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시간이 흐르면서 21세기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기기의 전환이 사회적 연결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곧 사회 구조의 디지 털 전환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생물학적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유전자 사슬의 해독을 통해 클론이나 유전자 변형 그리고 줄기세포 기술 등으로 인해 인간과 자연 사이의 명확한 경계가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인류 문명이 전례가 없었고 결국 죽음에 대한 도전으로 일종의 ‘사이버펑크적 상태’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Bukatman 1993). 그러나 이와 동시에, 죽음에 대한 도전과 “사회적 살해”에 대한 논의는 글로벌 문화의 한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세계화와 기술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현대 사회는 구조적 폭력이 소리 없이 스며드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침식은 개인을 점차 자아로부터 분리시키며, 감정의 경험을 사람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벗어나 점진적으로 사회적 살인의 경 쟁의 장으로 변모하게 만든다. 호페쉬 쉑터(Hofesh Shechter)의 작품 「Double Murder」(이 중 살인)은 냉철한 예술 형식을 통해 이러한 문제에 응답한다. 그는 폭력의 형식화와 「The Fix」(더픽스)의 대비를 통해 관객을 전통적인 감정적 공감에서 이탈시키고, 강제적으로 유 지된 이성적 거리 속에서 잔혹하고 아이러니한 사회적 풍경을 냉정히 바라보도록 유도한 다. 이러한 접근은 무의식적인 수용, 참음과 무관심, 그리고 침묵하는 상태에 대한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는 쉑터는 이스라엘 출신으로 어릴 적 경험한 이스라엘 의 반복되는 사회적 갈등에 영향을 받아 권력 구조, 폭력, 그리고 사회에서 개인의 고립감 에 대한 주제들을 작품에 다루고 있는 안무가이다.
쉑터에 관한 기존 연구는 그의 작품 「Political Mother」(폴리티컬 마더)에서 안무 구 조와 강렬한 신체 움직임을 통해 사회와 정치 간의 긴장감을 표현했다고 지적하고 있다(김 현남, 우승화 2018). 또한 「Uprising」(업라이징)과 「In Your Rooms」(너의 방에서)에 서는 이질성과 경계를 넘나드는 특성이 포스트모던적 시각에서 탐구되었다(이연수, 정한 경 2015). 이들 연구는 주로 개별 작품에 대한 분석에 중점을 두고 있다. 「Grand Finale」 (그랜드 피날레)는 “미끄러지며 불안정한 현실”을 구성하여, 마치 긴장감 넘치는 종말의 장면을 연상시킨다. 쉑터의 작품에서 실험적인 표현은 관객에게 시각적 충격을 줄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종말적 분위기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희망을 유지하거나 절망에 빠지 는지를 고민하게 한다(Siobhan 2017). 그러나 2021년에 초연된 「이중 살인」에 대한 연구 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따라서 쉑터의 안무 특징과 작품이 전달하는 예술적 메시지 를 보다 폭넓게 고찰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에서 쉑터에 대한 연구는 존재하지만, 대부 분 권력 이론에 집중되어 있다.
브레히트의 소외 이론은 현대 연극의 중요한 이론적 방법으로, 연극 분야에 깊은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무용과 전통 공연 예술에도 도입되어 관객의 비판적 사고를 자극하고 몰입형 관객-공연 관계를 깨뜨리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연극적 이론을 무용에 적용 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브레히트의 소외 효과가 바우쉬 무용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 며 과장된 신체 언어, 극적인 장면 구성, 음악의 감정적 대비를 통해 전통 무용이 추구하던 미학적·서사적 선형성을 깨뜨리고, 관객이 사회, 성별, 인간 감정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하 도록 한다는 연구(이옥경 1998) 바우쉬의 「BlauBart」(블루바르트)에서 브레히트 소외 효 과가 신체 동작, 음악, 서사의 분리와 등장인물 관계의 단절은 무대를 감정적 몰입에서 관객의 반성적 공간으로 전환시켰으며 특히 작품 내 등장인물의 반복적인 동작과 비선형 적으로 설정된 장면들은 소외 효과가 무용 언어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된다고 한 연구 (신하 라 2012)등이 있었다. 이처럼 무용분야에서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소외효과의 관점에 서 주로 피나 바우쉬의 작품들에 관한 연구들 위주로 이루어 졌으며 전반적으로 무용분야 에서 브레히트의 소외효과의 관점에서의 논의된 선행연구는 아직 미비하다.
