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경계선지능은 일반적인 지적 능력과 지적장애의 경계에 위치하는 인지적 특성을 의미한다. 이들은 일상적인 의사소통과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하지만 학습, 문제해결, 사회적 관계 형성 등에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이들을 ‘느린 학습자’로 지칭하며 교육적 지원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현행 장애 판정 체계에서는 법적 장애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 적절한 공적 지원을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는 실정이다(KBS 1TV 2022).
국내외 조사에 따르면 경계선지능인은 전체 인구의 약 13-14% 수준으로 추정되며, 학교 현장에서는 학급당 2-3명 정도가 해당될 것으로 보고된다. 미국과 영국의 조사에서는 전체 인구의 약 14%, 즉 약 7명 가운데 1명이 경계선지능에 해당하는 것으로 제시되었으며, 국내에서도 교육부 추산 약 78-80만 명 이상의 아동·청소년이 경계선지능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이영광 2022;EBS 2014). 이는 결코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 복지정책 전반에서 적극적으로 다루어야 할 사회적 과제임을 시사한다.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은 학교생활에서 학업 수행뿐 아니라 또래관계, 규칙 이해, 자기조절, 의사소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어려움을 경험한다. 그러나 지적장애로 판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수교육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의 경계에서 적절한 교육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이중적 한계에 놓여 있다(권정민 2014). 이러한 제도적 공백은 학습부진의 누적뿐 아니라 낮은 자존감, 학교 부적응, 사회적 고립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한편 21세기 교육은 지식 전달 중심의 교육을 넘어 창의성, 공감능력, 협력, 정서적 성장등을 함께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인간의 전인적 성장을 지원하는 핵심 교육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예술 경험을 통해 자기표현 능력과 사회적 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적 가치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역시 문화예술교육의 목적을 미적 감수성 함양, 창의성 증진, 정서 발달을 통한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국가 문화역량 강화에 두고 있다.
특히 무용교육은 신체활동과 예술적 표현,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교육 영역이라는 점에서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의 인지적·정서적·사회적 발달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언어 중심의 학습에서 어려움을 보이는 이들에게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표현 활동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사회성을 증진시키는 효과적인 교육적 매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연구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에 집중되어 있으며,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특히 무용교육의 교육적 효과와 지원체계를 체계적으로 다룬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경계선지능의 개념과 특성을 교육적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이들이 직면하는 현실적 문제를 분석한 후 문화예술교육의 교육적 의미를 고찰하고자 한다. 또한 예룸예술학교와 예하예술학교의 무용교육 사례를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이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의 성장과 사회적 적응에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나아가 문화예술교육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교육적·사회적·정책적 방향을 논의함으로써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다각적인 모색을 도모하는 데 연구의 목적이 있다.
연구 방법은 저서, 논문, 기사 등 문헌 연구를 중심으로 하되 그 한계를 고려하여 방송,디지털 자료 등과 함께 해당 기관의 주요 관계자 인터뷰, 해당 기관에서 제공한 학생‧학부모‧교사 인터뷰 자료 그리고 2024년과 2025년 노원 꿈의 무용단 연구에 참여한 경험과 2025년 경계선지능 성인들을 위한 수업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하여 논의를 진행하였다. 이와 더불어, 본 연구자의 선행연구인 「경계선지능 문화예술교육의 정착과 발전을 위한 소고」(2016)와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의 문화예술교육」(2022)을 토대로 하되, 기존 논의를 단순히 반복하는 데 머물지 않고 최근 교육환경의 변화와 무용교육 사례를 중심으로 논의를 확장하고 재구성하였다는 점을 밝히는 바다.
Ⅱ. 장애 분류와 경계선지능
1. 장애의 개념과 장애 판정체계
장애는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기능의 손상만을 의미하는 개념이 아니라, 그로 인해 사회적 참여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제약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과거에는 의학적 손상 자체를 장애의 본질로 바라보는 의료모형(Medical Model)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개인의 기능적 특성과 사회·환경적 요인이 상호작용하여 장애를 형성한다는 사회모형(Social Model)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장애를 개인의 결함으로만 이해하지 않고 사회적 지원과 환경 개선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법」 제2조는 장애인을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인해 장기간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장애의 여부는 단순한 의학적 진단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장애가 개인의 삶과 사회참여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서는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정신장애를 비롯하여 신장·심장·호흡기·간·안면장애와 장루·요루장애, 뇌전증장애 등 다양한 장애유형을 법정 장애로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분류는 장애인의 권리 보장과 복지서비스 제공의 기준이 되지만,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인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한계를 지닌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경계선지능이다. 경계선지능인은 학습과 사회적 적응에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경험하지만 법적 장애기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반대로 일반적인 교육과정에서는 또래 수준의 학습을 요구받기 때문에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서 교육적·복지적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러한 제도적 공백은 경계선지능을 단순한 개인의 학습능력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지원체계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김은정 2016;최현주, 서지혜 2022).
2. 경계선지능의 개념과 특성
경계선지능(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은 평균적인 지적능력과 지적장애 사이에 위치하는 인지적 특성을 의미한다. 오늘날에는 독립적인 장애유형이라기보다 지속적인 교육적 지원이 필요한 인지적 특성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학업 수행과 사회적 적응 과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경험하는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박찬선, 장세희 2015;정희정 2014;Reddy, Ramar, Kusuma 2013).
