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드라마투르그(dramaturg)란 연극이나 뮤지컬 혹은 무용 등 공연 작품의 구조와 의미를 분석하고 무대 구현을 돕는 극장 내 전문가를 말하며 그러한 작업을 지칭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공연의 구성과 주제 그리고 사회적 맥락 등을 연구해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는 대본 작성, 안무가/연출가 자문, 공연의 미적 구조와 의미 해석, 관객과의 소통 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혹자는 작품을 창작할 때 안무가/연출가가 전체를 총괄하는 선장이라면 드라마투르그는 나침판과 지도를 든 항해사와 같다고 비유하기도 한다.
동시대 무용 예술의 주도적인 창작 경향이라 함은 컨템포러리댄스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컨템포러리댄스의 특질 중에서 분야 간 융복합은 두드러진다. 연극, 영상, 설치미술, 라이브 콘서트, 패션쇼, 첨단 테크놀로지 등 협업하는 분야의 한계는 없어 보인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안무가에 따라 드라마투르그와의 적극적으로 교류를 통해 창작의 완성도와 확장성을 도모하는 사례 역시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드라마투르그란 영역은 1990년대 해외로부터 유입되어 먼저 연극계에서 알려졌으며 2000년대 들어 무용계 현장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 개념적인 연구와 이해가 활발하지 않은 관계로 선행연구가 매우 한정적이다.
근래 들어 국내 무용계에서도 드라마투르그의 여러 실천적인 역할에 관해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안무가와 드라마투르그의 이상적인 협업을 실천하고 있는 사례가 있어 주목할 만하다. 본 논고는 김영진 안무 및 연출의 「Inner Grooming」을 통해 본 드라마투르그의 개념과 역할을 비평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데 목적을 둔다. 21세기 들어 무용계에서 단순한 대본가를 넘어 드라마투르그에 관한 인식과 수용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이에 관한 비평적, 이론적 연구는 미비한 상황에 무용 창작에서 프로덕션(production) 드라마투르그의 개념과 역할에 관한 논의는 차별성이 있으리라 본다. 본 연구의 특징적인 가치로 여겨지는 무용 창작에서 드라마투르그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하는 데 있어 컨템포러리댄스의 특질, 드라마투르그의 개념과 역할, 작품 「Inner Grooming」의 개관을 바탕으로 「Inner Grooming」에서 사코 카나코(佐幸加奈子)의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로서의 역할 등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드라마투르그/드라마터그(dramaturg)와 드라마투르기(dramaturgy)를 혼용해서 쓰고 있는데, 본 논고에서는 드라마투르그하는 용어로 통일해서 사용하고자 한다.
본 논문은 2025년 12월 12일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펼쳐진 ‘무용역사기록학회 춤유산극장’에서 발표한 "창작자와 드라마투르그의 이상적인 협업"을 전면적으로 수정 및 보완한 논고임을 밝힌다. 여기서 언급하는 작품 「Inner Grooming」은 2022년 초연이 아닌 한층 완성도를 높인 2024년 3월 16-1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재공연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역사적인 안무가의 레퍼토리나 오래도록 전승되어온 전통춤 같은 콘텐츠가 아닌 현재 활동하고 있는 안무가의 창작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까닭에 기존 자료 부재나 가치 접근 논의 등에 있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드라마투르그에 관한 선행 연구로는 김미혜(2014)의 저서와 함께 김옥란(2013), 서지영(2013), 김지현(2019)의 학술논문이 있으나 연극에 초점을 맞춘 것이며 장서현(2015)의 학위논문은 연극과 무용에서 드라마투르그의 역할과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용 분야에서는 이동원과 변혁(2014)의 학술논문과 강일중(2013)의 논평 정도로 아직 이론적 논의가 활발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Inner Grooming」에서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의 역할에 관한 연구 접근은 전무한 상황으로 연구의 어려움이 있었으며, 이를 보완하고자 해당 작품에 대해 공연 관람, 프로그램 자료, 드라마투르그 노트, 안무가와 드라마투르그 인터뷰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접근하고자 하였다.
Ⅱ. 컨템포러리댄스의 이해와 드라마투르그의 역할
1. 컨템포러리댄스의 특질
본 논고의 소재인 김영진의 「Inner Grooming」은 컨템포러리댄스 계열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연극에서와 같은 서사적인 대본 구조와는 다른 드라마투르그를 지향하는 「Inner Grooming」의 경우, 드라마투르그의 역할에 대해 확장된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므로 컨템포러리댄스에 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리라 본다.
