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Society for Dance Documentation & History

pISSN: 2383-5214 /eISSN: 2733-4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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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nce Aesthetics of Han Sung-jun and Kang Sun-Young as Revealed in Jeukhungmu+ 「즉흥무」를 통해 본 한성준-강선영의 춤의 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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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n Dance Journal Vol.80 No. pp.301-317
DOI : https://doi.org/10.26861/sddh.2026.80.301

The Dance Aesthetics of Han Sung-jun and Kang Sun-Young as Revealed in Jeukhungmu+

Yoonji Hwang*
*A Seoul-Gyeonggi Dance Research Society Association

이 논문은 2025년 11월 30일, ‘2025 서울경기춤포럼’(장소: 숙명 여자대학교 제2창학캠퍼스 약학 대학 창학 B107 젬마홀)에서 발제 한 원고를 수정·보완한 것임.


* Hwang Yoonji yoonji3872@naver.com
January 31, 2026 March 30, 2026 March 30, 2026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how Han Seongjun’s aesthetics in Jeukheungmu were transmitted to Gang Seonyeong. Using documents from the Joseon Music and Dance Institute and oral accounts from Gang and her successor Gim Miran, the study employs an interpretive method. Han’s instruction- “gcombine the learned movements and create your own dance”-shows his view of Jeukheungmu as a form of individuality and inner freedom. Gang embodied this lineage through affective contrasts of stillness and sudden release and the coexistence of joy and sorrow. Testimony on the “six movements” confirms Jeukheungmu as a core creative-pedagogical system reflecting Han’s aesthetics. This study clarifies how freedom and emotion are inherited within Korean dance.



「즉흥무」를 통해 본 한성준-강선영의 춤의 미학+

황윤지*
*서울경기춤연구회 부회장

초록


본 연구는 즉흥무 에 나타난 한성준의 춤 미학이 강선영에게 어떻게 계승되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연구는 조선음악무용연구회 관련 문헌과 강선영의 생애 구술 채록 자료, 전승자 김미란의 구술·전승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해석적 방법을 사용 하였다. 분석 결과 한성준은 ‘배운 사위를 엮어 자신만의 춤을 만들라’는 지침을 통해 즉흥무 를 개인의 개성과 내적 자유가 드러나는 핵심 형식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강선영은 이 전통을 이어받아 정적 긴장과 순간적 폭발이 맞물리는 정동의 대비와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양가적 감정의 흐름을 자신의 춤어법 속에 체현하였다. 특히 김미란의 구술에서 확인되는 ‘6가지 동작’은 즉흥무 가 한성준 미학의 핵심을 담은 창작·교육 체계였음을 실증한다. 본 연구는 즉흥무 를 매개로 한 미학적 전승 구조를 밝히고, 한국 전통춤에서 자유와 정서가 어떻게 계승·심화되는지를 논의한다.



    Ⅰ. 서 론

    1. 연구의 배경 및 필요성

    21세기 무형유산의 담론은 단순히 고정된 원형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내재된 창조적 생명력과 전승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래 국가무형문화재 제도를 통해 소실 위기에 처한 전통춤을 보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지정된 보유자 중심의 보호 원칙이 제도적으로 고착화 되면서, 오히려 지정되지 못한 수많은 미지정 춤 종목들이 법적 보호망에서 소외되어 전승이 단절되거나 사장되는 불균형적 한계를 노출하기도 하였다(최영화, 민경선 2017, 30).

    특히 본 연구가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이 그늘진 곳이다. 화려하게 꽃피운 지정 무형유산의 이면에는 그 꽃을 피우기 위해 자양분을 공급했던 뿌리와 줄기 같은 기본 춤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미지정 유산들은 비록 제도권의 보호막 안에 들어오지는 못했으나, 춤꾼의 신체적 훈련 과정과 예술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원천 소스(Source Code)로서의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지정 문화재의 박제화를 경계하고 전통춤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복원하기 위해서는 제도권 밖에서 묵묵히 전승되어 온 미지정 춤 종목들을 발굴하고 그 미학적·교육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한국 근대 춤의 시조인 한성준(韓成俊, 1874-1942년)과 그의 수제자 강선영(姜善泳, 1925-2016년)으로 이어지는 계보는 한국 무용사의 가장 굵직한 줄기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 중요성 만큼이나 이들에 관한 연구는 꾸준히 축적되어 왔다.

