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무용은 대사보다 움직임, 시선, 거리, 접촉, 대형, 리듬 등 다양한 몸짓 언어를 통해 인물 간 관계와 심리 변화를 구성하는 예술이다. 무용 작품에서 인물 간의 관계 갈등은 신체의 방향, 접촉의 방식, 거리의 조절, 대형의 위계, 리듬의 긴장과 완급 등으로 구체화되며(최하진, 최재혁 2025, 431), 이러한 신체 동작을 통해 관객과 소통한다(김지원 2007, 21). 이와 관련하여 기호학 연구는 무용을 하나의 의미 기호로서 ‘고유한 문법과 체계’로 전제하고(김말복, 이지선 2014, 16), 움직임과 공간 구성, 리듬적 조직 등이 의미를 표지화하는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논의해 왔다(김지원 2007; 윤혜정 2023). 특히 공간과 기호의 관점에서 무용의 형식과 의미를 연결한 논의(함선호, 윤혜정 2024)는 거리·대형·동선과 같은 공간 단서가 의미 해석의 핵심 준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접촉을 기호학적으로 분석한 연구(박나훈 2024)는 접촉 방식이 상호작용의 의미를 생성하고 확장하는 단서가 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무용작품 분석은 장면의 인상이나 정서적 분위기를 중심으로 서술되는 경우가 많아, 비언어적 상호작용이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구조화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 특히 관계 갈등이 심화되거나 권력 구도가 전환되는 구간에서도 변화의 근거가 구체적으로 제시되기보다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감정이 폭발했다’와 같은 결과적 인상에 머무르는 경향이 나타난다(정주희 2014, 177). 이로 인해 관계 변화가 어떤 동작·공간·리듬 단서에서 비롯되었는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분석의 설명력과 재현 가능성이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관계 변화의 과정을 비언어적 단서에 근거하여 분석할 수 있는 해석 틀을 적용하고, 관찰 가능한 기표를 체계적으로 기술한 뒤 그 결합이 산출하는 관계 의미를 단계적으로 해석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권력 욕망과 죄책, 공모와 파국의 서사를 통해 관계의 역동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그중 레이디 맥베스는 맥베스의 결정을 촉발하고 방향을 전환시키는 핵심 인물로서 역할을 한다. 선행연구(김종갑 2002; 황남엽 2013)에서도 레이디 맥베스가 설득과 도발의 전략으로 맥베스의 결단을 밀어붙이는 과정에 주목하거나, 두 인물 관계를 젠더 및 권력 구조의 왜곡과 연결해 비극의 진행을 해석하는 논의를 제시해 왔다. 또한 권력 욕망과 몰락의 구조를 정치와 윤리적 관점에서 논의한 연구(신철희 2017)와 살인 이후 죄책 및 자기 인식의 균열을 중심으로 불안심리 변화를 해석한 연구(이용은 2017)는 관계 역동이 파국으로 이행하는 내적 동학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된다.
나아가 「맥베스」는 연극뿐 아니라 영화,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꾸준히 재해석되어 왔다. 이는 권력 욕망과 윤리적 균열, 공모 관계의 심리 역학, 죄책과 파국 같은 주제가 시대와 매체가 달라져도 의미를 거듭 변주해 왔기 때문이다. 김복희 안무가의 「윤회적 맥베스」(2025)는 이러한 관계의 긴장을 대사 없이 신체언어로 조직한다는 점에서, 고전 서사의 관계 역학이 무용 장면에서 어떤 비언어적 단서로 표지화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무용 장르의 서사 해석 가능성을 확장한다는 점에서도 연구의 가치가 있다.
그럼에도 레이디 맥베스–맥베스 관계에 관한 논의는 대체로 문학과 연극 중심의 해석에 기반해 설득, 공모, 통제, 균열이 갖는 서사적 의미를 조명해 왔다. 반면 무용 장르에서 대사 없이 조직되는 관계 역학을 비언어적 단서의 결합으로 구조화해 설명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특히 표면 메시지와 이면 메시지의 불일치가 현대무용 장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관계 전이와 전환 지점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분석은 충분히 체계화되지 못했다.
이에 본 연구는 현대무용 「윤회적 맥베스」에 나타난 레이디 맥베스의 비언어적 상호작용을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 TA) 관점에서 해석하여, 이면교류의 양상과 그 누적 과정이 두 인물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질적 연구방법에 기반한 작품 분석 연구로서, 장면별 비언어적 단서를 동일한 분석 준거로 반복 적용하고 기술–해석–종합의 절차를 통해 해석의 일관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연구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론적 배경 고찰을 위해 비언어적 상호작용을 의미 생성의 기호 체계로 보는 무용기호학 논의와 교류분석(TA)의 이면교류 및 자아상태(P-A-C) 개념에 관한 선행연구를 검토하여 본 연구의 분석 관점을 정립한다.
둘째, 정립된 분석 관점에 근거해 현대무용 「윤회적 맥베스」를 분석 대상으로 설정한다. 공연 초연 영상과 안무가 면담을 활용하여 장면 단위로 분절한 뒤, 레이디 맥베스–맥베스 상호작용이 두드러지는 장면을 주요 분석 단위로 선정한다. 이때 주요 장면은 관계 전이가 비언어적 단서의 급격한 변화로 집중적으로 드러나고 이면교류 판정이 가능한 구간으로 한정하며, 그 외 장면은 상호작용이 분산되거나 관계 변화의 근거 단서가 명확히 수렴하지 않는 구간으로 판단해 분석에서 제외한다.
