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방탄소년단(BTS)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면서 그들이 하는 행동, 말, 메시지 하나하 나까지 상업적으로나 사회 정치적으로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K-콘텐츠는 전 세계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원더걸 스가 「노바디(Nobody)」로 미국 빌보드 차트에 진입한 2009년을 기점으로 K-콘텐츠는 기 하급수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와 같은 국내외적 대중예술의 성장과 함께 K-콘텐츠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신인의 등용을 추진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리얼리티 서바이벌이라는 형태의 텔레비전 경연프 로그램이다. 이미 “아메리칸 갓 탤런트”를 비롯하여 “슈퍼스타 K”, “미스트롯” 등 다양한 형태의 경연프로그램이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는 곧 경연프로그램의 성장 기반이 되어왔 다. “슈퍼스타 K”, “미스트롯”과 같은 프로그램은 경쟁의 서사를 통해 시청자의 몰입을 이 끌며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고 대중의 주목을 끌어왔다. 이렇듯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은 K-콘텐츠 플랫폼의 중요한 양상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한국 대중문화의 특성을 효 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필자는 일찍이 경연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신인 발굴과 대중 확장성을 시도했던 전주대 사습놀이가 오늘날 K-콘텐츠 플랫폼과 유사한 가치를 지닌 선구적 사례라고 본다. 전주대 사습놀이는 신인 예술가들의 등용문이자 전통 예술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경연의 장으 로서 오늘날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과 같은 역할을 했다. 특히 판소리와 같은 전통 예술을 보존하고 대중화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이 경연은 현대의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 이 신인 발굴과 대중성 확장을 목표로 하는 것과 유사하게 전통 예술을 새로운 대중에게 소개하는 중요한 통로였다.
전주대사습놀이는 일제강점기로 중단된 이후 사라져가는 판소리의 가치를 복원시키기 위해 1974년 전통예술에 뜻이 있는 인사들이 모임을 갖고 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1975년 추진위원회 주관으로 첫 대회를 시작하였다. 당시 전주대사습놀이는 판소리를 뛰어넘어 전통예술이 대중의 주류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다만 민족문화의 부흥과 전통예술 의 대중성을 위해 마련된 이 축제가 판소리를 비롯한 다양한 전통예술의 권력화를 돕는 장치가 되었고 이는 훗날 전통예술이 대중성을 잃고 박제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중성 을 잃은 전주대사습놀이는 결국 수요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전통예술 전반의 인식 전환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본 연구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쟁 서사를 통해 향후 전주대사습놀이의 발전 가능성을 조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전주대사습놀이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주로 그 역사적 의미나 예술적 가치, 대회의 문제점 분석 등의 측면에 초점을 맞췄으나 본 연구는 현대 대중문화와 연결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흥미 요소와 대중성 확장 전략을 활용하여 전주대사습놀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조명하고자 한 다는 점에서 기존의 연구와 변별성을 지닌다.
이를 위해 전주대사습놀이의 역사적 배경과 전개에 대해 설명하고 신인 발굴과 대중 확 장성이라는 강점을 지닌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의 가치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아가 최근 위축된 전주대사습놀이의 확장성 측면에서 단순한 보존적 시각을 넘어 전주대사습놀이가 지닌 K-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리얼리티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재조 명하고자 하며 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삼는다.
2. 연구방법
본 연구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의 성공 원인을 파악하여 전주대 사습놀이의 발전 방안을 도출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전주대사습놀이의 역사적 배경과 1970년대 이후 재구성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현황을 살펴보며 서바이 벌 경연프로그램이 지닌 특징을 함께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서바이벌 경연프 로그램의 경쟁 서사와 관객 참여 방식을 탐구한 후 전주대사습놀이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지역 축제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연구 방법은 문헌 고찰과 선행연구 분석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우선 전주대사습 놀이의 역사적 배경과 전통 예술로서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 기존 문헌과 연구 자료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한다. 이를 통해 전주대사습놀이가 지닌 전통예술적 의미와 신인 발굴을 위한 경연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정리하고 현재 대중적 관심이 축소된 배경을 분석한다.
