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특정한 장소가 있고 주위에 그 행위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으며 그 장소를 가로지르는 행위자가 있다면 그것만으로 공연은 성립된다(P. Brook 2019, 10). 세계적인 연출가로 20세기 연극을 새롭게 정의한 피터 브룩(Peter Brook)은 창작자와 무대 장치 그리고 배우 중심의 관습적인 연극 무대에서 탈피하여 관객과의 관계 설정을 통해 공연 예술의 본질을 재정의하였다. 피터 브룩에게 관객과의 관계 설정 첫 번째 주요 요소는 행위의 토대가 되는 공간 및 장소이다.
극장이라는 장소는 오랜 시간 공연 예술 행위의 근간이 되었고 무대 공학 발전에 따라 아름답고 환영적인 공연 예술의 배경이 되어왔다.
원시시대 의식 행위 장소에서 시작하여 그리스 극장 시대의 배경 건물로서 스케네(skene), 관객석을 뜻하는 테아트론(theatron), 무대를 뜻하는 오케스트라(orchestra)는 오늘날 프로시니엄(procenium) 극장과 블랙박스(black box) 극장으로 확장되었다. 또한 이러한 무대 구성요소를 지닌 극장은 공연 예술의 대표적인 장소로서 각종 공연 예술 향연의 주무대가 되고 있다.
공연 예술의 무대 공학 또한 발전하여 기술에 힘입은 다양한 미디어 활용과 조명 장치는 이제 전통적인 무대 장소가 단순히 시각적인 무대 환영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감각 확장을 꾀하는 다양한 감각 체험 공연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시각적, 감각적 다양성을 겸비한 공연 콘텐츠는 행위자 중심 소통방식에 주력하며 감동을 주는 공연 예술 콘텐츠 계발에 목적을 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감독 프리 라이젠(Frie Leysen)은 2016년 아시아예술극장에서 있었던 컨템포러리 토크에서 ‘사회 안에서 예술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관습적 예술과 현대 예술의 본질 속에서 예술은 감동을 주는 장르가 아니라 질문하는 장르라고 하였다. 즉, 감동만을 주목적으로 하는 공연 예술 장르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t)의 영역에 속하며 현대 예술은 감동을 주는 장르가 아니라 질문을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 맥락 안에서 예술의 역할은 종전의 관습적인 공연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소에서 실험을 통해 사회를 위한 논쟁의 촉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대의 현대춤은 위와 같은 예술 담론과 함께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춤 실험을 해왔다. 하지만 단순히 실내 공연을 외부로 옮기는 춤 행위, 거리 춤 공연과 장소 특정성 공연의 경계가 모호한 춤 공연이 목격되는 바 본 논문은 장소를 중심으로 한 장소 특정성 공연의 장소성을 보다 심도 깊게 연구함으로써 장소 특정성 공연의 의미와 본질을 연구하는 것을 연구 분석의 차별화로 삼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연구 주제인 장소는 단순히 공연이 행해지는 무대로서의 배경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춤을 통해 질문하고 소통하며 사회적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논쟁의 출발점이 된다. 이에 본 연구자는 각기 다른 형태의 장소에서 공연되어 실험적인 공연 형태를 선보인 「미니어처 공간극장」, 「Trailer」를 연구 대상으로 삼아 현대춤에서 장소가 지닌 예술적 의미 생성을 분석하고 나아가 장소성 실험 춤의 명확한 인식론적 토대를 정립하는 것을 연구 목적으로 한다.
연구 대상으로 삼은 두 편의 작품은 스튜디오 공연장 형태의 져드슨 교회(Judson Memorial Church)와 덴마크 코펜하겐(Copenhagen) 도시에서 펼쳐진 공연이다. 두 작품 모두 수행성 미학의 3대 원리인 역할 바꾸기 원리, 접촉 원리, 공동체 원리를 실현한 작품으로써 장소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열린 시간성을(E. Fischer-Lichte 2017, 289) 배경으로 관객 수행성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두 작품은 극장 형태와 비극장 형태의 장소를 대상으로 공연된 점에서 비교연구 접근이 가능하고 장소성 실험이 극장 안과 밖, 춤 행위가 일어나는 모든 장소에서 안무 동기의 핵심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이기에 연구 대상으로서 타당성이 있다. 또한, 연구 대상인 두 편의 작품은 본 연구자의 직접 참관과 시일이 지난 자료는 안무자에게 직접 영상 자료를 요청하여 분석하였다.
