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한 시대를 살아가는 민족에게는 일정한 생활양식이 있다. 그 속에 내재 되어 있는 사회 의 미의식은 그 자체와 같이 총체적인 문화를 만드는 데 참여한다.
우리의 민족문화 중 민속놀이는 대명절에 펼쳐지는 민중의 축제이다. 이 민속놀이들은 한국인의 현실적인 생활을 집약시킨 민중 서사극으로 해학과 풍자, 향토성이 한데 어우러 진 집단놀이 예술의 정수이다. 이런 놀이는 힘든 농경 생활 속에 한 가닥 휴식을 주는 삶의 레크레이션이었으며 지친 육체에 생체 리듬을 소생시켜 주는 신선한 충격이었다(이종철 2009, 17). 민속놀이를 연행하면서 서로의 화합과 유대를 가져왔고, 동질감을 이끌어 주는 힘이었으며 춤과 음악, 소리가 합쳐진 전통문화의 향유였다.
수영지신밟기는 한국인의 공동체 정서로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이다.
부산의 수영지역에서는 지신밟기로 얻은 곡식과 돈을 수영동에서 200년 이상 전승되어 온 전통 가면극인 ‘수영야류’의 경비로 충당했기 때문에 지신밟기를 ‘수영야류’의 사전 행 사 또는 부분으로 여겨왔다. 그동안 영남지역 지신밟기에 관련된 다양한 논의가 있었지만 수영지신밟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연구가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수영지신밟기는 1870년대 수영야류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연행되었다고도 한다. 1971년 ‘수영고적민속예 술보존협회’의 창립으로 ‘수영야류’를 본격적으로 전승하게 되었는데 수영지신밟기도 이때 부터 해마다 연희하게 되었다. 2010년 이후 고증 과정을 거쳐 지신밟기가 ‘수영야류’로부 터 독립함으로써 2014년 수영지신밟기는 부산광역시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현재는 수 영지신밟기 보존회에 의해 보존·전승되고 있으며 3명의 예능 보유자가 지정되어 있다(박기 현 2020, 107). 수영지신밟기의 공동체적 가치는 민속학적으로 가치가 있고, 전통성을 내 포하고 있는 미적 가치는 외적 형식미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공동체 삶 속에 내재 하는 한 국인의 미의식 구성 요소들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한 시대의 문화재 가치는 그 시대의 공연자들과 관중들의 미적 가치판단에 의해 좌우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연구 분야와 방법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탐구 양식의 실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수영지신밟기에 대한 선행연구는 『수영지신밟기의 연행적 특징과 명인들』(박기현 2020),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제22호 수영지신밟기의 미래를 조망하며』(배현열 2017), 『수영지신 밟기의 세대 분류에 따른 춤의 전승 고찰 : 북춤과 버꾸춤을 중심으로』(추나영, 안귀연 2021), 『부산지역의 소고춤 비교 분석』(안귀연, 추나영 2021) 등 학술 연구가 있다. 선행연구를 고찰해 볼 때, 수영지신밟기에 내재 된 미의식을 연구해 보고자 하는 본 연구 내용은 색다른 연구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수영지신밝기에 내재 된 한국인의 공동체 삶과 미의식을 모색하여 민 속문화로서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이다. 연구 방법은 수영지신밟기에 관련된 문헌과 학 술자료의 내용을 중심으로 공동체 문화로서 민속문화 및 민속무용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 를 위하여 제49회 ‘수영전통민속예술축제’ 연희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을 연구 자료로 사용 하여 동작을 설명하고 분석하였다. 이러한 논의 후 도출되는 결과로 수영지신밟기의 전통 문화적 가치를 재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민속적 가치와 내면적 미의 식을 살펴본 연구물로서 21세기 사회와 문화 속에서 수영지신밟기에 내재 된 미의식의 연 구에 새로운 방향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서론에서 연구의 목적과 방법을 밝히고, 본론의 연구 내용으로는 저서와 학술 자료에 근거한 미학 일반 이론에 근거하여 수영지신밟기에 내재 된 미의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더 나아가 동ㆍ서양의 미학 이론에 근거하여 수영지신밟기의 미의식을 도출해 내고 자 한다. 이는 시대변천에 따른 미의 변형수용과 이를 토대로 원형과 시대성에 따른 현대 성의 수용 문제를 연구하여 과거의 문화유산에 대한 중요성을 재인식함으로써 전통문화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영지신밟기에 대한 이해는 한국인의 공동체적인 삶과 미의식까지 논의했 을 때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 후 도출되는 결과로 수영지신밟기를 자리매김하고, 정신적 가치와 내면적 미의식을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수영지신밟기의 미 학적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Ⅱ. 본 론