따라서 이 연구는 호페쉬 쉑터의 성장배경과 예술작업에 대해 알아보고 그의 작품 「이중 살인」을 브레히트의 ‘소외 효과’ 이론의 관점에서 분석하여 이 작품에서 나타나는 안무적 스타일을 분석하여 논의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특히 쉑터가 어떠한 무용적 언어의 소외효과 사용하여 어떻게 감정 표현과 사회적 비판의 융합을 통해 독창적인 예술성을 끌어내면서 관객의 감정 몰입을 깨뜨리고 비판적 사고를 자극하는 시키는지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2024년 6월 14일 상하이 국제 무용센터에서 「이중 살인」을 직접 관람한 내용을 바탕으로 국외 선행 연구와 브레이트의 소외이론과 관련된 저서들, 리뷰 등의 인터넷 자료를 수집하였다. 특히 쉑터의 안무 스타일과 소외효과의 구현 방식을 분석하기 위해 그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안무 구조, 동작 구성, 음악적 요소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또한, FORM Dance Projects 기관에서 주최한 쉑터의 안무 언어 관련 워크숍 자료(www.formdanceprojects.org.au)와 호페쉬 쉑터 무용단의 공식 웹사이트(www.hofesh.co. uk)에 게재된 자료를 활용하여 안무자의 의도와 연출 전략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소외 효과를 이루는 주요 장치들과 쉑터의 연출적 대응 방식을 종합적으로 탐구하고 자 하였다.
글로벌 문화의 사회적 현상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쉑터 작품의 연구를 통해 어떻게 예술적 요소를 통해 무대의 내러티브를 구축하고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드러내는지 대한 접근 방식의 연구는 글로벌 환경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깊이를 공유하고 또 다른 접근 방 식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좋은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Ⅱ. 호페쉬 쉑터(Hofesh Shechter)의 성장배경과 예술작업
1975년에 태어난 쉑터는 이스라엘 수도인 예루살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그가 성 장한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 수십 년 동안 급격한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겪어왔다. 1948년 건국 이후, 이스라엘은 복잡한 국제 관계와 국내 긴장 상태에 계속 직면해 왔으며, 특히 건국 초기에는 아랍 이웃 국가들과의 빈번한 충돌로 인해 오랫동안 긴장 상태가 지속되었 다. 팔레스타인 지역으로부터의 테러와 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았으며 유럽, 중동, 아프리카 에서 온 대규모 유대인 이민자들은 다양한 문화적, 종교적 배경을 이스라엘 사회에 가져왔 다(Shindler 2015).
이러한 현상들은 이스라엘의 사회, 경제 및 문화에 큰 도전이 되었고 내부의 문화적 갈 등과 대립을 심화시켰는데 이러한 문화적 융합 배경 속에서 각 민족 집단의 사회적 통합을 강조하며, 문화 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다원화된 문화 사회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폭력은 쉑터의 어린 시절 일상에서 피할 수 없는 주제가 되었고 이는 쉑터가 작품 을 통해 폭력을 삶과 예술의 주요 요소로 삼아 표현하게 된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Shapira & DellaPergola 2012, 45-67).
쉑터는 6살 때 피아노와 타악기를, 12살에는 이스라엘 전통 춤인 호라(Hora)를 배웠다. 호라는 발칸반도에서 유래하여 루마니아와 몰도바의 민속 춤으로 자리 잡았으며, 단순한 오락 활동을 넘어 유대 민족의 재건과 단결을 상징하는 춤이다. 원형 춤은 호라의 대표적 형태이며 무용수들이 손을 맞잡고 원을 이뤄 음악의 박자에 맞춰 회전하고 뛰는 형식인데 “춤의 스텝은 배우기 쉽고, 대개 빠르고 리듬감 있는 음악에 맞춰 진행되며, 점차 속도가 빨라지면서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Roginsky 2007, 35-38). 호라춤은 쉑터 에게 ‘신체와 음악의 결합’에 대한 독특한 이해를 심어주었으며 특히 호라춤의 영향으로 그는 작품 속에서는 변형된 “원형”이라는 상징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18살 무렵 쉑터는 2-3년간의 군 복무 생활을 통해 군대에서의 경험이 그의 사고방식과 생활관을 크 게 변화시켰다고 말하며, 마치 그의 정신에 “회로 단락이 일어난” 것 같았다고 묘사한 것 처럼 군대에서 경험한 집단성, 규율, 힘의 상징성을 자신의 예술적 스타일로 만들어냈으며 권력과 억압에 대한 작업들을 지속하고 있다. 군 복무를 마친 후, 쉑터는 이스라엘의 저명 한 바체바 무용단(Batsheva Dance Company)에서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Ohad Naharin) 과의 작업은 그의 예술에 관한 관점을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드는 발판이 되었다.
이런 이스라엘의 배경을 갖고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쉑터는 현대의 글로벌 사회에 대한 관찰 역시 심화되었으며, 그의 작품은 점차 이스라엘이라는 배경을 넘어 보다 광범위 한 글로벌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특히 세계화로 인해 사라지는 역사적 깊이와 현재에서 의 개인의 상실감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세계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 회 구조 속에서 정체성의 좌표와 위치를 찾도록 유도하지만, 이 과정은 종종 서로 다른 문화 간의 이동과 귀속감의 모호함 및 분열을 동반한다. 즉 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빠르게 발전하는 사회 환경, 가차 없는 기술 진보, 그리고 문화적 갈등에 직면하면서 점차 억압된 상태에 빠지게 된다.