연구 대상에 관한 선행 연구로서 본 연구자의 사례연구(박나훈 2022)와 키트 존슨(Kitt Johnson) 작품 「Trailer」의 장소 특정성 학술 연구(전아름 2024)가 있다. 본 연구는 미니어처 공간극장과 작품 「Trailer」에 관련 사례연구가 미비한 점을 연구 한계로 삼으며 장소성을 포스트모더니즘 관점에서 분석한 연구(고주연 2018, 28)와 역사 속에서 장소성의 역할을 분석한 연구(백로라 2013, 104) 그리고 장소 특정성 관련 연구와 공간 기호학 학술 연구 및 타 사례 선행 연구를 인식론적 토대로 분석하였다.
연구 방법으로서는 구조적 의미분석에 유용한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의 일반 언어학 강의 이론을 바탕으로 공시적, 통시적 분석하였고 이항 대립과 구조주의 방법인 알기르다스 줄리앙 그레마스(Algirdas Julien Greimas)의 구조주의 의미론을 통해 행위자 분석과 작품의 핵심을 분석하였다. 행위자 분석은 작품 속 6가지 기본 행위자로서 주체, 객체, 발신자, 수신자, 조력자, 대립자를 통해 작품의 전체 흐름을 분석하고 이항 대립 구조분석을 통해 작품이 내재한 핵심 계열체를 파악하였다. 이를 통해 장소성이 어떤 예술적 의미를 생성하는지 연구 결과를 도출하였다.
연구 결과로써 도출된 비재현 의미, 물질성 의미 그리고 사건 의미는 수행성 미학 실험 공연에서 발생하는 육체성, 공간성, 장소성, 시간성(E. Fischer-Lichte 2017, 169)중 장소성을 중심으로 도출되었다.
나아가, 본 연구는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극장 공연 형태가 스튜디오 극장 안과 밖에서 이뤄지는 장소 특정성 공연을 통해 자기 성찰과 춤 공연 소통방식을 재정립하는 데 있어서 제언으로 제시한다.
Ⅱ. 장소성의 개념과 전개
장소성의 개념은 춤 공연 이외에도 다양한 장르에서 인식론적 토대가 되어 실험됐다. 본 연구는 연구 대상으로 두 편의 작품에 대한 분석에 앞서 장소성에 대한 개념을 먼저 살핀다.
박나훈(2022)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특정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장소 특정적 공연의 인식론적 배경으로서 공간을 지배와 피지배의 장으로 해석하여 공간적 실천, 재현 공간 이론으로 해석한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의 공간 원리가 있다. 또한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걷기, 산보객의 개념이 있으며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철학 중에서 유목주의의 탈영토화와 재영토화의 개념이 있다(43).
앙리 르페브르의 공간 원리, 발터 벤야민의 걷기 및 산보객의 개념 그리고 질 들뢰즈의 유목주의 개념은 본 장소성 연구의 인식론적 토대로서 작용한다.
두 작품이 내재한 장소 실험은 기존의 지배와 피지배의 장으로서 행위자와 관람자의 공간 실천이 실험되었고 극장과 도시의 장소는 탈영토화와 재영토화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앙리 르페브르의 공간 원리가 배경이 된다. 또한, 발터 벤야민의 걷기, 산보객의 개념과 질 들뢰즈의 유목주의도 장소성의 인식론적 개념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 본 장에서는 연구 대상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에 앞서 장르별 장소 특성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1. 인간과 장소성
“우리는 모두 공간을 유희의 장소로 변화시킨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유현준 2018, 60). 우리 모두 폐쇄된 공간에 대한 호기심으로 공간에 대한 재해석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이는 모성을 향한 회귀 본능이자 동시에 유희를 추구하는 어린 아이들의 습성이다. 최초의 공간은 특정한 용도를 위한 공간이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그 공간은 이야기로 재탄생된 흔적이자 장소가 된다(Y, Tuan 2007, 25).
유아기를 벗어난 아이들에게 유아기 시절 사용했던 물건이 애착의 상징이 되듯이 아동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 공간은 또 다른 상징으로 남는다. 공간이 행위를 만드는(김종진 2011, 90) 놀이터나 특정한 건축물에서 아이들의 놀이나 행위는 공간에 대한 해석이며 접촉이다. 따라서, 아이들의 접촉은 애착으로 이어지며 놀이 공간, 휴식 공간 등은 장소로 각인되고 저장된다. 나아가 아동기의 물건에 대한 애착과 장소에 대한 애착은 어른이 된 이후에도 지속된다.
공간이 단순히 객관적이고 특정한 목적을 지닌 대상이라면 장소는 경험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개인적인 장소가 필요하고 우리의 장소가 필요하다. 특히, 장소 특정적 공연의 장소성은 바로 이런 경험적인 장소의 속성과 함께 시작한다.