1. 공동체 문화로서 민속문화의 공유가치
한 시대의 사회에 일정한 생활양식이 있고 그에 따른 이념이 있으리란 것은 쉽사리 예상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생활양식이며 이념이 그것들에 상응한 미적 경험이며 미의식을 유 발하리란 것 또한 비교적 쉽게 예견될 것이다. 한 시대 사회의 미의식은 시대 사회 그 자체 와 더불어서 총체적인 문화를 형성하는 데 참여하기 때문이다(김열규 외 1998, 7). 민속문 화는 공동체의 궤적 속에서 발현된 현상들이다. 수영지신밟기도 공동체 제의로 시작하여 각 가정에서 며칠간 집돌이를 하며 서로의 미적 체험을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을 것이다. 이렇듯 개인들이 느끼는 미적 체험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단절이며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을 공유하는 것이다. 제의와 놀이 속에서 느끼는 미적 체험의 확산은 힘든 생활에서 공통적인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게 하며, 큰 신명풀이의 과정을 거친다(김재 홍 2015, 62). 이러한 신명풀이의 연희장이 되었던 지신밟기는 새해를 맞이하여 마을 공동 체의 행사로 주민들과 개별 가정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제사를 지냈다. 집안의 액을 쫓고 복을 부르는 풀이를 하고 놀이로 연결하여 대동단결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현재 수영지신밟기에 참여하는 인원은 영가, 호적, 쇠재비, 징재비, 장구재비, 북 잽이, 버꾸 잽이, 등 악사 30명과 기수, 사대부, 팔 대부, 잡색 등 총 51명이다(박기현 2020, 108). 민속놀이는 민중들의 생활 속에서 발생하여 민간에서 전승되어 온 놀이이기 때문에 민속놀이는 민중들의 생업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리 전통사회는 농업을 생업으로 하였기 때문에 민속놀이도 농경 생활을 바탕으로 형 성·전승되어 온 것이다. 따라서 민속놀이는 농경의례인 세시풍속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세시풍속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민속놀이는 일상생활에 활력을 넣고 생활의 리듬을 부여 하는 유희·오락적 성격과 더불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의적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김열규 외 1998, 87). 제의적 성격을 지닌 마을 민속놀이 중 지신밟기가 시작되는 풍물굿을 하게 되는데, 이 또한 마을굿 못지않게 중요한 신앙생활 의 고유기능을 발휘한다(임재해 2008, 132). 지신밟기가 제의성을 띤 동시에 놀이로 파악 된다면 당연히 연행(演行)의 양상이 드러난다. 전통적으로 마을이라는 집단 공동체에서는 지신밟기를 하기 위해 정초가 되기 전부터 공동체 구성원이 참여하는 집단적이고 민주적 인 절차에 의해 이른바 지신밟기를 하는 패거리를 구성하고, 날짜와 순서 등을 정한다(김 재홍 2015, 13). 한국 민족의 공동체 삶에서 나타나는 공통 정서는 한을 푸는 과정을 중요 시 여긴다. 이것은 한국 사람의 미의식에서도 나타나고 한국 사람의 예술에서도 나타난다 (이기동 2014, 223). 이러한 공동체의 정서 속에서 나타나는 문화는 민속문화의 공유가치 를 일깨워 주는 데 큰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2. 미학 이론에 근거한 수영지신밟기의 미의식 해석
1) 수영지신밟기에 내재 된 미의식
인간은 각자에게 주어진 생활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심판은 신에게 맡긴다. 세시 의례인 축제와 굿과 놀이에도 신을 부르는 청신, 신과 함께 신명 나게 놀고 신에게 복을 기원하는 오신, 다시 잘 돌아가시라는 송신 등, 민속문화 속에는 신이 중심이 되는 사고가 깃들어 있다.
이렇듯 민속문화의 또 다른 특성은 종교적 기원과 구복 신앙이다. 한국인의 놀이나 예술 은 언제나 신에 귀의하고 신과 결부하려는 성실함에 있다(이종철 2009, 16). 민속문화에 내재 된 미의식은 심리학적 입장에서 미적 태도에 있어서 의식 과정을 가리키며, 철학적 관점에서는 미적 가치에 대한 직접적 체험을 의미한다. 미학 이론에서는 미의식을 설명할 때 관조·향수의 문제를 그 중심에 두었다. 그 이유나 원인으로서는 향수는 공중(公衆)의 체험으로서 넓은 범위의 성질인데, 비해 창작은 예술가의 체험으로서 한층 전문적인 체험 이라는 것이다(타케우치 토시오 1989, 225). 이러한 심리학적 입장과 철학적 관점에서 바 라본 미의식에 근거하여 수영지신밟기에 내재 된 미의식을 해석해 보고자 한다.
