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Society for Dance Documentation & History

pISSN: 2383-5214 /eISSN: 2733-4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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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the Creation and Reproduction of Jinsoe Dance 진쇠춤의 생성과 재생산 양상 연구 경기도당굿 원류와 국립무용단 「향연」의 비교를 중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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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n Dance Journal Vol.81 No. pp.157-174
DOI : https://doi.org/10.26861/sddh.2026.81.157

A Study on the Creation and Reproduction of Jinsoe Dance

Kim Hoyeon*
*Researcher, The Cultural Research Institute of K Commune

+이 논문은 2025년 12월 12일(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 무용역사기록학회 ‘2025 Performance Based Research - 춤유산극장’에서의 발제 원고를 수정 보완한 연구임.


* Kim Hoyeon beneho@naver.com
April 30, 2026 June 25, 2026 June 30, 2026

Abstract


This study aims to investigate how Jinsoe Chum, rooted in Gyeonggi Dodanggut, has been adopted and transformed as a stage art, and to elucidate its aesthetic value. It further seeks to demonstrate the potential for Fexpanding the artistic appearance of Jinsoe Chum, and to explore a sustainable transmission methodology for traditional dance in a rapidly changing contemporary arts environment. To this end, this study traces the transmission processes of Lee Dongahn and Jo Heungdong lineages through literature review and performance analysis, and closely examines the staging of Jinsoe Chum in the Korean National Dance Company’s Hyangyeon. The finding confirms that Jinsoe Chum has been re-established as a ‘creative tradition’ that combines withmodern theatrical conventions while maintaining its shamanic sacrality. This shows the process by which Korean traditional dance achieves an ‘aesthetic modernity’ attuned to contemporary sensibilities, and suggests a value orientation that extends the boundary beyond the fixed archetype.



진쇠춤의 생성과 재생산 양상 연구
경기도당굿 원류와 국립무용단 「향연」의 비교를 중심으로+

김호연*
*문화연구소 케이코뮌 연구위원

초록


본 연구는 경기도당굿에 바탕을 둔 진쇠춤이 무대예술로 수용, 변용되는 양상과 그 미학적 가치를 규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 나아가 진쇠춤의 예술적 외연 확장 가능성을 증명하여 급변하는 현대 예술 환경 속에서 전통춤이 나아가야 할 지속 가능한 전승 방법론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문헌 연구와 공연 실황 분석을 통해 이동안류와 조흥동류의 전승 과정을 추적하고, 국립무용단 「향연」에 나타난 진쇠춤의 무대화 양상을 집중 고찰하였다. 연구 결과, 진쇠춤은 무속적 신성성을 견지하면서도 현대적 극장 양식과 결합해 ‘창조적 전통’으로 재정립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한국 전통춤이 동시대적 미적 감각을 확보한 ‘심미적 근대성’을 성취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정형화된 원형을 넘어 전통의 외연을 확장하는 가치 지향점을 제시한다.



    Ⅰ. 서 론

    한국의 전통춤은 종교의식, 민속, 궁중 예술 등 다양한 연원과 문화적 배경 속에서 형성되고 발전해 왔다.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정병호(2002)는 한국 전통춤을 그 기원과 전승 양상, 공간적 배경에 따라 종교의식무, 민속춤, 교방춤, 궁중춤으로 분류하여 유형화하였다. 이는 전통춤에 내재된 다양한 측면을 분석하고 체계를 확립하는 데 기여하였다. 그렇지만 전통춤은 전승 과정에서 원형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동시대적 감각을 수용하며 지속적인 변용을 겪었다. 특히 근대 시기에는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졌다. 극장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공연 환경 속에서 궁중 정재(呈才)는 권번(券番) 예인을 통해 대중성을 갖춘 형태로 변모하였고, 1930년대 한성준은 다양한 연원의 전통춤을 집대성하고 재정립하여 ‘창조적인 전통’이라는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창출하였다.

    ‘진쇠춤’ 역시 전통의 원형적 가치를 수용하면서도 동시대적 감각으로 변용된 대표적인 사례로 논의할 수 있다. 진쇠춤은 경기도당굿과 같은 무속(巫俗)에 연원을 둔 원초적 모티프를 바탕으로 하였으며, 근·현대 시기 여러 창작자에 의해 재해석과 의미 부여 과정을 거치며 개성 있는 전통춤으로 정립되었다. 이 춤은 꽹과리를 들고 추는 독특한 형식 속에서 절묘한 쇠가락과 다채로운 몸짓이 어우러지며 서사적 구조를 구현한다. 그 서사는 신을 불러들여 잡귀를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염원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민중적 희망이 하나로 결합된 형태로 나타난다.

    이렇게 진쇠춤은 무속적·민속적 요소가 근대 무대 예술의 양식으로 치밀하게 조탁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그 결과 진쇠춤은 이제 단순한 전통춤의 재현을 넘어 호방하고 역동적인 춤의 정수로서 전통춤 레퍼토리를 풍부하게 만드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진쇠춤에 관한 선행 연구는 다양한 관점에서 진행되었다. 주요 연구 흐름을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유파별 전승 계보를 탐색(윤미라 1991;김상경 1993;김창석 2006;김태훈 2017;이승은 2017;이사빈 2017;봉정민, 최지원 2021;변진섭 2025;봉정민 2025)하거나 춤에 내재된 내면적, 무속적 의미(임학선 2001;한수문 2011;임윤희, 조남규 2021)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경향이 주를 이루었다. 이렇게 기존 연구들은 유파별 흐름을 정리하고 내적 의미를 살피는데 기여하였지만, 이를 무대공연예술의 관점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파생되었는지 연결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하였다. 특히 진쇠춤의 전통적 가치가 무대공연예술로 수용되어 동시대적 미학으로 발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선행 연구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동시에, 진쇠춤이 근대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형성되고 재창조되어 온 양상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특히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진쇠춤이 획득한 동시대적 의미와 예술적 특성을 심층적으로 구명할 것이다.