두 번째로, 리얼리티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기존 연구와 사례들을 분석한다. “슈퍼스타 K”, “미스트롯” 등의 대표적인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에서 신인 발굴과 대중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 경쟁 서사 및 대중적 반응을 살펴봄으로써 이들이 어떻게 대중성을 확보하고 성장했는지 파악한다. 이를 통해 전주대사습놀이에 적용 가능한 요소들을 도출 한다.
Ⅱ. 전주대사습놀이와 경연프로그램의 대중성
1. 전주대사습놀이의 배경 및 문제점
전주대사습놀이는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과 유사하게 무명의 신인 예술가들이 경연에 참가하여 부와 영예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오늘날의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처 럼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우승한 광대들은 단순히 상금이나 활동 기회를 얻는 것을 넘어 ‘국 창’ 또는 ‘명창’이라는 칭호를 하사받으며 큰 명예를 얻을 수 있었다.
2024년 7월 15일의 전주대사습놀이 보존회 웹사이트에 의하면 전주대사습놀이란 조선 조 숙종 때 전주에서 행해지던 마상궁술대회와 영조대의 물놀이, 판소리 백일장 등 민속 무예놀이를 통칭한 것을 말한다. 전주대사습놀이의 유래를 살펴보면 영조 8년(1732년) 지 방 재인청(신청)과 가무 대사습청의 설치에 따라 전주에 4개정(군사정, 의방정, 다기정, 진 북정)을 두어 최초로 전주에서 대사습대회가 시작된 뒤 매년 연례행사로 실시하였으며, 선 발된 우수한 광대들에게 의관, 통정, 검찰, 오위장, 참봉, 선달 등의 가자(加資)를 제수(除 授)하고 명칭 칭호를 하사한 바도 있다. 이렇듯 전주대사습놀이는 당시 전통예술 경연의 장이자 신인 예술가들의 등용문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광대의 신분 상승과 부를 얻을 수 있는 전주대사습놀이는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사라지게 되었으나, 1974년 전북 전 주에서 전통예술에 뜻이 있는 인사들이 모임을 갖고 전주대사습놀이 부활추진위원회를 결 성하였다. 그 이듬해 1975년 추진위원회의 주관으로 판소리, 농악, 무용, 시조, 궁도의 5개 부문으로 제1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를 개최하여 2024년 현재 50회를 맞이하였다. 이 처럼 전주대사습놀이는 조선 후기 전주에서 열렸던 ‘통인청대사습’의 정통성을 계승하여 이어온 300년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전통예술경연대회이다.
전주대사습놀이는 판소리 명창부, 농악부, 무용부, 기악부, 시조부, 민요부, 가야금병창 부, 판소리 일반부, 궁도부 등 9개 부문으로 운영되다가 2021년 무용 명인부 신설로 2024 년 현재 10개 부문이 운영되고 있다. 같은 해 4월 전주시 한옥마을 내 전주대사습청을 개 관하여 전주대사습놀이의 국가무형유산 등재를 위한 TF팀 구성과 더불어 전주대사습놀이 자료 수집과 전시 그리고 보존, 관리에 집중하면서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운영을 지원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관광객과 지역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전통예술 콘텐츠를 제작하여 문화공간으로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유영수 이채현 2023, 88).
전주대사습놀이의 판소리 명창부 장원 수상자에게는 명창(名唱)이라는 칭호가 부여된 다. 1회 때는 장원에게 문화부장관상을 수여하였지만, 2회 때부터 대통령상이 수여되어 지 금까지 이른다. 9회 때부터 농악은 명수, 무용은 명무, 기악은 명수, 시조와 민요는 명창, 궁도는 명무(名武)로 수상자의 명칭이 따로 표기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이어져 오던 전주대사습놀이가 판소리의 복원이라는 취지와 달리 명창 시대의 부활로 이어지고 심사과정에서의 부정이라든지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의 구성원이 국악인으로만 구성된 폐쇄성 등은 전주대사습놀이의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이 외에도 현 재 국악 수요의 감소와 대학에서의 국악과 폐지, 심지어 음악 교과목에서 국악 교육의 축 소 등 판소리를 비롯한 전통예술의 위기가 도래하면서 전주대사습놀이의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게 되었다.