수영지신밟기는 민속학적으로 가치가 있고, 전통성을 내포하고 있는 문화재라는 명제 아래, 우리는 자긍심을 가지고 그 속에 내재 되어 있는 미의 세계를 만나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수영지신밟기의 미적 가치 평가 기준 또한 그 속에 내재 하는 구성 요소들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는 미적 가치를 사물 자체, 즉 심미적 대상을 경험자의 태도에서가 아니라 경험 대상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영지신밟기가 가지고 있는 특징 중의 하나는 공연자와 관중이 공존함으로써 서로 공간을 공유하고 이에 따라 시ㆍ공간을 개방시켜 여지와 여백을 두며, 참가자에게 신체적·정서적 상호 일체감을 보장하였다. 이는 생활 속의 무대 공간으로 인식되어 온 야외 공간에서 참가자 모두가 상호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마당 공간 속에서 이루어진 수영지신밟기는 그 속에서 일어나는 상호교감을 미적 특질로 하고 있다. 야외 공간이자 무대 공간인 마당에서 펼치는 연행자들의 연희를 분석하여 미적 특질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소고춤 연행자와 상쇠의 동작을 보면 큰 원형 안에 또 다른 원형을 유지하면서
서로 상호교감을 하며, 각각 서로 다른 방향인 역방향으로 돌면서 범우주적인 기가 생성 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도판. 1>.
도판 1
역동성의 미 (The Aesthetics of Dynamism). 김성미, 2023.06.03. 수영민속예술관 놀이마당 Suyeong Folklore Arts Center Playground), 부산.

원의 의미는 막힘과 폐쇄적인 의미로 수용 가능하지만, 수영지신밟기에서 대형의 변화 들은 바깥으로 퍼져나가면서 확산의 미를 표현하고<도판. 2>, 다시 안으로 집약하는 미적 특질을 보인다<도판. 3>. 원형의 공유 시각 속에서 직선적이거나 공격적인 선도 만들어지 고 있다.
도판 2
확산의 미(The Aesthetics of Expansion) 김성미, 2023.06.03. 수영민속예술관 놀이마당 Suyeong Folklore Arts Center Playground), 부산.

도판 3
집약의 미(The Aesthetics of Concentration) 김성미, 2023.06.03. 수영민속예술관 놀이마당 Suyeong Folklore Arts Center Playground), 부산.

미의식의 미적 소재에 선의 요소가 있다. 직선은 형식적으로 좌우로 연장하는 평탄한 확장을 가지며 가장 안정되며, 감각성을 갖추고 있다<도판. 4>.
곡선의 성격에는 우아함, 원열함, 동적, 여성적, 감정적 요소를 갖고 있다. 이러한 성격적 요소가 곡선이 갖는 전형적인 형식 감정이다(고바야시 신지 1983, 113).
원형적 시각에 몰입할 즈음 소고춤 동작에서는 바로 직선이 개입되는 동작이 등장한다. 원형의 구도 후에 나타나는 직선의 미는 매우 공격적이며 시작도 끝도 없어 보이는 테두리 속의 막힘에서 해방되는 시원함과 넉넉함을 동시에 준다. 이것은 원과 직선이 주는 집약과 확산이 서로 물려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몸 자체가 춤이 되어 하늘과 땅을 하나로 일체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몸은 자연의 정기를 받아 자연과 합일하고 자연의 신명을 노래와 춤으로 표출하는 것으로 해석 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춤뿐만 아니라 한국의 예술은 흔히 자연성을 바탕으로 하는 것 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인은 자연 순응의 정신으로 자연과 가까이 지내오던 사람들이기에 미의 초점은 자 연미를 숭상하는 데 있었다. 그래서 자연미로서의 원과 태극, 곡선에 대하여 남달리 친밀 감을 가졌다. 이러한 동양적이면서 특히 한국적인 원과 태극과 곡선의 미의식은 수영지신 밟기 전반에 걸쳐 표현되고 있다. 소고춤 동작에서 보면 지구가 자전을 하면서 동시에 태 양 주위를 공전하는 것처럼 소고춤 공연자 개개인이 돌면서 춤을 추지만 전체가 다시 큰 원으로 돌고 있다. 이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다시 말해 우주적 기를 표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도판. 5>.
도판 5
돌기 동작(Spinning Movements) 김성미, 2023.06.03. 수영민속예술관 놀이마당 Suyeong Folklore Arts Center Playground), 부산.

북춤에서 보이는 집약 미의 춤사위<도판. 6>와 소고춤에서 보이는 확산 미의 춤사위<도 판Fig. 7>는 집약과 확산의 이중교호적인 얽힘이며, 땅과 더불어 몸과 마음이 같이 돈다는 정 서로 이는 하늘보다 땅을 중시하는 동양사상이 기저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도판 6
북춤의 집약미(The Concentrated Aesthetics of Drum Dance) 김성미, 2023.06.03. 수영민속예술관 놀이마당 Suyeong Folklore Arts Center Playground), 부산.

도판 7
소고춤의 집약미(The Concentrated Aesthetics of Small Drum Dance) 김성미, 2023.06.03. 수영민속예술관 놀이마당 Suyeong Folklore Arts Center Playground), 부산.