    이 연구는 경기도당굿에서 파생된 무속 경향의 진쇠춤, 재인청 이동안류 진쇠춤, 그리고 조흥동의 진쇠춤을 주요 연구 대상으로 설정하고, 나아가 국립무용단 공연 「향연」에 나타난 진쇠춤의 무대화 사례까지 그 범위를 확장한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진쇠춤의 변용 과정을 추적하여 한국 전통춤이 근대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예술적 형식과 심미적 가치를 어떻게 구축해 왔는지 고찰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심미적 근대성’의 의미를 도출하는 데 궁극적 목적을 두고자 한다.

    전통춤이 과거의 형태에 고착되어 정형화된 유산으로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적 감각과 변용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전승 가치를 획득해 나가는지 살피는 것은 한국 무용사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에 이 연구는 진쇠춤이 시대적 흐름에 맞춰 연행 주체와 무대 구조를 확장해 나간 궤적을 추적하여 고답적 전통이 현대 무대예술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역동적 예술로 동시대적 전승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연구는 문헌 연구와 공연 실황 분석을 통해 이동안류와 조흥동류의 전승 과정을 추적하고, 국립무용단 「향연」에 나타난 진쇠춤의 무대화 양상을 집중, 고찰하고자 한다. 이는 무용역사기록학회 주최 Perfomance Based Research <춤유산극장>(2025년 12월 12일, 국가무형유산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변용되어 공연된 장윤나 안무 및 재구성의 「향연 중 진쇠춤」도 함께 살펴 전통의 지속과 현대적 변용의 미학적 가치를 구명하고자 한다. 또한 진쇠춤은 본래 경기도당굿의 독특한 진쇠장단과 유기적으로 결합한 춤이지만, 본 연구는 이를 음악적 관점에 따른 분석보다 무용수가 ‘꽹과리(쇠)’라는 도상을 직접 들고 수행하는 신체 연행과 무대화 양상에만 초점을 맞추어 진행할 것이다.

    Ⅱ. 진쇠춤의 형성과 그 파생 양상

    1. 경기도당굿 바탕의 진쇠춤

    진쇠, 즉 꽹과리는 한국의 다양한 기층문화(基層文化) 속에서 발현되어 핵심적인 상징성을 획득한다. 꽹과리는 농악, 풍물과 무속 등에서 고유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 높고 강렬한 음감은 단순한 악기 연주를 넘어 전체를 주도하는 역할과 신성한 세계와 현세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러한 상징적 면모로 인해 꽹과리는 농악에서 공동체의 화합과 풍요를 기원하며 연행 전체를 이끄는 위상을 갖고, 무속 의례에서는 신령스러운 세계와 인간계를 이어주는 영매(靈媒)로 벽사(辟邪)와 초신(招神)의 기능을 담당한다.

    이러한 꽹과리의 문화적 상징성을 담지하고 행위로 구현한 대표적인 형태가 바로 진쇠춤으로 그 근원은 무속 특히 경기도당굿에서 찾을 수 있다. 진쇠춤의 초기 형태에 대한 문헌적 기록은 1976년에 발간된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 안성무속(경기시나위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는 경기 시나위춤과 도살풀이 시나위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김숙자, 이용우, 이충선, 지갑성, 정일동, 전태동 등을 중심 예인으로 언급하였다. 보고서에서는 이들이 전승한 무속춤을 진쇠춤, 제석춤, 터빌림춤, 손님굿춤, 군웅님춤, 상군웅님춤, 도살풀이 시나위춤 등으로 분류하여 정리하였다(문화재관리국 1976). 이로써 진쇠춤은 무대 예술로 정립되기 이전, 이미 경기도당굿의 주요 제차(祭次)에 속하여 무속적 기능을 담당하던 춤이었음을 문헌적으로 입증한다.

    진쇠춤이 무속 의례의 영역을 벗어나 대중적인 무대예술로 처음 소통한 것은 1976년 무렵이다. 1976년 10월 진주에서 개최된 제17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서울시 대표로 도당굿놀이와 선소리 타령이 참가하였으며, 이 자리에 김숙자를 비롯한 전통 예인들이 참여하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조선일보』 1976).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진쇠춤은 같은 해 12월 문예진흥원에서 개최된 공연을 통해 더욱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이때 도살풀이 시나위춤, 진쇠춤, 제석춤, 터벌림춤, 손님굿춤, 군웅님춤 등 경기도당굿 계열의 춤들이 본격적으로 무대화되어 관객에게 선보인 것이었다(『동아일보』 1976). 이 일련의 사건들은 무속에 근원을 둔 춤들이 공연예술이라는 새로운 양식으로 재구성되며 전통춤의 레퍼토리를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공연이 크게 주목받은 이유는 무속춤이 극장이라는 근대적 공간을 통해 대중과 처음으로 소통하는 ‘무속무용 발표회’라는 점이었다. 당시 무속은 근대화 이데올로기 속에서 미신으로 간주되며 평가절하된 예능이었다. 그럼에도 민족문화의 원형적 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한 희귀성과 전통 단절의 위기라는 시대적 문제의식 덕분에 오히려 대중과 학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공연에 대하여 유기룡은 “무속무용은 자기중심의 즉흥무가 아니고 오히려 자아부정에서 신의에 따르는 타율성 무용이 되고 있다. 무속무용의 이같은 정신 방향은 또한 우리 민간음악의 지주가 되어지면서 전통의 원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유기룡 1976)라며 무속춤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이렇게 이 공연은 무대화된 무속춤이 단순히 볼거리로 소비되는 것을 넘어, 한국 기층문화가 발현된 전통의 원류(源流)로서 깊은 민족적 심미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경기도당굿에 연원을 둔 진쇠춤은 김숙자 외에도 몇몇 주요 인물을 통해 구현되었으며, 이용우(李龍雨, 1912-1989) 역시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오산 세습무가(世襲巫家) 출신으로 부친인 이종하에게 대금과 춤을 익혔다. 그러면서 이용우는 경기 도살풀이에서 대금을 맡았고 쌍군웅님춤에서 깨끔꾼 역할을 담당했던 기록(문화재관리국 1976, 7)에 비추어 볼 때, 악기와 춤에 모두 능했던 경기도당굿의 상징적 예인이었다.