또한 국악계 최초로 대통령상을 시상하게 된 전주대사습놀이를 시작으로 타 지역의 유 사한 경연대회에서도 대통령상을 시상하는 것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심지어 대통령상이 있는 대회만 한 해에 27개이며, 시상은 28점이 남발되어 대통령상 수상자들의 권위도 실추되었다. 대통령상이라고 다 똑같은 대통령상이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 또 한 희소성이 없어져서이며,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진정한 대통령상은 전주대사습놀이에 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대회 진행과정에서 공정성의 시비로 대통령 상의 권위를 스스로 추락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표 1>의 상장발급현황에서 대통령상이 수여되는 대회를 살펴보면 음악은 없으며, 연극· 기타 분야 1매, 무용 분야는 2매만 시상되어 상대적으로 전통분야가 높은 수준이다. 또한 전통분야 대회 개최 수가 107개로 가장 많고 상장발급 비율 또한 78.4%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즉 희소성이 없는 상의 남발로 경연대회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경연대회의 상을 정리 및 통폐합하여 스스로 상의 권위를 높일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표 1
분야 | 대회 수(개) | 상장 수(매) | 대통령상(매) | 국무총리상(매) | 문체부장관상(매) | 상장발급비율 |
---|---|---|---|---|---|---|
음악 | 18 | 21 | 0 | 1 | 20 | 7.9% |
무용 | 18 | 20 | 2 | 0 | 18 | 7.6% |
연극ㆍ기타 | 13 | 16 | 1 | 1 | 14 | 6.1% |
전통 | 107 | 207 | 28 | 22 | 157 | 78.4% |
합계 | 156 | 264 | 31 | 24 | 209 | 100% |
살펴본 바와 같이 전주대사습놀이가 경연이라는 과정을 통해 경제적 부와 사회적 위치 를 얻는 판소리 명창의 등용문임을 확인하였다. 어쩌면 최근 유행하는 텔레비전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의 원조격이라 하겠다. 다음 장에서는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의 성장배경과 그 안에서 작동하는 경쟁서사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2. 경연프로그램 대중성과 경쟁서사의 중요성
텔레비전의 도입 이후 대중문화는 대중의 일상을 지배해 왔다. 이후 스마트폰의 보급은 대중의 프로그램 참여 측면에서 쌍방향(interactive)의 폭발적인 가능성을 보여줬다. 소비 자 취향에 맞는 음악의 선별이 쉬워졌고 파일 형식으로 목록화되어 저장되는 등 음악 콘텐 츠의 확장은 새로운 출구를 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서사에 발맞춰 등장한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은 단순히 청취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경쟁 서사를 통해 관객의 대중음악에 대한 소비욕망을 부추기는 신선한 도발이었다. 물론 리얼리티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이 등장하기 오래전부터 국내의 대표적인 가요제로 “대학가요제”, “해변가요제”, “강변가요제”, “난영가요제”,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전국노래 자랑” 등 경연과 선발의 성격을 동시에 갖춘 방송국 중심의 음악 경연프로그램도 존재했다. 그러나 가수의 등용문 지위에 머무른 점은 대중 확장성의 한계를 드러낸 결과라 하겠다.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원더걸스가 「노바디」로 미국 진출을 선언한 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빌보드 Hot 100 차트에서 76위에 진입한 2009년을 기점으로 2012년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Hot 100에서 7주 연속 2위를 차지하면서 한류 문 화가 전 세계적인 K-pop의 형태로 성장하게 된다(김강모 이우창 2017, 10). K-pop이 전 세계적 관심을 받게 되는 이 시기, 케이블 음악 채널이 세 차례에 걸쳐 “슈퍼스타 K”를 방송하기 시작하면서 오디션 형태의 새로운 프로그램이 대두된다. 연예기획사들은 앞다투 어 스타 발굴의 수단으로 음악 경연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였고, 대중음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참여 형태의 적극적 의사 형태로 변모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디션의 열풍을 몰고 온 케이블 TV의 “슈퍼스타 K”를 시작으로 지상파 TV를 통해서 “위대한 탄생”, “내 생애의 마지막 오디션”, “K-pop 스타”, “슈퍼밴드”, “쇼미 더 머니”, “미스터트롯”, “미스트롯”, “팬텀싱어” 등 다양한 리얼리티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등장하게 된다. 첫 경연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의 대성공 이후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확 장 및 다양한 포맷으로 발전한 이유에는 셀럽이 등장하지 않는 일반인 중심의 경연프로그 램이라는 점, 적은 제작비용 대비 높은 시청률 등의 효과가 결정적 요인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쟁이라는 형태가 지닌 긴장감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경쟁은 참여하는 경쟁자들에게 승리의 의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경쟁하는 그 과정에서 긴장과 극적인 상황들로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게 한다. 다시 말해 서바이벌 형태의 음악 경연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경쟁 서사를 바탕에 두어 참여자의 집중도를 높이고 시청자로 하여금 강한 흥미를 유발시키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최근의 텔레비전 경연프로그램은 경쟁의 서사를 반복하면서 도전과 실패의 스토리텔링 을 구축해 나간다. 리얼리티 서바이벌 오디션은 단순히 성과주의식 경연대회가 아니라 리 얼리티의 차용을 통해 경쟁과 갈등의 서사 안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욕망을 오락적 요소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대중의 호응을 얻어 낸다.