셋째, 선정된 장면을 중심으로 접촉·거리·시선·대형·리듬의 비언어적 단서를 장면별로 기술-해석하고, 핵심 구간에서 표면 메시지와 이면 메시지를 구분하여 제시한다. 이어 표면–이면 불일치가 확인되는 구간에서 이면교류의 표지를 도출한 뒤, TA의 자아상태(P-A-C) 관점에서 관계 변화의 과정과 전환 지점을 종합적으로 해석한다.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윤회적 맥베스」에서 레이디 맥베스의 이면교류는 어떤 장면에서, 접촉·거리·시선·대형·리듬 등의 비언어적 단서를 통해 어떻게 드러나는가?
둘째, 이러한 이면교류의 반복적 누적은 두 인물 관계를 TA의 자아상태(P-A-C) 관점에서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또한 관계가 균열과 붕괴로 향하는 전환 지점은 무엇인가?
본 연구는 레이디 맥베스의 비언어적 이면교류를 중심으로 관계 권력과 심리적 역동이 신체언어로 조직되는 방식을 밝히고, 현대무용 작품 분석에서 TA 적용 가능성과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다만 단일 작품 분석의 한계가 있으므로, 후속 연구에서는 다양한 작품과 관계 유형으로 분석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Ⅱ. 비언어적 상호작용의 기호학적 접근과 이면교류 관점
1. 기호학적 접근: 기표(signifier)와 기의(signified)
기호학은 인간이 사용하는 기호의 관계와 규칙을 분석하여 의미 형성과 소통의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적 틀이다. 소쉬르는 기호를 기표(signifier: 의미를 드러내는 형식)와 기의(signified: 그 형식이 담는 개념)의 결합으로 설명했으며, 의미는 이 결합을 통해 발생한다고 보았다(정세연, 이금용 2025, 179). 또한 기표와 기의의 관계는 필연이 아니라 자의적(사회적 약속)이며, 의미는 다른 기호들과의 차이 속에서 상대적으로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했다(정재만, 민성희 2002, 164).
이러한 기호학적 틀을 무용 장면에 적용하면, 기표는 언어적 표지가 아니라 신체의 방향과 속도, 공간 배치, 리듬의 완급 등 관찰 가능한 형식적 단서로 나타나며, 기의는 단서들의 결합이 산출하는 관계 의미(예: 주도와 종속, 접근과 회피, 긴장과 완화)로 구성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서론에서 지적한 인상 중심 서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장면에서 관찰 가능한 기표(비언어적 단서)를 먼저 기술하고, 단서들이 결합하고 반복되며 변주되는 과정에서 산출되는 기의(장면 의미)를 근거로 해석하는 절차를 따른다.
2. 비언어적 단서의 범주화: 접촉·거리·시선·대형·리듬
본 연구는 ‘움직임’을 독립 범주로 분리하기보다, 다른 단서들이 표지화되는 공통 매체로 보고 관계 분석 준거를 접촉·거리·시선·대형·리듬의 다섯 단서로 조작화하였다. 이 범주화는 공간 단서(거리·대형)의 해석 가능성(김지원 2007), 무대 공간 구성과 장단(리듬) 흐름의 연동(함선호, 윤혜정 2024), 접촉 방식이 상호작용 의미를 생성·확장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논의(박나훈 2024)를 참고해 관계 분석에 직접 적용 가능한 관찰 단위를 <표 1>과 같이 정리하였다.
다섯 단서의 조작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접촉은 상호작용의 방향과 힘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지지·압박·제압·거부 등의 관계 의미를 구체화한다. 거리는 친밀/긴장, 접근/회피의 양상을 표지화하고 관계 경계가 조정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시선은 승인/거절, 공모/배제, 통제/저항과 같은 관계 방향성을 드러내는 단서로서 시선의 지속·회피·교차 양상이 중요하다. 대형은 중심/주변, 전/후, 상/하 배치 및 정렬/분산의 변화로 관계 구조의 위계와 주도권을 시각적으로 조직한다. 리듬은 속도와 완급, 반복/단절의 변화를 통해 긴장과 전환의 시간적 조직을 드러낸다. 이처럼 다섯 단서는 장면에서 관찰 가능한 기표로 작용하고, 그 결합과 변주에 따라 관계 의미(기의)가 새롭게 구성된다.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 1
비언어적 단서의 범주(Categorization of Nonverbal Cues)
| 단서(번주) | 관찰 포인트(기표) | 표지하되는 관계 의미(해석 단서) |
|---|---|---|
| 접촉 | 접촉 유무, 방식(끌어당김↔밀어밤·지탱↔제압 등), 접촉 시간, 접촉 부위·방향 | 지지↔압박, 지배↔종속, 공모↔거부 등 상호작용의 압력과 의도 |
| 거리 | 접근↔이격의 반복, 민첩·분리의 변화, 거리 유지/봉괴 양상 | 친밀↔긴장, 접근↔회피, 경계의 설정·재조정 |
| 시선 | 시선 지속↔회피, 교차 여부, 시선 전환의 타이밍 | 응시↔거절, 공모↔배제, 통제↔지향 등 관계의 방향성 |
| 대형 | 종심↔주변, 집↔후, 상↔하 배치, 정렬↔분산, 고립/군집의 방식 | 위계↔비대칭, 주도권 이동, 결속↔고립 등 관계 구조의 시각적 조직 |
| 리듬 | 속도 증감, 반복↔단절, 완급 변화, 동시성↔엇박, 긴장도 변화 | 긴장↔완화, 압력의 누적, 진환 지점(반전/봉괴)의 시간적 조직 |
3. 교류분석(TA) 기반 이면교류 및 자아상태(P-A-C) 관점: 관계 전이 해석
본 연구는 교류분석(TA)을 임상적 진단이나 인물 성격의 확정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무대 위 비언어적 상호작용에서 관찰되는 관계 패턴을 해석하기 위한 분석 틀로 한정하여 적용한다. 즉, 장면별 비언어적 단서(기표)에 근거해 표면–이면 메시지의 불일치와 자아상태의 기능적 기울기를 판독함으로써 해석의 자의성을 통제하고자 한다.