    이용우는 경기도당굿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체적인 장단과 춤사위를 꿰뚫고 있었으며, 특히 고아단정(古雅端正)함이 돋보이는 진쇠춤을 선보였다(정범태, 구희서 1985, 215). 이는 그가 단순한 춤꾼을 넘어 장단과 춤 등 경기도당굿의 전체적 흐름을 인식한 최고 수준의 전승자였음을 시사한다. 그는 진쇠춤에 대해 “진쇠춤은 굿의 서두인 부정놀이 뒤에 나오는 거야. 옛날에는 궁에서 경사 있을 때 대감들도 추었지, 소소한 사람은 못 추었어.”(정범태, 구희서 1985, 216)라고 구술하였다. 이 구술에서 이용우는 진쇠춤의 바탕이 무속에 있음을 밝히면서도, 그 예술적 재현은 궁중이라는 ‘상상의 공동체’에 바탕을 둔 미메시스적 지향점을 가지고 있음으로 말한 것이다.

    그런데 이 진쇠춤에서 발견되는 표현적 방법은 진쇠 장단에 맞춰 꽹과리를 들고 추는 형태가 아닌 한삼을 휘날리며 유연성과 곡선의 미학을 펼치는 특징을 보인다. 또한 이 춤은 태평무처럼 국가적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상상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형식적 구성미가 인식된다. 이러한 특징은 마을굿이 지니는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보편적 정서가 무대 예술화 과정을 거치며 공동체적 염원의 상징으로 확장되었음을 드러낸다.

    이와 함께 경기도당굿, 조한춘의 ‘터벌림춤’은 진쇠춤과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 터벌림춤은 진쇠를 들고 추는 형식으로 발놀림이 강하게 나타나는 말 그대로 부정한 기운을 덜어내는 제의적 형태의 춤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럼도 진쇠춤과 터벌림춤은 진쇠를 들고 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변별적 요소가 더욱 강하기에 그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또 다른 관점에서 분석이 필요하다.

    이후 경기도당굿에 바탕을 둔 진쇠춤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던 형태는 진쇠를 들지 않은 진쇠장단에 맞춘 춤 혹은 변별성을 지닌 꽹과리를 들고 추던 터벌림춤의 형태로 파생되어 나타난다.

    2. 이동안 진쇠춤

    이동안(李東安, 1906-1989)은 화성재인청의 맥을 잇는 중요한 춤꾼이자 춤, 소리, 연희를 아우르는 총체적 예능을 두드러지게 펼친 인물이다. 그는 특히 태평무, 승무, 한량무, 진쇠춤, 엇중몰이 신칼대신무 등을 재정립하였으며, 1983년 국가무형문화재 제79호 발탈 보유자로 지정되는 등 여러 면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동안은 화성재인청에서 가계(家系)를 계승하며 예능 활동을 시작하였고, 1922년 광무대(光武臺)에 들어가면서 다양한 예인들과 교류하며 예술적 다변화를 이루었다. 그는 화성재인청 출신의 박춘재에게 발탈을, 김인호에게 태평무, 진쇠춤, 한량무, 엇중몰이 신칼대신무 등을 전수받았다(윤미라 1991, 102). 여기에 대금, 피리, 해금은 장검보에게, 태평소는 방태진에게, 남도잡가는 조진영 등 당대의 유명한 스승들에게 체계적인 가르침을 받아(정범태, 구희서 1992, 14) 전통 예능의 전반을 전문적인 수준으로 섭렵하였다. 이러한 폭넓은 예능 학습 배경은 그가 재정립한 진쇠춤에 다층적인 예술적 깊이를 부여하는 근간이 되었다.

    이동안은 이후에도 꾸준히 예능 활동을 이어갔으나, 그의 예술적 역량이 집약적으로 발휘되고 대중과의 소통이 활발했던 시기는 1970년대 후반이었다. 이 전환점은 1977년 3월 4일, 전통무용연구회 주최로 한국문예진흥원 강당에서 열린 ‘이동안 한량춤 및 발탈 발표회’였다. 이 공연에서 그는 승무, 한량춤, 병신춤, 진쇠춤, 발탈 등 자신의 주요 레퍼토리를 선보였으며, 이는 그의 전반적인 춤 세계가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되는 중요한 기회였다.

