 다양한 움직임 데이터 구축을 위한 개별성을 감춘 기계적 안무 및 움직임 요청, 긴 촬영 시간, 촬영을 위한 낯선 환경과 의상, 촬영에 적합한 동작의 크기와 동선의 제약 등으로 인한 심리적 소외와 노동 력의 소모 등의 ‘몸 소외’가 나타날 수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다음으로, ‘인간과 AI의 수행 능력 차이로 인한 몸 소외’에서는 AI의 안무 영상이 점과 선으로 표현되며 구체적인 동작 의 정보가 부족하며, 인간의 신체로 구현하기 힘든 수준의 비현실적인 움직임 제시하고, 학습시킨 무용수의 움직임 특성이 사라질 정도로 변형되기도 하는 등의 AI 안무를 바라보 고 선택하여 재현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 관념으로 변화된 안무와 안무가의 역할을 바라볼 때 역할 인식에 대한 소외, AI와 인간의 능력 차이로 인한 허탈함 과 열등감, 박탈감, 스트레스 등을 포함한 다양한 심리적 소외와 노동력의 부담, 생물학적 소외 등의 ‘몸 소외’가 발생할 가능성을 이야기하였다. 마지막으로, ‘자본 및 권력에 의한 몸 소외’에서는 AI 학습을 위한 안무와 춤 데이터 세트가 누구나 자유롭게 열람하고 수정, 배포할 수 있는 자료로 구축되고 동의를 구하지 않는 유출이 가능했을 때, 예술가들의 이 해와 동의 없는 분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자본 및 권력에 의해 거부할 수 없는 조작 과 착취를 할 수 있을 시엔 초상권과 지적 재산권, 저작권의 문제뿐만 아니라 개인의 프라 이버시와 노동 소외, 심리적 소외, 생물학적 소외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몸 소외’가 발생 할 가능성이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아직 AI는 세상의 복잡성과 인간의 미묘한 의도나 행위를 완벽하게 반영할 수 없으며, AI의 안무는 AI가 창작한 2차원적 움직임을 인간의 판단기준과 우선순위에 의해 3차원적 으로 재현된다는 특징이 있다(고경희 2021, 15-16). 그렇기에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AI를 통해 구축되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고자 하는 이들의 AI 를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할 것인지에 관한 이해정도와 각자의 주관적인 해석과 선택이 매 우 중요해진다. 매 과정 미리 무용수의 이해정도를 확인하며 작업에 대한 설명과 진행을 이끌었던 안무가 B와 무용수 C의 인터뷰 내용을 통하여 ‘몸 소외’가 완화될 방안으로 생각 해보았다. 그것은 ‘인간적 배려’와 ‘소통’이 아닐까 싶다. 낯선 작업 과정에서 홀로 다양한 낯선 문제 상황에 부딪히며 몸이 소외되지 않도록 사람에 관한 관심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작업현장이 필요함을 느꼈으며, 나아가 더욱 성숙한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작품의 제작 이후에 저장된 데이터들에 대하여 어떠한 데이터들이 어떻게 보관되며 원본의 재사 용 혹은 편집을 통한 다른 작업에 활용될 시 어떻게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제시될 것인지 까지 고려된다면 좋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본 연구는 아직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AI와 무용 예술작업현장에서 고려해야 하는 윤리적 요소에 관한 접근이며 그 과정에서 분석한 자료들이 문헌들뿐만 아니라 현장 경험 이 있는 관계자들의 말이었다. 기존 관련 연구가 인공지능을 도구로써 활용 가능성 또는 창작 주체로서 존재 가능성에 주목했던 것에 반해 본 논문은 인공지능 등장이 초래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독창적 연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철학이나 미학적 논의를 토대로 논지를 전개하는 것이 아닌 실제 현장 경험에 도출된 관점을 바탕으 로 전개한다는 점에서 방법론적으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본 연구가 AI를 활용한 무용 예술의 작업현장에서 고려해야 하는 윤리적 요소를 살펴본 기초 연구물로서 많이 활용될 것이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발견했던 흥미로운 경험을 공유하며 제언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본 연구자는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학습 능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사 고과정은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AI를 활용하여 작업하는 현장의 사람들은 정 말 많이 공부하고 지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 공부와 질문의 대상은 ‘무용’ 그 자체에 대한 것이 많았다. AI와 함께하며 오히려 내가 생각하는 무용이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으며 어떠한 것이 보고 싶은 것인지 등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AI 기술이 활용되며 무용 예술가들의 ‘몸 소외’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면 서 동시에 그 기술로 인해 자신과 무용을 다시 깊이 있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부디 이러한 인간에 관한 탐구와 애정이 존재하는 AI와의 작업현장 에서 소외를 경험하는 사례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그러기 위하여 본 연구에서 다루지 않았던 방법으로 AI를 활용한 무용 예술작업 과정, 또 다른 윤리적 요소에 관한 연구, 지금 보다 강한 AI가 개발‧활용될 경우 그에 맞는 또 다른 분석 등의 후속연구들이 진행되어 더욱 섬세한 배려와 건전한 실험이 있는 작업현장들이 지속해서 존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