경계선지능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였다. 1960년대까지는 평균보다 낮은 지능 수준을 폭넓게 정신지체 범주에 포함하였으나, 이러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전체 인구의 상당수가 정신지체로 분류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에 미국정신지체협회(AAMD)는 1973년 정신지체의 진단기준을 수정하면서 경계선지능을 별도의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이후 경계선지능은 지적장애와 정상지능 사이의 독립적인 인지 특성으로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국제적으로는 DSM-IV에서 지능지수(IQ) 약 71-84 수준을 경계선지능으로 제시하였으며, 국내 교육현장에서는 한국 웩슬러 아동지능검사(K-WISC)를 활용하여 대체로 IQ 70-79 범위를 경계선지능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지능지수만으로 경계선지능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최근에는 언어능력, 실행기능, 사회성, 적응행동 등 실제 생활기능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경계선지능 학생들은 일반학생과 동일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지만 학습 속도와 이해 수준에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경험한다. 예룸예술학교에서도 경계선지능 학생들을 ‘장애도 아니고 비장애도 아닌 교육적 지원 대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일반학교 교육만으로는 학습과 사회성 발달에 상당한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경계선지능은 단순히 지능지수가 다소 낮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적 특성과 사회적 적응의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교육적 지원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경계선지능을 장애 여부만으로 판단하기보다 학습지원과 문화예술교육, 사회성 교육 등 다양한 교육적 개입이 필요한 대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Ⅲ. 경계선지능의 특성과 문제점
1. 경계선지능의 인지적·사회적 특성
1) 인지 및 학습 특성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은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의사소통과 생활기능을 수행할 수 있지만 학교교육이 요구하는 인지 수준과 학습 속도를 따라가는 데 지속적인 어려움을 경험한다. 이러한 특성은 단순히 지능지수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이해, 작업기억, 주의집중, 실행기능 등 다양한 인지 영역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도 경계선지능 학생들은 일반 학생에 비해 읽기와 수학 성취, 인지처리 능력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이며, 학교생활 전반에서 지속적인 학습지원이 요구되는 교육대상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희정(2006)의 연구에서도 경계선지능 아동은 지능검사 대부분의 하위 영역에서 전반적으로 낮고 균일한 수행 양상을 나타냈다. 특히 사회적 이해력과 언어적 추론 능력, 단기기억 및 작업기억을 측정하는 영역에서 어려움이 두드러졌으며, 이러한 특성은 새로운 학습내용을 이해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인 실패 경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언어발달에서도 특징적인 양상이 나타난다. 많은 아동들이 영유아기에 언어발달이 또래보다 다소 늦게 이루어졌으며, 학교 입학 이후에도 복잡한 문장의 이해나 추상적 개념을 해석하는 능력에서 어려움을 보인다. 일상적인 대화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교과학습에서 요구되는 논리적 사고와 개념적 이해에서는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또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주의집중 역시 중요한 특성 가운데 하나이다. 경계선지능 학생들은 과제 수행 중 집중력을 장시간 유지하기 어려우며,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거나 계획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실행기능에서도 제한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은 학습효율 저하뿐 아니라 반복적인 실패 경험으로 이어져 학업에 대한 자신감과 동기를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2) 사회·정서적 특성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은 인지적 어려움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 형성과 정서적 적응에서도 다양한 어려움을 경험한다. 또래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거나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친구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으며, 갈등 상황에서도 자신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거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MacMillan et al.(1998)의 연구에 의하면 경계선지능 학생들이 사회적 판단력과 대처기술의 부족으로 인해 또래집단에서 소외되거나 학교폭력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하였다. 실제 교육현장에서도 경계선지능 학생들은 순응적인 성향 때문에 부당한 상황을 거절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감정조절의 어려움으로 인해 또래와의 갈등을 반복하는 양상이 동시에 관찰된다.
이러한 경험은 자존감 저하와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연결되기 쉽다. 반복되는 학업 실패와 또래관계의 어려움은 학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며, 장기적으로는 우울감, 불안, 사회적 위축 등 정서적 문제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경계선지능을 단순한 학습부진으로 이해하기보다 인지·사회·정서 영역이 상호작용하는 복합적인 교육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3) 교육적 지원의 필요성
초기의 경계선지능 연구는 학습부진과 주의집중 향상에 주된 관심을 두었지만 최근에는사회성 발달과 정서지원의 중요성이 함께 강조되고 있다. 학업성취만을 목표로 하는 교육은 경계선지능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김남희 2010;정문순 2004;최윤미 2016).
특히 또래와의 긍정적인 관계 형성은 학교생활 만족도와 학업 지속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지지를 충분히 경험한 학생들은 학업적 어려움이 존재하더라도 학교생활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사회참여와 직업적 적응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인지훈련과 학습지원뿐 아니라 사회성 훈련, 자기표현 교육, 정서 조절 프로그램 등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무용을 비롯한 문화예술교육은 이러한 측면에서 중요한 교육적 의미를 갖는다. 움직임을 통한 표현 활동은 언어 중심 교육에서 경험하는 실패를 감소시키고 자기효능감과 또래 간 상호작용을 자연스럽게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협력 활동과 창의적 표현을 기반으로 하는 무용교육은 사회성 향상과 정서적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제공할 수 있는 교육적 매체로 평가된다(지우영 2016).
2. 경계선지능이 직면한 현실적 문제
1) 사회적 인식 부족과 조기 지원의 한계
경계선지능은 외형적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특성 때문에 학습부진이나 개인의 노력부족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교육적 개입이 이루어질 경우 학습과 사회적 적응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적절한 시기를 놓친 채 반복적인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2) 학교 부적응과 사회적 위험
학교에서는 학업성취 저하뿐 아니라 또래관계의 어려움, 학교폭력 피해, 자존감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학교중도탈락, 사회적 고립, 우울과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도 높다. 성인기에는 취업과 경제적 자립의 어려움까지 이어질 수 있어 생애주기 전반을 고려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3) 제도적 사각지대
현행 복지제도에서 경계선지능은 법적 장애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특수교육, 복지서비스, 고용지원 등 다양한 공적 지원을 이용하는 데 제한이 있다. 최근 여러 시·도교육청에서 경계선지능 학생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교육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나, 지역 간 지원 수준에는 여전히 차이가 존재하며 국가 차원의 통합 지원체계는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4) 성인기 자립과 직업교육의 과제
경계선지능인의 어려움은 학교 졸업과 함께 종료되지 않는다. 직업기술 습득과 직장 내의사소통, 대인관계 형성에서 어려움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고용 유지율 또한 낮게 나타난다. 따라서 아동·청소년기의 교육지원과 함께 성인기 직업교육, 문화예술 활동, 지역사회 지원을 연계하는 생애주기별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향후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될 것이다.