    이후에도 이동안은 활발한 무대 활동을 펼쳤다. 1978년 공간사랑 개관 1주년 전통무용 공연에서 한량춤, 진쇠춤, 발탈을, 1979년 전통무용연구회의 명무전에서는 태평무를 추었다. 특히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해인 1983년에는 서울시무용단 주최 명무전에서 진쇠춤을, 국립무용단 주최 명무전에서는 엇중모리 신칼대신무를 공연하는 등 무대 예술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그의 춤은 “세련된 맛은 없지만 꾸밈없고 텁텁하며 소박한 민족춤의 미의식을 잘 보존”(오중석 1987)하였다는 인식을 주었다. 이처럼 이동안은 화려함보다는 전통의 원형적 소박함을 추구하며 ‘조선의 마지막 광대’로 불렸고, 전통 문화의 중요한 지킴이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동안이 재정립한 진쇠춤은 그의 춤 세계가 지닌 미학적 특징, 즉 질박(質樸)하지만 거침이 없는 호방함과 춤과 장단의 일체감이 그대로 투영된 춤으로 인식된다. 이 춤의 배경에 대해 이동안은 다음과 같이 구술하였다.

    “옛날 옛적에 시화연풍(時和年豊)하고 좋을 때, 아왕(我王)의 환갑 때 팔도(八道)의 원님들이 진쇠(꽹과리)를 들고 춤을 추었다고 해서 아왕이 이르기를 ‘진쇠춤이라 하라’”(윤미라 1991, 103)

    이동안은 이 춤의 배경에 설화적 요소를 그려냈는데, 이는 진사들이 쇠를 들고 추는 춤이며 진쇠춤은 굿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고을 원님들이 추는 춤이고, 재인청의 춤으로 밝힌 것이다(김상경 2008, 71). 세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지만 진쇠춤이 무속에 기원을 두지만, 태평무와 같이 생성 배경에서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는 면모로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구술은 진쇠춤의 물리적 연원은 경기도당굿과 같은 무속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살피면서도, 그 미메시스적 지향점을 국가적 경사와 왕실이라는 상상의 공동체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보편적인 감정적 표현이 상징을 통해 발현된 것으로 이동안류 진쇠춤의 민족적 심미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결과적으로 경기도당굿이 지닌 마을 공동체의 평안 기원이 국가적 차원의 태평성대로 확대 투영된 것이었다.

    이동안 진쇠춤을 구성하는 낙궁, 부정놀이, 반서림, 엇중모리, 올림채, 진쇠, 경상도 엇굿거리, 넘김채, 터벌림, 자진굿거리의 장단 순서는 발단-전개-위기-하강-결말(대단원)의 전형적인 서사 구조와 궤를 같이하며 춤의 미학적 감흥을 단계적으로 고조시킨다. 먼저 낙궁에서 반서림 장단에 이르기까지는 신을 맞이하며 호흡을 가다듬는 정적인 요소가 나타나며, 의례적 정제를 위한 정체된 몸짓을 이룬다. 이어지는 엇중모리 장단에서는 긴장과 이완의 몸짓이 교차하며 춤에 감정의 다변화를 전해주고, 올림채와 진쇠 장단은 이 춤의 핵심적 요소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구간으로, 빠르고 강렬한 장단 속에서 도약 등 역동적인 움직임이 희열을 전해준다. 이후 경상도 엇굿거리에서 넘김채 장단은 절정 이후의 카타르시스 속에서 고조된 감정을 이완시키며 유려한 곡선의 춤사위를 펼쳐내며 마지막으로 터벌림과 자진굿거리 장단에서는 해소와 더불어 열린 감정의 교감이 이루어지며, 행위자와 수용자가 모두 하나되는 일체감을 형성하며 대동의 마무리로 이끈다.

    이 춤은 이동안류 진쇠춤 보존회를 중심으로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춤사위를 포함한 모든 외적 형태의 요소에 있어서 원형을 그대로 재현하며 계승하고 있는데 16인 여성군무, 남자 1인의 솔로로 구성된 17인무, 여성 5인무, 남성 3인무로 구성하는 등의 확장적 가치도 형성되기도 하였다(봉정민, 최지원 2021, 965).

    3. 조흥동 진쇠춤

    조흥동은 한국 전통춤의 원형적 형태를 충실히 전승하는 한편, 여기에 동시대적 전형을 융합한 다층적인 전통춤 레퍼토리를 보유한 예술가로 평가된다. 이러한 그의 예술적 기반은 여러 스승을 사사하며 체득한 전통의 깊이 있는 이해와 국립무용단 및 경기도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 전통춤을 무대예술로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선구적 안목에서 비롯된다.

    조흥동은 한국 전통춤 명인들의 계보를 폭넓게 섭렵하며 예술적 기반을 다졌다. 그는 김보남에게 승무와 처용무, 김윤학에게 창작 한량무를 배웠으며, 김천흥, 한영숙, 이매방, 김백봉, 송범 등 당대 주요 무용가들의 가르침을 두루 받았고, 아울러 임동준, 박송암 스님에게 불교의 법고춤과 나비춤을, 우옥주와 이용우에게 황해도 및 경기도 무속춤을 전수받는 등 다원적인 춤의 바탕을 지니고 있다(국립문화재연구소 1996, 101). 특히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5호 한량무 보유자로서 한성준, 강선영으로 이어지는 춤의 정맥을 계승하는 위치에 있다.

    이러한 배경은 그가 여러 전통춤의 본질적 요소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추게 했으며, 이 지점은 그의 독자적인 안무 세계를 구축하는 핵심적인 토대로 작용하였다. 이는 곧 춤의 정수(精髓)를 전승하는 것과 함께 동시대적 감각을 부여하여 전통적 가치를 창조적으로 발현되는 결과를 낳았다.