특히 교류가 사회적 수준(표면 메시지)과 심리적 수준(이면 메시지)에서 동시에 작동하는 이중 구조라는 전제에 기대어 ‘이면교류(ulterior transaction)’ 개념에 주목하였다. TA에서 이면교류는 겉으로 드러나는 교류 채널과 속에서 작동하는 심리적 메시지의 채널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이중 채널 교류를 의미하며, 상호작용의 결과는 대개 심리적 수준의 메시지에 의해 좌우된다(김희숙 2023, 18). 이에 본 연구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상보 교류의 형식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비언어적 단서의 결합이 긴장·압박·통제를 동시에 신호하여 표면–이면 간 불일치를 드러내는 지점을 이면교류의 표지로 해석한다. 즉, 접촉·거리·시선·대형·리듬의 변화는 표면 메시지(공모/지지의 형식)와 이면 메시지(통제/압박의 의도)가 어긋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관찰 근거가 된다.
자아상태(P-A-C) 역시 인물의 성격을 단정하기 위한 범주가 아니라, 장면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이 통제(P)–조율(A)–반응(C) 중 어느 기능으로 조직되는지, 그리고 그 기울기가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읽기 위한 해석 틀로 활용된다. 부모자아(P)는 내면화된 규범·가치가 현재의 사고·감정·행동으로 재현되는 층위로서, 기능적으로 양육적 부모(NP)와 비판/통제적 부모(CP)로 세분될 수 있고(허만세, 안양규 2024, 143), 무대에서는 지지적 접촉, 수용적 제스처(예: 포옹·부축, 완만한 접근, 포괄적 시선)와 통제적 신호(예: 지시적 손짓, 직선적·각진 동작, 거리 확대, 경직된 리듬 유지)처럼 상이한 비언어적 표출로 관찰될 수 있다. 성인자아(A)는 여기-지금의 정보를 수집·분석해 판단과 의사결정을 내리고 P와 C를 교차 검증하며 중재·조율하는 기능을 수행하므로, 무용에서는 파트너 간 호흡·속도의 미세 조절, 충돌 회피를 위한 동선 변경, 적절한 간격 유지, 타이밍 보정 등 균형 잡힌 조율 동작으로 드러날 수 있다. 아동자아(C)는 유아기 경험에서 형성된 정서·충동·행동 기록의 층위로서 자유로운 아동(FC)과 순응/반항적 아동(AC)으로 구분되며(허만세, 안양규 2024, 143), 확대된 동작 범위, 도약, 회전, 급격한 강약 변주(FC) 또는 수축된 자세, 낮은 시선, 후퇴와 같은 순응 신호, 나아가 가속–정지의 어긋남이나 회피로의 반항적 전환(AC) 등으로 표현될 수 있다.
따라서 자아상태(P-A-C) 판독은 개별 동작을 단독 근거로 삼기보다는 접촉·거리·시선·대형·리듬 등 비언어적 단서가 장면에서 어떻게 결합되고 반복되며 변주되는지를 근거로, 장면 단위의 기능적 기울기(통제 P–조율 A–반응 C)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수행한다. Ⅲ장의 장면 분석에서는 NP/CP, FC/AC의 세분 판정보다 P–A–C의 기능적 기울기와 이동을 중심으로 관계 전이 방향을 해석한다. 이러한 접근은 비언어적 단서 묶음을 근거로 TA의 교류 유형 및 자아상태를 대응시켜 관계 양상을 해석한 선행연구(최하진, 최재혁, 2025)와 방법론적 접점을 갖는다. 이상의 분석 관점과 조작적 의미, 관찰 근거 및 분석 초점을 정리하면 <표 2>와 같다.
