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Society for Dance Documentation & History

pISSN: 2383-5214 /eISSN: 2733-4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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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pects of the Usage of the Hangeul Term Chum in Eonhae Texts of the Joseon Dynasty 조선시대 언해에 나타난 한글 ⟪춤⟫ 용례의 양상 연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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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n Dance Journal Vol.82 No. pp.29-76
DOI : https://doi.org/10.26861/sddh.2026.82.29

Aspects of the Usage of the Hangeul Term Chum in Eonhae Texts of the Joseon Dynasty

Keum Beena [Geum Bitna]*, Seo Jung Rock [Seo Jeongrok]**
*Graduate Student, School of Dance,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
**Professor, School of Dance,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
*

Keum Beena artbeena@gmail.com


** Correspondence to Seo Jung Rock jungrockseo@gmail.com
July 31, 2026 September 29, 2026 September 30, 2026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70 instances of the Korean word chum(춤) found in ten Joseon-period eonhae (Korean vernacular translations) to investigate its earliest textual appearance and patterns of use through an analysis of its translation, orthography, and reference. The findings show that the earliest attested instance of chum in extant hangeul texts appears in Seokbosangjeol (1447). Chum was repeatedly selected as a translation equivalent for ‘舞’ and ‘儛’ and was used over a long period while maintaining a stable orthographic form. At the same time, it exhibited inclusive and open referential patterns that crossed diverse social conditions and boundaries of value. These findings reveal historical aspects of chum that cannot be fully captured from perspectives formed since the modern period and provide a basis for reconsidering perceptions of chum from a longer historical perspective.



조선시대 언해에 나타난 한글 ⟪춤⟫ 용례의 양상 연구

금빛나*, 서정록**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이론과 전문사과정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이론과 교수

초록


본고는 문헌연구의 방법으로 조선시대 언해 10종에서 확인된 한글 ⟪춤⟫ 용례 70건을 대상으로 번역, 표기, 지칭 양상을 분석하여 ⟪춤⟫의 최초 출현과 사용 양상을 밝히고자 하였다. 그 결과 ⟪춤⟫은 현전하는 한글 문헌 가운데 『석보상절』(1447)에서 처음 확인되었다. ⟪춤⟫은 ⟪舞⟫와 ⟪儛⟫의 번역어로 반복적으로 선택되고 안정적 표기를 유지하면서 오랜 기간 사용되어 온 춤 명칭이며, 동시에 다양한 사회적 조건과 가치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포괄적이고 개방적 지칭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근대 이후 형성된 관점만으로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춤⟫의 역사적 면모를 보여주며, ⟨춤⟩에 대한 인식을 긴 역사적 시야에서 재검토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Ⅰ. 서 론

    ⟨춤⟩1)이라는 용어는 일상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무용학의 근간이 되는 개념이지만, ⟨舞(무)⟩와 ⟨舞踊(무용)⟩2) 등에 비해 문자적 최초 출현과 초기 사용 양상, 그리고 그것이 놓인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맥락에 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더 나아가 ⟨춤⟩을 국어학적으로 살펴보거나, ⟪춤⟫이 기록된 한글 고문헌을 자료로 삼은 연구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춤⟩이라는 용어에 대해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서로 다른 문제의식 속에서 부분적으로 다루어졌다. 김채현(1989)은 19세기 말까지 고유어 ⟨춤⟩이 사용되어 왔다고 짚었으나(72), 그 구체적 문헌 용례와 사용 양상은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정노(2012)는 전근대부터 ⟨춤⟩이 춤 전반을 가리키는 입말 명칭이었다고 서술하였으나, 전근대의 문헌 표기에 관한 언급은 기생들의 춤에 한정되며 실제 용례 분석은 일제강점기를 대상으로 한다(123, 125). 이병옥(1993)은 시대 범위를 더욱 넓혀 근현대의 국어사전과 함께 한문 고문헌을 활용하여 ⟨춤⟩과 ⟨추다⟩의 어원을 고찰하였다(23-26). 이처럼 고유어 ⟨춤⟩의 어원을 밝히는 과정에서 시대 범위가 전근대로 넓어지면서 한자와 한문 자료에서 단서가 구해지는 방식은 한국춤의 기원과 성격을 규명하는 연구에서도 나타난다3). 이에 비해 ⟨춤⟩이나 한국춤에 대한 논의를 국어학에서 밝혀온 ⟨춤⟩에 관한 연구 성과와 연결하거나, 실제 한글 고문헌에 나타나는 ⟪춤⟫ 용례를 바탕으로 그 역사적 사용 양상을 살피는 연구는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춤⟩이라는 용어는 왜 역사적 탐구와 언어적 탐구의 대상으로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였는가. 그 배경의 하나로 고유어 ⟨춤⟩의 문자 기록과 문헌 자료에 대한 인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훈민정음의 창제와 반포 이후에도 문자생활에서 한자와 한문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였고, 한글의 사용 영역은 제한적이었으리라는 인식이다4). 문헌 속 용례는 용어의 최초 출현을 확인하고, 표기와 형태, 번역 대응 등 언어적 양상을 포함한 이후의 사용 양상을 탐구할 수 있는 실증적 근거가 되는데, 한글의 제한적 사용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춤⟫이 기록된 한글 고문헌 자체가 드물었으리라는 판단으로 이어져, ⟨춤⟩을 문헌을 통해 탐구하는 대상으로 위치시키는 데 일정한 제약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존 연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인식이 나타난다. 신명숙(2004)은 ⟨춤⟩을 훈민정음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춤⟫ 대신 한자 ⟪舞⟫가 사용되다가 근대 신문5)에서 ⟪춤⟫과 ⟪츔⟫이 표기되었다고 서술한다(15). 그러나 언해(諺解) 자료를 살펴보면 훈민정음 반포(1446) 이듬해에 간행된 『석보상절(釋譜詳節)』(1447, 6:10ㄴ)에 한글로 표기된 ⟪춤⟫ 용례가 있으며, 이후에도 여러 언해에서 수세기에 걸쳐 나타난다. 이렇듯 ⟪춤⟫ 용례가 조선시대 언해 자료에서 장기간에 걸쳐 확인되지만, 그 최초 용례와 이후 사용 양상에 대한 종합적 검토 및 자료의 체계적 수집과 정리는 미진하다.

    행위와 말은 일회성과 휘발성을 지니지만, 이들은 사람 간에 전승되거나 문자나 그림 등으로 기록됨으로써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어질 수 있다. 그림 기록이 대상을 시각적으로 붙잡아 둔다면, 문자 기록은 명명과 인식의 언어적 흔적을 남김으로써 후대의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개념화와 이론화를 위한 토대가 된다. 이러한 점에서, 추고 나면 보이지 않는 춤과 발화하고 나면 사라지는 ⟨춤⟩이 한글 문자 ⟪춤⟫이라는 제 옷을 입고 조선시대 문헌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사실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문헌에 남겨진 ⟪춤⟫을 통해 ⟨춤⟩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그리고 춤이 어떠한 맥락에서 어떻게 행해지고 이해되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고는 조선시대 언해에 나타나는 ⟪춤⟫ 용례를 수집하고 검토하여 현전 한글 문헌에 나타나는 ⟪춤⟫의 최초 출현 시기를 확인하고, 이어 그 번역 양상, 표기 양상, 지칭 양상을 고찰하여 ⟪춤⟫이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되었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이처럼 오늘날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춤⟩을 한글 고문헌을 통해 탐구함으로써 ⟨춤⟩에 대한 인식을 보다 긴 역사적 시야에서 살펴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한편, 관련 연구를 위한 문헌적 기초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본고의 목적이다.

    Ⅱ. 연구의 토대

    1. 언해

    본고는 언해를 연구 자료로 삼는다. 조선시대 한글 기록물은 생산 방식에 따라 처음부터 한글로 작성한 문헌(언간(諺簡, 한글 편지), 일기, 가사(歌辭) 등)과 한문 원문을 한글로 번역한 문헌으로 나눌 수 있는데, 본고가 다루는 언해는 후자에 해당한다. 이를 좀 더 엄밀히 정의하면, 언해는 개화기 이전(번역 시기)에 한문(원문의 언어)을 한글(번역문의 언어)로 번역한 결과물인 문헌과 그 번역 행위를 가리킨다. 이처럼 언해는 번역의 한 유형으로(윤용선 2012, 139, 142), 다음의 경우에는 언해로 보기 어렵다. 첫 번째는 개화기 이후에 이루어진 번역이고, 두 번째는 원문이 한문이 아니라 몽고어, 만주어, 일본어 등인 경우이며(안병희 2009, 24-26; 윤용선 2012, 139-142), 세 번째는 번역문이 한글이 아니라 이두나 구결 같은 차자표기로 표기된 경우이다(윤용선 2012, 141-142). 언해는 작성 형식에 따라 한문 원문 없이 언해문(한글 번역문)만 제시된 ‘번안산문(飜案散文)’과 한문 원문과 언해문이 함께 제시된 ‘언해’로 세분되지만(고영근 1987, 29-34; 윤석민 2010, 290-293), 본고는 이 두 유형을 모두 넓은 의미의 언해 범주에 통합하여 다룬다. 또한 용어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번역 문헌을 ‘언해’, 용례에 제시된 번역 문장을 ‘언해문’으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왜 한글로 직접 생산한 문헌이 아니라 번역 문헌인 언해를 연구 자료로 선택하였는가.