2. 미술과 장소성
장소성은 역사적 장소, 환영적 장소, 일상적 장소로 분류되며 이동성, 관계성, 그리고 개방성을 지닌다. 또한 물리적 장소와 사회 문화적 장소 그리고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으로 분리되며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
장소성은 연극과 무용을 비롯한 공연 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미술 분야에서 비물질성을 근간으로 시작한다.
1960년대 미술 분야에서 사용한 장소성 개념은 창작 과정에서 장소성이 관여한 것으로서 구체적인 장소의 특징이나 정체성 그리고 역사성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특히 모더니즘 미술에 반하여 제도 비판적 성격을 지니고 장소성을 기반으로 한 장소 특정적 미술은 자본주의 아래에서 사회 경제적 효과에 치중한 미술의 물질성을 반성하며 미술관과 갤러리 밖으로 나오려고 시도하였고 이를 통해 담론적, 개념적 장소 특정성을 추구하였다(권미원 2013, 45).
한국의 대표적인 키치(Kitsch) 미술가로 불리는 최정화 씨의 「플라스틱 파라다이스 Plastic Paradise」(1997)는 인공의 산물인 플라스틱 재료로 설치 작품을 만든다. 나아가, 많은 현대미술 작가들에게 우리 이웃 주변의 흔하고 소외된 것들에 관한 관심은 미술이 물질에서 벗어나 개념성에 깊이 천착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이는 장소성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몇몇 공공 미술의 경우 장소의 특정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동일한 작품을 여러 장소에 배치한 경우도 있다. 조나단 보롭스키의(Jonathan Borofsky) 「망치질하는 남자 Hammering Man」(2002)는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앞에 설치되어 있지만 동시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위스 바젤, 일본 도쿄 등 세계 11개 도시에 설치되어 있다. 이 작품은 장소의 특성과 관계없는 설치된 작품 중심 공공 미술이다.
그러나 장소 특정적 미술의 경우 특정한 장소를 선택하여 장소와 디자인이 결합한 미술의 경우로서 장소 자체를 위한 미술이며 동시에 장소의 특성을 고려한 작품이어야 한다.
대지 미술의 경우 환경 조각과 함께 미술관을 벗어나 자연 문명의 재료 등을 특성화시킨다. 또한, 포스트모더니즘 미니멀 아트의 경향으로 미술의 자본가치로서 물질성을 비판하며 문화 환경 속에서 자연과 대지를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과정미술이며 동시에 반문명적 성격을 지닌 대지 미술은 자연에 대한 재인식과 재창조 과정을 통해 자연이 가진 재료의 특정성에 깊이 천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자연의 특정한 성질에 기반한 대지 미술 또한 장소 특정적 미술의 한 분야이다.
3. 공연과 장소성
연극이나 무용은 장르의 특성상 이미 관객과 소통을 통한 유대와 작품이 내재한 텍스트 의미를 나누는 작업을 지속해 왔고 장소라는 물질에 천착하는 형태를 보였다. 여기에서 장소라는 물질성은 장소가 지닌 인간의 흔적, 장소의 사회성, 역사성을 그 대상으로 삼는다는 의미이다(이진아 2014, 92).
춤 공연 예술에서 장소성은 포스트 모던댄스를 기점으로 꾸준히 실험됐다. 미국 포스트 모던댄스의 상징인 트리샤 브라운(Trisha Brown)의 작품 「벽 타고 내려오기 Walking Down the Side of a Building」(1970)은 종전의 전형적인 극장이 아닌 벽을 타고 내려오는 단순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 작품은 기존 야외 거리공연과는 다른 형식으로서 건물 벽이라는 물질의 특성을 활용한 트리샤 브라운의 대표적인 레퍼토리 중 하나이다.
건물 벽이라는 물질성은 장소성을 기반으로 한 장소 특정성 공연의 한 부분으로서 기능한다. 하지만, 트리샤 브라운의 건물 벽과 움직임의 결합 작품은 장소 특정적 공연의 장소의 물질성 개념과 동시에 반드시 요구되는 장소에 대한 다층적 의미와 해석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다.
그리스 시대의 극장은 테아트론(theatron), 오케스트라(orchestra), 스케네(schene)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스 시대를 지나면서 오늘날 극장 무대의 형태는 오페라하우스에서 볼 수 있는 프로시니엄 무대(proscenium Arch) 그리고 블랙박스(black box) 형태의 무대 구조로 변해왔다. 무대는 언제나 특정한 현실 세계를 모방하고 재현하여 무대화시키는 데 주력해 왔고 무대라는 정교한 구조 속에서 실현되어야 하기에 기술적 문제를 수반한다. 그러나 장소 특정적 공연의 장소성은 종전의 극장이 지니지 못하는 다양한 창작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창작 방법론 측면에서 장소가 가진 이야기는 주제로, 장소가 가진 속성은 내용으로 그리고 장소의 시각, 청각, 촉각적 환경은 무대화되기에 충분하다. 또한 장소 특정성의 사회적 기능으로서 장소의 공동체가 가진 역사를 소재로 삼아 사회적 공동체 기여를 통한 사회 문화적 접근이 가능하다.