따라서 수영지신밟기의 미의식 속에는 직선적인 춤보다는 원을 그리면서 표현되고 있는 다양한 원의 춤이 인간들의 원초적 본능 행동이며 동양사상의 기초가 되는 원을 원형으로 하는 춤을 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풍물패가 흥을 돋우면 마을 어른들은 우스운 몸짓과 그저 그렇게 하는 손짓과 자연미를 살려 한동아리가 되어 느릿느릿 움직이는 기우뚱거림의 춤, 율격과 형식이 없는 손가락 하나로 추는 흉내 낼 수 없는 춤을 흥겹게 춘다(이종철 2009, 228). 이는 앉음과 섬, 현장 성과 즉흥성을 보여주며 격식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풍부함을 엿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도판. 8>.
도판 8
즉흥성을 살린 춤(Improvisational Dance) 김성미, 2023.06.03. 수영민속예술관 놀이마당 Suyeong Folklore Arts Center Playground), 부산.

2) 공동체의 삶 속에 살아있는 미의식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서 나타나는 미의식은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삶의 공통적 경 험을 바탕으로 구축하여 온 것이다. 한국인의 공동체 삶에 있어서 희노애락의 표현은 놀이 문화를 통해 구현되었다. 이러한 놀이를 통해서 힘든 삶을 풀어내려고 노력한 힘은 고통과 쓰라림, 아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해 내는 공동체 미의식으로부터 나온 것이다(유영건 2011, 119). 이러한 공동체 미의식은 수영지신밟기 내에서도 어김없이 표출되고 있다. 공 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면서 모두 같이 공유하는 공간에서 지신밟기를 시작한다는 것은 공 동체의 화합을 이루고, 또한 모두 같이 신을 모시고자 하는 의례이자 놀이였다. 이는 길놀 이에서도 볼 수 있는데, 길놀이는 마을의 가장 번화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며 공동체의 삶 속에서 공유하고 있는 열린 공간에서 연희한다. 이는 연희자와 공동체의 구성원이 모두 같은 시공간에 있다는 공동체 의식을 확대해 주었다.
생활 속에서 항상 열려있는 공유공간은 집단의 결집력과 응집력을 가질 수 있었으며 지 신밟기가 행해지는 개방된 마당이라는 공유공간은 마을 주민들의 참가를 유발시킬 수밖에 없다. 지신밟기에 참가하여 같은 미적 체험을 공유하는 장소에서 (김재홍 2015, 61)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자유 공간과 자유 의식을 존중해 주었다. 공유의 공간에서 놀이꾼과 구경 꾼이 다 함께 놀면서 한 지역의 공동체로서 일체감을 가질 수 있게 하였으며 이는 살아가 는 데 중요한 삶의 한 요소였다.
인간의 문화는 각자 살아가는 자연환경과 관련이 있다. 우리 민족에게 자연은 친근한 존재로 여겨진다. 자연환경은 한국인의 미의식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신다애 2009, 3). 수영지신밟기에도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자연에 적응한 자유로움이 담겨 있다. 인간이 모방한 대상은 자연일 것이고(박인창 2013, 8) 한국인의 미의식도 기본적으로 자연의 모방 속에서 내재 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공동체 속에서 자연 순응의 기본 본질에 충실하며 내재 되어 왔다. 한 공동체의 삶의 양식과 미의식의 연관성을 추적하는 일은 크게는 주어 진 공동체의 생활양식과 문화양식의 상관성을 전제로 하여서 제기될 종속적 문제의식 곧, 문화양식과 공동체의 개성을 캐는 문제의식과 무관할 수 없다. 그것은 한 공동체의 문화를 연구함으로써 그 공동체의 집단적 개성을 묻는 일과 삶의 양식과 미의식을 탐색하는 일이 무관할 수 없다는 것과 통하는 말이다. 한 공동체의 문화에 투영된 공동체 구성원의 보편 적이고도 전통적인 개성 곧, 핵심적 개성은 당연히 미의식에도 관여할 것이기 때문이다(김 열규 외 1998, 7). 수영지신밟기에 내재된 미의식도 한국인의 공동체의 삶 속에서 이러한 전통적인 개성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3) 동ㆍ서양 미 이론에 입각한 수영지신밟기의 미의식
동양과 서양의 철학적 사고는 서로 다르다. 동양사상은 유교적 영향으로 도덕과 윤리가 중심 사고이다. 반면 서양사상은 지식과 과학적인 사고가 중심적이다.