    조흥동이 정립한 한량무, 중부살풀이춤, 진쇠춤, 입춤, 호적시나위, 장고춤 등은 그만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지는 대표적인 작품들로 인식된다. 특히 진쇠춤은 전통적 요소가 다분하면서도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예술적 성취를 이룬 춤으로 평가된다.

    그의 진쇠춤 계보를 살펴보면, 먼저 1967년 이지산(李池山)에게 진쇠춤을 배웠으며, 이러한 영향 관계 속에서 1969년 조흥동 무용발표회에서 쇠춤을 선보였고, 이후 1976년 박영호에게 진쇠춤을 사사하였고, 1985년 그에게 다시 이습하는 과정을 거쳤다(김태훈 2017, 44). 또한 그의 진쇠춤은 ‘경기도 박수무당인 조한춘의 꽹과리춤을 개작한 진쇠춤을 춘다’(유인화 2014, 179)라고 구술하였는데, 이처럼 그의 진쇠춤은 특정 정형(定型)에 얽매이기보다는 경기도당굿의 다양한 요소를 선별적으로 결합하여 독자적인 양식을 구축한 형태였다.

    또한 진쇠춤의 명칭 및 배경에 대해 그는 스승인 박영호가 ‘진쇠’를 ‘꽹과리 중 가장 소리가 잘 나는 쇠’라는 의미로 ‘참 진(眞)’자를 써서 유래를 설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김태훈 2017, 19). 조흥동은 진쇠춤의 연원(淵源)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경기도당굿에 바탕을 두면서 궁중에서 행해진 춤으로 수용하여 궁의 향연에서 행해진 것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해석은 알레고리(Allegory)를 통해 관념을 형상화한 면모이며, 유기적 단일성보다는 보이는 것 너머의 의미를 중요시하여 동시대적 의미를 재현한 미학적 접근으로 이해할 수 있다.

    조흥동 진쇠춤에서 가장 강조되는 특질은 발놀음이다. 이러한 발놀음의 특성은 외줄사위, 물레방아 사위, 도랑사위 등 다양한 춤사위가 교차하는 면모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쇠(징) 장단이 주가 되는 빠른 장단과 호흡을 맞추며 춤의 역동성이 극대화된다. 그래서 다채로운 발놀음은 장단의 빠르기에 따라 긴장과 이완을 섬세하게 조율하며, 즉흥적 상호관계 속에서 소리와 몸짓이 하나로 융합됨으로써 독자적인 심미적 가치를 구축한다.

    Ⅲ. 국립무용단 「향연」에 나타난 진쇠춤

    1. 향연의 구성과 그의 의미소

    국립무용단의 「향연(饗宴)」은 한국무용의 전통적 가치를 발현하는 동시에 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2015년 12월 5일부터 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되었는데, 이매방, 조흥동, 김영숙, 양성옥 등 한국춤 명인들의 안무를 통해 궁중무용, 종교무용, 민속무용까지 한국 전통춤의 고유성과 다채로운 미감을 한 무대에 펼쳐내어, 국립무용단의 대표적인 전통 레퍼토리 공연으로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향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4막으로 구성하였다. 먼저 봄은 제의, 진연, 무의 등의 궁중무용으로 시작하여 여름은 바라춤, 승무, 진쇠춤 등 제의적 측면이 강한 춤으로 연결하였다. 또한 가을은 선비춤, 장구춤, 소고춤, 이매방 오고무 등 민속적 요소가 두드러진 춤을 배치하였고, 겨울은 신태평무를 통해 태평과 축원의 의미를 담아내며 마무리된다. 이러한 구성은 작품의 제목인 「향연」의 의미처럼 다채로운 전통춤 레퍼토리를 펼쳐 관객과 폭넓은 감정을 소통하는 축제적 공연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더욱이 이 공연은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과 시노그라피(무대 배경의 전체적 색감 및 구성)를 맡아 미니멀하면서도 상징적인 현대적 미감을 구현하면서 단순한 전통춤의 나열을 넘어, 「향연」의 예술적 완성도와 작가주의적 의식을 배가하는 데 기여하였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의 구성은 사계의 계절적 감각보다는 기승전결의 순환적 구조가 중심을 이루었다. 이러한 양상은 춤마다 가지는 감각적 표현의 순차적 감정 변화보다는 순환적 구조 속 발단, 전개, 절정, 대단원의 구성에서 장별로 각 춤들이 가지는 상징적 함의를 통해 구현한 면모에서 드러났다.

    제1장은 제례 의식무인 전폐희문(奠幣熙文), 진연 의식무인 가인전목단(佳人剪牧丹), 그리고 춤을 통한 기개를 상징하는 정대업지무(定大業之舞)로 구성된다. 이러한 배치는 단순한 나열을 넘어, 겨울의 침잠을 뚫고 솟아오르는 새로운 시작의 의례적 서사를 내포한다. 이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생명력을 예찬하면서도, 동시에 엄격한 규율과 절제된 형식 속에서 만물이 질서 있게 창조됨을 보여준다. 즉, 소멸(죽음)과 탄생이 결합한 양가적 구조 속에서 죽음과 갱생이 교차하는 파토스적 상징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질서 속의 분출은 미하일 바흐친(Mikhail Bakhtin)이 언급한 카니발적 세계관을 통해, “옛것과 새로운 것, 죽어가는 것과 탄생하는 것, 변형의 시작과 끝 같은 변화의 양극”(Bakhtin 2001, 55), 즉 낡은 질서의 파괴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공존하는 역동적인 재생의 현장으로 승화된다.