    한성준에 관한 선행연구들은 주로 조선음악무용연구회 설립 배경과 근대 무용사적 의의, 그리고 승무태평무 등 전통춤의 무대화 과정에 주목하였다(김영희 2002; 성기숙 2014; 김연정 2017). 최근에는 한성준의 춤을 서울 지역 춤의 전개 과정이라는 거시적, 공간적 관점에서 조명한 연구(김경은 2014)가 발표되며 한성준 춤의 지역적 정체성과 역사적 맥락에 대한 연구 지평이 확장되고 있다. 또한 강선영에 관한 선행연구들은 예술적 생애를 조명하거나, 스승의 유산을 계승하여 국가무형유산으로 정립한 태평무의 미학적 구조와 춤사위 특징을 분석하는 데 집중되어 왔다(송문숙 2003; 성기숙 2008; 김미란, 조남규 2016;오덕자, 심경은 2017;이정민 2020). 이처럼 기존의 학술적 성과들은 두 거장의 역사적 위상을 정립하고 완성된 대표작을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한성준과 강선영 춤에 관한 기존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지정 문화유산인 태평무 중심의 결과론적 분석에 편중되어 있다는 명확한 한계를 지닌다. 강선영의 춤 세계를 완성작 중심으로만 이해하다 보니 그 완성작을 가능하게 했던 기초적 토대이자 창조적 기제인 즉흥무에 대한 탐구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졌다. 성기숙(1996)의 연구에서 입춤기본춤의 생성 배경이 논의된 바는 있으나, 한성준의 엄격한 교육 철학이 즉흥무라는 구체적인 매개체를 통해 강선영의 미학으로 어떻게 전승되고 확장되었는지, 그 내밀한 계보적 연결고리와 창작 원리를 심층적으로 규명한 선행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본 연구가 천착하는 대상은 바로 이 지점에서 누락된 연결고리인 즉흥무이다. 본 연구는 기존 연구들이 간과했던 ‘과정으로서의 춤’이자 ‘미지정 유산’인 즉흥무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지닌다. 특히 문헌 기록의 한계를 넘어 강선영과 직계 제자 김미란(서울경기춤연구회 이사장 1952-)의 생생한 구술 자료를 교차 분석함으로써, 한성준의 교육적 지침이 강선영 즉흥무의 미학으로 치환되는 과적을 실증적으로 논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태평무라는 거대한 그늘에 가려져 있던 즉흥무의 예술적 독자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제도권 밖에서 전승되고 있는 수많은 미지정 전통춤들이 단순한 원형의 잔재가 아니라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한국춤의 본질적인 텍스트임을 학계에 제언하고자 한다.

    2. 연구 범위 및 방법

    연구는 한성준의 춤 교육관이 강선영의 즉흥무에 미친 미학적 영향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기존의 문헌 연구와 구술사 연구를 병행하는 복합적인 연구 방법을 채택하였다. 구체적인 연구의 범위와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문헌 연구를 통해 1930년대 후반 조선음악무용연구회의 설립 배경과 교육 시스템의 역사적 실체를 파악한다. 이를 통해 당시의 춤 교육이 어떻게 체계화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립된 즉흥무가 갖는 위상을 이론적으로 정립한다.

    둘째, 문헌 기록의 한계를 보완하고 실제 교육 현장의 내밀한 전승 과정을 복원하기 위해 강선영의 생애 구술 채록 자료를 1차 사료로 심층 분석한다. 기존 연구들이 연구소의 제도적 측면에 주목했다면, 본 연구는 강선영의 구술을 통해 교과 과정의 실질적 운영 실태를 파악한다.

    셋째, 현장 조사를 통해 강선영의 직계 제자인 김미란의 구술을 확보하고, 이를 한성준-강선영으로 이어지는 즉흥무의 창작 원리와 연결한다. 본 연구는 김미란의 증언에서 확인되는 “6가지 동작을 주고 엮어보라”는 한성준의 구체적 지침을 즉흥무 생성의 핵심 기제로 설정한다(김미란, 개인면담, 2025년 11월 17일). 이 6가지 동작이라는 형식적 제약이 어떻게 강선영의 창의적 해석을 통해 엮음의 미학으로 확장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현되는 정동(靜動)의 대비와 신명(神明)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실증적으로 규명한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문헌에 기록된 제도로서의 연구소와 구술을 통해 재구성된 현장으로서의 교육 실태를 교차 검증하여, 한성준의 교육 철학이 강선영의 즉흥무라는 예술적 결과물로 승화되는 미학적 전승 구조를 도출하고자 한다.

    Ⅱ. 한성준의 춤 교육과 즉흥무의 위상

    1. 한성준의 춤 교육

    1930년대 후반은 전통춤에 있어 위기의 시대였다. 서구식 신무용이 대두하고 전통 예술이 구식으로 치부되던 상황 속에서 한성준은 민족 고유의 춤이 소멸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았다(김영희 2000, 62). 그는 사라져가는 조선춤을 보존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후진을 양성하고자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1937년 조선음악무용연구회를 창립한다(성기숙 2014, 129).

    연구소는 경성부 경운정 47-1번지(현 종로구 경운동)에 위치한 한성준의 자택을 개조한 2층 한옥으로 1층은 살림집과 제자들의 숙소로 25평 규모의 2층은 연습실로 활용되었다. 이는 단순한 학원이 아니라 스승과 제자가 한 공간에서 기거하며 춤의 기법과 정신을 전수받는 전통적 도제식 교육의 장이었다(성기숙 2014, 133).