20세기 말을 향해 가면서 무용은 그 어느 시기 이상으로 다각적인 예술성을 표출하기 시작하였다. 하나의 틀로 고정하거나 특정한 말로 정의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 춤 예술은 바로 이 시대의 단면을 투영한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복잡다양한 면모를 보이는 최근의 춤 예술을 컨템포러리댄스(contempoaray dance)로 구체화할 수 있다. ‘최근의 춤’ 혹은 ‘동시대의 춤’으로 해석 가능한 컨템포러리댄스는 전통적인 예술춤 혹은 기존의 예술춤과는 차별화된 현재 진행 중인 창작춤을 의미한다.
이러한 컨템포러리댄스의 주요한 특질로는 우선, 역사적으로 참조할만한 춤 혹은 규범적으로 따라야하는 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정된 춤 형식과 획일화된 테크닉을 탈피하여 춤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허상을 깨부수는 작업을 단행하기도 했다. 둘째, 무용의 경계를 초월한 혼합된 창작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다양한 문화와 타 예술과의 만남, 융합, 수용을 통해 형성된 외형적인 특질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셋째, 개념무용이나 농당스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춤다운 춤 이를테면 기존의 춤 기교를 기피하긴 하였으나 그렇다고 몸의 존재와 움직임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 장르와 차별화된 혁신성을 지닌 몸과 움직임을 강조하였다. 넷째, 내러티브의 해체는 컨템포러리댄스를 보다 난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의 춤에서 무용가는 자신의 의도를 여러 부분과 조각들로 분산시켜 놓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개혁적이고 급진적인 춤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각 역시 달라질 필요가 있다. 무용가들이 작품에서 일괄적인 의미를 제시하지 않으므로, 관객들이 소위 ‘정답’을 찾아내려고 분투하기보다는 나름의 방식대로 작품을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사유하고 자각해야 한다.
1980년대부터 서유럽을 중심으로 성장하여 전 세계로 확산된 컨템포러리댄스는 우리나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세계 무용 추세에 민감한 우리 무용계가 1990년대부터 특히 2000년대 이래로 불러들인 해외 무용가들을 보더라도 대세는 컨템포러리댄스 계열이다. 여러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이나 극장자체의 기획을 통해 세계적인 컨템포러리 무용가들이 상당수 소개되었다. 같은 시기에 국내에서도 컨템포러리댄스의 새로운 물결에 대한 보다 넓고 깊은 지식과 관점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모던댄스와 포스트모던댄스나 컨템포러리댄스 사이에 중간지점을 실험했던 여러 선구자의 위업을 뒤로한 채, 1990년대 중엽부터 예열되기 시작한 컨템포러리댄스화(化)는 선구자들을 거쳐 2000년대 들어 다음 세대 무용가들에 의해 더욱 촉진되고 확산하였다(심정민 2020, 163-166).
한국 컨템포러리댄스는 컨템포러리댄스라는 장르가 생성, 정착, 발전, 확산된 서유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순히 서유럽 스타일에 대한 추종을 넘어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정, 한, 흥, 멋, 쾌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던가, 수행, 명상, 치유적인 뉘앙스를 풍긴다던가, 감성적이고 정서적인 풍부함을 담아낸다던가 우리만의 특질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로 컨템포러리댄스를 실제화해왔다. 이는 안무적인 면이나 연출적인 면에서 직간접적으로 크고 작게 영향을 미쳐왔다. 김영진의 「Inner Grooming」에서도 시각적인 구조에서의 성취를 넘어 내면의 정서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예술적 내음을 풍긴다는 점에서 한국적인 컨템포러리댄스의 장점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자기 성찰을 통한 명상적인 뉘앙스를 섬세하게 내재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2. 드라마투르그의 개념과 역할
드라마투르그(dramaturg)는 원래 ‘드라마를 공연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드라마투르기아(dramaturgia)’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찍이 플라톤의 『국가론』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등에서 드라마투르그와 관련된 내용이 일부 존재하긴 했으나 그 직책이나 용어가 존재하지는 않았다(장서현 2015, 10). 2025년 9월 10일 Wikipedia에 의하면 ‘드라마투르그(Dramaturg)’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Gotthold Ephraim Lessing, 1729-1781)의 시조 작품 「함부르크 드라마투르기(Hamburg Dramaturgy, 1767-1769)」에서라고 알려진다. 