    첫 번째 이유는 시간적 초기성과 연속성 때문이다. ⟪춤⟫은 『훈민정음(訓民正音)』(1446) 및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1447)와 같은 초기 비언해 문헌에는 보이지 않는 반면, 『석보상절』(1447)을 비롯한 초기 언해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이후 수세기에 걸쳐 언해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되었다. 언해는 훈민정음 반포(1446) 이후부터 19세기 말까지 지속된 드문 자료군으로(유명우 2004, 91), 동일한 문헌 유형 안에서 ⟪춤⟫의 역사적 변화를 장기적 관점에서 비교하고 추적할 수 있다. 국어는 15-16세기에 어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이기문 1998, 191), 언해를 통해 ⟪춤⟫의 형태와 의미 변화의 흐름 역시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언해는 처음에는 고유어와 의역 중심이다가 시기가 뒤로 갈수록 한자어와 직역의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이기문 1998, 190; 윤석민 2010, 294). 따라서 동일한 한문 원문의 여러 시기 번역본을 비교하거나, 동일한 한문 원문이 아니더라도 후대로 갈수록 어휘가 교체되는 양상을 검토함으로써, 고유어 ⟪춤⟫이 점차 다른 어휘로 대체되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이처럼 언해는 한글 표기 ⟪춤⟫의 첫 출현과 이후의 변화를 통시적으로 추적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두 번째 이유는 자료의 접근성으로, 독해와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라는 두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국어는 중세국어에 해당하여, 오늘날 부분적으로 읽을 수는 있어도 온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사용하지 않는 문자나 표기법이 포함되어 있고, 필사 자료는 붓글씨 필체로 판독이 더욱 어려우며, 중세국어의 어휘와 문법뿐 아니라 당대의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한 선이해도 요구된다. 따라서 중세국어 문헌 연구에는 현대 국어 역주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타 학문 분야의 활발한 활용이 가능해진다. 나아가 개별 문헌의 역주를 넘어 통합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될 때 자료의 검색과 활용이 비로소 실질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조선시대 한글 문헌 가운데 현대 국어 역주와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가장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는 자료는 언해로 보인다. 이는 국어사 연구가 필사 자료보다 공적으로 편찬된 언해를 중심으로 축적되어 왔고(홍윤표 2024, 19), 훈민정음 창제 이후의 15세기 문헌이 핵심 연구 대상이 되어 온(이기문 1998, 18) 경향과도 관련될 수 있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는 다수의 언해를 현대 국어로 역주하고 세종한글고전DB를 구축하여 통합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본고의 연구 역시 이를 기반으로 수행하였으며,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후술한다.

    언해의 공적 성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5, 16세기의 한글 문헌은 국가 기관이 간행한 공식 문헌으로 높은 동질성을 지니며(이기문 1998, 121), 초기 언해 역시 이러한 성격을 공유한다. 언해는 세종(世宗, 1397-1450)과 세조(世祖, 1417-1468) 대를 중심으로 국가 차원의 사업으로 추진되었고, 이후에도 왕조 체제 아래 왕가의 관심과 지원을 받으며 끊임없이 간행되어(유명우 2004, 85-87), 단순한 출판 사업을 넘어 국가의 문화적 역량이 집약된 결과물이었다(김무봉 2012, 11). 본고의 연구 대상인 언해 10종 가운데서도 9종이 왕명에 따라 편찬되거나 왕실 또는 국가기관에서 편찬한 문헌이다(부록 <표 1> 참조). 한편 초기에 중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언해의 간행은 16세기에 들어 지방으로 확대되었지만(안병희 2009, 37; 이광호 2015, 244), 이 시기 지방 간행본들 역시 이미 축적된 한글 번역 전통에 따라 방언적 요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보다 기존의 공통어가 대체로 유지되었다(안병희 2009, 37).

    한편 언해의 공적 성격과 함께 그 전달 대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풍기(2012)에 의하면, 초기 언해가 조정의 주도로 이루어졌지만 그 전달 대상은 관료층을 비롯한 백성이었으며, 언해는 그들과 소통하기 위한 하나의 통로였다. 다만 여기에서 백성이란 그 범위가 넓어 실제 독자층을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우며, 일차적으로 지역의 지식인과 지도층으로 상정할 수 있다(173-175). 따라서 언해는 국가와 상층부가 관여한 공적 성격을 지니는 동시에, 조정에 한정되지 않은 독자층에게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문헌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언해가 번역 문헌으로서 가지는 장점과 한계를 살펴보기에 앞서, 당대의 문헌적 현실을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 한글 문헌이 다수 간행되었으나, 그 대부분은 번역 문헌인 언해였다. 16세기 말부터 창작 문헌이 등장했지만 수량 면에서 언해를 넘어서지 못한 채, 이러한 경향이 개화기까지 지속되었다(안병희 1985a, 12). 이처럼 조선시대 한글 문헌의 대다수가 언해였으므로, 번역 문헌은 조선시대 한글 자료를 다룰 때 예외나 특수 사례가 아니라 오히려 마주할 수밖에 없는 기본 자료이다.

    번역 문헌은 한 언어가 다른 언어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어휘 간 대응 관계가 형성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번역 문헌은 원문과 번역문의 어휘 대응 관계를 통해 어휘 간 의미 영역의 공유 가능성을 신중하게 가늠해볼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으며, 이러한 점은 ⟨춤⟩과 ⟪춤⟫을 이해하는 데 유의미한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언해는 한문 원문이나 구결문6)이 언해문과 한 줄씩 대응하여 배열되는 경우가 많아, 일반 번역 문헌보다 대응 관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구조적 장점을 지녔다. 한문 원문이나 구결문 없이 언해문만 제시된 경우도 있으나, 대응하는 구절을 추적할 수 있다.

    한편 언해는 번역 문헌이라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를 지닌다. 언해는 중국의 한문 문헌이나 인도의 산스크리트어 문헌을 한문으로 옮긴 한문 문헌을 저본(底本)으로 삼았기에, ⟪춤⟫ 용례 자체가 조선 사회의 춤 문화와 개념보다 중국과 인도의 맥락을 더 직접적으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것을 어떤 어휘로 옮길 것인가는 언해 편찬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었다. 편찬자들은 다른 어휘나 방식으로 옮길 수 있었음에도 ⟪춤⟫을 선택하였는데, 이는 한문 원문에 묘사된 행위가 당대 국어 체계와 언어 공동체 속에서 ⟨춤⟩이라는 범주로 이해되었음을 보여주는 단서이다. 따라서 언해는 그 용례가 지닌 문화적 기원이 조선 고유의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문 원문에서 지칭된 행위를 ⟨춤⟩으로 인식하고 명명한 당대 한국어 화자들의 어휘 사용과 개념적 틀을 ⟪춤⟫을 통해 추적할 수 있게 하는 자료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본고는 이러한 판단에 근거하여 용례 분석을 진행한다.

    2. ⟪춤⟫ 용례

    본고의 ⟪춤⟫ 용례 조사는 최초 출현의 확인과 이후 사용 양상의 분석이라는 두 가지 목적에 따라 진행하였다. 먼저 최초 출현을 확인하기 위해 필자는 훈민정음의 창제(1443)와 반포(1446)를 기점으로 현전하는 초기 한글 문헌의 선후 관계를 성립 및 간행 연대를 기준으로 검토하였다7). 그 결과 『훈민정음』(1446)8)과 『용비어천가』(1447)에서는 ⟪춤⟫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석보상절』(1447)에서 그 용례를 찾을 수 있었다. 이에 『석보상절』의 용례를 현전하는 한글 문헌에서 확인되는 ⟪춤⟫의 최초 출현으로 판단하였다.

    다음으로 ⟪춤⟫의 사용 양상을 분석하기 위한 용례 조사 범위는 자료의 접근성과 활용 가능성을 고려하여 사단법인 세종대왕기념사업회의 세종한글고전DB에 수록된 언해로 설정하였다. 2026년 7월 20일의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웹사이트에 따르면, 세종대왕기념사업회는 훈민정음 창제 이후 발행된 한글고전 224책을 1991년부터 2023년까지 세종고전국역사업을 통해 현대 국어로 역주하였으며, 이 가운데 136책을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세종한글고전DB구축사업을 통해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구축하여 웹사이트로 제공하고 있다.

    필자는 2024년 1월부터 2026년 7월까지 해당 DB에서 ⟪춤⟫을 검색해 왔으며, 이 기간 동안 검색 결과는 언해문과 현대 국어 역주를 합쳐 총 1258건으로 변동 없이 유지되었다. 검색된 1258건을 필자가 일일이 검토하여 언해에서 ⟨춤추다⟩의 의미로 사용된 ⟪춤⟫ 용례를 선별하였다. 제외 기준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언해에서 ‘춤’이라는 표기를 포함하지만 ⟨춤추다⟩의 의미와 무관한 경우로, ‘춤’(침), ‘기춤’(기침), ‘그춤’(그침), ‘부춤’(부채질함) 등이 이에 해당하였다. 둘째는 현대 국어 역주에서 언해를 번역하거나 설명하는 과정에서 ‘춤’이라는 표기가 나타나는 경우였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선별된 ⟪춤⟫의 출현 방식은 두 가지로, 독립된 명사로 나타나거나 동사 ⟨추다⟩와 결합하여 ⟨춤추다⟩의 여러 활용형으로 나타났으며, 언해 10종에서 총 70건의 용례가 확인되었다. 이들 10종을 시대와 문헌 유형별로 살펴보면, 15세기 문헌과 불교서의 비중이 높다9). 이러한 자료 구성은 언해사의 전개에서 불교서의 번역이 가장 일찍 시작되었고 가장 많이 이루어졌다는 사실과(안병희 2009, 31, 222), 앞서 살펴보았듯 현대의 국어사 연구가 언해와 15세기 문헌을 중심으로 축적되어 온 상황이 함께 관련된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다만 현전 언해 자료의 구성과 현대의 역주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상황 등이 현재 세종한글고전DB에서 확인되는 자료 구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한편 문헌 유형별 문헌 수의 많고 적음이 용례 수의 많고 적음으로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령 불교서는 6종에서 19건의 용례가 확인된 반면, 문학서는 2종에서 49건의 용례가 확인된다. 이는 용례의 수가 단순히 문헌 유형별 자료의 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각 문헌의 분량과 내용, 성격 등 여러 조건과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용례의 수 자체를 하나의 사용 양상으로 살펴보며, 수적 차이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분석은 별도의 문제로 남겨 둔다.