Ⅳ.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의 문화예술교육 현황
-예룸예술학교와 예하예술학교의 무용교육을 중심으로
1. 경계선지능 학생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
우리 사회에서 문화예술교육은 단순한 예술기능 습득을 넘어 인간의 전인적 성장과 사회적 참여를 촉진하는 핵심 교육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2005년 제정된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을 통해 제도적으로 구체화되었다. 동 법은 국민 누구나 차별 없이 문화예술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국가 문화역량의 증진을 주요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교육인적자원부와 문화관광부는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계한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국가 차원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면서 문화예술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해 왔다(백령 외 2005;이필상 2010).
문화예술교육이 교육정책의 중요한 영역으로 부상한 것은 기존 학교교육이 지식 전달과학업 성취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현대사회는 창의적 사고와 감성적 소통 능력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은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성, 심미적 감수성, 정서적 안정 및 자기표현 능력을 신장시키는 교육적 대안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즉 문화예술교육은 예술적 소양의 함양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인성 발달과 공동체 의식 형성, 문화적 시민성 함양을 실현하는 교육적 가치까지 포괄하는 영역으로 이해되고 있다(이필상 2010).
교육부 역시 문화예술교육의 목적을 예술적 경험을 통한 미적 감수성과 창의성, 정서함양을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의 문화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고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관점은 문화예술교육을 특정 교과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기르는 교육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서 규정하는 문화예술교육은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지는다양한 예술교육 활동을 통해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 능력을 증진시키는 교육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교육의 범위도 음악, 미술, 무용, 연극 등 전통적인 예술 분야를 넘어 영화, 애니메이션,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통해 창의적 사고와 문화적 감수성을 함양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변화라 할 수 있다(김국연 2016).
문화예술교육은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할 때 그 교육적 효과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다양한 연구에서는 문화예술 활동이 정서적 안정감 형성, 자기표현 능력 향상, 스트레스 감소, 사회적 상호작용 증진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고 있다(김경 2012). 특히 언어적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경험하거나 학습 과정에서 반복적인 실패를 경험하는 학생들에게 문화예술은 비언어적 소통과 성취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자아존중감과 자기효능감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교육적 매개가 된다.
이와 같은 문화예술교육의 효과는 경계선지능 학생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경계선지능 학생은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의 경계에 위치한다는 특성으로 인해 교육적 지원과 복지서비스 모두에서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업 수행의 어려움뿐 아니라 또래관계, 의사소통, 정서 조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경험하지만, 법적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교육적 개입의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경계선지능 학생들이 문화예술교육에 접근할 기회 또한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교육은 경계선지능 학생의 인지적·정서적 발달과 사회성 향상을 동시에지원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교육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예술 활동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신체 표현과 협력 경험, 문제 해결 과정은 학습동기와 자기조절 능력을 높이며,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자연스럽게 촉진한다. 또한 반복적인 성공 경험은 자신감과 자아존중감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이는 학교생활 적응과 사회참여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경계선지능 학생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은 단순한 여가활동이나 예술체험의 차원을 넘어 교육적·사회적 포용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지원체계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향후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장애 여부에 따른 이분법적 지원체계를 넘어 경계선지능 학생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경계선지능 학생의 잠재역량을 발현시키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립과 참여를 지원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김보나 2014;정종은 2013).
2. 경계선지능 학생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예룸예하예술학교의 무용교육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은 문화교육에 예술교육이 내적으로 총합된 것으로 미적 체험, 예술적 표현과 감상, 창의적 역량, 감수성 증대, 비판적·성찰적 이해, 문화적 가치와 다양성, 정체성 및 소통 향상 등을 통해 전통적인 학교교육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되었다(김경 2012).
장애 학생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은 ‘삶에 대한 인식 변화, 변화와 성장을 이루기 위한동기부여, 사회적 재활 촉진, 정상화, 자립생활, 역량강화 실현과 더 나아가 사회통합 실현을 위한 필요성’을 지니고 있다. 현재 특수학교 교육과정 중 기본교육과정에서 문화예술교육과 가장 관련이 깊은 교과는 음악, 미술, 체육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체육 과목에서는 표현활동과 무용 영역이 학생 수준에 따라 각 단계별로 다양한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이필상 2010).
경계선지능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역시 유사한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으리라 본다. 경계선지능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펼치고 있는 예룸예술학교와 예하예술학교는 사단법인 DTS행복들고나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로서 서로 거의 비슷한 교육철학과 교육내용을 갖추고 있다. 다만 예하예술학교는 고등학교에서 경계선지능뿐 아니라 학교폭력 피해자로 대상을 넓혔다는 점이 예룸예술학교와 차별화된다.
2015년 4월에 개교한 예룸예술학교와 2017년 4월에 개교한 예하예술학교는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로서 아래 <표 1>과 같은 특징과 목표를 가진다(예룸‧예하예술학교 홈페이지 2026; 예룸‧예하예술학교 2026).
표 1.