나아가, 예술 생산품의 유통과 소통에서 관객 참여를 통해 예술 재생산과 문화예술 향유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 다만, 장소 특정적 공연의 장소성이 단순히 소재 차원의 역할에 머물지 않고 장소에 대한, 장소를 위한, 장소에 의한 장소 특정성을 위해 존재할 때만이 장소 특정성 공연의 의의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장소성을 근간으로 하는 장소 특정성 공연은 우리 일상에 존재하는 장소를 대상으로 하며 동시에 장소가 지닌 속성을 대상으로 삼는다.
Ⅲ. 기호학적 분석
기호학적 구조 분석은 작품이 내재한 다양한 의미 작용과 의미 생성 도출로 이어진다. 하지만 일시성, 즉시성을 지니며 끊임없이 유동적인 주제와 결말 해석으로 열린 구조를 지향하는 장소 특정성 예술은 공시적인 한 단면만을 중심으로 분석하여 언어화시키는 한계를 언제나 노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송효섭 2013, 61). 그런데도 잠시 기호분석을 통한 언어화를 통해 유동하는 동시대 공연 예술을 우리 곁에 머물게 하는 것도 공연 예술 기여에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본 연구는 기호학의 행위자 모델 분석과 이항 대립구조를 통해 작품을 분석한다. 행위자를 중심으로 의미 전달 대상을 발신과정과 수신과정으로 분석하며 나아가 이 과정에서 원조자와 대립자의 역할을 적용한다. 또한 이항대립 의미구조 분석으로서 다음과 같은 도식체계를 적용한다.
또한, 본 연구자의 직접 참관 기억과 시일이 오래된 것은 안무자에게 요청한 시청각 자료를 토대로 기호분석을 실시하였다. 두 작품 모두 전체 영상이 온전히 보전되어 작품이 내재한 공시 구조와 통시 구조 그리고 행위자 분석을 통한 예술적 의미 생성 도출에 이르기까지 연구 사례로서 충분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1. 「미니어처 공간극장」
「미니어처 공간극장」은 한국 현대무용가 허윤경의 작업으로서 서울문화재단의 미국 져드슨 교회(Judson Church)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된 작품이다. 허윤경의 대표적인 작품 혹은 프로젝트로서 장소를 바꿔가며 계속 진화 중인 프로젝트이며 공간, 신체, 지각의 관계를 축소된 무대 형식으로 재구성한 실험적 공연이다. 이 작업은 전통적 극장 구조를 전제하지 않고 소규모, 비정형 공간을 핵심 조건으로 삼는다. 즉, 행위자와 보는 자의 이분법적 무대공간이 아닌 원형으로 구획된 무대공간에서 장소 특정성과 미시적 관객 경험을 적극적으로 실험한다.
「미니어처 공간극장」은 단순한 크기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각의 농축을 의미한다. 관객이 무대와 신체를 멀리서 감상하는 대신에 근거리에서 움직임의 질감, 호흡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등 이 작품은 무대, 객석, 장치 등 전통적인 극장 요소의 경계를 해체하여 공연 장소 자체를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사용하였다.
축소된 공연 공간에는 테이블, 상자, 방 한 켠, 갤러리의 작은 구획 등 일상적, 전시적 공간을 무대로 전환하였고 소수 관객만을 대상으로 하여 관객의 시선과 위치가 작품의 의미 생산에 직접 개입하는 것으로 연출하였다.
공연에 사용된 오브제와 신체의 화학적 결합은 소품, 과제가 적힌 쪽지, 사물이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안무 움직임을 생성, 변형하는 장치로 기능하며 명확한 서사 전개보다는 상태, 관계, 감각의 변화가 중심이다.
원형 객석에 앉은 관객은 모두 의자 위에 놓인 쪽지를 가진다. 이는 사전에 안무가에 의해 연출된 것으로서 장소를 중심으로 관객의 수행성을 통해 발현된다. 이윽고 무대에 등장한 스텝은 익숙하게 각종 오브제를 놓는다. 그 후 무대에 등장한 안무가와 무용수는 관객에게 다가가 의자에 놓인 쪽지 내용을 따라 수행하기를 요청하는 것으로 작품은 진행된다. 의자에 놓인 쪽지의 내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몸 내부를 관통하는, 꼬리뼈와 입천장을 잇는 곡선 모양의 속이 빈 통로를 마음속으로 그려주세요”.