음악프로그램은 단순히 음악을 들려줘서는 안 된다. ‘스토리’를 가진 프로그램으로서의 서사적 전략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대중음악이 가질 수 있는 대중적 인기는 ‘서사’와 결합 될 때에만 ‘프로그램’으로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현실인 것이다(최성민 2011, 360).
살펴본 바와 같이 최성민(2011)은 대중음악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음악 을 감상하는 것 이상의 ‘스토리’가 결합된 서사적 전략이 중요하다고 언급한다(360). 즉, 음악 그 자체뿐만 아니라 참여자들이 보여주는 도전, 실패, 성장을 포함한 서사는 시청자 들에게 감정적 몰입을 유도하며 프로그램의 긴 생명력을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에서는 참가자들의 갈등과 극복 과정 그리고 승리하 고자 하는 욕망이 드라마틱하게 연출되면서 대중의 호응을 얻어낸다.
이처럼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에서 경쟁 서사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며, 이와 더불어 관객의 역할도 주목해야 할 과제이다. 과거 판소리에서 귀명창의 역할이 그러했듯이 서바 이벌 경연프로그램의 수상자 선정에 시청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연에서 중 요하게 여기는 관객 참여와 일맥상통한다.
전주대사습놀이는 경연이라는 방식을 통해 이뤄진다. 그것은 현재의 리얼리티 서바이벌 오디션의 원조가 되며 K-콘텐츠로 세계적 관심을 끌게 된 대중예술의 효시라 하겠다. 전 주대사습놀이나 현재의 리얼리티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단순히 경연에 그치는 게 아니라 명성과 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명실공히 대중예술의 등용문의 기능을 하고 있다. 다만 전주대사습놀이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명창들의 이해관계와 전공자 중심의 폐쇄성, 그리고 공정성의 상실 등 내적 문제들과 다수의 유사 경연프로그램이 우후죽순 개최되는 현상, 대통령상을 비롯한 시상의 난발, 국악 관련 단체의 정원 한계로 인한 국악 전공자들 의 이탈, 대학 내 국악과 폐지, 음악 교과목에서 국악 교과목이 축소 및 배제, 무엇보다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등의 외적 문제들로 전주대사습놀이는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 이다.
반면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 받으면서 새로운 신인 발굴이 요구되고 이를 위한 리얼리티 서바이벌 오디션이 새로운 미디어 트렌드로 등장하게 된다. 이는 신인 발굴이라 는 예능 기획사의 요구와 대중음악의 한계극복이라는 방송국의 이해관계가 만나는 지점으 로, 단순히 경연의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경쟁서사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방법적으로 캐릭터와 배경, 스토리텔링 등의 서사구조를 개입시켜 참여자에게는 경쟁의 집중도를 높이고 관객에게는 오락적 소비와 함께 과거 판소리 귀명창처럼 전문가적 평가 를 유도했다.
3. 경연프로그램의 특징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은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첫째는 ‘경쟁성’이다.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은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경쟁’의 요소에 의해 흥미가 유발되며, 예측할 수 없는 경쟁의 결과와 다음 상황에 대한 기대감을 조성하여 시청자와 참여자 모두에게 강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또한 우승자에게 제공하는 상금과 경품, 부가적인 지원혜택 등을 통해 참여자의 동기를 유발하고 과열된 경쟁을 유발하기도 한다.