    연구소의 설립 목적은 최승희(崔承喜, 1911-1967년), 조택원(趙澤元, 1907-1976년) 등의 신무용연구소와는 그 궤를 달리했다. 신무용이 서구의 춤을 기반으로 조선의 정서를 표현하려 했다면 한성준의 연구소는 오로지 조선의 전통춤을 중심으로 전문 연구를 수행한 최초의 기관이었다(김영희 2000, 61). 이곳은 춤 교육기관이자 당대 최고의 국악 명인들이 집결한 ‘악가무(樂歌舞) 통합 교육’의 현장이었다. 강선영의 구술에 따르면 연구소에는 지영희(池瑛熙, 1909-1980년), 성금련(成錦鳶, 1923-1983년), 이정업(李正業, 1908-1974년) 등 전국의 명인들이 모여 함께 숙식하며 제자들을 지도했다. 춤을 배우는 학생들은 춤뿐만 아니라 양금, 해금 등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음악적 원리를 체득해야만 했다(강선영, 손선숙 면담, 2008년 8월 19일).

    조선음악무용연구회의 교육 체계는 ‘전문 예인 양성’이라는 뚜렷한 목표 아래 매우 엄격하고 독창적으로 운영되었다. 첫째, 커리큘럼의 핵심은 승무였다. 강선영의 증언에 따르면, 연구소는 별도의 기본무를 가르치지 않고, 입문자에게 곧바로 승무를 가르쳤다.

    • 손(면담자) : 처음 들어가면 승무부터 가르친다고 하셨잖아요.

    • 강(강선영) : 네, 그러믄요.

    • 손 : 기본 무(舞) 같은 건 없으셨어요. 선생님 발동작 기본이라든가.

    • 강 : 기본이 승무에요.

    • 손 : 기본이 승무에요?

    • 강 : 우리는 그래요. 딴 데서는 모르는데. 우리 선생님은 기본이 승무에요(강선영, 손선숙 면담, 2008년 8월 19일).

    한성준에게 승무는 모든 춤의 원리가 집약된 정수이자 춤꾼의 신체를 만드는 ‘기본’ 그 자체였다. 교육은 장단의 흐름에 따라 염불-도드리-타령-굿거리 순으로 철저하게 단계별로 진행되었다. 연구생들은 이 승무 하나를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짧게는 2~3년에서 4년까지 매진해야 했으며 승무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학춤, 태평무, 한량무 등 다른 상위 레퍼토리를 배울 자격이 주어졌다(성기숙 2014, 137).

    둘째, 이원화된 졸업시험 체계이다. 문헌에 따르면 연구소는 매년 한성준의 생일 무렵 당대 최고의 국악 명인들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여 정기 졸업시험을 치렀다. 시험 과목은 승무즉흥무 두 가지로 구성되었다. 승무는 2~3년간 연마한 기본기를 검증하는 자격 요건의 성격이 강했다. 연구생 대부분이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는 규범의 영역이었다. 반면, 실질적인 당락과 춤꾼으로서의 등급은 즉흥무에서 결정되었다(성기숙 2014, 137).

    강선영의 구술은 이 시험의 성격이 현대의 정량적 평가와는 완전히 달랐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점수(Level)가 아닌, 함께 연주하는 악사(樂士)들의 인정에 의한 방식이었다.

    • 손 : (...) 당시에 1학년에서 2학년 올라간다 하는 시험이라든가 이런 게 있었나요?

    • 강 : 어어 그 시험이라고 어떻게 그 딱 레떼르(level)는 안 붙여요. 그냥 이렇게 봐서 선생님들이 장단들 치고 이렇게 몇 년씩… “아 저놈이 이제 다 컸구나.” 큰 선생들이 한마디, 대금 불던 분이던지, 피리 불던 분이던지 유명한 선생들이 “저놈은 춤이 다 컸구나.” 이러면 이제 졸업이에요(강선영, 손선숙 면담, 2008년 8월 19일).

    승무를 통해 ‘법(法)’을 체득하고, 당대 최고 악사들의 인정을 통해 ‘흥(興)’을 공증 받은 자만이 한성준의 제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2. 즉흥무의 위상

    조선음악무용연구회의 교육 체계에서 즉흥무승무와 더불어 졸업시험의 양대 축을 이루었다는 점은 이 춤이 단순한 여흥구가 아닌 한성준 교육 철학의 핵심 기제였음을 시사한다. 승무가 규범의 내면화를 평가하는 척도였다면 즉흥무는 개인의 창의력과 예술적 자립을 평가하는 관문이었다.

    이러한 즉흥무의 교육적 의도는 강선영의 직계 제자인 김미란의 구술을 통해 더욱 명확해진다. 김미란은 스승 강선영으로부터 전해들은 한성준의 독특한 시험 방식을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선생님(강선영) 말씀이, 할아버지(한성준)는 졸업시험 때 춤을 다 짜주지 않으셨다고 해요. 대신 딱 여섯 가지 핵심 동작만 재료로 던져주시고는, ‘이 6가지를 가지고 네가 알아서 엮어 봐라.’ 그게 시험 문제였던 거죠. 똑같은 6가지 동작을 줬는데, 누구는 슬프게 엮어내고 누구는 신명 나게 엮어내니까 거기서 진짜 실력이 드러나는 겁니다(김미란, 개인면담, 2025년 11월 17일).