    다음으로 70건이라는 용례 수의 산정 방식을 밝히면, 이는 ⟪춤⟫의 개별 출현을 단위로 산정한 수치이다. 동일한 문장이나 문맥 안에 ⟪춤⟫ 용례가 복수로 나타나더라도 각 출현의 사용 양상이 다를 수 있으므로 각각을 하나의 용례로 산정하였다. 가령 40-46번 용례는 동일 문맥에서 연속적으로 나타나지만 각각의 사용 양상이 다르며, 6번과 13번 용례는 동일 저본의 동일 구절에 근거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춤⟫ 용례가 나타난다. 또한 동일 저본의 동일 구절이 서로 다른 시기나 문헌에서 번역된 경우에도 ⟪춤⟫이 거듭 선택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언어 사용의 한 양상을 보여주므로 각각을 개별 용례로 산정하였는데, 이에 해당하는 용례는 2, 7, 8번과 3, 5, 12번, 그리고 6, 13번이다. 따라서 본고에서 제시하는 70건과 이후 분석의 용례 수는 서로 독립된 문맥이나 상황의 수가 아니라 ⟪춤⟫의 개별 출현 횟수를 의미한다.

    이러한 ⟪춤⟫ 용례 70건은 임의로 추출한 표본이 아니라, 본고가 설정한 자료 범위와 선정 기준에 따라 확인된 용례 전체이다. 다만 조사가 세종한글고전DB에 수록된 자료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아직 현대 국어로 역주되지 않았거나 데이터베이스화되지 않은 언해에서 ⟪춤⟫ 용례가 추가로 확인될 수 있다. 본고는 이러한 연구 범위와 앞서 밝힌 자료 구성의 특성을 전제로 이들 용례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춤⟫ 용례 전체 목록은 부록 <표 1>에, 본문에 영인본을 수록한 『석보상절』을 제외한 언해 9종의 영인본에 나타난 ⟪춤⟫(문헌별 1건)은 부록 <도판 1>에 제시하였다.

    Ⅲ. ⟪춤⟫ 용례의 양상

    1. ⟪춤⟫의 번역 양상

    언해는 한문 원문(이하 한문)을 한글로 옮긴 번역 문헌이므로, 가장 먼저 조선시대 언해의 ⟪춤⟫이 한문 및 구결문의 한자와 맺는 번역 양상, 곧 언어와 언어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다. 이를 위해 ⟪춤⟫을 출발점으로 삼아 대응하는 한자 표현을 확인하고, 한자 대응 관계를 벗어난 사용 양상도 검토한다. 이러한 접근은 한문에서 춤 지칭어10)를 먼저 설정한 뒤 한글 번역어를 추적하는 방식과 구별된다. 한문을 기준으로 삼으면 ⟪춤⟫ 이외의 한글 번역어까지 포착할 수 있는 반면, ⟪춤⟫을 기준으로 삼으면 ⟪춤⟫이 대응하는 한자의 범위를 폭넓게 확인할 수 있다. ⟪춤⟫ 용례 70건의 번역 양상은 부록 <표 2>에 제시하였으며, 이하의 논의는 이를 바탕으로 한다.

    번역 양상은 한자 대응형(69건)과 한자 비대응형(1건)으로 나뉜다. 한자 대응형이란 ⟪춤⟫에 대응하는 한자가 있는 경우이며, 비대응형은 대응하는 한자가 없는 경우이다. 한자 대응형은 다시 두 기준, 곧 대응하는 한자의 종류와 ⟪춤⟫이 수록된 위치에 따라 세분하여 살펴본다.

    먼저 한자의 종류를 보면, 한자 대응형 용례 69건 가운데 ⟪舞⟫가 66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하며, ⟪儛(무)⟫는 3건(1, 4, 49번)이다. ⟪舞⟫와 ⟪儛⟫ 그리고 ⟪춤⟫의 관계는 6번과 13번 용례(이하 용례는 생략 번호만 사용)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두 용례는 동일하게 『묘법연화경』 5권을 저경(底經)으로 삼는데, 그 저경의 ⟪儛⟫가 6번의 협주문에서는 ⟪舞⟫와 ⟪춤⟫으로 나타나고, 13번의 구결문에서는 ⟪舞⟫로, 언해문에서는 ⟪춤⟫으로 나타난다. 두 용례 모두 세조와 관련된 문헌으로, 이 시기에 두 한자가 실질적으로 동일한 의미로 운용되었음을 보여주며, 이러한 혼용은 다른 문헌에서도 확인된다. 가령 『분류두공부시언해』(1481)에서 18, 40, 41, 43, 44, 56번은 “舞劍器”, “舞劒”으로, 49번은 “儛劔”으로 표기되었으나 모두 ⟨춤추다⟩의 활용형으로 번역되었다. 이는 49번의 협주문 “儛ㅣ 與舞同ᄒᆞ다”(儛는 舞와 통한다)와 송대 운서 『집운(集韻)』(1039)의 “儛, 同舞” (Chinese Text Project 수록본)와도 일치한다.

    한자 대응형 용례 69건을 ⟪춤⟫이 수록된 위치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언해문과 협주문(夾註文)으로 나뉜다. 언해문에 ⟪춤⟫이 제시된 사례는 62건으로 다수이며, 이는 ⟪춤⟫과 ⟪舞⟫, ⟪儛⟫의 일반적 번역 대응에 해당하므로 별도로 다루지 않는다. 나머지 7건은 협주문에 나타나는데, 협주란 한문의 한자나 내용을 한글로 설명하기 위해 본문 사이에 끼워 넣은 일종의 주석으로, 한문을 번역한 언해문에 비해 서술의 자유도가 높아 해당 시기의 언어 사용 양상을 살피는 데 유용하다(윤석민 2010, 292). 이러한 특성과 관련하여 이광호(2015)는 협주에 “당시의 산 언어가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을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404). 대체로 작은 글씨로 두 줄로 배열되지만 형식만으로 언해문과 구별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본고에서는 한문에 대한 번역인지 주석인지 그 기능을 기준으로 판별하였다. 협주에 ⟪춤⟫이 제시된 용례 1, 3, 5, 6, 10, 62, 63번은 【】로 표시하였다. 협주의 설명 방식에는 별도의 문헌에서 구절을 인용하여 보충한 경우(1, 3, 5, 63번)와 편찬자가 직접 설명을 덧붙인 경우(6, 1011), 62번)가 보이는데,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할 것은 편찬자의 해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후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는 사례는 6번(『월인석보』)이다. 10, 62번은 각각 앞선 9, 61번에서 이미 ⟪舞⟫가 ⟪춤⟫으로 번역된 것을 재사용한 반면, 6번은 언해문에서 ⟪舞⟫를 한글로 번역하지 않는 대신 곧바로 이어지는 협주문에서 “舞는 추미라”(舞는 춤이다)라고 정의하며 그 대응 관계를 성립시킨다. 물론 ‘X는 Y이다’ 형식의 정의문은 언해의 명사류 협주에서 흔히 보이지만(박금자 1997, 162), 그 보편성이 6번의 의미를 상쇄하지는 않는다. 주목할 것은 형식이 아니라 협주문에서 ⟪춤⟫이 수행하는 역할이다. 언해문에서 ⟪춤⟫이 ⟪舞⟫와 ⟪儛⟫의 번역 결과로 제시된다면, 이 협주문에서는 반대로 ⟪춤⟫이 ⟪舞⟫를 풀이하는 기준으로 기능한다. 설명이 필요한 것은 ⟪춤⟫이 아니라 ⟪舞⟫이며, ⟪춤⟫은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설명의 출발점이다.

    마지막으로 한자 비대응형이다. 총 70건 용례 가운데 한문에 춤을 지칭하는 한자가 없음에도 ⟪춤⟫이 사용된 용례는 46번 단 1건이다. 이는 춤과 관련된 다른 단어를 춤 행위로 이해하여 ⟪춤⟫으로 번역한 환유(換喩)적 대응이다. 환유란 어떤 대상을 그것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다른 단어로 대신 표현하는 수사법을 말한다12). 46번(『분류두공부시언해』)은 두보(杜甫, 712-770)가 공손대랑(公孫大娘, 생몰년 미상)의 검무를 회상하는 시의 마지막 부분으로, 앞선 40-45번에서 공손대랑이 칼을 들고 춤추는 내용이 반복 제시된 뒤에 등장한다. 한문에서는 ⟪舞⟫가 생략되고 “劍器”만으로 문장을 맺지만, 언해문은 그 ⟪舞⟫의 빈자리를 “춤추미”로 보충하여 “劍器”를 “갈ᄒᆞ로 춤추미”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무구(舞具)와 춤 행위 사이의 환유적 관계가 앞선 문맥에서 비롯되었든 한문 자체의 관습에서 비롯되었든, 이는 ⟪춤⟫이 한자와 직접 대응 없이 환유를 통해 사용된 사례이다.

    이상의 한자 대응 양상을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 1.