    특히 이러한 양상은 궁중 정재가 지니는 규칙성 및 정제된 형식 속에서 감정의 의식적 표현으로 승화되어 나타난다. 이에 따라, 문을 여는 축제의 의식을 시작으로, 모란을 상징하는 화려한 매듭을 중심으로 우아하게 펼쳐지는 원무(圓舞) 그리고 검을 든 남성 무용수들이 오와 열을 맞추어 펼치는 절도 있는 군무(群舞) 등을 통해 축원, 기원, 그리고 향연을 담아내는 격식과 절차가 구조적으로 구현된다. 이는 형식에서는 엄격한 궁중 양식이지만 내용에서 낡은 것을 보내고 새로운 번영을 맞이하려는 제의적 소망과 공동체의 화합이라는 향연, 카니발의 근원 정신이 투영되어 있다.

    두 번째 장은 종교적 의식에 연원을 둔 바라춤, 승무, 그리고 무속 성격이 강한 진쇠춤을 군무(群舞) 형태로 배치하여 구성한다. 이러한 배치는 제 1장의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다소 이으면서도, 극의 분위기를 역동적으로 고조시키는 동시에 개인과 공동체의 염원을 담아내는 기능을 수행한다. 여기서 바라춤은 순백의 의상을 통해 불교 의식의 엄숙함과 정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며, 승무는 정제된 절제와 폭발적인 동작의 대비를 통해 내면적 갈등의 해소와 역동성에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진쇠춤은 타악을 통한 집단적인 몸짓 속에서 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양태를 보여준다.

    이 세 춤은 모두 제의적 요소를 내포하면서도 응축된 에너지를 발산하는 형태로 나타나, 궁중무용의 경계를 넘어 민속춤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는 곧 일상의 질서가 일시적으로 전복되는 성(聖)과 속(俗)의 교차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시공간은 빅터 터너(Victor Turner)가 제시한 ‘리미널리티(Liminality)’로 해석될 수 있으며, 제의에서 해방의 공간으로 나아가며 일상적 시간과 공간이 중단되고 새로운 질서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문턱(Limen)의 이미지를 구현한다.

    세 번째 장은 흐름상 극의 절정에 해당하며, 계절적으로는 풍요로운 가을을 상징한다. 이 막은 선비춤, 장구춤, 소고춤, 이매방 오고무처럼 민속춤에 바탕을 둔 다채롭고 역동적인 춤들로 구성하였다. 여기서는 앞서 1, 2막의 엄숙한 제의적(祭儀的) 측면에서 벗어나, 완숙한 인간의 풍류와 흥을 마음껏 발산하며 삶의 희열을 전해주는 핵심적인 장치로 자리한다.

    이 막의 가장 큰 변화는 개인의 정서적 감각을 바탕으로 예술성을 표출한다는 점이다. 선비춤은 정제된 춤사위 속에서 고결한 기개와 내면의 여유로움을 보여주며 분위기를 보여주고, 장구춤과 소고춤은 빠르고 신명나는 장단 속에서 공동체의 환희와 역동적인 흥취를 폭발시킨다. 또한 오고무는 화려하고 일사불란한 북가락과 군무를 통해 춤의 기교적인 절정을 완성한다. 특히, 회전무대를 활용하여 이 역동적인 장면들을 다각적인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하여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 이렇게 3막은 「향연」 전체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축제의 순간이며, 춤이 가진 예술혼이 자유롭게 분출되는 해소의 장이다.

    네 번째 장은 대단원을 장식하는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순환을 의미한다. 이 막의 주요 레퍼토리는 신태평무(新太平舞)로 앞서 3막에서 폭발적으로 분출했던 감정과 흥분을 담대하게 수용하면서 국태민안(國泰民安)이라는 향연의 궁극적 목적을 그리고자 하였다. 그래서 여기서는 조화와 화합, 희망과 영원성의 가치를 춤으로 구현하며 맺음과 풀림의 미학을 보여준다. 특히 이 장면은 모든 무용수가 함께 무대에 올라 웅장한 군무를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히 춤의 마무리를 넘어, 공동체 전체의 안녕과 평화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염원하는 순환적 고리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신태평무는 거시적으로는 민족문화의 정신적 가치를, 미시적으로는 한국 전통춤의 지속 가능한 생명력과 현존(現存)을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으로 기능하였다.

    2. 향연 속 진쇠춤의 의미

    작품 「향연」의 ‘여름’ 장에서 진쇠춤은 바라춤, 승무와 나란히 배치되어 의례적 층위를 형성한다. 앞선 두 춤이 불교적 색채를 바탕으로 구도(求道)와 정화의 세계를 그려낸다면, 진쇠춤은 경기도당굿이라는 무속적 연원에 뿌리를 두어 극의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특히 바라춤과 승무가 정중동(靜中動)의 미학 아래 정제된 호흡으로 내면적 절정을 향해 수렴된다면, 진쇠춤은 빠르고 경쾌한 진쇠 장단을 타고 에너지를 외부로 발산하며 공연 전체의 역동성을 상향시킨다. 즉, 진쇠춤은 앞선 장들이 구축한 정적인 엄숙함을 깨뜨리고, 무속 특유의 생명력과 파토스를 통해 극적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상승의 변곡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공연에서 진쇠춤은 몇 가지 의미를 지니는데, 먼저 성스러움의 현현(顯現)을 상징한다. 성스러움은 우리 일상의 세계에서 불연속적인 단절을 일으키며 엘리아데가 말한 현현(Hierophany)을 발생한다(Eliade 1984, 23-33). 이는 굿을 행하는 장소가 일상적인 공간에 신이 내려오는 성스러운 공간으로 전환을 이루면서 나타난다. 이것은 진쇠를 치며 굿의 흥을 돋우고 신을 청하며 잡귀를 물리치는 의례(ritual)로 나아가며 진쇠장단이 단순한 음악이 아닌 신과 소통을 위한 매개체이자 성스러움을 재현하는 행위의 바탕이 된다.