    이 증언은 즉흥무 시험이 단순한 모방 능력을 넘어 창조적 재구성 능력을 요구했음을 보여준다. 6가지 동작은 춤을 구성하는 최소한의 문법이자 공통의 재료이다. 그러나 이를 엮는 방식—동작의 순서를 정하고 장단과의 관계를 설정하며 호흡으로 이음새를 메우는 방법은 전적으로 춤꾼 개인의 몫이었다. 한성준은 제자들에게 완성된 춤이 아닌 춤의 재료만을 제공함으로써 제자 스스로가 예술적 탐구를 통해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내도록 유도했다. 이는 춤꾼이 스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예술가로 거듭나는 통과의례였다.

    한성준의 교육 철학은 승무즉흥무라는 이원화된 시험 체계 속에 집약되어 있다. 그는 춤꾼이 갖추어야 할 두 가지 핵심 덕목으로 형식과 개성을 동시에 강조했다. 첫째, 승무를 통해 형식을 가르쳤다. 승무는 춤의 법(法)이자 규범이었다. 강선영이 ‘기본이 승무에요’라고 단언했듯이 한성준은 이 완벽한 형식을 체화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춤도 출 수 없다고 보았다. 이는 춤꾼의 신체라는 그릇을 빚는 과정이었다.

    둘째, 즉흥무를 통해 개성을 일깨웠다. 한성준은 춤이 박제된 형식으로 남기를 원치 않았다. 그는 춤꾼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고유의 신명과 흥을 예술의 본질로 보았다. 6가지 동작이라는 형식적 제약 안에서 자신만의 엮음을 통해 자유를 획득하는 즉흥무는 바로 이 개성을 평가하는 최적의 도구였다.

    결국 한성준이 추구했던 이상적인 예술가는 스승을 완벽하게 복제하는 기능인이 아니었다. 그는 승무라는 탄탄한 대지(기본기) 위에 즉흥무라는 날개(창의성)를 달고 자신만의 하늘을 날 수 있는 주체적인 예술가를 길러내고자 했다. 즉흥무는 한성준이 평생을 바쳐 정립한 엄격한 법도와 그 법도를 넘어서는 자유로운 흥이 하나로 만나는 그의 춤 미학이 집약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Ⅲ. 강선영 즉흥무의 생성 원리와 구조적 특징

    1. 즉흥무의 생성원리

    1) ‘6가지 동작’의 불확정성과 개별적 전승

    김미란의 구술 자료를 통해 확인된 한성준의 6가지 동작 지침은 강선영 춤의 생성 원리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이다. 그러나 현재 그 6가지 동작이 구체적으로 어떤 춤사위를 지칭하는지 문헌상으로나 구전으로나 명확히 규명되지 않는다. 본 연구는 이러한 대상의 불확정성이 단순한 기록의 부재가 아니라 한성준 교육학의 본질인 철저한 개인지도 방식에서 기인한 필연적 결과임을 주장한다.

    조선음악무용연구회의 춤 수업은 철저한 개인지도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각자의 기량과 신체적 특성에 맞게 가르쳤다(성기숙 2014, 134). 이는 한성준이 모든 제자에게 획일적인 6가지 동작을 주입한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즉, ‘6가지’라는 숫자는 춤을 구성하는 최소한의 재료를 상징하는 메타포이자 제약이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제자의 기질에 따라 달라지는 ‘맞춤형 교육’이었을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6가지 동작의 실체를 규명하려는 시도보다는 오히려 그 비어있는 형식이 강선영에게 어떤 창작적 동기를 부여했는지에 주목해야한다.

    2) 개별적 기질과 음악성 체득을 통한 춤 어법 구축

    한성준이 제시한 ‘6가지 동작’이라는 원형적 재료는 강선영의 독창적인 예술적 기질과 만나며 그녀만의 독보적인 춤사위로 확장되고 변주되었다. 첫째, 강선영이 인식한 즉흥무의 핵심은 스승의 춤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흥을 기분에 따라 즉각적으로 표출하는 데 있었다.

    즉흥무다 하면은 흥에 겨워서 추는 춤이니까 이것을 슬프게 가져가도 되고 아니고, 너무 가벼워도 안 되고, 자기 아픔이나 괴로움을 다 잊어버리고 즉흥적으로 아주 자기 기분에 들떠서 추는 춤이 그게 즉흥무 에요(강선영, 손선숙 면담, 2008년 8월 19일).