    ⟪춤⟫ 용례 70건의 한자 대응 양상 (Sinograph Correspondence Patterns in the 70 chum Usage Examples)

    유형 건수 구체적 양상
    한자 대응형 69건 대응 한자 종류 舞 - 대다수 용례 66건 춤의 수록 위치 언해문 대다수 용례 62건
    儛 - 1, 4, 49번 협주문 타서 인용 설명 - 1, 3, 5, 63번
    편찬자 자체 설명 - 6, 10, 62번
    한자 비대응형 1건 환유적 대응 劍器 → 갈ᄒᆞ로 춤추미 - 46번

    지금까지 번역 양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조선시대 언해 ⟪춤⟫ 용례 70건 가운데 69건이 한자 대응형이며, 이는 언해가 번역 문헌이라는 성격상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이처럼 ⟪춤⟫이 ⟪舞⟫와 ⟪儛⟫에 높은 빈도로 대응한다는 사실은 이들이 비교적 가까운 의미 영역을 공유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이는 ⟪춤⟫ 용례 70건을 대상으로 한 결과이므로, 보다 많은 용례를 아우르는 조사와 한문의 한자 춤 지칭어를 출발점으로 하는 역방향 조사 등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한편 ⟪춤⟫이 ⟪舞⟫와 ⟪儛⟫에 대응하는 것은 언뜻 특별할 것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춤⟫이 70건의 용례 중 69건에서 반복적으로 번역어로 선택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초기 언해는 조정이 주도하여 편찬하였지만 관료층을 비롯한 백성을 대상으로 삼았다(김풍기 2012, 173-175). 이러한 언해의 전달 대상과 ⟪춤⟫이 반복적으로 번역어로 선택되었다는 사실을 함께 고려하면, ⟨춤⟩은 당시의 독자층에게 이해 가능한 어휘였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에 당시 언어 사용이 비교적 잘 반영되어 있을 수 있는 협주문의 6번에서 ⟪춤⟫이 ⟪舞⟫를 설명하는 준거로 직접 기능했다는 점, 또한 46번에서 한문에 명시되지 않은 춤 행위가 ⟪춤⟫으로 표현되었다는 점을 종합하면, ⟨춤⟩은 언해에서 번역어로 기록되기 이전부터 존재하여 당시 언어생활에서 사용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 ⟪춤⟫의 표기 양상13)

    ⟨춤⟩이 조선시대 언해에 기록된 모습을 모음 표기의 변이를 중심으로 고찰한다. 명사 ⟨춤⟩과 그 어원이 되는 동사 ⟨추다⟩를 구분하여 각각의 표기 양상과 그 관계를 살펴본다. 이때 명사 ⟨춤⟩에는 독립적으로 쓰인 경우뿐 아니라 ⟨춤추다⟩를 구성하는 ⟨춤⟩도 포함한다. 구체적으로는 명사 ‘츰’, ‘춤’, ‘츔’과 동사 ‘츠-’, ‘추-’, ‘츄-’의 표기 변이를 다루며, 이 과정에서 ⟨춤⟩의 형태적 특징도 함께 논하게 된다. 방점의 유무와 실제 발음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춤⟫ 용례 70건의 표기 양상은 부록 <표 2>에 제시하였으며, 이하의 논의는 이를 바탕으로 한다.

    단독 명사로 쓰이거나 ⟨춤추다⟩의 구성 요소로 나타나는 명사 ⟨춤⟩은 전체 용례 70건 가운데 69건에서 ‘춤’으로 표기되며, 1번 『석보상절』(1447, <도판 1> 참조)부터 70번 『여사서언해』(1737)까지 안정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표기 안정성은 언해뿐 아니라 다른 문헌에서도 확인된다. 대표적인 예가 역관 출신 어문학자 최세진(崔世珍, 1468-1542)이 어린이의 한자 학습을 위해 한자의 음과 뜻을 한글로 풀이한 『훈몽자회』(1527)이다. 『훈몽자회』는 15, 16세기 국어의 어휘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후대에도 지속적으로 간행되고 활용된 자료로(김기영 2008, 66-68), 여기에서도 “舞”가 “춤 무”로 풀이되어 있다(<도판 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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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판 1.

    『석보상절』의 ‘춤’ 표기 (chum in Seokbosangjeol). 수양대군(세조). 『석보상절』. 1447. 세종한글고전DB 수록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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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판 2.

    『훈몽자회』의 ‘춤’ 표기 (chum in Hunmongjahoe). 최세진. 『훈몽자회』. 간사 연도 미상. 국립중앙도서관, 서울.

    ‘춤’으로 표기되지 않은 나머지 1건은 67번(『백련초해』)의 ‘츰’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중세국어의 명사 ⟨춤⟩이 ‘츰’으로 표기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임홍빈 역주 2011), 이는 추후 검토가 필요한 예외적 표기이다. 다만 이를 단순한 오기나 우연으로만 보기는 어려운데, 명사 ⟨춤⟩의 형태적 기원을 살펴보면 그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

    명사 ⟨춤⟩은 동사에서 파생되었다. 15세기의 동사형은 ‘추다’가 아니라 ‘츠다’로, ⟨춤⟩은 ‘츠-+-우-+-ㅁ’의 구조로 이루어졌다. 현대국어와 달리 중세국어에서는 파생명사형(‘-(ᄋᆞ/으)ㅁ’)과 동명사형(‘-오/우-’+-ㅁ)이 서로 구별되어, 예컨대 동사 ‘열다’(實)의 파생명사는 ‘여름(열매)’이고, 동명사는 ‘여룸’이었다. 그러나 일부 명사는 동명사형이 명사형으로 자리 잡았다(이기문 1998, 158-159; 한재영 역주 2007, 008번; 한재영 역주 2010a, 011번; 임홍빈 역주 2011; 최성규 2017, 154). 이를 ‘츠다’에 적용하면, 그 파생명사는 ‘츰’이 되었을 것이나 실제로는 동명사형인 ‘춤’이 명사로 정착하여, 그 결과 동명사와 명사가 동일한 형태를 이루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춤⟩의 형태적 특징과 그 의미 사이에는 어떠한 관련이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후술하기로 한다.

    이어서 동사의 어간 표기를 살펴보면, 동사 활용형이 나타나는 용례는 총 60건이다. 그 가운데 58건은 어간 ‘츠-’와 활용형 ‘처-’로 나타난다. 20, 22, 46, 49, 56, 61번은 표면상 ‘추-’로 보이지만, 어간 ‘츠-’에 명사 ‘춤’과 같은 ‘-ㅁ’ 동명사형이 결합한 형태이므로 ‘츠-’에 포함된다.

    동사 ‘츠다’는 근대국어 시기인 17세기부터 ‘추다’로도 나타나기 시작하여(예컨대 『역어유해』(1690) 상:60ㄱ “춤추다”), 18세기에는 ‘추다’로 나타나는데14), 70번(『여사서언해』(1737))의 “춤추기”가 이에 해당하는 유일한 1건으로, 어간 ‘추-’에 ‘-기’ 동명사형이 결합한 형태이다15). 동사 어간이 ‘츠-’에서 ‘추-’로 변화한 현상에 대해서는 명사 ‘춤’에 의한 유추로 볼 수 있다는 견해(임홍빈 역주 2011, 055-056번)와, ‘ㅊ’의 구개음화가 시작된 단초로 볼 수 있다는 견해(한재영, 개인 서신, 2026. 7. 26.) 등이 있다.

    동사 어간의 표기에는 ‘츠-’와 ‘추-’ 외에도 67번(『백련초해』)의 ‘츄-’가 1건 있다. 67번 “츰츄ᄂᆞᆫ”의 ‘츰’은 앞서 명사 표기에서도 유일한 예외적 사례였다. 여기에 동사 어간 ‘츄-’까지 더해지면서 명사 ‘츰’과 동사 ‘츄-’가 모두 일반적 표기 양상에서 벗어난 사례가 된다. 다만 『백련초해』에는 십여 종의 판본이 존재하는데(김무봉 2013, 8), 세종한글고전DB에 수록된 3종의 판본 가운데 본고가 연구 자료로 삼은 동경대본에만 “츰츄ᄂᆞᆫ”으로 나타나며, 박은용본과 필암서원본에는 각각 “춤츠ᄂᆞᆫ”, “춤추 ᄂᆞᆫ”으로 표기되어 있어, 추후 여러 판본의 비교와 검토가 필요하다.

    ‘추-’와 ‘츄-’의 병용이 본격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후대에 이르러서이다. 중세국어에서는 ‘추’와 ‘츄’가 구별되었으나(이기문 1998, 144), 치음이었던 ‘ㅈ’과 ‘ㅊ’이 18세기부터 점차 구개음화되며 ‘ㅜ’와 ‘ㅠ’의 구별이 약해지기 시작했다(이기문 1998, 208; 한재영, 개인 서신, 2026. 7. 17.). 후대 문헌에서 ‘추’와 ‘츄’가 병존하는 모습은 『한불자전』(1880)에 올림말로 나오는 〔춤츄다〕에서 볼 수 있는데16), 명사 ‘춤’은 그대로 유지되고 동사는 ‘츄다’로 표기되어 있다. 근대 신문에서는 동사 어간 ‘츄-’뿐만 아니라 명사도 ‘츔’으로 표기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디지털 검색에 따르면, 『매일신보』 1914년 3월 14일 기사에 ‘츔’과 ‘츄-’가 나타나며, 이러한 표기는 같은 해와 이듬해에도 반복된다. 한편 신한민보에서는 ‘츔’과 ‘츄-’뿐 아니라 명사 ‘춤’도 확인된다17). 이를 정리하면 아래의 <표 2>와 같다.

    표 2.