표 2
이면교류·자아상태(P-A-C)의 분석 관점 (Analytical Framework for Ulterior Transactions and Ego States (P-A-C))
| 구분 | 핵심 개념 | 조작적 의미 | 관찰 근거(비언어적 단서) | 분석 조건/역할 |
|---|---|---|---|---|
| 1 | 이면교류 | 표면 메시지와 이면 메시지의 불일치 | 접촉·거리·시선·대형·리듬의 변화가 ‘불일치’가 나타나는 지점의 표지 | 표면 – 이면 불일치 포착/판정 |
| 2 | 자아상태 (P–A–C) | 인물 성격 단절이 아니라 ‘관계 방식’ 해석 (동제 P - 조율 A - 반응 C의 기능적 기울기 및 이동 판독) | 동일 단서를 통해 관계가 통제/조율/반응 방향으로 기울거나 재구성되는 양상 | 관계의 전이/균열·몽괴 해석 |
| 3 | 논적/진환 | 이면교류가 반복·누적될 때의 변화 | 단서의 반복·대립·전환(강도/빈도/지속) | 진환 지점(균열/붕괴) 도출 |
다음 Ⅲ장에서는 이 분석 관점<표 1>, <표 2>를 적용하여, 현대무용 「윤회적 맥베스」의 주요 장면에서 레이디 맥베스–맥베스 관계가 비언어적 단서로 어떻게 표지화되는지 장면별로 분석하고자 한다.
Ⅲ. 「윤회적 맥베스」(2025)에서 레이디 맥베스의 비언어적 이면교류 및 관계 역학
1. 「윤회적 맥베스」 작품 개요 및 안무 의도
본 장에서는 현대무용 「윤회적 맥베스」를 분석 대상으로 설정하고, 레이디 맥베스–맥베스 관계가 접촉·거리·시선·대형·리듬의 비언어적 단서를 통해 어떻게 표지화되는지를 장면 전개에 따라 분석한다. 나아가 단서의 결합과 변주가 TA 기반 이면교류(표면–이면 불일치)의 반복·누적 및 자아상태(P-A-C) 관점의 관계 전이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해석하고자 한다.
「윤회적 맥베스」는 3장 구조로, 장면 1은 집단 긴장과 폭력성을, 장면 2는 왕관을 매개로 한 레이디 맥베스–맥베스 관계 갈등과 욕망의 추진을, 장면 3은 파국 이후의 붕괴와 반복 구조를 각각 밀도 있게 변주한다. 작품은 원작의 서사적 골격을 유지하되, 대사 중심의 설명을 신체언어의 조직으로 전치함으로써 관계 역학을 비언어적 구성으로 드러낸다. 작품 개요는 다음 <표 3>과 같다.
표 3
작품 개요(Overview of the Work)
| 제목 | 『윤희적 맥베스』 |
| 조연 일시 | 2025년 11월 22일~23일 |
| 출연 | 김복희 무용단 |
| 주요 장면 (장면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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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 | 전통 타악기와 불규칙한 장단, 서구적 오케스트레이션의 결합을 통해 욕망의 굴레와 융회하는 운명의 비극성을 청각적으로 구현함 |
| 시간 | 43분 30초 |
| 작품 설명 | 레이디 맥베스의 표면적 공모와 이면의 압박이 비언어적 단서로 교차·부지되어 관계의 전이와 봉괴로 이어지는 역학을 ‘윤희’의 구조로 형상화한 작품 |
안무가는 작품의 정조를 ‘윤회’와 ‘반복’으로 설정하고, ‘삶과 세상의 이치는 바퀴처럼 윤회한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삼았다고 밝힌다. 또한 "오늘날에도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 같은 인간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권력 욕망과 죄책, 공모와 파국의 정서 궤적이 동시대에도 반복된다는 문제의식을 제시한다(김복희, 개인 면담, 2026년 1월 9일). 배역 설정에서 레이디 맥베스는 ‘욕망의 가속 장치이자 붕괴된 인간’으로 제시되며, 관계를 밀어붙이는 추진력인 동시에 그 파국성에 의해 가장 먼저 파괴되는 존재로 설정된다. 따라서 레이디 맥베스의 신체적 선택은 관계 변화의 결과라기보다, 관계를 형성하고 전환시키는 행위로서 분석될 필요가 있다.
이를 종합하면, 「윤회적 맥베스」는 욕망–파국–반복의 구조를 신체언어로 조직하며, 레이디 맥베스는 관계 전이를 견인하는 핵심 축으로 작용한다. 이에 본 장은 관계가 어떤 비언어적 단서로 표지화되고, 그 누적이 이면교류 및 관계 전이의 과정으로 어떻게 읽히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둔다.
2. 장면별 이면교류 및 자아상태(P-A-C) 분석
본 연구의 장면 분석은 공연 초연 영상과 안무가 면담 자료를 토대로 수행되었으며, 음악·대형·동작 패턴의 변화 지점을 기준으로 분석 단위를 설정하였다. 분석 단위는 작품의 총 시간과 3장 구조에 따라 장면 1(0:00–8:40), 장면 2(8:40–33:36), 장면 3(33:36–43:30)으로 구분하였고, 각 장면은 <표 4>에 제시한 바와 같이 군무, 듀엣, 솔로 등 세부 단위와 핵심 사건 및 단서에 따라 분절하였다. 각 세부 단위에서는 레이디 맥베스–맥베스 관계가 두드러지는 지점을 중심으로 접촉·거리·시선·대형·리듬의 변화(기표)를 동일한 준거로 해석하며, 단서의 결합이 관계 의미(기의)를 어떻게 구성하고 변화시키는지를 장면 전개에 따라 추적하였다.