2004년 초연된 「Cult」(컬트)는 쉑터의 초기 작품 중 하나로, 사회가 개인에게 가하는 억압과 통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집단 의식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자아를 상실하는지 탐구한다.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동작을 통해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이 소외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2006년에 초연된 「업라이징」은 남성이 사회에서 겪는 갈등과 폭력을 다루면서 무용수들의 격렬한 신체 충돌, 집단 행동, 그리고 상호 대립을 통해 폭력적인 환경 속에서 개인이 소외되는 과정을 표현한다. 폭력이 감정 표현의 수단이 될 때, 이는 또한 개인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킨다. 2007년 초연된 「너의 방에서」에서는 인간과 세계 사이의 소외감 과 고독감을 더욱 심도 있게 탐구한다. 점차 개별화가 강조되며 사람들 간의 소통이 부족 해지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결국 사회 붕괴 속에서 소외와 생존에 대한 몸부림을 표현하게 된다. 이러한 논의는 연구자가 쉑터의 주요 작품을 분석하며 도출한 통찰로, 특히 반복적 이고 단절된 동작, 긴장감을 자아내는 음악적 요소, 그리고 무대 연출을 통해 관객에게 전 달되는 메시지로부터 형성되었다.
즉 그는 강렬한 리듬감과 신체의 긴밀한 결합을 통해 집단성과 개인적 갈등 간의 긴장감 을 표현하고, 신체의 강렬한 표현을 통해 인간 소외를 탐구하는 안무 스타일을 확립하게 되었다.
2024년 6월 14일 연구자가 직접 관람한 「이중 살인」은 전반적으로 공연에 대한 관객들 의 감정 반응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였다. 공연 초반, 빠른 음악 리듬과 무용수들의 강렬 한 동작은 관객들에게 흥분과 긴장감을 불러일으켰으며 리듬이 점차 느리고 무거운 분위 기로 전환되면서 많은 관객들이 깊은 사색과 응시 상태에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반복적인 동작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순간, 일부 관객들은 불편함을 드러내며 낮은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 클라이맥스에서의 감정적 해방은 다시 모든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켰고, 많은 사람들이 공연이 끝난 후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처럼 관객의 감정을 반 복적으로 흔드는 방식은 쉑터 작품이 감각에 미치는 충격력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작품에 내재된 사회적 비판과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관객이 깊이 체감하도록 한다. 연구자 입 장에서 이 작품은 안무의 감정적 긴장과 극도로 절제된 무대 언어를 통해 현대 사회의 정 신적 딜레마를 심도 있게 비판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단순히 몰입형 무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기대와 감정의 관성을 끊임없이 깨뜨림으로써 관객이 의미 를 스스로 재구성하도록 유도한다. 본 논의는 연구자가 쉑터의 주요 작품, 특히 「이중 살인」 에서 나타나는 안무적 요소 외 연출 전략을 분석한 결과 도출된 통찰이다. 반복적이고 기 계적인 동작, 전자 음악, 극적인 조명 등은 이러한 감각을 극대화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무력감과 소외감을 냉철히 직시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관점은 쉑터 안무 스타일에 내재된 소외 효과의 독창적 구현 방식을 심층적으로 고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Ⅲ.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소외효과 이론(Alienation Theory)
브레히트는 20세기 독일 연극 이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개념 중 하나인 소외효과 (Verfremdungseffekt)를 제안하며, 연극을 단순한 감정적 몰입의 도구가 아닌 비판적 사고 를 유도하는 매체로 전환시켰다. 그는 이 효과를 통해 관객이 극 중 상황에 몰입하지 않고, “오히려 거리감을 유지하며 사회적, 정치적 맥락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자 하였다”(Esslin 1960). 이러한 개념은 이후 연극뿐만 아니라 무용, 영화 등 다양한 예 술 매체에까지 영향을 미쳤으며, 쉑터의 안무 스타일에서도 중요한 이론적 틀로 작용한다. 이 이론은 전통 연극의 몰입형 경험을 깨뜨려 관객이 이성적 거리를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무대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게 하려는 것이다. 브레히트의 소외 효 과는 러시아 형식주의의 ‘낯설게 하기’ 개념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지만, 이를 한층 더 발전 시키고 변형하였다. 전통 연극은 관객의 감정 이입을 통해 감정적 연결을 유도하고, 그 과 정에서 관객이 사회적 갈등과 구조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브레히 트는 이러한 감정 배출 방식이 관객의 이성적 반성을 일으키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연극 은 사회 문제를 드러내고 관객의 사고를 촉진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브레히트는 소외 효과를 통해 다양한 표현 기법을 고안했으며, 이를 통해 관객이 감 정적으로 몰입하지 않고 역할과 사회 문제 간의 관계를 자발적으로 반성하도록 유도하고 자 했다. “소외 효과는 브레히트의 연극 이론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극 미학을 뚜렷하게 대비시킨다”(Brecht 1957, 85).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극 이론에서 감정 이입과 ‘카타르시 스’(katharsis)는 핵심 목표로, 이를 통해 관객이 감정의 배출을 통해 정신적 정화를 이루게 한다. 브레히트는 이와 같은 방식의 한계를 비판하며, 연극이 단지 감정 배출에 그치는 것 이 아니라 감정 몰입을 깨뜨려 이성적 사고를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브레히트 의 소외 방법은 다양하며, 배우가 공연 시 의도적으로 역할과의 거리를 유지하게 하거나, 관객과 직접 대화하여 ‘제4의 벽’을 허물거나, 심지어 음악, 자막 등의 비서사적 요소를 삽입해 관객이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니라 예술적 구성물임을 상기시키는 방식이 포함 된다. “이러한 기법은 관객이 이야기 전개에 감정적으로 휘말리는 것을 방지하고, 감정적 거리를 통해 무대와 상호작용하게 하며, 냉철한 관찰 속에서 사회적 현상과 자신의 현실에 대해 더 깊은 비판적 성찰을 이끌어내는 데 목적이 있다”(Mumford 2009).