서양의 미의식은 외적인 미적 현상에서 시작하지만, 동양의 미의식은 내면에서 나온 현 상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이와 같이 동서의 예술은 그 출발부터가 다르다(배계영 2010, 15). 서양은 대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만, 동양은 감성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며 인간중심 의 사고를 갖고 있다. 동양적 미의식의 특징은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지 않고, 자연의 변화 하는 순리와 그 흐름을 삶의 도덕적 원칙으로 조화시킨 점이다(윤세희 2018, 124). 수영지 신밟기의 연희에도 자연과 어우러져서 즐기고 노는 장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자연공간인 야외 공간에서 단순한 몸짓이나 흥이 표출되는데, 이는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소통하며 즐기는 미의식으로 한국 전통미의 특징인 자연 중심의 사고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는 것 을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서양의 미의 본질은 자연 앞에서 나약함을 느끼면서도 신에 대한 대항적 관점 의 미의식을 가졌다(이수정 2016, 482). 동양은 자연 중심의 사고이고 서양은 신을 중심으 로 한 사고이다. 동양과 서양이 실제의 삶과 체험에서 큰 차이가 없더라도, 삶과 체험을 이론화하는 데서는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인생관과 세계관이라는 철학이 다르면, 비슷 한 삶과 체험에 대해서 전혀 다른 설명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이상우 2018, 39). 동ㆍ서양 의 문화는 기본 발상에 큰 차이가 있으며 미의식도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각각의 철학 속에서 다른 삶을 영위하였고, 그에 따른 미적 체험과 예술의 의미도 다를 것이 자명하다. 한국의 미적 특질은 자연성, 평화와 해학을 강조하는 독특함을 지닌다. 자연 사상에 기초 하여 한국 민속놀이를 설명할 때 먼저 형태적으로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틀 거리가 동원되며, 그리고 내적으로는 기의 흐름에 초점을 두고 있다. 동양과 서양의 공동체 삶이 어떻게 다르며, 어떤 미의식 속에서 분리되는지를 알게 되면 수영지신밝기에 내재 된 한국 인의 삶과 미의식도 알게 될 것이다.
서양의 자연관이 자연은 사물의 본성이나 법칙, 물질,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받아 들여져 왔다면, 도가사상의 무위자연은 자연이 모든 사람에게 삶의 지침, 도덕률로 섬겨져 왔다고 할 수 있다(신다애 2009, 12). 이러한 자연에 영향을 받은 수영지신밟기의 연희 형태도 자연의 기운을 숭상하며 인간 세상을 초월하여 능동적으로 자연과 합일하고자 하 였다. 서양의 예술은 질서정연한 특성이 보이는, 반면 동양의 예술은 정적이며 곡선과 부 드러움의 특성을 보인다(정병호 2004, 25). 이러한 관점을 볼 때 서양의 무용은 객관적이 고 합리적이지만 한국민속무용은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영지신밟기에는 한국 특유의 인간미가 있으며 표정은 한국인의 민족성인 밝고 꾸밈없 는 모습을 그대로 표상하고 있다. 서양의 춤처럼 다양한 표현 방식이나 기교성은 없으나 소박하고 담백하다. 순간의 멈춤도 있는데, 서양 미의식의 중요한 요소인 역동감을 강조하 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터를 계속 밟고, 대열 짓기 등이 의미를 반복 강화하는 기능도 하겠지만, 사방에서 바라보는 관중을 의식하여 모두 그 역동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기능 도 포함되어있는 것이다.
수영지신밟기에서 나타나는 춤 정신은 형태미보다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자연 순응의 정 신미가 있다. 한국인은 자연 순응의 정신으로 자연과 가까이 지내오던 사람들이기에 미의 초점은 자연미를 숭상하는 데 있었다(서지연 2008, 8). 그래서 수영지신밟기에서 표현되는 미의 초점은 자연미로서의 부드러운 곡선을 주로 사용하였으며 원과 같은 화합과 단결을 표현하는 것에 친밀감을 가졌던 것이다.
이렇게 수영지신밟기에서 표출되는 미적 가치는 동ㆍ서양 이론에 의해서도 증명이 되는 셈이다. 전체적 예술성에서는 동양의 미의식인 자연을 중시하고, 자연스러움을 우선시하는 내향적인 면과 정신적 쾌감을 주는 미적 요소가 내재 되어 있다. 구성 자체가 조화롭고, 대칭적, 비례(比例)적, 기하학적(幾何學的)이고 질서정연한 서양적인 미의 특성을 표현하 기도 한다. 이렇게 동ㆍ서양의 미 일반론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으며 자연 순응의 정신과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의 개체 생명력, 예술의 총체성을 가진 수영지신밟기를 우리는 한민 족의 공동체적인 민속문화로서의 중요한 가치를 인정하고 계승 및 전수에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3. 한국민속무용의 일반론적인 미의식과 수영지신밟기와의 미학적 관계
1) 수영지신밟기에 내재 된 한국민속무용의 정신과 특징
한국민속무용의 특징은 선과 맛, 멋, 흥이 어우러져 몸과 마음이 하나로 승화되는 넉넉 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이 수영지신밟기의 연희에 어떻게 녹아져 있는지 살 펴보도록 하겠다.