표 4
작품 구성 및 장면 분석(Structure of the Work and Scene Analysis)
| 장면 | 시간 | 세부 단위 | 핵심 사건/단서 |
|---|---|---|---|
| 장면 1 | 0:00 - 4:13 | 군무 | 전쟁 직전 집단 긴장 고조(대형·리듬 중심) |
| 4:13 - 6:40 | 맥베스-뱅쿠오 듀엣 | 경쟁·긴장 표지화(접촉·거리 변주) | |
| 6:40 - 8:40 | 마녀 3 등장(예언) | 왕관 제시/진단로 ‘구조(운명)’ 개입 암시→장면2 전환(시선·대형) | |
| 장면 2 | 8:40 - 12:20 | 맥베스-레이디 맥베스 듀엣 | 왕관 중심 갈등, 거리/접촉의 대립 |
| 12:20-16:13 | 오브제 등장+레이디 맥베스 솔로 | 힘 과/피 표식 + 기술지기 반복으로 압박의 가시화·정서 폭주(접촉·리듬) | |
| 16:13-29:26 | 군무 | 집단/권력 구조의 확장, 압력의 누적(대형·거리) | |
| 29:26-33:36 | 맥베스 죽음 | 숙 형상(우산)·표위로 최책 환가→퇴국 도착(대형·리듬 중점) | |
| 장면 3 | 33:36-36:13 | 맥베스-레이디 맥베스 듀엣 | 죽음 이후 접촉, 애도 속 잔류 정서(접촉·리듬) |
| 36:13-43:30 | 군무 | 원형 회전·반복 동작으로 윤회/반복 구조 시각화(대형·리듬) |
교류분석(TA)은 교류가 사회적 수준(표면 메시지)과 심리적 수준(이면 메시지)에서 동시에 작동한다는 전제하에 적용하였다. 표면적으로는 공모와 지지의 형식이 유지되지만, 비언어적 단서의 결합이 긴장과 압박, 통제를 신호함으로써 표면–이면의 불일치가 드러나는 지점을 이면교류의 표지로 포착하였다. 다만 표면–이면이 크게 어긋나지 않고 동일한 방향으로 강화되는 경우에는, 이면교류의 표지로 단정하기보다 장면의 긴장 구조를 형성하는 기초 국면으로 해석하였다.
또한 자아상태(P-A-C)는 인물의 성격을 단정하기 위한 범주가 아니라, 상호작용이 통제(P)–조율(A)–반응(C) 중 어느 기능으로 조직되는지 해석하기 위한 틀로 활용하였다. 본 연구에서 P-A-C는 다음과 같은 운용 기준으로 해석하였다. P(Parent)는 상호작용이 ‘지시·제지·압박·규범화’로 조직되는 경우, A(Adult)는 ‘조율·협상·점검·정보 기반 선택’으로 조직되는 경우, C(Child)는 ‘정서적 반응·순응/저항·즉각적 반발’로 조직되는 경우로 보았다. 각 판단은 단일 단서가 아니라 접촉·거리·시선·대형·리듬의 결합 양상을 근거로 하여 장면 맥락 속에서 제시하였다.
장면 분석의 기술 방식은 핵심 구간마다 ‘표면 메시지–이면 메시지–근거 단서’의 순서로 제시하여, 불일치가 나타나는 지점과 단서 조합을 구체화하였다. 즉, 특정 자아상태의 우세를 단정적으로 결론 내리기보다 관찰 근거–장면 해석–TA 개념 연결의 순서로 기술하여 해석의 근거를 명시하였다.
1) 장면 1: 대지 속 인간(0:00-8:40)
(1) 군무(0:00-4:13): 긴장과 집단성의 구축
장면 1은 무대 하수에서 상수 방향으로 무용수들이 일렬로 정렬한 상태에서 시작되며, 전쟁 직전의 대치와 긴장 속 집단 이미지를 환기한다. 군무가 전개되면서 무용수들은 상수–하수를 왕복하는 집단 이동을 반복하고, 강한 에너지로 흐름을 고조시킨다. 이 구간에서는 대형의 정렬 및 집단 이동과 리듬의 가속이 중심 단서로 작동하며, 작품 전반의 ‘폭력과 전쟁’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제시한다<도판 1>.
이 구간의 표면 메시지(사회적 수준)는 전쟁 직전의 대치와 긴장, 그리고 집단적 에너지의 구축으로 요약된다. 이면 메시지(심리적 수준)는 집단적 움직임의 반복과 속도 가속이 개인의 선택 여지를 좁히는 듯한 압박감을 형성하고, 이후 전개될 폭력의 분위기를 예고하는 방향으로 정서를 밀어 올린다는 점에 있다. 이 구간에서는 표면 메시지와 이면 메시지가 크게 갈라지지 않고 같은 흐름으로 점차 강화되므로, 이면교류의 표지로 단정하기보다는 장면의 긴장 구조를 마련하는 기초 국면으로 해석한다.
(2) 맥베스-밴쿠오 듀엣(4:13~6:40): 경쟁과 욕망의 초기 표지
군무가 마무리되며 밴쿠오가 기어 들어오듯 먼저 등장하고, 맥베스는 왕을 연상시키는 상체 중심 움직임으로 뒤따른다. 두 남성 무용수는 서로의 에너지를 밀고 당기며 맞물리고, 힘의 우위를 겨루는 접촉을 통해 ‘왕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신체적으로 표면화되는 순간을 제시한다<도판 2>.
