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무용은 인간의 신체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예술적 활동으로, 신체적 기능의 발달뿐만 아니라 정서적,사회적 성장과 자기 이해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아동·청소년기의 무용 경험은 단순히 동작을 습득하는 기술적 경험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신체와 감정을 인식하고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며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성장기에 이루어지는 무용 경험은 이후 개인의 삶과 예술에 대한 인식 형성에도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 경험과 관련한 선행 연구에서도 아동·청소년기의 문화예술 경험이 이후의 문화예술에 대한 친숙도와 향유 의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서미선(2020) 은 아동·청소년기의 문화예술 경험 가치가 문화예술 친숙도와 향후 문화예술 향유 의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어린 시절 문화예술을 능동적으로 경험할수록 문화예술에 대한 친숙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32). 이는 성장기의 문화예술 경험이 특정 활동에 대한 일회적인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이후의 문화예술 인식과 참여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박희영(2014)은 무용교육 경험이 아동의 자기효능감과 사회적 역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제시하였으며, 무용 경험이 신체적 능력의 향상을 넘어 개인의 심리적·사회적 발달과도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164).
무용 경험은 특히 반복적인 훈련과 공연을 통해 그 의미가 더욱 구체화 될 수 있다. 무용을 배우는 과정에서 학습자는 자신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조절하며, 반복적인 연습과 수행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경험하는 동시에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미경, 고태순(2014)은 무용, 동작 교육 활동이 유아의 문제해결, 정서표현 및 자신감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143-145). 이러한 연구 결과는 무용과 신체활동이 움직임의 습득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는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뮤지컬은 무용 경험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예술적 환경이다. 뮤지컬은 음악, 연기, 무용, 무대미술 등이 결합된 종합예술로서, 배우는 하나의 역할을 수 행하기 위해 다양한 예술적 요소를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특히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어린 소년 빌리가 발레를 접하고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발견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중 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아동·청소년기의 무용 경험을 살펴보기에 적절한 작 품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1984년 영국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발레를 시작한 소년 빌리가 가족과 사회적 환경 속에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이후 뮤지컬로 발전하면서 무용과 음악, 연기 및 서사를 결합하여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무대 위에서 표현하였다. 특히 빌리 역할을 맡은 아역 배우들은 작품에 참여하기 위해 발레를 비롯한 다양한 무용과 연기, 노래 등을 장기간 훈련하며 실제 공연을 수행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빌리 역할의 경험은 단순히 한 편의 뮤지컬에 출연한 경험을 넘어, 성장기의 중요한 시기에 이루어진 지속적인 무용 및 공연예술 경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빌리 엘리어트」 관련 연구는 작품의 서사와 음악, 공연의 특성 또는 뮤지컬에서의 무용과 안무의 기능 등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으며, 실제로 빌리 역할을 경험한 아역 배우들이 장기간의 훈련과 공연 과정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이러한 경험을 이후 자신의 삶에서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어린 시절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루어진 무용 경험이 당시에는 어떠한 의미로 받아들여졌으며, 시간이 흐른 이후에는 자신의 성장과 진로, 삶의 태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재해석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김서현·임주원·강진아(2024)는 문화예술 진로를 희망하는 청소년들의 창작활동 경험이 자기인식과 가치관 형성, 대인관계 및 진로 발달과 연결되며, 문화예술 활동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미래와 진로를 구체화하는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478-479).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기의 예술 경험이 활동 당시의 경험에 한정되지 않고 이후 자신의 삶과 진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의미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 역할을 경험한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것은 어린 시절의 무용 경험이 어떠한 계기로 시작되고 어떠한 과정을 통해 확장되는지, 그리고 훈련과 공연 경험이 개인의 성장과 무용에 대한 인식에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이해하는 데 의미가 있다. 더 나아가 어린 시절의 경험이 공연 종료 이후에도 개인의 삶과 진로 속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재해석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성장기 무용 경험이 지니는 지속적이고 맥락적인 의미를 탐색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경험은 연구참여자들의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해석하는 과정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연구참여자들이 경험한 사건과 그 사건에 부여하는 의미를 시간적·맥락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내러티브 연구 방법을 활용하고자 한다. 내러티브 연구는 개인의 경험을 단편적인 사건으로 분리하기보다 시간의 흐름과 개인을 둘러싼 관계 및 상황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린 시절의 무용 경험이 이후 삶에서 어떠한 의미로 이어지는지를 탐색하는 데 적절한 연구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 역할을 경험한 연구참여자들의 내러티브를 통해 어린 시절의 무용 경험이 형성되고 확장되는 과정과 훈련 및 공연 경험의 의미를 탐색하고, 이러한 경험이 공연 이후의 삶과 진로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재해석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특정 뮤지컬의 안무 방법론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두기보다, 실제 빌리 역할을 경험한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성장기의 무용 경험이 개인의 삶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아동·청소년기의 무용 및 문화예술교육 경험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본 연구의 참여자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한국 공연에서 1대 및 2대 빌리 역을 맡아 실제 공연에 참여한 배우 및 무용수 10명이다. 연구목적에 부합하는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공연 당시의 경험과 이후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회고하고 진술할 수 있는 참여자를 선정하기 위해 목적표집(purposive sampling)을 활용하였다.
연구참여자는 1대 빌리 5명과 2대 빌리 5명으로 총 10명이며, 모두 남성이다. 공연 당시 연령은 10-14세였으며, 현재의 직업 및 진로는 발레리노, 뮤지컬 배우, 대학생, 세무사 등 으로 다양하였다. 이처럼 참여자들의 현재 직업과 삶의 맥락이 서로 다르다는 점은 동일한 빌리 역할 경험이 공연 이후 각자의 삶에서 어떠한 의미로 회고되고 있는지를 비교·탐색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한편 3대 빌리 역 배우의 경우 연구 당시 유소년기에 해당하여 공연 이후의 경험과 현재 의 삶에 대한 충분한 회고와 진술이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공연 이후 일정 시간이 경과하여 자신의 경험을 현재의 삶과 연결하여 진술할 수 있는 1대 및 2대 빌리 역 배우를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다.
표 1.
연구 대상자 일반적 특성(General characteristics of study participants)
| 성명 | 공연당시연령 | 현재연령 | 성별 | 직업 |
|---|---|---|---|---|
| 참여자 A (1대) | 14 | 30 | 남 | 발레리노 |
| 참여자 B (1대) | 12 | 28 | 남 | 뮤지컬배우 |
| 참여자 C (1대) | 14 | 30 | 남 | 뮤지컬배우 |
| 참여자 D (1대) | 12 | 28 | 남 | 발레리노 |
| 참여자 E (1대) | 13 | 29 | 남 | 세무사 |
| 참여자 F (2대) | 12 | 21 | 남 | 대학생 발레전공 |
| 참여자 G (2대) | 11 | 20 | 남 | 대학생 |
| 참여자 H (2대) | 10 | 19 | 남 | 영화배우 |
| 참여자 I (2대) | 10 | 19 | 남 | 학생 |
| 참여자 J (2대) | 13 | 22 | 남 | 대학생 |
2. 연구방법 및 자료수집
본 연구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 역을 경험한 연구참여자들의 무용 경험과 성장 과정을 탐색하기 위하여 내러티브 연구(narrative inquiry) 방법을 적용하였다. 내러티브 연구는 개인이 경험한 사건을 시간적·맥락적으로 이해하고, 개인이 경험한 사건을 어떠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며 그 경험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탐색하는 질적 연구방법이다. 본 연구에서는 빌리 역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시작으로 무용훈련, 오디션, 공연 및 공연 이후의 삶에 이르는 경험의 시간적 연속성과 맥락적 의미에 주목하였다.