이후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를 거치면서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로 발전하였고, 영국의 케네스 타이난(Kenneth Tynan, 1927-1980)에 의해 ‘리터러리 매니저(Literrary Manager)’로 변형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부터 해외에서 유입되어 먼저 연극계에서 알려졌는데, 당시 독일에서 유학한 학생들에 의해 ‘독일의 우수한 연극의 밑바탕에는 드라마투르그라는 역할이 있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부터 시작되었으며 2000년대 들어 연출가와의 협업을 통해 드라마투르그 작업을 처음 시도하게 되었다(장서현 2015, 33). 2010년대 들어 무용계 현장에도 대본가와 차별화된 역할을 하는 드라마투르그에 대해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안무가들은 작품 내용과 형식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내적 논리성을 제고하면서 관객과 보다 원활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드라마투르그와 협업하기 시작했다(강일중 2013, 11). 이후 안무가 사이에서 드라마투르그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작품의 창작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협업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최초의 공식 드라마투르그로 알려지는 레싱 이래로 ‘드라마투르그는 희곡을 쓰거나 번역하고, 공연을 중개하며, 프로그램 북에 글을 쓰고, 공연을 안내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왔다(서지영 2013, 80). 하지면 여전히 그 역할에 관한 논의를 지속되고 있으며 시기, 문화, 영역에 따라 다소 다르게 정의 내려지기도 한다.
드라마투르그의 형태는 어디에 기준점을 두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나 공연 현장에서 주로 언급되는 것으로 ‘내부 비평가 드라마투르그’와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가 있다. 내부 비평가 형태로 존재하는 드라마투르그는 창작자의 영역 밖에서 한층 이론적인 논리에 근간한 날카로운 시각으로 작품에 객관성을 부여해주는 역할을 한다. 프로덕션(production) 드라마투르그는 전자에 비해 좀 더 활동 영역이 넓고 깊어져서 제작의 영역으로까지 들어간다. 이를테면 전자에 대표적인 인물인 레싱이 연극 비평가이자 이론가 특정 극장에 소속되어 활동했다면 후자의 선례로서 브레히트는 개작 및 공동 구성 등 작가적 역량이 필요한 영역까지 실제적으로 참여했다(김옥란 2013, 49-52). 이러한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는 한 부분에 한정되어 역할하기 보다는 공연이 제작되는 과정 전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곤 한다(이동원, 변혁 2014, 104).
드라마투르그의 역할은 단체의 전문적 요구나 조건, 개인의 자질 및 성향에 따라 직무의 융통성을 갖게 된다. 주어진 상황과 조건, 여건을 고려한 상태에서 드라마투르그의 공통적인 역할과 그 기능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무용 현장에서 현재 드라마투르그라고 한다면 주로 제작 전반에 기여하는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텍스트 분석, 자료 조사 및 리서치, 아카이빙, 대본 구성 혹은 각색 및 검수, 지식 제공 및 조언, 객관적인 피드백, 개념 설정, 프로그램 북 작성, 관객과의 대화 진행 등이 그것이다. 이렇듯,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의 역할은 작품 창작에 있어 기획 단계부터 공연이 마무리될 때까지 광범위하다. 「Inner Grooming」의 드라마투르그인 사코 카나코 역시 이와 같은 접근을 보이고 있다.
Ⅲ. 「Inner Grooming」 개관
1. 공연 연혁
표 1
Inner Grooming 의 초연 및 재연(Premiere and re-performance of Inner Grooming)
| 구분 | 일자 | 장소 | 비고 |
|---|---|---|---|
| 초연 | 2022년 11월 27일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 제43회 서울무용제 경연 출품, 우수상 및 안무상 수상 |
| 재연 | 2024년 3월 16~17일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 2024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 |
| 일부 재연 | 2024년 5월 17일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 〈Path〉란 제목으로 국제현대무용제 초청 |
| 일부 재연 | 2025년 12월 12일 |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 | 무용역사기록학회 ‘춤유산극장’ 3인(서보권, 정종영, 전지운)이 출연하는 소작품으로 재구성 |
2. 2024년 공연 프로그램 자료

도판 1
「Inner Grooming」 의 프로그램 자료(Program materials for Inner Grooming). 김영진, 2024. 3. 16-17. 아르코예술극장, 서울.