    또한 성(聖)에서 속(俗)으로 속(俗)에서 성(聖)을 넘나들며 일상적인 사유와 감각을 깨뜨리고 참여자와 행위자가 초월적인 분위기를 황홀경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신을 맞으며 춤이 추어지는 무대는 곧 세상의 중심(Axis Mundi)이 되어 우주적 질서를 이끄는 데, 진쇠를 통해 기복과 재앙을 막아달라 청함으로 성스러운 힘을 속된 삶에 끌어들여 삶의 의미를 찾는다. 이러한 양상은 성과 속의 변증법적 원리가 깊숙이 자리하며 일상적인 시간이 아닌 신화적이고 원초적인 시간을 재현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이 춤은 태평성대를 이끄는 상상의 공동체의 지향 속에서 강한 생명력을 얻는다. 이는 이 작품의 스토리텔링이었던 “고대 요(堯)임금의 전설, 임금이 와병 중 굿을 하며 신축(神祝)하니 병이 나았고, 왕이 춤을 추니 대신이 장단을 치며 궁녀가 춤을 추었고, 신축들일 때 진쇠장단에 진쇠춤을 추었다”(박헌봉 1966, 878-879)는 이야기와 경기도당굿 그리고 무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재현 그리고 상상의 공동체라는 공간의 변용 속에서 태평성대를 이루고자 한다는 의식에서 비롯된다. 결국 진쇠춤은 집단적이고 역동적인 춤을 통해 공동체의 일체감을 확인하며, 이는 향연을 통해 사회적 재결속을 이루려는 기원 행위로 나타났다.

    「향연」의 진쇠춤은 남성 무용수 1인과 여성 무용수 4인이 조화를 이루는 군무(群舞) 형식을 취한다. 본래 무속에 연원을 둔 춤이지만, 박수무당의 춤이라는 특성을 반영하여 남성 무용수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조흥동의 진쇠춤은 경기도당굿의 여러 제차 중 특히 터벌림 거리에서 쇠풍장을 치며 무악(舞樂)을 주도했던 ‘화랭이(세습무가의 남성 예인)’들의 화려한 발놀림과 도도한 남무(男舞)적 전통을 직접적으로 계승한 것으로 이해된다(김태훈 2017, 46). 이러한 계승은 진쇠춤이 지닌 응집된 에너지를 역동적으로 분출시키며, 무대 예술로 시각적 극치에 도달하게 하는 핵심적인 근거가 된다.

    「향연」에서 의상은 붉은색 계열의 강렬한 원색을 사용하여 역동성을 강조한다. 또한 기본의 전통 군복 형태의 철릭을 현대적으로 변형한 상의와 남성 무용수의 경우는 쾌자를 단순화하였고, 발디딤이 명확하게 보일 수 있도록 활동성이 좋은 바지를 착용하였다. 이는 상상의 공동체를 지금 이 순간 축제를 즐기려는 동시대적 감각 속에서 나타난 결과이다.

    이렇게 진쇠춤은 본질을 유지하며 다양한 형태로 파생되어 동시대적 의미를 확보하였다. 처음 이러한 형태는 남성 중심으로 구성되다가 여성이 함께 연행하며 남성 춤 특유의 역동성과 여성 무용수가 지닌 유연하고 유려한 곡선의 미가 결합하는 ‘양가적 미학’이 발생하는 양상으로 변화하였다.

    그러다가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구성도 의미를 지니며 변용되어 나타났다. 무용역사기록학회 주최 Perfomance Based Research <춤유산극장>(2025년 12월 12일, 국가무형유산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장윤나 안무 및 재구성의 「향연 중 진쇠춤」 공연(지혜진, 박효빈)도 그런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특정 성별(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제의적 역할을 여성이 수행하여, ‘성별에 따른 춤’에서 ‘인간 보편의 생명력을 예찬하는 예술’로 전환되었다 할 수 있다. 이는 무속적 맥락에서의 남성성이라는 도상학적 제약을 벗어나, 현대 공연예술로서 성별의 구분을 넘어선 보편적 심미성을 획득함을 의미한 면모이다. 여성 무용수가 주체가 되어 남성적 기개의 춤을 수행하는 것은 바흐친이 언급한 ‘카니발적 전도’의 현대적 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고정된 젠더 위계를 해체하고, 낡은 질서의 파괴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공존하는 ‘양가적 재생’의 현장을 무대 위에 구현하는 것이다(Bakhtin 2001, 55). 여성 주체의 참여는 남성 중심적 서사에 머물러 있던 전통 텍스트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생산하는 행위이다. 이를 통해 진쇠춤은 박제된 유산이 아닌 시대적 가치와 젠더적 감수성을 수용하며 진화하는 역동적 예술로서의 생명력을 증명한다.

    이렇게 국립무용단 「향연」에서 진쇠춤의 재생산은 단순한 레퍼토리 편입을 넘어 원형의 핵심 요소를 선별·재조합하는 방식으로 구체화된다. 먼저 조흥동 진쇠춤의 본질적 특질인 발놀음의 역동성과 꽹과리의 도상성은 그대로 유지되는 반면, 독무 혹은 소수 인원 중심이었던 연행 구조는 남성 1인과 여성 4인의 군무로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남성 무용수는 화랭이 전통을 계승하는 중심축으로 기능하고, 여성 무용수의 유연한 곡선미가 겹쳐지면서 원형에 없던 ‘양가적 미감’이 새롭게 생성된다. 또한 붉은 계열의 원색 의상과 미니멀한 무대 시노그라피는 무속적 신성성을 탈맥락화하는 동시에 동시대 관객의 시각적 감각에 부합하는 새로운 기호 체계를 구축한다.