자료수집은 2022년 6월부터 8월까지 10명의 연구참여자를 대상으로 일대일 심층면담 (in-depth interview)을 통해 이루어졌다. 면담은 Spradley(1979)의 문화기술적 면담 방법을 참고하여 비구조화된 면담(unstructured interview)과 반구조화된 면담(semi-structured interview)을 병행하였다. 연구자는 연구목적에 따라 주요 질문을 사전에 구성하였으며, 면담 과정에서는 참여자의 진술 내용에 따라 추가 질문을 제시하여 당시의 경험과 상황 및 그 경험에 대한 참여자의 해석과 의미를 구체적으로 탐색하였다.
주요 면담 내용은 빌리 역할 지원 및 참여 계기, 기존의 무용 경험, 빌리 스쿨의 훈련과정, 오디션 및 공연 경험, 공연 이후의 진로와 삶의 변화에 관한 것이었다. 면담은 연구참여자의 동의를 얻어 녹음하였으며, 녹음된 자료는 연구자가 직접 전사한 후 원자료와 반복적으로 대조하여 전사 내용의 정확성을 확인하였다.
3. 자료분석
본 연구에서는 심층면담을 통해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참여자의 경험을 시간적· 맥락적 흐름에 따라 재구성하고, 각 경험이 당시에는 어떠한 의미를 가졌으며 이후 현재의 삶에서 어떻게 다시 해석되고 있는지를 탐색하였다. 특히 연구참여자의 이야기를 개별 주제별로 단순히 분절하기보다 빌리 역에 참여하게 된 시점부터 무용훈련과 공연, 공연 이후 의 삶에 이르는 경험의 연속성에 주목하였다. 이는 동일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당시의 경험 과 현재의 회고에서 부여되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내러티브적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먼저 녹음된 면담자료를 전사하고 원자료와 전사자료를 반복적으로 비교·검토하였다. 이 과정에서 연구참여자가 경험한 사건과 당시의 감정, 당시 경험에 대한 해석, 그리고 현재의 삶에서 해당 경험에 부여하는 의미를 구분하여 자료를 정리하였다.
다음으로 각 연구참여자의 경험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재구성하였다. 구체적으로 「빌리 엘리어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기존의 무용 경험, 빌리 스쿨에서의 무용훈련과 오디션 과정, 빌리 역 선발 이후의 공연 경험, 공연 종료 이후의 성장과 진로 및 삶의 변화를 중심으로 개인의 경험 흐름을 구성하였다. 이때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회고를 함께 살펴봄으로써, 참여자가 특정 경험을 당시에는 어떻게 받아들였고 현재에는 어떠한 의미로 다시 이야기하는지를 확인하였다. 또한 각 참여자의 경험을 동일한 단계에 맞추어 기계적으로 배열하기보다, 참여자가 특정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현재의 삶과 연결하여 이야기하는지를 함께 고려하였다.
참여자 F의 경우, 어린 시절 발레를 지속하던 과정에서 지도자의 권유로 빌리 오디션에 참여하였고, 이후 장시간의 훈련과 공연을 경험하였다. 당시에는 빌리 스쿨의 훈련과 공연을 체력적으로 힘든 과정으로 기억하고 있었으나, 현재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경험을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이후에도 발레를 지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한 경험으로 다시 이야기하고 있었다. 따라서 참여자 F의 내러티브는 ‘발레 경험 → 빌리 오디션 참여 → 장기간의 훈련과 공연 → 현재의 발레 지속’이라는 시간적 흐름뿐만 아니라, ‘당시의 어려운 경험 → 현재 시점에서 성장 경험으로 재해석’이라는 의미의 변화까지 포함하여 재구성하였다.
또 다른 예로 참여자 H는 어린 시절 빌리 역할을 수행한 이후 현재 배우로 활동하고 있으며, 과거의 무용 경험을 자신의 연기 활동과 연결하여 이야기하였다. 당시에는 빌리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춤과 공연을 익히는 것이 중심이었으나, 현재에는 그 경험이 자신의예술적 역량을 형성하는 데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회고하였다. 이에 따라 참여자 H의 경험은 ‘빌리 역할 수행’이라는 과거 사건 자체보다, 그 경험이 현재의 진로와 예술적 정체성 속에서 어떠한 의미로 다시 이야기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이후 연구참여자들의 진술을 반복적으로 검토하면서 각 참여자에게 나타나는 경험의 특징과 참여자 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험을 비교·분석하였다. 이 과정에서는 참여자들의 경험을 하나의 공통된 성장 과정으로 통합하기보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험이라도 참여자의 기존 무용 경험, 현재의 진로 및 삶의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르게 의미화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를 통해 ① 무용 경험으로의 진입과 경험의 확장, ② 훈련과정에서의 도전과 성장, ③ 공연 경험을 통한 무용의 표현적 의미와 예술적 성장, ④ 어린 시절 무용 경험의 지속성과 재해석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도출하였다.
마지막으로 도출된 주제를 연구참여자의 개별적인 경험과 맥락 속에서 재검토하고, 참여자 간 공통점과 차이를 비교하였다. 공통적으로는 빌리 역할을 준비하고 수행하는 과정 에서 새로운 무용 경험과 장기간의 훈련 및 공연 경험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나타났으나, 그 경험을 현재의 삶에서 의미화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나타났다. 일부 참여자는 이를 발레 및 공연예술 진로의 지속과 연결하였고, 일부는 연기 또는 예술경영과 같은 다른 예술 관련 진로와 연결하였으며, 또 다른 참여자는 공연예술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현재의 삶 속에서 책임감이나 자기관리와 같은 경험의 의미를 회고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단순한 결과의 차이로 보기보다, 참여자가 처한 현재의 삶과 진로의 맥락에 따라 과거의 경험이 다르게 재해석되는 과정으로 이해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어린 시절의 무용 경험이 훈련과 공연을 거치면서 어떠한 의미를 갖게 되었으며, 이후 현재의 진로와 삶의 태도 속에서 어떻게 지속되고 재해석되는지를 중심으로 경험의 의미를 해석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의 자료분석은 참여자의 경험을 단순히 사건의 시간적 순서로 배열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기-이야기하기-다시 이야기하기’의 과정 속에서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관점에서 어떻게 의미화되는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한편 연구자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공연 경험을 가지고 있어 연구참여자들이 경험한 훈련과 공연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일정한 선이해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면담 과정에서 참여자의 진술과 당시의 공연 맥락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나, 연구자의 경험을 참여자의 경험과 동일하게 해석하거나 연구자의 경험을 참여자의 진술에 투영하지 않도록 주의하였다. 이에 자료분석에서는 연구자의 선이해보다 연구참여자의 진술과 경험에 대한 현재적 의미화에 초점을 두었으며, 자료의 해석 과정에서 동료협의와 참여자 검토를 통해 연구자의 해석이 참여자의 진술에서 벗어나지 않았는지를 점검하였다. 이를 통해 연구자의 공연 경험이 자료수집과 해석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인식하면서도 참여자 각자의 경험과 의미를 구분하여 존중하고, 연구참여자의 고유한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자료를 재구성하고자 하였다.
4. 자료의 진실성
본 연구에서는 Lincoln과 Guba(1985)가 제시한 질적 연구의 진실성(trustworthiness) 개념을 바탕으로 연구결과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첫째, 삼각검증(triangulation)을 실시하였다. 10명의 연구참여자에 대한 심층면담 자료를 상호 비교하고, 관련 선행연구 및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와 관련된 자료를 함께 검토하여 연구참여자의 진술과 연구결과의 해석을 다각적으로 확인하였다.