한국민속무용 중 그 내용과 형식, 춤추는 기법 등에 있어서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정병 호 2004, 148). 수영지신밟기의 연행자들도 현장에서 각자 다르게 추어지고, 춤의 특징들 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금씩 달라졌지만 한국민속무용의 춤 정신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한국무용의 특징은 한과 신명이 바탕이 되어, 신명이 극치로 가는 듯하면서도 한 을 느끼게 하는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배합하여 맺으면서도 다시 풀고, 어르면서 당기는 데 그 묘미가 있다. 또한 춤을 추고 움직이는 동작의 정지 속에서도 나타나는 자유로운 고요한 역동성에 큰 묘미가 있다(김열규 외 1998, 199). 수영지신밟기도 마찬가지로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그 속에 잠재되어 지금까지 살아있는 춤 정신은 계속되고 있다. 수영지 신밟기에 내재 되어 있는 한국민속무용의 춤 정신을 살펴보면 먼저, 한국 춤에서는 꾸밈과 교묘함을 싫어하는 자연스러운 것에서 느끼는 아름다움과 자연과 우주적 운행 질서를 재 현하는 자연미의 춤에서 나오는 자연 순응의 춤 정신이 있다.
수영지신밟기는 자연 순응의 춤 정신으로 한국적 자연주의에 입각한 춤 정신이 살아있 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생활의 활력을 찾고자 하는 현세주의적인 정신적 기능도 중요했 을 것이다. 그리고 공동체적인 춤으로 마당에 모인 공연자와 관중의 친목과 단합을 위한 목적도 있고, 백성들의 윤리, 도덕의 기강을 세우는 뜻도 있다. 공동체 속에서 서로의 기운 과 감정을 모아가면서 춤을 추는 공간과 시간 속에는 자연과 합일하고자 하는 정신이 무한 대로 커지는 것이다. 춤의 선들은 끊이지 않는 연장선과 확장성으로 춤의 생명성과도 연관 지을 수 있다(고경희 2012, 44). 춤의 확장성과 생명성을 담은 후, 수영지신밟기를 바라보 는 우리들의 눈은 그 춤 속에 담겨 있는 공동체 정신을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민속무용의 특징은 정중동(靜中動)의 춤이다. 정은 맺는 동작이고, 중은 감정을 어 르는 동작이며, 동은 감정을 푸는 동작이다(허순선 2005, 21). 수영지신밟기의 춤사위도 정ㆍ중ㆍ동의 정서로 춤을 춘다. 이렇게 겉으로 보기에는 몸의 움직임이 없는 듯하지만 내면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고, 내면의 움직임이 없는 듯하지만, 몸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멋에서 미의 극치를 이루는 것이다. 이는 수영지신밟기의 춤이 여백에 의해서 무한성과 영원성을 나타내려고 하는 것과 같다. 이런 춤의 여백 속에 풍물패의 소리는 어김없이 뚫 고 들어간다. 풍물패의 농악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강하지만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선율의 표현기법은 고정된 틀에 매이지 않으려는 미의식이다. 소리에서도 당겨 내거나 혹은 꺾어 내는 것에서 생동하는 선율을 느낄 수 있는데 여기서 우리는 역동적인 미의식을 만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의 선이란 직선이 아니라 구부러진 선, 끊임없이 이어진 선이며 생명의 역동성을 간직한 선, 장식적이지 않고 규격화되지 않는 선, 사람보다는 자연과 합일하여 그 자연에 맡기는 선이다(김열규 외 1998, 335).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민속무용의 일반적인 미의식이 수영지신밟기에 일부분 이 내재 되어 있으며 이는 미학적 접근을 통하여 수영지신밟기의 예술성을 재확인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2) 미의식과 주ㆍ객 동일성의 문제
수영지신밟기를 감상하는 객체 관점에서 보는 관중들, 양반이나 서민들, 모두가 공연 주 체인 공연자들이 품어내는 춤사위들과 그 속에 내재 되어 있는 정신적인 미까지 혼연일체 가 되어 느꼈을 것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수영지신밟기를 처음 만들었을 때의 감동이나, 지금, 현재 우리의 시각으로 보는 감정의 뿌리는 하나이다. 이것이 수영지신밟기가 오늘날 까지 우리의 정서 속에서 편안하게 계승 되어져 온 이유이다. 과거나 현재, 그리고 앞으로 보게 될 수영지신밟기 속의 미의식의 뿌리에는 항상 주ㆍ객 동일성의 원리가 내재할 것이 다. 미적 체험은 미적대상에 대한 완전한 인식과 이해로 이끄는 교감을 형성하게 되고 미 적 가치를 생성하여 주객의 조화로운 관계를 확장함을 알 수 있다. 미적 체험의 과정은 미적대상에 대해서 주체와 객체가 어떠한 연관을 맺어 가는지(김재홍 2015, 63) 살펴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진정한 미는 공연의 공급자인 주체와 공연을 보고 느끼는 수용자의 입장인 객체의 혼입과 시간과 장소의 초월에 의한 것이며, 미의 인식은 자기 자신을 대상 에 투사함으로써 생겨나며 그 결과 공연자와 관객 사이에 혼입이 생겨난다. 그것은 미래나 과거로 한정되지 않은 바로,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영지신밟기의 춤은 여러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내며 정형화되어 있다. 모든 춤은 무수 한 동작 즉, 수많은 춤사위를 가지고 하나의 틀 거리를 이루고 있으며 각각의 고유한 멋을 자아내고 있다. 또한 멋에서 나오는 춤의 아름다움은 무엇이고, 그 안에 내재 된 미의식(美 意識)은 어떻게 말해질 수 있을까, 춤을 통한 내면적 미의식 세계를 들여다보며 춤의 아름 다움에 나타난 정신은 어떠한 체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은 미적 가치를 성립시키 는 데 필요한 구성요소일 것이다.