“허리와 꼬리뼈 사이에 있는 편한 부분에서부터 오른쪽 발바닥으로 이어지는 가느다란 물줄기를 상상해주세요”.
“공연 장소의 바닥이 마루가 아닌 고무 매트라고 생각하세요”.
“손바닥이 몸을 향하지 않고 바깥쪽을 향하도록 해주세요”.
“공연자를 정면으로 보지 않고 어깨가 공연자를 보도록 해주세요”.
위 수행 과제는 관객의 선택으로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언제든지 관객에 의해 발생하고, 이는 독무인 무용수의 춤과 더불어 즉흥적으로 듀엣, 트리오 그리고 군무로 발생하며 작품은 마무리된다. 이때 장소는 더 이상 행위자와 관객을 분리하며 성스러운 영역이 아니며 동시성을 모두 확인하는 순간의 장소가 되며 공연장은 더 이상 어떤 행위를 바라보는 곳이 아닌 모두의 수행성을 발현시키는 수행 장소가 된다.
표 1
행위자 분석 「미니어처 공간극장」
Actor analysis 「Miniature Space Theater」
| 무용수 행위자 모델 | ||
|---|---|---|
| 무용수 의지(발신자) | 수행 과제 내용(객체) 행위 지시, 상상하기, 장소 사용 |
관객(수신자) |
| 행위자 분석 | ||
| 수행 참여(원조자) | 무용수(주체, 행위자) | 행위 관조(대립자) |
행위자 분석으로 안무 연출자를 행위자로 삼는다. 행위자인 무용수는 발신자로서 수행 쪽지를 수행 과제로 삼아 관객에게 전달한다. 수행 과제 내용은 앞서 언급한 대로 관객을 통한 상상력과 신체적 과제로 구성되어 있고 실험 참여 방식의 수행 참여와 전통적인 방식의 작품 관조로서 원조자와 대립자가 역할을 한다.
표 2.
이항대립 구조 분석 「미니어처 공간극장」
Binary opposition analysis of 「Miniature Space Theater」
| 「미니어처 공간극장 이항대립구조」 | |||
|---|---|---|---|
| 장소성 원리 | 행위자 | 계열체 분석의미 | 관객 |
|
이분법, 폐쇄성, 연출 저자 중심, 결정성 |
폐쇄된 극장 장소가 수행성 과제에 의해 과정 중심의 작품으로 변모, 장소와 행위의 관계 |
무경계, 열린 구조, 즉흥성 독자 중심, 미결정성 |
|
| 극장, 시각 중심 | 공유된 장소, 다 감각 | ||
이항 대립 구조 분석을 통해 작품의 핵심을 이루는 계열체를 파악한다. 장소성의 원리를 기반으로 행위자는 이분법적 극장 구조의 폐쇄성과 저자 중심의 결정성을 추구한다. 대립항으로서 관객은 직접 참여를 통한 극장 이분법을 해체하고 열린 구조 속에서 즉흥성과 독자 중심의 미결정 원리를 드러낸다. 이때 극장이라는 장소는 안무자와 관객 모두에게 열린 장소로서 시각 중심의 단편적인 감각 사용이 아닌 다감각을 사용하여 수행성을 드러낸다.
2. 「Trailer」
밀렘럼 축제(Mellemrum Festival)의 Mellemrum은 사이의 공간 혹은 공간의 사이라는 개념을 의미한다. 이 축제는 이웃에 분명히 존재하나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일상적 공간과 다르게 작동하는 공간에 대한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개념, 헤테로토피아(M. Foucault 2014, 19)1) 장소 분석 프로젝트로서 2008년 Indre By 구시가지에서 열렸고, 2012년에는 Vesterbro, 그리고 홍콩에서도 열렸다.
이 축제의 대표인 키트 존슨(Kitt Johnson)은 무대 안과 밖 경계를 넘나들며 도시 공간, 자연환경, 그리고 신체 인식의 관계를 섬세하게 구현해 낸 안무가이다. 키트 존슨은 자신의 무용단 X-act를 통해 솔로 작업과 그룹 프로젝트를 유럽 이외에도 아시아 지역에서도 극장을 중심으로 지속해 왔다. 하지만 키트 존슨의 또 다른 프로젝트인 밀렘럼 축제는 극장이 아닌 장소 특정성을 중심으로 세계 여러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다. 축제는 2년마다 다른 도시 지역을 무대로 삼아 버려진 장소와 잊힌 장소를 공연 무대로 재각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 연구에서는 실내 공연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발터 벤야민의 도시 산책(그램 질로크 2005, 283) 형식을 빌려 걷기와 관찰하기 등을 통해 작품을 발표한 세미 노가드(Semi Norregaard) 작품을 분석한다. 작품 「Trailer」는 아침 7시 1부, 정오 1시 2부, 저녁 10시에 3부가 진행된다.