    이처럼 강선영은 ‘자기 기분에 들떠서 추는 춤’을 즉흥무의 본질로 보았으며, 억지로 감정을 꾸며내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기분이 좋을 땐 안 올라갈 때도 있어요... 내가 그 흥이 안 나거든(강선영, 손선숙 면담, 2008년 8월 19일)”이라는 증언은 그녀가 형식(6가지 동작)을 따르기 이전에 자신의 진실한 감정에 충실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강선영의 이러한 기질은 타인의 춤을 의식하지 않는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자부심으로 발현되었다.

    난 나대로만 알지. 나는 남의 거 아이 돈 케어(I don’t care)(강선영, 손선숙 면담, 2008년 8월 19일).

    결국 강선영은 한성준이 제시한 ‘6가지 동작’이라는 뼈대 위에 솔직한 흥과 독보적인 카리스마라는 자신만의 기질을 덧입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강선영 류(流)의 즉흥무를 생성해낸 것이다.

    둘째, 한성준은 단순한 무용가가 아니라 전통 가무악에 통달한 ‘명고수(名鼓手)’였으며, 이러한 그의 예술적 정체성이 춤 교육의 근간이 되었다는 점이다. 한성준은 전통가무악에 두루 능통하였으며 전국의 민속예능의 현장과 각 지역의 권번을 두루 섭렵한 진정한 의미의 광대이자 예인이었다. 이러한 그의 이력은 춤을 가르칠 때 동작의 시각적 모방보다 음악적 구조인 장단을 먼저 이해하고 체화시키는 독창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토대가 되었다(성기숙 2014, 153).

    특히 한성준은 춤의 수련 과정을 설명하며 ‘득무득고(得舞得鼓)’의 철학을 강조하였다.

    춤은 처음에는 오금이 피로하지만 하도 추고 나면 차츰 피로 속에서 다시 일어나고, 장단도 하도 치고 나면 손이 치는 것이 아니라 장단이 장단을 치는 득무득고(得舞得鼓)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성기숙 2014, 136).

    이는 춤과 장단이 주객(主客)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몰입의 상태에서 하나로 합일되는 경지를 지향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강선영의 즉흥무가 보여주는 탁월한 음악적 해석력은 우연한 재능이 아니라 ‘춤을 얻으려면 북(장단)을 먼저 얻어야 한다’는 스승의 철저한 음악 중심 교육관이 투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성기숙 2014, 136).

    이러한 교육과정 속에서 강선영류 즉흥무는 음악을 타고 노는 형식으로 구체화되었다. 강선영은 구술자료를 통해 “춤은 장구, 노래는 북(강선영, 손선숙 면담, 2008년 8월 19일)”이라며 춤과 반주의 불가분성을 역설하였는데, 이는 춤사위가 장단의 박자에 수동적으로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장단의 흐름을 타고 넘으며 능동적으로 리드해야 함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강선영의 즉흥무는 한성준이 강조한 ‘득무득고’의 철학이 체화되어 음악이라는 청각적 질서를 춤이라는 시각적 언어로 자유롭게 요리하고 편집하는 고도의 음악성을 획득하게 되었고, 이것이 즉흥무로 자유롭게 표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즉흥무의 미학적 특징

    1) 형식 안에서 발휘되는 즉흥성(가변성)의 원리

    강선영 즉흥무는 완전히 자유로운 춤이 아니라, 굿거리에서 자진모리를 거쳐 다시 굿거리로 이어지는 정해진 순서와 구조적 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견고한 형식 안에서 발현되는 춤사위의 질감은 춤꾼의 내면 상태에 따라 매번 다르게 변주되는 가변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강선영이 즉흥무를 기술적 재현이 아닌 ‘자기 기분에 추는 춤’으로 정의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막 흥이 나서 이러고, (어깨춤을 추면서) 또 괴로우면 춤이 금방 턱 늘어져서 이렇게 턱 (어깨춤을 추다가 호흡을 풀며) 이래지고. 그게 춤이 달라. 그때그때. (...) 기분이 안 좋을 땐 안 올라갈 때도 있어요. 연습을 안 올라가고 너희끼리 연습해라. 왜 그러는지 몰라요 제자들이. 내가 그 흥이 안 나거든(강선영, 손선숙 면담, 2008년 8월 19일).

    이 증언은 춤의 외형적 순서는 동일할지라도 그 동작을 수행하는 에너지의 강약과 호흡의 깊이가 춤꾼의 감정(즐거움, 괴로움)에 따라 즉각적으로 변형됨을 보여준다. 즉, 흥이 날 때는 동작이 탄력 있고 경쾌하게 표현되지만 괴로움이 앞설 때는 동작이 이완되고 무겁게 표현되는 식이다.

    결국 강선영 즉흥무의 구조적 특징은 고정된 형식과 유동적 정서의 결합에 있다. 한성준이 제시한 6가지 동작에서 발전된 최소한의 형식적 틀은 유지하되 그 안에서 춤꾼의 흥과 양가적 감정이 매번 새롭게 채워지는 열린 구조를 지닌다. 이는 춤이 박제된 형식이 아니라 춤꾼의 호흡과 감정에 따라 살아 숨 쉬는 유기체여야 한다는 한성준의 춤 철학이 강선영을 통해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된 형태라 할 수 있다.