3. 2024년 공연 창작진
표 2
「Inner Grooming」 의 주요 창작진(Major creative team of Inner Grooming)
| 역할 | 창작진 |
|---|---|
| 안무 및 연출 | 김영진 |
| 드라마투르그 | 사코 카나코 |
| 리허설 디렉터 | 이하나 |
| 무대감독 | 김지수 |
| 조명감독 | 히환 |
| 의상 | 최인숙 |
| 홍보물 디자인 | 김효정 |
| 음향 | 김청민 |
| 출연 | 정재우, 서보권, 심세호, 박수현, 정중웅, 최정웅, 주영상, 박성정, 최진숙, 최유희, 신지혜, 김하림, 김민주, 전지운 |
4. 김영진과 System on Public Eye1)
한국 무용계에서 안무가이자 무용수로 활약하고 있는 김영진(1978-)은 한국무용을 전공한 어머니와 누나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무용에 대한 이해가 깔려 있었다. 결정적으로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 따라 무용 학원에 갔다가 시작하게 되었다. 199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 현대무용 전공 2기로 입학하여 미나유 교수에게 기초부터 다시 배워가면 기량을 연마하였으며 동문 무용단 LDP(Laboratory Dance Project)의 2001년 창단 멤버로 초기에 그 단체를 무용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였다. 좀 더 확장된 경험을 위해 2005년 유럽으로 건너가 영국의 세계적인 현대무용 단체인 아크람 칸 무용단(Akram khan Company)과 호페쉬 섹터 무용단(Hofesh Shechter Company) 등에서 무용수로 활동하는 동시에 해외 유수의 무용 교육기관에서 수업을 진행한 바 있다.
안무가로서의 활약은 2011년 귀국하여 2013년 System on Public Eye(일명 SPE)를 창단하면서부터 본격화되었다. System on Public Eye라는 단체는 인간의 신체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고 크고 작은 무대를 가리지 않고 매년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다. 주로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에서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어 인간의 자아와 삶, 겉으로 표출되지 못하는 내면세계를 독창적인 움직임 해석과 감정을 덧붙여 표현하는 작업을 추구한다. 또한, 동시대의 흔적들이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지는지를 예술가들과 공유하고 사유하며 더 깊고 넓은 작품세계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심정민 2025).
김영진은 당장 화려하기보다 긴 호흡을 가진 창작자로 여겨지는데, 꽤 오랫동안 노력의 결실을 2024년 3월 「Inner Grooming」이란 작품으로 이루어냈다. ‘우리는 내면의 정돈이 필요하다’라는 슬로건으로 출발하는 작품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겉모습과 순수함을 간직하려는 내면의 정체성 사이에 괴리를 고민하는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 개인의 사유로 이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라든가, 내면의 복잡 미묘한 감정 입자들처럼 작용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이라든가, 안무에 있어서 구조적인 틀과 개별성 사이에 균형잡기나 교차하기라든가, 이를 시청각적인 연출로 세련되게 이미지화하여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 잘 지어진 컨템포러리댄스를 선사했다.
2020년 코로나 시기에 숙명여자대학교 무용학과 현대무용 전공 교수로 임명되어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5. 드라마투르그 사코 카나코
드라마투르그 사코 카나코(佐幸加奈子, 1988-)는 아직 생소할지 모르나 알만한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전문성을 인정받은 재원이다. 일본에서 발레를 배웠던 그녀는 오스트리아 빈 콘세르바토리 사립대학에서 현대무용 전공으로 수석 졸업하였으며 이후 유럽을 거점으로 안무가, 드라마투르그, 기획자로 활동하였다. 2023년 여름에는 세계적인 무용 축제인 임펄스탄츠(IMPULSTANZ: Vienna International Dance Festival)에서 협업 프로덕션 어시스턴트를 맡기도 했다.
사코 카나코와 김영진의 만남은 2010년대 중엽 한국에서 이루어졌다. 현재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인 최문석이 한국 공연을 위해 잠시 왔었을 때 자신의 지인이자 관객이었던 둘을 소개한 것이다. 이후 공적, 사적 교류를 통해 연을 이어갔으며 2015년 결혼하면서 한국에 정착하였다. 출산과 육아로 인해 몇 년간의 공백이 있었으나 그녀의 역량을 알고 있는 무용가들 사이에서 드라마투르그를 의뢰하기 시작하면서 활동을 재개하였다.