브레히트의 소외이론은 단순한 연극적 표현 기술이 아니라 역사화된 사회 비판 도구로 서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Jameson 1998, 112-115). 브레히트는 소외 효과를 통해 사회적 모순과 계급 갈등의 역사적 성격을 드러내고자 했으며, 관객이 이러한 모순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역사적 조건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것임을 깨닫게 하려는 의도를 갖는다. 마르크스주의의 깊은 영향을 받은 브레히트는 연극이 단순히 사회 문제를 반영하 는 것을 넘어 사회 변혁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소외 효과와 역사적 서술을 결합하여 관객이 사회 현상을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역사 의 발전적 관점에서 사회의 모순과 불평등을 성찰하도록 유도하고자 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브레히트는 관객이 현실의 겉모습을 넘어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문제의 원인 을 이해하며 이러한 문제가 불변의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함으로써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자극하고 더 나아가 변혁의 의지를 불러일으키고자 했다. 이처럼 소외이론은 단순 히 연극의 창작과 표현 방식을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연극에 심층적인 사회적 기능을 부여했다. 관객과 등장인물 간의 감정적 공명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소외 효과는 연극을 단순한 오락의 차원을 넘어 사회 구조를 성찰하고 재고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장치로 자리 잡았다. 이를 통해 관객은 극 중 인물과 상황에 감정적으로 몰입하는 대신, 거리감을 유지 하며 연극이 제기하는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사회적 현 상을 기반으로 뿌리내린 쉑터는 그의 안무 작품에서 비판과 성찰의 경계를 유려하게 넘나 들며, 신체 언어를 통해 사회적 현실을 사유하게 만드는 깊이 있는 장면을 무대 위에 구현 한다. 브레히트는 “극장의 사명은 관객을 감정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소외 효과를 통해 사회적 현실에 대한 비판적이고 냉철한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다”(Brecht 1957, 121-122)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그의 이론은 쉑터의 안무 스타일과 강하게 교 차하며, 두 예술적 사상가가 서로 다른 시대를 초월하여 공명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따라 서 본 연구는 브레히트의 소외 효과 이론을 해부의 도구로 삼아, 쉑터 작품에 내재된 복잡 하게 얽힌 사회 비판적 구조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신체적 표현, 관념 적 메시지, 그리고 성찰적 사고가 무대 위에서 어떻게 교차하며 하나의 깊이 있는 사회적 서사를 형성하는지를 밝히고, 이를 재해석하고자 한다.
Ⅳ. 소외효과 이론으로 본 호페쉬 쉑터의 「Double Murder」(이중 살인) 나타난 예술적 특성
1. 「Double Murder」(이중 살인)
「이중살인」은 2021년 초연된 작품으로, 「광대들」과 「더픽스」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된 약 90분 길이의 무용 작품이다. 이 작품은 브레히트의 소외 효과에서 제안한 “관객의 감정적 동일화를 방해하고, 비판적 거리감을 유지하도록 하는 극적 기법”(Brecht 1957, 91)을 활 용한 연출 방식과도 연결된다. 이를 통해 그는 폭력과 화해라는 상반된 주제를 안무적 서 사로 풀어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현대 사회의 권력 구조를 성찰하도록 유도한다.
첫 번째 파트인 「광대들」에서는 배우들이 상체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기계적이고 분절 된 이동 방식을 통해 무대 공간을 점차적으로 점유한다. 배우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며, 관객과 공연 사이에 감정적 거리를 유지한다. 이어서 배우들이 손을 맞잡고 원 형으로 이동하며, 각자 일정한 리듬에 맞춰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동작을 선보인다. 이러한 장면은 집단의 역학과 통제 구조를 상징하며, 무대를 점차 긴장감으로 채운다.