예룸·예하예술학교 특징과 목표 (Characteristics and Educational Goals of Yeroom and Yeha Arts Schools)
| 예룸예술학교 | 예하예술학교 | |
|---|---|---|
| 특 징 | 노원구립 | 도봉구립 |
| 서울시 교육청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으로 학력 인정, 위탁학생의 학적은 재적학교에서 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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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국내 80여만 명의 경계선지능 청소년을 위한 예술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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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 표 | “경계를 허물고 예술로 꿈을 이루다” | “경계를 허물고 예술로 기적을 이루다” |
| 음악, 미술, 무용, 연극 등 순수예술교육을 통해 자기 내면의 자존감 회복과 사회 적응력을 높이도록 교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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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에서 겉도는 특수한 청소년이 아닌 자신의 꿈을 당당히 이루는 특별한 청소년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예술교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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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집대상 | 경계선지능으로 인한 학교 부적응 청소년으로 예술 분야(무용, 음악, 미술, 연극)에 관심이 있는 서울시 교육청 관내 초등학교(5-6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 -유예자는 학적 회복 후에 가능 ※ 예하예술학교는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과 함께 학교폭력 피해 학생 수용 |
|
| 정 원 | 초등학교(5-6학년) 15명, 중학교 20명, 고등학교 20명 : 총 55명 | |
예룸예술학교와 예하예술학교는 실질적인 자매학교로서 거의 동일한 특징과 목표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교과과정을 지니고 있다. 교사 및 강사진도 70-80% 정도 겹친다. 위탁교육 현황이라든가 교과과정 수업에 있어서 일치성이 대단히 높다고 할 수 있다(예룸‧예하예술학교 홈페이지 2026).
예룸예술학교와 예하예술학교의 교육과정은 기본교과와 함께 예술 중심의 대안 교과를통해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개발하도록 진행되는 가운데 세부적으로는 다음 <표 2>와 같다(예룸‧예하예술학교 홈페이지 2026; 예룸‧예하예술학교 2026).
표 2.
예룸·예하예술학교 교과과정 (Curricula of Yeroom and Yeha Arts Schools)
| 예룸예술학교 | 예하예술학교 | |
|---|---|---|
| 보통 교과 | 국어(문학), 영어, 수학, 사회(역사 포함), 과학, 도덕, 체육 | |
| 대안 교과 | 음악의 이해, 합창, 창작미술, 창의적 표현,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 연극, 프로젝트, 진로지도 및 성교육, 독서생활 | 음악기초이론, 합창 연주, 미술생활, 생각하기 표현하기, 드로잉, 발레, 현대무용, 연극, 영화의 이해, 뮤지컬 이해, 여가 활용, 독서와 사고 |
| 창의적 체험활동 |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공연관람, 아티스트와의 만남, 문화소통 체험, 현장순회 활동, 봉사활동 | |
| 방과 후 예술 프로그램 운영 | 유동적 | |
이에 대한 교과과정은 무용, 음악, 미술, 연극, 순수예술을 기본으로 한 예술 분야의 특별한 전문가와 재능에 맞는 개인별 맞춤 교육, 수준별 체험형 맞춤 교육 및 기초 향상 교육, 다양한 공동체 놀이 학습, 소통 훈련 프로그램, 경계선지능 청소년을 위한 대안적 통합 교과 개발 및 적용, 폭력 피해 청소년을 위한 대안적 통합 교과 개발 및 적용 등을 포함한다. 특히 무용과 관련된 교과는 위의 표에서 진하게 밑줄을 친 부분으로 예룸예술학교에서는 창의적 표현,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이 있으며 예하예술학교에서는 발레, 현대무용, 뮤지컬 이해가 있다. 이와 같은 무용교과에 대해 예룸예술학교 이사장이자 예하예술학교 교장인 지우영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발레, 현대무용, 그리고 뮤지컬/한국무용이 있다. 발레는 기초 동작 학습을 통해 체형 교정등에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현대무용은 창작적 활동에 초점을 두고 발표회 등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뮤지컬과 한국무용은 번갈아 가면서 교과에 넣고 있는데, 전자는 기존 뮤지컬 춤 레퍼토리를 가르치고 있으며 후자는 기본 춤사위와 함께 부채춤, 태평무, 한량무 등을 가르치고 있다. 경계선 아동·청소년의 경우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위축, 좌절, 우울 등을 많이 느낄 수 있는데 무용교과를 통해 사회성, 성취감, 자존감 등에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지우영 비대면 인터뷰, 2022년 10월 16일).
예룸예술학교 교장이자 예하예술학교 교감인 김수완은 무용교육의 효능에 관해 아래와같이 말한다.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들은 여러 방면에서 느리고 뒤처지며 그에 따라 자신감이 낮아질수밖에 없다. 예룸예술학교나 예하예술학교에 와서 처음 무용수업을 들을 때는 학생 적성에 따라 차이를 보이나 일정 기간이 지나가면 전체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지고 동작적 향상도 두드러지게 된다. 학생들이 적응하게 되면, 표정이 밝아지고 자존감이 높아지고 사회성이 증대되어감을 확인할 수 있다. 매해 11월이나 12월에는 각 학교에서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페스티벌을 펼치는데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창작무용을 선보이곤 하는데 이러한 긍정적인 반응이 뚜렷해진다(김수완 비대면 인터뷰, 2026년 8월 6일).
3. 경계선지능 무용교육에 관한 현장 반응
경계선지능 대안교육프로그램에 관한 현장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예룸‧예하학교에서제공한 인터뷰 자료의 일부를 발췌하자면 아래와 같다. 구체적으로 2026년 4월 24일에 진행된 관련 대안학교의 학생‧학부모‧교사 대상 인터뷰로, 학생들의 경우 초등학교 6학년 1명, 중학교 1학년 2명, 중학교 2학년 6명, 중학교 3학년 1명 총 10명을 대면 인터뷰했으며 그 학부모 10명과 교사 3명은 비대면 인터뷰로 진행한 자료 일부이다.
표 3.