이 구간에서 핵심 단서는 접촉과 거리의 반복적 변주이다. 접촉은 밀고 당김과 힘겨루기 양상으로 제시되며, 거리는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움직임이 교차하면서 경쟁과 대립의 관계를 강화한다. 또한 두 인물이 서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구도가 유지되면서, 대립의 긴장이 장면 전개를 견인한다.
표면 메시지(사회적 수준)는 두 인물의 대치와 경쟁이 ‘우위 다툼’의 형식으로 전개된다는 점에 있다. 이면 메시지(심리적 수준)는 밀고 당김 접촉과 거리 변화의 반복이 욕망의 긴장과 불안정한 힘의 균형을 누적시키며, 이후 관계 압박이 강화될 조건을 형성한다는 데 있다. 다만 여기서는 표면–이면의 불일치가 뚜렷하게 드러나기보다 경쟁의 긴장이 한 방향으로 축적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이 듀엣은 레이디 맥베스의 개입 이전에 이미 ‘욕망의 긴장’이 형성되어 있음을 제시하며, 이후 장면에서 관계 압박이 강화되는 흐름을 위한 전제가 된다.
(3) 마녀 셋 등장(6:40~8:40): 예언과 왕관의 전달
듀엣이 마무리될 즈음, 세 마녀를 각색한 무용수들이 등장한다. 세 무용수는 각각 가야금을 들고 등장하거나 주변을 맴돌고, 또 다른 한 명은 왕관을 들고 등장한다<도판 3>. 음악이 멈추는 순간, 왕관을 든 무용수가 맥베스에게 다가가 예언을 암시하는 움직임을 시작하며, 왕관이 전달되는 순간 장면 2로 전환된다. 이 구간에서 왕관은 무대 중심에 놓이며 ‘권력’이 기호화되는 핵심 오브제로 제시된다. 왕관을 든 존재의 접근과 응시, 그리고 중심에 배치된 왕관은 관계 의미를 ‘개인의 욕망’ 차원에서 ‘운명/구조의 개입’ 차원으로 확장시키며, 욕망의 방향이 외부로부터 정당화되는 듯한 전환점을 형성한다.
장면 1은 집단적 긴장(군무)–경쟁적 욕망(듀엣)–왕관의 부여(예언)로 이어지는 흐름을 통해, 다음 장면에서 레이디 맥베스–맥베스 관계가 급격히 재조직되는 맥락을 제시한다.
2) 장면 2: 상반된 행과 불행(8:40-33:36)
장면 2는 레이디 맥베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표면에서는 공모와 지지가 드러나고 이면에서는 압박과 통제가 작동하는 관계 역학이 한층 심화되는 구간이다.
(1) 맥베스-레이디 맥베스 듀엣(8:40~12:20): 왕관을 둘러싼 표면/이면의 분기
맥베스는 왕관을 무대 중앙 다운스테이지에 내려놓고, 왕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욕망이 교차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어 상수에서 레이디 맥베스가 등장하고, 두 무용수는 왕관을 중심으로 듀엣을 전개한다<도판 4>. 맥베스는 레이디 맥베스를 왕관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동작을 반복하는데, 이는 동일한 ‘왕관’이라는 기표를 두고 두 인물이 서로 다른 관계 방향성을 취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 구간에서 표면 메시지(사회적 수준)는 두 인물이 ‘왕관’이라는 공동 목표를 중심으로 듀엣을 지속하며 공모와 지지의 형식(‘함께’의 형식)을 취하는 것으로 제시된다. 반면, 이면 메시지(심리적 수준)는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는 듯한 형식이 실제로는 주도권 장악과 선택 강요로 기울어지는 압박 및 통제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표면–이면의 불일치를 드러낸다.
이 불일치는 비언어적 단서의 결합에서 구체화된다. 거리는 왕관을 중심으로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움직임이 반복되며 상호작용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그 거리 조절이 오히려 긴장을 강화한다. 접촉 역시 제지와 유도, 끌어당김과 밀어냄이 교차하며 ‘함께’의 형식 안에서 힘의 방향이 충돌함을 드러낸다. 시선은 목표(왕관)로의 고정과 상대 회피가 교차하며, 공동 목표의 외피 아래에서 관계 방향이 분기되는 양상을 드러낸다. 즉, 이러한 단서 조합은 ‘공동 목표를 공유하는 듯한 공모’가 실제로는 통제의 의도와 주도권 경쟁으로 전이되는 지점을 표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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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기표): 왕관 중심으로 접근–이격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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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기표): 제지/유도, 끌어당김/밀어냄의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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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기표): 목표(왕관)로의 고정 vs 상대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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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의미(기의): 공모를 가장한 압박, 주도권 경쟁
자아상태(P-A-C)의 관점에서 보면, 레이디 맥베스는 관계 방향을 규정하려는 부모자아(P) 쪽으로 기울어지는 반면, 맥베스는 접근과 회피를 반복하며 아동자아(C)의 동요가 두드러지는 양상으로 읽을 수 있다. 이러한 분기는 이후 장면에서 이면교류가 누적되는 흐름을 예고한다.