한 작품만 선보이는 공연 형태가 아니라 시간대별로 3개의 작품이 공연되어 총 9개의 작품이 진행된다. 이른 아침 사전에 조율된 장소에 10여 명의 관객이 도착한다. 이들은 가이드가 나눠준 헤드셋을 착용하고 도시를 산책하다 특정한 장소인 개수대 앞에 멈춘다. 물이 고인 웅덩이 옆 공터에 모인 그들에게 멀리서 자전거에 타고 무용수가 도착한다. 공터 앞에 도착한 무용수는 관객들에게 파 자르기, 소시지 제공하기, 동작 수행하기 등 동작 과제를 제시하고 떠난다.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공터는 순식간에 놀이터가 되고 바비큐를 굽는 부엌이 되며 무용수의 깃발을 통한 정치적 구호 표현의 장이 된다. 그렇게 아무 의미 없던 공터는 순간 유의미한 장소로 변모하며 관객에게 남겨진다.
표 3
행위자 분석 「Trailer」
Actor analysis 「Trailer」
| 무용수 행위자 모델 | ||
|---|---|---|
| 무용수 의지(발신자) | 수행 과제 내용(객체) 동작 따라하기, 파 자르기, 개수대에서 요리하기, 장소 변용 |
관객(수신자) |
| 행위자 분석 | ||
| 수행 참여(원조자) | 무용수(주체, 행위자) | 행위 관조(대립자) |
멀리서 자전거에 타고 관객 앞에 나타난 무용수를 행위자로 삼아 무용수가 제시한 각종 수행 행위를 객체로 삼는다. 수화와 같은 손동작 따라 하며 즉흥 게임을 하기, 채소를 나눠주며 함께 요리 준비하기, 그리고 원래의 수돗물을 받는 개수대 위에서 바비큐 요리하기 등의 객체는 발신자에서 수신자로 전달되며 이 과정에서 원조자의 신체 참여와 대립자로서 관조하는 관객이 대립한다.
표 4.
이항대립 구조 분석 「Trailer」
Binary opposition analysis of 「Trailer」
| 「미니어처 공간극장 이항대립구조」 | |||
|---|---|---|---|
| 장소성 원리 | 행위자 | 계열체 분석 의미 | 관객 |
|
재현, 경계, 의미 작용과 해석, 행위자 중심 |
기존의 개수대 장소가 부엌으로 변모하며 관객에 의한 수행성으로 완성, 헤테로토피아 장소의 물질성 변모와 수행성 관계 |
협업, 관객끼리의 공동체, 해프닝, 장소성 변모에 동참 |
|
| 개수대, 공터, 관람 | 장소 재해석, 신체성 | ||
장소성을 중심으로 행위자와 관객의 협업이 장소라는 물질을 어떻게 변모시키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개수대 역할의 장소는 행위자 주도로 관객에게 신체성 개입을 통해 장소 변용을 일으킨다. 이때 재현, 의미 작용, 해석의 원리는 이항대립체로서 협업, 관객끼리의 공동체, 해프닝, 장소성 변모를 가져오며 이항 대립 구조를 형성한다. 관객의 신체는 이항 대립 구조의 주요 매개체로서 작용하고 계열체의 핵심을 이룬다.
Ⅳ. 장소성의 예술적 의미 생성
1. 비재현 의미
작품 「미니어처 공간극장」은 장소성을 근간으로 하는 장소 특정적 공연이다. 창작자 중심의 재현 방식이 아닌 관객 중심의 수행성을 근간으로 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의미의 극장 무대에서 요구되지 않은 관객 신체를 근간으로 하는 수행성이 요구되었다.
작품 「미니어처 공간극장」은 기존 극장의 이분법적 소통 구조와 달리 비재현구조를 기반으로 하며 작품을 진행한다. 기존 재현 중심의 작품은 관객에게 일방적 기호와 의미 전달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장소 특정성을 기반으로 하는 공연에서 장소는 단순히 작품을 관람하는 물질적, 수동적 기반이 아닌 그곳에 모인 모든 공동체의 집단적 산물이다. 따라서 장소에 대한 권한도 창작자와 관객이 모두 함께 공유한다. 작품 「미니어처 공간극장」은 극장이라는 장소를 재현의 공간에서 비재현, 현존의 장소로 탈바꿈한다.