예룸·예하예술학교 학생 인터뷰 자료 (Student Interview Data from Yeroom and Yeha Arts Schools)
| 일반학교에서 경험 |
학생1 : 공부가 마냥 힘들었다. 수학 못 한다고 남아야 했다. 학생2 : 수업 따라가는 것이 어려웠다. 애들과의 관계에서도 힘든 점이 많았다. 학생4 : 혼자였다. 4년 동안 말도 못 걸고 지냈다. 고통스러웠다. 학생2 : 형들이 때리고 장난쳐도 가만히 있었다. 싸우게 되면 사이가 멀어질까 봐 그랬다. 그러면 다시 친구를 잃게 되니까. 학생8 : 제가 시험을 잘못 보니 선생님이 방과후에 남겼다. 심한 왕따를 당했을 때도 선생님은 귀찮은 듯 사건을 대충 마무리했다. 학생5 : 버스나 지하철 타는 게 어렵다. 역에서 친구들 기다렸다 함께 온다. 학생7 : 물건 사고 돈 계산하는 게 어렵다. 좀 바보가 된 것 같아 속상하다. |
| 대안학교에서 경험 |
학생8 : 대안학교 첫날에 두 명이 먼저 다가와서 엄청나게 반겨주었다. 같이 장난도 치고 신기한 느낌이었다. 학생7 : 공부를 많이 하면 성적도 올라가고 뭔가 똑똑해진 것 같다. 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학생5 : 대안학교는 상대적으로 쉽고 좋은 것 같다. 선생님이 그림 잘 그렸다고 하면 기분이 좋다. 학생6 : 선생님들이 잘 알려줘서 좋다. 노래하고 춤추고 하면 즐겁고 행복해진다. 학생2 : (발레) 발표회가 하고 싶을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다. |
먼저, 학생 그룹에서는 일반학교에서의 경험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가운데 대안학교로옮긴 후에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안학교를 통해 자신감 증대, 사회적 관계 형성에 있어서 긍정적인 경험과 변화에 관한 진술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의 학부모 그룹에서는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을 위한 대안적 교육프로그램의 필요성에 관해 주로 언급하였다.
표 4.
예룸·예하예술학교 학부모 인터뷰 자료 (Parent Interview Data from Yeroom and Yeha Arts Schools)
| 학부모1 : 경계선지능 아이들에 관한 교육프로그램을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적장애나 발달장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경계선지능 아이들에 관한 인식 자체가 형성된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연구자료도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 학부모1 : 같은 경계선지능이라고 하더라도 IQ가 70인 경우와 84인 경우의 인지능력은 상당히 다르다. ADHD라든가 난독증을 가진 아이들과도 다르다 보니 여러 상황에서 평준화하는 게 쉽지 않을 듯하다. 학부모5 : 일단 학습이 느리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문제해결까지 해야 하는 데 그 부분을 많이 어려워한다. 학부모2 : 경계선지능 아이들에게 맞는 국어, 영어, 수학 등 기본 과목을 다섯 가지 정도 반복적으로 가르치고 많이 기다려주고 그러면 천천히 학습 능력이 향상되리라 본다. 학부모8 : 그냥 자연스럽게 깨우치는 것이 없다 보니 하나하나 모두 가르쳐줘야 한다. 학부모2 : 중등과정은 몰라도 초등과정까지는 아이가 잘 알았으면 한다. 학부모4 : 병원 등 어디를 가도 생년월일을 알아야 하는데 이게 헷갈릴 것 같다.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외우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학부모9 : 아이가 장난칠 때 어느 선에서 멈춰야 하는데 그런 센스나 눈치가 없다. 숨은 뜻을 파악하는 센스라든가 분위기를 파악하는 눈치 같은 게 부족하다 보니 힘들다. 학부모7 : 경계선지능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필요한 것 같다. 학부모4 : 궁극적인 목표는 경제활동이 가능해야 한다고 본다. |
교사 그룹에서는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의 대안적 교육 기회 확장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하고 있다.
표 5.
예룸·예하예술학교 교사 인터뷰 자료 (Teacher Interview Data from Yeroom and Yeha Arts Schools)
| 교사1 : 경계선지능의 경우 (장애 범주가 아니다 보니) 의사로서는 치료하기도 애매하고 학교 같은 제도권에서 적절하게 지원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교사2 : 아직 우리 학교에 들어오지 못한 학생들이 많다. 일반 학교 도움반에서도 크게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 교사1 : (모든 학생이 대안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 보니) 앞으로 치료 프로토콜 비대면 치료 기기라든가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교사2 : 경계선지능 학생들은 생뚱맞은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졸업생이 학교에 왔을 때 ‘어떻게 왔어, 잘 지냈어?’라고 인사를 하면 ‘버스 타고 왔어요’라고 대답하곤 한다. 요즘엔 줄임말도 자주 쓰는데 그런 부분에서 인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교사3 :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동기 유발과 긍정적 자극이 필요하다. 교사2 : 작은 성취를 여러 번 경험하게 해서 궁극적으로 성취에 관한 만족감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
Ⅴ. 경계선지능 무용교육의 효능과 고려 사항
앞 장에서 살펴본 예룸예술학교와 예하예술학교의 사례에서는 무용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동작 수행, 자기표현, 자신감, 또래관계에서 변화가 관찰되었다. 이러한 현장 반응은 무용이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의 발달을 여러 측면에서 지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현재의 자료는 학교 관계자와 학생·학부모·교사의 경험을 중심으로 한 질적 자료이므로, 무용교육만의 독립적인 효과를 확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본 장에서는 사례에서 확인된 변화와 관련 선행연구를 토대로 무용교육의 교육적 효능을 정리하고, 그 가능성이 지속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한 실천 조건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경계선지능 무용교육의 교육적 효능
1) 신체 인식과 운동기능의 발달
경계선지능 학생 가운데에는 협응력과 균형감각, 방향성, 공간지각, 움직임의 속도 조절에서 또래보다 느린 발달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체육활동이나 놀이에서 실패를 반복하고 자신의 몸을 소극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무용수업은 이러한 학생에게 신체 각 부분을 인식하고 움직임의 범위와 강도, 방향을 조절하는 경험을 단계적으로 제공한다.