둘째는 ‘관객의 참여성’이다.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은 시청자나 현장 관객의 투표를 통 해 참여자의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 관객은 본인의 선택이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쾌감을 느끼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충성도와 관심의 향상은 물론 적극적인 참여를 유발하기도 한다. 관객은 자신이 선호하는 참가자에 감정적으로 공감하며 그들의 성공과 실패에 함께 기뻐하거나 아쉬워한다. 이러한 상호작 용은 프로그램을 단순한 오락의 범주를 넘어 시청자가 적극적으로 감정을 투영하고 응원 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력이 되기도 한다. 또한 관객의 참여를 통해 승패의 결정 과정이 투명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하며,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로 작용 한다.
셋째는 ‘혼종성’이다. 프로그램 장르 간의 결합적 특성을 의미하는 ‘혼종성’은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이 다양한 장르와 형식을 혼합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함을 나타낸다. 단 순한 경연프로그램의 성격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게임, 리얼리티, 드라마적 요소가 결합 하여 복합적인 형식을 보인다. 드라마적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 참여자의 서사, 스토리 텔 링 기법인데 참여자들의 인터뷰나 영상을 통해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신체적 고통 등을 이야기하여 대중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즉, ‘혼종성’을 통해 프로그램의 형식을 다양화 하여 반복적인 요소를 줄이고,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마지막 넷째로 ‘현장성’이다. 실시간 생방송 진행을 통한 현장감의 전달 또는 실제 상황 은 아니지만 현장성을 느낄 수 있는 요소의 제공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중요한 관건이다.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은 극한의 조건을 제공하거나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나 도전 과제가 주어지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미션을 통해 긴장감과 현장성을 제공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대중들은 참여자의 고군분투를 실 감나게 느낄 수 있으며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높이고 참여자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는데 기여한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토대로 다음 장에서는 전주대사습놀이가 K-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 는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Ⅲ. K-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전주대사습놀이의 확장성
1. 귀명창으로서 팬덤 문화 조명
최동현(2019)은 판소리 명창의 권력화와 교육과 결합한 국악생태계의 폐쇄성, 그리고 각종 경연대회의 설립으로 전주대사습놀이의 권위가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점과 심사과정 에서의 부도덕적 행위의 만연 등을 판소리 경제 생태계의 침체 원인으로 들며, 이후 판소 리를 비롯한 국악의 위기 극복을 위해 판소리 명창의 부활로 치환된 판소리 전통의 부활을 판소리 청중의 부활로 시작될 것을 제시하였다(314). 이처럼 전통예술의 부활에서 가장 중 요한 요소가 되는 것은 관객의 역할이다. 판소리로 말하면 귀명창이 될 것이며 최근의 대 중예술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팬덤 문화로 대체된다.
최근 K-콘텐츠가 전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다. 한류문화(K-Wave Culture)라 불리는 이 열풍은 상업주의의 대중성이라는 경제적 파급효과와 함께 브랜드로서 국가적 위상을 제고한다는 점에서 국가의 정책적 관심이 동반된다. 그러한 현상은 최근 BTS의 행보에서 지켜볼 수 있다.