둘째, 동료 간 협의(peer debriefing)를 실시하였다. 질적 연구 및 무용 분야의 연구자와 연구자료 및 결과에서 도출된 주요 내용과 해석을 검토하고 논의함으로써 연구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과도하게 개입되지 않도록 하였다.
셋째, 참여자 검토(member checking)를 실시하였다. 연구참여자의 면담 내용과 이를 바탕으로 도출한 연구결과의 해석이 참여자가 실제로 경험하고 진술한 내용과 부합하는지를 확인하였다.
넷째, 연구자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한국 공연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있으므로 이러한 경험과 선이해가 자료의 수집 및 해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인식하였다. 연구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에서는 연구자의 개인적 경험이나 판단을 중심으로 해석하기보다 연구참여자의 진술과 경험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해석하였다. 또한 연구자의 선이해와 참여자의 경험을 구분하고자 하였으며, 동료 협의와 참여자 검토를 통해 해석의 적절성을 점검하였다.
Ⅲ. 빌리 엘리어트의 생성과 변용 과정
1. 영화에서 뮤지컬로의 변용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출발은 스티븐 달드리(Stephen Daldry) 감독의 2000년 영화에서 비롯되었다. 영화는 영국 탄광촌을 배경으로 발레를 통해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소년 빌리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발레는 빌리의 감정과 욕망, 정체성을 표현하는 핵심적인 매개로 기능하며, 주어진 사회적 환경과 자신의 희망 사이에서 갈등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성인이 된 빌리 역으로 등장한 아담 쿠퍼(Adam Cooper)가 매튜 본(Matthew Bourne)의 「백조의 호수」를 연상시키는 춤을 선보이는 것은 어린 시절 춤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한 빌리가 전문 무용수로 성장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영화에서 춤은 빌리의 성장과 정체성 형성, 그리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을 표현하는 핵심적인 매개로 기능한다.
영화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5년 뮤지컬로 제작된 「빌리 엘리어트」는 스티븐 달드리가 연출을 맡고, 엘튼 존(Elton John)이 작곡, 리 홀(Lee Hall)이 각본과 작사를, 피터 달링 (Peter Darling)이 안무를 담당하였다. 뮤지컬은 영화의 기본적인 서사와 인물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노래와 춤, 연기 및 무대적 표현을 결합하여 빌리의 성장과 내면을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였다.
특히 뮤지컬에서는 발레, 탭댄스, 아크로바틱 등의 움직임이 인물의 감정과 서사를 전달하는 중요한 표현수단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실제 빌리 역 배우에게도 무용은 작품의 한 요소를 수행하는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음악과 연기, 인물의 감정 및 서사를 연결하는 중요한 표현 경험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작품의 특성은 본 연구에서 빌리 역할을 경험한 참여자들의 무용 경험이 어떠한 맥락에서 형성되고 확장되었는지를 살펴보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된다.
2.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무용의 의미
「빌리 엘리어트」에서 무용은 단순한 공연 요소가 아니라 인물의 감정과 극의 서사를 전달하는 핵심적인 표현 수단으로 기능한다. 빌리는 대사와 노래뿐만 아니라 발레, 탭댄스, 아크로바틱 등의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갈등을 표현한다. 특히 춤은 빌리가 자신의 내면과 욕망을 표현하고, 자신이 어떠한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극적 장치로 활용된다.
이러한 작품의 특성은 실제 빌리 역 배우가 경험하는 무용훈련과도 연결된다. 배우는 작품에 필요한 동작을 익히는 동시에 각 움직임을 음악과 연기, 인물의 감정 및 장면의 맥락 속에서 표현해야 한다. 따라서 빌리 역 경험은 특정 무용기술의 습득 여부만으로 설명하기보다, 장기간의 훈련과 반복적인 공연을 통해 무용을 어떠한 방식으로 경험하고 이해하게 되었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빌리 역 배우에게 요구되는 무용은 특정 장르의 기술을 습득하는 데 한정되지 않는다. 발레와 탭댄스, 아크로바틱 등 서로 다른 움직임을 익히고 이를 음악과 연기, 극의 상황에 맞게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빌리 역의 무용 경험은 다양한 신체활동과 예술적 표현을 경험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빌리 엘리어트」는 어린 배우가 무용을 기술적 차원뿐만 아니라 공연과 예술적 표현의 맥락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점에서 본 연구의 중요한 연구 맥락을 제공한다.
3. 한국 공연과 빌리 역 배우의 양성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10년 8월 한국에서 초연되었으며, LG아트센터에서 장기 공연되었다. 초연에서는 김세용, 박준형, 이지명, 임선우, 정진호가 빌리 역을 맡았으며, 2017년 재연에서는 김현준, 성지환, 심현서, 에릭 테일러, 천우진이 빌리 역을 수행하였다. 이후 2021년 세 번째 공연에는 김시훈, 이우진, 전강혁, 주현준이 빌리 역을 맡았으며, 2026년 네 번째 공연에는 김승주, 김우진, 박지후, 조윤우가 작품의 명맥을 이어갔다. 한국 공연에서도 원작의 특성에 따라 어린 배우를 대상으로 빌리 역을 선발하고 장기간의 훈련을 거치는 체계가 유지되었다.
빌리 역 배우들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이후 발레를 비롯하여 탭댄스, 아크로바틱, 재즈 등 다양한 움직임을 훈련하고, 반복적인 훈련과 평가 과정을 거쳐 공연을 준비하였다. 이 과정에서 어린 배우들은 작품에 필요한 무용기술을 습득하는 동시에 움직임을 음악과 장면, 인물의 감정과 연결하여 표현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빌리 역은 여러 명의 배우가 동일한 역할을 나누어 수행한다는 특성을 갖는다. 어린 배우의 성장과 신체적 변화, 체력 및 공연 일정을 고려하면서 배우들이 지속적으로 훈련과 공연을 수행하게 된다는 점에서, 빌리 역의 경험은 단기간의 공연 참여와 구별되는 지속적인 훈련과 공연 경험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한국 공연의 빌리 역 배우들은 오디션, 훈련, 공연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다양한 무용을 경험하고 이를 실제 공연으로 연결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단순히 어린 배우의 무대 참여나 배우 양성의 과정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오디션과 훈련, 공연을 거치는 동안 참여자들이 어떠한 무용 경험을 하였으며, 그 경험을 당시에는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리고 시간이 지난 이후 현재의 삶과 진로의 맥락에서 과거의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고 재해석하고 있는지에 주목한다. 따라서 한국 공연의 빌리 역 경험은 어린 시절의 무용 경험이 형성되고 확장되는 과정과 그 경험의 의미가 이후의 삶에서 어떻게 지속되고 변화하는지를 탐색하기 위한 중요한 맥락으로활용하고자 한다.
Ⅳ. 연구 결과
본 연구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1대 및 2대 빌리 역할을 경험한 연구참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 시절의 무용 경험이 어떠한 과정에서 형성되고 확장되었으며, 이후의 삶에서 어떠한 의미로 기억되고 재해석되는지를 탐색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의 내러티브를 분석한 결과, ① 무용과의 만남과 빌리로의 입문, ② 훈련과정에서의 도전과 성장, ③ 공연 경험을 통한 무용 경험의 확장, ④ 공연 이후 삶에서의 무용 경험 재해석 이라는 네 가지 주제가 도출되었다. 특히 연구참여자들이 과거의 경험을 현재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과정에 주목하여, ‘경험하기-이야기하기-다시 이야기하기’의 흐름 속에서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삶에서 어떠한 의미로 재구성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1. 무용과의 만남과 빌리로의 입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 역할에 참여하는 과정은 단순한 오디션 지원을 넘어 연구참여자들이 새로운 무용 경험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연구참여자들의 지원 계기는 부모나 지도자의 권유, 기존의 뮤지컬 및 발레 경험, 작품에 대한 관심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처음에 그걸 봤던 거는 아버지가 그 신문에서 찾아와서 제가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을 했어서 제 나이 때 딱 그게 부합해서 아버지가 한번 해보겠냐고 물어보셔서 해보고 싶다고 이렇게 신문에서 보고 저는 지원하게 됐었어요(참여자 C).