「미니어처 공간극장」에서 안무가는 관객에게 장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상하고 적용하기를 요구하였다. 이는 장소가 환영과 재현을 위한 토대로만 존재하는 그것이 아닌 관객에 의해, 관객의 상상으로 즉시 변모하는 현존의 공간이 된다.
따라서, 장소성의 예술적 생성 의미로서 비재현의 의미는 문학 텍스트 중심과 서사 구조 기반의 극무용 등 다양한 재현 공연 환경 속에서 예술적 대안으로서 의미를 지니며 공연의미의 해석을 결정짓는 상호텍스트성(유홍림 2002, 94) 관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상호텍스트성은 창작자와 관객의 상호 관계에서 일어나는 의미 작용을 중요시한다. 작품의 의미는 창작자 중심의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관객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고, 이는 곧 일방적 재현의 의미가 아닌 비재현 미학에 해당하며 장소성의 현존 미학이자 예술적 의미가 된다.
2. 물질성 의미
공연의 매체성, 물질성, 미학성을 연구한 막스 헤르만(Max Herrmann)은 문학 텍스트에 의존하여 공연 기호성을 추구하는 작품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E. Fischer-Lichte 2017, 307). 재현을 통해 이미 관객의 연상이 개입되는 공연과 특정한 텍스트를 재현하는 방식의 공연보다는 공연 자체가 하나의 물질이 된다.
창작자가 몸, 음악, 의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감각이나 물질성을 생산하고 그 의미를 관객에게 강요한다면 그것은 재현의 원리에 해당한다. 하지만 창작자에 의해 생산된 감각과 물질성이 그 자체로 의미를 생성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관객의 몫이 되며 관객은 그 물질성과 관계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생산자의 역할을 갖는다.
연구 대상인 「미니어처 공간극장」과 「Trailer」는 모두 창작자에 의해 생성된 물질로서 장소가 무엇인가를 재현해 내는 단순한 배경이 아닌 관객에 의해 지각되는 새로운 장소 자체가 되며 이는 지각에 의한 의미 생성으로 이어진다.
「Trailer」의 경우 공연의 배경이 된 개수대는 이미 그 자체로 상징성을 띠고 있다. 상징은 의미를 생산하는 주체의 참여를 거부하며 물질성, 기표, 기의가 하나이다. 하지만 장소성을 근간으로 하는 위 공연 사례는 관객이라는 주체의 지각 행위를 막지 않고 상징을 해체한다. 이를 통해 상징으로서 장소는 물질성과 기표, 기의가 해체한다.
이 세상에 그 어떤 무대도 현실을 모방하고 재현하지 않는 무대는 없다. 하지만 장소성을 근간으로 하는 장소 특정적 공연의 경우 장소가 지닌 고유한 상징성을 거부하고 주체의 지각 행위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장소에 의미를 생성한다.
환영을 만들어내는 장소가 아닌 상징성을 걷어낸 극장이라는 장소 자체, 우리 이웃 공간과 장소에 대한 재지각은 다양한 장소 특정적 공연 실험을 통해 예술적 의미로서 물질성이 도출된다.
3. 사건 의미
작품 「Trailer」의 경우 아침, 점심, 저녁에 걸쳐 진행된다. 이는 장소 특정적 공연의 수행성 특징 중 하나인 시간성을 기반으로 한다. 전통적인 극장 공연의 엄격한 공연 시간에 비해 장소성 기반의 공연은 열린 시간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열린 시간 속에서 그 어떠한 사건 행위가 일어날 수 있다.
재현과 정해진 구조 속에서 일어나는 공연은 정해진 순서에 따른 시작과 결말을 위해 극장 내부의 모든 기제가 동원된다. 따라서 예측하지 못한 상황은 작품의 실패로 귀결되지만 장소성을 기반으로 하는 공연의 경우 장소는 완벽한 재현을 위한 장소, 뭔가를 만들어내는 장소에서 뭔가 일어나는 장소로 변모한다.
장소는 변모하여 재해석되고 재지각된다는 들뢰즈의 사건 미학 관점에서 보면 가능한 것과 잠재적인 것의 차이는 창조적 분화에 있다. 즉, 가능한 것은 실현 가능성을 수행하는 것으로서 본질적 변화가 없고 존재론적 차이는 없지만 잠재적인 것은 창조적인 분화를 통해 새로운 성질이 출현하여 의미가 생성된다. 그것이 바로 사건이다.