    2) 양가적 감정의 춤

    강선영의 즉흥무는 기쁨과 슬픔, 한(恨)과 흥(興)이라는 상반된 정서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호흡 안에서 융합되는 양가적 미학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강선영이 춤을 통해 도달하고자 했던 궁극적인 경지로 강선영의 증언에도 잘 나타나 있다.

    춤을 좀 자세히 봐 주면은, 강선영 춤을 좀 자세히 봐 주면은 거기에 다 슬프고 한이 나오고 또 (웃으며) 즐거운 게 나올 텐데...(강선영, 손선숙 면담, 2008년 8월 19일).

    또한, 제자들에게 내린 구체적인 지침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김미란은 스승 강선영으로부터 전수받은 감정 표현의 원리를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즉흥무를 출 때 속에 있는 가슴을 쓸어내리라고 하셨어요. ‘내가 엎드려서 (기운을) 받아서 올릴 때 내면세계의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게 내뱉으라’고. 하지만 빠른 동작을 할 때는 슬픔을 나타내지 말고 환희의 춤으로, 기쁨에 찬 모습으로 추라고 가르치셨죠(김미란, 개인면담, 2025년 11월 17일).

    이는 “강선영 춤을 좀 자세히 봐 주면은 거기에 다 슬프고 한이 나오고 또 (웃으며) 즐거운 게 나올 텐데...”라는 강선영(강선영, 손선숙 면담, 2008년 8월 19일)의 언급과 정확히 일치한다. 느린 장단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동작은 한(恨)을 삭히는 내면화 과정이고 빠른 장단에서 환희에 차서 추는 동작은 흥(興)을 발산하는 과정이다. 강선영의 즉흥무는 웃음 속에 눈물이 있고 눈물 속에 웃음이 있는 한국적 정서의 복합미를 구현하며 형식과 자유가 하나로 만나는 지점에서 한국 춤의 진정한 미학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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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판 1

    즉흥무 (Jeukheungmu). 김미란, 2024. 09. 11. 서울경기춤연구회, 서울.

    3) 정동(靜動)의 대비

    강선영 즉흥무의 또 다른 핵심은 단조로움의 배격과 극적인 정동(靜動)의 대비에 있다. 강선영은 춤이 평이하게 흐르는 것을 경계했으며 정적인 긴장 속에 내재된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역동성을 강조했다. 김미란은 자신이 강선영무용단 단장 시절 단원들에게 춤을 ‘밋밋하게 가르쳤다’는 이유로 스승에게 크게 질책 받았던 일화를 회고하며 강선영 춤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선생님은 밋밋한 걸 제일 싫어하셨어요. 공연하고 나서도 무지 혼났죠. 선생님 춤은 밋밋한 것 같은데 돌변하는 듯한 동작, 이렇게 (정적으로) 하다가 갑자기 ‘화아앙’ 하고 폭발하는 동작이 특징이에요. 그게 바로 카리스마죠(김미란, 개인면담, 2025년 11월 17일).

    김미란이 묘사한 ‘갑자기 화아앙 하는 동작’은 강선영 춤 특유의 몰입과 폭발력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특히 엎어서 멈추는 동작이나 엎었다 섰다 뿌리는 동작은 한성준의 승무에서 차용된 기법으로 긴 장삼을 뿌리듯 맨손과 수건을 활용하여 공간을 순식간에 장악하는 방식이다.

    또한 강선영은 자진모리로 들어갈 때 경쾌하게 끊어졌다 멈췄다 풀어주고, 강할 때는 확실히 강조해서 강하게 추라고 주문했다(김미란, 개인면담, 2025년 11월 17일). 이는 춤의 강약 조절을 통해 관객의 호흡을 쥐락펴락하는 긴장감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으로 강선영 즉흥무가 단순한 유희를 넘어선 고도의 예술적 기교와 무대 장악력을 갖춘 춤임을 입증한다.

    강선영 즉흥무의 구조적 특징을 논할 때 수건의 활용은 미학적 분기점이 되는 핵심 장치이다. 춤의 초반부는 맨손으로 추며 내면의 기운을 응축시키지만 춤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 소도구를 극적으로 등장시킨다.

    즉흥무는 요만한 수건 들어요. 요렇게 네모, 손수건. (...) 여기다 (오른쪽 소매 안에 있는 수건을 잡아 빼는 시늉을 하면서 넣어서 잘 안 보이지. 나중에 확 나오게, 나오지(강선영, 손선숙 면담, 2008년 8월 19일).

    잘 안 보이게 소매 속에 숨겨두었던 수건이 확 나오게 뿌려지는 순간은 춤의 구조가 정(靜)에서 동(動)으로 급격히 전환되는 지점이다. 이때의 수건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춤꾼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흥과 에너지를 시각화하고 무대 공간을 확장시키는 신체의 연장으로서 기능한다. 즉, 수건은 강선영 즉흥무의 역동적인 구조를 완성하는 결정적인 매개체이다.