지원하게 된 계기는 제가 어릴 때 발레를 시작하고 발레 전공해서 발레리노가 되기로 마음 먹고 학원에서 발레를 열심히 배우다가 발레학원 원장님께서 빌리엘리어트 오디션 공고를 보셨어요. 그래서 이거 한 번 해보면 경험이 되지 않겠냐고 저한테 권하셔서 그래서 한 번 해보자 해서 도전을 하게 됐습니다(참여자 D).
참여자 D의 경우에는 기존의 발레 경험과 지도자의 권유가 빌리 역할 경험으로 이어졌다. 즉, 기존의 무용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연과 움직임을 경험하게 된 경우이다.
2대 빌리의 경우에는 1대 공연을 통해 작품과 빌리 역할에 대한 관심이 형성된 이후 오디션에 참여한 경우도 나타났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께서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의 엄청난 팬이셨어요. 그래서 오디션 공고 한참 뜨기도 전부터 1대 형들 영상 보면서 저도 그게 자연스럽게 작품의 애정이 생기게 됐는데 그래서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작품에 그러다가 갑자기 오디션 공고가 떠서 이거 평소에도 애정을 갖고 있었던 거니까 한번 도전해 보자 해서 지원하게 되었어요(참여자 J).
참여자 J는 1대 빌리의 공연 영상을 접하면서 작품에 대한 관심을 형성하였고, 이러한 관심이 이후 오디션 지원으로 이어졌다고 이야기하였다. 이처럼 일부 참여자에게 빌리 역할은 기존의 직접적인 무용 경험뿐 아니라 이전 공연을 접하고 작품에 관심을 갖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경험의 대상으로 형성되었다.
반면 발레나 뮤지컬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던 참여자도 있었다.
저는 지원하게 된 계기가 태권도 시합 준비하다가 코치님의 제안으로 하게 되었습니다(참여자 G).
참여자 G는 기존의 무용이나 뮤지컬 경험이 아닌 태권도 경험을 바탕으로 코치의 제안에 의해 빌리 역할에 참여하였다. 이는 참여자들의 빌리 역할 진입이 동일한 경로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각자가 가지고 있던 신체활동 경험과 주변의 권유 및 작품에 대한 관심 등 서로 다른 조건 속에서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빌리 역할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서로 달랐지만, 참여자 C와 D는 부모 또는 지도자의 권유를 통해 참여하였고, 참여자 J는 기존 공연과 작품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참여하였다. 참여자 G와 같이 기존 무용 경험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경험으로 빌리 역할에 참여한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빌리 역할로의 진입은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기존 경험과 주변 환경, 작품에 대한 관심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출발점을 가지고 있었다.
지원 이후의 경험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기존에 발레를 경험한 참여자들에게 빌리 스쿨은 기존의 무용 경험을 새로운 장르와 표현방식으로 확장하는 과정으로 의미화되었으며, 무용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참여자들에게는 발레, 탭댄스, 아크로바틱 등 다양한 움직임을 처음 접하는 과정으로 이야기되었다.
따라서 빌리 역할의 입문은 완성된 무용 경험을 바탕으로 배역을 수행하는 과정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참여자들이 각자의 출발점에서 새로운 무용 경험을 만나고 기존의 경험을 확장해 가는 과정으로 나타났다.
2. 훈련과정에서의 도전과 성장
빌리 역할은 선발 이후 장기간의 훈련과 반복적인 오디션을 거쳐야 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연구참여자들은 발레뿐만 아니라 탭댄스, 아크로바틱, 재즈, 필라테스 등 다양한 움직임을 훈련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신체적·정서적 부담과 또래 간 경쟁을 경험한 것으로 이야기하였다.
후보가 됐을 때 좋긴 좋았는데 이제 앞으로의 이제 연습이 조금 걱정되기도 하면서 되게 부담스러웠어요(참여자 F).
참여자 F는 빌리 역할의 후보가 된 기쁨과 함께 이후 이어질 훈련에 대한 부담감을 동시에 회상하였다. 이는 빌리 역할에 참여하게 된 것이 단순한 성취의 경험만이 아니라 장기간의 훈련을 앞둔 도전의 경험으로도 인식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장시간의 훈련과 학교생활의 병행은 어린 참여자들에게 신체적 부담으로 작용하였다.
발레 연습을 하더라도 많게는 4시간 진짜 많으면 6시간까지 발레 연습을 하는데 빌리 스쿨 제가 기억하기로는 거의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계속 뭔가를 연습을 하니까 그게 좀 체력적으로 좀 힘들었달까 좀 그랬던 것 같아요(참여자 A).
참여자 A는 장시간 이어지는 훈련을 체력적으로 힘든 경험으로 회상하였다. 이처럼 빌리 스쿨의 훈련은 어린 참여자들에게 공연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과정인 동시에, 장시간의 반복적인 연습을 견뎌야 하는 신체적 도전의 과정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또한 반복적인 훈련과 오디션은 참여자들에게 자신의 능력과 부족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경험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아마도 서바이벌이 좀 제일 힘들지 않았을까 누군가와 계속 경쟁하고 잘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그것보다 내가 더 잘 해야 될텐데라는 그런 약간 서바이벌에 대한 의식이 저에게는 되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참여자 C).
참여자 C는 또래와의 경쟁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비교하게 되는 상황을 어려운 경험으로 회상하였다. 따라서 반복적인 오디션과 훈련은 참여자들에게 기술을 익히는 과정뿐만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인식하는 경험으로도 이야기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현재의 관점에서 당시의 반복적인 훈련과 경쟁 경험을 회상하면서, 그 과정 에서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스스로를 관리하였던 경험을 자기관리, 인내, 책임감 등의 의미와 연결하여 이야기하였다. 이는 본 연구자가 훈련이 자기관리나 책임감을 ‘형성하였다’고 판단한 결과라기보다, 참여자들이 과거의 경험을 현재의 삶에서 그러한 경험으로 기억하고 의미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이러한 의미화의 정도와 방향은 참여자마다 동일하지 않았다. 일부 참여자는 훈련 경험을 자신의 무용 지속과 연결하였으며, 다른 참여자는 당시의 경험을 현재의 삶에서 책임감이나 자기관리의 경험으로 회고하였다. 따라서 훈련 경험의 의미는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한 발달적 결과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각 참여자가 이후의 삶과 현재의 맥락에서 과거의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고 해석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이러한 점에서 빌리 스쿨은 연구참여자들에게 공연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훈련 공간인 동시에, 당시 자신이 경험했던 도전과 어려움을 현재의 관점에서 다시 돌아보고 그 경험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맥락으로 나타났다.
3. 공연 경험을 통한 무용 경험의 확장
최종 빌리로 선발된 이후 참여자들은 실제 공연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훈련한 무용과 노래, 연기를 종합적으로 수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무용은 정확한 동작을 수행하는 기술을 넘어 인물의 감정과 이야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경험되었다.