미의식 속에서 이루어진 주ㆍ객 동일성은 관중들에게는 미를 감상한 후, 감동을 느끼게 하고, 공연자들에게는 흥분과 감격을 준다. 이는 동시에 이루어지며 주체와 객체가 동시에 느끼는 미적 체험이다. 미의 세계 속에서 가시적으로 되는 주관과 객관의 동일성은 사회적 매개 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에 미적 종합의 전형적 형식은 ‘인간의 실천’을 통하여 산출된 통일인 것이다.
4. 전통의 당위성, 원형과 현대성의 수용 문제
‘전통’이란 개념은 견해에 따라서 현대성의 개념과 대립 개념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 러나 중요한 것은 ‘전통’이란 개념은 ‘시간’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즉, 과거의 예술 활동이 오늘날에 와서는 전통이 되고, 오늘날의 예술 행위가 미래에는 전통이 된다. 그래서 전통 예술은 전통이 가지고 있는 당위성을 가지며 보존의 가치도 가지고 있다. 있다. 그러나 놀 이문화는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일회성의 현장성이기에 변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민속무용은 연희자에 따라 따르게 표현되며 시대나 사회적 변화에 따라 미의 특징도 다르 게 나타난다.
무형문화재의 표현 방식이 일회성이기 때문에 춤 또한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화됨은 주 지의 사실이다(엄옥자 2004, 62). 수영지신밟기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소의 변천 과정을 거쳤으며, 수영지신밟기의 올바른 원형 보존과 전통 계승을 위해 그 변모 양상을 밝히고, 그 시대에 따른 미의 흐름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전통문화의 원형성과 근대적 개념의 작품은 어떤 관련성이 있는가. 그리고 그것은 각각 어떤 수용의 과정을 거치는가. 역사적으로 형성된 관습과 전통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들은 전통문화가 제작의 과정에서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원형은 곧 박제로 인식되는 한국의 현실에서 다시 되짚어 봐야 하는 질문들이다. 원형은 그 원형 주체자들의 맥이 이어지지 못함으로써 원형 자체가 가진 다양한 요소들이 상실되고 있다. 그렇게 민속예술은 시간과 공간의 변화와 함께 한층 예능화 되고, 기능적으로 미화한 춤으 로 진행되어왔을 것이다(김태원 1999, 369). 민속무용의 특징 중의 하나는 작가의 손에 작품이 완성되지 않고 역사적 풍상과 함께 완성되어가는 것이다(엄옥자 2004, 229). 민속 예술 중 공연과 같은 연희는 관중들의 감동은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다. 전통예술의 원형 과 변용의 차이에 대해서 연희간의 차이, 연행자의 개인별 차이 등 현대성은 인정해야 한 다. 기억의 시간인 민속문화의 가치에 대해 원형과 현대성의 수용에 대한 문제는 충분히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다.
지금은 우리 민속문화에 대한 이해와 그에 상응하는 가치관을 확립하여 수영지신밟기를 바라보고, 그 원형을 계승ㆍ발전시켜야 하는 당위성이 절실한 시기이다.