    나아가 「향연」의 순환적 4막 구조 안에서 진쇠춤은 불교 의식무인 바라춤·승무와 병치되어 독립적 레퍼토리로서의 의미를 넘어, 제의적 에너지를 집결·방출하는 서사적 변곡점으로 재위치된다. 이처럼 「향연」의 진쇠춤은 원형의 미학적 본질을 보존하면서도 연행 인원의 확장, 시각적 기호의 현대화, 서사 구조 내 기능의 재설정이라는 세 층위에서 동시적으로 재생산되어 전통춤이 동시대 무대예술로 살아남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예시한다.

    한편 무용역사기록학회 주최 「춤유산극장」(2025)에서 장윤나가 안무·재구성한 「향연 중 진쇠춤」은 이러한 재생산의 흐름을 한 걸음 더 밀고 나간 사례로 주목된다. 「향연」이 남성 무용수를 중심축으로 삼아 화랭이의 남무적 전통을 계승한 방식과 달리, 이 공연은 여성 무용수만으로 구성함으로써 젠더적 전환을 감행한다. 진쇠춤이 본래 박수무당이라는 남성 제의 수행자의 신체성을 근간으로 형성된 춤임을 고려할 때, 여성 주체에 의한 연행은 단순한 출연진의 변화가 아니라 춤이 담지(擔持)해온 도상학적 맥락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행위이다. 이를 통해 진쇠춤이 지녀온 벽사와 초신의 제의적 에너지는 특정 성별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인간 보편의 생명력을 예찬하는 예술적 언어로 전환된다. 결과적으로 「향연」의 남녀 혼성 군무에서 「향연 중 진쇠춤」의 여성 단독 구성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진쇠춤이 연행 주체의 확장을 통해 시대적 감수성을 수용하며 그 예술적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갱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궤적이다.

    Ⅳ. 결 론

    진쇠춤은 경기도당굿의 무속적 전통을 토대로 여러 춤꾼의 예술적 개성이 더해져 형성된 ‘창조된 전통(Invented Tradition)’의 전형이다. 이 춤은 경기도당굿의 독특한 장단과 제의적 행위를 근간으로 삼으면서도 이동안, 조흥동 등 명인들의 재해석을 통해 무대예술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특히 진쇠춤의 연원을 궁중의 연향(宴享)으로 인식하는 ‘상상의 공동체’적 서사는 마을굿의 안녕 기원을 국가적 차원의 태평성대로 확장하며 민족적 심미성을 구축하는 결정적 근거가 되었다.

    이러한 경기도당굿의 바탕은 단순히 종교적 범주에 고착되지 않고, 근대적 무대 공간과 결합하며 보편적인 예술 양식으로 승화되었다. 특히 국립무용단 「향연」에서 나타난 진쇠춤의 무대화는 무속적 신성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미니멀리즘과 군무의 역동성을 결합하여 전통의 동시대적 발현 가능성을 입증하였다. 꽹과리가 지닌 날카롭고 강렬한 음색과 이에 조응하는 절도 있는 몸짓은 기층문화의 원형적 생명력을 무대 위에서 극대화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진쇠춤의 변용 과정은 한국 전통춤이 근대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예술적 형식과 심미적 가치를 어떻게 재구축해 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속의 신성성과 궁중 예술의 격식 그리고 현대적 무대 미학의 융합은 전통의 계승을 넘어선 창조적 재정립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전통이 고답적(古踏的) 유산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용되고 조탁되어 ‘심미적 근대성’을 확보해 나가는 유기적 흐름임을 확인시켜 준다.

    이 연구에서는 진쇠춤의 기원적 형태인 경기도당굿부터 이동안, 조흥동류의 전승 양상 그리고 「향연」으로 대표되는 동시대적 무대화 사례까지를 입체적으로 고찰하였다. 이를 통해 진쇠춤이 지닌 ‘성(聖)과 속(俗)의 교차’와 ‘제의의 예술적 승화’라는 미학적 층위를 구명하고자 하였다. 이 연구가 제시한 진쇠춤의 변용과 미학적 분석이 향후 한국 전통춤의 현대적 계승 방법론과 레퍼토리 확장을 위한 학술적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본 연구는 경기도당굿 내 진쇠장단과 진쇠춤이 맺고 있는 구조적 상관관계에 대한 더욱 심층적인 분석을 도모하고, 진쇠를 들고 추는 유사 형태인 터벌림춤과의 변별적 가치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은 후속 과제로 남겨두고자 한다.

    저자소개

    김호연은 춤평론가 그리고 문화연구소 케이코뮌 연구위원으로 동시대 춤 현장을 기록하고 있고, 한국 근현대 공연예술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근대무용사(2016), 한국 춤 새롭게 바라보기(2019), 전통 춤의 변용과 근대 무용의 탄생(2021, 2021년 세종도서 학술부분 선정), 춤 평론 어떻게 할 것인가(2026) 등을 저술하였다.

    Kim Hoyeon [Gim Hoyeon] is a dance critic and research fellow at the Cultural Research Institute K-Commune. He actively documents contemporary dance scenes while conducting extensive research on modern and contemporary Korean performing arts. He is author of several publications, including History of Modern Korean Dance (2016) and A New Perspective on Korean Dance (2019), Metamorphosis of Traditional Dance and the Birth of Modern Dance (2021) and How to Write Dance Criticism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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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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