처음에는 워낙 이제 제가 될 줄 모르고 있었는데 됐다는 소식을 듣고 되게 행복했는데 이제 무대에 올라서 이제 공연을 한다는 게 또 이제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참여자 F).
참여자 F는 최종 빌리로 선발된 기쁨과 동시에 실제 무대에 올라 공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함께 회상하였다. 이는 선발 이후의 경험이 새로운 역할에 대한 기대와 함께 실제 공연을 수행해야 하는 책임과 부담이 공존하는 과정이었음을 보여준다.
공연에서는 음악, 노래, 연기, 감정, 공간, 상대 배우와의 관계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했으며, 장기간 공연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움직임과 에너지를 조절하는 능력도 형성되었다.
공연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좀 체력적인 부분이 좀 힘들었는데 공연도 계속하다 보니까 체력도 좋아졌고 이제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힘을 빼고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엑센트를 주면서 좀 힘 조절을 했던 것 같아요(참여자 F).
참여자 F는 반복적인 공연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체력 상태를 파악하고 장면에 따라 힘을 조절하였던 경험을 회상하였다. 이러한 진술은 공연 경험이 참여자에게 자신의 신체와 움직임을 실제 공연의 맥락에서 조절하고 표현하는 경험으로 기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고난도의 움직임과 반복적인 공연은 부상과 체력적 부담을 동반하기도 하였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솔리데리티 신에서 턴이 잘못 삐끗했는데 그때 인대가 늘어나서 2주 동안 제가 쉬었던 적이 있어요(중략) (참여자 C).
참여자 C는 공연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과 회복의 경험을 당시의 어려웠던 순간으로 회상하였다. 따라서 공연 경험은 성취나 표현의 경험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신체적 부담과 부상, 회복의 경험까지 포함하는 복합적인 경험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공연 경험에 대해 참여자들은 현재의 관점에서 자신의 신체 상태와 컨디션을 파악하고 공연에 맞게 조절하는 경험이었다고 회고하였다. 즉, 연구참여자들이 당시의 공연 경험을 통해 실제로 특정한 능력을 객관적으로 습득하였다고 단정하기보다, 현재의 회고 속에서 공연 경험을 자신의 신체를 이해하고 조절하는 경험으로 의미화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또한 빌리의 춤이 극 중 인물의 갈등과 희열, 자유에 대한 욕망 등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참여자들에게 무용은 단순한 동작 수행을 넘어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표현의 수단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이러한 진술은 참여자들이 어린 시절의 무용을 현재의 관점에서 기술적 수행만이 아니라 감정과 서사를 표현하는 예술적 경험으로 다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훈련 당시 ‘배워야 하는 춤’으로 경험했던 무용은 공연을 거치면서 참여자들의 기억 속에서 ‘표현하는 춤’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어 나타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한 인식 변화가 객관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 아니라, 연구참여자들이 과거의 공연 경험을 현재의 관점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4. 공연 이후 삶에서 재해석된 무용 경험
빌리 역할의 경험은 공연 종료와 함께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삶에서 새로운 의미로 다시 이야기되고 있었다. 공연 당시에는 주어진 역할과 훈련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시간이 흐른 현재 참여자들은 당시의 경험을 자신의 진로와 예술적 역량, 삶의 태도와 연결하여 해석하고 있었다. 일부 참여자들은 빌리 경험을 계기로 발레와 공연예술 분야의 활동을 지속한 경험과 연결하여 이야기하였다.
지금 제가 이렇게 발레를 계속하고 있는 것도 어쩌면 빌리가 이제 저한테 되게 뜻 깊었고 이제 되게 이 어려운 것도 약간 해냈는데 발레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져서 지금까지 잘 하고 있는(참여자 F).
참여자 F의 경우 어린 시절의 빌리 경험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발레 활동과 연결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진술을 빌리 경험이 발레 진로를 직접적으로 결정하였다는 인과적 의미로 해석하기보다는, 참여자 F가 현재의 발레 활동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빌리 경험을 중요한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참여자는 배우로 활동하면서 과거의 무용 경험이 자신의 연기 역량에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하였다.
저는 지금 연기를 하고 있지만 예전에 했던 그런 춤 무용 때문에 오히려 플러스가 되기 때문에 옛날에 그런 선택을 했던 거에 대해서 너무 저 스스로도 너무 대견하고 부모님한테 너무 감사하고 빌리라는 작품 때문에 제가 지금 너무나 만족스러워하고 더 꿈꾸고 싶어 하는 진로를 찾은 것 같아서 되게 행복한 것 같아요(참여자 H).
참여자 H는 현재의 연기 활동을 과거의 무용 및 빌리 경험과 연결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역시 빌리 경험이 현재의 진로를 직접적으로 형성하였다는 의미보다는, 참여자가 현재 자신의 진로와 예술적 경험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빌리 경험에 지속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공연예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진로를 선택한 참여자에게도 당시의 경험은현재의 삶에서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까 빌 리가 이때 이런 감정이었겠구나 그때 깨달은 적도 있고 ... (중략)
그게 빌리 엘리어트 공연이 도움이 많이 된거 같아요(참여자 D).
참여자 D는 과거의 공연 경험을 현재의 관점에서 다시 돌아보면서 당시에는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 인물의 감정과 경험을 새롭게 이해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하였다. 이는 과거의 공연 경험이 이후의 삶에서 다시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빌리 경험이 반드시 무용이나 공연예술 분야의 진로로만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제가 그때도 대학교 자소서 쓸 때도 예술 경영을 하고 싶다(중략)
제가 전공을 정할 때 있어서 많이 준비가 영향을 주지 않았나(참여자 E).
참여자 E의 경우 빌리 경험을 예술경영이라는 진로 탐색과 연결하여 회고하였다. 그러나 다른 참여자들과 마찬가지로 그 경험이 현재의 진로를 직접적으로 결정하였다고 단정하기보다, 진로를 탐색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경험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공연예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진로를 선택한 참여자에게도 당시의 경험은 책임감과 자기관리, 도전의식 등의 형태로 남아 있었다.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에게 좋은 무대를 선사하기 위해 배우로 책임감을 배웠습니다. 이제 공연은 끝났지만 앞으로도 제 안에 있는 그 가르침이 계속해서 저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 믿습니다(참여자 I).
이러한 진술에서도 중요한 것은 참여자 I가 실제로 빌리 경험을 통해 책임감이라는 능력을 객관적으로 획득하였다는 사실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당시의 공연 경험을 책임감과 삶의 태도에 관한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참여자 J는 빌리 경험을 현재 자신의 꿈과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경험으로 이야기하였다.
제가 이렇게 꿈꾸는 데 있어서 모든 거를 빌리 엘리어트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빌리가 약간 저의 꿈의 일부라기보다 아직까지는 아직까지도 약간 전체인 것 같고 전부인 것 같아요(참여자 J).
참여자 J는 빌리 경험을 현재 자신의 꿈을 설명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경험으로 이야기하였다. 이는 동일한 빌리 역할 경험이라 하더라도 그 경험이 이후의 삶에서 차지하는 의미의 정도와 방식이 참여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참여자들은 동일한 경험을 각자의 현재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르게 재해석하고 있었다. 공통적으로는 빌리 역할 경험이 현재에도 기억되는 중요한 과거 경험으로 나타났지만, 그 의미가 구체화되는 방식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참여자 F는 발레의 지속과 연결하였고, 참여자 H는 현재의 연기 활동과 연결하였으며, 참여자 E는 진로 탐색의 경험으로, 참여자 I는 책임감과 삶의 태도에 관한 경험으로, 참여자 J는 자신의 꿈과 정체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경험으로 이야기하였다.