두 번째 파트인 「더픽스」에서는 무용수들 간의 거리가 점차 좁아지며 따뜻하고 섬세한 접촉이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던 무용수들이 서서히 서로의 손을 맞 잡거나 어깨를 기대는 장면으로 연결된다. 동작의 속도가 점차 느려지면서, 무용수들은 서 로 기대거나 지지하며 무대를 천천히 이동한다. 이러한 장면은 연결과 돌봄을 상징하며, 화해와 회복의 메시지를 담아낸다. 각각의 무용수는 짝을 이루어 협력적 움직임을 통해 집단 내에서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은 “몸짓과 신체적 접촉은 상호 돌봄과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핵심적 매개체”라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 인 간 관계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다(Goffman 1967)고 한 것처럼 쉑터는 이러한 움직임을 무용의 언어로 변환해 「더픽스」와 화해의 가능성을 안무적으로 탐구하고 관객에게 감정적 충만감을 전달한다.
2. 소외효과 이론에 기반한 「이중 살인」의 구체적 분석
1) 과장과 반복: 동작에서 나타나는 소외 효과
「이중 살인」의 첫 번째 파트인 「광대들」에서 쉑터는 반복적이고 과장된 ‘죽음’과 ‘부활’ 동작을 통해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를 활용하여 관객의 감정적 반응을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초현실적 순환 상태를 연출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기계적으로 반복적인 동작들은 외견상 활력과 긴장감으로 가득하지만, 그 내면에는 사회의 폭력에 대한 무감각에 대한 깊은 성찰 을 내포하고 있다.
무용수들의 동작은 극단적으로 크고 빈번하게 반복되면서 비자연적인 상태를 띠고, 마 치 외부의 힘에 의해 조종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브레히트의 소외 효과 시각에서 이러 한 과장된 동작은 관객의 공감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용수들의 ‘조종 당함’을 인 식하게 하여, 억압적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이 자율성을 상실하고 ‘기호’로 전락하는 과정 을 성찰하게 한다. 이러한 신체의 기계화는 브레히트가 제안한 소외 효과의 주요 원리 중 하나인 “비일상화”와 밀접하게 연결된다(Citron 2022). 브레히트는 관객이 극 중 상황에 몰입하지 않고 비판적 거리감을 유지하기 위해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장면을 낯설게 만드는 전략을 사용했다. 쉑터의 안무에서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움직임, 그리고 동 적 상태와 정적 상태의 돌연한 전환은 이러한 “비일상화”를 강화하는 핵심적 장치로 작용 한다. 그는 속도와 강도의 대조를 통해 감정적 몰입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며, 관객과 공연 사이에 비판적 거리감을 형성한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관객이 극 중 상황을 단순히 감상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정치적 맥락을 냉철히 성찰하도록 유도한다. 무용수의 기계적 인 동작은 일종의 ‘인간 기계’와 같으며, 손과 발의 급작스러운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멈추 는 장면들은 마치 설정된 기계 프로그램처럼 작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돌발적 전환은 전통적인 무대 서사의 흐름을 깨뜨리며, 관객에게 이는 진정한 생사의 몸부림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설정된 죽음의 순환’임을 인식하는데 즉 브레히트의 ‘네 번째 벽을 허물기’가 이 지점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된다. 관객은 연극적 감정에서 벗어 나 허구적이고 어리둥절한 ‘죽음의 연출’을 냉정하게 지켜보며, 이러한 상태가 함축하는 사회적 통제와 그 메커니즘을 의심하게 된다. 이는 브레히트의 소외 효과가 목표로 하는 핵심 중 하나로, 관객이 무대에 몰입하지 않고 비판적 거리감을 유지하며 극의 메시지를 성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쉑터의 안무는 이러한 원리를 무용이라는 매체에서 독창적 으로 구현한다. 무용수들의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동작은 ‘조종된 환상’을 연출하며, 이를 통해 관객은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목격하는 환상의 본질과 그것이 상징하는 사회적 권력 구조를 재고하게 된다. 이와 같은 연출은 무대를 일상적 현실과 분리시키는 동시에, 관객이 극의 함의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또한 무용수들이 ‘인간 기계’로 변모하는 모습을 통해 이들은 스스로의 의지를 상실한 듯 한 이미지를 형성하며, 이는 관객들에게 신체의 자율성 상실과 그로 인한 억압적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러한 연출은 관객의 몰입 경험을 의도적 으로 차단하고, 브레히트의 소외효과에서 제안된 “거리 유지”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특히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움직임은 비일상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이 동작 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으로 성찰하게 만든다.