발레의 정렬과 기초 동작, 한국무용의 호흡과 춤사위, 현대무용의 무게 이동과 공간 활용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신체 조절 능력을 자극한다. 특히 걷기, 굽히기, 뻗기, 돌기와 같이 일상적인 움직임에서 출발하여 동작을 반복하고 연결하면, 학생은 자신의 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룸·예하예술학교에서 보고된 체형의 변화와 동작 수행의 향상도 이러한 누적된 신체 경험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지우영 비대면 인터뷰, 2022년 10월 16일;김수완 비대면 인터뷰, 2026년 8월 6일).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동작의 정확성만을 성취 기준으로 삼지 않는 것이다. 학생의출발점에 따라 자세 유지 시간, 움직임의 범위, 좌우 협응, 공간 사용에서 나타나는 작은 변화를 포착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중심의 접근은 기능 향상과 함께 신체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움직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감각을 형성한다.
2) 인지기능과 학습 태도의 촉진
무용은 동작을 관찰하고, 지시를 이해하며, 순서를 기억한 뒤 자신의 몸으로 재현하는활동이다. 하나의 동작구를 완성하려면 주의집중, 작업기억, 순서화, 공간지각, 행동 억제와 전환이 함께 요구된다. 언어로만 설명된 과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학생도 시범, 리듬, 이미지, 바닥의 위치 표시처럼 다양한 감각 단서를 활용하면 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짧은 동작을 여러 차례 반복한 뒤 두세 개의 움직임으로 확장하는 방식은 정보를 작은단위로 처리하도록 돕는다. 익숙한 동작을 새로운 순서로 바꾸거나 이동 경로를 선택하게 하는 활동은 기억한 내용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서 나아가 판단과 문제해결을 연습하게 한다. 수업의 시작과 전개, 마무리를 일정한 흐름으로 운영하면 다음 활동을 예측할 수 있어 주의 전환의 부담도 낮아진다.
다만 무용 참여가 곧바로 일반 교과의 성취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무용수업에서 관찰되는 집중 지속시간, 지시 이해, 과제 완수, 동작 순서의 기억과 같은 변화를 먼저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이러한 변화가 다른 학습 상황으로 전이되는지는 별도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무용의 인지적 가치는 성급한 인과 주장보다 학습에 참여하는 방식의 변화를 세밀하게 확인할 때 설득력을 얻는다.
3) 정서적 안정과 자기표현의 확대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은 학업 실패와 또래의 부정적 반응을 반복해서 경험하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위축되기 쉽다. 무용은 말로 감정을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주고, 움직임의 크기와 속도, 방향, 힘의 변화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게 한다. 정답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은 즉흥과 창작 활동은 학생이 선택한 움직임도 수업의 의미 있는 결과가 될 수 있음을 경험하게 한다.
동작을 완성하고 교사와 또래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과정은 성취감과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예룸·예하예술학교의 현장에서는 수업이 지속될수록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자기표현과 자신감이 향상되었다는 반응이 확인되었다. 학기 말 공연 역시 일정한 목표를 향해 연습한 결과를 타인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공연의 완성도나 관객의 평가가 교육의 중심이 되면 오히려 수행 불안과 실패경험을 키울 수 있다. 발표는 학생의 선택과 준비 정도를 고려하여 참여 방식과 역할을 다양하게 구성해야 하며, 무대에 서는 결과뿐 아니라 연습 과정에서 시도하고 수정하고 끝까지 참여한 경험을 함께 인정해야 한다. 이때 무용은 학생을 평가하는 장이 아니라 자신의 변화와 가능성을 발견하는 장이 된다.
4) 사회적 상호작용과 공동체 참여
무용수업은 한 공간 안에서 타인의 움직임을 살피고 자신의 위치와 속도를 조절하도록한다. 짝 활동과 거울 움직임, 움직임 주고받기, 소집단 창작, 군무에서는 차례를 기다리고 타인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공동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경험은 사회적 규칙을 추상적인 설명이 아니라 몸의 관계 속에서 익히게 한다.
특히 언어적 의사소통이 서툰 학생에게 움직임은 타인과 관계를 시작하는 통로가 될 수있다. 상대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응답하는 과정에서 주의 공유와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며, 함께 동작을 완성하는 경험은 또래에 대한 신뢰와 소속감을 형성한다. 문화예술 활동이 자기효능감과 사회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선행연구도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김경 2012;지우영 2016).
사회성의 변화는 수업 안에서만 평가하기보다 일상으로 이어지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학생이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 갈등 상황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모습, 학교 행사와 공동과제에 참여하는 태도 등을 교사와 보호자가 함께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무용교육은 신체기능, 인지적 참여, 정서표현, 사회적 관계가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활동 안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를 갖는다.