    근대 신문에 나타나는 명사 ‘춤’과 동사 ‘추다’의 초기 표기 용례 (Early Examples of the Orthography of the Noun chum and the Verb chuda in Modern Newspapers)

    *분석 대상은 필자가 굵게 표시함

    기사 날짜 신문명 기사 제목 기사 내용
    1914.3.14 『매일신보』 舞臺上 美人 ...츔을 츄엇ᄂᆞᆫᄃᆡ...
    1914.4.10 『매일신보』 太王殿下의 야행 ...음악ᄃᆡ의 츔과 죠션풍류 등을 구경ᄒᆞ시고...
    1914.7.11 『매일신보』 ?이것은 무엇이오? ... 츔인ᄃᆡ 이 츔은... 츄ᄂᆞᆫ... 츄ᄂᆞᆫ... 츔을...그 츔의... 이 츔은... 츄ᄂᆞᆫ...
    1914.7.30 『신한민보』 츔을 금지 ...춤을 츄ᄂᆞᆫ 것을...
    1915.1.5 『매일신보』 戰線의 耶蘇降誕日 ...츔을 츄기 시작ᄒᆞ얏더니...
    1915.6.19 『매일신보』 共進會와 內地 盛大한 意氣 ...기ᄉᆡᆼ츔... ᄯᅩ 기ᄉᆡᆼ이 츔츄ᄂᆞᆫ... 기ᄉᆡᆼ츔이...
    1915.10.10 『매일신보』 공진회 연예관 일븐기ᄉᆡᆼ의 츔 (기사 내용 없이 사진만 수록됨)

    그러나 이후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조선어사전』(1920)과 그 원고인 『조선사서원고』(1920-1929,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 최초의 국어사전인 『보통학교 조선어사전』(1925)과 『조선어사전』(1938)에는 〔추다〕, 〔춤〕, 〔춤추다〕가 올림말로 등재되었다18). 이러한 자료들은 ‘츔’과 ‘츄-’가 ‘춤’과 ‘추다’로 수렴하여 정착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살펴본 ⟪춤⟫ 용례의 표기 양상은 <표 3>과 같이 네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표 3.

    명사 ‘춤’과 동사 ‘추다’의 표기 변화 (Changes in the Orthography of the Noun chum and the Verb chuda)

    1단계 2단계 3단계 4단계
    시기 15세기, 16세기 17세기, 18세기 19세기, 20세기 초 20세기, 오늘날
    명사 춤(최초 확인) 춤(지속) 춤, 츔(병용) 춤(지속)
    동사 츠다 (최초 확인) 추다 (17세기 변화, 18세기 정착) 추다, 츄다(병용, 현재 확인된 용례에서 ‘츄다’ 우세) 추다 (재정착)
    용례 『석보상절』(1447) 춤, 춤츠며 『번역소학』(1518) 춤 『역어유해』(1690) 춤추다 『여사서언해』(1737) 춤추기 『한불자전』(1880) 춤츄다 『매일신보』(1914) 츔을 츄엇ᄂᆞᆫᄃᆡ 『신한민보』(1914) 츔을, 춤을 츄ᄂᆞᆫ 『조선어사전』(1920) 춤, 추다 『조선어사전』(1938) 춤추다 『우리말샘』 춤추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춤⟫ 용례의 표기 양상에서 다음의 세 가지에 주목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언해에 나타나는 ‘춤’과 ‘츠다’의 표기와 이들 어휘의 선재성 사이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이기문(1998)에 따르면, 문헌에 기록된 언어는 문자 표기의 보수성으로 인해 당시의 언어보다 이른 시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12).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춤⟩과 ⟨츠다⟩는 『석보상절』(1447)에 기록되기 이전부터 이미 사용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번역 양상에서 ⟪舞⟫와 ⟪儛⟫에 대응하는 양상을 통해 ⟨춤⟩의 선재성을 추론하였는데, 표기 양상에서 살펴본 문자 표기는 이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근거가 된다.

    두 번째로, 명사 ⟨춤⟩의 표기는 15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안정적으로 지속되어 왔다. 이기문(1998)에 따르면, 어휘는 언어 요소 가운데 변화가 가장 큰 요소로, 널리 쓰이던 단어가 소멸하거나 새로운 단어로 대체되는 일이 흔하다(16-17). 그러나 명사 ⟨춤⟩의 표기는 15세기 언해에 ‘춤’으로 처음 기록된 이래 근대 시기에 ‘츔’과 잠시 혼용되기도 하였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을 가로지르며 안정적으로 이어져 왔다.

    세 번째로, 동사 ⟨츠다⟩의 동명사형이 독립된 명사 ⟨춤⟩으로 정착한 형태와 그 의미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하는 질문이 생긴다. 임홍빈(1982)에 따르면 “동명사는 동사의 명사적 활용형인 체언상당어”로, 명사적 기능과 동사적 기능을 함께 지닌 형태이다(임홍빈 1982, 57(김무봉 1988, 002에서 재인용)). 그러나 여기서 동명사형이 지니는 동사적 기능은 문법적 차원에 해당하므로, 동작동사 ⟨츠다⟩가 지닌 행위성이 독립된 명사 ⟨춤⟩의 의미와 어떠한 관련을 갖는가는 별도의 검토를 요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살펴보는 데 임홍빈(1974)의 논의는 하나의 단서를 제공한다. 임홍빈은 명사화를 통사적 현상으로 파악하는 데에서 나아가 ‘-ㅁ’과 ‘-기’ 명사화에 각각 고유한 의미 특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보고, 특히 ‘-ㅁ’ 명사화에 [+존재]와 [+대상화]의 의미 특성을 부여하였다(84, 88-93). 이는 명사화 형식이 단순한 문법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의미적 차원과도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음’과 ‘-기’가 갖는 의미 기능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가 제시되었으며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고(홍종선 2004, 178-179, 185), 임홍빈(1974)의 논의 역시 ‘-ㅁ’과 ‘-기’ 명사화 형식 자체의 의미 특성을 분석한 것이므로, ‘-ㅁ’ 동명사형이 독립된 명사로 정착한 ⟨춤⟩과 같은 경우에 직접 적용된 논의는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춤⟩의 형태와 의미 사이의 구체적 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동명사형이 명사로 정착한 형태적 특징은 그 관계를 검토하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3. ⟪춤⟫의 지칭 양상

    조선시대 언해에서 무엇이 ⟪춤⟫으로 지칭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이는 언어와 세계 사이의 지칭 관계를 검토하는 것으로, ⟪춤⟫으로 지칭된 행위를 주체, 맥락, 발생 동인, 가치평가의 네 기준으로 분류하고 분석하여 ⟨춤⟩의 의미적 외연을 밝힌다. 본고가 분류하는 대상은 춤 행위 자체가 아니라 조선시대 언해에서 ⟪춤⟫이라 지칭된 행위이다. 춤의 본질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춤⟫으로 지칭되었으며 어떠한 가치로 평가되었는가를 용례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춤 행위가 실제로 행해졌는지와 관계없이, 이야기 속에 나타나거나 가정적으로 서술된 춤도 동일한 기준에 따라 분석하였다.

    주체, 맥락, 발생 동인, 가치평가의 네 기준과 각 기준의 세부 항목은 그 성격에 따라 서로 달리 구성하였는데, 이러한 분류 방식은 특정 이론적 범주를 선험적으로 설정한 것이 아니라, 용례에 나타나는 다양한 양상을 최대한 포착하기 위해 귀납적으로 도출한 것이다. 다만 결과를 제시하는 방식에서 ‘주체’는 각 용례의 구체적 내용을 그대로 제시하고, 나머지 세 기준은 상위 범주로 수렴하여 제시하였다. 각 항목의 판정은 언해문과 한문의 용례에 명시된 내용을 기본으로 삼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협주와 주석, 현대 역주자의 해설 및 전체 맥락을 함께 참고하였다.

    판정에 필요한 정보가 직접 명시되지 않은 경우에는 추론 근거의 유무에 따라 ‘추정’과 ‘확인 불가’로 구분하였다. ‘추정’은 텍스트에 정보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맥락을 통해 개연성 있게 추론할 수 있는 경우이며, ‘확인 불가’는 그러한 근거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이다. 예컨대 33번(『분류두공부시언해』)은 시 제목이 「이 재주를 모시고 몇 번 배를 띄웠는데, 노래 기생들이 여러 배에 있어 연가 2수를 재미있게 짓다19)」이다. 언해문과 한문에는 춤추는 주체가 직접 명시되지 않지만, 시 제목에 노래 기생들이 여러 배에 있다는 내용이 제시된 점을 근거로 주체를 기생으로, 발생 동인을 목적적으로 추정하였다. 맥락은 일상의 장에 속하는 향유 장면이며, 춤에 대한 별도의 가치 부여가 확인되지 않으므로 가치평가는 중립으로 처리하였다. 반면 36번(『분류두공부시언해』)은 두보와 정광문 등이 정 부마의 지대에서 함께 술을 마시는 상황을 배경으로 하지만, “留連春夜舞”(머물러서 봄밤에 춤추어)의 춤 주체는 명시되어 있지 않아 특정할 근거가 없고, 주체를 알 수 없어 발생 동인 또한 알 수 없으므로 모두 ‘확인 불가’로 분류하였다20). 다만 맥락은 일상의 장에서 벌어진 향유 장면이며, 춤에 별도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지 않으므로 가치평가는 중립에 해당한다. 아울러 ‘해당 없음’은 총 6곳의 주체와 발생 동인에서 나타나는데, 이는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해당 기준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이다. 예컨대 62번(『금강경삼가해』)은 61번에 나오는 ⟪婆娑⟫를 춤추는 모양으로 풀이한 것21)으로, 실제 춤 행위가 일어나지 않기에 주체와 발생 동인 모두 해당 없음으로 처리하였다. 여기에서 맥락은 언어의 장이며 설명의 장면에 해당하며, 가치평가는 중립이다. 이외에 필요한 경우, 괄호 안에 구체적 내용을 덧붙였다.