두 번째 파트인 「더픽스」에서는 「광대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세밀하고 느린 동 작의 반복을 통해 내재된 억압감을 만들어내며, 소외효과를 더욱 심화시킨다. 무용수들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고 내리는 동작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며 점차 경직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동작은 반복성과 단조로움을 통해 관객의 감정적 동일화를 차단하고, 신체의 피동 성과 무력감을 강조한다. 이는 브레히트의 소외효과에서 핵심적으로 언급된 “비일상화” 원 리를 바탕으로 관객의 익숙한 감각을 깨뜨리며, 단순한 감정 해소를 넘어 동작이 내포한 심리적 상태와 사회적 맥락을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쉑터의 이러한 안무적 접근은 반복적 이고 기계적인 움직임을 통해 관객에게 의도된 거리감을 형성하며, 공연을 감상하는 과정 자체가 비판적 사고를 유도하도록 설계된다. 이러한 논의는 연구자가 직접 관람한 공연 경험과 관련 비평 자료를 바탕으로 도출된 통찰로, 쉑터 작품에서 나타나는 안무의 독창성 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로 제시된다(Murphy 2017).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는 관객의 ‘공감’을 의도적으로 박탈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는 관객 이 극 중 상황에 감정적으로 몰입하는 대신, 무대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비판적 시각으로 재구성하게 만드는 연출 기법이다. 쉑터의 안무에서 나타나는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동작은 바로 이러한 원리를 무용이라는 매체에서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특히, 각기 온화해 보이는 동작들이 반복을 통해 단순한 감정 표현에서 벗어나 감정의 ‘매개체’로 변모하며, 이는 관객 으로 하여금 무용수의 동작을 더 이상 자연스러운 표현이 아닌 외부의 ‘통제력’ 아래 놓인 억제된 상태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감정 몰입을 차단하고 거리감을 형성 함으로써 관객이 공연의 사회적, 정치적 맥락을 냉철히 성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러면 서 동시에 “부드러운 접촉과 연결을 통해 회복과 「더픽스」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억압 이후를 차분히 반성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Ouro-Gnao 2021).
결국 「이중 살인」에서 구성된 움직임들은 “감정의 이중적 체험”으로 묘사하며, 폭력에 대한 반성 이후 감정적 회복과 공명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이 권력과 사회적 억압에 직면했 을 때 느끼는 무력감과 저항의 모습을 드러내며 모순과 갈등이 충돌하는 반성의 장으로 전환을 보여주었다.
2) 음악과 감정의 분리: 리듬 충돌에서의 부조화
쉑터는 강렬한 감정 대비와 독창적인 리듬 연출을 통해 관객에게 ‘감정 롤러코스터’와 같은 극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안무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대표작 「이중 살인」의 첫 번째 파트인 「광대들」에서는 특히 음악적 구조가 돋보인다. 이 작품은 전자 신시사이저, 디지털 음향 처리, 기타 전자 음원을 활용한 전자 음악과 함께 전자 드럼 머신, 베이스 드럼, 팀파니, 플로어 톰 등 저음역대의 강력한 타격음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전자 음향은 종종 날카로운 고주파를 동반하며, 강렬한 타격음과 불규칙한 리듬 패턴이 돋보인다. 예를 들어, 빠른 16분 음표 리듬이 갑자기 중단되거나 불안정한 삼연음 리듬으 로 급격하게 전환되는 등 리듬적 변화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불규칙한 리듬은 무용수들의 동작과 완벽히 일치하지 않고, 종종 동작과 의도적으로 엇갈리며, 이는 작품 전반의 긴장 감을 강화한다. 더 나아가, 빠른 동작과 느린 동작 간의 리듬적 충돌은 감정의 흐름을 차단 하고, 개인적 소외와 고립의 상태를 심화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쉑터는 정교하게 설계된 리듬과 음향을 통해 작품의 서사적 흐름을 뒷받침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과 거리감 사이를 오가는 독특한 감각을 경험하게 한다.
강렬한 전자 음악과 함께 무용수들이 기계적인 방식으로 끊임없이 죽음과 부활을 반복 한다. 음악의 리듬은 빠르고 치밀하며, 불안정한 박자 구조를 갖추고 있어 대개 비대칭적 인 마디로 갑작스럽게 끝나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불안정한 리듬 패턴은 관객 이 음악 속에서 감정의 출구를 찾을 수 없게 만들며 음악은 긴장감이나 불안감을 유도하지 않고, 무대 상황과의 단절을 통해 차갑고 추상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로 인해 무용수 들의 동작은 더욱 경직되며, 리듬 충돌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은 무대의 자연스러운 흐름 을 깨뜨리고, 관객이 감정적인 공감에서 벗어나 이 동작들이 담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이 성적, 비판적으로 바라보도록 만든다. 쉑터는 이처럼 음악과 감정의 분리를 통해 현대 사 회 속에서 인간 소외감을 더욱 심화시킨다. 「광대들」의 강렬한 리듬은 무용수들이 감정적 으로 긴장하거나 불안해하는 모습을 이끌어내지 않고, 오히려 무대 상황을 차갑고 소원하 게 만든다. 이러한 불협화음은 무용수의 동작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이 감정에 몰입 할 수 없으며, 대신 일정한 거리를 두고 무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브레히 트의 소외이론은 관객과 등장인물 간의 감정적 연결을 차단하고, 무대에서 발생하는 사회 적 문제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을 강조하는데 「광대들」은 이러한 이론과 일맥상통한다.