    Ⅳ. 즉흥무에 투영된 한성준-강선영의 춤 미학

    1. 법(法)과 무법(無法)의 변증법: 형식 안의 자유

    즉흥무는 흔히 형식이 없는 춤으로 오해받기 쉬우나 본 연구의 분석 결과 그것은 엄격한 법(法)을 전제로 한 무법(無法)의 미학임이 드러난다. 한성준이 강선영에게 제시한 6가지 동작은 춤꾼이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범이자 춤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형식적 제약이었다. 그러나 한성준은 이 형식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을 경계하고 제자 스스로 이를 엮어낼 것을 주문함으로써 형식의 구속을 넘어선 창조적 자유를 허락하였다.

    강선영은 스승이 준 이 ‘법(6가지 동작)’을 철저히 체화한 바탕 위에서 자신의 기질인 ‘솔직함’과 ‘대범함’을 투영하여 자신만의 류(流)를 완성했다. 그녀가 무대 위에서 보여준 거침없는 자신감은 무질서한 방종이 아니라 스승의 법도를 완벽히 소화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필연적인 자유였다. 즉, 강선영의 즉흥무는 ‘제약(한성준)’과 ‘해석(강선영)’이 충돌하고 융합하는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 규범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규범을 잃지 않는 불이(不二)의 경지를 보여준다.

    2. 정중동(靜中動)의 현대적 변용: 절제와 폭발의 카리스마

    한국 춤의 본질적 미학인 정중동(靜中動)은 강선영의 즉흥무에서 절제와 폭발이라는 현대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형태로 변용된다. 앞서 Ⅲ장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강선영은 춤의 전반부에서 맨손으로 내면의 호흡을 다스리며 정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다가 후반부 자진모리장단에서 수건을 꺼내 들며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발산시킨다.

    김미란이 묘사한 ‘정적이다가 갑자기 화아앙 하고 돌변하는 동작’은 전통적인 정중동의 개념을 넘어선 것이다. 전통적 정중동이 움직임 속의 고요함을 강조한다면 강선영의 즉흥무는 고요함 속에 응축된 에너지가 일순간 터져 나오는 극적인 대비와 반전을 추구한다. 이는 장단의 강약과 완급을 자유자재로 요리했던 강선영의 음악적 해석력이 시각화된 결과이다. 또한, 수건이라는 도구를 통해 신체의 한계를 확장하고 무대 공간을 장악하는 방식은 전통춤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을 압도하는 무대 예술로 승화시킨 강선영 특유의 카리스마적 미학이라 할 수 있다.

    3. 양가적 감정의 융합: 해원(解寃)과 신명(神明)

    강선영의 즉흥무는 기쁨과 슬픔, 한(恨)과 흥(興)이라는 상반된 정서가 이분법적으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춤사위 안에서 융합되는 양가적 미학을 구현한다. 강선영은 즉흥무를 ‘자기 아픔이나 괴로움을 다 잊어버리고... 아주 자기 기분에 들떠서 추는 춤’으로 정의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슬프고 한이 나오는’ 복합적인 정서가 깔려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강선영과의 면담, 한국예술디지털아카이브, 2008년 8월 19일).

    김미란이 증언한 ‘가슴을 쓸어내릴 때는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게, 빠른 동작에서는 환희에 찬 모습으로’라는 지침은 이러한 미학을 구체적으로 입증한다(김미란, 개인면담, 2005년 11월 17일). 강선영의 춤에서 슬픔은 감추거나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신명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다. 엎드려 가슴을 쓸어내리는 동작(한의 수용)이 있기에 뒤이어 일어나는 환희의 동작(흥의 발산)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강선영의 즉흥무는 슬픔에 함몰되지 않고 그것을 예술적 신명으로 승화시키는 해원(解寃)의 춤이다. 이는 한성준이 평생을 통해 추구했던-삶의 고통을 예술로 극복하려는 정신이 강선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가장 세련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완성된 미학적 성취라 평가할 수 있다.

    Ⅴ. 결 론

    본 연구는 한국 근대 춤의 거장 한성준의 춤 교육관이 수제자 강선영의 즉흥무에 미친 미학적 영향 관계를 규명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이를 위해 문헌 연구를 통해 조선음악무용연구회의 교육 시스템을 고찰하고 강선영의 생애 구술 자료와 직계 제자 김미란의 구술 채록을 1차 사료로 활용하여 즉흥무의 생성 원리와 구조적 특징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 〈표 1〉과 같다.