따라서 들뢰즈의 철학 의미에서 사건이란 의미 자체, 의미 질서의 변형, 잠재적인 것의 현실화, 새로운 생성적 결과 등이 될 수 있다(G. Deleuze 1969, 34). 장소에 대한 새로운 지각 과제, 장소의 변모 등을 주요 원리로 삼고 있는 「미니어처 공간극장」과 「Trailer」는 모두 가능한 것을 구현해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잠재적인 것을 생성하여 새롭게 의미를 생성해 내고 있다.
장소에 대한 상상력 과제는 종전의 공연 극장 무대를 관객의 의미 부여에 따라 새롭게 생성하고 원래의 개수대는 부엌으로 변모하며 창조적 분화를 이룬다. 따라서 이는 사건 의미 논리로 생성될 수 있고 이때 장소는 예술적, 존재론적 도약이 발생하는 사건의 지점이 된다.
Ⅴ. 결 론
고유한 상징성을 지니며 특정한 역할이 부여된 장소는 관객의 새로운 지각과 의미 부여로 새로운 장소로 탈바꿈한다. 이는 들뢰즈의 창조적 분화이자 새로운 의미 생성 결과로 확장될 수 있다.
본 연구는 현대춤에서 장소성을 연구 핵심 주제로 삼아 장소성의 예술적 의미가 나타나는 「미니어처 공간극장」과 「Trailer」의 장소 특정성 공연을 연구 분석하였다. 두 작품은 기존의 전통적인 극장 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이웃 주변의 공간에 대한 재지각을 통한 다양한 예술적 의미 생성을 가진다.
연구 동기로서 장소성을 연구 주요 핵심으로 삼은 이유는 현대춤의 자기 성찰과 역동성을 견인하고자 하는 연구 의도가 있고 장소성 연구가 그 견인 역할로서 기능할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현대춤이 감동을 주는 장르가 되기 위해서는 완벽한 재현과 표현의 완성도가 필요하며 이는 관객에게 불편함과 난처함을 통한 새로운 해석 방식보다 익숙한 관람 방식을 요구한다(서현석, 김성희 119, 2016). 즉, 완결성보다 과정, 기교보다는 소통방식, 감동보다는 감각의 확장을 통한 관계의 역동성은 감동 중심의 형식적인 관습을 탈피하고 현존을 통한 의미 생성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 의미에서 장소성은 바로 이 과정을 견인하는 역할로서 연구 가치를 지닌다.
본 연구는 현대춤에서 장소성을 기반으로 하는 장소 특정성 공연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기호학적 분석을 시도하였다. 기호학적 분석은 행위자 분석과 이항 대립 분석을 통해 작품의 계열체를 분석하고 작품의 핵심 구조를 파악하였다.
연구 결과로써 다음과 같은 장소성의 세 가지 의미 생성 결과를 도출하였다.
첫째, 비재현 의미, 둘째, 물질성 의미, 세 번째, 사건 의미는 「미니어처 공간극장」과 「Trailer」작품 전반을 관통하며 생성된 예술적 의미 결과들이다.
첫째, 재현의미학을 통해 작품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질문의 층위를 만드는 비재현 의미, 둘째, 공연이 행해지고 환영을 만들어내는 공간이 아닌 관객에 의해 새롭게 재지각되는 물질성 의미, 그리고 세 번째, 새롭게 해석된 장소에서 잠재적인 것들의 도출인 사건 의미 등이다.
장소성 연구 분석을 통해 연구 결과로 도출된 예술적 생성 의미들은 극장과 공연 행위 장소의 부정성을 추구하며 극장을 지우고 시노그라피(sinography)를 생성하는 극장 공연과의 차별화를 추구한다.
본 연구는 극장과 공연 장소의 부정성을 통해 재현 공연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성을 통해 현대춤의 관습에 대한 자기 성찰과 재모색의 잠재성을 열고자 한다. 따라서 연구 결과로 도출된 세 가지의 예술적 생성 의미는 관습처럼 행해지는 극장 중심 공연에 대한 자기 성찰의 기회로 역할할 수 있으며 이는 들뢰즈의 사건 이론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가능한 것의 현실화가 아닌 잠재적인 것의 창조적 분화이다.
아울러, 연구 방법론으로 사용한 기호학적 연구가 현대춤의 다양한 창조적 분화를 예술적 의미로써 한계 짓는 점에 대해서는 공연예술과 신체는 결국 기호와 반기호의 병존 속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본질을 학술적 배경으로 삼고자 한다.
나아가, 기호와 반기호의 공존 안에서 펼쳐지는 현대춤의 다양한 현상 중 본 연구에서 다루지 못한 육체성, 시간성, 소리성의 수행성 원리에 대한 분석은 후속 연구로 남겨두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