    이러한 판단 원칙을 70건의 용례 전체에 동일하게 적용하였으며, 네 기준의 세부 항목과 판단 근거는 각 절에서 설명한다. ⟪춤⟫ 용례 70건의 지칭 양상 분류는 부록 <표 3>에 제시하였으며, 이하의 논의는 이를 바탕으로 한다.

    1) 주체: 누가 추는 행위가 ⟪춤⟫으로 지칭되는가

    주체는 ‘인간’과 ‘비인간’의 두 유형으로 구성된다. 인간은 사회적 위치나 역할로 제시하되(예: 수행자, 기녀), 이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언해문과 한문의 표현을 그대로 제시하였다(예: 한 놈(一夫)). 비인간은 해당 존재를 그대로 제시하였다(예: 학, 백마, 눈(雪)). 주체의 구체적 신원 자체가 ⟪춤⟫의 적용 범위를 보여주는 정보이므로 상위 범주로 통합하지 않았다.

    분포를 살펴보면, 인간이 45건, 비인간이 19건이다. 해당 없음은 6건으로 ⟪樂⟫(3, 5, 12번), ⟪舞⟫(6, 42번), ⟪婆娑⟫(62번)처럼 특정 용어 자체를 설명하여 애초에 행위 주체가 설정되지 않은 용례이다. 인간 주체에서는 기녀 등 전문 공연자가 11건으로 가장 높은 빈도를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수행자(8건)와 두보가 포함된 용례(7건) 역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여, ⟪춤⟫의 주체가 전문 예인에 한정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춤⟫은 관료에서 어린아이까지, 최고 수행자에서 탈선한 수행자까지 특정 계층이나 신분, 직업, 집단에 한정되지 않고 서로 다른 사회적 위치의 다양한 인간 주체에게 폭넓게 적용되었음을 볼 수 있다.

    비인간 주체는 동물인 백마, 상양새, 학, 까마귀, 나비, 물닭, 갈매기, 곤계, 제비, 식물인 대나무와 버드나무, 무생물인 돌, 자연 현상인 눈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가운데 백마(24번)를 제외한 18건은 비인간 주체의 움직임을 ⟪춤⟫에 비유하여 표현한 용례이다. 특히 26번에서는 정지된 돌이 바람과 비를 만나 움직이는 순간이 ⟪춤⟫으로 포착되는데, 이는 ⟪춤⟫의 지칭 범위가 생물에 한정되지 않고 무생물의 움직임까지 미쳤으며, 주체의 성격보다 움직임 자체가 ⟪춤⟫으로 지칭되는 데에 중요하게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비인간 주체가 용례 전체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는 예외적 수사가 아니라 ⟪춤⟫의 중요한 사용 양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2) 맥락: 언제, 어디서, 어떠한 상황에서 추는 행위가 ⟪춤⟫으로 지칭되는가

    맥락은 ⟪춤⟫이 사용되는 사회 영역인 ‘사회적 장(場)’과, 구체적 상황인 ‘장면’의 두 차원으로 구성된다. 사회적 장은 종교, 교육, 정치, 군사, 일상, 언어의 여섯 유형으로, 장면은 의례, 정치 행위, 수행과 수련, 향유, 정서 표출, 설명, 비유의 일곱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여섯 개의 사회적 장을 살펴보면, ‘종교’는 신앙의 실천, 제의, 수행 등이 이루어지는 장이고, ‘교육’은 지식이나 규범 등을 가르치고 배우는 장이다. ‘정치’는 통치, 국가 행사, 군신 관계, 관직, 공훈 등 국가와 권력을 둘러싼 제도적 관계와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이고, ‘군사’는 무예 연마나 군사 집단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이다. ‘일상’은 앞의 네 가지 사회적 활동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는 생활 세계의 장을 가리킨다. ‘언어’는 특정한 춤 행위가 이루어지는 상황이 아니라 용어 설명이나 비유적 표현 등이 이루어지는 서술의 장이다. 다음으로 일곱 개의 장면을 살펴보면, ‘의례’는 종교와 세속을 막론하고 공동체에서 통용되는 절차나 형식에 따라 행위가 이루어지는 경우, ‘정치 행위’는 그러한 절차나 형식에 매이지 않고 정치적 관계나 사건 속에서 행위가 이루어지는 경우, ‘수행과 수련’은 종교적 수행이나 기예나 무예 등의 연마가 이루어지는 경우이다. ‘향유’는 연회, 연희, 풍류, 구혼 등 교유나 문화적 활동이 중심이 되는 경우, ‘정서 표출’은 교유하는 상황이 아닐 때 개인의 정서나 삶의 상태가 춤으로 드러나는 경우이다. ‘설명’은 특정 대상의 의미, 성격, 가치 등을 직접 진술하는 경우이고, ‘비유’는 대상을 다른 것에 빗대어 진술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분류 결과, 사회적 장에서는 언어 24건, 일상 24건, 종교 10건, 정치 6건, 군사 3건, 교육 2건, 확인 불가 1건으로 나타났고, 장면에서는 향유 26건, 비유 18건, 설명 8건, 수행과 수련 9건, 의례 5건, 정서 표출 2건, 정치 행위 1건, 확인 불가 1건으로 나타났다. 언어를 제외하면 일상과 향유가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이는데, 일상의 장 24건 중 22건이 향유 장면으로, 이는 앞서 주체에서 전문 공연자와 두보의 비중이 컸던 것과도 맞물리며 ⟪춤⟫이 교유나 문화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자리와 긴밀하게 연관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춤⟫이라는 명칭은 이에 그치지 않고 깨달은 수행자의 몸짓(2, 7, 8, 60, 63, 64번), 신하의 의례적 행위(39, 52번), 교육의 수단(65번)이나 교육받지 못한 자의 행실(70번), 비인간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비유(9번 외 17건), 나아가 무신의 수련(22, 56번)까지 여러 사회 영역과 상황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행위와 움직임을 포괄하였다.

    ⟪춤⟫의 이러한 포괄성은 양적 분포뿐 아니라 사회적 장과 장면이 결합하는 방식에서도 확인된다. 종교의 장 안에서 의례(1, 13, 28번)와 수행(2, 7, 8, 11, 60, 63, 64번)은 구분되는 장면이며, 정치의 장도 정치 행위(17번), 의례(39, 52번), 향유(24, 35, 54번)의 장면으로 나뉜다. 반대로 향유 장면은 일상(33번 외 21건)뿐 아니라 군사(18번)와 정치(24, 35, 54번)의 장에 걸쳐 나타나며, 의례 장면 역시 종교(1, 13, 28번)와 정치(39, 52번)의 장을 가로지른다. 이는 ⟪춤⟫의 사회적 장과 장면이 일대일로 고정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곧 ⟪춤⟫이 사회적 장과 장면 그 어느 쪽에도 닫히지 않은 개방적 명칭이었음을 말해준다.

    3) 발생 동인: 어떠한 계기에서 발생한 행위가 ⟪춤⟫으로 지칭되는가

    발생 동인은 ‘목적적 동인’(기예, 수련, 구애 등 목적이나 의지가 중심이 되는 경우), ‘감응적 동인’(법열, 취흥, 마장 등 내적 및 외적 자극이나 상태에 대한 반응이 중심이 되는 경우), ‘자연적 동인’(동식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나 자연물, 자연 현상의 움직임이 ⟪춤⟫으로 표현된 경우)의 세 유형으로 구성된다.

    분류 결과, 목적적 동인이 22건, 감응적 동인이 16건, 자연적 동인이 18건이며, 확인 불가가 8건, 해당 없음이 6건이다. 목적적 동인에는 전문 예인이 수행한 춤이 11건(20, 21, 33, 34, 40, 41, 43, 44, 45, 46, 47번)으로 가장 많으며, 이는 앞선 주체 및 맥락의 흐름과도 맞닿는 결과이다. 이 밖에 구애를 목적으로 한 행위(4번), 무예를 연마하는 행위(22, 56번), 비를 기원하는 행위(28번), 훈련받은 백마의 기예(24번)가 있으며, 또한 자신의 기개를 드러내거나(17번), 군사 연회에서 칼을 들고 춤추거나(18번), 의례를 수행하거나(39, 52번), 교육적 규범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행위(65, 70번) 등도 볼 수 있다.

    감응적 동인에는 법열과 깨달음에 의해 나타난 몸짓(2, 7, 8, 60, 63, 64번), 마장에 사로잡혀 나타난 행위(11번), 술, 음악, 흥취 등에 의해 일어난 행위(23, 29, 37, 38, 49, 50, 53번), 개인 감정이나 삶의 상태에 반응하여 나타난 행위(19, 25번)가 확인된다. 자연적 동인에는 새, 나비, 나무, 눈 등 동식물이나 자연물 및 자연 현상에서 나타나는 움직임(9번 외 17건)이 해당한다.

    조사된 용례에서 목적적 동인뿐 아니라 감응적 동인과 자연적 동인도 폭넓게 나타난다는 점은, ⟪춤⟫이라 지칭되기 위한 필요조건이 행위자의 의도나 의지에 한정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나아가 서로 다른 발생 계기에서 나타난 행위와 움직임이 ⟪춤⟫이라는 하나의 명칭으로 포괄되는 양상을 볼 수 있다.

    4) 가치평가: ⟪춤⟫으로 지칭된 행위가 어떻게 평가되는가

    가치평가는 ‘긍정’, ‘중립’, ‘부정’의 세 유형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가치’란 개인의 정서와는 구별되는, 해당 공동체의 사회적, 종교적, 심미적 가치 체계를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사용한다. 전체 용례를 살펴보면, 용어의 설명을 위해 사용되어 주체가 없는 6건(3, 5, 6, 12, 42, 62번)을 제외하면, ⟪춤⟫이 수행자의 수행과 분리된 독립적 대상으로 지칭되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이에 따라 주체가 수행하는 춤의 뛰어남이나 아름다움에 대한 직접적이고 비유적인 평가는 ⟪춤⟫에 대한 가치평가로 해석하였다.