    표 1

    한성준-강선영 즉흥무의 미학(The Aesthetic of Han Seongjun and Gang Seonyeong‘s Jeukheungmu)

    핵심미학 형성 기제 및 전승 원리(구조) 기관과 근거 (구술 및 문헌 사료)
    법(法)과 무법(無法)의 변증법
    • 변증법 한성준의 ‘6가지 동작’이라는 최소한의 규범 을 제시

    • 스스로 엮어내는 창조적 전승(주체적 해석)

    • 김미란 구술(2025): “딱 6가지 핵심 동작만 재료로 던져주시고 네가 알아서 엮어 보라 하심”

    정중동(靜中動)의 연대적 변용: 극적인 정동(靜動)의 대비
    • 맥숙(옥죽) → 소매 속 수건의 극적 등장(폭발)

    • 한성준의 득부득고(得無得鼓)와 음악성 제득

    • 강선영 구술(2008): "소매에 넣어서 잘 안보이지, 나중에 확 나오게"

    • 김미란 구술(2025): "맞닿한 걸 쌓아하심. 정적이다가 갑자기 확 폭발"

    양가적 감정의 융합 : 해원(解寃)과 신명(神明)
    • 가슴을 쓸어내림(슬픔)과 뿌어 올림(기쁨)의 융존

    • 강선영 구술(2008): "슬픔 다 쓸어고 한이 나오고 슬거운 게 나올 때때..."

    • 김미란 구술(2025): "내면의 가슴과 슬픔이 공존하게 내뿜으라 하심"

    첫째, 조선음악무용연구회의 교육 체계는 승무를 통해 춤의 기본기와 법도를 확립하고 즉흥무를 통해 춤꾼의 개성과 창의성을 검증하는 이원화된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한성준은 제자들에게 춤 동작뿐만 아니라 악가무 일체의 소양을 요구하였으며 졸업시험 단계에서 정량적 평가가 아닌 당대 명인(악사)들의 인정을 통해 예술적 자립을 공증하였다. 이는 즉흥무가 단순한 여흥구가 아니라 규범을 체득한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고도의 예술적 관문이었음을 시사한다.

    둘째, 강선영 즉흥무의 생성 원리는 한성준이 제시한 ‘6가지 동작’이라는 맞춤형 교육과 강선영의 ‘창조적 엮음’이 결합된 결과이다. 한성준은 제자에게 완제품을 주지 않고 6가지 동작의 최소한의 재료이자 제약만을 부여함으로써 강선영이 그 빈 공간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채워 넣도록 유도했다. 강선영은 연구소 시절 체득한 악가무 일체의 음악성을 바탕으로 장단을 능동적으로 리드하며 춤사위를 확장시켰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투영하여 자신만의 류(流)를 확립하였다.

    셋째, 강선영 즉흥무의 미학적 특징은 ‘법(法)과 무법(無法)의 변증법’, ‘정동(靜動)의 현대적 변용’, ‘양가적 감정의 융합’으로 요약된다. 강선영은 춤의 전반부에서 내면의 호흡을 응축하다가 후반부에서 수건을 활용해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극적인 반전의 미학을 보여주었다. 또한 기쁨과 슬픔, 한(恨)과 흥(興)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춤사위 안에서 융합함으로써 슬픔에 함몰되지 않고 신명으로 승화시키는 해원(解寃)의 춤을 완성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본 연구는 태평무라는 거대한 그늘에 가려져 있던 즉흥무의 예술적 독자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제도권 밖에서 전승되고 있는 수많은 미지정 전통춤들이 단순한 원형의 잔재가 아니라 우리 춤의 미래를 위한 가장 본질적인 텍스트임을 학계에 강력하게 제언하고자 한다.

    강선영의 즉흥무는 한성준이 평생을 바쳐 정립한 전통의 법도와 강선영이 예술가로서 성취한 창조적 파격이 하나로 만나는 접점이자 한국 춤의 미학적 정수가 집약된 결정체이다. 본 연구를 통해 확인된 6가지 동작의 교육적 기제와 악가무 일체의 전승 원리는 오늘날 박제화 되어가는 전통춤 교육에 창조적 계승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나아가 본 연구가 제도권 밖에서 묵묵히 전승되어 온 미지정 유산들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한국 춤의 미학적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저자소개

    황윤지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무용과 예술전문사과정에 재학하며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경기춤연구회 부회장을 맡아 활동 중이며, 서울경기지역의 미전승 전통춤 발굴 및 활성화 방안을 주요 연구 과제로 삼고 있다.

    Hwang Yoonji [Hwang Yunji] gradeated from the Department of Physical Education at Seoul National University’s College of Education. She is currently pursuing an Arts Specialist degree (Master’s equivalent) in the Department of Dance at the School of Korea Traditional Arts, Koera National University od Arts. She serves as the vice President of the Seoul-Gyeonggi Dance Research Society. Her primary research focus lies in identifying and revitalizing uninherited traditional dances within the Seoul and Gyeonggi regions.

    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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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흥무 (Jeukheungmu). 김미란, 2024. 09. 11. 서울경기춤연구회, 서울.

    Table

    한성준-강선영 즉흥무의 미학(The Aesthetic of Han Seongjun and Gang Seonyeong‘s Jeukheungmu)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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