(2) 오브제 등장과 레이디 맥베스 솔로(12:20~16:13): 압박의 상징화와 감정의 폭주
듀엣이 마무리될 즈음 하수에서 흰색 직사각형 판 오브제가 내려오고, 레이디 맥베스는 그 위에 올라가 자신의 몸과 판 위에 피를 퍼뜨리며 잔인함과 권력의 비정함을 표현한다. 이때 레이디 맥베스는 작품의 주제 동작인 ‘가슴을 치는 동작’을 반복하며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이후 레이디 맥베스는 왕관을 들고 배회하고, 맥베스는 피로 물든 판을 들고 앞면과 뒷면을 보여주며 무대를 순회한다<도판 5>.

도판 5
압박의 상징화와 감정의 폭주(Symbolizing Pressure and the Escalation of Emotion). 손관중, 2025. 11. 22.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서울.
이 장면에서 오브제(흰 판)와 가슴치기 반복 동작은 관계 압박이 심리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무대 위에 가시화·고정되는 표지로 작동한다. 표면 메시지(사회적 수준)는 듀엣 이후 레이디 맥베스의 행위가 ‘추진/결단 촉구’의 형식을 띠며 상황을 밀어붙이는 방향으로 제시되는 데 있다. 반면, 이면 메시지(심리적 수준)는 반복 행위와 공간 점유의 확장이 선택을 압축하고 관계 압력을 누적시키는 양상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표면–이면의 불일치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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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기표): 오브제 위에 올라 피를 퍼뜨리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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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기표): 반복되는 가슴치기(강도·빈도의 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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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거리(기표): 배회/순회(무대 전체를 장악하는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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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의미(기의): 욕망의 가속, 죄책의 침윤, 붕괴의 예고
이 단서 조합은 관계 압력이 한 인물의 정서 표출을 넘어 무대 공간 전체로 번지며 ‘지속’되는 양상을 드러낸다. 특히 오브제 위에서의 행위(접촉)와 반복 리듬의 누적은 압박의 지속성을 강화하고, 레이디 맥베스의 배회와 맥베스의 순회는 무대 점유를 확대함으로써 압박이 공간 단위로 확장되는 전개를 표지화한다.
자아상태(P-A-C)의 관점에서 보면, 레이디 맥베스는 통제와 압박 기능이 강화된 부모자아(P) 쪽으로 기울어지고, 맥베스는 반응적 이동과 수동적 위치로 밀리며 아동자아(C)의 불안·수동성이 두드러지는 양상으로 읽을 수 있다. 따라서 본 구간은 P–C의 기능적 불균형이 강화되는 전환 국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3) 군무(16:13~29:26), 유령 밴쿠오/죽음(29:26~33:36): 죄책의 재현과 파국의 도착
이후 밴쿠오와 맥베스가 장면 1과 유사한 구조로 다시 등장하되, 밴쿠오는 유령의 가면을 쓰고 등장하며 ‘과거/죄책’을 호출한다. 이어 군무진은 우산을 활용해 숲의 형상을 구성하고<도판 6>, 움직이는 숲속에서 맥베스는 포위된 채 죽음에 이른다. 이 구간에서 숲(우산)의 집단적 형상화는 맥베스를 둘러싸는 포위 대형으로 압축되며, 거리는 점차 좁혀지며 압박을 형성한다. 또한 리듬의 단절과 종결은 사건이 파국으로 향해 닫히는 흐름을 강화한다. 이러한 단서 조합은 죄책의 환기와 파국의 필연을 관계 의미로 표지화한다.
표면 메시지(사회적 수준)는 유령 밴쿠오의 재등장과 ‘숲(우산)’의 형상화, 포위와 죽음으로 이어지는 사건 전개가 죄책의 재현과 파국의 도착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면 메시지(심리적 수준)는 포위 대형이 압축되고 거리가 좁혀지며 리듬이 단절되어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탈출 불가한 압박’과 ‘수렴하는 필연성’이 강화된다는 데 있다. 이는 앞서 누적된 관계 역학이 파국으로 닫혀 가는 방향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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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기표): 숲(우산)의 집단적 형상화, 맥베스의 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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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기표): 탈출 불가한 압축/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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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기표): 파국으로의 속도감(단절/종결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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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의미(기의): 죄책의 환기, 파국의 필연화
비록 이 구간에서 레이디 맥베스의 직접적 상호작용은 전면에 나타나지 않지만, 앞서 누적된 공모와 압박의 관계 역학이 ‘파국’으로 수렴하는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장면 2의 관계 읽기를 종결 국면까지 확장한다. 따라서 이 장면은 레이디 맥베스의 이면교류가 일회적 사건에 그치기보다, 관계의 방향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구조로 축적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3) 장면 3: 윤회의 수레바퀴(33:36-43:30)
(1) 맥베스-레이디 맥베스 듀엣(33:36~36:13): 죽음 이후의 접촉과 슬픔의 표기
맥베스의 죽음 이후 레이디 맥베스가 다시 등장해 맥베스를 끌어안고, 가슴을 치는 반복 동작으로 슬픔을 표출한다. 이때 접촉은 장면 2의 ‘압박’과 달리 외형상 ‘애도’의 형태로 전환되지만, 반복되는 가슴치기는 앞서 누적된 붕괴의 정서가 해소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음을 드러낸다<도판 7>.
이 구간의 표면 메시지(사회적 수준)는 죽음 이후의 접촉이 외형상 ‘애도’로 전환되며 상실의 정서를 드러내는 데 있다. 반면, 이면 메시지(심리적 수준)는 반복되는 가슴치기 리듬이 장면 2에서 누적된 붕괴의 정서를 해소하지 못한 채 지속시키며, 파국의 결과가 ‘잔류’하는 양상을 표지화한다는 점에서 표면–이면의 불일치를 형성한다.