사코 카나코는 2016년 최명현의 「사물과 인간 사이」를 시작으로 2022년 System on Public Eye(예술감독 김영진)의 「Inner Grooming」과 2024년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김성용)의 「프로세스 인잇」에서 드라마투르그를 맡아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였다. 그 역량을 인정받아서인지 2025년에만 System on Public Eye의 「Vanishloop」, 알.에이컴퍼니(예술감독 위보라)의 「격(隔)_다른 사이의 그것, 숨」, 전혁진의 「Extinction ver.2」(2025)에서 협업하였다. 2026년에는 이하나의 「겹의 미학_잔상」, 알.에이컴퍼니의 「헉_Hug」 등에 참여할 계획이다. 점진적으로 여러 안무가로부터 협업 요청이 오는 데다가 그 요청이 반복적이라는 것 자체가 그녀의 드라마투르그로서 역량을 방증한다. 평론적 관점으로 접근하더라도 김영진, 김성용, 위보라 등의 안무가가 드라마투르그 사코 사나코와 협업한 작품에서 전작보다 디테일한 완성도 면에서 발전적인 양상을 보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6. 사코 카나코의 드라마투르그 스케치
‘grooming(그루밍)’이라는 단어는 원래 동물의 털 손질이나 인간의 몸과 외모를 가꾸는 행위를 가리킨다. 안무가는 이 단어에 ‘inner(내면)’을 붙여, 외적 치장이 아닌 ‘마음을 정돈하는’ 정신적 행위를 의미하도록 했다. 또한 동물행동학에서 그루밍은 ‘신뢰를 위한 상호행위’이기도 하다. 내면을 돌보는 일은 자신과의 관계 재구성에 그치지 않고, 자신과의 대화를 넘어 타인과의 신뢰를 다시 쌓는 행위로 이어진다.
작품 「Inner Grooming」은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의 여행을 계속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조용한 응원가와 같은, 깊이 있는 작품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태어나 수많은 ‘처음’을 경험하며, 날마다 새로운 일과 마주하며 배우고 도전하며 경험을 쌓아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되면, 자신이 쌓아온 삶에 대해 책임을 지고, 스스로 돌봐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엄격한 상황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어른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존재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눈앞의 자극적인 정보 속에서 얼마나 빠르고, 능숙하게, 합리적으로 적응할 것인가에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는 어른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끊임없이 흐르는 하루에 떠밀려, 밀려오는 일상의 루틴에 마음 깊이 지쳐 있을 수도 있다. 바쁘고 단조로운 삶의 흐름 속에서 자신을 잃었다고 느끼는 어른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으로서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젊은이가 새로운 세상에서 새 생활을 시작하듯, 가볍게 자신의 마음과 내면을 비추는 여행을 창조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안무가는 작품의 제목을 ‘내면의 그루밍’이라 명명하고, 일상 속에서 흐트러진 감정과 생각을 되돌아보고, 자기 안에 있는 성장의 여백을 탐구했다.
안무가는 이를 관객과 함께 경험하며, 마음의 여행으로서 몸이라는 매체를 통해 정신의 재생과 타인과의 공명을 그려내고자 했다. 그리고 ‘마음을 정돈하는 성장의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여행의 풍경을 소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로드무비적 요소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구성했다. 그 여행은 이렇게 무대 공간으로 구현된다.
이 작품 무대에는 16명의 무용수가 출연했다. 현대무용 작품으로는 적지 않은 인원이다. 출연자들은 역할별로 섬세하게 서로 호응하며,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안무가의 과거 작품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게, 각 무용수의 본질적 개성이 빛나는 장면이 되었다. 그러나 서로 자연스러운 신호로 교류하며, 자연스러운 웃음까지 나올 때까지의 연습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그 과정이 ‘내면을 정돈한다’라는 본작의 주제 그 자체였다.