두 번째 파트인 「더픽스」에서는 음악과 감정의 분리가 더욱 두드러지는데 부드러운 동 작과 차가운 음악 사이의 대립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무용수들은 느리고 유연한 동작을 통해 감정적 피로와 무력감을 표현하지만, 배경음악은 차가운 전자 음향과 단조로운 드럼 비트로 구성되어 있다. 음악의 리듬은 극히 평탄하고, 선율의 변화나 감정적 온도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한 감정적 냉담함은 반복되는 리듬과 음향을 통해 공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관객은 음악을 통해 감정의 출구를 찾을 수 없으며, 오히려 감정의 결여와 차단 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비록 무용수들의 동작은 부드럽고 느리지만, 배경음악의 차가움은 감정적 단절을 부각시키며, 특정한 감정적 격리 상태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음악과 동작 간의 불협화음은 단순한 시각적, 청각적 충돌을 넘어서, 더 깊은 감정적 분열을 상징한다.
결국 쉑터는 「이중 살인」에서 복잡한 리듬 충돌과 음악의 불협화음을 통해 감정의 자연 스러운 흐름을 깨뜨린다.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감정을 분리하고 소외를 만들어 내는 핵심 도구로 작용한다. 의도적으로 리듬 충돌을 만들어 불협화음을 조성하여 관객의 인식과 예상을 무너뜨리고, 브레히트식 소외 효과를 달성한다. 그의 작품에서 음악은 감정 의 연장이 아니라 감정과 상반되는 역할을 하며, 인물과 감정의 단절을 심화시키고 관객이 감정의 표면을 넘어서 더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탐구하도록 유도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이러한 감정과 리듬의 분리를 통해 「이중 살인」에서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겪는 감정의 분열, 소외, 그리고 사회 구조 내에서의 억압감을 드러낸다. 이러한 불협화음은 관객의 감 정 인식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관객이 사회적 메커니즘 속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위 치와 그들의 수동적 역할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
3) 무대 미학에서의 대립: 조명과 공간의 소외적 디자인
「이중 살인」의 조명과 무대는 “자연스러운 흐름의 단절”을 통해 비판적인 거리감을 조성하 는 방식을 나타낸다. 단순한 분위기 연출을 넘어 관객과의 정서적 거리를 의도적으로 조작하 며, 조명과 움직임의 연속성을 의도적으로 차단해 관객의 몰입감을 방해하고 무대의 가상성 을 냉소적으로 인식하게 한다. 강렬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무용수들의 동작은 갑작스러운 그림자 속에서 단절되어 보이며, 이어지는 강한 빛은 무대의 다른 부분을 비추어 공간을 불연속적인 단편으로 분할한다. 따라서 관객의 주의는 특정 장면에서 분리되는데 이러한 조명의 전환은 단순한 무대 효과가 아닌 인위적이고 비자연적인 설정인 것을 인식시킨다. 특히 두 번째 파트인 「더픽스」에서는 이러한 소외효과가 더욱 섬세하게 드러나는데 흐린 조명과 어둠을 교차시키는 조명 디자인을 통해 무용수의 전체성을 분리하고 부분적인 조명을 이용해서 순간적으로 무용수의 손이나 얼굴만을 비추어 나머지 신체를 가림으로써 감정적 해체 상태를 연출한다. 이러한 조명은 감정이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듯한 상징적인 감정 분할 상태를 형성시키며 무용수의 정체성이 외부의 통제에 의해 제한된 채 부분적으로 만 표현될 수밖에 없도록 인식된다. 관객은 단편적인 시각 효과로 인해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며, 이 ‘불완전함’은 브레히트 소외효과의 핵심을 반영한다. 쉑터의 연출은 이러한 불완 전함을 바탕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이 모든 것이 조작된 것’임을 자각하게 하여 정서적 몰입 을 의도적으로 차단한다. 그는 동작과 음악의 미세한 불일치,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신체 표현, 그리고 빛과 어둠의 극적인 대비를 통해 무대가 철저히 통제된 구성물임을 드러낸다. 이러한 전략은 관객에게 무용수들의 행동이 자율성을 상실한 상태임을 인식하게 하며, 나아 가 이러한 통제와 연출이 암시하는 사회적 권력 구조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도록 유도한다.