2022년 5월,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두드러진 ‘아시아인 증오 범죄’와 ‘차별현상’을 퇴치 하고자 BTS를 미 백악관에 초대한다. 이미 그들을 2018년 유니세프 ‘제너레이션 언리미티 드’ 행사에서 국가 인종, 성 정체성 등에 관한 연설을 한 바 있고, 2020년에는 유엔 보건안 보우호국 그룹 고위급 회의에서 ‘내일의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라는 메시지를, 그리고 제76차 유엔총회에서 제2차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SDG Moment) 개회 세션 연설에서 팬데믹 이후 펼쳐질 세상을 주제로 코로나19 극복의 희망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이처럼 대중문화가 상업적으로 문화를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치사회적 문제에 까지 개입할 수 있었던 것은 BTS의 팬클럽인 아미(ARMY)와 같은 팬덤 문화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과거 팬덤에 대한 인식은 스타에 대해 과도한 열정을 갖는 미성숙한 청소년 집 단만으로 여겨졌는데 현재 팬덤은 전술한 바와 같이 정치적 사회적 관심에 대한 문제해결 을 시도하는 정치적 수행성과 사회적 연대 가능성을 지닌 대안적 공동체로 형성되고 있다. 다시 말해 과거 소비 주체로만 여겨지던 팬덤이 이제는 환경오염과 같은 사회적 문제나 성, 인종, 차별 등에 대한 정치적 문제에 직접적인 수행대상으로 대안적 결집을 보여준다 는 점에서 향후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은 그 역할의 무게감이 남다르다.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도 판소리를 중심으로 한 청중 참여 문화가 오랫동안 이어 져 왔다. 이는 ‘귀명창’으로 불리는 판소리 애호가 집단을 통해 구현되었다. 판소리는 단순 히 창자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청중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이 상호 작용의 핵심은 바로 추임새로 이는 판소리 연행자의 흥을 돋우는 동시에 청중이 실력의 부족을 지적하는 평자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비슷하게, 서양의 근대 클래식 음악 경연인 콩쿠르에서도 경연하는 자, 평가하는 자, 그 리고 이를 지켜보는 자가 존재했으며, 이 중 평가자의 권위가 경연의 핵심적 요소였다. 그 러나 “나는 가수다”에서는 전문가의 권위 대신 지켜보는 자 즉, 대중이 직접 평가에 참여 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보다 민주적인 경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김관호 2012, 33).
이렇듯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에서의 대중 참여는 과거 전통적인 판소리에서 귀명창이 평자의 역할을 하던 문화와 맞닿아 있다. 평가위원을 견제하는 장치로서 관객의 권위 회복 은 과거 귀명창의 지위를 복권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며, 이러한 변화는 서바이벌 경연프로 그램이 대중 중심의 참여형 문화로 진화했음을 잘 보여준다.
원래 ‘귀명창’이란 판소리를 즐겨 듣는 사람들 가운데 단순한 애호가 수준을 넘어 소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지식을 바탕으로 소리를 제대로 감상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자를 일컫 는 말이다. 명창에 버금간다 해서 ‘귀명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귀명창이 좋은 소리꾼 을 낳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판소리 발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동반자다. 귀명 창이 많은 소리판에서는 소리꾼이 소리를 허투루 하지 못하므로, 귀명창이 많아야 소리의 질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청중들이 추임새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판소리를 잘 알고, 판소리로부터 진정한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훌륭한 청중을 귀명창이라 하여 명창과 대등하게 대우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의 성장을 위해서 귀명창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앞 서 말한 팬덤의 영향력까지는 아니더라도 국악의 성장과 전주대사습놀이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하겠다.
2. 일반 대중의 참여 기회 확대
2022년 교육부의 국악퇴출 번복 사례는 국악교육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개정 교 육과정 시안 가운데 음악교과 성취기준에 국악을 제외했다가 국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 혀 번복한 바 있다. 학생들은 초등 입학부터 대학 졸업까지 16년 동안 제대로 된 국악교육 을 받아본 적이 없다(송기동, 2024). 국악교육이 교과목에서 사라지고 더 이상 일반 대중 에게 국악교육의 기회조차 마련되지 못하는 점은 최근 몇몇 대학에서 국악과가 폐지되는 현상과 함께 향후 국악을 비롯한 전통 예능의 위기를 짐작케 한다. 이것은 현재 위기를 맞은 전주대사습놀이의 폐쇄성을 더 가속화시킬 것이며 결국 전주대사습놀이가 대중의 기 억에서 사라질 수 있는 파국을 맞이할 수도 있다.
최동현(2019)은 전주대사습놀이가 판소리 부활이라는 명분과는 달리 명창의 권력화를 가져왔고 판소리 교육과 경제생태계 전반에 걸쳐 폐쇄적 구조를 형성하게 된 점이 국악의 쇠퇴와 더불어 전주대사습놀이의 추락으로 이어진 단초라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역사적 전통으로 사회적 공기(公器)였던 전주대사습은 운영이 점차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출 신의 명창으로 옮겨가면서 사유화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파생시키게 되 어 무형유산 예능보유자와 전수자 선정권까지 독점하면서 명창들은 민족문화 유산인 판소 리의 교육까지 전담하는 권력이 되어갔다(305). 그리고 수많은 국악 교육 수요의 발생에 따라 교육기관과 연주단체가 설립되어 대학 졸업자들을 수용할 국악경제생태계가 완성되 었다.