보이지 않는 감정과 시간, 기억 자체를 무대 장치로 시각화하고, 관객과 무용수가 함께 ‘마음의 정돈’을 체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이 작품에서 정돈이란, 외부 세계에 적응하기 위한 조정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잠재한 혼돈을 들여다보고 받아들이며, 다시 호흡을 가다듬는 행위이다. 안무가의 흔들림 없는 춤에 대한 신념과, 무용수 간의 상호 신뢰 없이는 성립될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 진지한 마음이, 추상적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자유로운 무용 작품으로 자기 내면을 정돈하는 여정을 표현하고, 관객을 공감의 체험으로 이끄는 힌트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7. 리뷰 : 창작적인 고민, 탐구, 노력을 통한 예술적 순도
Ⅳ. 「Inner Grooming」에서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의 역할
드라마투르그의 역할은 단체의 전문적 요구나 조건, 개인의 자질 및 성향에 따라 직무의 융통성을 갖게 된다. 주어진 상황과 조건, 여건을 고려한 상태에서 드라마투르그의 공통적인 역할과 그 기능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무용 현장에서 현재 드라마투르그라고 한다면 주로 제작 전반에 기여하는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텍스트 분석, 자료 조사 및 리서치, 아카이빙, 대본 구성 혹은 각색 및 검수, 지식 제공 및 조언, 객관적인 피드백, 개념 설정, 프로그램 북 작성, 관객과의 대화 진행 등을 들 수 있겠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아닌 이러한 요소들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의 역할은 작품 창작에 있어 기획 단계부터 공연이 마무리될 때까지 광범위하다. 작업 과정의 내부에 위치하여 연출자/안무자에게 원작에 관한 시대적 정보나 지식을 제공하기도 하며, 창작에 도움이 될 만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지식과 객관적인 시각의 조언을 제공하기도 한다. 창작 과정뿐 아니라 결과물이 관객에게 유입되는 통로인 프로그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며 공연이 끝난 후 공연에 대한 비평가로 역할하기도 한다(이동원, 변혁 2014, 99).
위와 같은 논의와 더불어 김미혜의 『드라마투르기적 연출의 실제』, 김옥란의 "한국 연극과 드라마투르그의 역할과 위치", 김지현의 "2000년대 이후 한국 드라마투르그의 역할", 서지영의 "드라마투르그의 역사와 정치 사회적 기능에 대한 고찰", 이동원과 변혁의 "무용공연에서의 드라마투르기의 역할과 의미", 장서현의 "드라마투르기 역할과 기능의 변화양상" 등의 관련 연구와 함께 현장 관찰을 종합하여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의 역할을 정리하자면 (표 3)과 같다.
표 3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의 역할(Production dramaturg's role)
| 연번 | 역할 | 구체적인 업무 |
|---|---|---|
| ① | 텍스트 분석 및 리서치 | 텍스트 분석, 자료 조사 및 리서치, 아카이빙 |
| ② | 대본 작성 | 대본 작성 및 각색, 번역, 검수 |
| ③ | 안무가/연출가 조력 | 지식 제공 및 조언, 객관적인 피드백, 개념 설정 및 수정, 창작진과 소통 |
| ④ | 관객과 작품의 연결 | 프로그램 북 작성, 관객과의 대화 진행 |
「Inner Grooming」의 드라마투르그 사코 카나코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이와 같은 활동을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11월 6일과 2026년 1월 14일 두 차례에 걸쳐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는데, 사코 카나코의 모국어가 한국어가 아니다 보니 디테일한 설명에서 정확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협의하여 이와 같은 방식을 선택하였다. 또한 인터뷰 분량이 적지 않은 편으로 사코 카나코의 드라마투르그로서 다각적인 활동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 주요 내용만을 정리하였음을 밝힌다.
Q1_어떤 목적과 의도 그리고 지향점을 가지고 드라마투르그를 하였는지?
무용은 신체를 활용하여 미적 가치를 실현하는 예술로서 신체의 감각적 지각을 중요시한다. 안무가와 작품의 세부 구조나 흐름, 연출적 효과의 의도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드라마투르그 시점에서 분석하고 정리한다. 연극처럼 스토리를 전달하는 형식이 아니라 ‘여정을 맛보는 듯한 분위기’를 통해 관객이 성장과 내면의 감각을 공감하도록 콘트롤하는 것이 목적이다. 안무가의 의도에 따라 관객의 시선이나 감성을 지나치게 유도하지 않도록 창작진과 공유하는 연출 의도를 설명하기 위해 내부 자료로 활용되었다. 연습실에서 참관, 연습 영상 분석, 안무가와 대화 등을 통해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을 시도한다. 물론 궁극적으로 전체적인 균형의 조율은 안무가의 역할로서, 드라마투르그는 면밀한 조력과 조언과 격려를 한다. 무대 작품은 많은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이기에 팀워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는 ‘보이는 것’과 ‘전해지는 감각’을 공유하면서 이루어진다(사코 카나코, 개인 면담, 2025년 11월 6일).