2. 지속 가능한 경계선지능 무용교육을 위한 고려 사항
1) 발달단계와 개인차를 반영한 교육과정
경계선지능 학생은 같은 연령이나 유사한 지능지수 범주에 속하더라도 언어이해, 주의집중, 운동 발달, 감각 반응, 정서 조절, 예술적 흥미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하나의 프로그램을 동일한 속도와 난이도로 적용하기보다 수업 전 관찰과 상담을 통해 학생별 출발점을 확인해야 한다. 진단명이나 지능지수는 참고자료일 뿐이며, 실제 수업 참여와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기능을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과정은 학령기 전체를 연결하는 단계적 구조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초등 단계에서는 신체 인식, 기본 이동, 리듬 반응, 놀이를 통한 상호작용을 중심에 두고, 중등 단계에서는 동작 연결과 감정 표현, 짝·집단 활동을 확장할 수 있다. 고등 단계에서는 창작과 공연 제작, 자기 주도적 역할 수행, 진로 탐색과 연계한 프로젝트를 포함할 수 있다.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창의적 표현, 뮤지컬 관련 움직임은 고정된 종목 체계로 제시하기보다 교육목표에 따라 선택하고 결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발레의 기초 동작은 정렬과 균형을, 한국무용의 호흡과 소도구는 리듬과 협응을, 현대무용과 창작 활동은 선택과 자기표현을 촉진하는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학생이 특정 장르에서 어려움을 보일 경우 다른 움직임 방식으로 목표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단발성 체험이나 학기 말 발표에 교육의 초점을 맞추기보다 일정 기간 지속되는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참여 초기의 적응, 중기의 기능과 관계 변화, 후기의 자기 주도성과 표현 확장을 연속적으로 설계할 때 무용교육의 성과를 보다 안정적으로 축적할 수 있다.
2) 다감각적·반복적·창작 중심의 교수학습
수업 지시는 짧고 구체적인 문장으로 한 번에 하나씩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사의시범과 언어 설명에 더하여 그림 카드, 영상, 리듬 신호, 색깔과 번호를 활용한 공간 표시를 함께 사용하면 학생이 과제를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신체 접촉을 통한 지도는 학생의 감각적 특성과 동의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반복은 경계선지능 학생의 학습에 필요하지만, 같은 동작을 기계적으로 되풀이하는 방식만으로는 흥미와 자발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익숙한 동작의 방향이나 크기, 리듬, 짝을 바꾸어 변화를 주고,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 예측 가능한 수업 구조 안에 작은 변화를 배치하면 안정감과 창의적 탐색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교사는 동작의 오류를 즉시 지적하기보다 성공 가능한 과제를 제시하고 수행을 구체적으로 피드백해야 한다. ‘잘했다’는 포괄적인 칭찬보다 ‘음악이 끝날 때까지 균형을 유지했다’, ‘친구의 움직임을 보고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와 같이 관찰 가능한 행동을 알려주는 편이 학습에 효과적이다. 과제가 어려울 때에는 동작의 수와 이동 거리를 줄이거나 시범을 나누어 보여주는 방식으로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다.
기능 습득과 창작 활동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구성해야 한다. 기초 동작은몸을 안전하게 사용하고 표현의 재료를 넓히는 기반이 되며, 즉흥과 창작은 학생의 선택과 개성을 드러내는 통로가 된다. 지우영 외(2020)의 『예술로 해바라기』처럼 무용을 음악·미술·연극·과학·인문학과 연결하는 통합 활동도 감각과 이해의 통로를 넓힌다는 점에서 활용할 수 있다.
3) 과정 중심 평가와 실증적 근거의 축적
경계선지능 무용교육의 평가는 작품의 난이도나 동작의 일치도보다 학생 개인의 변화에초점을 두어야 한다. 신체 인식과 협응, 주의집중, 동작 기억, 자기표현, 또래와의 협력, 수업 참여 지속시간 등을 평가 영역으로 설정하고, 수업 전후의 변화를 관찰기록과 학생의 자기평가, 보호자·교사의 의견을 통해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영상 기록은 움직임의 변화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지만 학생과 보호자의 동의를 전제로해야 하며, 교육 목적을 벗어난 공개나 홍보에 사용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평가 결과는 학생을 서열화하기보다 다음 수업의 난이도와 지원 방식을 조정하는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작은 변화가 누적되는 학생의 특성을 고려하면 단기 전후 비교보다 학기와 학년을 잇는 장기 기록이 중요하다.
연구 차원에서는 사례보고에 머무르지 않고 참여 기간과 수업 빈도, 교수방법, 학생 특성을 명확히 제시한 후속연구가 필요하다. 표준화된 척도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움직임과 관계의 변화를 질적 관찰과 함께 분석하고, 가능하다면 비교집단과 추적조사를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근거가 축적되어야 무용교육의 효과를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그 고유한 교육적 가치를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다.
4) 융합적 전문성을 갖춘 교원과 협업체계
경계선지능 학생을 지도하는 무용교사에게는 장르별 실기와 창작 역량뿐 아니라 인지·언어·운동 발달, 행동과 정서 지원, 의사소통, 안전관리에 관한 기본 이해가 필요하다. 예술적 완성도만을 앞세우면 학생에게 과도한 수행 부담을 줄 수 있고, 보호적 접근에 치우치면 도전과 성취의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 학생의 가능성을 믿되 과제를 세분화하고 필요한 지원을 조절하는 전문적 판단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예술강사 연수에 경계선지능의 특성, 개별화 수업설계, 위기행동 대응, 과정평가를 포함하고, 일반교사와 특수교사에게도 움직임 기반 교수법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수업은 무용교사 한 사람의 책임으로 남겨두기보다 담임교사, 특수교사, 상담사, 치료·복지 전문가, 보호자가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협업체계 안에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성은 안정적인 근무조건과 분리될 수 없다. 낮은 보수와 단기 계약, 충분하지 않은준비시간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학생에 대한 장기 관찰과 교사 간 협력이 지속되기 어렵다. 적정한 보수, 수업 준비와 기록 시간, 정기적인 사례회의와 슈퍼비전, 안전을 위한 보조인력 배치를 함께 보장해야 한다.