하지만 전주대사습놀이의 심사와 운영과정에서의 부정행위, 다양한 유사경연대회의 난 립과 한정된 연주단체의 단원 순환이 여의치 않게 되고 졸업 이후 활동 가능한 무대 또한 위축되는 등 국악생태계의 위기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국악 교과목 개설에서의 축소로까 지 이어지며, 이는 국악 등용문인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의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이수화, 2016).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버린 폐쇄성이 다. 명창이라는 권위가 몇 안 되는 국악 시장, 국악 경제생태계의 진입을 유도한다는 점에 서 많은 이들이 국악교육을 기피하고 일반대중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성공을 향한 대중의 욕망을 차단하게 된다.
전통예술 경연대회가 전통의 맥을 잇는다거나 인재 발굴이라는 근대적 발상에 머물러서 는 안 된다. 전통예술전공자 중심의 무대는 결국 전통예술 전공자들 간 과열 경쟁을 부추 기고 애초 취지나 그 위상을 추락시키는 위험이 따른다. 따라서 앞서 제시한 리얼리티 서 바이벌 경연프로그램처럼 대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서 전환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서는 경쟁 서사의 네러티브가 동반되어야 한다.
3. 경쟁 서사 시스템의 도입을 통한 콘텐츠 제작
전 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주대사습놀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쟁 서사의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평가 주체가 명창들로 구성되는 폐쇄성을 극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다수의 대중이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하고, 경연 참가자의 집중도를 높이고 관객의 극적인 흥미 유발을 위해 경쟁적 요소를 주된 도구로 사용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시대적 고뇌와 대중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서사구조를 지녀야 한다.
다음은 경연프로그램을 경쟁서사를 통해 확장시킨 사례와 공연제작 지원의 평가에 관객 이 직접 참여 하는 등 실제 사례다. <DIMF 뮤지컬 스타>는 채널A에서 방영되던 차세대 뮤지컬 스타 발굴을 위한 국내 뮤지컬 배우 경연대회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에서 2015년부터 10-20대를 대상으로 펼쳐지던 뮤지컬 배우 경연대회를 뮤지컬스타라는 제목으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종편채널인 채널A에서 방영되었다.
초창기엔 다큐멘터리 형식의 방송으로 오디션 참가자들의 뒷모습을 보여줬고, 지난 2019 년부터는 오디션 형식으로 편집해 3회 방송을 새롭게 편성했다. 이듬해부턴 8회의 시리즈 방송으로 편성돼 두 달여 간 안방을 찾았고 이번 시즌 역시 총 8부작으로 편성됐다. 이미 ‘딤프 뮤지컬 스타’는 전문성 면에선 업계에서 최고 수준으로 정평이 나있다. 청소년을 대상으 로 한 차세대 뮤지컬 배우 찾기 프로젝트로 지난 2015년 시작한 이후 매년 양적・질적 성장을 이어가며 괄목할 성적을 기록 중이다. 1회 대회와 비교해 올해 지원자 수는 약 300% 가량 증가했고, 이 대회를 통해 배출된 차세대 스타들은 한국 뮤지컬을 이끄는 신예 배우로 활약하 고 있다. 또한 뮤지컬 장르의 경연대회가 전무했던 예전에 비해 ‘딤프 뮤지컬 스타’ 이후 다양한 유사대회가 생겨나는 등 DIMF가 뮤지컬 산업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콘텐츠를 개척했 다는 평도 자자하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특정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심사위원의 선택으로 승부를 가리는 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멘토링 시스템을 두고 있다(박정선, 2022).
이처럼 뮤지컬배우를 꿈꾸는 10대와 20대를 대상으로 진입장벽이 높았던 뮤지컬 시장 에 들어갈 수 있도록 멘토링 서비스와 각자의 스토리텔링을 비춰주면서 대중의 화제성을 이끌어 낸 바 있다.