    긍정은 첫째 ⟪춤⟫이나 그 수행이 존귀하거나 추구할 만한 것, 아름답거나 뛰어난 것과 연결되는 경우, 둘째 ⟪춤⟫이 해당 공동체가 이상적으로 지향하는 규범적 가치와 결부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때 법열과 경축의 기쁨 등 특정 정서가 수반되더라도 그것은 개인 정서라기보다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중립은 첫째 ⟪춤⟫이나 그 수행에 대한 별도의 가치 부여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둘째 ⟪춤⟫ 용례가 개인적 정서나 관계의 차원에 머무는 경우에 해당한다. 부정은 ⟪춤⟫이나 그 수행이 금지나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탈선, 도덕적 위반과 연결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분류 결과, 긍정 24건, 중립 42건, 부정 4건으로 나타났다. 긍정과 부정의 용례를 문헌의 유형별로 살펴보면, ⟪춤⟫은 불교서에서 사미승의 금지 계율(1번)이나 탈선의 징표(11번)로 부정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최고의 공양(13번)이자 깨달음의 몸짓(2, 7, 8, 60, 63, 64번)으로 긍정적으로 제시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윤리서에서는 좋은 교육 수단(65번)과 방탕한 행실(70번)로 긍정과 부정이 나뉘었다. 문학서에서는 ⟪춤⟫이나 그 수행의 아름다움과 뛰어남을 직접 평가하거나 비유 등을 통해 심미적이고 기예적인 가치를 부여한 경우(21, 34, 35, 40, 41, 43, 44, 45, 46, 49, 56, 58번)와 군신 관계와 의례의 실천 등과 결부되어 긍정적 가치가 드러난 경우(22, 24, 39, 52번)가 나타났다. 다만 17번은 언해문과 한문에서 “의기(意氣)”라는 긍정적 표현이 쓰였으나, 협주에 인용된 유진옹(劉辰翁, 1232-1297)의 평 “恃功而驕”(공을 믿고 교만하여)를 통해 부정적 속뜻이 드러난다. 한편 중립 용례에는 용어를 설명하거나 자연물의 움직임을 ⟪춤⟫으로 비유한 24건이 포함되었다. 이와 함께 개인의 다양한 정서와 삶의 경험이 ⟪춤⟫과 결합하는 양상도 나타났는데, 이러한 용례는 본고의 가치평가에서는 중립에 해당하지만, ⟪춤⟫이 공동체적 가치평가와 별도로 인간 내면과 정서를 담아내는 어휘로 폭넓게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서적 용법을 대상으로 삼는 연구는 후속 과제로 남긴다.

    이상에서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본고의 용례에서는 부정 용례에 비해 긍정 용례가 현저히 많아, ⟪춤⟫이 긍정적 가치와 결합하는 경우가 더 많았음을 볼 수 있다. 둘째, 그럼에도 부정 용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춤⟫이 긍정적 의미만을 지닌 명칭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춤⟫이라는 동일한 명칭이 긍정, 중립, 부정의 가치 스펙트럼 전체에 걸쳐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춤⟩이 특정 가치 판단이나 도덕적 위상에 귀속된 용어가 아니라 가치 판단에 앞서 행위를 먼저 포착하며, 가치평가가 ⟨춤⟩에 내재한다기보다 그것이 놓인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달리 나타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근대의 양상과 대비된다. 근대에 ⟨춤⟩과 ⟪춤⟫은 조선 재래, 기생, 낙후, 향응, 쾌감, 미급 등과 결부되어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를, ⟨舞踊⟩과 ⟪舞踊⟫은 문명화, 근대화, 예술 등과 결부되어 높은 가치를 부여받는 경향을 보였으며, 춤이 신무용가들에 의해 실질적으로 변형되어 격이 올라가도 ⟨춤⟩이라는 명칭으로 격상되는 것이 아니라 ⟨舞踊⟩이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교체되어 불렸다(이정노 2012, 125-136)22). 이처럼 춤 지칭어 자체에 특정 가치가 결부되는 근대의 양상과 달리, 조선시대 언해에 나타난 70건의 용례에서 ⟪춤⟫은 특정 가치에 고정되지 않은 채 하나의 명칭 아래 긍정, 중립, 부정을 모두 포괄하였다.

    지금까지 살펴본 지칭 양상을 종합하면, ⟪춤⟫은 인간과 비인간 주체, 여러 사회 영역과 상황, 목적과 감응 또는 자연 현상이라는 서로 다른 발생 계기, 그리고 긍정, 중립, 부정의 가치 전반에 걸쳐 두루 사용되었다. ⟪춤⟫은 목적과 의지에 따라 이루어지는 행위와 훈련이 개입된 전문적 기예뿐 아니라 내외적 자극이나 상태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행위 그리고 동식물과 자연물의 움직임까지, 즉 사회적 규범과 미의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움직임까지 폭넓게 포착하였기에, 긍정과 중립 그리고 부정까지 가치가 공존할 수 있었으며 그 가치는 명칭 자체가 아니라 개별 맥락 속에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지칭 양상을 통해 특정 주체, 맥락, 발생 동인, 가치평가에 고정되지 않고 서로 다른 조건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행위와 움직임을 포괄하는 ⟨춤⟩의 의미적 외연과 그 개방적 성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춤⟫의 지칭 양상은 앞서 표기 양상에서 제기한 문제를 다시 상기시킨다. 표기 양상에서는 명사 ⟨춤⟩의 동명사적 형태가 그 의미와 어떠한 관련을 갖는가를 별도의 검토 사항으로 남겨 두었다. 한편 본 절을 통해 ⟪춤⟫의 의미가 행위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나타나는 경향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적 양상이 동명사적 형태와 어떠한 관계를 갖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며, 그 구체적 관계에 대해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포괄적 명칭의 존재는 단순히 의미적 외연이 넓다는 사실을 넘어선다. 의례의 절차화된 몸짓, 수행자의 무의식적 몸짓, 자연물의 움직임처럼 서로 다른 주체, 맥락, 발생 동인, 가치평가에서 나타나는 행위들은 그 차이가 지워지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포괄적 명칭 아래 공통성과 연속성을 사유할 수 있는 언어적 기반을 얻는다. 반면 분화된 명칭은 특정 사회적 장과 장면에 결부되어 서로 다른 행위를 구분하며, 이로 인해 현상적으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들을 보다 근본적인 인간 또는 생명 활동의 차원에서 연결 지어 인식하는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화는 각 행위의 특성과 차이에 대한 인식을 구체화하고 정교화한다는 점에서 고유한 의의를 지닌다. 지금까지 살펴본 조선시대 언해의 ⟪춤⟫은 특정 형식과 기능에 한정되지 않고 서로 다른 행위를 일종의 ⟨춤⟩으로 포착하여 그 사이의 잠재적 연결고리를 열어두었다. 이러한 지칭 양상은 기존의 분류를 벗어난 새로운 춤 현상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Ⅳ. 결 론

    언해는 조선시대 한글 문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현전하는 문헌 가운데 한글로 표기된 ⟪춤⟫이 최초로 출현한 자리이기도 하다. 번역 문헌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문이 한글로 옮겨질 때 당대 국어 체계와 언어 공동체의 인식에 부합하지 않았다면 ⟪춤⟫이 아닌 다른 어휘나 표현이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본고는 조선시대 언해에 나타난 ⟪춤⟫ 용례 70건을 번역, 표기, 지칭의 세 양상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번역 양상에서는 ⟪춤⟫이 반복적으로 번역어로 선택되고 한자를 설명하는 준거로도 사용된 사실 등을 통해, 언해에서 번역어로 기록되기 이전부터 당시 언어생활에서 사용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표기 양상에서는 명사 ‘춤’의 표기가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음을 확인하였으며, 지칭 양상에서는 특정 주체, 맥락, 발생 동인, 가치평가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행위와 움직임을 폭넓게 지칭하는 양상을 확인하였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면, ⟪춤⟫은 국가 주도의 편찬으로 시작되어 이후 지방 간행으로도 확대된 조선시대 언해라는 공적 문자 환경에서 오랜 기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동시에 다양한 사회적 조건과 가치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포괄적이고 개방적인 지칭 양상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조선시대에 춤과 관련하여 사용된 명칭이 ⟨춤⟩ 하나뿐이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呈才(정재)⟩는 조선시대에 주로 궁중 예악에서 특정 제도나 주체, 양식23)과 결부되어 사용된 명칭(이종숙 2008, 134-137; 조경아 2009, 1-3)으로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확인된다. 비록 『조선왕조실록』이 한문 문헌이므로 한글 ⟪춤⟫ 용례는 나타날 수 없지만, ⟪呈才⟫가 사용된 맥락은 살필 수 있다. 한편 ⟪춤⟫은 언해에 두루 나타나며, 본고는 그 용례의 양상을 분석하였다. 『조선왕조실록』과 언해는 언어 체계와 성격이 서로 다른 문헌이지만, 이들 자료를 통해 조선시대의 공적 문자 환경에서 ⟪춤⟫과 ⟪呈才⟫가 함께 사용되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각 자료에서 확인되는 사용 맥락을 고려하면, 두 명칭은 서로 다른 범위와 맥락에서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본고의 용례 분석에서 확인된 조선시대 ⟪춤⟫의 사용 양상은 두 가지 현대적 함의를 지닌다.