자아상태(P-A-C)의 관점에서 보면, 이 구간은 성인자아(A)의 조율이 회복되기보다 붕괴 이후의 아동자아(C) 정서(상실·후회)가 지속되는 국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2) 군무(36:13~43:30): 원형 회전과 반복의 구조화
군무진은 2명씩 짝을 이루어 등을 맞대고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왕관을 상징하는 형상을 만들며, 업스테이지와 다운스테이지를 왕복하면서 작품 전반의 핵심 동작인 ‘가슴을 치는 움직임’을 반복한다. 무용수들은 원형으로 회전하며 윤회 사상을 시각화하고, 마지막으로 세 마녀가 다시 등장하며 작품의 서사를 닫는다<도판 8>. 이 구간에서 원형 회전과 왕관 형상은 순환과 권력의 반복을, 반복 동작의 집단화는 개인의 정서가 구조적 반복으로 확장되는 양상을 표지화한다. 따라서 장면 3은 개인의 파국이 개인적 비극으로 종결되지 않고, 반복되는 권력 구조와 감정의 순환 속에서 재생산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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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기표): 원형 회전(순환), 왕관 형상(권력의 반복) 리듬(기표): 반복 동작의 집단화(개인 → 구조로 확장) 장면 의미(기의): 개인의 죽음 이후에도 지속되는 권력 구조, 반복되는 역사
Ⅳ.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현대무용 「윤회적 맥베스」(2025)를 대상으로 레이디 맥베스–맥베스 관계가 접촉·거리·시선·대형·리듬의 비언어적 단서로 어떻게 표지화되는지, 단서의 반복과 누적이 관계 전이와 균열 및 붕괴의 전환 지점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무용기호학의 기표–기의 관점과 교류분석(TA)의 이면교류 및 자아상태(P-A-C)를 적용하여 비언어적 형식과 관계 의미 생성의 연관 구조를 해석하였다. 연구문제에 따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레이디 맥베스의 이면교류는 다섯 단서(기표)의 결합과 변주를 통해 장면별로 표지화되며, 그 결합이 산출하는 관계 의미(기의)가 표면–이면 불일치로 구체화된다. 특히 장면 2의 왕관 중심 듀엣에서 레이디 맥베스는 접근과 접촉의 긴장을 높이고, 목표인 왕관을 향한 시선의 고정과 상대 회피, 무대 중심 점유, 압박적 리듬을 함께 작동시켜 상호작용의 방향을 특정 지점으로 밀어붙인다. 이 과정에서 표면적으로는 공모와 지지의 형식이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이면에서는 선택을 제한하고 상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동시에 작동하며, 이 지점이 표면–이면 불일치의 핵심으로 해석된다. 또한 흰색 직사각형 판 오브제, 피의 표식, 가슴치기 반복은 이러한 불일치가 단발적 사건에 그치지 않고 반복을 통해 누적되며 가시화되는 과정을 강화한다.
둘째, 이면교류의 반복적 누적은 P-A-C 관점에서 관계 전이를 촉진하고, 장면 2 후반부에 균열과 붕괴로 이어지는 전환 지점을 형성한다. 레이디 맥베스의 상호작용이 강화될수록 성인자아(A)의 조율은 회복되지 못하고 부모자아(P)의 통제·압박 기능이 두드러진다. 반면 맥베스는 동요와 회피의 위치로 밀려나 아동자아(C)의 불안과 수동성이 강화되는 양상으로 읽힌다. 이러한 관계 변화는 서사 요약이나 인상적 진술에 기대기보다, 다섯 단서가 반복적으로 배열되고 재배치되는 흐름 속에서 추적 가능하게 제시된다. 더 나아가 파국 이후에도 관계 의미는 종결로 고정되지 않고 ‘잔류’와 ‘반복’의 형식 속에서 재배치된다. 죽음 이후 애도 장면에서도 반복 동작이 이어지며 파국의 정서가 남아 있고, 마지막 원형 회전 군무는 반복의 축적이 작품의 윤회 구조로 확장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따라서 관계의 붕괴는 단절된 끝이라기보다, 반복 형식 속에서 관계 의미가 재배치되고 재구성되는 국면으로 제시된다.
본 연구의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후속 연구에서는 다섯 단서를 토대로 작품과 인물에 따라 관계 유형별 단서 결합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 분석할 필요가 있다.
둘째, 관계 전이 해석의 정교화를 위해 P-A-C 해석 기준을 장면 단서와 더 촘촘히 대응시키고, 통제와 조율 및 반응의 방향성이 어떤 단서 결합에서 강화되거나 전환되는지 기술 방식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단일 작품 분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다른 서사 기반 작품 또는 동일 서사의 다른 안무 버전과 비교하여, 이면교류가 어떻게 반복되고 축적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서사 기반 현대무용에서 관계의 의미가 사건 서술이나 심리 진술로 고정되기보다, 비언어적 단서의 배치와 전개에 따라 생산되고 변형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접근은 무대 위 관계 읽기를 형식적 근거에 기반해 구체화하고, 관계가 균열과 붕괴로 향하는 전환을 단서의 축적 흐름 속에서 설명할 수 있는 분석적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