따라서 「빌리 엘리어트」에서의 무용 경험은 공연 기간에 한정된 일회적 경험이라기보다, 연구참여자들이 현재의 삶과 진로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기억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경험으로 나타났다. 즉, 어린 시절의 ‘경험하기’가 당시의 ‘이야기하기’ 를 거쳐 성인이 된 현재의 관점에서 ‘다시 이야기하기’와 ‘의미화하기’의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구성되고 있었다.
이상의 참여자 내러티브를 종합하면, 참여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은 어린 시절의 빌리 역할 경험을 단순히 당시의 공연 경험으로 기억하기보다 현재의 삶과 연결하여 다시 의미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이 현재의 삶에서 갖는 의미와 연결 방식은 참여자의 이후 진로와 경험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발레 및 공연예술 분야의 진로를 이어간 참여자들은 빌리 경험을 현재의 예술적 역량이나 무용 활동과 연결하여 이야기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다른 진로를 선택한 참여자들은 당시의 훈련과 공연 경험을 자기관리, 책임감, 도전과 같은 삶의 경험과 연결하여 회고하였다. 따라서 동일한 빌리 역할 경험 이라 하더라도 그 의미가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하게 유지된 것은 아니며, 이후의 삶과 진로의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Ⅴ. 논 의
본 연구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 역할을 경험한 연구참여자들의 내러티브를 통해 어린 시절의 무용 경험이 어떠한 과정에서 형성되고 확장되었으며, 훈련과 공연 경험이 개인의 삶에서 어떠한 의미로 기억되고 재해석되는지를 탐색하였다.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선행연구와의 관계를 살펴보고, 본 연구에서 나타난 경험의 의미와 차별성을 다음과 같이 논의하고자 한다.
1. 무용과의 만남과 빌리로의 입문
본 연구에서 연구참여자들의 빌리 역할 참여는 처음부터 무용에 대한 명확한 진로 의식이나 목표를 가지고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특히 1대 빌리들은 부모나 지도자의 권유, 오디션 공고 등의 외부적 계기를 통해 작품에 참여한 경우가 많았으며, 2대 빌리들은 선행 공연과 기존 빌리 역 배우들의 경험을 접하면서 작품과 역할에 대한 관심을 형성한 이후 오디션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어린 시기의 무용 경험이 개인의 명확한 의도에 의해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지도자, 또래 및 기존 문화예술 경험과 같은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본 연구의 자료만으로 부모나 지도자의 권유가 무용 경험의 형성에 어떠한 인과적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참여자들이 성인이 된 현재의 관점에서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면서 이러한 주변 환경을 중요한 참여 계기로 이야기하고 있다 는 점에 의미가 있다.
빌리 스쿨에서 이루어진 훈련은 연구참여자들에게 새로운 무용 경험을 제공하고 기존의 경험을 확장하는 계기로 기억되고 있었다. 무용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참여자에게는 발레, 탭댄스, 아크로바틱 등 다양한 움직임을 처음 경험하는 과정이 되었으며, 기존에 발레를 경험한 참여자에게는 새로운 움직임과 표현방식을 습득하면서 자신의 무용 경험을 확장하는 과정으로 이야기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아동·청소년기의 문화예술 경험이 이후 문화예술에 대한 친숙도와 향유의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고한서미선(2020)의 연구와 맥락을 같이한다.서미선(2020)은 아동·청소년기의 문화예술 경험가치 가운데 특히 심미적 가치가 문화예술 친숙도와 향후 문화예술 향유의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문화예술에 대한 친숙도가 높을수록 향후 문화예술을 향유하고자 하는 의향도 높아진다고 보고하였다(30-31).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를서미선(2020)의 연구에서 제시한 문화예술 경험의 효과와 동일하게 해석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서미선(2020)의 연구가 문화예술 경험과 관련 변인 간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살펴본 것이라면, 본 연구는 성인이 된 참여자들이 어린 시절의 빌리 경험을 현재의 관점에서 어떻게 기억하고 의미화하는지를 탐색한 내러티브 연구이기때문이다. 또한 박희영(2014)은 무용교육 경험이 아동의 자기효능감과 사회적 역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162-163). 이러한 결과는 본 연구에서 연구참여 자들이 새로운 무용 환경에 참여하고 다양한 훈련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또래 및 지도자와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축적해 나갔다는 점과 연결된다. 다만 본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의 자기효능감이나 사회적 역량이 무용 경험으로 인해 객관적으로 향상되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참여자들은 과거의 훈련과 공연 경험을 회고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과 관계, 성장 경험을 이야기하였으며, 연구자는 이를 참여자들이 과거 경험에 부여하는 현재적 의미로 해석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빌리 스쿨은 단순히 공연에 필요한 무용 기술을 습득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참여자들이 각자의 출발점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접하고, 이후 자신의 경험을 다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무용에 대한 인식을 확장한 경험의 맥락 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훈련과정에서의 도전과 성장
연구참여자들에게 빌리 스쿨의 훈련은 새로운 무용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신체적·정서적 도전을 경험한 과정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장시간의 훈련, 학교생활과의 병행, 반복적인 오디션과 경쟁은 당시 참여자들에게 부담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현재에는 이러한 경험 을 자신의 한계와 능력을 확인한 과정으로 회고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특히 참여자들은 반복적인 훈련과 오디션 과정에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이를 보완했던 경험을 자기관리, 인내, 책임감 등의 언어로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진술을 근거로 장기간의 무용훈련이 자기관리나 책임감을 향상시켰다고 일반화하기보다는, 참여자들이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의 훈련 경험을 자기관리, 인내, 책임감 등의 성장 경험 으로 의미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박희영(2014)이 무용교육을 통해 아동의 자기효능감과 사회적 역량이 향상될 수 있다고 보고한 결과와 일정 부분 연결된다(162-163).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해당 심리적 특성의 변화를 직접 측정하지 않았으며, 참여자들이 과거의 경험을 현재의 삶에서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선행연구와 연구의 성격이 다르다. 또한이미경·고태순(2014)은 무용·동작치료 기법을 활용한 동작교육 활동이 유아의 문제해결, 정서표현 및 자신감과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141-142). 이러한 연구는 신체 움직임을 활용한 예술활동이 기술적 수행을 넘어 정서적·사회적 경험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본 연구와 관련된다. 다만 본 연구는 유아기 교육활동의 효과를 검증한 연구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공연 경험을 현재 시점에서 회고하는 성인 참여자의 내러티브를 탐색한 연구라 는 점에서 연구대상과 연구목적에 차이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를 선행연구에서 제시한 교육적 효과의 반복적인 증거로 해석하기보다는, 장기간의 공연예술 경험이 참여자들의 기억 속에서 어떠한 성장의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참여자들은 당시의 훈련을 단순히 힘들었던 경험으로만 기억하지 않고, 현재의 관점에서 자신의 한계와 능력을 돌아보게 한 경험으로 다시 이야기하고 있었다.
결국 빌리 스쿨의 훈련은 참여자들의 회고 속에서 공연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 인 동시에, 당시 경험했던 어려움과 도전을 현재의 관점에서 다시 돌아보고 자신의 성장 경험으로 의미화하는 과정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일한 훈련 경험이라도 시간이 흐른 후 참여자의 삶의 맥락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3. 공연 경험을 통한 무용 경험의 확장
본 연구에서 공연 경험은 훈련 과정에서 습득한 무용을 실제 무대에서 수행하면서 그 의미가 확장된 과정으로 나타났다. 훈련 과정에서는 정확한 동작 수행과 기술적 완성도가 중요하게 경험되었다면, 공연에서는 음악, 연기, 감정, 공간 및 상대 배우와의 관계를 함께 고려하면서 움직임을 수행해야 했다.