Q2_안무가 및 스태프와 협업에서 어려운 점은?
어려운 점이라면 출연자나 무대미술의 변경으로, 연출의 변동이나 장면의 축소가 불가피할 때 작품의 본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방향을 조종하고 그 내용을 스태프와 공유해야 하는 경우다(사코 카나코, 개인 면담, 2025년 11월 6일).
Q3_드라마투르그의 개념과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객관적인 시점을 지닌 조언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작품 전체의 기승전결을 하나의 토대로 삼아 구성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각 구성 단계의 상황을 연출적인 측면과 신체적인 측면에서 분석한 뒤,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시점에 공유하는 것이다. 무용의 경우 연극과는 달리 신체 표현이 중요한 요소이므로 작품의 기승전결이나 드라마적인 서사가 반드시 필요하거나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안무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나 신체 표현의 콘셉트가 좀 더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객관적인 시점을 유지한 채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함께 고민하고 상담할 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안무가, 작품, 기획마다 서로 다른 정의와 관점에서 검토하고 판단해야 함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는 ‘객관적인 시점을 지닌 유연한 조언자’라고 할 수 있다(사코 카나코, 개인 면담, 2026년 1월 14일).
Q4_드라마투르그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드라마투르그의 구체적인 역할이라고 한다면 프로덕션마다 미세하게 조정하여 창작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형태로 자리 잡아가야 한다. 작품의 완성도와 완성도 높은 공연을 목표로 하여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비평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자료 확인, 현장 관찰, 창작진과 대화, 정보 파악 후 이를 언어로 정리한다. 이후 창작진과 의견 교환하는 과정에서 이해와 소통을 가장 중요시한다.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을 진행하고 필요한 정보를 창작진과 관객에게 언어로 공유한다. 특히 관객용 프로그램에 글을 올리는데 ‘드라마투르그 노트’를 싣는 경우도 자주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무가가 안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돋는데, 안무가의 스타일과 요구에 맞추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무대 리허설 입회, 창작진과 최종적인 의견 교환, 시청각적 요소를 포함하여 전체적인 감각을 미세하게 조정한다. 특히 실제 공연이 진행되는 순간 직전까지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미세하게 조정해야 한다. 공연 후에는 안무, 연출, 출연 등 작품을 이루는 요소에서 인상적이거나 긍정적인 부분이나 고려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해 피드백을 할 수 있다. 물론 냉정한 비평가로서의 위치보다는 ‘같은 편’이라는 입장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 무엇보다도 ‘관찰과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사코 카나코, 개인 면담, 2026년 1월 14일).
사코 카나코는 고민, 사고, 관찰, 조력, 조언, 대화, 교류 등의 단어를 활용하여 자신의 드라마투르그로서의 활동을 설명하고 있는데, 위의 인터뷰 중에서 (표 3)에 제시한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로서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표 4
사코 카나코의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로서 역할(Sako Kanako's role as a production dramaturg)
| 사코 카나코의 역할 | 해당 연번 |
|---|---|
| 안무가와 작품의 세부 구조나 흐름, 연출적 효과의 의도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드라마투르그 시점에서 분석하고 정리한다. | ① ③ |
| 연극처럼 스토리를 전달하는 형식이 아니라 ‘여정을 맛보는 듯한 분위기’를 통해 관객이 성장과 내면의 감각을 공감하도록 콘트롤하는 것이 목적이다. | ② ④ |
| 연습실에서 참관, 연습 영상 분석, 안무가와 대화 등을 통해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을 시도한다. | ② ④ |
| 전체적인 균형의 조율은 안무가의 역할로서, 드라마투르그는 면밀한 조력과 조언과 격려를 한다. | ③ |
| 객관적인 시점을 유지할 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함께 고민하고 상담할 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 객관적인 시점을 지닌 유연한 조언자라고 할 수 있다. | ① ③ |
|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을 진행하고 필요한 정보를 창작진과 관객에게 언어로 공유한다. 특히 관객용 프로그램에 글을 올리는데 ‘드라마투르그 노트’를 싣는 경우도 자주 있다. | ① ④ |
| 가장 중요한 것은 안무가가 안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돋는데, 안무가의 스타일과 요구에 맞추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 ③ |
| 자료 확인, 현장 관찰, 창작진과 대화, 정보 파악 후 이를 언어로 정리한다. | ① ② |