5) 학교·지역사회 연계와 제도적 기반
경계선지능 학생의 무용교육이 일부 대안학교나 민간기관의 헌신에만 의존해서는 교육접근의 지역적·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 일반학교의 정규·방과후 교육, 교육지원청의 학습지원, 지역 문화예술기관과 복지기관의 프로그램을 연결하여 학생이 거주지 가까이에서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예룸예술학교와 예하예술학교는 예술 중심의 대안교육이 경계선지능 학생에게 제공할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이들 기관의 운영 경험과 수업자료를 일반학교와 지역기관이 공유하고, 학교 안 지원이 필요한 학생과 전문 프로그램이 필요한 학생을 적절히 연계하는 지역 단위 협력모형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때 학교급이 바뀌거나 졸업한 뒤에도 교육이 단절되지 않도록 청소년·성인 문화예술 활동과 진로지원으로 연결해야 한다.
정책은 수업 횟수와 참여 인원만을 성과로 산정하는 단기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대상 학생의 문화예술교육 참여 실태와 요구를 조사하고, 발달단계별 교육과정 개발, 전문인력 배치, 교재와 평가도구 제작, 장기 프로그램 운영에 안정적인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기관이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경계선지능 학생의 무용교육은 치료나 보호의 부수적 수단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배우고 창작하며 향유할 권리를 보장하는 교육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공연과 홍보 과정에서는 학생의 어려움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개인 정보를 과도하게 노출하지 않도록 하고, 당사자와 보호자의 동의와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 위에서 무용교육은 학생의 결핍을 보완하는 활동을 넘어 각자의 몸과 감각, 표현을 사회와 연결하는 포용교육의 실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Ⅵ. 결 론
본 연구는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이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의 경계에서 경험하는 교육적공백을 살펴보고, 예룸예술학교와 예하예술학교의 무용교육 사례를 통해 교육적 가능성과 지속을 위한 조건을 검토하였다. 이를 위해 경계선지능과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선행연구 및 정책·기관 자료를 검토하고, 두 학교의 교육과정과 운영자료, 관계자 인터뷰, 학교가 제공한 학생·학부모·교사 인터뷰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자의 관련 현장 경험은 자료를 이해하기 위한 보조적 맥락으로 활용하였다.
분석 결과,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의 어려움은 낮은 학업성취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이들은 언어이해와 주의집중, 작업기억, 사회적 판단과 정서 조절에서 서로 다른 지원 요구를 보이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장애 여부를 기준으로 교육 서비스가 구분되어 필요한 지원을 안정적으로 받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언어와 지식 중심의 학습이 포착하지 못하는 감각, 신체, 정서와 관계의 경험을 교육의 자원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예룸예술학교와 예하예술학교는 기본교과와 예술 중심의 대안교과를 함께 운영하며, 발레·현대무용·한국무용·창의적 표현과 뮤지컬 관련 움직임 등을 교육과정에 포함하고 있었다. 사례자료에서는 수업 참여가 지속되면서 동작 수행과 신체 사용, 자기표현, 자신감, 또래관계에서 변화가 나타났다는 학생과 관계자의 진술이 확인되었다. 이는 무용이 동작의 관찰·기억·수행, 감정과 생각의 비언어적 표현, 짝·집단 활동을 통한 상호조율을 한 수업 안에서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현장 반응을 무용교육의 직접적인 효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두 학교는기본교과, 상담, 공동체 활동과 여러 예술교과를 통합하여 운영하므로 학생의 변화에는 학교생활 전반의 경험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본 연구의 자료는 특정 기관의 사례와 참여자의 질적 진술을 중심으로 하며, 무용수업 전후의 표준화된 측정이나 비교집단, 장기 추적자료를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확인한 변화는 인과적으로 검증된 성과라기보다, 무용교육의 가능성과 이를 설명하는 현장 맥락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사례의 가능성을 지속적인 교육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요구된다. 첫째, 연령이나 지능지수만으로 학생을 동일하게 분류하지 않고 언어이해, 운동 발달, 감각 반응, 정서 조절과 예술적 흥미를 반영한 단계별·개별화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짧고 구체적인 지시와 시범, 이미지, 리듬, 공간 표식을 결합한 다감각적 교수법을 활용하되, 반복 속에 선택과 변형을 포함하여 기능 습득과 창작을 균형 있게 구성해야 한다. 셋째, 작품의 완성도보다 신체 인식, 주의집중, 자기표현, 협력과 참여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기록하는 과정 중심 평가가 필요하다. 넷째, 무용교사의 예술 전문성에 발달과 특수교육에 대한 이해를 결합하고, 담임·특수교사·상담사·복지전문가·보호자가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대안학교의 운영 경험을 일반학교, 교육지원청, 지역 문화예술기관 및 복지기관과 공유하고, 단기 사업을 넘어 학교급 전환과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안정적인 제도·재정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후속 연구에서는 참여자의 특성, 수업 기간과 빈도, 교수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수업 관찰과 영상기록, 학생의 자기평가, 보호자와 교사의 평가를 함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비교사례와 사전·사후 자료, 장기 추적조사를 포함하여 무용수업에서 나타난 변화가 다른 학습 및 생활 장면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서로 다른 지역과 운영주체의 사례를 비교하고, 아동·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분석의 중심에 두어 교육 접근성과 경험의 차이를 밝히는 연구가 축적되어야 한다.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을 위한 무용교육의 가치는 이들을 정해진 기준에 맞추는 데 있지 않다. 각자가 자신의 몸과 감각을 이해하고, 움직임으로 선택하고 표현하며,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경험을 보장하는 데 그 핵심이 있다. 따라서 무용교육은 결핍을 보완하는 치료적 수단이나 일회성 복지 프로그램을 넘어 문화예술을 배우고 창작하며 향유할 권리를 실현하는 교육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이 교육과정, 교원, 평가, 지역 연계와 정책 지원으로 구체화될 때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의 문화적 참여와 포용적 교육의 기반도 함께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