특히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는 자신의 감정과 성장 과정을 춤으로 표현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참여자들은 현재의 관점에서 당시의 무용을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표현의 수단으로 회고하였다. 이는 공연이라는 맥락에서 무용이 독립적인 기술 수행에 머무르지 않고 음악과 연기, 인물의 감정 및 서사와 결합하여 경험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이미경·고태순(2014)의 연구에서 무용·동작 활동이 유아의 정서표현 및 자신감과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와 일정 부분 연결된다(141-142). 그러나 본 연구 는 정서표현 능력이나 자신감의 향상을 측정한 연구가 아니라, 참여자들이 공연 경험을 회고하면서 무용에 부여하는 의미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탐색한 연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공연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자신의 신체 상태와 움직임을 실제 무대의 상황에 맞게 조절했던 경험을 이야기하였다. 반복적인 공연을 수행하면서 체력과 힘의 배분을 경험하고, 장면과 상황에 따라 움직임의 강도를 조절하였으며, 때로는 부상과 회복의 경험도 겪었다. 이러한경험은 공연이 단순히 훈련된 동작을 재현하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와 움직임을 공연의 맥락 속에서 지속적으로 조절하고 확인하는 과정으로 기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나타난 ‘기술적 수행에서 표현적 의미로의 확장’은 참여자들의 무용 능력이 객관적으로 향상되었다는 의미라기보다, 무용에 대한 참여자들의 현재적 인식이 기술적 수행을 넘어 감정과 서사를 표현하는 활동으로 확장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훈련 당시 ‘배워야 하는 춤’으로 경험했던 무용은 공연을 거치면서 참여자들의 기억 속에서 ‘표현하는 춤’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어 나타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한 인식 변화가 객관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 아니라, 연구참여자들이 과거의 공연 경험을 현재의 관점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과는 무용 경험의 의미가 특정한 기술 습득 여부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참여자들에게 공연은 훈련한 움직임을 실제로 수행하는 공간인 동시에, 움직임을 음악과 연기, 감정 및 서사와 연결하여 이해하고 자신의 신체를 공연의 맥락 속에서 경험하는 과정이었다. 따라서 빌리 역할 경험에서 무용은 ‘배우는 것’에서 ‘표현하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되는 경험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4. 공연 이후 삶에서 재해석된 무용 경험
본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어린 시절의 빌리 경험이 공연 종료와 함께 고정된 의미로 남아 있지 않고, 이후의 삶에서 지속적으로 다시 이야기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공연 당시에는 주어진 역할과 훈련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시간이 흐른 현재 참여자들은 당시의 경험을 자신의 진로와 예술적 경험, 삶의 태도와 연결하여 해석하고 있었다.
일부 참여자는 빌리 경험을 현재의 발레 및 공연예술 활동과 연결하였고, 다른 참여자는 연기 또는 예술경영과 같은 진로 탐색과 연결하였다. 또한 공연예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진로를 선택한 참여자도 당시의 경험을 책임감이나 자기관리 등의 경험으로 회고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아동·청소년기의 문화예술 경험이 이후 문화예술에 대한 태도와 지속적인 참여와 관련될 수 있음을 보고한 서미선(2020)의 연구와 연결된다. 서미선(2020)은 아동·청소년기의 문화예술 경험가치가 문화예술 친숙도 및 향후 문화예술 향유의지와 관련 되며, 문화예술에 대한 친숙도가 높을수록 이후 문화예술을 향유하고자 하는 의향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고하였다(29-31). 이는 어린 시절의 문화예술 경험이 특정 시기의 활동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설명하는 경험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김서현·임주원·강진아(2024)는 문화예술 진로를 희망하는 청소년들의 창작활동 경험을 탐색한 결과, 문화예술 창작활동이 자기인식과 가치관 형성, 대인관계 및 진로 발달과 연결되며 자신의 미래를 구체화하는 경험으로 의미화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478-482). 이러한 선행연구와 본 연구는 문화예술 경험이 이후의 삶과 진로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그러나 본 연구는 특정 공연의 빌리 역할 경험자들이 성인이 된 이후 과거의 무용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고 재구성하는지를 내러티브의 시간적 연속성 속에서 탐색하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참여자 F는 어린 시절의 빌리 경험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발레 활동과 연결하여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진술을 빌리 경험이 발레 진로를 직접적으로 결정하였다는 인과적 의미로 해석하기보다는, 참여자 F가 현재의 발레 활동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빌리 경험을 중요한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여자 H는 현재의 연기 활동을 과거의 무용 및 빌리 경험과 연결하여 이야기하였다. 이 역시 빌리 경험이 현재의 진로를 직접적으로 형성하였다는 의미보다는, 참여자가 현재 자신의 진로와 예술적 경험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빌리 경험에 지속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참여자 D는 과거의 공연 경험을 현재의 관점에서 다시 돌아보면서 당시에는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 인물의 감정과 경험을 새롭게 이해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하였다. 이는 과거의 공연 경험이 이후의 삶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빌리 경험이 반드시 무용이나 공연예술 분야의 진로로만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참여자 E는 빌리 경험을 예술경영이라는 진로 탐색과 연결하여 회고하였으며, 참여자 I는 공연 경험을 책임감과 삶의 태도에 관한 경험으로 이야기하였다. 이러한 진술은 빌리 경험 의 의미가 특정 직업이나 진로와 일대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각 참여자가 이후의 삶에서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는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로 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참여자 J는 빌리 경험을 현재 자신의 꿈과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경험으로 이야기하였다. 이는 동일한 빌리 역할 경험이라 하더라도 그 경험이 이후의 삶에서 차지하는 의미의 정도와 방식이 참여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참여자들은 동일한 경험을 각자의 현재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르게 재해석하고 있었다. 공통적으로는 빌리 역할 경험이 현재에도 기억되는 중요한 과거 경험으로 나타났지만, 그 의미가 구체화되는 방식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참여자 F는 발레의 지속과 연결하
따라서 「빌리 엘리어트」에서의 무용 경험은 공연 기간에 한정된 일회적 경험이라기보다, 연구참여자들이 현재의 삶과 진로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기억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경험으로 나타났다. 즉, 어린 시절의 ‘경험하기’가 당시의 ‘이야기하기’ 를 거쳐 성인이 된 현재의 관점에서 ‘다시 이야기하기’와 ‘의미화하기’의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구성되고 있었다.