Ⅲ. 결 론
지금까지의 논의를 토대로 수영지신밟기 전체에 흐르고 있는 다양한 의미들과 미적인 요소 속에서 많은 부분과 부분들을 결집시키고 적층시켜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해석 적 가치를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수영지신밟기의 미학적 완성과 독자적인 미적 평가의 준거 틀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전통예술인 수영지신밟기 미학 세계의 체계를 세우고, 이러한 체계 내에서 연구된 수영지신밟기의 미의식과 미적 특질은 새로운 시대의 학문적 계승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수영지신밟기에 내재 된 미의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수영지신밟기의 미의식은 전체적 예술성에서는 동양의 미의식인 자연을 중시하고, 자연스러움을 우선시하는 내향적인 면과 정신적 쾌감을 주는 미적 요소가 내재되어 있으 며, 또한 북춤, 소고춤에서 추는 춤사위에서는 서양의 미의식인 외적으로 드러난 미적 현 상으로 보는 역동적인 미를 볼 수도 있다. 춤의 구성 자체가 조화롭고, 대칭적, 비례(比例) 적, 기하학적(幾何學的)이고 질서정연한 서양적인 미의 특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둘째, 수영지신밟기에는 한국전통무용의 정신인 자연주의와 현세주의적 춤 정신, 마당 에서 나오는 공동체적 춤 정신, 도와 예의 춤 정신, 정중동(靜中動)의 춤 정신이 고스란히 내재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 미는 주체와 객체의 혼입과 시간과 장소의 초월에 의한 것으로 미의 세계 속에서 가시적으로 되는 주관과 객관의 동일성은 사회적 매개 작용의 결과이다. 이러한 미의식 속에서 이루어진 주ㆍ객 동일성은 관중들에게는 미의 감상 후 감동을 주고, 공연자들에게 는 흥분을 넘어서는 감격을 주는 것이다.
넷째, 미는 그 시대의 사회적 기능에 따라서도 특성이 다르며 변화한다. 무형문화재의 표현 방식이 일회성이기 때문에 춤 또한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화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수영지신밟기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소의 변천 과정을 거쳤으며 수영지신밟기의 올바른 원형 보존과 전통 계승을 위해 그 변모양상을 밝히고 그 시대에 따른 미의 흐름도 살펴보 아야 할 것이다.
수영지신밟기에는 심오한 예술성과 정신세계가 내재 되어 있는데, 이를 체계적으로 해 명하고 뒷받침해 줄 만한 학문적 기반은 꼭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영지신밟기의 미적 본질에 대한 규명은 우리의 민속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이며, 동ㆍ서양의 미 이 론들을 수영지신밟기에 구체적으로 접목시키거나, 우리 나름의 독자적인 춤 미학을 개척 하고 정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내면적인 미의 존재도 외면적인 표현 운동에 의해 활용되지 않는다면 미적 표현을 형성할 수 없다(정소영 2003, 123). 공동체의 삶으로 인해 생성되는 내면의 공통적인 미의식은 표현이라고 하는 활동을 통해 발현되며 우리 민족공동체의 생활 전반에 내재 되어 있는 미의식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무형유산으로서 수영지신밟기의 문화적 가치는 우리 민족공동체의 삶과 생활 전반의 민 족정신이 녹아 있다는 사실이다. 수영지신밟기는 예전에도, 지금도 그러하듯이 앞으로도, 각기 다른 시대, 다른 공간 속에서 각자의 궤적을 따라 춤을 추면서 모든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후대에 또 다른 미학의 세계가 정립되어서 다시 만날 수영지신밟기의 미의 세계를 기대하면서, 수영지신밟기의 내용을 부분의 해석 과 결집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해석적 가치를 통찰하고, 또 다른 객관적 시각으 로 규명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 전통의 미의식을 기저로 민속예술의 미학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수영지신밟기를 올바르게 계승ㆍ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외형적이고 신체 형상적인 미 이론과 더불어 내면적 인 요소인 사상적 원리나 춤 속에 흐르는 미의식을 밝혀내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전통에 대한 뿌리 찾기와 그 뿌리에 흐르는 공동체의 삶 속에 내재 된 한국인의 미의식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저자소개
안귀연은 부산대학교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민속문화의 콘텐츠개발을 중점으로 연구하고 있다. 현 국가 무형유산 ‘수영야류’ 전승 교육사, 대구시 무형문화재 전문위원, 부산대학교 외래교수이다.
An Gwilyun [An Gwiyeon] has Master's and Ph.D. from Pusan National University. An focuses on research related to the development of content in folk culture. an currently serves as a transmission educator for the National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mask dance drama, Suyeong Yayu. An is a specialist member of the Daegu Metropolitan City's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Committee, and an adjunct professor at Pusan National University.
김성미는 경희대학교 석사, 부산대학교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민속 의례에 대한 연구이다. 현 한국민속예술연구소 대표이다.
Kim Sungmi [Gim Seongmi] has a Master's degree from Kyung Hee University and a Ph.D. from Pusan National University. Gim’s primary research focus is on folk rituals. Gim currently serves as the director of the Korean Folk Arts Research Institute.
이경화는 부산대학교 석사. 박사학위 취득하였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전통무용의 전승·보존에 관한 연구이다. 현 부산시 국가유산위원회 전문위원, 아시아문화예술연구소 대표이다.
Lee Gyunghwa [Yi Gyeonghwa] has Master's and Ph.D. from Pusan National University. Yi’s primary research focus is the transmission and preservation of traditional dance. Yi currently serves as a specialist member of the Busan Metropolitan City's Cultural Heritage Committee and as the director of the Asia Culture and Arts Research Instit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