이렇게 볼 때 사코 카나코는 ①텍스트 분석 및 리서치, ②대본 작성, ③안무가/연출가 조력, ④관객과 작품의 연결 등 제작 전 과정에 참여하는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로서 적절하게 역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드라마투르그의 구체적인 역할이라고 한다면 프로덕션마다 미세하게 조정하여 창작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형태로 자리 잡아가야 한다"라든가 이어 "작품의 완성도와 완성도 높은 공연을 목표로 하여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비평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인터뷰를 통해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로서 역할을 인지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드라마투르기의 초기 유형인 내부 비평가 드라마투르그로서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코 카나코가 강조하는 또 다른 부분은 정성적인 면으로 "창작진과 의견 교환하는 과정에서 이해와 소통을 가장 중요시한다"라든가 "‘같은 편’이라는 입장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 무엇보다도 ‘관찰과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면서 안무가는 물론 창작진 전반과의 이해와 소통을 중요시함을 알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무대 리허설 입회, 창작진과 최종적인 의견 교환, 시청각적 요소를 포함하여 전체적인 감각을 미세하게 조정한다"라든가 "실제 공연이 진행되는 순간 직전까지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미세하게 조정해야 한다"를 통해 창작 및 공연 전반에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세부적인 조율과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 대한 대비까지 자신의 업무에 포함하고 있다.
공연 후에 피드백을 통해 차후 창작 및 공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업무도 있는데 실제로 "공연 후에는 안무, 연출, 출연 등 작품을 이루는 요소에서 인상적이거나 긍정적인 부분이나 고려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해 피드백을 할 수 있다"라고 언급한다.
Ⅴ. 결 론
드라마투르그는 작품의 문학적, 역사적, 예술적 맥락을 분석하고 이를 안무가와 무용수 등과 공유하여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공연예술 현장에서는 초기 형태인 내부 비평가 드라마투르그와 제작 전반에 관여하는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근래 들어서는 후자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Inner Grooming」의 드라마투르그인 사코 카나코 역시 이와 같은 접근을 보이고 있다.
「Inner Grooming」에서 두드러진 점이라면, 안무·연출가와 드라마투르그의 협업에 있다. 한국에서 드라마투르그의 기능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분분하며 세계적으로도 여전히 그 역할에 관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시기, 문화, 영역에 따라 다소 다르게 정의 내려지기도 한다. 사코 카나코는 안무 및 연출을 맡은 김영진의 창작적 구상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한편 이를 글로써 적절하게 표현할 뿐만 아니라 여러 디테일한 요소를 보강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조언을 하는 등 드라마투르그로서 제대로 된 임무를 수행하였다. 춤 예술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자신의 글이 돋보이도록 안무를 이용하거나, 안무가 밑에서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없지 않은 무용계 현실에서 제대로 역할 하는 드라마투르그라는 존재는 주목할 만하다.
「Inner Grooming」에서 사코 사나코는 ①텍스트 분석 및 리서치, ②대본 작성, ③안무가/연출가 조력, ④관객과 작품의 연결 등 제작 전 과정에 참여하는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로서 적절하게 역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드라마투르기의 초기 유형인 내부 비평가 드라마투르그로서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성적인 면에서도 안무가는 물론 창작진 전반과의 이해와 소통을 중요시함을 알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창작 및 공연 전반에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세부적인 조율과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 대한 대비까지 자신의 업무에 포함하고 있다. 공연 후에는 피드백을 통해 차후 창작 및 공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업무도 수행한다. 본문에서 다루진 못했으나 안무 및 연출을 맡은 김영진과의 두 차례 인터뷰에서도 위와 같은 맥락의 이야기, 이를테면 작품 전반에 걸쳐 다각적인 협업을 통해 창작과 공연의 디테일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근래 들어 무용계 현장에서 드라마투르그와의 협업 사례가 늘어나고 있긴 하나 여전히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에 관한 개념적인 접근과 실제적인 이해가 활발하지 못한 상황에서 본 연구가 일종의 초석이 되기를 바라며 후속 연구를 기대하는 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