2021년 10월 9일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창작뮤지컬어워드 넥스트(NEXT)는 관객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여 시범공연은 이뤄졌지만 아직까지 공식 상업 공연으로는 제작되지 못한 창작 뮤지컬 세 편(‘바이칼 로드’, ‘보이즈 인 더 밴드’, ‘앨리스 스튜디오’)을 뮤지컬 오디션 방식을 통해 관객들이 직접 실시간으로 공연을 관람한 뒤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 으로 마음에 드는 작품에 투표하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작품이 우승하는 구조로 진행됐 다(장재진, 2021).
방송을 통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많았으나, 위의 사례처럼 공연 콘텐츠를 공개 오디션 무대에 올린 사례는 드물다. 이처럼 판소리를 비롯한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역 시 이러한 리얼리티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을 연계하거나 제작지원의 선정방식으로 도입 하는 것 또한 새로운 대안이 되겠다.
Ⅳ. 결 론
살펴본 바와 같이 전주대사습놀이는 조선 시대 전주에서 시작된 전통예술 경연 대회로, 판소리 등 전통 예술의 명인을 발굴해 명예와 부를 제공하는 중요한 행사였다. 어쩌면 그 것은 최근 유행하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오디션의 원조가 되며 K-콘텐츠가 세계적 관심을 끌게 되는 대중예술의 플랫폼 기반이 구축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것이라 하겠다. 하지 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사라졌다가 1975년에 부활한 후 성장하는 과정에서 명창의 이해 관계와 전공자 중심의 폐쇄성, 공정성의 상실, 유사 경연대회의 다발적 개최, 대통령상을 비롯한 시상의 난발, 국악단체의 정원한계로 인한 전공자 이탈, 대학 내 국악과 폐지, 음악 교과목에서 국악 교과목 축소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전주대사습놀이, 더 나아가 판소리와 전통예술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반면 K-콘텐츠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K-콘텐츠 플랫폼을 구 축하기 위한 다양한 리얼리티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이 개발되는 기현상을 보이게 되었다. 이는 신인 발굴이라는 측면과 대중음악의 한계극복이라는 양자의 필요충분조건에 의해 자 연적으로 발생되었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단순한 경연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경 쟁과 드라마를 결합해 대중의 관심을 끌고, 대중예술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방법 적으로 일반적인 드라마에서 활용되는 캐릭터와 배경, 스토리텔링 등의 서사구조의 도입 이 그러한데, 이는 참여자 경쟁 집중도 향상과 함께 오락적 소비와 평가를 통한 참여를 유도하는 호응을 유도했다.
전주대사습놀이가 현대적 요소와 팬덤 문화를 도입하면, K-콘텐츠의 중요한 축으로 성 장할 잠재력이 크다. 이를 위해 대회는 보다 개방적이고 대중 친화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할 수 있다. 전주대사습놀이가 지금의 폐쇄 성을 극복하고 향후 K-콘텐츠로서 확장성을 기획한다면 다음과 같은 노력이 요구된다.
첫째, 귀명창과 같은 전문가 관객층이 요구된다. 전통의 보존이라는 것이 외형적 형태의 보존을 의미하진 않는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변화해 갈 때, 비로소 전통의 복원이 라는 본질에 더 가깝게 다가갈 것이다.
둘째, 일반 대중의 경연 참여 기회의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의 경연은 주로 대학의 관련 학과를 졸업하거나 전문가 위주로 참여를 한다. 명창의 탄생이 예능보유자나 그 전수자로 이어지는 명예 사슬로 가서는 안 된다. 명창의 역할은 대중성과 이어져 대중의 사랑을 받 는 형태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국악 플랫폼이 구축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일 반 대중의 참가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이들을 위한 교육도 동반되어야 한다.
셋째, 경쟁 서사 시스템의 도입을 통한 콘텐츠의 제작이 필요하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경연이 단순히 경쟁 관계에서 승패를 겨루는 것으로 끝날 게 아니라 이들이 미션을 수행하 는 과정에서 네러티브가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 방법적으로 그들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 들의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의 보강을 통해 소비상품으로서 판소리 스타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더불어서 전주대사습놀이를 미디어 플랫폼으로 연계하는 방안과 관객의 평가 참여를 유 도하는 등 지금의 폐쇄성을 개방성으로 전환하고 성과주의보다는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우 선시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전주대사습놀이의 여러 경연 분야 중 판소리에 초점을 맞 추어 진행하였으나, 향후 무용, 기악, 민요 등 10개 부문의 연구가 다각도로 진행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