    첫째, 오늘날 ⟨춤⟩이 지닌 사회적 위상은 보다 긴 역사적 시야에서 상대화된다. 근대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서구 근대 예술 개념의 유입과 함께 ⟨舞踊⟩이 정착하면서 춤을 지칭하는 명칭 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는데, 그 변화는 단순히 새로운 명칭이 추가된 데에 그치지 않았다. 김종원(1992)에 따르면, ⟨춤⟩과 ⟨舞踊⟩이라는 이원적 명칭 체계에 서로 다른 가치가 결부되면서 “가치론적 위계질서”가 자리 잡아, ⟨舞踊⟩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춤⟩은 하위에 놓인 명칭으로 이해되었으며, 이로 인해 춤 문화가 예술 무용에 편중되고, 일반인들의 춤을 포함한 춤 문화 전반의 다양성과 발전이 제한되었다(82)24). 이후 ⟨춤⟩의 위상을 재평가하려는 노력이 이어졌지만25), 오늘날에도 춤과 관련한 법률명과 정책명, 기관명과 단체명, 학술 및 고등교육 분야의 명칭, 사전류의 분류명 등 공적 명칭 체계에서는 ⟨舞踊⟩이 중심적으로 사용되고 ⟨춤⟩은 상대적으로 주변에 놓여 있다. 이러한 공적 명칭의 사용 양상을 고려하면, 여전히 ⟨춤⟩과 ⟨舞踊⟩의 위상이 대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오늘날 드러나는 이러한 모습만으로 ⟨춤⟩이라는 명칭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춤⟫은 조선시대 언해라는 공적 문자 환경에서 오랜 기간 안정된 번역어와 표기로 사용되었으며, 특정한 사회적 층위에 한정되거나 낮은 가치가 결부된 명칭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이는 근대 이후 ⟨춤⟩에 부여된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적 가치를 이전 시기까지 소급하여 적용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물론 조선시대 ⟪춤⟫의 사용 양상이 오늘날의 춤 명칭 관계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며, 과거의 상태를 그대로 복원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다만 조선시대 ⟪춤⟫의 사회적 사용 양상을 놓고 보면, 근대 이후의 ⟨춤⟩에 대한 인식과 사용은 보다 긴 역사적 시야에서 상대화된다. 가치적 위계에 가려져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던 ⟪춤⟫의 또 다른 역사적 면모, 곧 공적 문자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명칭 자체에 낮은 가치가 고정되지 않았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다.

    둘째, 본고에서 확인된 ⟪춤⟫의 포괄적이고 개방적인 지칭 양상은 변화하는 현대의 춤 환경에서 춤을 인식하고 명명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는 데에 하나의 역사적 자원이 될 수 있다. 오늘날에는 탈위계성, 문화혼종성, 일상성 등을 중시하는 가치 지향이 확산되고, 근대 이후 예술과 비예술, 전문가와 비전문가, 무대와 일상을 위계적으로 구분하던 경계가 점차 유동적으로 변해 왔다. 나아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움직임을 생성하는 새로운 현상은 춤의 주체와 범위에 대해 다시 묻게 한다26). 이처럼 기존의 범주를 넘나드는 현상이 늘어날수록, 무엇을 ⟨춤⟩으로 인식하고 어디까지를 ⟨춤⟩으로 부를 것인가, 즉 서로 다른 춤 현상을 어떠한 명칭으로 포괄하고 구분할 것인가의 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명칭과 개념은 이미 존재하는 현상을 단순히 가리키는 데에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현상을 하나의 범주 안에서 인식하게 하거나 반대로 그 범주 밖으로 밀어내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언해에서 ⟪춤⟫은 주체, 맥락, 발생 동인, 가치평가의 특정 범주에 고정되지 않고 서로 다른 행위와 움직임을 하나의 명칭 아래에서 지칭하는 포괄적이고 개방적인 양상을 보였다. 근대적 가치 위계에서 벗어나 이러한 지칭 방식을 바라보면, 이는 서로 다른 현상의 차이를 지우지 않으면서도 그 사이의 연결 가능성을 열어 둔다는 점에서, 오늘날 변화하는 춤 현상을 명명하는 방식을 모색하는 데에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춤⟩의 이러한 포괄성과 개방성은 기존 춤 명칭 사이의 관계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앞서 간략히 언급하였듯, 조선의 ⟨呈才⟩는 특정 제도와 주체, 양식에 결부되어 사용되었으며, ⟨舞踊⟩은 근대 예술 개념과 밀접한 관련 속에서 정착하였다. 이처럼 두 명칭은 ⟨춤⟩에 비해 특정 맥락에 한정되어 쓰인, 보다 분화된 명칭이라 할 수 있다. 포괄적 명칭이 서로 다른 현상을 하나의 범주 안에서 연결하여 인식하게 하는 반면, 보다 분화된 명칭은 특정 맥락과 결부되어 대상을 구분하고 그에 대한 인식을 구체화한다. 이러한 포괄과 분화는 서로 다른 기능과 지칭 범위를 나타낼 뿐 가치의 높고 낮음을 뜻하지 않으므로, 근대 이후 위계 속에서 이해되어 온 ⟨춤⟩과 ⟨舞踊⟩의 관계 역시 우위와 하위가 아닌 수평적 구도에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춤 명칭뿐 아니라 그것이 가리키는 다양한 춤 현상을 가치적 우열로 나누지 않음으로써, 탈위계성과 경계의 유동성이 두드러지는 현대 춤을 보다 폭넓게 포착하고 사유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본고는 ⟪춤⟫의 최초 출현과 용례의 양상을 실증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춤⟫이 실제로 기록된 한글 문헌을 기반으로 조선시대 언해의 ⟪춤⟫ 용례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여, 그동안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던 ⟨춤⟩의 문자 기록과 역사적 사용 양상을 드러내고 관련 연구를 위한 문헌적 기초 자료를 마련하였다. 또한 그동안 주로 국어학의 연구 자료로 활용되던 언해를 춤 연구의 자료로 확장함으로써 연구 자료 활용의 외연을 넓히고, 무용학과 국어학을 잇는 학제 간 연구의 한 방향을 제시하였다. ⟨춤⟩과 ⟪춤⟫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다양한 후속 연구가 축적되어야 한다27). 특히 한국의 ⟪춤⟫, 중국 한자문화의 ⟪舞⟫, 근대 일본의 ⟪舞踊⟫, 인도 산스크리트어 전통의 ⟪न◌ाट◌्य⟫, 영어권의 ⟪dance⟫ 등 서로 다른 언어적, 문화적 배경을 지닌 춤 명칭의 역사와 개념을 문헌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비교 연구하는 일은, ⟨춤⟩이 지닌 보편성과 특수성을 함께 이해하기 위해 춤학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저자소개

    금빛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이론과 전문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서강대학교에서 철학과 종교학을 전공했으며, 인도에서 15년간 인도고전춤 오디시를 사사했다. 주요 연구 관심사는 춤 지칭어의 역사와 개념, 인도의 춤과 철학이다.

    Keum Beena [Geum Bitna] is a graduate student in Dance Theory at the School of Dance,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 She studied Philosophy and Religious Studies at Sogang University and trained in Odissi dance in India for fifteen years under the guidance of gurus. Her research focuses on the history and concepts of terms referring to dance, as well as Indian dance and philosophy.

    서정록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이론과 교수이다. 동아시아춤의 역사, 문화, 미학, 그리고 한국 전통춤과 동남아시 아춤의 관계를 상호교류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한국, 영국, 대만, 태국, 베트남 등에서 무용인류학, 동아시아 무용사와 동아시아 미학을 강의했다.

    Seo Jung Rock [Seo Jeongrok] is a Professor in Dance Theory at the School of Dance,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 His research focuses on the history, culture, and aesthetics of East Asian dance, as well as the relationship between Korean traditional dance and Southeast Asian dance, from the perspective of intercultural exchange. He has taught dance anthropology, East Asian dance history, and East Asian aesthetics in Korea, the United Kingdom, Taiwan, Thailand, and Vietnam.

    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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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보상절』의 ‘춤’ 표기 (chum in Seokbosangjeol). 수양대군(세조). 『석보상절』. 1447. 세종한글고전DB 수록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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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몽자회』의 ‘춤’ 표기 (chum in Hunmongjahoe). 최세진. 『훈몽자회』. 간사 연도 미상. 국립중앙도서관, 서울.

    SDDH-82-1-29_AF1.jpg

    언해 9종 영인본에 나타난 ⟪춤⟫ (문헌별 1건) (Chum in Nine Eonhae Facsimiles (One Example per Text))

    Table

    ⟪춤⟫ 용례 70건의 한자 대응 양상 (Sinograph Correspondence Patterns in the 70 chum Usage Examples)

    근대 신문에 나타나는 명사 ‘춤’과 동사 ‘추다’의 초기 표기 용례 (Early Examples of the Orthography of the Noun chum and the Verb chuda in Modern Newspapers)

    *분석 대상은 필자가 굵게 표시함

    명사 ‘춤’과 동사 ‘추다’의 표기 변화 (Changes in the Orthography of the Noun chum and the Verb chuda)

    ⟪춤⟫ 용례 70건의 전체 목록 (Complete List of the 70 chum Usage Examples)

    *분석 대상은 필자가 굵게 표시함

    *◉언해문 ●한문 원문 또는 구결문 ◎미수록 한문 원문 ◐협주문 ○현대 국어

    ⟪춤⟫ 용례 70건의 표기 및 번역 양상 (Orthographic and Translational Patterns in the 70 chum Usage Examples)

    ⟪춤⟫ 용례 70건의 지칭 양상 분류

    (Classification of Referential Patterns in the 70 chum Usage Examp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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