결국 관객과 무대 사이에 전체를 볼 수 없는 거리감을 형성시켜 관객이 무대 위 모든 현상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관찰하게끔 유도한다. 밝음과 어두움이 교차하는 조명 속에서 전체적인 무대의 방향과 의도를 파악할 수 없게 만드는 대신 연출 메커니즘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그리고 여기서 조명은 단순히 무대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무용수를 기호적 존재로 분할시키며 관객이 소외 의도를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끊임없 는 조명 변화의 리듬은 무용수의 수동적인 자세를 더욱 부각시키며,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목격하는 장면이 의도적으로 설계된 사회적 구조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감정, 동기, 자세는 모두 분절된 기호로 해체되어, 사회적 통제 아래에서 분열된 개인의 모습을 드러낸다. 쉑터의 연출은 이를 통해 관객에게 통제와 억압의 메커니즘을 직시하도록 유도하 며, 단순한 감상에서 벗어나 사회 구조의 본질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쉑터는 조명과 동작 변화를 활용하여 빛으로 드러난 어둠을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억압과 폭력 이후 인간성이 회복되는 힘과 희망을 드러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이를 성찰하게 만든다.
Ⅴ. 결 론
본 연구는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를 바탕으로 호페쉬 쉑터의 삶과 예술적 접근 방식을 분 석하고 그의 작품 「이중 살인」을 중심으로 현대 사회의 복잡성과 인간 소외에 대한 안무적 스타일을 조명하였다. 쉑터는 강렬한 신체 언어와 다층적인 무대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억압과 폭력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현대인이 경험하는 감정적 마 비와 고립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예술적으로 형상화한다. 특히, 그는 전자 음악, 기계적 움 직임, 극적인 조명을 결합하여 관객이 전통적인 감정적 몰입에서 벗어나 비판적 사고로 나아가도록 유도하는 독창적인 무대를 제시한다.
쉑터의 작품 세계는 이스라엘 전통춤인 호라와 군 복무 경험에서 비롯된 독특한 정체성 을 바탕으로 폭력, 개인의 정체성, 그리고 집단과 개인 간의 복잡한 관계를 심도 있게 탐구 한다. 「이중 살인」은 이러한 주제를 정교하게 발전시킨 작품으로, 억압적 사회 구조 속에 서 인간 감정의 변질과 소외 과정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그는 「광대들」과 「더픽스」라는 두 대조적인 구성 속에서 감정과 이성, 고립과 「더픽스」가 현대 사회에서 불가피하게 교차 하는 현상임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쉑터는 소외와 폭력적 구조 속에서 인간이 자신의 정 체성과 희망을 재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며, 무용이라는 매체를 통해 현대 사회의 핵심적 문제를 예술적으로 구현한다.
결론적으로 쉑터의 작품은 기술과 세계화가 지배하는 시대 속에서 인간 감정 경험의 부 정적 양상을 예술적 서사로 구체화한다. 단순히 무대 위의 표현에 머물지 않고, 예술이 사 회적 모순과 인간 정체성을 탐구하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한다. 그의 안무는 현대 사회의 복잡성과 인간 소외를 다룬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예술이 개인과 사회의 긴장 관계를 비판적으로 조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는 현대 예술이 사회적 현상을 해석하고, 관객과의 소통 방식을 심화시 키는 데 있어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소개
장훤호는 벨라루스 국립문화예술대학교에서 『20-21세기 하반기 중국 무용의 예술 문화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 며, 현재 한국 강원대학교 글로벌융합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받고 있다. 연구 관심 분야는 무용 철학, 무용 인류학, 무용 문화 연구이다. 주요 연구는 “Research on Li Ethnic Dance from the Perspective of Symbolic Anthropology”, “Mechanism Study on the Impact of Chinese Higher Folk Dance Education on Cultivating Students' Innovation Capability” 등이 있다.
Zhang Xuanhao obtained his master’s degree in Research on Chinese Dance Art and Culture in the Second Half of the 20th Century and the 21st Century from the Belarusian State University of Culture and Arts. He is currently pursuing a Ph.D. in the Department of Global Convergence at Kangwon National University in South Korea. His research interests include dance philosophy, dance anthropology, and dance cultural studies. His major works include “Research on Li Ethnic Dance from the Perspective of Symbolic Anthropology” and “Mechanism Study on the Impact of Chinese Higher Folk Dance Education on Cultivating Students’ Innovation Capability.”
정은주는 ‘컨템포러리댄스에 나타난 포스트모던댄스의 미적특성과 기능’으로 박사학위를 취득, 현재는 강원대학교, 서울예술대학교에서 강사로 재직중이며, 정은주 현대무용단 헤케이브 소은 컴퍼니를 이끌고 있다. 연구 관심사는 무용사, 무용미학 그리고 다양한 타장르에서 융합될 수 있는 현대무용 프로그램 개발이다.
Chung EunJu obtained her Ph.D. with the “Aesthetic Characteristics and Functions of Postmodern Dance in Contemporary Dance.” She is currently an instructor at Kangwon National University, and Seoul Institute of the Arts, and leads the Hecabe Soeun Company. Her research interests include dance history, dance aesthetics, and the development of contemporary dance programs that can be combined in various gen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