이상의 참여자 내러티브를 종합하면, 참여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은 어린 시절의 빌리 역할 경험을 단순히 당시의 공연 경험으로 기억하기보다 현재의 삶과 연결하여 다시 의미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이 현재의 삶에서 갖는 의미와 연결 방식은 참여자의 이후 진로와 경험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발레 및 공연예술 분야의 진로를 이어간 참여자들은 빌리 경험을 현재의 예술적 경험이나 무용 활동과 연결하여 이야기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다른 진로를 선택한 참여자들은 당시의 훈련과 공연 경험을 자기관리, 책임감, 도전과 같은 삶의 경험과 연결하여 회고하였다. 따라서 동일한 빌리 역할 경험 이라 하더라도 그 의미가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하게 유지된 것은 아니며, 이후의 삶과 진로의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Ⅵ. 결론 및 제언
1. 결론
본 연구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1대 및 2대 빌리 역할을 경험한 연구참여자 10 명의 내러티브를 통해 어린 시절의 무용 경험이 어떠한 과정에서 형성되고 확장되었으며, 훈련과 공연 경험이 이후의 삶에서 어떠한 의미로 기억되고 재해석되는지를 탐색하였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참여자들의 무용 경험과 빌리 역할로의 진입은 서로 다른 배경과 계기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빌리 스쿨의 훈련을 경험하면서 발레, 탭댄스, 아크로바틱 등 다양한 움직임과 표현 경험으로 확장되었다. 부모나 지도자의 권유, 기존의 무용 및 공연 경험, 작품에 대한 관심 등 참여 계기는 서로 달랐으며, 이에 따라 빌리 역할 경험의 출발점과 초기 의미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이는 어린 시기의 무용 경험이 개인의 명확한 진로 의도만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경험과 주변 환경, 작품에 대한 관심 등이 서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빌리 스쿨의 훈련은 장시간의 훈련과 학교생활의 병행, 반복적인 오디션과 경쟁 등 신체적·정서적 도전이 수반된 경험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현재의 관점에서 이러한 경험을 자신의 한계와 능력을 확인하고 스스로를 관리했던 경험으로 이야기하였으며, 일부는 이를 인내, 책임감 및 자신감 등의 의미와 연결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진술을 근거로 무용훈련이 자기관리, 책임감 또는 자신감을 객관적으로 형성하거나 향상시켰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참여자들이 과거의 훈련 경험을 현재의 삶에서 이러한 성장 경험으로 기억하고 의미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실제 공연을 통해 무용은 기술적 수행을 넘어 인물의 감정과 이야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경험되고 기억되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음악, 연기, 공간 및 상대 배우와의 관계 속에서 움직임을 수행했던 경험을 회고하면서, 무용을 단순한 동작의 수행이 아니라 감정과 서사를 전달하는 예술적 표현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특히 훈련 과정에서 ‘배워야 하는 춤’으로 경험했던 움직임은 공연을 거치면서 ‘표현하는 춤’으로 그 의미가 확장된 것 으로 이야기되었다. 이는 무용 경험의 의미가 기술 습득에만 한정되지 않고 공연의 맥락에서 신체와 감정, 서사를 연결하는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빌리 경험의 의미는 공연 이후에도 고정되지 않고 연구참여자들의 현재 삶과 진로의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르게 재해석되고 있었다. 일부 참여자는 빌리 경험을 현재의 발레 또는 공연예술 활동과 연결하였고, 다른 참여자는 연기나 예술경영 등 진로 탐색과 연결하였다. 또한 공연예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진로를 선택한 참여자도 당시의 경험을 책임감, 자기관리 및 도전과 같은 삶의 경험으로 회고하였다. 이처럼 동일한 빌리 역할 경험이라도 이후의 삶과 진로, 현재의 관심과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서로 다르게 구성되고 있었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면, 어린 시절의 빌리 경험은 참여자들에게 새로운 무용 경험을 접하고 기존의 경험을 확장하는 과정이었으며, 장기간의 훈련과 공연을 거치면서 무용을 기술적 수행뿐만 아니라 감정과 이야기를 표현하는 예술적 경험으로 이해하는 과정 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또한 이러한 경험은 공연 종료와 함께 고정된 의미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삶과 진로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기억되고 재해석되고 있었다.
특히 본 연구에서 확인된 중요한 점은 동일한 경험이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한 의미를 갖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여자 F는 빌리 경험을 현재의 발레 활동과 연결하였고, H는 연기활동과 연결하였으며, E는 진로 탐색의 경험으로, I는 책임감과 삶의 태도에 관한 경험으로, J는 자신의 꿈과 정체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경험으로 이야기하였다. 따라서 빌리 경험의 지속적인 의미는 객관적으로 측정된 장기적 효과라기보다, 참여자들이 현재의 삶을 이 해하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경험에 부여하고 있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의 의의는 어린 시절의 무용 경험이 특정한 발달적 효과나 진로 선택을 직접적으로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특정 공연을 경험한 사람들이 시간이 흐른 후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그 경험을 현재의 삶과 진로 속에서 어떠한 의미로 다시 구성하는지를 구체적인 내러티브를 통해 보여주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는 아동·청소년기의 무용 및 공연 경험을 단기적인 교육성과나 공연 결과만으로 바라보기보다, 경험이 이후의 삶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이야기되며 의미화되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본 연구의 결과는 특정 작품의 빌리 역할 경험자 10명의 회고적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도출된 것으로, 어린 시절의 무용 경험이 자기관리, 자신감 또는 진로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인과적 효과를 의미하지 않는다. 또한 참여자들이 성인이 된 이후 과거의 경험을 회고하였다는 점에서 현재의 삶과 관점이 과거 경험의 기억과 해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확인된 것은 특정 공연 경험의 보편적인 효과라기보다, 참여자들이 현재의 삶에서 과거의 무용 및 공연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고 의미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내러티브적 이해이다.
종합하면, 본 연구에서의 ‘무용 경험하기’는 당시의 ‘이야기하기’를 거쳐 성인이 된 현재 의 관점에서 ‘다시 이야기하기’와 ‘의미화하기’의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무용 경험은 고정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이후의 삶 속에서 반복적으로 호출되고 재해석되는 경험으로 나타났으며, 그 의미는 참여자의 현재적 삶과 진로의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르게 구성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성장기의 무용 및 공연 경험을 이해할 때 경험의 당시 모습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경험이 어떻게 기억되고 재구성되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2. 제언
본 연구의 결과와 연구과정에서 나타난 한계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연구대상과 작품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빌리 엘리어트」의 1대 및 2대 빌리 역할 경험자 10명을 대상으로 하였으므로 연구결과를 다양한 아동·청소년의 무용 경험으로 일반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특정 작품의 특정 역할 경험자를 대상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본 연구에서 나타난 경험의 의미를 아동·청소년의 무용 경험 전반으로 확대하여 해석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 후속 연구에서는 다양한 뮤지컬 및 공연예술작품에서 활동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공연예술 참여 과정에서 형성되는 무용 경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탐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어린 시절의 무용 경험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의미화되는지에 대한 종단적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성인이 된 연구참여자들의 회고적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현재의 관점과 기억이 과거 경험의 해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훈련 및 공연 당시의 기록과 이후 성인기의 경험 을 함께 추적하여, 무용 경험의 변화와 의미 재구성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셋째, 공연예술의 특성을 반영한 아동·청소년 무용교육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 빌리 스쿨의 경험은 발레, 탭댄스, 아크로바틱 등 다양한 움직임을 경험하고 이를 실제 공연과 연결하는 과정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무용교육에서는 특정 장르나 기술 습득에만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움직임과 표현 활동을 경험하고 이를 공연이나 창작 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넷째, 무용교육의 의미를 기술 습득을 넘어 개인의 경험과 자기 탐색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어린 시절의 무용 및 공연 경험을 현재의 관점에서 자기관리, 책임감, 자신감, 예술적 표현 및 진로 탐색 등의 경험과 연결하여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적 의미를 실제 효과로 주장하기 위해서는 후속 연구에서 자기인식, 자기관리, 자신감 또는 진로 관련 변화를 별도의 연구설계를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특성의 객관적인 변화나 인과관계를 검증하지 않았으므로, 후속 연구에서는 질적 연구와 양적 연구를 연계하여 무용 및 공연 경험의 의미와 관련 변인의 관계를 보다 다각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참여자들의 회고적 진술뿐만 아니라 당시의 훈련일지, 공연자료, 사진 및 영상, 지도자와 부모의 기록 등을 함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자료를 내러티브 자료와 함께 분석한다면 참여자가 현재 시점에서 재구성한 과거의 경험과 당시의 실제 기록을 상호 참조할 수 있으며,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재해석 사이의 관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